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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 만화, 영화 이야기/애니에 대한 잡생각

-창궁의 파프너와 더불어서 보고 있는 작품인 신혼합체 고단나. 솔직히 작품성으로 따지기는 뭣한 작품이기는 하지만, 재미는 그럭저럭 있는 작품입니다. 사실 어떤 의미에서는 창성의 아쿠에리온보다 깨는 컨셉을 가지고 있는 작품이기는 하지만, 아쿠에리온은 병맛나는 작품이고 고단나는 컨셉 자체도 그럭저럭 이해할만하고, 아예 컨셉자체에 충실해서 병맛이 좀 덜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컨셉 자체는 슈퍼로봇물+신혼물. 애시당초부터 로봇의 이름인 고단나도 바깥주인 사람(남편)을 부르는 단나의 높임말이며, 신혼합체(神魂合體)는 신혼합체(新婚合體)의 중의적인 표현입니다. 내용은 안나와 고, 이 둘 사이의 열혈 신혼물입니다. 일반적으로 그 부분만 제외하면 그냥 신혼 염장물이 되겠지만, 이 둘의 나이 차이가 10살 이상난다는 점에서부터 점점 골때려지기 시작합니다. 이는 뭐랄까, 과거에 흥행했던 한국 영화 어린 신부와 설정이 비슷합니다. 저는 어린 신부를 좋아하는 것은 아니지만, 컨셉 자체는 그럭저럭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여기에 예전에 고의 연인이 등장하고, 시스콘 등등의 다양한 케릭터가 등장하면서 고단나는 한국의 아침 드라마 필이 나는 전개로 치닫게 됩니다. 그런데 이게 생각보다 재밌습니다. 그냥 아예 대놓고 이런 케릭터들과 과도한 성묘사들(성묘사가 너무 심한 나머지 성인 동인지가 안나올 정도로)은 그냥 은근슬쩍 그런 코드를 삽입하면서 안 그런척 하는 작품들보다는 좋거든요. 게다가 고단나는 생각보다 안나와 고, 이 둘 사이의 관계에 대해서 통속적이지만 정석인 이야기전개를 보여줍니다. 즉, 말하자면 기본은 되어있는 작품이라는 것이죠.(문제는 기본 빼면 남는게 없다는 것이지만;;)

물론 기본적인 작품의 컨셉과 틀이 열혈물+성인 취향의 신혼물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괜찮지만, 만약 그 이상을 기대한다면 대단히 실망할지도 모를 작품입니다.

-작화는 뛰어난 편. 전투나 일상생활 작화도 모두 준수합니다. 다만 너무 여체를 강조하는 듯한 작화더군요. 그리고 왜 거의 어린애 빼고 모든 여성의 가슴이 C컵이상이며 모든 여성들을 유두를 강조하는 겁니까? 그리고 은근히 누드씬도 많더군요. 이런거 싫어하시는 분들은 피하셔야 할 듯. 
애니, 만화, 영화 이야기/리뷰



영화 더 레슬러는 퇴물 레슬러 랜디와 그의 변두리 인생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1980년대 한 때 프로레슬링이 유행할 때 그는 잘 나가는 레슬러였지만, 시대가 바뀌면서 프로레슬링이 쇠퇴하면서 같이 퇴물이 되어버립니다. 여기에 설상가상으로 랜디는 심장에 문제가 오게 되고, 이를 계기로 레슬링을 관두려고 합니다. 그러면서 그는 여태까지 자신이 살아왔던 인생을 반추하고,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를 쌓으려 합니다. 하지만 랜디는 그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다시 링으로 돌아가고, 그의 생애 마지막 경기를 벌이게 됩니다.


이와 같이 레슬러는 구태의연한 신파물의 스토리를 따라가고 있습니다. 한 때 잘나갔지만 이제는 완전히 퇴물이 된 주인공. 그리고 그 주인공이 걸린 고칠 수 없는 병. 어릴 때 버리고 떠났던 자식. 프로레슬링의 세계 바깥에서 유일하게 소통할 수 있는 여인 등등...이와 같이 전형적인 요소가 많이 들어있습니다. 하지만, 그러한 신파적인 코드를 기저에 깔고 있다고 해서 더 레슬러가 평범한 3류 신파물이 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그러한 식상한 스토리와 소재를 이용함에도 불구하고, 더 레슬러는 관객들에게 식상하다는 느낌을 주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쥐고 흔듭니다.


더 레슬러와 비슷한 컨셉을 가지고 있는 영화들이 있다면, 그것들은 이준익 감독의 음악 3부작(저는 패배자 3부작 이라고 부르지만)ㅡ라디오스타, 즐거운 인생, 님은 먼 곳에ㅡ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둘의 공통점은 신파 코드를 끌어오면서도 동시에 신파 코드 그 자체를 뛰어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는 신파와 인생에 대한 철학, 혹은 이들에 대한 따뜻한 감성이 근저에 깔려있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구태의연한 소재를 끌어오면서도 새로운 영화를 만들어 낼 수 있었던 것이죠.


더 레슬러와 이준익 감독의 음악 3부작 사이의 차이점이 있다면, 그것은 랜디가 이 세상에서 완벽하게 철저히 소외당했다는 것입니다. 이준익 감독의 음악 3부작에서는 적어도 이 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일말의 희망, 일탈 같은 부분을 남겨두었지만, 더 레슬러에서 데런 아르노프스키 감독은 주인공인 랜디를 세상에서 소외시킵니다. 몇 년만에 찾은 딸과는 좋지 않게 해어지게 되고, 클럽에서 서로 좋아하던 스트리퍼 댄서와는 이어지지 못했으며, 은퇴한 뒤에 동네 샐러드 바에서 일하는 자신을 알아보는 사람 때문에 상처 받습니다. 결국 이로 인해서 랜디는 자신이 있을 곳이 링밖에 없다는 것을 깨닫고, 다시 링 위로 올라섭니다.


이러한 과정을 감독인 데런 아르노프스키는 대단히 저자극적으로 보여줍니다. 몇몇 극적인 사건들도 일말의 호들갑 없이 담담한 시점으로 보여주고 있고, 일상생활 등을 거친 핸드핼드의 카메라를 통해서 사실적으로 보여줍니다. 이는 그의 예전 작품이었던 레퀴엠(2000, 관련 리뷰는 여기)과 극단적으로 대조됩니다. 레퀴엠에서는 온갖 MTV 스타일의 자극적인 카메라 기법을 동원해서 현대 사회의 중독에 대한 고찰을 드러내었지만, 더 레슬러에서는 그러한 촬영 기법을 핸드헬드 이외에 거의 쓰지 않으니까요.


하지만, 데런 아르노프스키 감독은 현실적인 영화 분위기에 랜디와 세상 사이의 간극을 드러내는 영화적인 장치를 적절하게 삽입합니다. 이는 그가 그리워하는 그의 전성기인 1980년대와 현대 사이의 간극을 보여주면서 완성됩니다. 일례로 랜디가 자신의 이름을 딴 NES(혹은 우리나라 일본 등지에서는 FC로 알려진) 게임을 동네 꼬마를 불러서 할 때, 동네 꼬마는 콜 오브 듀티 4 이야기를 하죠. 어찌보면 80년대를 풍미했던 NES가 현재 관점에서 보았을 때는 완전히 퇴물이 된 것이고, 랜디 또한 그러하다는 것을 잘 드러냅니다. 그리고 랜디의 트레일러의 붙어있던 영 엥거스의 AC/DC 포스터와 딸의 집에 붙어있던 Vampire Weekend(2008년에 유행한 밴드 중 하나) 포스터 등등 랜디와 현재 세상의 간극을 잘 보여주는 영화적 소품이 많습니다. 그리고 미장센 또한 이러한 랜디의 상황을 잘 보여주는데 일조하죠.


그러나 감독의 적절한 연출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미키 루크의 연기입니다. 원래 주인공 역에 실베스타 스텔론이나 니콜라스 케이지를 후보로 두었지만, 결과적으로 미키 루크가 주인공으로 정해졌죠. 만약 실베스타 스텔론이나 니콜라스 케이지가 주인공을 맡았으면, 이 영화는 절대로 지금 같은 완성도를 보여주지 못할 겁니다. 한 때, 1980년대의 나인 하프 위크 등에 출연, 색스 심볼로서 느끼함과 근육으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미키 루크. 하지만 1990년대 이후로는 마약과 문란한 사생활 문제로 완벽하게 망가지게 되었고, 더 이상 배우로써 재기가 불가능하다고 생각될 정도였습니다. 물론 2000년대 이후로 신시티에 등장해서 배우로서 아직 살아있음을 보여주었지만, 만화적 이미지가 주된 영화인 신시티에서는 연기의 완성도를 논할 부분이 없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더 레슬러에서 미키 루크는 말 그대로 퇴물입니다. 80년대의 탄탄한 근육과 매끈한 피부, 잘생긴 얼굴, 말총머리 등 한 때 섹스 심볼이라고 볼 수 있는 부분은 모두 망가져서 나옵니다. 축축 늘어진 근육과 주름 잡힌 얼굴, 푸석푸석한 머리까지, 물론 어느정도 분장은 한 것이겠지만, 보는 사람들은 '과거의 미키 루크가 망가졌구나'라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하지만, 그러한 망가진 모습이야 말로 랜디 역에 어울리는(미키 루크 본인에게는 좀 미안한 이야기지만) 모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영화 내에서 미키 루크는 완벽한 망가진 중년 퇴물 레슬러의 모습입니다. 그러면서 이 영화에 어울리는 연기를 보여주고 있죠. 덤덤하게 저자극적인, 그러면서 자신의 감정이나 성격을 스크린에 서있는 것만으로 드러낼 수 있는 놀라운 경지의 연기를 보여줍니다. 이는 더 레슬러의 랜디와 미키 루크 본인이 걸어온 삶이 결과적으로 같다고 할 수 있기에, 미키 루크가 자신의 인생경험을 이입한 것이라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미키 루크=랜디'의 공식은 영화의 마지막 랜디가 링 위에서 마이크를 잡고 연설을 할 때, 가장 극적으로 드러납니다. 자신이 한때 젊어서는 뭣도 모르고 설쳤고 좀 더 순탄하게 살 수 있었지만 그렇지 못했다는 것, 그리고 자신은 이제 완전히 퇴물이 되었고 더 이상 갈 데도 없게 되었지만 결국 링 위에서 관객들의 받은 환호를 잊지 못해 돌아온 랜디. 이는 랜디의 자기 고백이자 동시에 미키 루크의 자기 고백인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부분이야 말로, 이 영화의 백미이자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영화의 마지막, 링 위에서 마무리를 짓기 위해서 뛰어내리는 랜디의 모습을 끝으로 스텝롤이 오르고, 브루스 스프링턴의 'The Wrestler'가 흘러나옵니다. 이 노래를 끝으로 리뷰를 마치고자 합니다.

 

Bruce Springsteen "The Wrestler" - Official Video



Have you ever seen a one trick pony in the field so happy and free?
-당신은 벌판 위에서 묘기 부리는 행복하고 자유로운 조랑말을 본 적이 있나요?
If you've ever seen a one trick pony then you've seen me
-당신이 그 묘기 부리는 조랑말을 보았다면, 당신은 나를 본 것입니다.
Have you ever seen a one-legged dog making its way down the street?
-당신이 외발인 개가 거리를 내려가는 것을 본 적 이 있습니까?
If you've ever seen a one-legged dog then you've seen me
-당신이 그 외발 개를 보았다면, 당신은 나를 본 것입니다.

Then you've seen me, I come and stand at every door
-당신은 나를 보았고, 나는 와서 모든 문 앞에 섰죠.
Then you've seen me, I always leave with less than I had before
-당신은 나를 보았고, 나는 항상 잃는 삶을 살아왔습니다.
Then you've seen me, bet I can make you smile when the blood, it hits the floor
-당신은 나를 보았고, 나는 내가 피투성이가 되었을 때 당신을 미소짓게 할 수 있죠.
Tell me, fan, can you ask for anything more?
-이야기해보세요, 더 이상 당신이 뭘 더 물어볼 수 있죠?
Tell me can you ask for anything more?
-이야기해보세요, 당신이 뭘 더 물어볼 수 있죠?

Have you ever seen a scarecrow filled with nothing but dust and wheat?
-당신은 먼지와 밀짚단 밖에 없는 허수아비를 본 적이 있습니까?
If you've ever seen that scarecrow then you've seen me
-당신이 그 허수아비를 보았다면, 당신은 나를 본 겁니다.
Have you ever seen a one-armed man punching at nothing but the breeze?
-당신은 항상 헛손질하는 외팔이 복서를 본적이 있습니까?
If you've ever seen a one-armed man then you've seen me
-당신이 그 외팔이를 보았다면, 당신은 나를 본 겁니다.

Then you've seen me, I come and stand at every door
-당신은 나를 보았고, 나는 와서 모든 문 앞에 섰죠.
Then you've seen me, I always leave with less than I had before
-당신은 나를 보았고, 나는 항상 잃는 삶을 살아왔습니다.
Then you've seen me, bet I can make you smile when the blood, it hits the floor
-당신은 나를 보았고, 나는 내가 피투성이가 되었을 때 당신을 미소짓게 할 수 있죠.
Tell me, friend, can you ask for anything more?
-이야기해보세요, 더 이상 당신이 뭘 더 물어볼 수 있죠?
Tell me can you ask for anything more?
-이야기해보세요, 당신이 뭘 더 물어볼 수 있죠?

These things that have comforted me, I drive away
-나를 안락한 것들을 모두 갖다 버렸네.
This place that is my home I cannot pay
-내 집이라 할 수 있는 이곳은 내게 더 이상 감당이 안되네.
My only faith's in the broken bones and bruises I display
-내 유일한 신념은 내가 보여주는 부러진 뼈와 멍에 있다네.

Have you ever seen a one-legged man trying to dance his way free?
-당신은 한 다리로 자유롭게 춤추려는 외다리 사나이를 본 적이 있습니까?
If you've ever seen a one-legged man then you've seen me
-당신이 그 외다리를 보았다면, 당신은 나를 본 겁니다.


덧1.아.. 가사 번역 뭔가 어색해ㅠㅠㅠㅠ
애니, 만화, 영화 이야기/리뷰



사실, '300' 감독인 잭 스나이더가 신작인 왓치맨의 메가폰을 잡았다고 들었을 때, 저는 이번작 왓치맨에 대해서 큰 기대를 하지 않았습니다. 일단 왓치맨이라는 원작 자체가 대단히 다원적이고 중층적인 의미를 지닌 작품이고, 분위기 자체가 300이라는 스타일과 잘 맞아떨어지지 않는다고 생각했습니다. 게다가 저번 시사회에서 원작자인 알랜 무어가 영화에 대해서 심한 불평을 늘어놓았다는 점과 메타 크리틱에서 100점 만점에 50점을 웃도는 평균도 또 다른 문제점이었습니다.

그래도 백문이불여일견. 직접 보기 전까지는 이 작품이 어떤지 알 수 없는 것이고, 국내 시사회 이후 나온 평론들도 생각보다 괜찮았기 때문에(듀나 같은 경우에는 다른 건 다 괜찮았지만, 너무 원작 그 자체를 옮겨놓아서 영화적인 맛이 떨어진다고 불평을 했죠), 오늘 친구들과 함께 용산 아이맥스 개봉 레이드를 뛰었습니다.

일단, 영화 자체는 원작에 충실합니다. 아니 풀어서 이야기를 하자면, 왓치맨이라는 중층적 의미를 가진 만화를 영화로 옮기는 과정에서 선택과 집중을 했고, 그 결과 원작을 충실히 구현해 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그런 과정에서 원작이 가지는 묘한 느낌이나 다의성 등의 많은 장점들을 잃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럭저럭 적절한 선에서 원작 구현을 해내는데 성공합니다.

영화는 원작의 가장 큰 스토리 흐름을 따라갑니다. 그것은 코미디언의 죽음과 함께 시작과 함께 드러나는 음모이죠. 이러한 스토리는 '과연 슈퍼 히어로 등의 개인이 이 세상을 구원할 수 있는가?'라는 의문을 던집니다. 인간의 본성 자체가 악한데, 도대체 슈퍼 히어로가 할 수 있는게 뭔가? 영화 왓치맨은 이러한 과정을 은퇴한 히어로들(몇몇은 현역이기도 했지만)을 보여주면서 그들의 무력감과 히어로 코스튬 중독·도착증(나이트 아울과 미스 주피터가 충동적으로 히어로 코스튬을 입고 사람을 구한 뒤에 격렬한 관계를 가지는 장면, 혹은 로어셰크의 마스크 집착증 등)을 보여주고, 마지막 애드리언 바이트의 행위에 의미를 부여합니다. 도대체 우리가 한 게 뭐지?

아무 것도 없죠. 세상은 여전히 개판 5분전이고, 인간들은 도저히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습니다. 슈퍼 히어로는 정부의 꼭두각시이며(닥터 맨하탄과 코미디언), 인격적으로 결함이 있으며, 절대 주류 세상에 낄 수 없습니다. 자기 인생과 모든 것을 갖다 받쳐서 세상을 구하려 했지만, 결과적으로 실패한 거죠. 역설적이게도, 바이트는 인류의 공동의 적(원작에서는 외계인이었지만, 영화에서는 닥터 맨하탄)을 설정함으로써 인류를 공동의 적 앞에서 뭉치게 만듭니다. 아이러니한 일이죠.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영화는 군더더기 없이 보여줍니다. 그러한 군더더기를 많이 제했음에도 불구하고, 영화가 2시간 40분 가까이 되는 건 원작이 좀 대단하다고도 할 수 있죠. 그래도 영화를 보는 내내 지루하다는 느낌은 들지 않습니다. 그런 점에서는 영화는 잘 만들어 졌습니다.

그러나 영화는 각각의 케릭터를 살리는데는 실패합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원작에서만큼의 깊은 케릭터성을 가진 케릭터를 만드는데 실패합니다. 물론 영화는 케릭터성을 살리기 위해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충분히 합니다. 적절한 플래시백과 독백 등등 영화가 동원할 수 있는 기법들을 다 동원하죠.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작 만화에서 보여주는 장면에 비해서는 썩 성공적이라고는 할 수 없습니다. 그만큼 원작의 포스가 강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원작에서는 각각의 챕터 사이에 작품 내의 초대 나이트 아울이 쓴 자서전이나 인터뷰 자료 등을 첨부해서 이야기의 흐름과 또 다른 객관적인 시점을 만들어내고, 거기에서 케릭터의 깊이를 부여합니다. 그러한 작품내의 자료 또한 왓치맨이라는 작품을 만들어내는 중요한 키포인트인 것이죠. 그러나 영화에서는 이를 제대로 살릴 길이 없습니다. 아예 나레이션으로 처리하거나, 뭐 영화와 다른 흐름을 지닌 이야기를 삽입을 해야하는데...이는 영화의 통일성을 해칠 수 있습니다. 또한 작품의 분위기를 살리는 이야기들-신문에 연재되는 만화나 정신과 의사 이야기 등-도 개봉버전에서는 짤렸더군요. 이 부분도 많이 아쉬웠습니다.

왓치맨은 괜찮은 영화입니다. 다만 원작이 워낙이 대단한 나머지 영화가 빛이 바랠 수밖에 없더군요. 잭 스나이더가 원작에 되도록 충실하게 하려고 많이 애를 쓴 거 같지만, 그래도 아쉬운 건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도 영화 그 자체로는 그럭저럭 괜찮은 영화니 기회가 되시면 보는 것도 괜찮을 듯 싶습니다.

애니, 만화, 영화 이야기/리뷰



-이번 슈로대 K 발매 기념으로 보고 있는 작품들이 3개 있습니다. 일전에 보고 있던 창성의 아쿠에리온, 그리고 창궁의 파프너와 신혼합체 고단나, 이렇게 3개입니다. 이 3개중에서 가장 병신 같은 작품을 꼽으라면 창성의 아쿠에리온이고, 가장 잘만들었다는 생각이 드는 작품을 고르라면 창궁의 파프너겠군요. 사실, 별로 기대하지 않다가 보니까 평이 더 좋은 것일수도 있습니다만, 객관적으로도 잘 만든 작품입니다.

-작품 자체는 전형적인 포스트 에바(Post Eva, 에반게리온 이후의 나온 비슷한 컨셉의 작품들)입니다. 인류를 위협하는 적과 완전히 수세에 몰린 인류, 인류가 살아남기 위해 만든 인간형 최종 병기, 이를 조종하는 소년 소녀들, 그리고 특유의 존재론적 혹은 인간관계론적 고민까지, 창궁의 파프너는 에반게리온의 코드를 많은 부분에서 차용하고 있습니다. 첫 1, 2화만 놓고 본다면 '이거 에반게리온 판박이 아니야?'라는 생각이 들 정도니까요. 사실 많은 사람들이 이 작품의 주요한 비판 중 하나가 바로 에반게리온의 복제품이며 아류고 그렇기 때문에 에반게리온만 못하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까놓고 이야기해서, 이런식으로 에반게리온의 아류작이라고 비판하기 시작하면 끝도 한도 없습니다. 전에 나온 작품에게서 영향을 받지 않고서는 새로운 작품도 나오지 않는 법이니까요. 게다가 이런식의 논리를 확대하면 마징가 Z 이후로는 어떠한 메카닉물도 나와서는 안되며, 퍼스트 건담 이후로 나온 일명 리얼계 로봇물들은 죄다 건담의 아류이고, 데즈카 오사무 이후의 만화가는 다 사이비라는 결론까지 도달하게 됩니다. 일단 작품을 놓고 작품 자체가 어떤지를 본 다음에 그 작품의 좋은 점을 인정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창궁의 파프너는 잘 만든 작품입니다. 포스트 에바가 가지는 코드를 넘어서 자기만의 색체가 있는 작품이니까요. 에반게리온이 주된 테마를 '소통'에 초점을 맞추어 놓았다면, 창궁의 파프너는 '생존'에 초점을 맞춥니다. 평온했던 섬의 일상이 단 한순간에 무너지면서 소년 소녀들이 알고 있던 현실은 완전히 무너집니다. 평온해보이던 타츠미야 섬은 사실 대 페스튬 요격 요새였고, 믿었던(?) 친구는 자신의 친구보다 파프너가 더 중요하다고 이야기하고, 자신들은 알고 보니 인공 자궁에서 만들어져서 길러지는 새로운 인류였으며, 타츠미야 섬은 전세계를 등진 존재라는 것, 자신이 알고 있던 세계는 이미 멸망한 것 등등 주인공들에게 있어 일상은 순식간에 비일상으로 바뀌게 됩니다. 

 이렇게 창궁의 파프너는 살아남기 위해서 전세계를 등지고, 아이들에게 파프너를 타고 싸움을 강요할 수 밖에 없는 부조리한 상황에서 시작합니다. 그리고 싸움에 내몰린 아이들은 돌아갈 수 없는 과거를 추억하면서 앞으로 나갈 수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앞으로 나가면 나갈수록 점점 예전의 자신들에게서 멀어지게 됩니다. 또한 싸움에서 이기고 살아남는 것, 그것이 언제나 살아남는 사람에게 있어서 행복이 될 수 없다는 것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러한 과정을 애니는 적절하게 서술하고 있으며, 이야기 구조를 뒷받침하기 위해서 음악이나 컷들을 적절하게 배치하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보통 상황에서는 대단히 찌질해 보일수도 있는 주인공들의 행동이 마음에 와닿습니다.

- 일단 페스튬이라는 적도 흥미로운 적이기는 합니다만, 현재까지 제가 감상한 분량(~14화 까지)에서는 별다른 특별한 정보가 공개되지 않아서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겠습니다. 여태까지 제가 쭉 보아온 애니의 적들과 다르게 '당신은 거기 있습니까?'라는 존재론적인 질문을 던지고 다니더군요. 다만 문제는 멘트가 그거 하나 밖에 없어서, 나중에는 듣는 사람이 지겨울 정도입니다(.....) 그래도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창궁의 파프너는 많은 부분에 있어서 북구 신화를 차용하고 있습니다. 브륜힐데 시스템, 발키리의 바위굴, 그리고 파프너 뒤의 넘버링이 독어인 점은 창궁의 파프너가 독일 및 북구 신화에서 모티브를 차용하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게 합니다. 신세기 에반게리온이 성경 및 기독교적인 부분에서 모티브를 따왔고, 라제폰은 이집트 신화에서 모티브를 따온 점을 생각하면 나중에 '신화라는 텍스트로 본 포스트 에바'라는 분석도 가능하겠군요.

-이 애니 감상에 있어서 유일하게 거슬리는 부분은 바로 케릭터 디자인과 작화입니다. 건담 시드, 시드 데스티니의 히라이 히사시, 이걸로 게임 셋입니다(......) 이 사람의 특징은 케릭터가 3종류 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해어 스타일만 바꾼 키라 클론, 여자, 그리고 보통 사람(.......) 사람이 그림을 그리면 좀 개성있게 그릴 것이지, 생겨먹은 게 죄다 그놈이 그놈같고 저놈이 저놈같으니 문제입니다. 물론 최근작 히로익 에이지는 좀 나은거 같습니다만, 저는 지금 히로익 에이지를 보는게 아니라 창궁의 파프너를 보고 있는 것이거든요(......)

작화는 붕괴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좋다고도 할 수 없는 미묘한 경계에 있습니다. Xebec이 뭐 그렇게 작화력이 나쁜 건 아니지만, 창궁의 파프너는 객관적으로 좋다고도 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무너지기 직전의 아슬아슬한 선은 유지해주고 있으니 감지덕지 하고 보고 있는 중.

잘하면 罪惡業에서 다룰지도?
애니, 만화, 영화 이야기/리뷰

 

(안녕 소년! 난 간지 브래드라고 한다!)

에...'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를 오늘 친구와 함께 보고 왔습니다. 개인적인 소감으로는 참 복잡 미묘한 작품이더군요. 주된 내용은 80세의 모습으로 태어나서 점점 나이를 거꾸로 먹어가는 밴자민 버튼이라는 사람의 이야기입니다. 이러한 밴자민 버튼의 일생 을 그려내면서 삶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이 영화의 내용이죠.

사실, 영화 티저가 처음 공개되었을 때, 저는 여러 가지 의미로 많은 기대를 했었습니다. 일단 세븐, 조디악 감독인 데이빗 핀처의 신작이기도 했고, 무엇보다도 나이를 거꾸로 먹는다는 그 상황 자체가 마음에 들었기 때문입니다. 역으로 나이를 먹어간다는 것 자체가 일종의 인생에 대한 깊은 우화가 될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아쉽게도 영화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에서는 그러한 상황 자체가 제가 기대한 것과 반대로 다가오더군요.

벤자민 버튼은 80세의 모습으로 태어났지만, 그의 정신은 평범한 사람의 정신과 똑같습니다. 나이를 역으로 먹는다는 상황을 제외 한다면요. 즉, 일반적인 사람이 나이를 먹어가는 것은 벤자민 버튼이 젊어지는 것과 같다는 겁니다. 여기서부터 영화는 그 상황에서 오는 메리트를 잃어버리고 평범한 인생 역정극이 됩니다. 비유를 하자면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영화 메멘토가 사실 정방향으로 필름을 찍은 것을 역순으로 배열해서 특이한 효과를 도출해놓은 사실을 알고, 이를 머릿속에서 다시 재편집을 해서 정방향으로 놓았을 때 슬픈 블랙 코미디 영화가 되어버리는 것 처럼요. 뭐, 이 영화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가 코미디 영화라는 것은 아닙니다만, 그의 상황이 가지는 특징은 그의 인생이 의외로 평범하게 진행(?)된다는 점에서 많은 부분 빛을 바랩니다.

물론 벤자민 버튼이 그가 가지는 특수한 상황에서 교훈을 얻지 못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의 나이를 거꾸로 먹는다는 특수한 상황은 그에게 인생을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에 대한 교훈을 가르쳐줍니다. 하지만 의외로 벤자민 버튼이 그의 특징으로 인해서 바깥 세상과 갈등하는 부분은 적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가 주변 사람들을 잘 둔 탓도 있지만, 그의 인생에 있어서 큰 사건이나 고난은 거의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의 특수한 상황을 제외하면 대단히 축복받은 인생이라고도 할 수 있지요.

그렇다고 벤자민 버튼의 인생이 그의 특수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행복하다고만 할 수 없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늙어지는데, 자기 혼자만 젊어지는 것은 축복이 아닙니다. 그러나 문제는 그 젊어지는 대상이 브래드 피트라는 점입니다. 사실, 이 영화에서 브래드 피트는 연기를 잘 합니다. 인생 경험이 많은 눈빛을 보여준다던가 등은 좋았는데, 이 사람이 뭘 하면 등 뒤에서 후광이 비치는 거 같은 느낌이 들어서 문제입니다(......) 20대를 넘어서면서(겉 나이로는 50~60), 이 사람이 옷을 입고 다니는게 완전히 어디 광고에 나올법한 이미지와 포스를 풍기면서 나오기 시작하면 '아 이거 좀 아닌데?' 싶더군요. 즉, 브레드 피트의 연기 보다는 그가 풍기는 오라가 작품에 안 어울린다는 느낌입니다. 그러니까 밴자민 버튼이 '나이를 거꾸로 먹어가는 특수한 상황에 처한 밴자민 버튼'이 아니라 '나이를 거꾸로 먹어가는 광고 선전에 나올 법한 브레드 피트'로 보여진다는 거죠(안젤리나 졸리는 '체인즐링'에서 자기 이미지를 죽이는데 성공했는데, 반성해라 브레드 피트!)

영화 내의 화면 구성이나 이미지 등은 적절합니다. 담담하고 차분하며 현실적인 분위기죠. 다만 문제는 너무 현실적이기 때문에 그의 독특한 상황을 제대로 살려내지 못합니다. 상황도 상황인데, 좀 초현실적인 이미지나 분위기로 나가도 솔직히 좀 상관없지 않았나 싶을 정도니까요. 동화적인 부분과 현실적인 부분, 그 양쪽 경계에서 이것도 저것도 아닌 묘한 위치에 서있기 때문에 이 영화는 참 보는 사람도 복잡 미묘한 느낌을 들게 만들더군요. 인생에 대한 이미지나 동화적인 느낌을 잔뜩 집어넣고 벤자민 버튼의 특수한 상황을 잘 살려서 동화적인 작품을 만든 것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그러한 특수한 상황이 고난과 역경이 되어서 이를 넘어서는 과정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저 비교적 축복받은 인생을 살다간 사람의 이야기를 그려내고 있으니, 이 둘 중 하나를 기대하고 본 사람으로써는 미묘할 수 밖에 없었으니까요.

그렇다고 영화가 완전히 망쳐졌다던가 이상한 작품이 된건 아닙니다. 영화는 '당신의 상황이 무엇이든 간에 당신의 삶을 살아라' 이렇게 말하고 싶은 것이었겠죠. 하지만 문제는 그러한 과정이 별다른 감흥이 없게 진행되었다는 점입니다. 사람에 따라서 호불호가 극심히 갈릴 영화라고 생각은 됩니다만, 일단 저는 썩 만족스럽지 않았습니다.




애니, 만화, 영화 이야기/기획 기사


스트레인져:무황인담은 2007년 본즈 오리지날의 극장판 애니메이션으로 일본 전국 시대의 사무라이 물입니다. 스토리는 간단합니다. 일본 전국시대, 명나라 황제가 불사의 약을 만들기 위해서 모월 모일에 태어난 아이의 피를 얻으려 하고, 모월 모일에 태어난 코타로를 죽여 그 피를 얻고자 합니다. 하지만 코타로가 고향인 일본으로 도망가게 되자, 명나라 황제는 코타로를 잡기 위해서 추격대를 파견합니다. 한편 코타로는 나나시(名無し, 이름 없는 사람)를 만나고 그를 보디 가드로 고용하고, 자신을 시라토의 만각사로 데려가달라고 이야기합니다.

스트레인져:무황인담은 전형적인 장르물의 공식을 따릅니다. 아무런 죄없이 쫒기는 어린아이, 그와 관련된 음모, 서로 다른 이해를 가지고 뭉친 사람들, 그리고 능력은 좋지만 과거를 알 수 없는 수수깨끼의 보디가드 등 서부 영화나 기타 대중 문화를 표방하는 작품에서 많이 보이는 클리셰들입니다. 언뜻 보기에는 대단히 뻔한 스토리 구조와 이야기를 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스트레인져:무황인담은 여기에 ‘욕망’이라는 코드를 삽입하게 되면서 일반적인 장르 영화들과 다른 특징을 가지기 시작합니다.

스트레인져는 애니의 처음부터 끝까지 인물의 행동의 동기의 기반에 ‘욕망’이라는 코드가 삽입되어 있습니다. 물론 작품에서 인물들이 행동의 동기로서 많은 부분 욕망이라는 요소가 중요하게 나오기도 하지만, 스트레인져에서는 이러한 욕망이라는 물질적이며 사람을 파멸시키는 위험한 것으로 비추어집니다. 이는 애니의 배경인 전국 시대 때문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전국시대에는 전국 통일 혹은 자신의 부와 명예를 위해서 자신의 주군이나 동료들을 죽이고 배신하고 신의를 저버리는 등의 행위가 일상적으로 일어났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스트레인져는 이러한 배경의 성격을 전면에 부각합니다. 애니의 처음서부터 끝까지 케릭터들은 자신의 욕망을 채우기 위해서 사람을 죽이고, 배신합니다. 애니의 처음 라로우 일행에게 덤비는 산도적들, 자신의 목숨을 위해서 어린아이의 생피를 마시려는 명의 황제, 자기도 거기에 어떻게든 껴보려는 명의 추격대 대장, 명의 속셈을 알아체고 더 많은 황금을 요구하려는 성주, 언젠가 명령 받는 자리가 아니라 명령하는 자리에 올라 천하를 통일하려는 야심을 가진 장수 등등...이와 같이 전국 시대는 욕망과 욕망의 물고 물리는 아수라장입니다.

또한, 그러한 욕망들은 다 부질없고 헛된 것들입니다. 대표적으로 황제가 추구했던 불사라던가, 성주나 장수가 추구했던 전국통일이나 부귀영화 등은 하나같이 말도 안되게 허황되거나, 일시적인 것입니다. 이는 황제가 코타로의 피를 얻기 위해서 정확한 시간에 피를 뽑아서 그 피를 마셔야만 불사를 얻는다는 것에서 가장 극명하게 드러납니다.

이러한 시대적 상황에서 두 주인공은 '이방인'입니다. 라로우는 서역인, 나나시는 남만인이죠. 이렇게 둘은 욕망으로 인해서 엉망진창인 세상에서 소외당한 사람들입니다. 하지만 그 세상으로부터 소외당하기는 했어도, 그 자신의 순수를 지키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일단 나나시 같은 경우, 원래 남만인이었지만 자신을 키워주었던 주군에 의해서 훌륭한 무장으로 거듭납니다. 하지만 후에 쿠데타가 일어나게 되자, 자신의 손으로 주군을 베어버리게 되죠. 그러한 아픈 기억을 가지고 있는 그는 세상에서 떨어져서 스스로 주류사회의 이름을 버리고 이름없는 자(名無し)를 자청한 것입니다(거기에 검을 봉하기까지) 그러다가 코타로를 만나게 되고, 거기서 자신이 예전에 했던 과오를 뉘우치고자 합니다. 이는 나나시가 비록 과오를 저지르기는 했지만, 다른 사람들과 다르게 순수하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라로우 같은 경우는....나나시와 많이 다릅니다. 그는 애시당초부터 나나시 같이 착하지 않으니까요. 그는 한 마리 야수입니다. 자신보다 강한 존재를 찾아다니는 야수. 하지만 아편류의 약을 복용해서 통증을 없애고 힘을 비약적으로 증진시키는 다른 추격대원들과 달리 그는 순수하게 육체적인 힘과 무술을 추구합니다(나나시가 약을 거부하자 '좋아, 매우 좋아'라고 한 부분) 또한 황제가 불로불사를 추구하는 것이나, 주류사회의 욕망이나 문제를 대단히 하찮은 것으로 여깁니다. 이건 그 나름대로의 '순수'의 개념입니다. 순수한 강함이야말로 라로우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명제이며, 그 외의 세속적인 문제는 중요하지 않죠.

애니가 막바지로 다다를수록 각자의 욕망에 이끌린 등장인물들은 모두 다들 파국으로 치닫게 됩니다. 애니에 나온 거의 모든 등장인물들이 죽고, 피를 뽑기 위한 재단은 다 부숴지게 되죠. 그러한 아수라장 위에서 나나시와 라로우, 코타로만 남게 됩니다. 그리고 이 애니의 클라이막스인 나나시와 라로우의 대결장면이 나오게 됩니다. 나나시와 라로우, 이 둘 모두 이 세상에 있어 순수한 자들이었고 힘 또한 호각이었지만, 나나시가 코타로에게 배푼 선업이라는 작은 차이로 대결은 나나시의 승리로 끝나게 됩니다.

이와 같이 스트레인져:무황인담 은 기존의 장르영화의 코드에 '욕망'이라는 단어를 삽입함으로써 나름대로의 독특한 작품성을 가진 작품으로 탄생했습니다. 물론 애니는 기본적으로 화려한 액션을 보여주기도 하지만요. 이와 같이 재미와 내용, 두가지 측면을 다 충족시키는 재밌는 극장판 애니메이션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덧.작년 SICAF에 온 감독의 코멘트에 따르면 나나시는 죽는다고 합니다.
덧2.동생놈이 가서 감독 사인을 받았더군요. 근데 거기서
스트레인져 초회 한정 블루레이 디스크 박스에 사인 받아가는
인간도 있었다고 합니다 흠좀무...

다음은 망념의 잠드...

게임 이야기/게임 리뷰
*저번에 [잊혀진 게임을 찾아서라]는 긴 이름을 썼었는데, 그냥 짧게 칼럼이라고 하겠습니다.

문명류의 4X 게임류 중 우주 테마인 작품이 꽤 많기는 합니다. 생각보다 우주 테마로 만든 문명류 게임이 많거든요. 그중 가장 잘만들어진 작품을 꼽으라고 한다면, 당연 StarDock의 Galactic Civiazation 시리즈를 꼽을 수 있습니다. 메타 크리틱, 게임 랭킹스 등의 게임 평균을 내는 곳에서 평균 90점 이상을 받을 정도로(Galactic Civilazation 2:Twilight of Arnor와 Dark Avata 기준) 평단의 호평을 받고 있습니다. 또한 기존의 우주 문명류를 좋아하는 고전 팬들도 과거 작품의 훌륭한 계승작이라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Galactic Civilization2의 기본 골격과 개념은 문명 시리즈를 이어 받았습니다. 전반적인 맵구성, 내정 관리창, 외교 교섭창 등은 문명 3편과 거의 똑같고, 행성 개발이나 운영도 문명 시리즈에게서 많은 부분 영향을 받았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기존의 문명 시리즈를 즐기던 사람들은 쉽게 적응할 수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GalCiv2는 문명 시리즈의 괜찮은 인터페이스를 이어받아서, 게이머가 전반적으로 게임이 어떻게 진행되는지를 한눈에 알 수 있게 만들어졌습니다. 저번에 악평을 잔뜩 써놓은 마스터 오브 오리온즈 3편과 다르게요.

거기에 Galciv2는 문명과의 차별성을 독특한 시스템을 통해서 구축합니다. 문명에 있어서 선악 개념을 도입하고, 우주연방 및 고유한 우주선 커스터마이징, 우주 기지, 행성 파괴 시스템 등 SF 매니아라면 한번씩 '있었으면 좋겠는데...'하는 요소를 대부분 집어넣었습니다. 결과적으로 SF를 좋아하는 사람이나, 우주 전략을 좋아하는 게이머라면 충분히 만족할 수 있는 부분이 많습니다. 그러면서 전반적으로 다른 시스템들과 어울리게 구성이 되어있기 때문에, 완성도는 훌륭합니다.

그리고, GalCiv2는 여태까지 나온 문명류 전략 게임 중에서 커스터마이징 할 수있는 부분이 가장 많습니다. 자기만의 전함을 만들어낼 수 있는 점이라던가, 자기만의 문명 테크트리를 만들 수 있는 점, 맵은 물론 시나리오까지 만들 수 있는 점들은 다른 문명류의 게임과 차별성을 둡니다. 거기에 다양한 게임 모드를 지원하기 때문에 다양한 게임 패턴을 즐길 수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Galciv2의 단점은 바로 AI가 떨어진다는 점. 게이머의 입장에서 '이건 좀 AI가 이런 식으로 행동해주어야 하는데'라는 부분에서 AI가 바보짓을 일삼는 바람에 게임이 더 어려워지거나 쉬워져버리는 말그대로 난이도가 들쭉날쭉 해지게 됩니다. 물론 난이도 조절 창에서 난이도를 조절할 수 있지만, 그것은 AI에게 얼마나 인센티브/디센티브를 주는가를 결정하는 정도입니다. 물론 확장팩이 거듭나오면서 점점 좋아지고는 있지만, 게이머를 만족 시키는 모자른 감이 없지 않아 있죠.

결과적으로 GalCiv2는 좋은 작품입니다. 문명 시리즈를 즐겨한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군요.



다음엔 뭘할까나 음냐~
애니, 만화, 영화 이야기/애니에 대한 잡생각



-슈로대Z만 아니었다면 관심도 없었을 작품입니다. 교향시편 에우레카 7의 메카닉 디자이너가 메카닉 디자인을 맡아서 조금 관심이 있기는 있었지만, 워낙이 평이 뭣 같아서 그냥 넘기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번에 슈로대 K 참전작들을 복습하고 있는 와중에 한번 보기로 결심했습니다. 저와 안맞을 걸 예상하고 이를 감수하면서 볼 거라고 결심한 보고 있는 작품이기는 한데, 직접보니까 할말을 잃게 만드는군요(......)

-일단 취향에 맞고 안맞고를 떠나서, 오르가즘 합체장면은 사람을 벙찌게 만듭니다. 아쿠에리온은 벡터 솔-벡터 마스-벡터 루나 이렇게 세개의 기체가 합체를 해서 3가지 바리에이션을 만들어냅니다. 겟타 로보를 생각하면 됩니다. 하지만 그거하고 관계 없이 아쿠에리온의 합체 장면은 보는 사람을 질리게 만듭니다. 솔직히 저도 로봇 합체장면은 여태까지 여러가지 바리에이션을 보아왔지만, 장면 그 자체로 사람을 질리게 만드는 건 이게 처음입니다. 그것은 바로.....





사람이 느낀다는 것.그것도 성적인 의미로(......)

아앙~


 아니, 로봇이 합체하는데 왜 사람이 느끼는 겁니까? 왜? 일단은 절반 이상까지(14화까지) 밖에 안보았으니까 이에 대한 정확한 설명은 나오지 않습니다. 하지만, 제 느낌으로는 앞으로도 별 설명은 없을거 같네요. 사실 별 설명이 있던 없던 별 차이는 없으리라 생각이 듭니다;; 혹자는 이 애니의 주제가 '합체에서 느끼는 쎼..쎾ㅆ의 쾌감'라고 하는데(.......), 물론 다른 작품이었다면 그냥 농담으로 받아들였을 것입니다. 하지만 문제는 이 작품은 주제 의식으로 '쎼....쎾ㅆ!'라고 해도 별로 놀랍지 않다는 것이죠(.....)

-일단 합체 장면을 제외하더라도, 내용도 상당히 떨어집니다. 일단 다른 작품과의 차별성을 별로 못 느낍니다. 인류를 지키는 소년 소녀들, 이들을 교육하기 위한 학교, 거대한 로봇, 기괴한 인류의 적들....이런 설정은 골백번도 써먹은 소재입니다. 물론 소재가 진부하다고 해서 애니의 재미가 떨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얼마나 그 진부한 소재를 결합시켜서 멋진 작품으로 승화시키느냐가 중요한 것이죠.

 그런면에서 아쿠에리온은 빵점을 받아야 합니다. 진부한 설정을 끌어오는 것도 모자라서 진부하고 생뚱맞기 짝이 없는 전개에, 사람을 짜증나게 만드는 케릭터들로 애니가 가득 차있으니까요. 매화 매화 총사령관은 특훈이다 뭐다 하면서 엘리멘트들(아쿠에리온 조종사)에게 상식으로 이해가 안 되는 훈련을 시킵니다. 뭐 매화 마지막에 주인공들은 그 훈련이 성공적이고 교훈적이라는 것을 알게 되지만, 그 과정이 대단히 작위적이고 쓸모가 없습니다. 주인공들이 특훈의 의미를 머릿속에 새겨넣었을때 쯤이면 이미 신화수들은 목적을 달성하고 튀어버리니까요(......)

 그리고 애니에 나오는 케릭터들은 하나 같이 마음에 안 듭니다. 그냥 머릿속에 아무것도 안든 열혈 바보 주인공, 별로 멋지지도 않은 미학을 관철하는 나르시스트인 주인공 라이벌, 골수 브라콘인 히로인, 자기는 맨날 불행하다고 찌질거리는 여인네 1, 그런 찌질한 선배를 사랑하는 여인네 2, 덕후 등등... 어디서 짜증나는 케릭터들만 죄다 뽑아서 데려온듯한 느낌입니다. 케릭터에 감정이입도 안되고, 이해도 안됩니다.

-설정이나 분위기 작화는 그럭저럭 괜찮습니다. 다만 제가 위에서 제기한 문제가 대단히 거슬리기 때문에 좋은 작품이라 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이 병맛이 상당하기 때문에 보고 있습니다. 사실, 더 좋은 작품들도 있지만, 가끔가다가 병맛나는 작품도 봐야지 좋은 작품이 어떤 작품인지를 알 수 있으니까요. 그리고 저번에 친구에게서 들었던데로 주제가 '쎾ㅆ!'인지도 한번 확인을 해보고 싶으니까요(.......)


덧.어제 술마시고 완전히 맛이 가버렸습니다 OTL
오늘 하루종일 끙끙거리면서 몸조리 했구요;

덧.슬슬 리뷰나 칼럼을 쓰는 감각이 돌아오고 있습니다.
다음주 내 중으로 罪惡業 칼럼과 리뷰를 재개하도록 하겠습니다.

게임 이야기/게임 리뷰

(이 화면을 다시 보게 될줄이야) 

 DOS 시절에서부터 우주 관련 전략 시뮬레이션을 좋아하신 분들이라면, 분명 Master Of Orions 시리즈나 어센던시, 스타 컨트롤, 알파 센타우리 등을 기억하실겁니다. 저는 그 중에서 마스터 오브 오리온즈 2와 어센던시를 가장 재밌게 했었습니다. 특히 마스터 오브 오리온즈 2는 대단히 독특한 작품이었는데, 각 종족들의 특징들이 대단히 인상적인 작품이었죠. 보통 인간에서부터 공룡족, 광물에 붙어서 자라나는 종족까지 독특한 종족이 많았었죠. 그리고 자유로운 기함 커스터마이징과 그 당시 나름대로 화려했던 그래픽과 사운드 등은 정말 대단했었습니다.

 그렇습니다. 마스터 오브 오리온즈 2는 그 당시 게이머들에게는 일종의 추억과도 같은 명작이었습니다. 그런 게임이 후속편이 나온다면, 당연히 기대하기 마련입니다. 처음 미국에서 발매가 되었을때 게임 평이 완전히 떡이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끝까지 '마스터 오브 오리온즈 2의 후속작이잖아. 그래도 평작 이상은 하겠지.'라면서 참았고, 한국에 정식으로 마스터 오브 오리온즈 3가 나올때까지 기다렸습니다. 한국에는 메뉴얼 없이 주얼로만 나오더군요. 그래서 메뉴얼은 무시하고, 저는 즐거운 마음으로 게임을 플레이 했고, 그리고.....



욕설이 절로 튀어나오더군요.


이 게임이 가지고 있는 문제점은 한도 끝도 없이 많습니다만, 가장 큰 문제점을 꼽으라면 그것은


게임에 문자가 너무 많습니다.


간략하게 이야기 해서, 게임에서 도표까지 포함, 그림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 전체 항성 지도, 항성, 함선. 이렇게 3개 밖에 없습니다. 더 심각한 건, 보통 게임과 다른 개념을 도입하는데 그러한 개념을 모조리 다 문자로 표시하기 때문에 게임의 대부분을 글만 읽다가 보내게 됩니다. 한번 스샷을 보면서 설명하도록 하죠.




위 스샷을 봅시다. 이런 문명류의 게임에서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연구 부분인데...지금 보시고 있는 부분이 바로 전체 연구 스킬 트리입니다. 저는 이게 기술 테크 트리라는 걸 깨닫는데 첫게임 하면서 1시간 이상 걸렸습니다. 뭐, 그거까지는 좋은데, 왜 스킬 트리하고 연구부분하고 연계가 안되는 겁니까? 그건 둘째 치더라도 왜 내가 다음 연구를 선택할 수 없는 거죠? 게다가 왜 연구가 진행되기 전까지 다음 연구가 무엇인지를 알 수 없는거죠? 사실, 제 추측으로는 게이머는 연구의 방향성을 설정하고 조장할 수 있지만(각부분의 예산을 결정할 수는 있지만), 어떤 것을 연구하는가를 직접적으로 선택할 수 없는 것이다...라고 보고 있습니다.

이런식의 이상한 조합들이 엄청나게 많습니다. 내가 행성을 운영해서 돈을 벌고 있는지, 잃고 있는지를 기나긴 수식으로 보여주는가 하면, 함대 생성 방식도 이상하고(함대를 자기 마음대로 생성 불가능, 오로지 기준에 맞추어서 생성해야함), 외교는 더더욱이 이해가 안되며, 행성 자동화 관리 시스템은 도대체 왜 붙어있는지 모르겠는 등등....

사실, 여러가지로 독특한 시스템을 차용하고 있습니다. 리더 시스템이라던가, 연구에 있어서 방향성 설정으로 기본 인프라나 예산 분배를 적절히 해야 하며, 국민을 억압할 것인지 아닌지를 결정하는 정부 관리 시스템, 편지 송수신 시스템으로 이루어진 외교 시스템 등 파고 든다면 괜찮은 부분도 많습니다. 근데, 문제는 그 좋은 부분을 다 파악하고 자유자재로 써먹는데 까지는 적어도 엄청난 시간을 투자해야 합니다.

즉, MOO3는 여러가지 실험을 많이 했고, 뭔가 나름대로의 게임성을 가지고 있지만 문제는 유저 인터페이스가 엉망이라서 완전히 실패한 케이스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드 오타쿠로 분류되는 영미권 게이머들의 대부분이 '이게임은 도저히 알아먹을 수 없다'라고 포기한 게임입니다. 유저 인터페이스가 어떻게 보면 도스 시절 게임보다도 못하다고 볼 수 있으니까요. '옛날 게임이기 때문에 게임이 어렵고 불편할 수 있다'라는 변명은 여기에 통하지 않는게, 이 게임은 2003년작이고 이런 문명류 걸작인 문명 3편이 2001년에 나왔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MOO3는 온갖 게이머들과 평단으로부터 외면을 받았습니다. 평단 평점 62, 유저 평균 평점 40점대(!)라는 재기 불능의 점수를 받게 됩니다. 그 후, 마스터 오브 오리온즈 2와 도스 시절 우주 전략 시뮬레이션의 계보를 이어가는 게임은 Galactic Civilazation 시리즈로 넘어가게 됩니다.

2부는 겔럭틱 시빌라제이션 2 시리즈입니다.   
애니, 만화, 영화 이야기/리뷰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신작인 체인질링을 보고 왔습니다. 처음에는 별로 기대를 하지 않았습니다만, 어느 블로그에서 '밀양의 대척점에 있는 영화'라고 해서 관심이 생겼습니다. 솔직히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의 영화는 어렸을 때 본 용서받지 못할 자(The Unforgiven)의 몇몇 인상적인 장면들을 제외하고는 본적이 없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뭐, 같이 간 가족들은 또다른 클린트 이스트우드 스타일의 영화라고 평을 합니다만, 저는 그 차분한 분위기가 좋더군요.

영화는 실종되었던 자신의 아이가 실종된지 몇달만에 다른 아이로 바뀌어져 돌아온 싱글맘 크리스틴의 이야기입니다. 당연히 영화는 주인공인 크리스틴이 자기 자식을 되찾기 위해서 고군분투하는 내용을 다루고 있는데, 여타 영화들과는 달리 이 과정이 대단히 담담하게 표현됩니다. 크리스티는 대단히 극한의 상황ㅡ경찰은 그녀, 경찰에게 대들었다고 정신병원도 가고, 실종된 아들은 사실 연쇄살인범이 납치해서 죽이기 까지ㅡ에서의 감정은 담담하면서 마음에 와닿습니다. 어떤 의미에서 이 영화는 '어머니 VS 온 세상'의 대립구도를 보여주는데, 온 세상이 '그 놈이 니 아들이다 or 아들은 죽었다 받아들여라'라고 어머니에게 압박을 가하지만 끝까지 굴하지 않는 내용을 보여줍니다. 어찌보면 보는 사람의 입장에서 대단히 답답한(혹은 애처로운) 상황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인공의 심정을 신파적이지 않으면서도 훌륭하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이 영화에서 또다른 특징은 당연 섹시 스타 안젤리나 졸리의 연기 변신입니다. 솔직히 작년의 원티드(Wanted, 2008)를 생각하면 '이사람이 그사람인가?'라고 느껴질 정도로 다른 모습을 보여줍니다. 어떤 의미에서는 진정한 1930년대의 능력있는 싱글맘의 모습이더군요. 부모님은 영화속 크리스틴 '안젤리나 졸리 많이 늙었네'라고 하셨지만, 저는 '안젤리나 졸리가 배우로서의 관록이 붙었다'라고 이야기 하고 싶군요. 영화 내에서 드러나는 배우의 오라는 단순한 분장이나 특수효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배우의 경험과 몰입에서 우러나옵니다. 체인질링에서 안젤리나 졸리는 그러한 크리스틴의 분위기를 잘 살려내었습니다. 특히 정신병원에서 겨우 나오고 난 뒤 자신의 자식이 죽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반쯤 넉이 나간 모습을 단지 버스 차장에 앉아 멍하니 앉아 있는 부분은 압권이더군요.

하여간, 대단히 좋은 작품입니다. 2시간 20분이라는 긴 러닝타임에도 불구하고 영화가 지루하지 않으면서 자극적이지 않고, 드라마도 좋으니까요. 원래 처음 미국에 나왔을 때 꽤나 악평을 들었는데, 왜 그런 평이 나왔는지 좀 이해가 안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영화관에서 이런 잔잔한 드라마를 보는 것도 나름 나쁘지 않군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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