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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 만화, 영화 이야기/애니에 대한 잡생각

1월 애니 신작 라이드백(Ride Back)입니다. 이번 1월 신작 중에서 가장 기대하고 있었던 작품이었고, 그리고 감상 후에도 이번 1월 신작 중에서 가장 만족스럽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일단 원작은 IKKI에서 연재하고 있는 동명 만화가 원작으로 근미래 학생운동 활발하고, 라이드 백이라는 특이한 메카닉이 보급된 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여주인공은 발레를 하다가 부상으로 그만두었고, 그러던 와중에 우연히 라이드 백이라는 메카닉을 만나고 메카에 빠지게 되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어떤 의미에서는 메카+정치+발레(?)의 우아함을 믹스한 독특한 작품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라이드백 1화는 이러한 설정을 한화에 압축적으로 풀어내고 있습니다. GGP라는 레지스탕스(라지만, 쉬운말로는 테러 단체?)가 지배하는 근미래, 암울한 세계, 거기에 대항하는 사람들, 하지만 그러한 세계와는 관계 없이 발레 무대라는 자신의 세계에서 살아가는 린. 린은 위대한 발레리나였던 어머니를 동경하여 발레리나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공연 와중의 발목 부상으로 더이상 어머니를 뛰어넘는 발레리나가 될 수 없다는 사실에 좌절하고 발레를 그만두고 대학에 진학하게 되죠. 그러던 와중에 라이드 백이라는 메카를 만납니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이 린의 독백이나 서술 없이 일목요연하게 정리가 됩니다. 그리고 아이케치 전반 12분과 후반 12분에 따라서 날씨와 분위기를 대비시켜서 처음 린이 발목 부상을 당해서 발레를 그만 둘 때 '세계는 변한다'와 마지막 라이드백 페고와 함께 하늘로 날아오르며 '세계는 변한다'를 훌륭하게 대비시키고 있습니다. 1쿨이라는 한정적인 시간에 대단히 압축적으로 나가고는 있지만 전개 자체는 군더더기 없는 묘사가 저는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애니는 이러한 사건들이 마치 실제 사회에서 일어나는 것 같이 묘사하고 있고, 그러한 묘사 중에서 저 묘한 메카, 라이드 백이 나오는 것도 신선하다고 느꼈습니다.



그러면 이 애니의 주역 라이드백(Ride Back)을 살펴보도록 합시다. 라이드백은 승용각식(脚式) 자동 2륜 차량을 일컫는 말로, 오토바이의 형태에서 이족보행(?)의 형태로 변신하는 메카닉입니다. 이족 보행형태에서 사람이 마치 다른 사람에게 업혀있는 듯한 모습을 취한다고 해서(Ride on Back) 라이드백(Ride Back)으로 불립니다. 사실 저는 메카닉 때문에 애니를 보다가 쇼크를 먹은 적은 없습니다만, 이번작 라이드백은 어떤 의미에서 '깬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것은 예전에 서핑보드 타는 메카닉(교향시편 에우레카 7)처럼 오토바이 형태로 주행을 하다가 2족 보행형태로 변형해서 보통의 차량이 갈 수 없는 곳이나 인간처럼 움직이는 등(지나간 장면으로 무기를 쏘는 장면이 있었지요)을 합니다.

 하지만 가장 재밌는 점은 이것이 전투나(물론 처음에는 전투용으로 만들어졌지만) 특수한 목적을 위해서 만들어진 것이 아닌, 차량이나 오토바이의 일종으로 굴러다닌다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저 세계에서는 저런 메카들이 그냥 아무 이상한 점이 없이 고속도로로 다닐 수 있다는 것이죠(1화에서 그런 말이 나옵니다.) 마치 마법사에게 소중한 것에서 마법사가 그냥 길에 채이는 돌과 같은 느낌으로 널려있었고, 라이드백에서도 아직 보급은 덜 되었지만 앞으로 길에 채이는 돌보다는 더 많은 모습으로 나오게 될 것이라 기대합니다. 그러면 참 분위기가 오묘하겠군요(.......)

하여간 이 애니는 제가 좋아할 만한 3요소가 모여있는데,

찌질하지 않은 여주인공(물론 아직은 모르지만 그런 느낌이 듭니다.)
독특한 메카(올해 저거 보다 더 이상한 형태의 메카가 나올까요?)
특이한 배경설정과 분위기(대학교 학생운동이 활발한 시절이라니, 좀 기발한 발상인듯)
+덤:여주인공이 생머리임(.......)

맥주 마시면서 보기에는 적당한 애니메이션인거 같습니다. 하여간 1월 신작중 가장 기대하고 열심히 볼 듯한 작품이군요.
애니, 만화, 영화 이야기/기획 기사
들어가기 앞서서

이 작품은 하도 오래전에 봐서 기억이 잘 안나는 것을 더듬거리면서 완성한 칼럼입니다. 은근히 시간이 많이 걸리더군요; 그렇기 때문에 이상한 부분이 있으면 댓글로 지적해주시면 감사드리겠습니다^^




罪惡業 3부: 위치헌터 로빈-그것의 이름은 원죄(原罪)

위치헌터 로빈은 2002년에 나온 선라이즈 제작 애니메이션입니다. 위치헌터 로빈은 선라이즈 작품 치고는 대단히 독특한 아우라를 드러내는 작품으로 평가받습니다. 심지어 혹자는 '앞에 선라이즈 로고만 없으면, 이걸 어떻게 선라이즈 작품으로 알 수 있겠느냐?'라고 하더군요. 정갈하고 깔끔한 그림체, 조용한 음악, 차분한 성우들의 연기, 도회적인 분위기 등 일본 애니에서는 보기 드문 분위기를 지향하는 작품입니다.

위치헌터 로빈의 구도는 일견 단순하게 보입니다. 정상과 비정상, 일반인과 초능력자, 쫒기는 사람과 쫒겨지는 사람 등 이분적인 구도를 취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주인공인 로빈은 엄밀하게 그 어느쪽에도 속할 수 없는 존재입니다. 그리고 애니는 그러한 로빈이 어떻게 그러한 상황에 대처하는지, 그 상황에 대처하는 과정을 통해서 독특한 심리 묘사를 하고 있습니다.

위치헌터 로빈의 핵심 키워드는 바로 '위치(Witch)'입니다. 위치헌터 로빈에서의 위치는 단어 그대로의 마녀(Witch)를 지목하는 게 아니라 초능력을 가진 사람들을 통칭하는 말입니다. 위치는 철저하게 유전적으로 그 능력을 이어받는데, 이는 자신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위치의 가계에 속한 사람이면 위치의 능력을 물려받게 되는 것입니다. 이는 태어날 때부터 지는 원죄(原罪)입니다. 더러운 피, 태어날 때 부터 순수하지 못한 인간, 인간의 탈을 쓴 괴물. 위치는 애니 내에서 그런 취급을 받습니다. 과거 조상이 위치였으면, 자신이 능력이 있던 없던 감시받게 되고, 의심받게 되는 것이죠.

이러한 위치를 사냥(Hunt)하는 집단이 바로 솔로몬입니다. 그들은 역사시대가 도래한 이후로 지속적으로 이러한 위치를 사냥해서 이 세상의 질서를 바로 잡은 존재들입니다. 하지만 솔로몬은 어떤 능력도 없는 나약한 인간들이고, 위치는 엄청난 초능력을 지닌 인간들입니다. 과학과 기술을 써서 밀어붙인다고 해도, 솔로몬이 많이 후달리는 것은 어쩔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이들이 위치에 대항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할까요? 그것은 똑같이 위치의 힘을 빌어서 위치를 사냥하는 것입니다. 위치의 가계를 이어받은 사람들을 어렸을 때부터 키워서 위치헌터로 키워내는 것입니다. 주인공 로빈처럼요.

사실, 이런 설정은 이제 거의 클리셰가 되다시피한 설정입니다. 인간이 비일상적인 적들과 싸우기 위해서 그들의 기술이나 능력을 쓰지만, 정작 이들 역시 적들과 비슷한 취급을 받고 정체성의 혼란이 오게 되는 내용 말입니다. 하지만 위치헌터 로빈은 철저하게 로빈이라는 캐릭터에 포커스를 맞추어서 세세한 감정묘사를 훌륭하게 해내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러한 클리셰적인 설정을 써도 '너무 흔한 이야기다'라는 평가를 받지 않는 것입니다.

이야기의 시작, 로빈은 솔로몬 일본 지부인 STN-J에 새로운 헌터로 도착하게 됩니다. 로빈이 STN-J에 온 것은 본부가 STN-J를 지원하기 위한 것도 있지만, STN-J에서 위치의 능력을 상쇄시키는 오르보에 대한 감시와 견제, 그리고 STN-J의 위치를 죽이지 않는 헌트 정책에 대한 견제 등의 목적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는 STN-J의 헌터들이나, 본부에서 온 로빈이나 서로에 대해서 썩 좋은 감정을 가질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이는 처음 만남에서 지부장에게 인사를 한 로빈이 '오르보는 기분이 나쁘니까 쓰지 않겠습니다'라고 하는 장면 등에서 암시적으로(하지만 매우 효과적으로) 드러내고 있습니다.

STN-J에 도착할 시점의 로빈은 대단히 완고해보이지만, 한편으로는 대단히 위태로와 보이는 상태입니다. 그것은 솔로몬 본부에서 철저하게 위치를 사냥하는 법에 대해서만 교육을 받고, '좋은 위치는 죽은 위치 뿐이다'등의 사고방식(물론 그런 말은 하지 않습니다;)으로 무장한 상태입니다. 게다가 본부와 다른 STN-J만의 마취탄으로 위치를 잠재워서 헌트하는 방식과 오르보의 사용에 대해서 대단히 부정적인 견해를 피력하구요. 하지만, 크래프트 사용자(Craft使い)라고는 하지만 본질적으로 그녀 역시 위치입니다. 결과적으로 이러한 위태로운 상황을 잘 드러내는 것이 바로 그녀의 능력 사용 방법인데, 애니 초반 그녀의 크래프트는...뭐랄까 대단히 ‘위태롭습니다’. 헌트 대상인 위치에게 불을 붙이려고 하는 것이 주변일대를 완전히 불바다로 만든다던가, 조준이 안되서 딴 데 불붙이기 일쑤이지 않나, 옆에 있는 사람을 대단히 위태롭게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로빈도 STN-J에서 아몬, 사카키, 카라스마 등의 동료들과 함께 생활을 하면서 많이 달라지게 됩니다. 처음 대단히 완고해 보였지만, 같이 생활하고 헌트를 하게 되면서 주변 사람들과 친분을 쌓게 됩니다. 이는 그녀가 점점 소녀적인 이미지가 드러나는 것을 통해서도 잘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원죄ㅡ자신이 위치라는 것ㅡ에 대해서 많은 부분 긍정적으로 변하게 됩니다. 이러한 계기가 되는 것이 아몬이 건내 준 안경ㅡ아마도 능력 사용에 있어서 초점이 안 맞는다고 본 것이겠죠?ㅡ인데, 안경을 통해서 그녀는 애니에서 처음으로 능력을 똑바로 컨트롤 할 수 있게 됩니다. 그 결과, 로빈은 이에 대해서 대단히 자신감을 가지게 되는데, 예를 들어 일상생활에서 능력을 쓰거나 자신을 도와준 사람이 사고를 당하자 이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문제를 해결하려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이는 로빈이 자신의 능력이나 임무에 상관없는 자기 자신의 자아를 확립하는 과정입니다. 그러나 그러한 로빈의 평화로운 시간도 STN-J의 산하 기관인 팩토리가 그녀를 헌트하려고 하는 과정에서 깨지게 됩니다.

물론 팩토리가 로빈을 헌트하려는 것은 본부가 그녀에게 내린 임무도 하나의 큰 요인으로 작용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그녀가 '위치'라는 것입니다. 아무리 그녀가 좋은 일을 하고, 사람과 소통하면서 사람 속에서 섞여지냄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위치'라는 주홍글씨는 지울수 없는 것이지요. 즉, 로빈은 지울 수 없는 원죄를 가지고 태어난 것입니다. 이로 인해서 로빈은 자기 정체성 혼란에 빠지게 됩니다. 본부를 위해서 위치를 사냥했지만 역으로 이제 자신이 솔로몬에 의해서 헌트당할 위험에 놓였다면, 나는 도대체 뭐란 말인가?

로빈은 STN-J에서 도망간 이후, 아몬의 친구인 나기라의 사무실에 몸을 숨깁니다. STN-J에 있으면 동료들과 자신이 위험에 빠지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펙토리가 STN-J 본부를 습격하고 난 뒤, 로빈을 헌트하기 위해서 본부에서 헌터들이 찾아옵니다. 그리고 로빈은 어쩔 수 없이 본부의 헌터들을 죽이게 됩니다. 또한 평범한 삶을 살아가는 '위치'들이 단지 선조 위치와 혈통이 이어졌다는 이유로 헌트당하는 광경도 목격하게 되죠. 이러한 과정에서 로빈은 극심한 정체성 혼란에 빠지게 되는데, 이는 로빈의 꿈ㅡ아몬이 로빈에게 총을 겨누면서, '위치는 헌트해야만 한다'라고 하고 로빈이 아몬을 불태우는 내용ㅡ을 통해서 드러납니다.

하지만 이러한 로빈의 고민은 점진적으로, 극적인 전개없이 해결됩니다. 그것은 그녀가 나기사의 사무소에서 다른 위치들을 만나고, 자신을 헌트하러 온 헌터들에게 저항하는 등의 일련의 사건을 통해서 이루어집니다. 그렇기 때문에 후에 다시 로빈과 재회한 아몬이 로빈에게 총을 겨누지만 쏘지 않은 것입니다. 그녀는 더 이상 자신이 헌터였다는 것, 그리고 위치라는 사실에 얽메이지 않은 독립적인 존재가 되었으니까요. 하지만, 다가오는 적들로부터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서(그냥 쉽게 이야기하면 벌려놓은 이야기는 마무리 짓기 위해서), STN-J의 동료들과 함께 펙토리를 습격합니다.

이러한 이야기 구조는 여러 작품에서 많이 보였거나 변용된 구조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러한 로빈의 정체성 혼란과 자아 찾기 과정이 대단히 식상하게 보일 수도 있다는 위험이 있지요. 하지만 애니는 철저하게 로빈의 심리 묘사에 초점을 맞추어서 일인극의 모습과 대사의 자제, 음악의 적절한 사용, 절제된 그림체 등을 통해 그러한 원죄에 대한 인물의 심리와 그 변화를 효과적으로 잘 다루어내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마지막, 다시 만나게 된 아몬과 로빈, 그리고 STN-J의 맴버들은 팩토리에서 오르보의 정체ㅡ살아있는 위치로부터 뽑아내는 물질ㅡ와 로빈의 출생의 비밀을 알게 됩니다. 로빈은 로빈의 아버지가 인공적으로 실험을 하기 위해서 자신의 어머니와 결혼해서 만든 위치이며, 그 능력은 다른 위치에 비해 대단히 월등하다구요. 그렇기 때문에, STN-J의 지부장은 로빈의 아버지의 기록과 로빈에 대해서 경계하는 것이구요. 이는 일반적인 애니에서는 후속작을 예고하는 대단한 떡밥이 될 수도 있지만, 여기서 로빈은 더 이상 자신의 능력이나 원죄에 얽메여 있지 않습니다. 오히려 로빈의 입장에서는 '아버지의 이야기라는 게, 고작 그런거였나' 라는 기분이었을 겁니다. 결국 로빈은 자신의 출생과 원죄의 굴레에서 벗어나게 됩니다. 홀가분해진 것이죠. 그렇기 때문에 로빈과 아몬은 잠적하게 됩니다.

위치헌터 로빈은 클리셰와 진부함으로 가득찬 작품이지만, 그러한 클리셰와 진부함을 분위기와 절제된 감정묘사, 연출로 커버하고 있는 좋은 작품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는 무라세 슈코의 다음작인 에르고 프록시를 본 것이죠.

...네, 다음 작품은 에르고 프록시입니다. 아마 반쯤은 욕설로 도배를 한 칼럼이 될 것이라 봅니다.

소설 및 책 이야기


한줄평: 말도 안돼, 1500페이지 읽었는데 이제 반 넘었어어어어어어어
1.에...결론부터 이야기 하자면 괜찮은 소설입니다. 누군가는 현대판 묵시룩 이라고도 이야기를 하는데, 저는 오히려 현대판 반지의 제왕(이러면 톨킨 팬들에게 맞아죽겠지?)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더군요. 다만 반지의 제왕과의 차이점은 반지의 제왕은 거대한 역사의 흐름, 위대한 이야기의 흐름에서 작은 개개인의 의무와 의무감, 운명이 뒤섞이면서 장대한 대하 소설을 만들어내고 있다면, 스텐드는 구체적인 인물들이 구체적인 상황에서 어떤식으로 대응하는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물론 둘은 절대적 선과 악의 대립 구도라는 공통점과 악이란 인간의 약한 마음을 뚫고 들어가는 것이다(반지의 제왕에서는 절대 권력자 사우론과 절대 반지가 그러한 악의 역활했고, 스텐드에서는 욕망의 도시 라스베가스와 다크멘 랜들 플랙이 그 역할을 맡았죠)라는 비슷한 악의 철학관을 공유하고 있기도 하지만요.

2.근데 스텐드는 소설적으로 한가지 큰 문제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이야기 진행이 대단히 더디다는 것인데요, 스티븐 킹은 미국이 멸망하는 과정을 근 800페이지 가량을 할애하고 있고, 모든 주인공이 나오는데 적어도 3권까지는 진행이 되야 하며, 모든 선역들이 마더 에비게일을 만나서 볼더 공동체에 모여서 배신자가 생길거 같은 분위기 까지는 4권 1400~1500페이지 정도 까지 가야합니다. 맙소사. 다른 소설이었으면, 500페이지 내에서 해결할 수 있는 이야기를 스티븐 킹은 적어도 1400~1500pg까지 이끈 것입니다.

하지만 어떤 의미에서는 스티븐 킹 소설답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일례로 1200~1400pg 정도 분량이었던 그것 또한 그 내용의 절반 이상을 케릭터의 형성과 케릭터가 구체적인 상황에서 어떤 행동을 하는가(거의 대부분 '그것'과 관련된 초자연적 공포 채험이지만)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스텐드도 같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데, 문제는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나오는 바람에(작가의 표현을 빌리자면, '세계가 멸망했는데, 소설속에서는 마치 켈커타 같이 인간들이 북적거리고 있었다') 이야기가 길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이죠.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야기가 늘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소설의 초반, 각각의 케릭터들이 꿈에 이끌려서 네브라스카의 마더 에비게일의 집으로 모이는 동시에 다크멘의 꿈에 쫒기는(이부분 묘사가 탁월하다고 저는 봅니다) 것은 이야기가 자칫 구심점을 잃고 흐트러질 수 있는 것을 막는 소설적인 장치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합니다.

3.흐으음. 사실 묘사가 대단히 많기 때문에 1400페이지 까지 가는데는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읽기 대단히 수월하달까, 문제 없이 읽고 있는 중입니다. 다만, 제가 예전에 스텐드의 미니시리즈 버전인 '미래의 묵시룩'의 마지막 화를 보았기 때문에 뒷내용이 어떻게 되는지를 알고 있습니다. 아아...뭐랄까 그거 때문에 읽는데 기운이 많이 빠지는군요. 좀더 힘을 내면 근시일내로 다 볼수 있을거 같습니다.


잡담/개인적인 이야기


우선순위 부터

1.스티븐 킹의 스탠드 중간 점검(3권까지 읽었는데, 1200pg 읽었어. 이제 절반인데 으헝헝헝) 
2.罪惡業 3부-위치헌터 로빈(오로지 에르고 프록시를 까기 위한 전제로서의 리뷰)
3.스티븐 킹의 셀 리뷰(대단히 독특한 스티븐 킹 소설. 스스로의 법칙을 무시했달까....)
4.罪惡業 4부-에르고 프록시(쿨타임됐다. 에르고 까자)
5.턴에이 건담 리뷰(좋은 의미 나쁜 의미 모두 축약해서 한마디로 '호모스러운' 건담)
6.스티븐 킹의 스텐드 리뷰(아...이때 즈음이면 다 읽었겠구나)
7.폴아웃 3 리뷰(이건 또 언제 써)
8.스티븐 킹의 듀마 키(아주 매를 벌어요 매를)
9.잊혀진 코어 게임을 찾아서 1부-트로이카 게임즈(그만 으아아아 그만 으아아아ㅏ아아아아아앙마닝회마회ㅇ뫼ㅏㅎ)
10.존 카펜터의 The Thing(....이정도 되면 포기하고 싶어지지만)
11.피터 잭슨의 데드 얼라이브(...잘못하면 기획 특집 피터 잭슨표 고어 영화 리뷰 트릴로지도 쓰게 생겼군)
12.하우스 오브 데드(이건 절대 쓰지 않을거야 이건 절대 쓰지 않을거야 이건 절대 쓰지 않을거야 이건 절대 쓰지 않을거야)
13.마크로스 2(...이것도 하드에서 지워야 하는데) 

에...봉사활동과 영어공부, 그리고 LEET를 같이 준비하는 열혈 로스쿨 지망생입니다만,
리뷰 블로거 본연의 자세는 계속 유지를 해야 되지 않겠습니까? 열심히 리뷰 써야할 것을 줄여나가지만,
오히려 늘어나가고 있는 현실입니다. 물론 그때 그때 즉흥적인 감상은 꾸준히 올라겠지만,
(예를 들어서 볼 계획인 나스 안달루시아의 여름, 신령사냥 고스트 하운드, 건담 X 등 이라던가?)
일단 저것들은 최우선 척결 대상이기 때문에....일단 방학 지나기 전까지는 모두 써보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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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 만화, 영화 이야기/기획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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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면서

 전 어둡고 진지하거나 혹은 매력적인 악역이 나오는 작품이 좋습니다. 이 기획 리뷰를 쓰게되는 계기도 거기있죠. 저는 애니나 영화를 볼 때 혹은 게임을 할 때 얼마나 설득력이나 매력있는 상대역, 악역이 나오는가, 주인공이 처한 상황이 주인공을 어떻게 짓누르고 그걸 어떤식으로 주인공들이 대처하는가 등을 보면서 여러가지 영감(?)을 얻는 타입입니다. 그래서 작품내에서 악이 무엇인지, 주인공들의 처한 상황, 즉 업과 죄가 무엇인지를 분석하는 것이 제 애니 감상작을 선별할 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입니다. 그래서 이에 입각해서 기획 리뷰를 한번 써보고자 하는 것이지요.

조금 오버해서 이번 칼럼을 쓰게 된 계기에 대해서 조금 거창하게(?) 이야기를 한번 해보도록 하죠. 지난 인류의 역사에서 인간은 수많은 노력을 통해 선과 신, 미덕이 무엇인지를 정의내리려 하였습니다. 물론 각자 나름대로의 철학과 신념체계 통해서 이를 정의내리려 했지만, 그 어느 것도 명답이라 할 수 없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는 역으로 악이라는 존재를 통해서 거꾸로 선이라는 것이 무엇인가를 한번 알아보는 것도 좋은 시도가 아닌가라고 생각했습니다. 즉, 구체적인 상황에서 악이라는 존재를 통해서 사람들이 이에 대해 대처하고 극복하는 모습이야 말로 하나의 '선'이 아닌가 하구요.(그래서인지, 저는 악이 최후에 승리하는 내용의 작품들이 싫습니다. 그건 그저 여태까지 선한 편이 승리하던 것을 입장역전만 시켜 놓은 단순한 형태의 구조라고 보기 때문입니다.)

뭐, 거창하게 시작하는 듯 하지만, 그냥 두번째 단락은 무시(......)하시고 가볍게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사실, 첫 시작이라고 하는데 세문단은 체워야 할 거 같아서 일부러 뻘소리 넣은 거에요;;


1.소울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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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 슈팅 게임 시리즈와 겹쳐 보일수도 있지만 상관 없다는 기분이 들어!)

 소울이터는 현재 원작 만화와 본즈가 만든 TVA, 그리고 DS와 Wii로 나온 게임까지 현재 다양한 파생상품들을 구사하고 있는 소년 만화입니다. 일단 DS와 Wii로 나온 게임에 대해서는 제가 안해보았으니까 여기서는 다루지 않도록하고, 만화와 애니를 중심적으로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소울이터는 기존의 소년 학원 능력자 배틀물 과는 다른 미묘한 갈등의 구도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선과 악, 내 편과 상대편 등의 구분의 틀이 매우 모호할 뿐만 아니라 상호 밀접성이 높다는 것입니다. 물론 다른 소년 만화에서도 그러한 경계의 모호성이 강하게 드러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서 블리치의 이치고 같은 경우는 사신과 호로의 경계에서 갈등하는 케이스라고 할 수 있지요. 하지만 소울이터와 같이 내 편과 상대편, 선과 악의 관계가 동전의 앞뒷면처럼 떨어질수 없는, 어느 한쪽이 없어지면 다른 한쪽도 존재할 수 없는 그런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선과 악의 구도는 좀처럼 찾아보기 힘듭니다.

기본적으로 소울이터는 '사신 VS 마녀, 늑대인간 등의 비정상적 괴물들'의 대립 구도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여기서 사신측의 사무전은 귀신이 될 수 있는 소지가 있는 영혼과 마녀의 영혼을 회수해서 사신의 무기 데스사이즈를 만듭니다. 그리고 데스사이즈는 세계 각지에 파견되서 마녀 등을 토벌하거나 견제하게 됩니다.

하지만, 한번 이러한 힘의 균형에 대해서 한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만약, 진짜 마녀와 그러한 비정상적 존재들이 이 세상에서 사라져야 할 절대적인 악이라면, 사신은 왜 그들을 친히 나서서 없애지 않을까요? 과거 귀신과 사신의 데스시티 공방전에서 보여 주었듯, 사신의 그러한 막강한 힘이라면 마녀들이나 그러한 '악'이라고 부를 수 있는 존재들을 쓸어버리는 것은 일도 아닐 것입니다. 하지만, 사신은 그렇게 행동하지 않습니다. 왜일까요? 그것은 바로 사신이 그들을 소거할 수 있는 능력이 없는 것이 아니라, 소거하면 안되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마녀, 괴물들로 대표되는 광기가 인간이 존재하는 한 제거 될 수 없는 동전의 뒷면과 같은 존재라는 것을 사신은 알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광기에 대한 태도는 애니 내의 여러군데에서 알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사무전 내에서의 슈타인의 존재(사실 그는 사신 쪽이라기 보다는 마녀쪽에 가깝죠), 광기와 관련된 물건을 보관하는 사신의 비밀 창고, 사신조차 제어 못했던 귀신의 존재, 그리고 귀신이 봉인된 곳이 바로 데스 시티의 지하라는 점 등이 이를 뒷받침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사신이 할 수 있는 것은 그러한 광기가 세상에 넘쳐나지 않도록 견제하고 관리하는 것, 이성과 광기 사이의 벨런스를 맞추는 것 뿐입니다. 이는 키드가 예전에 한번 언급한 적이 있었지요. 중요한 것은 광기와 이성, 그 사이의 벨런스라고.

그렇기 때문에, 사신은 그러한 사실을 숨기려 무던히 애를 쓰는것 같습니다. 그의 비밀창고도 그렇고, 데스 시티 아래에 귀신이 봉인 되었다는 점 등을 숨기려는 것은 일상과 평화 자체가 매우 아슬아슬한 줄 위에 서 있고, 그것이 무너지는 것은 한순간이라는 사실(실제로도 귀신이 풀려나는 것은 한순간이었죠)에 대해서 사람들이 알면 오히려 더 큰 혼란과 광기를 불러오는 것이 아니냐라는 것이 그의 판단인 것 같습니다. 결과적으로 이성과 질서를 대표하는 사신 측은 현상태 유지가 모든 행위의 최우선 목표라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그러한 상대방인 마녀측은 어떨까요? 마녀측은 일종의 광기의 대변자, 혹은 사신이라는 질서의 안티 테제로서 혼돈을 지향하는 괴물 같은 존재들이라고도 생각할 수 있습니다. 일단 아쉽게도 사신측이 우리편이고, 마녀측이 상대편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언급이나 해석할 만한 근거 자료는 매우 적습니다. 하지만 몇몇 장면을 통해서 본다면ㅡ예를 들어 에루카가 '우린 그저 사신의 눈을 피해서 장난이나 치면서 조용히 살고 싶을 뿐'이라던가ㅡ, 사실 마녀측도 상황은 비슷합니다. 굳이 광기로 대표되는 귀신을 깨운다던가, 아라크네 처럼 사신에게 정면으로 대항하던가 등의 극단적인 행동은 취하지 않죠. 결국은 마녀측도 '더이상 사신에게 방해 받지 않을 정도로만'의 선에서 현상태 유지가 최우선 목표인 듯 싶습니다.

양측은 이렇게 현상 유지, 혹은 현재 관계의 지속이 최대의 목표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역설적으로 소울이터에서 사신과 마녀의 갈등 관계는 일종의 정상적인 관계인 것이죠. 재밌는 점은 사신의 무기 데스 사이즈는 99개의 귀신의 알과 하나의 마녀의 영혼으로 만들어진 다는 것입니다. 이는 사신의 균형을 유지하는 힘 자체가 광기를 먹어치움으로서 존재한다는 다소 역설적인 관계입니다. 사무전은 데스사이즈를 만들기 위해서 귀신의 영혼을 모으고, 귀신의 알을 모으면서 이 세상에 늘어난 광기를 줄이고, 이러한 과정의 반복을 통해서 이성과 광기의 균형은 유지됩니다.

하지만, 모든 만화가 그러하듯이 스토리 진행을 위해서(......) 이러한 균형을 깨뜨릴 필요가 있습니다. 그 균형을 깨뜨리는 것은 바로 메두사와 아라크네 라는 마녀 자매인 것이지요. 일단 아라크네는 사신과 마녀 사이의 벨런스를 무시하고, 자신이 헤게모니아를 잡는 것을 원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마무기를 연구하고, 귀신 부활 후에는 수백년 동안 숨어있는 동안 만든 아라크네포비아라는 거대한 조직의 네트워크(Network)를 구축 그 그물(Net) 위에 군림하는 거미로 군림하는 것이지요. 후에 BREW나, 마도구의 연구 등도 사신과의 싸움에서 우위한 위치를 차지하려고 하는 아라크네의 전술인 것입니다.

하지만, 아라크네의 권력 지향적인 모습과 달리 메두사는 독특한 모습을 취하고 있습니다. 그녀에게는 목적이나 동기, 그런 것은 어떠한 의미가 없습니다. 오히려 그녀는 순수한 욕망, 욕구를 추구합니다. 애시당초부터 이 세상의 균형에는 관심이 없었고, 아라크네와 같은 권력을 요구하지도 않습니다. 하지만 '귀신의 부활을 보고 싶다', '자신의 연구의 성과를 보고 싶다'라는 순수한 욕망,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라면 어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바로 메두사입니다. 어떤 의미에서는 베트맨의 조커와 그 맥락이 맞닿아 있는 케릭터라고 할 수 있는데, 1)도저히 어디로 튈지 모르는 예측불가능성, 2)자신의 욕망을 위해서라면 치밀한 계획을 세운다는 점, 3)그리고 케릭터들을 타락시키는 악마적인 성격(베트맨에서는 조커가 고담의 검사 하비 덴트를 투페이스로 만들듯이, 소울이터에서는 메두사가 슈타인을 궁지로 몰아넣지요) 등은 조커와 비슷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부활한 귀신이나 강력한 조직을 지닌 아라크네보다도 더 무서운 존재가 바로 메두사인 것입니다.

어찌 본다면, 메두사-슈타인의 관계에서 팜므파탈, 즉 남자를 타락시키고 파괴하는 치명적인 매력을 지닌 악녀로 볼 수 있습니다. 물론 메두사의 모습이 많은 부분에서 전형적인 팜므파탈의 이미지를 보여주고는 있습니다만, 메두사의 이미지는 단순한 팜므파탈의 이미지와는 다르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일단, 마녀들은 각자를 대표하는 동물들을 하나씩 가지고 있고, 메두사와 같은 경우에는 그것은 뱀이었습니다. 뱀은 고대로부터, 지혜라는 미덕과 동시에 에덴 동산에서 인간을 유혹해서 타락시키는 존재라는 상징적 이미지가 있습니다. 이는 데스시티 공방전에서 죽었다가 다시 아이의 몸을 빌어서 부활한 후, 꼬마아이가 보는 TV에서 사과를 따는 사람 옆에 있는 뱀의 이미지로 나타나는 점 등에서 그러한 부분을 뒷받침 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메두사는 광기에 대한 유혹의 원형적인 형태라고 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메두사의 악역으로서의 존재감은 독특한 위치를 차지하게 됩니다.

그것은 바로 혼돈으로의 유혹, 최소한의 균형조차 무시하고 인물들을 광기로 이끄는 일종의 사도적인 존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어떻게 본다면, 소울이터라는 만화 내에서 가장 이단적이면서 강력한 존재가 아닌가 싶습니다. 그리고, 모든 인물들은 메두사라는 마녀의 존재로 인해서 문제와 갈등에 빠진다고 할 수 있는데, 가장 많은 유혹을 받고 있는 슈타인에서부터 흑혈의 마무기 크로나, 흑혈로 인해서 생긴 광기의 상징 도깨비와 사투를 벌이고 있는 소울과 마카 등을 비롯해서 소울이터의 거의 모든 인물들이 직간접적으로 메두사라는 존재로 인해서 골치를 썩힙니다. 이는 메두사라는 존재 자체가 균형을 무시하는 순수한 광기의 사도와 유혹을 의미하기 때문이지요. 어찌본다면 소울이터는 메두사라는 절대악에 의해서 인물들이 시험을 받는 그러한 구도를 취한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소울이터는 소년 능력자 학원 배틀물에 있어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것은 보통 만화에서 지향하는 액션이나 파괴의 미학이 아니라, 관계와 균형의 미학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악'이라는 측면에서는 조커의 먼 후계자정도 되는 메두사라는 존재가 애니와 만화 진행 내내 군림하고 있는 측면에서는 멋지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결국 소울이터에서의 악이라는 것은 벨런스를 붕괴시키는 혼돈으로의 유혹이고, 앞으로 주인공들이 이를 어떻게 극복하는가가 관건이 되겠습니다.



덧1.사실 원작 만화를 보았을 때, 이런 느낌을 많이 받지 못했는데, 본즈가 만든 애니를 보니까 '아, 이런식으로도 해석이 가능하구나'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사실 원작 만화도 만화이지만, 아직까지 본즈 오리지날의 스토리가 나오지 않은 시점에서 이정도로 원작의 내용을 끌어내는 본즈도 정말 대단하다는 느낌이군요.

애니, 만화, 영화 이야기/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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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긴 리뷰를 쓰려고 했지만, 솔직히 이런 작품에 이상한 주석 같은 리뷰를 달아보았자 작품을 망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일단 만화책으로 나온 원작도 상당한 걸작입니다. 기묘하지만 자극적이지 않고, 따스하면서 동시에 독특하다는 느낌의 작품이었죠. 사실 원작의 애니화가 이아기 되었을 때, 얼마나 많은 사람이 기대했을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원작 자체가 가지고 있는 동양화적인 분위기나 일반 만화와 다른 컨셉 등을 과연 기존 일본식의 애니에서 적용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 많은 우려가 있었으리라 봅니다.

 하지만, 애니판은 원작의 그러한 분위기를 잘 살려낸 애니입니다. 정확하게 표현을 하자면, 애니판은 기존의 일본 애니라기보다는 다른 형식의 애니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일본 애니메이션이 가지고 있는 극단성을 거의 배제하고, 케릭터라는 요소를 많이 배제하였으니까요. 그러나 어떤 의미에서 본다면 매우 '일본적'입니다. 사실, 충사라는 작품의 구성 형식인 벌래(蟲)에 관련된 옴니버스식의 단편 구조는 일본의 전래 문학중 하나인 모노가타리(사물에 얽힌 이야기를 정리한 일종의 전승문학)라고 볼 수 있고, 어떻게 본다면 벌레라는 존재 자체가 기괴함과 기묘함에 대한 일본문화의 하나의 발로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 일본 전통 문화의 요소를 많이 가지고 있는 충사는 놀랍게도 우리가 여태까지 접했던 일본 애니와는 다르게 다가옵니다. 뭐, 원작이 가지고 있는 특성도 있겠지만, 한 에피소드 내에서 벌레와 사람, 그리고 매게자로서의 충사 깅코의 관계는 너무나 자연스럽게 연결됩니다. 한 에피소드 마다의 케릭터들은 각자 사연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동시에 매우 자연스럽고 인간적인, '저런 상황에서는 저럴수 있겠구나'라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그들의 사연을 표면으로 끌어내는 벌래의 존재와 이를 중재하는 깅코의 존재도 인상이 깊습니다. 특히 이작품의 구심점이라 할 수 있는 깅코 같은 경우에는 물에 물탄듯, 술에 술탄듯 아주 자연스런 모습을 보여주지만, 그러한 옴니버스식 구조에 있어서도 자신의 색을 분명하게 유지하는 독특한 케릭터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충사는 사람의 이야기를 덤덤하게 그려내고 있고, 그 이야기를 풀어내는 과정이 매우 매력적입니다. 그림체와 음악은 자극적이지 않으면서 동시에 오랫동안 여운에 남고, 성우들도 억지로 케릭터를 만드려는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를 표현하려는 자연스러움도 매우 인상적입니다. 예전에 미야지가 하야오가 '가장 세계적인 것은 바로 가장 일본적인 것이다.'라고 이야기 한 적이 있습니다. 저는 그 말이 딱 이 충사라는 작품에 어울린다고 생각합니다. 결과적으로 충사는 여태까지 애니들 중에서 독특하면서 동시에 인상적인, 그리고 자연스러운 분위기를 내는 작품들 중 하나로 손꼽을수 있을 것입니다.


덧.결과적으로 길어졌자나!(.......)
게임 이야기/게임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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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기에 앞서서....

악마성 드라큐라 시리즈, 북미판 제목으로는 케슬베니아 시리즈는 1986년 MSX를 시작으로 22년 동안 MSX, FC, SFC, PS, SS, MD, PS2, Xbox, PSP, GB, GBA, NDS, 심지어는 모바일용으로까지 나온 장수 시리즈입니다. 1997년에 악마성 드라큐라-월하의 야상곡을 통해서 던전탐색형 플랫포머 액션 RPG, 일명 메트로베니아로 변모하기도 하였지만, 마왕 드라큐라와 복잡한 구조를 가진 악마성, 다양하면서 디테일한 몬스터, 고딕적인 배경과 분위기, 음악 등으로 현재까지 북미와 일본 등지에서 꾸준한 팬층을 가지고 있는 작품 시리즈가 바로 악마성입니다.

저번 GBA와 DS로 나온 메트로베니아식 악마성 드라큐라에 대해서 제가 리뷰를 쓰면서 말씀드렸듯이, 메트로베니아식의 악마성 시리즈들은 언제나 월하의 야상곡이라는 걸출한 작품에 항상 비교당하는 불운을 격었습니다. 물론 많은 사람들이 월하의 야상곡이라는 작품이 가지는 엄청난 충격에 의해서 월하를 최고의 작품으로 평가하고 있지만, 지금까지 나온 메트로베니아 시리즈들도 나름대로의 장점들과 미덕들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GBA 때의 악마성 시리즈는 기기상의 한계로, DS 때의 창월의 십자가와 폐허의 초상화는 일러스트와 분위기 문제 등을 몇몇 아쉬운 점들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이번작 빼앗긴 각인(한국 발매명은 오더 오브 에클레시아)은 그런 의미에서 많은 기대를 받은 작품입니다. 일러스트의 교체, 그리프 시스템, 새로운 적들의 대거 추가 등 DS로 나왔던 전작들과 많은 차별성을 두고 있습니다. 게다가 한국 정발까지 되면서 국내 많은 팬들에게 기대를 받은 작품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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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작들과의 차별성-그리프 시스템과 올라간 난이도

여태까지 나온 메트로베니아 시리즈들은 전투에 있어서 각각 고유의 시스템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월하의 야상곡은 무기마다 필살기와 효과에 차이를 둔 점과 사역마 시스템, 서클 오브 더 문에서는 DSS 시스템, 백야의 협주곡에서는 채찍에 서브웨폰을 조합하는 시스템, 그리고 창월과 효월에서는 텍틱컬 소울 시스템, 마지막으로 폐허의 초상화에서는 동료 시스템까지 각각의 메트로베니아 시리즈들은 독특한 시스템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본작 빼앗긴 각인에서도 그러한 고유의 시스템인 그리프 시스템이 있습니다. 사실, 게임이 실제 나오기 전까지는 적에게서 능력을 케치하는 그리프 시스템이 결과적으로 창월과 효월에 있어서 텍틱컬 소울 시스템과 비슷한 맥락 혹은 그의 변용이 아닌가라고 추측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리프 시스템은 소울 시스템의 ‘서브 웨폰+컬렉팅 요소’적인 시스템이라기 보다는, 오히려 과거 서클 오브 더 문에서의 전투와 상황 대처에 있어서 유연성을 강조했던 DSS 시스템과 맥이 닿아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즉, 그리프 시스템은 DSS 시스템처럼 전투라는 측면을 강조하면서, 약간의 소울 시스템에서의 ‘적에게서 그리프 케치’라는 부가적인 측면을 더한 것입니다. 사실 이는 그리프 중의 1/3 정도를 적이 아니라 석상이나 방에 있는 그리프를 흡인하면서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명확히 드러납니다. 그리고 적한테서도 그리프를 얻기가 쉬워서 과거 극악했던 소울 노가다에 비해서는 매우 쉬워졌습니다. 따라서 그리프를 모으는 것 자체는 게임 상에서는 그렇게 문제되지가 않는다고 보는게 좋습니다. 또한 그리프 자체도 과거 소울 시스템에 비해서 수가 확 줄어들었기 때문에 그리프 100% 모으기는 별로 어렵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과연 그리프 시스템은 이번 작에서 어떤 의미를 가질까요? 사실, 이번작에서는 그리프=전투 시스템 이라는 공식이 성립합니다. 전작까지는 무기와 서브 웨폰 시스템 형식으로 전투 시스템을 이원화 시키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소울 시스템 같은 경우도 소울 자체가 일종의 서브 웨폰 형식으로 게임 내에서 쓰였고, 실제 쓰는 무기-대검류나, 소검류나, 혹은 창류나-들은 따로 존재하고 있었습니다. 사실, 전작까지는 실제 쓰는 주 무기만 잘 써도 게임 자체는 클리어를 쉽게 할 수 있었고, 그 결과 깡댐 중심의 무기들, 특히 대검류와 같은 무기들이 게임을 진행하는데 주로 쓰였습니다. 그래도 창월과 같은 경우에는 소울을 어느 정도 쓰기라도 했지만, 폐허 같은 경우에는 서브 웨폰은 거의 쓰지 않을 정도로 그 용도가 빈약했습니다. 거기에 서브 웨폰이 가지는 특징인 속성 공격 또한 큰 데미지 차이가 느껴지지 않을 정도였기 때문에, 서브 웨폰이 가지는 존재감은 더욱 미미 해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번작 빼앗긴 각인에서는 아예 주 무기와 서브웨폰의 경계를 허물어서 그리프라는 시스템 아래로 통합하였습니다. 그리프를 쓰면 MP는 줄어들지만 가만히 서있으면 MP가 차는 형식으로 게임의 전투 시스템이 대폭 바뀌게 된 것입니다. 그리고 효월 이후로 사라진 하트 게이지를 부활 시켜서 두 개의 서로 다른 그리프의 합성 인술을 위한 게이지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물론 그리프 자체는 크게 무기형과 마법형으로 나뉘지만, 전작들과 달리 각각의 그리프 자체가 고유의 특징이 있고, 효력 자체도 매우 뛰어나기 때문에 모두 골고루 쓰게 됩니다.

거기에다가 본작에서는 전작들에서 비중이 많이 낮았던 속성별 저항력/대미지의 적용폭을 대폭 늘렸습니다. 물론 전작들도 적들 마다의 고유의 속성과 저항력을 가지고 있었지만, 이번작과 같이 거의 극단적이다 싶을 정도로 속성에 따른 데미지 차이가 나는 것은 처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일례로 스켈레톤류의 적들은 절단 속성에 강하고, 타격 속성에 매우 약합니다. 초반에 이들과 싸울 때, 절단 속성의 공격이 타격 속성의 공격의 1/2에서 1/4정도로 극단적으로 안 들어가는 모습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스켈레톤 류의 몬스터를 잡기 위해서는 좋든 싫든 둔기류의 그리프를 장착하고 적들을 상대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지요. 이런 식으로 거의 대부분의 적들이 속성에 따라서 극단적인 대미지 저항력을 보여주기 때문에, 플레이어는 게임 하면서 계속 적들에 맞추어서 그리프를 정비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각 그리프들도 나름대로 쓸만하기 때문에, 거의 대부분의 그리프를 골고루 쓰는 자신을 발견하실 수 있습니다.

이번작에서 많은 사람들이 큰 변화점으로 지적하는 것이 바로 엄청난 난이도 상승입니다. 어떤 사람은 장점으로, 어떤 사람은 단점으로 뽑는 변화점으로 이에 대해서는 호불호가 매우 갈리고 있습니다. 일단 이번 작에서는 전작들을 플레이 해본 사람들이 느낄 수 있는 미묘한 점에서 난이도가 상승 한 것을 느끼게 됩니다. 일단 피격 후 무적시간이 미묘하게 짧아졌고, 적들의 체력과 공격력이 미묘하게 올라가서 방심할 수 없는 상황을 계속 만들고 있습니다. 또한 세이브 포인트의 수도 많이 줄었고, 포션의 회복량은 처절해지는 등 회복도 여의치 않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는 게임에 익숙해지면 어느 정도 극복이 가능한 요소들입니다. 그리고 위에서 지적하였듯이 적들에 따른 속성별 공략을 통해서 적들에 대해 빠르고 효율적 대처가 가능합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요소들이 보스전에 적용 된다면 어떻게 될까요? 진짜, 빼앗긴 각인에서의 보스전은 근래 악마성 시리즈들의 보스전들과는 차원을 달리합니다. 솔직히, 패턴은 매우 단순합니다. 한 보스에 3~4가지 정도의 공격 패턴이 있고, 이는 어떤 패턴인지만 알면 대부분 피할 수 있는 수준입니다. 그러나 만약 실수를 하게 된다면......여기서부터 문제가 꼬이기 시작합니다. 대부분의 보스들이 한방에 반피 이상을 깎아버리는 이른바 ‘원턴킬’의 콤보를 가지고 있고, 미묘하게 짧아진 무적 시간 덕분에 포션 빨 시간조차 주지 않고 플레이어를 저세상으로 보내는 일이 허다 합니다.

어떻게 보면, 게임 디자인 과정에서 너무 게임을 어렵게 만든 것이 아니냐 라는 비판을 들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빼앗긴 각인은 그러한 난이도 상승이 오히려 게임에 재미를 더해주는 측면이 많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이는 보스의 패턴 자체가 단순하고 모든 보스의 패턴에는 꼭 플레이어가 피할 구석이 존재하기 때문에 여러 번 죽다보면 패턴에 익숙해져서 보스를 공략하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죽더라도 죽었다는 좌절감 보다는, 플레이어가 ‘조금만, 조금만 더!’를 외치면서 다시 DS를 잡고 일어나게 만드는 요소가 많기 때문입니다. 저 같은 경우에는 게새끼 잡을 때 죽고나서 ‘이제 좀 쉬어야지’하면서 침대에 누워 있다가, 갑자기 벌떡 일어나서 DS를 다시 붙잡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였으니까요. 물론 이는 개인차가 심하게 나기 때문에 이것이 모든 사람들에게 장점인지, 단점인지는 정확하게 판가름을 못하지만, 제가 보았을 때는 확실한 장점이라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그 외에 독특한 시스템으로는 퀘스트 시스템을 들 수 있습니다. 전작인 폐허의 초상화에서부터 등장한 시스템으로, 이번작 빼앗긴 각인에서는 마을 사람들을 구출하고, 그들을 통해서 퀘스트를 얻게 됩니다. 생각보다 꽤 다양한 퀘스트들-예를 들어서 등대를 스케치 하라던가, 아니면 괴물의 사진을 찍어오라던가-이 있고, 상점에 물품을 추가하거나 유용한 아이템이나 꽤 많은 돈을 주는 퀘스트도 많기 때문에, 퀘스트는 거의 필수적으로 하게 됩니다. 개인적으로 이번작의 퀘스트 시스템에 대해서 아쉬운 부분은 퀘스트의 수가 좀 적다는 것인데(약 30~40개 정도?), 이 부분은 다음작에서 보강을 해주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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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위기의 강화-새 일러스트와 스테이지 디자인

구 악마성과 메트로베니아, 그리고 여태까지 나온 3D 악마성까지 이들을 악마성이라는 시리즈로 묶이게 하는 구심점은 바로 고딕적인 분위기와 디테일한 스테이지와 적들의 구성이라는 측면이었습니다. 하지만, 과거 DS로 나왔던 창월과 폐허 같은 경우에는 악마성의 대중화를 부르짖으면서, 일러스트를 과감하게 교체하였고 여태까지 나온 악마성들 중에서 분위기 상으로 가장 이질적인 존재들이 되었습니다. 물론, 그 당시 악마성이라는 이미지 자체를 깨는데는 성공해서 많은 게이머들이 창월을 시작으로 악마성 세계에 입문을 하였지만, 정작 IGA가 생각했던 만큼의 파급효과는 불러일으키지 못한 모양이었던 것 같습니다. 결국 본작인 빼앗긴 각인에서는 다시 무거운 그림체로 돌아가게 되었습니다.

사실, 이번작은 효월까지의 일러스트를 맡았던 코지마 아야미 여사의 일러스트가 아닙니다. 그 때문인지는 몰라도 미묘하게 그림에서 풍기는 느낌이 달라졌더군요. 코지마 아야미 여사의 그림체는 창백하면서 우아하면서 뭔가 미묘하게 병적인 듯한 분위기를 풍겼지만, 창월에서는 우아하면서 곡선적인 부드러움이 느껴지는 듯한 일러스트입니다. 뭐, 이건 개인에 따라서 호불호가 좀 갈릴거 같지만, 일단 저는 이번작의 일러스트도 매우 좋다고 생각합니다.

이번작 빼앗긴 각인에서는 새로운 적 디자인과 새로운 스테이지 디자인을 많이 보여주고 있습니다. 과거 작품들이 많은 부분 비슷한 적 디자인과 스테이지 디자인-특히 악마성-을 보여주고 있지만, 이번에는 많은 부분을 새로운 디자인으로 채웠다는 느낌이더군요. 특히 악마성 드라큐라의 또다른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악마성 같은 경우에는 전작까지의 폐허같은 분위기를 풍기는 고딕 성당과 같은 느낌이었지만, 이번에는 세련된 느낌의 악마성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특히 이번작은 악마성의 인테리어(......)가 로코코 스타일의 화려한 분위기를 보여주는 곳이 많기 때문에 그렇게 느끼는 것 같습니다. 그래픽 측면에서 본다면 이번 빼앗긴 각인도 매우 좋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전작들도 DS 게임 중에서는 상당한 수준의 2D 그래픽과 도트 노가다를 보여주었지만, 이번작은 그 두작품을 가볍게 뛰어넘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케릭터들의 엄청난 디테일-특히 샤노아의 휘날리는 머릿결-과 악마성과 스테이지의 세세함은 대단하다는 말 밖에 나오지 않습니다.

음악과 효과음은 여전히 좋습니다. 음악에 대해서는 제가 설명을 하는 것 보단, Gameinformer쪽의 리뷰를 인용하는 것이 좋겠군요.

“When was the last time a Castlevania had average or worse music? Never, and this is no exception."(악마성 드라큐라 시리즈 중에서 평균적이거나 안 좋은 음악을 보여준 작품이 있었나? 없었다, 그리고 이번작도 그 예외는 아니다.)

결과적으로 이번 빼앗긴 각인은 분위기 자체로는 과거로의 회귀를 부르짖고 있습니다. 이는 악마성 시리즈에 있어서 시리즈의 정체성이라 할 수 있는 고딕적 분위기를 지향하는 것이 좋다는 것과 어차피 일러 바꿔봤자 하던 사람만 하니 그냥 옛날 일러로 돌아가자(......)라는 IGA의 채념 반, 현명한 판단이 반 정도 섞인 결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 결과는 매우 만족스럽고, 과거 DS 전작들에 비해서 분위기가 많이 살아난다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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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간 아쉬운 점-거의 선형적인 게임 진행

사실, 빼앗긴 각인은 매우 훌륭한 게임입니다. 하지만, 한가지 측면에서 매우 아쉽다는 느낌을 주고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거의 선형적인 게임의 진행입니다. 월하의 야상곡 이후로 악마성이 메트로베니아식의 던전 탐색형의 게임 구조를 가지게 되었고, 성의 구석 구석을 탐험하면서 해매는 그런 맛이 있는 작품이었습니다. 하지만, 이상하게 폐허 때부터 악마성 외의 다른 곳을 해매는 그런 구조를 취하기 시작하더니, 본작에서는 초반 50%까지는 악마성이 나오지 않고, 악마성 주변의 공간을 탐색하는 그런 형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대부분의 맵이 일직선의 단순한 구조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또한 악마성에 들어가서도 성을 탐색하는 것이 거의 선형적이고 직선적입니다.

이는 메트로베니아의 원류라 할 수 있는 메트로이드가 가진 문제점-도대체 어디에 가서 뭘 해야 하는지 도저히 알 수가 없다-을 극복하기 위해서 비교적 단순한 구조를 취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제가 보았을 때는 과연 그럴 필요가 있는지에 대해서 의문이 듭니다. 사실, 악마성을 플레이하는 사람들은 왠만해서는 시리즈를 전통적으로 즐기는 코어 게이머들이고, 창월 수준 정도의 악마성 구조만 되더라도 충분히 라이트 유저들도 쉽게 플레이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성과 스테이지의 규모를 확대하고 싶으면, 크게 악마성을 중심으로 한 3~4개의 스테이지에 적당히 해맬 수 있는 구조로 구성을 한다면 충분히 게임 분위기를 살리면서 분량도 늘릴 수 있을 건데, 왜 이것을 거의 10개 가까이 되는 스테이지로 쪼갰는지는 의문입니다. 하지만, 악마성과 아무 통일성이 없는 스테이지 4개를 놓고 분량을 늘렸다고 주장하는 폐허의 초상화 보다는 그래도 통일성이라도 있어서 그 점에서는 조금 나은 점을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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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

결과적으로 이번 빼앗긴 각인은 매우 잘 만들어진 작품이며, 시스템적으로도 분위기 상으로도 놀라운 완성도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제 개인적인 순위로는 창월의 십자가와 동등한 위치에 두고 싶습니다. 월하의 야상곡과 비교한다면, 저는 효월과 창월 이후로 메트로베니아 시리즈는 그 시스템적인 완성도가 월하를 능가하지만, 선구자로서 월하의 위치를 고려해서 최고의 악마성을 월하의 야상곡으로 본다는 견해에 동의합니다. 따라서 저는 빼앗긴 각인이 창월의 십자가와 함께 악마성 드라큐라 시리즈 중 두 번째로 뛰어난 작품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현재 빼앗긴 각인은 Metacritics나 GameRankings에서는 평점 86점 정도로 나가고 있으며(창윌이 평균 89~90입니다.), 많은 리뷰어들이 감점 요인으로 뽑는 것은 ‘미칠 듯한 난이도’입니다. 하지만, 이는 정말 개인차가 심하게 나는 부분인데다가, 파해법만 잘 알면 그럭저럭 할만한 난이도로 떨어지기 때문에 이는 사람들의 판단에 맡겨야 한다고 봅니다.

따라서 본작은 악마성 시리즈를 좋아하는 누구에게나 추천할 수 있는 작품입니다. 혹은 최근 악마성이 너무 쉬운 것이 아쉬운 사람들이나, 근래 할만한 게임이 없다고 생각하시는 분이나, 오랜만에 2D 플랫포머 게임이 해보고 싶다는 분들께도 추천합니다. 게다가 시리즈 두번째(케슬베니아:순수의 비가가 처음임)로 나온 악마성 한국 정발 버전이므로 이번 악마성은 다른 작품들에 비해 쉽게 구할 수 있다는 점도 강점중에 하나입니다.


덧.장장 A4 5페이지에 걸친 리뷰였음 OTL
애니, 만화, 영화 이야기/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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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y So Serious?

배트맨은 1930년대에 처음 등장한 DC 코믹스의 슈퍼 히어로 중 한명입니다. 1930년 처음 나온 이후, 지금까지 배트맨은 수많은 파생작과 재해석을 통해서 독특한 오오라를 지닌 작품으로 자리매김하였고, 개성있고 매력적인 케릭터들과 악역들을 가지고 있는 작품입니다. 이러한 특징들을 토대로, 최근 배트맨: 다크 나이트(2008)는 배트맨이라는 케릭터와 작품에 대한 재해석을 통해서, 헐리우드 오락 영화사에 커다란 한획을 긋게되었습니다. 이 글은 팀버튼의 배트맨, 배트맨 리턴즈,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배트맨 비긴즈, 그리고 최근작 다크 나이트를 비교 정리하는 글입니다.

베트맨(19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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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밤에 악마와 춤춰 본적이 있나?)

배트맨의 첫 영화화는 그 당시의 최고의 흥행영화 감독이 아닌, 희대의 괴감독 팀 버튼이 감독을 맡았습니다. 물론 그 당시의 미국 영화계의 크기나 규모, 흥행 성적들을 고려하였을 때, 지금과 같은 개념의 블록버스터 감독은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팀 버튼이라는 자기 색깔이 매우 뚜렷하면서 액션 영화 보다는 판타지나 기괴한 이미지의 영화에 특화된 감독을 배트맨이라는 유명 코믹스의 영화 감독으로 기용한 것은 이례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배트맨에 대해서 팀 버튼이 그 나름대로의 애정과 관심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그가 감독을 맡은 것이 가능했지만 그 당시에 조커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시도하였던 알란 무어의 ‘킬링 조크’나 1930~40년대의 편집광적인 배트맨에 대한 재해석과 재발견이 그의 배트맨을 뒷받침하고 지지하게 된 것입니다. 배트맨 첫 영화가 개봉 하였을 때, 기존의 배트맨의 팬들은 분노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건 자신들이 알고 있는 배트맨이라기 보단, 팀 버튼의 영화라고 이야기를 많이 했었지요. 하지만, 지금 입장에서 본다면 1989년도의 배트맨은 그 당시 불고 있었던 배트맨과 그 세계관, 케릭터들의 재해석을 팀버튼 식으로 옮겨놓았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팀 버튼이 발견한 배트맨은 편집광적이고 사회 부적응자적인 성격을 지닌 인물입니다. 백만장자이면서 고담시의 안전을 지키는 배트맨인 브루스 웨인은 거대한 자신의 저택에서 알프래드와 단 둘이 살고 친구는 없고, 자신의 저택에 감시 카메라를 잔뜩 설치해서 전 저택을 감시하고, 아무도 없는 그의 은신처에서 혼자 앉아서 밥을 먹고, 그를 사랑하는 여인에게 어디 출장간다고 거짓말을 하는 등, 주변 환경과 사회에 동화되지 못하고 겉도는 존재입니다. 그런 그가 배트맨이 되는 이유는 어렸을 때, 자신의 부모가 길거리에서 잭 네피어, 즉 조커에게 총을 맞아 죽은 것이 어린 브루스에게 트라우마로 작용해서 그는 의무감이 아닌 편집증적으로 사회의 안전과 보안, 기성의 가치를 중요시 여기게 됩니다.

물론 그런 그가 그의 재력과 능력을 이용해서 가면을 쓴 어둠의 수호자가 아닌, 다른 방식으로도 고담시의 안정을 지킬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는 그의 어릴적 트라우마로 인해서 그러한 방법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 즉 스스로, 그만의 방식으로 고담의 정의를 세우려 합니다. 그 과정에서, 그의 가치에 동조되지 못하는 자들-마피아, 건달, 악당 등-을 자신만의 방법-공포와 두려움-으로 처단합니다. 하지만, 영화 내에서 제가 봤을 때, 그의 악에 대한 처단은 그의 어렸을 적 경험과 트라우마에서 나온 보복심리로 인한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배트맨은 고담이라는 사회의 한 사회의 질서에 대한 욕망과 비극이 낳은 기괴한 영웅이며, 자신의 트라우마와 보복심리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광기어린 편집증 환자-이는 그가 조커를 두들겨 패면서, ‘네가 우리 부모를 죽였어!’라고 외친 부분에서 보여 집니다.-인 것입니다.

그에 비해서 조커는 독특합니다. 그는 스스로가 조커가 된 것이 아니라 배트맨에 의해서 만들어진 기괴한 존재입니다. 조커의 전신인 잭 네피어가 브루스의 부모를 죽여서 배트맨을 만들어낸 것을 생각하면, 이는 정말 멋진 역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질서에 대한 편집증이 역으로 질서를 붕괴시키는 또 다른 광기와 위협을 만들어낸 것이니까요. 이것은 조커의 기원을 다루었다는 의미에서 ‘평범한 사람이 어떻게 조커가 되었는가?’라는 이야기를 다룬 작품인 알란 무어의 ‘킬링 조크’에서 그 조커의 기원에 대한 모티브를 차용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팀 버튼의 조커는 배트맨에 의해서 만들어진, 질서에 대한 편집증적 욕구가 만들어낸 질서와 가치에 대한 안티 테제(반대 명제)로서의 의미를 가집니다.

일단 그는 배트맨과 다르게 유쾌합니다. 킴 베이싱어가 있는 박물관에 쳐들어가서 독가스를 뿌려 사람들을 모두 죽이고, 프린스의 노래를 틀면서 박물관의 모든 미술품을 작살 내는 장면은 무섭다거나 괴기스럽다기 보다는 유쾌하다는 느낌입니다. 그의 센스는 전체적으로 대공황기의 분위기를 지향하는 영화의 대척점에 놓여있습니다. 자신을 세계 최초의 살인 예술가로 표현하거나, 자신에게 반대하는 마피아 두목을 전기 통구이로 만들고 나서는 시체와 노는 장면, 고담 시민들을 모두 웃음 가스에 중독 시켜서 죽이려는 장면-‘외과의사가 그러듯, 가려거든 웃으면서 가라고.’- 등 영화내내 칙칙한 고담시에 활력을 불어넣는(?) 역할을 하게 됩니다. 마치 가부장적인 집안에서 제멋대로 뛰어 노는 막내같은 느낌으로요. 그의 앞에서는 고담의 질서, 가치, 그 모든 것들이 가지고 놀 소재이며 동시에 파괴해야할 대상입니다.

그렇다면, 집(질서)나간 천방지축 막내(조커)를 다시 집으로 끌고 들어가기 위해서, 엄격하고 편집증 걸린 아버지(배트맨)가 나서게 됩니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가부장적이고 보수적이며 편집증 걸린 배트맨이 조커를 이기고, 그를 파멸 시킵니다. 하지만, 마지막 장면 조커의 시체가 계속 웃는 장면은 배트맨이 이긴 것이 아님을 암시하고 있습니다. 솔직히, 배트맨은 살아남은 승자가 아니라, 계속 그 편집증과 질서에 얽메여서 살 수 밖에 없는 패자에 불과하니까요. 이러한 해석은 후에 배트맨 리턴즈에서도 계속 되게 됩니다.

베트맨 리턴즈(1993, a.k.a 베트맨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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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팽귄, 박쥐, 그리고 고양이)

베트맨 리턴즈는 전편과 다른 구도를 보여준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전편에서는 질서와 그 질서가 만들어낸 광기, 그 둘 사이의 대결과 파국을 그려내었다면, 리턴즈에서는 출생은 서로 다르지만 맥락적으로 같은 괴물-배트맨, 팽귄, 켓우먼-들이, 고담시라는 거대한 서커스 무대에서 벌이는 하나의 프릭쇼(기형아들을 모아놓고 벌이는 쇼)를 그려낸 작품입니다. 여기서 팀 버튼은 배트맨과 팽귄, 켓우먼이라는 세 명의 동물 인간들의 케릭터들과 함께 기존 질서의 기득권, 보수 세력들의 추악한 점-막스 슈렉이라던가-까지 물려들어가면서, 기존 질서와 그 기괴한 산물들의 이야기가 되었습니다.

먼저 이 작품의 주인공들, 배트맨, 팽귄, 켓우먼들은 기존 질서의 추악함과 괴기함이 만들어낸 괴물들입니다. 팽귄은 선천적인 기형으로 인해서 부모에게 버림 받아서 만들어진 괴물이고, 켓우먼은 막스 슈렉이라는 악덕 자본주의 음모를 알게되었다는 이유로 창문밖으로 던져진 어벙한 비서의 뒤틀린 분신이며, 배트맨은 위에서 언급하였듯이 자신의 편집증으로 인해서 만들어진 기괴한 질서의 산물입니다. 그러한 그들은 막스 슈렉이라는 전형적인 선량한 척하는 악덕 자본주에 의해서 모이고 싸우게 됩니다.

고담시민들은 이러한 프릭쇼의 관중입니다. 처음 팽귄이 세상으로 나왔을 때, 팽귄은 고담 시민들의 자의에 의해 해석된 광대가 됩니다. 그러나 후로 가면 갈수록 고담 시민들은 그러한 팽귄의 이미지-불쌍하고 가련한 괴물-에 속아서 그를 시장으로 밀게 됩니다.(물론 여기에는 막스 슈렉이라는 악덕 자본주도 한 몫하지만)즉, 시민들이 광대를 보고 웃다가 광대가 시민들을 엿먹이는 그러한 케이스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팽귄의 본질을 가장 잘 파악하고 있는 것은 아이러니컬하게도 그의 적인 배트맨입니다. 처음 세상으로 나온 팽귄을 보면서, 경계를 하는 브루스에게 알프래드가 '그건 주인님의 감인가요, 아니면 같은 동지로서 그런 느낌을 받으신건가요?"라고 비꼬는 부분은 배트맨과 팽귄의 동질성을 드러내는 부분입니다.

그에 비해서 켓우먼은 동물이면서 동시에 그들과 다른 아우라를 풍기는 존재입니다. 일각에서 켓우먼을 패미니즘적인 시각으로 해석하는 관점도 있습니다만, 제가 보기에는 켓우먼은 그저 고양이입니다. 자기 내키는데로 살아가는 고양이와 같은 느낌이지요. 그녀의 행동은 파괴적이고 동시에 충동적입니다. 그녀는 배트맨과 팽귄 사이를 오가면서 미묘한 줄다리기를 하였으며, 이를 통해서 본작 배트맨 리턴즈에서의 긴장감을 더 높이는 역할이지요.

결과적으로 리턴즈는 고담시라는 도시가 만들어낸 기형아들의 쇼이고, 이는 고담시가 끝나지 않는 한 끝날 수 없는 무간지옥과 다름 없습니다. 마지막에 동물원에서의 일전에서 배트맨이 팽귄을 제거하고 고담시를 지켜내지만, 정작 그 자신은 마음의 평안이나 구원을 받지 못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같은 처지에 있는 셀리나에게 자신의 정체를 밝히고 구원을 얻으려하지만, 그마저도 실패하게 됩니다. 결국 배트맨은 고담을 구원했지만, 고담에 예속된 기형아로 남게 됩니다. 엔딩 크레딧 전에 켓우먼이 '고양이는 목숨이 9개 있지.'라는 대사를 이야기 하는 것도 결국은 리턴즈에서의 갈등 관계가 정상적으로 끝나지 않고, 계속 반복 될 것임을 암시하는 대목입니다.

소결론

배트맨과 배트맨 리턴즈는 결과적으로 그 당시 새롭게 제기된 배트맨에 대한 이해와 해석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작품입니다.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졌다거나, 팀버튼이 아예 처음부터 배트맨에 대한 해석을 새롭게 재기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지요. 하지만, 이 두 작품은 배트맨이라는 히어로를 편집광적으로 몰고 갔다는 느낌이 듭니다. 어렸을 적 트라우마가 행동의 동기가 충분히 될 수 있고, 그러한 트라우마가 케릭터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어떤 결의를 하게 하였는지 등의 과정을 다루지 않고, 원인-결과의 구조만 보여줌으로써 배트맨이라는 케릭터를 편집증에 걸린 것같은 느낌을 심어주고 있다는 것은 사실입니다. 이는 팀버튼이라는 감독의 성향이 뚜렷하게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라고 저는 보는데, 이성적인 구조보다는 환상과 몽환, 광기, 뒤틀림의 이미지를 이용해서 광기의 아름다움과 이성의 추함을 강조하는 그런 성향이 강한 감독이 바로 팀버튼 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배트맨과 리턴즈는 그 당시 액션 영화면서 액션은 적고, 정신병동 같은 분위기를 풀풀 풍긴다는 평을 받은 것입니다.

물론 팀 버튼식의 배트맨의 해석도 어느 정도 일리는 있는 해석이고, 영화 자체도 팀 버튼의 영화라는 점을 염두에 두면서 본다면 훌륭한 영화입니다. 다만, 배트맨의 영화화로 보기에는 아쉬운 점들이 많았지요.(특히 너무 팀버튼 식으로 재해석한 점) 후에 조엘 슈마허 감독의 포에버나 배트맨 엔 로빈은 그러한 부족한 점을 매꾸고자, 블록버스터 영화를 지향했지만 결과적으로 평이나 팬들에게서는 엄청나게 냉대받게 됩니다. 포에버나 배트맨 엔 로빈의 문제점은 바로 배트맨의 매력적인 부분을 제대로 살려내지 못하고, 새로운 해석은 없었으며, 그저 만화적으로 꾸미기에 급급한 구석이 너무 많았다라는 것이지요. 역설적이게도, 비록 그 두 작품이 흥행에서 배트맨(1989)을 능가했을지는 몰라도, 팀 버튼식의 어두운 우화 같은 배트맨이 대중들이 보기에도 완성도가 더 높았고, 더 배트맨 해석에 있어서 뛰어나다는 인정을 받은 것이지요.

결국, 배트맨에 대한 새로운 해석과 정의는 후에 메멘토, 인섬니악을 감독한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배트맨 비긴즈로 넘어오면서 새로운 해석을 시도하게 됩니다.

(글이 너무 길어서 끊습니다;)

애니, 만화, 영화 이야기/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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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하고 있냐!)

마크로스 OVA 시리즈

이제 이 긴 글도 거의 막바지에 다다랐습니다. 마크로스 시리즈는 OVA가 크게 2작품이 있습니다. 하나는 마크로스 2-LOVERS AGAIN의 대 참패를 만회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마크로스 플러스, 다른 하나는 마크로스 탄생 20주년을 기념해서 원작 마크로스 이전의 통합 전쟁을 다룬 마크로스 제로입니다. OVA(마크로스 7 다이나마이트 제외)로 나온 마크로스 시리즈는 OVA간의 서로 공통된 특징이 있다기 보다는 각각의 독특한 아우라를 풍기고 있기 때문에, 개별의 작품을 각각 따로 감상하고 이해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덧. 2편은...묻지 마세요; 이건 거의 재앙입니다; 나중에 마크로스 사가 다루고 난 다음에 여러분의 열렬한 호응이 있으면(?) 같이 다루도록 하지요.


마크로스 플러스(19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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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로스 플러스는 마크로스 2의 처참한 참패로 자신의 작품과 세계관이 영원히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지 않기 위해서 카와모리 쇼지와 그 제작진들이 마크로스 시리즈로 복귀한 작품입니다. 마크로스 플러스가 나오고 난 다음에 마크로스 7이 나오고, 마크로스 7 방영 중에 OVA 버전을 수정, 편집, 약간의 내용적인 추가를 한 마크로스 플러스 극장판이 나왔습니다. 마크로스 플러스(이하 플러스)는 현재까지(마크로스 F 제외) 나온 마크로스 시리즈 중에서 가장 완성도가 높은 작품이며, 원작 마크로스의 훌륭한 재해석과 변용을 보여준 작품으로 평가 받습니다. 저 또한 플러스가 마크로스 시리즈의 코드인 드라마적인 요소(삼각관계), 음악, 화려한 전투 장면과 메카닉을 독특하게 변용하여서, 원작의 코드를 성인취향의 느낌으로 재정립하였다고 생각합니다.

드라마적인 요소에서 가장 독특한 점은 바로 주인공들의 삼각관계가 현재형이 아니라 과거형으로 진행이 된다는 점입니다. 주인공들인 이사무, 뮨, 갈드의 삼각관계는 오래전 그들이 고등학교를 다녔을 때, 이미 그 결론이 난 상태였습니다. 즉, 플러스에서는 그 때 결론이 나지 않은 과거를 현재에서 풀어낸다는 느낌으로 진행을 하고, 그 과거를 묘한 노스텔지어와 쓸쓸함으로 보여줍니다. 이는 과거의 순수했던 자신들의 모습과는 전혀 다른 주인공들의 모습, 청소년을 지나서 어느덧 장년이 되어버린 자신들에 대한 씁쓸한 심정을 덤덤하게 같이 그려내어 플러스의 분위기를 확실하게 만들었습니다. 또한 과거의 갈등을 토대로 서로 치고 받고 싸우는 갈드와 이사무의 모습은 작품 내의 미묘한 긴장감을 불러 일으키는데 큰 영향을 주더군요. 이는 카우보이 비밥, 사무라이 참프루를 감독한 와타나베 신이치로가 카와모리 쇼지와 함께 공동 감독을 맡았기 때문이라고 저는 봅니다. 어떤 의미에서는 일면 카우보이 비밥의 아우라가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니까요.

음악적인 측면이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는 점에서는 플러스도 기존의 마크로스 시리즈와 비슷합니다. 다만, 그것이 더 어둡고 성인취향으로 묘사되었다는 것이 큰 특징입니다. 일단, 플러스에서의 여주인공인 뮨은 당연히(?) 가수입니다. 형식적으로는 우주 최초의 인공지능 아이돌 샤론 애플의 매니저 겸 프로듀서로 나옵니다. 그러나 실상은 아직 인공지능이 완성되지 않은 샤론의 대역으로 뮨이 노래를 부르고 동작을 하여서 샤론이 움직이고 노래부를 수 있었다는 것이죠. 또한 OVA에서는 모호하게 표현이 되었지만, 샤론의 노래는 사람을 홀리게 하는 힘이 있습니다. 일종의 집단 최면과 같은 것인데, 이사무가 처음 갔던 샤론의 콘서트에서 보여준 관객들의 반응을 보면 느낄수 있습니다. 결국 마지막에는 샤론이 SDF-1 (원작에 나왔던 마크로스)을 점거하고 마크로스 시티의 시민들을 모두 집단 최면에 빠뜨리게 됩니다. 이와 같이 기존의 마크로스 시리즈에서 아이돌이나 가수에 대해 많은 부분 긍정적인 측면을 강조한데 비해서, 플러스는 강하게 아이돌의 어두운 측면과 그에 속아 넘어가는 대중들을 부정적으로 묘사합니다. 결국, 마지막에 이사무가 샤론을 파괴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것이 뮨이 고등학교 때 불렀던 노래였던 것은 세상과 사람을 구하는 것은 어른의 상술이 아니라 어릴 때의 순수라고 주장하는 카와모리 쇼지와 와타나베 신이치로 감독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 합니다.

플러스의 또다른 특이점은 바로 주인공과 스토리의 주요한 갈등이 VF-11 선더볼트의 후속 기종 경쟁을 두고 일어난다는 점입니다.(그리고 최초로 프로토 컬쳐 뒤치닥 거리를 하지 않은 마크로스 시리즈입니다.) 이사무는 YF-19, 갈드는 YF-21의 전속 테스트 파일럿으로 배속되면서, 서로가 자기 편이 이기기 위해서 노력하면서 동시에 뮨에 대한 미묘하게 찌질한 신경전을 펼치는 점, 그리고 파일럿의 하늘을 동경하는 순수한 갈망(이사무 쪽이 이 경향을 강하게 보여줍니다.)등, 후속 기종 선발을 위한 경합이라는 소재를 이용해서 동시에 여러 가지 갈등이나 이야기를 풀어내는 모습을 괜찮았습니다. 또한 마지막에 인공지능을 이용한 고스트가 갑자기 선더볼트의 후속기종으로 발탁되는 것도 위에서 이야기한 플러스라는 작품의 분위기-인간의 순수에 대한 갈망, 혹은 갈등과 감정이 기업의 장삿속 앞에서 너무나도 쉽게 무너지는 허무함-를 형성하는데 큰 도움을 주었습니다.

플러스는 원작 마크로스에 대한 훌륭한 변용입니다. 마크로스의 코드를 좀 더 성인 취향으로 바꾼 점, 지금까지의 마크로스와는 다른 독특한 분위기와 설정으로 원작 마크로스를 뛰어 넘을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 작품입니다. 다만 문제는 이게 너무 짧았다는 점이었습니다. 어떻게 보면 풀어낼 건덕지가 많은 이야기를 단 4화에 소화해내기 위해서 몇몇 세부적인 설정을 잘라내서 이야기가 뚝뚝 끊긴다는 느낌을 받았고, 동시에 삼각관계를 일방적인 한명의 잘못으로 몰고 가는 식으로 대충 마무리 지어버려서 많은 아쉬움을 주었습니다. 그러나 플러스는 지금까지 나온 마크로스 시리즈 중에서 가장 훌륭한 변용이며, 동시에 가장 독특한 마크로스입니다.

덧.갈드 지못미 ㅠㅠ

마크로스 제로(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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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 마크로스 방영 20주년으로 만들어진 OVA입니다. 마크로스 시리즈의 원작자이자 감독인 카와모리 쇼지가 스스로 이번 작의 컨셉은 '전설'로 정하고, 원작 마크로스 전의 통합전쟁 당시 평화로운 섬에 있는 고대 유물을 둘러싼 통합군과 반통합군의 치열한 싸움과 원주민 무녀와 파일럿 간의 연애를 그려내는 작품입니다. 일단 OVA 자체의 완성도는 그럭저럭 괜찮았으나, 원작 설정 파괴 등으로 마크로스 팬들 사이에서는 미묘한 평가를 받는 작품입니다. 그리고 제가 보기에도 마크로스 시리즈 중에서 가장 이질적인 작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마크로스 제로는 마크로스 시리즈의 공통 특징인 연애, 음악, 화려한 비행기 전투라는 3요소가 다 나오지만, 이상하게 변형이 되거나 축소되어서 나오는 것이 이번 작 마크로스 제로입니다.

제로에서 연애나 삼각관계는 거의 비중이 없다시피 합니다. 4화에 미묘한 감정 표현까지 담아낸 플러스에 비해서, 제로는 삼각관계가 형성되려다가 마는 듯한 미묘한 광경을 보여줍니다. 처음 제가 보았을 때, 저는 신을 두고 자매인 사라와 마오가 삼각 관계를 펼칠 것이다라는 추측을 했었는데, 초반 1~2화에서는 마오가 관계를 주도하고, 사라는 전혀 관심 없는거 처럼 굴더니, 3화에서 마오를 그냥 병원으로 관광 보내서 갑자기 사라와 신을 맺어지게 만드는 건 미묘하더군요. 이야기를 더 전개할 수도 있었지만, 귀찮아서랄까, 아니면 이야기를 5화에 다 구겨넣기 위해서 였을까, 어느쪽이든 간에 플러스나 옛 마크로스와 비교해보았을때 아쉬운 전개를 보여주었습니다.

그리고 제로에서는 다른 마크로스와 다르게 음악이라는 요소가 매우 적게 나옵니다. 물론 카와모리 쇼지는 과거 원시의 무녀나 무당들은 노래와 춤으로 사람들을 즐겁게 하거나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일종의 아이돌과 같은 역할을 하였을 것이라고 보고, 마을의 무녀인 사라의 노래를 중요한 소재로 쓰려합니다. 그러나 제로에서는 노래 자체가 이야기 전개에 중요한 요소가 아닌, 사라의 힘, 노래가 가지고 있는 힘에 초점을 맞추고 이야기를 진행을 하기 때문에, 기존의 '노래를 부르고자 하는 진실된 마음이 결국은 외계인에게 닿게 된다'라는 컨셉에서 '그냥 히로인이 부르는 노래가 힘을 가지고 있으니까, 걍 만사형통인거다.'라는 컨셉으로 바뀌니까 노래의 비중은 점점 줄어들게 됩니다. 마크로스 7도 '주인공 바사라의 사기적인 능력이 노래에 적용이 되기 때문에 노래가 이야기 전개에 중요한 요소이다'라고 할 수 있지만, 그러한 컨셉을 넘어서 바사라의 노래에 대한 진실성(중간에 바사라가 자신의 노래가 가지는 힘 때문에 갈등하는 장면)과 그러한 노래의 힘 보다 주인공 묘사에 힘을 쓴 덕분에 노래와 주인공의 묘사가 조화를 이루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제로에서는 사라의 비중이 갑자기 3화 이후 마오의 갑작스런 퇴장으로 올라가더니, 정식 히로인으로 등극해버리고, 히로인으로서 무언가를 하기도 전에 새인간 각성과 함께 그냥 우주로 날아가버립니다. 그렇게 됨으로서, 사라와 노래라는 소재보다는 사라의 능력이 강조된 듯한 느낌입니다.

제로는 결과적으로 카와모리 쇼지의 개인적 취향이 묻어나오는 작품입니다. 어찌보면 원 마크로스 시리즈보다 지구소녀 아르주나의 계보를 이어가는 듯한 느낌이 강하게 드는 작품인데, 마얀 섬으로 대표되는 반문명 사회와 물질문명의 문제, 그리고 그 속에 있는 분쟁과 갈등의 씨앗이 결국 인류를 멸망으로 몰고 갈 것이라는 이야기는 기존 마크로스 시리즈 보다는 아르주나 쪽에 가까운 이야기입니다. 특히 초반 마오-신과 사라 사이의 물질 문명의 이기 vs 전통의 삶이나 마얀 섬이 전쟁터가 되는 부분, 이 모든 갈등의 단초가 사라의 과거였다라는 점 등에서는 이런 감독의 성향이 강하게 드러나더군요. 저는 이러한 이야기의 비중이 적어도 애니 내에서 반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고 느꼈기 때문에, 그래서 마크로스 팬으로서 참 미묘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제로는 카와모리 쇼지 감독의 개인적 취향으로 마크로스 시리즈에서 벗어난 작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뭐, 이런 작품이 있어서 마크로스의 명성에 큰 흠이 되었다 까지는 아니지만, 원작 팬으로서는 조금 실망 할 수도 있는 작품입니다. 또한 원작 이전의 과거로 회귀하여, 설정을 제멋대로 바꾸어서 원작의 설정과 큰 차이가 있다는 것도 하나의 문제로 작용합니다.(이를 설명하는 적당한 이론이 있지만, 다음회에서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그러나 이번작 F에서는 제로를 정식 사가로 끌어오는데다가 중요한 모티브로 쓰려는 모습도 보여주고 있어서 미묘해지고 있습니다. 결론은, 작화나 이야기의 완성도에 있어서는 평작 이상의 애니이긴 하지만, 마크로스 시리즈라는 전체적 맥락에서는 이단에 가깝다 정도군요.

덧.5화 마지막에 쾨니히니 몬스터가 반응탄을 쏜 장면에서 마시던 맥주를 뿜을뻔 했습니다;
덧2.참고로 플러스, 제로 한국에 나온 DVD는 다 불법 복제판입니다. 사는 것이 다운 받아보는거랑 비슷하다는...



이로써 여태까지 나온 마크로스 OVA까지 다루었고, 다음 회에서는 설정 및 마크로스 F에 대한 리뷰를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2편 리뷰는 여러분의 호응을 보아서(.......)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게임 이야기/게임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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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적인 재미를 주는 '랜덤 시뮬레이션'

최근 콩그리게이트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펜데믹 2는 플레이어가 질병을 만들어 내어서 전 세계 인구를 박멸 시키는 것이 목표인 게임입니다. 목표 자체가 참 거창(?)하기는 하지만, 실제 게이머는 처음에 병균의 이름과 각각 고유의 특징을 가지고 있는 병원체의 종류-박테리아, 바이러스, 기생충-를 정합니다. 그리고 게임이 시작된 뒤에는 병원체의 치사율과 감염도를 올리는 증상을 선택하거나, 혹은 없애버릴 수 있습니다. 감염 환자를 늘린 다음에, 치사율을 올리는 각종 증상들을 선택해서 사람들을 전멸시키는 것이 주된 포인트입니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은 플레이어에게 악마적인 재미를 줍니다. 생각해 보십시오, 자기가 만든 질병에 의해서 전 세계 인류가 위협을 받고, 시간 단위로 죽어가는 인구가 1억, 2억을 넘어서고, 세계가 자신의 질병에 의해서 패닉에 빠지게 됩니다. 이런 게임 내의 상황은 인간의 파괴심리를 강하게 자극해서, 사람들을 계속 게임을 하도록 만듭니다. 게다가 플레이 타임도 은근히 짧아서 게임을 계속 반복해서 하게 만듭니다.

그러나 펜데믹 2는 일반적인 정의 게임이라고 보기에 매우 무리가 있는 게임입니다. 게이머가 게임내에서 할 수 있는 것은 네 가지입니다. 병원체의 치명도, 병원체의 저항력-열, 추위, 습기 등에 대한 저항력-, 병원체의 감염 경로, 병원체의 인간에게의 지각 수준 정도만을 정할 수 있습니다. 이는 병원체가 감염되거나 다른 나라로 옮겨갈 수 있는 가능성과 확률에 변화를 줄 뿐이지, 감염에 대한 방향, 목적 등은 정할 수 없습니다. 이는 게임이라기 보다는 오히려 도박이나 주사위 굴리기에 가깝다는 느낌입니다. 이는 시드 마이어의 문명에서 여러분이 할 수 있는 것은 문명의 특성 등의 기본적인 요소만 정할 수 있고, 나머지는 이제 이러한 변수들이나 요소들을 한자리에 모아놓고 확률을 계산하여서 문명의 미래를 결정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는 이러한 시뮬레이션 장르 게임에서는 가장 중요한 요소인 '게이머가 직접 게임에 관련된 요소들을 통제, 관리하고 목적이나 목표를 능동적으로 설정, 게임을 진행해 간다.'라는 것이 아닌, 그저 '확률'과 '운'에 맡긴다는 데서 문제가 옵니다. 즉, 최악의 수가 떠버린 경우에는 이러한 결과에 대한 통제나 관리가 불가능 하다는 것이지요. 펜데믹 2에서 이러한 문제가 가장 극명하게 들어나는 것이 바로 마다가스카르입니다. 실제 게임을 해보시면, 다른 국가나 대륙은 전멸시키기 쉽지만, 유독 마다가스카르만 전멸시키기 힘들다는 것을 아시게 될 것입니다. 이는 마다가스카르에 항구만 있고 공항도 없을뿐더러, 항구에도 배가 간혹가다가 한 두척씩 들어갈까 말까여서 실제 게임상에서는 거의 난공불락에 가까운 지역입니다. 만약, 일반적인 시뮬레이션 게임이라면, 그에 대한 알맞은 파해법-병원균이 마다가스카르로 침투할 수 있게 하는 루트를 플레이어가 직접 개발한다는 식으로-을 제공하겠지만, 펜데믹 2에서는 돌아오는 대답은 '국경 봉쇄되었다구요? 님 그럼 로다시 시작하시던가요~ 뿌우'입니다.

결론적으로 펜데믹 2는 재밌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게임으로서 재밌는게 아니라 인류 멸절이라는 극단적인 상황이 주는 악마적인 파괴욕에 대한 충족이 주는 재미이죠. 그렇기 때문에, 한 두시간 정도는 재밌게 플레이를 할 수 있지만, 뒤로 가면 갈수록 시들해진다는 느낌입니다.

게임은 여기서(http://www.kongregate.com/games/Blips/pandemic-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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