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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이야기


대난투 스매쉬 브라더스 시리즈는 닌텐도 캐릭터의 집대성인 동시에, 여태껏 그 어떤 격투 게임에서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메커니즘을 자랑하는 게임이기도 하다:체력의 소진을 통해 KO를 끌어내는 것이 아닌, 데미지를 입은 상대가 점점 가벼워져서 결국은 화면 바깥으로 날려 보낸다는 발상 자체는 여타 격투 게임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독특한 발상이었다. 흥미로운 부분은 대난투의 장외패 개념에서 드러나는 '플랫포밍'적인 성격이다:적에게 피격당해 발판 바깥으로 플레이어는 아득바득 발판 위로 복귀해야 하며, 역으로 상대는 플레이어의 복귀를 방해해야 한다. 상대에게 얼마나 피해를 보았는지와 상관없이, 복귀에서 오는 공방은 때로는 예측할 수 없는 패배와 역전의 순간을 만들어낸다.


여기에 닌텐도는 스테이지에 다양한 기믹을 추가한다. 많은 대난투 대회와 영상들이 종점화(스테이지 기믹이 사라진 순수한 대전 스테이지)된 스테이지를 기반하고 있지만, 대난투에서만 찾아볼 독특한 개성은 이 다양한 스테이지 에 기반하고 있다:대난투의 스테이지 기믹은 콜라보를 하고 있는 다양한 게임들에서 빌려오고 있으며, 스테이지라는 환경이 끊임없이 움직이게 만드는 대전의 주요한 변수로 작용한다:가령 대난투 3DS 버전의 광신화 파르테나의 거울 스테이지의 경우, 스테이지가 일정 시간에 따라서 초기화 폭탄을 맞고 바뀐다는 기믹을 갖고 있고, 이때 발판의 위치 등이 모두 변화하여 상대를 날리는 거나 복귀하는 공방의 흐름이 완전히 달라진다. 스타폭스 스테이지 같이 끊임없이 움직이는 전투기 위에서 싸운다던가, 대난투 시리즈 내내 악명높았던 에프제로 스테이지의 경우도 이와 같은 상황에 해당할 것이다.


플레이어는 스테이지의 움직임을 보고, 스테이지 내에서 정신없이 움직이며 싸워야 한다. 이러한 정신없는 부분이 오히려 아이템을 사용하는 점과 맞물리면서 대난투를 가벼운 파티용 대전 게임으로 즐길 수 있게끔 해준다:스테이지는 계속 움직이고, 무언가 계속 정신없이 일어나며, 실력에 상관없이 아이템을 들고 다른 플레이어들을 통쾌하게 날려버린다. 아이템 전의 경우, 엄청나게 뛰어난 반사신경이나 게임에 대한 지식을 필요로 하지 않기 때문에, 그 누구라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게 한다. 물론 여타 플레이어와의 대전 경험에 집중하는 경우는 스테이지의 기믹을 없애고, 아이템이 등장하지 않게 하는 종점 화를 선택하면 된다. 하지만 종점 화의 경우에도, 스테이지 복귀에서 오는 공방은 여전히 어떻게 하면 발판 위에 올라갈 수 있는지/발판에 올라가지 못하게끔 견제하는 플랫포밍의 문법에 집중되었다.


이렇게 대난투는 플레이어에게 상대방을 장외패 시키고 공격을 받을 시 안전하게 발판으로 돌아오는 게 핵심인 게임이고,  서로 동떨어져 있는 다양한 요소를 플랫포밍이라는 장르 문법을 사용해서 묶어놓은 게임이기도 하다. 사쿠라이 마사히로라는 디렉터가 빛을 발하는 것은 바로 이 부분이다:지난 20년 동안, 초대 대난투와 대난투 DX의 실험을 거쳐서 3DS/Wii U 판을 통해 집대성하고 정리하기까지, 대난투 시리즈는 서로 다른 장르적 배경을 가진 작품들을 대난투라는 형식과 이질적인 플랫포밍 장르의 문법 아래 통일성 있게 배치하고자 노력하였다. 이러한 통일성 있는 구성이 빛을 발한 때가 바로 외부 콜라보가 야심 차게 이루어진 3DS/Wii U 버전이라 할 수 있다. 여기서 사쿠라이는 스트리트 파이터라는 격투 게임에 등장한 류에서부터 전혀 다른 액션 게임 장르에 등장한 베요네타나 파이널 판타지에 나온 클라우드까지 다양한 캐릭터들을 하나의 게임에 엮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3DS/Wii U 버전 대난투는 벨런스 부분에서 대전 게임으로서 흔들리는(특히 베요네타의 문제는 심각했다) 모습도 같이 보여주었다. 물론 이 부분은 캐릭터가 많이 등장하는 격투 게임들이 모두 겪는 고질적인 문제이긴 하다. 하지만 새로운 대난투 스페셜이 공개되는 시점에서 EVO 대난투 Wii U/3DS 결승전이 수준 이하의 베요네타 미러 매치로 끝났다는 점은 새롭게 등장하는 대난투 스페셜에 대한 큰 걱정을 불러일으키기 충분했다.


대난투 스페셜이 역사상 전무후무하다는 평가를 들을 수 있는 부분은 바로 '모든 참전 캐릭터들이 모인다.'라는 것이다:참전 캐릭터만 해도 격투 게임 역사상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67명 이상이 게임에 등장하며, 벨런스나 기믹 상 겹쳐지는 몇몇 스테이지를 제외하고 전 시리즈에 등장한 100여 개의 스테이지가 등장한다. 이런 점에서 팬들은 전무후무한 기대와 걱정을 대난투 스페셜에 걸 수밖에 없었다. 대난투 뿐만 아니라 그 어떤 게임도 이렇게 방대한 양의 콘텐츠를 하나의 게임에 집대성하려고 시도해본 적이 없었다. 하나의 작품에 넣기 위해 많은 공수가 들어가기도 하지만, 필연적으로 너무 많은 변수와 조합에 의해서 벨런스가 붕괴하고 게임의 기획 의도와 플레이어의 경험이 유리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무언가를 집대성하는 게임들은 필연적으로 불필요한 부분들을 과감하게 쳐내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러나 대난투는 근 20년간의 모든 요소를 한군데 몰아넣는 일반적인 통념을 거스르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렇기 때문인지 대난투 스페셜의 기본 골격은 Wii U/3DS 버전에 기반한다:일반적인 게임 프렌차이즈들이 새 게임을 홍보할 때 새로운 시스템이 생기고 과거 것들이 대체되는 모습에 집중한다면,  대난투 스페셜이 보여준 모습은 '기존 것에서 어떻게 보완되었는가'였다. 오히려 받아들이기에 따라서는 대난투 스페셜은 대난투의 신작이라기 보다는 콘텐츠가 대규모로 추가되고 벨런스를 맞춘 대난투 3DS/Wii U 1.5처럼 보일 수도 있다. 한때 스위치 대난투에 대해서 강하게 루머가 돌았던 것도 '기존 대난투의 이식'이었다는 점을 생각해본다면 대난투 스페셜의 기본 방향성은 이미 3DS/Wii U 판의 승계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점에서 대난투 스페셜의 핵심은 기존 골격을 얼마나 잘 재활용하고 벨런스를 맞추느냐다.


흥미로운 점은 대난투 스페셜이 나오는 지금의 상황이다. 닌텐도는 3DS/Wii U 보다도 더 온라인 토너먼트나 e스포츠에 대해서 각별한 관심을 두고 있으며, 자사 게임 내에 이러한 시스템과 기믹들을 적극적으로 추가하고 있는 중이다:이미 스플래툰 갑자원과 페스는 정례 행사가 되었으며, 마리오 테니스 에이스에는 기간제 온라인 토너먼트 매치 기능이 추가되었다. 암즈와 같은 새로운 작품도 멀티 중심에 파티 크러시 같은 실험을 도입하였다. 닌텐도의 관심사가 일반적인 이스포츠(프로와 리그를 구성하고 있진 않기에)와 다른 부분들이 많지만, 게임을 즐기는 문화이자 자사 게임에 있어 중요한 요소 중 하나라고 인지하고 있다는 점은 눈여겨 볼만하다. 그리고 그런 와중에 모든 것을 집대성한 대난투 스페셜이 나온다는 것은 현재 닌텐도의 멀티플레이에 대한 방향성을 확실하게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다.


사쿠라이 마사히로가 대난투에 바라는 것은 가벼운 파티용 격투 게임에서부터 진중한 1:1 격투게임 커뮤니티까지 모두 포섭할 수 있는 폭넓은 스펙트럼을 가진 게임이다. (가디언 기사 링크) 그렇기 때문에 대난투 스페셜은 정말로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단 한 번의 비장의 기회(모두가 원하는 게임들이 한 자리에 모인다)를 꺼내든 것이다. 다만, 더는 이런 식의 같은 볼륨을 가진 대난투는 나올 수 없을 것이다. 이미 게임 역사상 전무후무하다 할 수 있을 정도로 많은 양의 콘텐츠에 기존 골격을 한 번 더 다듬는 방향으로 나아갔기 때문이다. 그리고 여기서 더 무언가를 추가하거나 변화시키기에는 게임의 분량이나 시스템이 너무 복잡해지는 문제가 있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이번 대난투 스페셜은 더는 다시 찾아올 수 없는 게임 역사상 가장 담대한 콜라보레이션이라는 점에서 눈여겨 봐야 하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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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주에 나올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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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막에서 총이 등장했다면, 3막에서는 쏴야한다. 안쏜다면 없애버려라"

-안톤 체호프


과거 존 카멕이 "게임에서 있어 스토리란 포르노의 그것이 비중이다"라고 표현한 것은 게임에 있어서 이야기 전개의 본질을 짚고 있는 부분이라 할 수 있다:게임에서 스토리란 존재해야 하지만, 그 역할이 핵심적일 수 없다. 왜냐하면 게임은 기본적으로 하는 매체이기 때문이다. 한다는 행위 자체를 무시하고 스토리를 구성한다는 것은 게임이란 매체의 본질을 무시하는 것이다. 


하지만 포르노에서 스토리가 기능하는 모습을 통해서 본다면, 존 카맥이 게임의 스토리를 포르노에 빗댄 것은 화자의 발화 맥락을 넘어선 묘한 맥락을 갖는다:포르노에 있어서 서사는 단순히 성행위의 촬영을 넘어서 성행위를 둘러싼 다양한 성문화적 페티쉬들을 다루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보았을 때, 포르노를 단순한 성행위의 관음으로만 치부되기에는 어려운 부분이 있으며, 성행위를 구성하는 문화적인 맥락과 관계들이 미약하게나마 폭넓은 의미에서의 서사를(카메라 연출, 묘사 등) 구성한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는 게임에도 같이 적용된다.:게임 내에서의 행위는 게임 내에서의 서사에 의해서 그 맥락이 결정된다. 좁은 의미에서의 스토리텔링을 넘어서 음향과 시각, 게임 플레이 측면에서 어떻게 구성하고 플레이어가 어떻게 받아들이는지까지 더 넓은 형태로 받아들여진다. 


그리고 게임 산업과 문화가 발전함에 따라 게임에 대한 수요도 점점 다변화/고도화되고 있으며, 이전의 게임들보다 더욱 이야기의 소재나 표현 양태에 있어서 고도화된 게임들도 등장하고 있다. 예를 들어, 과거의 호러 게임이 b급 스플레터 물이나 좀비 호러 등의 감수성을 빌린 바이오하자드나 왁스맨, 엘비라 같았다면, 최근 호러 게임들은 개인의 심리적 공포와 강박관념 등을 다루는 레이어즈 오브 피어나 헬블레이드, 소마 같은 게임들이 새롭게 등장한 것이다.(물론 과거의 b급 감성의 게임들이 사라진건 아니다) 그리고 게임이 서사의 소재로 다루는 요소가 추상화되면서 게임 내 서사와 이를 받아들이는 감상 자체도 크게 바뀌었으며, 게임이라는 문화의 폭을 넓혔다. 


하지만, 이러한 확장의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실패들이 눈에 띄기 시작하였다:게임 내의 서사를 강조하면 강조할수록 직관적인 플레이로부터 괴리되어 플레이어를 의도치 않게 헤매게 만드는 경우가 생겨난 것이다. 예를 들어 보자:레이어즈 오브 피어의 DLC를 플레이하던 한 니지산지쪽 버추얼 유튜버는 한 구간에서 약 15분간을 헤매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흥미로운 점은 이 사람이 게임이라는 문화에 익숙한 사람이라는 것이다:FPS를 플레이하듯이 맵 구석구석을 탐험한다던가, 무기나 아이템을 찾는다던가, 주변 환경을 보고 퍼즐을 푼다든가 하는 등의 모습은 게임을 플레이하는 기초적인 배경 지식을 갖춘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런 그도 특정 구간에서 15분을 해매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어째서일까? 흥미롭게도 이는 레이어즈 오브 피어라는 게임의 모호한 게임 서사와 스테이지 구조에 기반하여 생긴 문제였다:레이어즈 오브 피어는 개인의 트라우마에 따라서 스테이지와 세계, 퍼즐을 재구성한다. 하지만, 이러한 것들이 플레이어에게 직관적으로 다가오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다. 레이어즈 오브 피어는 이 과정을 최대한 단순하게 표현하고 일직선의 워킹 시뮬레이터의 형태로 만들었어도, 그 와중에도 게임 내의 레벨과 서사 사이의 불명확한 관계로 인해서 헤맬 수 밖에 없는 문제가 생긴다. 주인공 딸이 지하실에서 줍는 개와 자신의 사진은 게임 플레이와 앞으로 진행될 이야기에 어떠한 관계가 있는가? 벽장에 드리워진 그림자는? 플레이어에게 던져지는 이 모호한 이미지와 상징들은 '무언가 정답이 있는데 제대로 풀어나가지 못한다'라는 답답한 인상을 심어준다. 


게임 서사의 특징들은 영화와 비교하여 보았을 때 위와 같은 문제가 두드러진다:영화라는 매체는 관객에게 정보를 시간의 흐름에 따라 일방향적으로 전달하는 특성 덕에 시간에 따른 원인과 결과가 분명하다는 특징이 있다. 하지만 게임은 관객의 참여 여부와 별개로 흘러가는 영화와 달리, 플레이어가 행동하지 않으면 이야기가 진행될 수 없다. 결국 레이어즈 오브 피어의 경우처럼, 게임 내에 플레이어에게 전달하는 암시적인 정보량(=서사를 풍부하게 만드는)이 늘어나면 문제가 생기게 된다. 이야기가 암시적일수록 플레이어가 복잡하게 생각하고 판단해야 하는 부분이 늘어나게 되고, 결국은 그 정보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잡음이 발생하여 필연적으로 게임 플레이 경험에 악영향을 미친다. 


이런 점에서 본다면 플레이어에게 모든 것에 대해서 명시적으로 설명하거나 안내를 하는 것도 방법처럼 느껴질 수 있다.:하지만 여기에는 함정이 숨어있다. 영화와 달리 게임은 플레이어가 '하는 매체'이기에 플레이어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지만, 동시에 플레이어라는 존재가 게임 내의 서사에 있어서 유리되었다는 점이다. 영화나 소설 같은 매체에서 감상자는 작품이 제4의 벽을 부수고 관객의 몰입을 무너뜨리지 않는 한 게임 매체와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작품의 의도를 자연스럽게 따라간다. 하지만 플레이어가 행동하는 것이 매체를 구성하는 주요 요건인 게임이라는 매체는 특성상 '플레이어의 행동'이라는 작품 외적인 요소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작품 외부에 존재하는 플레이어라는 존재는 창작자의 의도와 같이 단일하고 균질하지 못하다:모든 플레이어는 제각기 다른 경험과 문화적 기반을 갖고 있으며, 그에 따라 상황에 대한 판단이나 행동하는 양태가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즉, 몰입을 위해서 얼마나 많은 정보가 제공하는 경우, 게임 내 서사 바깥의 플레이어를 강하게 인지하게 되거나 플레이어가 기반하는 환경에 따라서 의도한 것과 완전히 다른 결론에 도달하게 만들 수 있다. 


종종 플레이어를 배려하겠답시고 많은 정보를 던져주다 실패하는 경우는 쉽게 찾아볼 수 있다:일례로 콜옵 어드벤스드 워페어를 보자. 아직도 사람들 사이에서 비웃음거리가 되는 "버튼을 눌러서 조의를 표하세요"는 잘못된 QTE의 모범적 사례다. 게임은 분명 비극적인 상황에서 전우를 잃어버린 경험에 대해서 플레이어가 참여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주고자 했을 것이다. 일반적인 QTE가 영화적인 액션 같은 동적 경험에 쓰인다는 점과 그리고 일반적으로 조의를 표하는 그 순간에는 침묵과 묵상하는 장례 문화가 일반적이라는 점을 생각한다면 어드벤스드 워페어의 QTE는 그야말로 과유불급이었다. 


위와 같은 상황을 종합하여 보았을 때, 게임 서사의 난제는 바로 플레이어에게 게임에의 이입을 무너뜨리지 않으면서 적당한 정보량을 제공하느냐다. 그렇기 때문에 서사를 복잡하고 다층적으로 구성하기보다는, 일반적인 플레이어의 손에 닿을 정도로 단순하고 직관적인 수준의 이야기를 구축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그리고 그 위에서 변주를 주어서 플레이어에게 충격을 주고, 생각에 잠기게끔 만드는 것이 유효하다:예를 들어 바이오쇼크의 Would you Kindly 같은 반전이나 헬블레이드의 서사처럼, 플레이어가 몰입할 수 있는 서사를 제공하고는 결국에는 플레이어의 행동과 진실이 서로 대치되게끔 구성한 것처럼 말이다.

게임 이야기


*어드벤스드 건전 앤 드레건 업데이트가 적용된 버전으로 쓰여진 리뷰입니다.


*뉴클리어 쓰론 리뷰(http://leviathan.tistory.com/2043)를 참조해주시길 바랍니다.


망하는 로그라이크 게임들은 모두 엇비슷하지만, 흥하는 로그라이크 게임들은 제각기 이유가 있다:뉴클리어 쓰론은 과격한 총격전의 경험을, 아이작의 번제는 독특한 스토리 텔링과 설정을, 신테틱은 전술적인 총격전의 경험(총을 정확하게 쏘고, 리로드 하고, 걸린 탄을 빼내는)을 선사하였기에 성공할 수 있었다. 즉, 로그라이크 류의 게임에 있어서 핵심은 무한이 재생산되는 컨텐츠가 아니라 그 컨텐츠를 넘어설 수 있는 고유의 메카니즘과 개성이다. 기본적으로 로그라이크는 확률과 성긴 법칙에 근거한, 인디 개발사들의 얕은 속임수다. 그렇기 때문에 아무리 정교한 생성 규칙을 따른다 할지라도, 클리어 불가능하거나 받아들이기 어려운 조합이 생겨날 수 밖에 없으며, 공을 들여 설계한 스테이지와 게임 학습 곡선을 따라갈 수 없다. 다만, 게임의 분량과 무한한 리플레이를 가능하게 만들기 때문에 규칙에 근거한 무작위 생성이라는 로그라이크의 공식을 많은 개발사가 게임에 차용한다. 그리고 이러한 속임수를 덮기 위해서는 게임이 궁극적으로 추구해야하는 방향성이란 것이 있어야 로그라이크 게임은 성공할 수 있다.


엔터 더 건전은 2016년에 발매된 트윈 스틱 로그라이크 슈터 게임이다. 플레이어는 총굴을 탐험하는 탐험가로써 총굴에서 자신의 과거를 되돌릴 수 있는 막강한 무기를 찾아야한다. 로그라이크 슈터 답게 엔터 더 건전에서 모든 스테이지들은 매번 진행될 때마다 새로운 형태로 변화하며, 트레일러에서도 밀어주듯이 엄청나게 다양하고 개성넘치는 무기들을 총굴에서 찾을 수 있다. 트윈 스틱 슈터 게임 답게, 엔터 더 건전 자체는 기본적 이상의 재미를 보장하며, 다양한 총을 찾는 재미도 출중한 편이다. 그러나 엔터 더 건전은 경쟁자들이라 할 수 있는 게임들과 비교해본다면 어딘가 부족한 게임이다. 물론 16,000원 정도 가격에 간간이 꺼내서 즐길만한 재미 정도는 보장하지만, 그 이상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엔터 더 건전의 기본 뼈대는 트윈스틱 슈터다:트윈 스틱 슈터란 위에서 내려다보는 시점의 아케이드 장르 게임을 기반으로 이동과 조준을 별도 스틱(컴퓨터의 경우에는 키보드와 마우스)으로 나누어놓은 게임 장르를 통칭한다. 과거 크림슨랜드나 에일리언 슈터 류의 게임에서부터 최근에는 신테틱 같은 게임까지, 이런 트윈 스틱 슈터 게임은 트리플 A 게임으로 내기에는 조금 부족하지만(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시점의 고정 때문에 영화적 연출이나 이런 부분은 어려운 부분이 있다), 고전적인 아케이드 게임의 경험을 살린다는 측면에서 인디 게임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장르다. 엔터 더 건전 역시도 좌 스틱은 이동, 우 스틱은 조준이라는 전형적인 트윈 슈터 장르의 공식을 따르고 있다. 다만 게임은 여기에 테이블 뒤엎기로 임시 엄폐물을 만들거나, 굴러서 피하는 회피와 화면상의 탄막을 지우는 공포탄 개념을 추가하였다.


구르기 회피와 테이블 엄폐를 게임에 적용한 것은 엔터 더 건전의 총격전 메카니즘 때문이다:엔터 더 건전에서 적들은 느리지만 많은 탄환을 깔아두는 방식으로 플레이어를 공격한다. 뉴클리어 쓰론이나 신테틱 같은 게임에서는 총알이 빠르고 날카롭게 날아오는 전투 감각과 비교한다면, 일본 아케이드 게임에서 찾아볼 수 있는 비행기 슈팅류에 가깝다. 그렇기 때문에 난이도를 조절하기 위해서 무적 회피와 테이블을 엎는 엄폐물 개념, 총알을 지우는 공포탄 개념을 넣어둔 것이다. 도돈파치 같이 엄청나게 어려운 패턴이 나오는 것은 아니지만 로그라이크 답게 파훼불가능한 조합이 나오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이러한 메카니즘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엔터 더 건전의 가장 큰 매력은 정말로 많은 수의 총이 나온다는 점이다:각각의 총들은 다양한 대중문화에서 레퍼런스를 끌어오고 있으며, 각각의 총들은 단순히 파라메터만 다른 것이 아닌 다양한 발사형태와 개성을 갖고 있다. 또한 총과 아이템의 조합에 따라서 독특한 버프를 부여하는 경우들도 있는데, 이것들 역시 깨알같이 서브컬처에 대한 밈을 인용하고 있다. 개성 넘치는 총을 쏘고 다양한 아이템을 모아서 총굴을 돌파하는 재미는 여타 트윈 스틱 로그라이크 슈터에서 찾아보기 힘든 엔터 더 건전만의 독특한 매력이다. 


하지만 문제는 엔터 더 건전은 확률이라는 운 요소에 엄청나게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고, 이 운의 영향을 받는 정도가 여타 로그라이크 류 게임보다 더 높다는 것이다. 로그라이크는 무작위로 게임을 구성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클리어하기 쉬운 구조와 어려운 구조가 천차만별로 달라지는 문제가 있다. 하지만 성공한 많은 로그라이크 게임들은 이러한 운의 요소들을 뛰어넘어서 게임을 통제할 수 있는 요소를 두거나, 한판 한판 돌아갈 때 시간을 적게 잡거나, 재도전을 유도하게 만드는 등 보완하는 안전장치들을 마련하였다. 예를 들어 뉴클리어 쓰론과 같은 경우, 한 판 한 판의 인상이 짧고 강렬하기 때문에 계속에서 게임에 도전하게 만드는 매력을 가지고 있다. 신테틱은 난이도를 구성하는 옵션을 플레이어가 자유롭게 설정할 수 있어서, 운의 영향을 줄이고 게임을 즐길 수 있게끔 만들었다. 이와같이 확률을 최대한 통제하거나 이를 이겨내고 계속하게끔 만드는 것이 로그라이크 게임이 성공하는데 있어서 핵심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엔터 더 건전의 경우에는 이러한 안전장치들이 상당히 부족하다. 게임 자체가 탄막 형태로 플레이어를 압박하는 형태고, 이러한 상황에서 플레이어가 선택할 수 있는 선택지는 크게 두가지 밖에 없다:총알을 모두 피하거나, 아니면 압도적인 화력으로 탄막이 깔리기 전 최대한 빨리 방과 보스를 클리어하거나. 전자의 경우는 게임에 익숙해지기 전까지는 상당히 어려운 부분이기에 일반적인 게임 공략은 후자에 가깝다고 생각하는 것이 좋다. 하지만 엔터 더 건전에서 총은 상당히 얻기 어려운 도구다:대부분 총은 가끔씩 맵에서 찾아볼 수 있는 상자에 들어있는데, 이 상자를 열기 위해서는 열쇠라는 제한된 재화를 이용해서만 접근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더 문제는 상자에서 총만 나오는게 아니라는 것이다. 게임에 영향을 주는 아이템도 상자에서 나오기 때문에 게임은 더더욱 어려워지는 부분들이 있다. 또한 총을 얻었다 손 치더라도 총에 따라서 탄약 보유량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탄약관리에 애로사항이 생기는 경우도 많다.


물론 모든 케릭터들은 기본적으로 무한 탄약의 총을 하나씩 갖고 있기 때문에, '총알/총이 없어서 클리어 불가능한' 경우는 거의 없다. 그러나 총과 상자, 열쇠를 모두 구하기 힘든 엔터 더 건전에서 게임은 묘하게 구질구질하게 흘러가는 경향성이 있다:플레이어는 총을 구하기 위해서 상자를 찾아 돌아다니고, 열쇠를 살수 있는지 상점을 왔다갔다 하며 한번 더 확인하고, 그래도 뭔가 아쉬워서 맵을 돌아다니면서 한번 더 점검하는 등 자발적 백트래킹이 종종 일어난다.


이는 뉴클리어 쓰론 같은 게임과 비교해보았을 때, 매우 극명하게 드러난다:뉴클리어 쓰론의 경우, 탄약이나 총을 구하는 것이 어려운 게임은 아니기에 빨리 총을 줍고 적들을 제압하게끔 게임이 설계되어 있다. 신테틱의 경우도 꼭 좋은 총을 구하지 않더라도 패시브와 플래시뱅을 잘 사용하면 게임 플레이를 무난하게 풀어나갈 수 있고 게임 내 퀘스트나 부품을 사용해서 안좋은 총도 쓸만한 총으로 업그레이드 해나갈 수 있다. 하지만 엔터 더 건전의 경우, 들고 있는 총에 따라서 게임의 벨런스가 천차만별로 느껴진다. 게임 자체가 다양한 총이 등장하는데 게임 디자인의 초점을 맞추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등장하는 총도 많은편이고, 강력한 총에서부터 쏘는 재미만 있지 실제 게임을 클리어하는데 도움이 안되는 함정 같은 총도 많이 등장한다. 이 덕분에 총과 아이템이 나오는 것에 따라서 게임 플레이가 상당히 답답하게 흘러가는 경우가 상당수 발생한다. 


엔터 더 건전을 플레이하는 사람들이 '이 게임은 실력을 너무 많이 탄다'라고 평한 것도 바로 이런 쓸만한 총과 아이템 조합이 잘 나오지 않아 기본 총으로 어떻게든 총알을 다 피해가면서 꾸역꾸역 클리어해야하는 상황 덕분이라 할 수 있다. 심지어 이것이 좀 완화되었다 할 수 있는 어드벤스드 건전 앤 드레건 업데이트조차도 이러한 고질적인 문제가 발생하는 것은 총의 등장에 따라서 게임 난이도가 천차만별로 변화한다는 점을 반증하는 부분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게임 개발자들이 의도한 것은 '다양한 총을 쏘면서 클리어하게끔 만드는 게임'이었다면 실제 엔터 더 건전은 '총이 잘 안나와서 기본총이나 성능 안좋은 총으로 구질구질하게 버티면서 싸우는 게임'이 되어버린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아이러니하게도 엔터 더 건전은 다양한 총기 종류가 독이 된 게임이라 할 수 있다. 차라리 총과 아이템 풀에 덜 의존하는 매카니즘을 만들었다면, 게임은 지금보다 훨씬 나았을 것이다. 대신 엔터 더 건전은 이 부분에 하드코어한 탄막 패턴 암기류의 게임을 인용하고, 무적 회피와 테이블 뒤엎기, 공포탄 등을 사용해서 탄막을 지우는 쪽으로 게임 방향을 결정하였다. 이 덕분에 게임은 어떻게든 꾸역꾸역 진행될 수 있었지만, 게임이 '(탄막 회피와 암기)실력에 의존하는 게임'이라는 인상을 사람들에게 심어주었다. 엄밀하게 이야기하자면, 이 부분은 로그라이크 특유의 확률의존성을 넘어설 수 있는 게임 디자인을 엔터 더 건전이 만들지 못하였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다. 


물론 엔터 더 건전은 16,000원 ~ 20,000원 정도면 충분히 살만한 가치가 있는 게임이긴 하다:총을 쏘는 재미나 탄막을 회피하는 재미 자체는 기본적인 재미는 제공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뉴클리어 쓰론이나 신테틱 같은 게임에 비교하여 본다면, 엔터 더 건전은 정말로 많이 부족한 게임이다. 대체품이 있다면, 굳이 선택하지 않아도 되는 작품이라 할 수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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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난대로 짧게 적은 메모입니다. 죄송합니다.


PUBG는 배틀로얄 장르를 정의내렸고, 이는 아무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수십명이 떨어져서 단 한명만 살아남는다는 배틀로얄 장르의 공식은 컨셉 자체의 단순함과 파밍 및 서바이벌이 결합된 독특하고 깊이있는 게임 흐름은 데스매치 류 일변도였던 슈터 멀티플레이의 흐름을 바꿀 정도로 센세이셔널한 것이었다. 하지만 PUBG의 초창기 성공과 장르 개척자라는 명성에도 불구하고, 포트나이트라는 강력한 라이벌에게 많은 부분 포션을 빼앗긴 상황이다. 물론 PUBG 자체가 망했다고 이야기하기에는 아직은 시기상조일 것이다. 하지만 초창기 스팀 동접자수 신기록이나 가장 성공한 얼리억세스라는 칭호에 비해서 그 위세가 많이 후퇴한 것도 사실이다. 


PUBG의 성공은 다른 게임들에 비해서 아이디어로 빠르게 승부하였기 때문이라는 점이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 빠르게 승부를 본 지점이 게임에게 있어서 큰 패착을 안겨주었다. PUBG가 근 1년 동안 겪었던 핵심 문제는 최적화와 핵을 잡는 것이었다. 사실, 대부분의 게임에 있어서 기초적인 문제를 바로잡는데만 엄청난 시간을 소요한 것이다. 이렇게 버려진 시간들이 포트나이트라는 추격자가 따라붙을 수 있는 시간을 벌어주게 되었다. PUBG의 포텐셜을 훌륭하게 구현하고 있는 것은 추격자인 포트나이트라 할 수 있다:지속적인 컨텐츠 제공과 맵 변경 등을 통해서 플레이어가 질리지 않게끔 게임을 구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이러한 추격받는 과정에서 PUBG는 상당수 치명적인 실수를 하였다:우선 포트나이트에 대한 흑색선전(표절 문제와 법정 공방)을 시도하였다는 점이고, 그 다음은 업데이트의 방향성을 잘못 잡았다는 것이다. 포트나이트가 하나의 전장에 여러 자잘한 바리에이션을 두고 다양한 게임 내 이벤트와 맞물면서 게임을 살아있는 것으로 만들었다면, PUBG는 게임을 절대적인 양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업데이트 방향성을 잡고 상당히 느리게 게임을 확장하였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업데이트되는 간격에 대비해서 PUBG의 컨텐츠 확장 속도는 매우 더딘것처럼 보여졌다. 또한 얼리억세스와 패키지 판매라는 게임 판매 방식에서 스킨과 같은 부분유료화 요소를 도입하는데 있어서도 말바꾸기와 껄끄러운 접목 등 좌충우돌하는 모습도 보여주었다.


이러한 과정에서 보여준 것은 단순히 훌륭한 게임이라 해서, 그것을 뒷받침하는 기술이나 운영의 노하우가 없다면 게임의 장기적 성공을 보장할 수 없는 시대가 도래했다는 점이다. 이는 게임이 더이상 상품이 아닌 서비스의 속성을 강하게 띄기 시작했다는 점을 시사하는 것이다. 분명, PUBG는 업데이트와 베리에이션. 벨런만 분명하게 잡았으면 더 롱런하고 저변을 확장할 수 있는 게임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더 강력한 후발주자들이 PUBG를 추적하고 있고, PUBG는 많은 부분 스타트 이점을 잃고 이들과 정면 격돌하는 상황에 처하게 되었다. 이는 분명 PUBG에게 있어서는 엄청난 악재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게임 이야기


*작년 E3 이야기에 대해서는 http://leviathan.tistory.com/2258 를 참조해주세요.


2018년의 E3는 총체적 난국이었다. EA의 C&C 부관참시로 시작해서 하멜른의 퉁소부는 사나이에, 대난투 25분 방송으로 마무리 지었던 E3는 많은 사람들의 기대를 저버렸던 쇼였다. 물론, 건질만한 것들도 있었다:프롬 소프트의 신작인 척랑이 처음 공개되었고, 데빌 메이 크라이 V나 바이오하자드 2의 리메이크 역시 발매 일정과 함께 공개되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2018년 E3에는 결정적인 무언가가 빠져있었다. 2017년이 VR과 4K에 대한 이야기가 오고 갔을 때, 그것이 설령 실패하였어도 하나의 '테마'를 구성하였다면 이번 E3에서는 그러한 테마의 부재가 가장 치명적이었다.


어째서 2018년 E3에서는 눈에 띄는 테마가 부재하였을까. PS4와 엑스박스 원으로 대표되는 콘솔이 런칭한지 4년이 되어가는 시점에서 전통적인 콘솔 라이프 사이클에 따라 게임 개발자들과 업계는 다음 콘솔을 준비할 수 밖다. 실제 금번 E3에서 마이크로소프트 측은 새로운 콘솔을 개발하고 있다는 사실을 공개하였으며, E3 전후로 새로운 콘솔에 대한 다양한 루머가 오고가는 중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무언가 기술적으로 새로운 테마를 이야기하기에는 어려웠을 것이다. 또한 VR은 아직까지 시기상조이며, 4K의 경우 영상매체 등의 인프라가 함께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이들을 다시 한번 E3를 대표하는 정체성으로 꺼내는 것도 무리가 있었을 것이다. 즉, 거대한 흐름을 이야기하기에 2018년은 무언가 어중간한 시점이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뒤집어서도 생각해볼 수 있다:과연 2017년을 장식한 4K와 VR이 게임의 트렌드를 보여주는 거대한 흐름이었을까.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스마트폰 게임 등으로 대표되는 부분유료화 게임은 점점 늘어나고, 이들이 벌어들이는 매출 역시 엄청나게 늘어나고 있다. 그리고 게임에 들어가는 자본이 줄어드는 대신, 루트박스 등의 확률에 기반한 수익모델로 화수분 같은 수익 창출이 가능해진 시점에서 대규모 자본과 기술이 들어가는 트리플 A 게임의 존재는 점점 위험에 처하고 있다. 일례로 금년 5월에 발매된 갓 오브 워 신작을 보자:산타모니카는 금번 갓 오브 워가 실패했으면 스튜디오가 문을 닫았을지도 몰랐다고 고백한 적이 있었다. 소니 같이 퍼스트 파티에 강력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산타모니카 같이 양질의 트리플 A 게임을 만들어 온 베테랑 제작사조차 트리플 A 게임의 개발과 이윤 창출 구조는 리스크가 큰 행위가 되어간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E3를 통해서 '겉으로' 보이는 마케팅적인 트렌드는 오히려 게임 시장 전체를 대변하기 힘들어지고 있다. E3가 연말 대목을 전략적으로 노릴 수 있는 좋은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유명 프랜차이즈가 여기에 참석하지 않는다는 것은 많은 점을 시사한다. 대형 제작사들이나 큰 프랜차이즈들은 기술적인 퍼포먼스과 스펙타클을 보여주기 보다는 자체 컨퍼런스나 유튜브 체널, 체험회 등을 통해서 자기 자신에게 맞는 마케팅 전략을 취하기 시작하였다. 이런 점에서 올해 E3의 가장 충격적인 사실은 매년 컨퍼런스의 노잼 단골 이벤트를 차지하였던 콜 오브 듀티 신작이 컨퍼런스는 커녕 E3에 전혀 참석하지 않았다는 사실일 것이다:블랙옵스 4는 배틀로얄 모드인 블랙아웃이라는 전례없은 실험을 프랜차이즈에서 감행하고 있고, 발매일을 한달 앞당겨서 10월을 목표로 하고 있는 상황이다. 즉, 블랙옵스 4는 프랜차이즈 사상 유례없는 실험을 하면서 발매까지 약 3~4개월 남짓 밖에 안남은 빠듯한 일정 속에서 가장 큰 마케팅 기회인 E3를 포기하는 무리수를 감행한 것이다. 레드 데드 리뎀션 2의 불참과 함께, 이 사건은 이번 E3에서 눈여겨 봐야할 중요한 사건이었다. 그것은 더이상 E3는 필수 참석이 아닌 '선택지'가 되었다는 사실을 암시한 것이었다.


물론 이러한 이변(레드 데드 리뎀션 2과 블랙옵스 4의 불참) 속에서도 E3가 완전히 그 의의를 잃을 일은 없을 거라 본다:게임을 만드는데 있어서 중요한 제반 환경인 인프라(콘솔이나 PC 등)나 기술은 무시될 수 없는 근간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기술을 선도하는 E3가 완전히 그 의의를 잃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게임에 있어서 기술이 게임 전체를 대표하는 마케팅의 핵심이자 게임의 본질을 차지하는 시대는 이제 저물어 갈 것이다. 이미 이는 E3 2018 소니 컨퍼런스에서 명확하게 드러났다:데스 스트렌딩이나 스파이더맨, 라오어 파트 2 같은 굵직한 작품을 드러내며, 퍼스트 파티와 기술력의 PS 진영을 과시하였던 소니 컨퍼런스는 역설적으로 '작년에 했던 것'을 또다시 반복하면서 트리플 A 게임의 근본적인 문제인 '개발에 있어서 긴 시간과 비용이 소요'된다는 것을 온몸으로 증명하였기 때문이다. 시간이 길어질수록 비용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이고, 개발 리스크도 무지막지해질 것이다. 이제 트리플 A 게임과 독점작으로 대표되는 게임 시장의 구도는 임계점을 맞이하고 있다.


결국은 변화는 E3 바깥에서 도래할 것이다. 닌텐도 스위치의 등장이나 모바일 게이밍, E 스포츠, 클라우드 콘솔 등의 다양한 주제들이 E3의 바깥에서 이야기되고 있다. 그렇기에 2018년은 흥미롭지만 조용한 한 해라 할 수 있다. 대중이 인지하지 못하는 물 밑에서 정말로 많은 일들이 일어났었고, 그것이 폭풍 전야의 고요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분명, 이후에 도래하는 콘솔과 게이밍 환경은 우리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여지껏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형태가 될 것이다.


게임 이야기



내일은 꼭 글을 두개 쓰고 말겁니다...


게임 이야기


*본 리뷰는 스위치 버전으로 쓰여진 리뷰입니다.


대전 격투는 지난 수십년 동안 고유 문법을 강하게 지켜온 독특한 게임 장르다. 플레이어와 플레이어가 서로 케릭터를 조작해서 상대를 쓰러뜨린다는 단순한 구성을 가진 대전 격투는 1분 남짓의 짧은 시간 동안 다양한 심리전과 콤보 등을 주고 받는 집중력이 높은 게임 장르다. 유념해야하는 점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격투 게임을 볼 때, 콤보나 화려한 움직임으로 상대를 농락하는데만 초점을 맞추지만, 격투 게임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공방 시스템과 거기서 오는 이득, 판정 범위, 발동 속도 등의 공수 교대다. 이러한 공방의 문법을 차근차근 배워나가야하기 때문에 격투 게임의 입문 허들은 매우 높은 편이다. 하지만 이러한 문법을 한번 익히게 되면, 여타 게임에서 찾아볼 수 없는 깊이를 선사하는 것이 격투게임 장르기도 하다.


블레이블루 크로스 태그 배틀(약칭 크로스 태그 배틀)은 아크 시스템 워크의 격투게임 프랜차이즈인 블레이블루 시리즈의 최신작이다. 게임의 전체적인 얼개는 올해 2월에 발매된 드래곤볼 파이터즈의 골격을 이식하였다:즉, 크로스 태그 배틀은 드래곤볼 파이터즈와 같이 전체적으로 간단하게 변하였으며, 간단하게 변한 대신에 태그배틀을 통해서 게임의 깊이를 심화시키는 방식이다. 다만 드래곤볼 파이터즈가 3대3 격투 구조였다면, 크로스 태그 배틀은 2대2로 스케일 다운시키고 태그 케릭터 간의 상호작용 전반을 일신하였다. 드래곤볼 파이터즈와 유사하게 크로스 태그 배틀도 입문하기 쉽게끔 조작이나 콤보 허들을 낮추었지만, 마스터하기는 어려운 구조를 취하고 있으며, 시스템의 활용방법에 따라 상상치도 못한 공방이 오가기도 한다. 다만, 그 구조를 잘 살리는 컨텐츠가 뒷받침되지 않아 아쉬운 부분도 있는 게임이다..


크로스 태그 배틀은 조작 자체가 단순한 편이다. 패드 조작을 기본으로 4버튼 체제인데, 공격에 직접적으로 사용할 수 없는 교체 버튼을 제외하면 실제 케릭터 조작에 쓰이는 버튼은 약- 강 - 크래쉬 공격 3버튼 체제다. 기본적으로 게임은 약에서 강으로, 강에서 크래쉬 공격으로 이어지는 아크 시스템 특유의 개틀링 콤비네이션 시스템을 차용하는데, 콤비네이션의 마지막인 크래쉬 공격이 중단(서서 크래쉬 공격 - 크래쉬 어썰트)과 하단(다리 후리기)로 이어지는 이지선다가 되기 때문에 3버튼으로 간단하게 중하단 이지선다를 걸 수 있다. 또한 크로스 태그 배틀은 여타 격게에서 찾아볼 수 없는 원 버튼 콤보 시스템이 스마트 콤보 시스템을 차용한다:플레이어는 버튼 하나만 연타해서 콤보를 완성시킬 수 있다. 일반적으로 스마트 콤보는 4타로 구성되어 있으며, 캔슬 불가능한 마지막 타를 제외하면 3타에서 강공격 스마트 콤보나 크래쉬 공격으로 이어줄 수 있기 때문에 지상 콤보와 이지선다 공방 난이도가 많이 낮아진다. 또한 공중 콤보도 비슷한 흐름으로 흘러가기 때문에(공중 스마트 콤보 - 점프 캔슬 - 공중 스마트 콤보), 점프 캔슬 타이밍만 익힌다면 쉽게 공콤으로도 이어나갈 수 있다.


그외에도 많은 것들이 크로스 태그 배틀에서는 단순화되었다. 필살기의 구성은 드래곤볼 파이터즈와 동일하게 레버 1/4 회전 + 버튼(파동권 커멘드)로만 구성되어 있다. 또한 약공격과 강공격 필살기 외에도 기 게이지를 하나 소비해서 강화형 기술을 쓰는 시스템이 탑재되어 있으며, 약이나 강공격에 붙어있는 특수기 개념도 거의 대부분 삭제되어 대부분 케릭터들이 지상에서는 서서 약, 앉아 약, 서서 강, 앉아 강, 크래쉬 어설트, 다리 후리기 6가지 선택지만을 갖게 되었다. 일반적인 게임에서 대공/리버설 용으로 쓰이는 대공 승룡권은 각 케릭터별로 약공격+교체 버튼을 동시에 눌러 발동되는 리버설 액션으로 단순화되었으며, 잡기 자체도 돌진 잡기와 같이 약간의 거리를 이동해서 잡기 때문에 가드를 하는 상대를 캐치하는 것이 많이 편해졌다. 


전반적으로 시스템이 단순화되고 가드 중에 이지선다가 필연적으로 일어나기 때문에, 이지선다에 실패하는 경우를 방지하기 위해서 게임은 리젝트 가드라는 시스템을 도입한다. 리젝트 가드는 가드 중 기 게이지를 하나 소비하여서 상대를 밀쳐냄으로써 공방 상황 자체를 리셋시키는 시스템이다. 게이지가 허락하는 내에서는 몇번이라도 리젝트 가드를 할 수 있기 때문에, 공방에서 불리하다 판단될 때는 적극적인 방어 수단으로 활용하여야 한다. 


조작 케릭터들의 개성이 넘치다 못해 폭발하는 블레이블루 프랜차이즈의 콜라보 게임인 만큼, 크로스 태그 배틀 역시도 각 케릭터들의 개성이 매우 독특한 편이다. 하지만, 블블 시리즈의 복잡한 시스템과 조작, 드라이브 조작 등과 다르게 크로스 태그 배틀은 약-강-크래쉬 공격의 3버튼 체계과 스마트 콤보, 필살기 시스템에 기존 케릭터들의 개성을 녹여 내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에스를 예로 들어보자:에스는 기존 블블 시리즈에서 드라이브 공격 자체가 검 공격 후 공격 궤적을 따라서 공격이 생겨나는 시스템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드라이브 자체에 붙어있던 기믹이 서서 강공격 연계(강공격 - 강공격)와 점프 크래쉬 공격에 붙으면서 드라이브를 사용한 다양한 기술을 모두 가지치기 하였다. 그렇기 때문에 견제나 공방 등에서 블블의 에스와 크로스 태그 배틀의 에스가 서로 다른 모습을 보여주긴 하지만, 에스의 드라이브 특성들이 크로스 태그 배틀로 넘어와서도 살아있는 것들이 있기 때문에 여타 케릭터와 운영에서 차이가 있다. 이와 같이 드라이브 시스템으로 운영 자체가 완전히 달라지던 블레이블루 시리즈와 다르게 크로스 태그 배틀에서 플레이어가 신경써야 하는 것은 6개의 기본기에 대한 성능과 판정을 이해하는 것 정도다. 하지만 단순화되었음에도 크로스 태그 배틀에는 여전히 케릭터들 간의 개성과 차별성이 뚜렷한 편이다.


여기까지 놓고 본다면 크로스 태그 배틀은 기존의 아크 시스템 격투 게임을 단순화 시킨 게임처럼 보인다. 하지만 후술할 태그 시스템으로 인해서 여타 게임에서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흐름을 크로스 태그 배틀은 보여준다.







크로스 태그 배틀에는 여타 격투 게임에서 찾아볼 수 있듯이 플레이하는 케릭터 이외에도 항시 대기 중인 태그 파트너가 존재하며, 이들과 상호작용하는 다양한 시스템이 존재한다. 플레이어는 지상에 있을 시, 어느 순간이라도 교체 버튼을 눌러서 자유롭게 태그 파트너와 교대할 수 있고, 케릭터 교체와 별도로 시간에 따라 회복하는 파트너 게이지를 사용해 공방을 유리한 액션을 취할 수 있다. 


그리고 여타 태그 격투 게임이 그렇듯이, 교체한 케릭터는 체력을 회복한다. 여기서 주목해야하는 점은 크로스 태그 배틀 내에서 콤보로 인해서 받는 데미지의 양/교대로 회복하는 체력의 양이다. 크로스 태그 배틀 내의 케릭터들 체력은 14000 ~ 20000 정도 선인데, 일반적인 콤보가 5000~6000 수준이고 콤보를 극한으로 뽑아내면 12000 수준으로 그야말로 콤보 한번 맞고 반 피 이상 까이는 일은 상시 발생한다. 또한 콤보 자체의 난이도가 쉬워진 만큼 공방에서 이길 시 상대 체력을 엄청나게 빼버릴 수 있기 때문에 플레이어는 자신의 태그 팀의 체력 상태를 체크하면서 교대를 해줘야 한다. 크로스 태그 배틀은 교대 시 체력 회복 속도를 매우 높게 설정하였기 때문에 초죽음이 되었던 케릭터가 반 피 이상 회복하여 복귀하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발생한다. 그러나 케릭터 교체 시 케릭터가 무방비로 노출되고, 이걸 캐치한 상대에게 케릭터가 반죽음이 되도록 처맞는 일이 왕왕 발생하기 때문에 플레이어는 태그와 관련된 시스템을 모두 사용해야 한다.


방어 시스템 관점에서 본다면, 플레이어가 원하는 순간에 콤보를 끊고 들어오는 난입 시스템(크로스 버스트)이 크로스 태그 배틀에는 존재한다. 상당히 강력한 방호 시스템으로 카운터 판정이 아닌 콤보 피격 상황에서 파트너 게이지를 2개 소비하면 대기중인 케릭터가 콤보중인 상대에게 상단 판정의 공격을 가하면서 상대를 눕히고 공방 자체를 리셋 시킨다. 섯부르게 공격하다가 카운터를 맞는 상황이 아니라면, 상대의 절명 콤보에도 여유롭게 공격을 끊어버릴 수 있고 기상공방 상황으로 전환시키기 때문에 반격의 찬스를 마련할 수 있다. 그러나 동시에 크로스 버스트는 상단 판정의 공격을 무시할 수 있는 리버설 공격이나 크로스 버스트를 읽고 점프 캔슬 등으로 피해버리면 교대한 파트너가 큰 데미지를 받을 수 있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크로스 버스트로 파트너 게이지를 소비 시, 파트너 게이지가 일정 시간 회복되지 않기 때문에 이 때 콤보를 맞게 된다면 방호 수단이 없다는 것도 위험한 부분이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 크로스 버스트는 꼭 써야 할 상황을 보고 쓰는 것이 중요한 시스템이다.


파트너 어시스트는 그 외에도 아래와 같은 기능을 갖고 있다. 첫번째는 대기중인 파트너로 태그를 교체하는 것이다. 어시스트로 호출된 파트너가 복귀하기 전 교체 버튼을 누르면 파트너로 교대를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콤보 자체를 어시스트로 마무리 지은 뒤, 상대가 일어서서 반격하기 전 파트너로 안전하게 교대하거나 상대가 다운된 근처에서 교대하여 기상공방을 이어가는 등의 다양한 상황에서 교대하는 용도로 사용할 수 있다. 그리고 중요한 점은 교대에 성공할 시, 교대한 케릭터에게 오라가 발생하면서 버프를 받게 되는데 버프 시간동안은 기 게이지를 자동으로 빠르게 채워주기 때문에 기 게이지를 사용한 여러 매커니즘들(강화 필살기, 초필살기, 리젝트 가드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된다.


두번째는 공방 압박이다. 고티어로 갈수록 자주 보이게 되는 어시스트 사용례인데, 기본적으로 어시스트는 상단만 공격하기 때문에(중단이나 하단을 공격하게 될 시, 가드 불가의 중하단 이지선다가 발생하기에 시스템적으로 제한을 건 것이다) 판정 선택에서 제한이 있지만, 어시스트 파트너와 조작 케릭터는 별도로 움직이기 때문에 어시스트 케릭터가 상대의 움직임을 봉쇄하고 조작 케릭터가 기동의 우위를 점해 중 하단을 공략하거나 역가드나 혼란을 불러일으키는 공격을 하여 공방 자체를 플레이어에게 유리하게 이끌어줄 수 있다. 기본적으로 크로스 태그 배틀 자체는 케릭터 하나 하나가 개성이 뚜렷하지만 단순하기에 공방 상의 장단점이 명확하다. 그렇기 때문에 현재의 케릭터가 갖고 있는 불리함을 어떻게 파트너의 어시스트로 극복하느냐 게임을 더 높은 경지로 끌어오르는 첫번째 관문이 된다.  


하지만 어시스트 자체도 리스크가 있다. 어시스트는 항상 조작 케릭터가 위치한 곳을 기준으로 나오기 때문에 예측 가능하며, 가드를 했을 경우 리젝트 가드나 크로스 버스트 등의 능동 방어를 할 수 없기 때문에 큰 빈틈이 생긴다. 심지어는 아무 생각없이 어시스트를 내지를 경우, 케릭터 두명이 한꺼번에 콤보에 두드려 맞아서 체력에서 큰 손실을 보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게임은 항상 주기적으로 리젝트 가드로 거리를 벌려 상대를 튕겨내는 작업을 하고, 어시스트를 안전하게 쓰고 공방의 우위를 리셋하는 작업을 해야한다.







여기에 크로스 태그 배틀은 공방 압박의 꽃으로 크로스 콤보 시스템을 탑재한다. 크로스 콤보는 어시스트를 부른 상태에서 발동하여 5초동안 파트너가 나와서 플레이어 공격에 맞춰 5초동안 어시스트 공격을 난사하는 시스템이다. 여기서 교체 버튼을 누르면 그 상태에서 파트너와 교대하여 어시스트 난사를 5초 더 연장시킬 수 있다. 이 어시스트 난사라는 개념 덕분에 여타 게임에서는 볼 수 없는 창의적인 압박도 가능하다. 예를 들어, 하이드를 파트너로 둔 상태에서 크로스 콤보를 사용 후, 지상 장풍 난사로 상대 움직임을 꼼짝없이 봉쇄시키고 여유롭게 중하단 이지선다를 걸고 가드를 무너뜨릴 수 있다. 모든 케릭터의 어시스트 성능이 다르기 때문에 크로스 콤보로 이어지는 공방 흐름 자체도 모두 다르며, 심지어 어시스트 버튼을 홀드 하는 것만으로 '무적' 상태로 공격 대기를 하는 어시스트 케릭터를 깔아두어 심리전을 걸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파트너가 쓰러지고 조작 케릭터가 한명 남았을 때는 플레이어는 일종의 각성 모드인 레조넌스 블레이즈를 발동 시킬 수 있다. 레조넌스 블레이즈는 레벨 1~4까지 단계가 나뉘어져 있고, 이 단계는 플레이어가 게임 중 파트너를 얼마나 자주 불렀는지 등 파트너와의 상호작용 빈도에 따라 레벨이 좌우되고 레벨에 따라서 발동 추가 시간과 추가 임시 기 게이지를 제공한다. 레조넌스 블레이즈 발동 시, 체력과 기 게이지가 회복되기 때문에 강화 필살기나 리젝트 가드를 난사할 수 있으며 상대의 크로스 버스트를 봉쇄하며 필살기에서 초필살기 캔슬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역전을 노릴 수 있는 주요 수단이기도 하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파트너가 없기 때문에 크로스 버스트 같이 콤보를 중간에 끊을 수 있는 수단이 전무하기 때문에, 콤보에 더 취약해지는 문제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게임 흐름은 대부분 파트너가 쓰러지기 전 최대한 상대방의 체력을 복구 불가능할 정도로 타격을 주고(그 상태로 게임이 끝나면 더욱 좋다), 상대를 마무리하기 위해서 마지막 레조넌스 블레이즈로 쐐기를 박는 형태로 이어진다.







종합하여 본다면, 크로스 태그 배틀의 전체적 흐름은 콤보 시동을 위해 장풍/근접 공격/어시스트 견제/중하단 이지선다 등으로부터 시작되며 리젝트 가드를 사용해 공방 자체를 주기적으로 리셋시키는 형태로 구성된다. 그리고 공방에서 성공하여 콤보가 시작될 때, 크로스 버스트로 끊을 것인지 아니면 파트너 게이지를 쓸 것인지를 판단하며, 공방을 주고 받는 와중에 케릭터가 쓰러지지 않게끔 주기적인 교체와 자원(파트너 게이지, 기 게이지) 관리를 해줘야 한다. 플레이어가 끊임없이 움직인다면, 자원이 끊임없이 수급되는 형태기 떄문에, 멈추지 않고 빠르게 몰아칠 수 있다. 그러나 멈추는 순간 게임은 플레이어에게 급격하게 불리하게 흘러가며, 서로 할 수 있는 것들이 많다보니 게임 자체가 예측 불가능하게 흘러가는 일들이 많다. 


이런 점에서 크로스 태그 배틀은 마치 개성이 있지만 연주하긴 상대적으로 단순한 타악기 두개를 들고 복잡한 리듬을 연주하는 느낌의 게임이다. 분명 하나 하나의 케릭터와 시스템을 조작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그러나 케릭터 두명이 서로의 부족한 점을 보완해야하는 점에서 쉽지 않은 게임이며, 이를 위해 시스템을 극한까지 끌어써야 한다. 그렇기 떄문에 실제 화면상에서 보여지는 것은 조작 케릭터 한명 뿐이지만, 플레이어의 머릿속에서는 항상 두번째 케릭터를 언제 어떻게 등장시키고 빈틈을 매꿀 것인지를 생각해야하며 이런 특성은 상위 티어로 올라가면서 대전의 흐름이 1대1 격투 게임이 아니라 2대2 난전 게임의 형태가 되어 나타난다. 빠르고 입문은 쉽지만, 파고들면 들수록 무궁무진한 가능성이 보여진다는 점에서 크로스 태그 배틀의 시스템 완성도는 매우 높은 편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크로스 태그 배틀의 시스템은 훌륭하나 컨텐츠는 매우 부족한 편이다. 있으나 마나한데다가 스토리도 부실한 싱글플레이 모드와 컴까기 용인 서바이벌 모드를 제외하면 번듯한 싱글플레이 모드도 없다. 아바타나 프로필 카드, 칭호 등의 수집 요소가 있지만, 내용이 너무 부실하며 결국 남는 것은 격투 게임 플레이 뿐이다. 물론 격투 게임에서 격투를 뺴면 무엇이 남겠냐만은 혼자서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는 요소가 부족하다는 것은 분명 마이너스 요소다. 특히 스위치 같이 휴대모드로 게임을 플레이하는 시간이 많을수록 더욱 더 아쉬운 부분이다. 또한 튜토리얼이라 할 수 있는 텍틱스 모드가 어시스트를 사용한 다양한 공방 압박 등에 대해서 다루지 않은 부분도 아쉬운 부분이기도 하다.


결론적으로 블레이블루 크로스 태그 배틀은 독특한 격투 게임이며, 아크 시스템이 드래곤볼 파이터즈 이후 지향하는 게임의 큰 줄기와 방향성(입문은 쉽게, 마스터는 어렵게)이 느껴지는 게임이기는 하다. 하지만 동시에 여러가지 측면에서 급조한 실험작이라는 인상도 지우기 힘들다. 우선 부족한 컨텐츠의 문제도 있고, DLC 케릭터가 추가되는 패턴 역시도 시간이 부족해서 분할로 파는 듯한 느낌이 강한 편이다. 분명 완성도가 있는 게임이긴 하지만, 그런 점에서는 구매가 망설여지기는 하다. 어쨌든 대전 상대가 한명이라도 있으면 멀티가 꾸역꾸역 돌아가는 대전 게임의 특성상, 멀티가 안잡혀서 게임이 안되는 경우는 드물다. 북미쪽과도 넷코드가 나쁘지 않기에 게임이 할만한 수준이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컨텐츠 부분은 더욱 보완했으면 하는 부분이다. 스위치나 좀 색다른 격투 게임을 즐기고 싶은 사람에게는 추천할만한 물건이다.

게임 이야기


*본 버전은 스위치 이식 버전을 기준으로 쓰여졌습니다.

*세이브 더 월드는 제외하고 배틀로얄 기준으로 작성된 리뷰입니다.


PUBG의 성공과 배틀로얄 장르의 대두는 팀 데스매치 위주의 멀티플레이 환경을 송두리채 뒤흔들 정도의 흐름이었다:배틀필드 V는 게임 모드의 일부로써 배틀로얄 장르를 지원하겠다고 밝혔으며, 블랙옵스 4는 심지어 싱글플레이 모드를 빼고 그 자리에 실험적인 배틀로얄 모드인 블랙아웃을 도입하였다. 더 나아가 레드 데드 리뎀션 2의 연기는 배틀로얄 모드 때문이라는 루머도 신빙성있게 돌 정도였다. 


이러한 배틀로얄 장르의 성공은 게임 자체의 직관성(끝까지 살아남는 자가 이긴다)이 플레이어들을 매료시켰을 뿐만 아니라, 근 10여년간 슈터 장르에서 찾아보기 힘든 참신함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배틀로얄 장르의 문법은 기존 10년 간 등장하였던 슈터 멀티플레이에 있어서 가장 확장성과 수용범위가 넓기 때문에 게임 제작과 향유의 관점에서 매력적인 부분들이 많다:예를 들어, 팔라딘스의 배틀로얄 버전인 렐름 로얄의 경우 RPG 특유의 파밍과 직업 구분을 집어넣었으며 여타 배틀로얄 장르에서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흐름을 만들었다. 이런 식으로 모든 배틀로얄 장르의 게임들은 기본 골격을 제외하면 각기 다른 흐름을 보여주고 있다. 배틀로얄 신생 장르기는 하지만, 직관성과 참신함, 마지막으로 컨텐츠 개발에 있어서 유연함이 여지껏 나왔던 멀티플레이 게임 장르 중에서는 가장 잠재력이 높다.


북미권에서 PUBG를 능가한 포트나이트의 성공은 배틀로얄 장르의 잠재력을 가장 잘 드러낸 경우라 할 수 있다. 원래 포트나이트는 코옵 슈터에 마인크래프트 같은 크래프팅+빌딩 요소를 가미한 게임이었다. 하지만 작년 가을 배틀로얄 모드의 출시와 함께 포트나이트는 그야말로 폭발적인 성공을 거두었다. PUBG가 ARMA와 DayZ에서 생존과 교전 같은 자극적인 요소들만 끌어온 것과 비교해서 포트나이트 배틀로얄 모드의 슈팅 매카니즘이나 교전은 단순한 편이긴 하다. 그러나 빌딩 요소가 배틀로얄 장르와 슈팅 요소에 접목되면서 포트나이트는 경쟁자인 PUBG와는 다른 독자적인 매력을 쌓아올린데 성공한다. 포트나이트는 이런 점에서 배틀로얄이라는 장르가 갖고 있는 가능성을 여지없이 보여주는 게임이다.


포트나이트에서 유념해야할 점은 포트나이트의 배틀로얄은 PUBG와 비교해보았을 때 많은 부분 간략화되었다는 점일 것이다. 우선, 포트나이트에서는 사격은 저격 소총 이외에는 히트스캔 방식으로 이루어지며, 상대에게 맞을 시 데미지가 즉각적으로 표기가 되어 맞았는지 여부를 즉시 확인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PUBG에 비해 포트나이트는 상대를 제압하는 것이 매우 쉬운 편이다. 또한 PUBG에서는 없었던 인디케이터(총을 맞았을 시, 방향을 알려주는 HUD 표지기)가 있어서 피격시 상대에게 대응사격을 하는 부분도 많이 쉬워졌다. 그외에도 인벤토리가 간략화된 점이나, 탄약을 소지하는데 제한이 없는 점 등은 파밍 과정에서 무엇을 들고 버릴지를 고민하게 했던 PUBG에 비해 많이 간략된 부분이다. 또한 부위별 데미지 없이 머리 이외에는 모두 동일한 데미지를 주는 점, 그리고 방탄조끼가 아니라 방어막 개념이기에 방어막이 제 2의 체력역활을 해서 생존력을 높이는 점 등도 주목할만하다. 이런 점들에서 포트나이트는 PUBG에서 의도적으로 불편하게 만들었던 부분들을 케주얼하게 다뤄냄으로써 게임의 허들을 낮추는 방향성을 지향한다.


대신에 게임은 맵 자체를 PUBG에 비해서 더 작게 만들었다. 물론 PUBG는 탈것이란 요소를 도입해 먼 거리를 이동하고, 더 나아가 탈 것을 엄폐물로 쓰는 등의 전략적인 게임 플레이가 가능한 부분이 있었다. 하지만 포트나이트는 탈 것이 없는 대신에(물론 두명이 탈 수 있는 쇼핑 카트가 있지만, 통상적인 탈것과는 거리가 멀다) 맵을 작게 만들어서 첫 교전까지의 텀을 짧게 만들었다. PUBG와 다르게 사람이 드문 곳을 착륙지점으로 잡았다 하더라도, 맵이 좁기 때문에 상대와 동선이 겹칠 가능성이 높아 안심하고 파밍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포트나이트는 PUBG에 비해서 더 빠른 템포로 게임이 진행되고 교전이 일어나는 편이다.


여기까지만 놓고 본다면 포트나이트는 배틀로얄 장르를 좀 더 캐주얼하게 다룬 게임처럼 보인다. 실제 게임의 이해도가 높지 않은 초보들과 게임을 할 때, 포트나이트는 상대를 제압하는 것은 쉽지만 깊이가 없어보이는 모습을 여러번 보여주기도 한다. 하지만 후술할 건설과 파괴되는 엄폐물의 특성 때문에 포트나이트는 총격전의 흐름 외에도 여타 배틀로얄에서 찾아볼 수 없는 '건설'이라는 게임 흐름이 존재한다. 그렇기 때문에 포트나이트는 건설과 슈팅의 흐름 사이에서 플레이어가 벨런스를 잡아야 하며, 게임의 이해도가 점점 높아질수록 오히려 PUBG와 같은 배틀로얄 게임들보다 더 손이 많이 가는 특이한 게임이다.


우선 포트나이트 내의 모든 오브젝트들(지형지물 이외에 나무나 자동차, 벽이나 바닥 오브젝트 등)은 근접 공격으로 부숴서 자원으로 환원시킬 수 있다. 플레이어는 이 자원을 이용하여 벽이나 계단, 바닥 등의 건축물을 만들고, 이를 통해서 엄폐물이나 고지대를 만들어 상대와의 싸움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해야 한다. 자원의 속성(나무, 돌, 금속)에 따라서 건설이 완성되는 시간과 체력이 각기 다르기 때문에 상황에 따라서 적절하게 설치하는 것이 관건이다. 예를 들어, 기습을 당한 경우 빠르게 만들어지는 나무 엄폐물을 만들고, 알박기나 장기 농성을 하고 싶을 때는 금속을 이용해 엄폐물을 만들면 된다. 포트나이트에서 건축물을 만드는 데는 큰 제약사항이 없어서(건축물이 땅바닥에 붙어있으면 된다), 실제 못 올라가기 어려운 위치에 올라간다던가 등의 창의적인 플레이로 이어지기도 한다.


포트나이트 내에서 거의 대부분의 엄폐물은 파괴되기 때문에 PUBG와 같은 캠핑이나 농성은 불가능하다. 대신 플레이어가 원하는 곳에 엄폐물과 요새를 만들 수 있는 능력을 활용하여 즉석에서 요새를 만드는 것이 매우 중요하며, 동시에 건설 시스템은 플레이어의 스타일을 다양하게 확장할 여지가 있다. 실제 교전을 하다보면 플레이어가 대응하거나 건물을 짓는 패턴이 정형화되지 않아 독특한 긴장감을 만들며, 상대의 건설 패턴을 읽고 의중을 파악하는 재미가 있다. 그리고 여타 슈터 게임과 다르게 엄폐물을 만들면서 총을 쏘는 등 끊임없이 생각하고 엄폐물을 부지런히 만들어야하는 점도 게임의 재미와 깊이를 더해주는 부분이다.


그러나 문제는 이러한 게임의 흐름이 기존의 슈팅 매카니즘과는 분리된 점에서 오는 복잡함이다:포트나이트에서 건축은 별도의 버튼을 통해 '건설 모드'에 들어가야지만 가능하다. 그렇기에 플레이어는 교전 시 빠르게 전투 모드- 건설 모드로 전환해서 상대의 공격에 대응해야한다. 게임에 대한 이해도와 숙련도가 높을수록 이 건축 요소는 일반적인 플레이어와 그렇지 않은 플레이어의 격차를 벌리는 요소로 작용한다.  슈터 게임에서 엄폐물의 존재는 상대방으로부터 받는 피해를 줄이고 상대를 공격할 기회를 엿보는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에, 스스로 엄폐물을 만들어서 능동적으로 자신을 보호하거나 역으로 적을 공략한다는 개념은 교전의 큰 흐름을 바꿀 수 있는 중요한 요소다. 처음에는 자신과 비슷한 수준이거나 엄폐물을 만들지 않는 플레이어와 교전하면 크게 불리하지는 않지만, 자신보다 더 높은 수준의 플레이어를 만나게 된다면 요새를 만드는 상대방을 보며 '대체 저 사람이 뭘하는걸까'를 고민하다가 손도 못쓰고 죽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게 발생한다. 이런 점이 포트나이트를 오히려 어떤 부분에서는 PUBG뿐만 아니라 여타 슈터 게임을 훨씬 넘어서는 난이도를 자랑하는 게임으로 만드는 주범이다.


물론 이렇게 건축이라는 요소 때문에 에픽은 상대적으로 전투 등의 여타 메카니즘이 간략하게 다듬었고, 그 결과 포트나이트는 '입문은 간단하지만 마스터는 어려운' 게임이 되었다. 어떤 측면에서는 PUBG보다도 훨씬 어려운 게임이 포트나이트다. 하지만 포트나이트는 PUBG가 다져 놓은 배틀로얄의 장르 공식이 완전히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확장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 게임이기도 하다:PUBG가 ARMA나 DayZ 같은 밀리터리 시뮬레이션 슈터에 기반하여 탄도학이나 탄 낙차 등의 다양한 요소를 고려하고 슈팅과 생존에만 방점을 찍었다면, 포트나이트는 생존과 슈팅 외에 건축이라는 조미료를 가미하고 배합비를 달리해서 완전히 새로운 게임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즉, 포트나이트는 배틀로얄이라는 장르 자체의 확장과 성공 가능성을 증명하고 있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언리얼 엔진을 만들고 기술력이 출중한 에픽의 게임인만큼, 포트나이트는 다양한 기기(PC, 콘솔, 심지어 모바일까지)로 나오면서 최적화 부분에서 뛰어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스위치 버전 포트나이트는 현세대 콘솔과 모바일 사이 수준의 퍼포먼스를 보여주고 있으며, 크로스 플랫폼을 지원하는 등 전반적으로 만족스러운 퀄리티다. 포트나이트는 가변 해상도에 솔로/스쿼드는 30프레임을 유지하지만, 50대50 같은 워모드나 대규모 건설이 일어날 경우 22프레임 수준까지 떨어지며, 장거리 교전에서는 상대의 움직임이 뚝뚝 끊겨서 움직이는 이슈가 있다. 게임을 플레이 불가능한 수준까지 떨어지지 않지만, 관대하게 보기는 어렵다. 20대 20 스쿼드 전이나 팀 게임에서는 크게 끊기는 이슈가 없기 때문에 플레이를 할 때는 이런 점을 유의하면서 플레이하면 쾌적하게 게임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포트나이트는 배틀로얄 장르의 가능성을 보여준 장르인 동시에, 건설과 슈팅의 독특한 게임 플레이 조합으로 배틀로얄 장르 내에서도 나름대로의 위치를 확보한 게임이다. 스위치 버전도 더 나은 퍼포먼스를 보여줬으면 했지만, 게임 플레이 상황에 따라서는 충분히 눈감아 줄만한 퍼포먼스이기도 하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점은 스위치로 크로스 플랫폼을 지원하며 대규모에 검증된 멀티플레이 슈터가 나왔다는 것이다. 게임 자체는 완벽한 무료 게임이기 때문에(스킨 판매로 돈을 버는 일종의 롤과 같은 수익 모델이다) 부담없이 플레이할 수 있다는 것도 강점이다. 퍼포먼스 이슈에 대해서만 좀 관대해진다면, 스위치 버전 포트나이트는 오랫동안 즐길 가치가 있는 게임이라 할 수 있다.



게임 이야기


*스위치 버전을 기준으로 쓰여졌습니다.


동키콩 컨트리 트로피컬 프리즈는 동키콩 컨트리 시리즈의 최신작이며, 2D 플랫포밍 장르의 게임이다. 동키콩이 마리오와 함꼐 닌텐도의 역사에 있어 태동부터 함께한 게임이란걸 생각한다면, 동키콩 프랜차이즈는 의외로 홀대받은(?) 편이긴 하다. 마리오가 오랜기간 동안 닌텐도 콘솔의 플래그십 타이틀을 유지하면서 플랫포밍 장르의 메인 시리즈와 함께 카트와 같은 스핀오프도 지속적으로 나왔다면, 동키콩 같은 경우 제작사 교체(레어에서 레트로로)로 인해 중간에 명맥이 끊긴 일도 있었으며 스핀오프 등 컨텐츠가 만들어지기 보다는 여타 게임에 콜라보하는 형태가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레트로 스튜디오의 동키콩 컨트리가 성공을 거두면서 이야기가 달라지게 된다:마리오 시리즈가 플랫포밍 장르에 있어서 전통을 넘어서서 새로운 무언가를 만드는 시도들(갤럭시나 오디세이를 보라)을 꾸준하게 해왔다면, 동키콩 컨트리는 그야말로 슈퍼패미콤 시절에 만들어졌던 과거 플랫포밍의 전통을 그대로 따르면서 재미를 주는 방향으로 나아갔기 때문에 차별화된 모습을 보여주었다. 트로피컬 프리즈도 본다면 그런 점에서 과거 2D 플랫포밍을 극대화하여 만들어낸 작품이라 할 수 있다.


트로피컬 프리즈는 전형적인 2D 플랫포밍 게임이다. 플레이어는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시작점에서 도착점을 향해 나아가는 게임이다. 그리고 그 사이에는 다양한 장애물들이 있고, 플레이어는 이러한 장애물을 타이밍에 맞춰서 점프하는 등을 통해 극복해야 한다. 그러나 트로피컬 프리즈는 요즘 여타 게임에서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기믹들이 있다. 우선은 상당히 섬세한 조작감이다:트로피컬 프리즈에는 조작에 약간의 '관성'이 붙었다. 예를 들어, 플레이어가 버튼을 눌러서 움직이다 버튼에서 손을 때더라도 케릭터는 한 두 발자국 정도 이동을 한다. 이러한 한 두 발자국의 움직임은 처음 움직임에서는 큰 문제를 일으키진 않는다. 하지만 쉬지않고 달리면서 다음 발판으로 건너뛰게 되면 이 작은 한 두 발자국이 누적되면서 사뭇 다른 결과를 불러오기도 한다. 특히 트로피컬 프리즈가 여타 플랫포밍 게임과 비교해서 어렵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말이다.


트로피컬 프리즈는 겉보기와 다르게 플랫포밍 장르 게임 중에서도 어려운 축에 들어가는 게임이다. 이는 셀레스테처럼 '죽는 것에 패널티를 부여하지 않는' 최근의 플랫포밍 장르 게임과는 사뭇 다른, 정확하게는 구세대적인 어려움이다. 셀레스테를 예로 들어보자. 셀레스테는 죽으면서 배우는 것을 기본적으로 전제하기 때문에 한 지역을 클리어하는데 수백 수천번을 죽어야한다. 대신 셀레스테는 체크포인트를 하나의 스테이지 단위로 짧게 끊어놓음으로써 학습이 짧지만 집중되게 이루어지게끔 구성을 해두었다. 그러나 트로피컬 프리즈는 다르다:체크포인트의 텀은 길고, 학습을 해야하는 구간은 매우 긴 편이다. 설령 학습을 하였다 하더라도 위에서 이야기한 섬세한 조작의 문제와 맞물리면서 체감상 난이도는 더 높은 편이다. 


하지만 트로피컬 프리즈는 학습과 훈련한 성과 만큼 플레이어에게 성취감을 주는 게임이다:게임의 스테이지에는 기본적인 클리어 루트 이외에도 클리어 속도를 극단적으로 단축할 수 있는 루트들이 숨어있다. 게임은 기본적으로 타임어택 및 리플레이 기능을 지원하고 있는데, 이 리플레이 영상들을 보고 있으면 관성이나 적들을 발판 삼아서 스테이지 클리어 속도를 극한으로 끌어올리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트로피컬 프리즈는 섬세하고 어려운 만큼 여타 플랫포밍 게임에서 쉽게 찾아볼 수 없는 도전적인 움직임이 가능하다. 


더욱 놀라운 점은 이러한 시스템을 극한으로 사용하면 움직임에 변화를 주는 콩 버디가 없더라도 게임이 클리어 가능하게 구성했다는 점이다:버디 콩은 공중에 체류하게끔 하거나(디디콩), 살짝 떠오르게 해주거나(딕시콩), 스프링처럼 튀어오르게 하는 등(크랭키 콩) 플랫포밍을 좀 더 쉽게 해주는 역할을 한다. 처음 플레이할 때는 이들의 도움이 있어야지만 게임이 클리어가능한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버디 콩을 삭제하는 하드 모드를 통해서 트로피컬 프리즈는 버디 콩이 없더라도 거의 대부분의 스테이지가 클리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이런 점에서 레트로 스튜디오는 게임 시스템을 극한까지 사용했을 때, 과연 플레이어가 자신을 어디까지 밀어붙일 수 있는지에 대해서 정확하게 파악하였다.


트로피컬 프리즈는 스테이지를 학습하는 재미가 여타 플랫포밍 게임에 비해서 배로 재밌는 편이다. 트로피컬 프리즈는 기본적으로 모든 '스테이지'가 자기 자신만의 기믹과 비밀을 가진다. 트로피컬 프리즈의 스테이지 기믹들은 공통적인 몇몇 함정 기믹을 제외하면 겹치는 것이 하나도 없을 정도로 세밀한 모습을 보여준다. 스테이지 기믹이 각기 다른 만큼, 플레이어가 학습해야하는 스테이지의 구조와 패턴도 늘어나기 때문에 난이도가 확 뛸 수도 있지만, 게임은 하나 하나 스테이지의 길이를 절묘하게 조절하여 게임을 하는 플레이어가 나가 떨어지지 않게끔 만든다.


또 눈여겨 봐야하는 점은 난이도를 낮추기 위한 여러 아이템과 안전장치다:트로피컬 프리즈는 슈퍼 미트 보이나 셀레스테 같은 최근 2D 플랫포밍과 다르게 실패에 대한 패널티로 목숨을 사용하는 전통적인 방법을 차용하고 있다. 그렇기에 트로피컬 프리즈는 자칫 잘못하면 목숨(=풍선)이 모두 떨어져서 스테이지를 클리어하지 못하고 오도가도 못하는 상황이 쉽게 발생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게임은 여기에 몇몇 안전장치를 마련한다. 전통적인 플랫포밍 게임답게, 일정 양의 바나나를 모으면 게임은 여분의 풍선을 플레이어에게 제공하는데, 게임은 이 바나나의 수급을 매우 쉽게 해두어서 플레이어가 구간을 반복하면서 자연스럽게 바나나를 수급하여 풍선을 확보할 수 있도록 만든다. 


또한 스테이지 곳곳에 있는 바나나 코인이라는 재화를 모으면, 펑키콩이 운영하는 상점에서 풍선을 대량으로 구매할수도 있다. 풍선 하나 하나의 가격이 매우 싸기 때문에, 풍선을 대량으로 확보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또한 바나나 코인으로 게임을 쉽게 풀 수 있는 아이템들(낙사 방지나, 가시 방지, 추가 체력 등)을 얻을 수 있기에 게임 난이도를 올리는 안전장치를 마련하기도 한다. 다만, 한번에 들고갈 수 있는 아이템의 수가 정해져있기 때문에 게임이 마냥 쉬워지는 것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트로피컬 프리즈는 바나나와 코인을 아주 쉽게 제공하지만은 않는다. 스테이지 곳곳에는 숨겨져 있는 장치들이 있고 플레이어는 능동적으로 이러한 요소들을 찾고 아이템을 확보하기 위해서 스테이지의 옆길로 새거나, 스테이지 내의 물품들과 상호작용한다. 그리고 이러한 부분에서 게임은 스테이지를 대단히 어렵게 구성해뒀다:트로피컬 프리즈는 스테이지를 클리어하는 것을 목적으로만 한다면 그렇게까지 어려운 편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숨겨진 KONG 이니셜이나 일러스트 코인들은 정확한 타이밍에 점프하거나 스테이지를 꼼꼼하게 뒤지지 않는다면 쉽사리 놓치게끔 구성했기 때문에 상당히 도전적인 편이다. 


트로피컬 프리즈에서 아쉬운 점은 보스전이다:신선하고 도전적인 스테이지 구성과 비교하여 보았을 때, 보스전은 유달리 길고 지루하다. 물론 데미지를 입을 떄마다 더욱 도전적인 패턴으로 이어지는 점은 좋지만, 보스전이 스테이지의 완급조절에 비교하자면 너무 길고 처지는 감이 없지 않아 있다. 보스전의 길이를 조금만 줄였다면 나름 괜찮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 그와 별개로 스위치 판에서는 난이도를 낮추기 위한 펑키콩 모드가 탑재되어 있는데, 체력이 동키콩 보다 높고 버디콩들의 능력을 모두 갖고 있어서 초보들도 게임을 클리어할 수 있게끔 만들어놓은 모드다. 이 모드 덕분에 트로피컬 프리즈는 누구라도 어떻게든 클리어할 수 있게끔 게임 플레이에 숨통을 티어놓았다.


결론적으로 동키콩 컨트리 트로피컬 프리즈는 슈퍼마리오 오디세이와는 정반대의 길을 걷는 닌텐도 플랫포밍 게임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다:슈퍼마리오 오딧세이가 3D라는 공간의 전환을 통해서 전통을 유지하되 새로운 게임을 만드는데 집중하였다면, 동키콩 컨트리 시리즈는 여전히 전통적인 게임 구성으로도 충분히 재밌는 게임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스위치 버전이 이지모드라 할 수 있는 펑키콩 모드가 추가된걸 빼면 달라진 것이 거의 없는 편이지만, 깊게 파고들기로 마음먹는다면 오랫동안 즐길 수 있는 게임이며 구매해도 후회가 없을 게임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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