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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이야기



*1편 리뷰를 참조해주시기 바랍니다.(http://leviathan.tistory.com/1656)


*본 리뷰는 스위치 버전 기준으로 작성되었습니다.



바이오하자드 6편의 기록적인 실패 이후로, 바이오하자드 시리즈의 위상은 위태로워졌다고 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7편은 그야말로 '초심으로 돌아가서' 게임을 만든 경우라 할 수 있었는데, 액션 블록버스터화 된 전작들과 비교하여 낮은 판매량을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손익분기는 발매 첫달에 돌파하고 플레이어들과 웹진 등에서 좋은 평가를 받으면서 바이오하자드 시리즈가 아직 건재하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하지만 바이오하자드 7이 생각외로 많이 팔리지 못한 것은 기존 바이오하자드 게임 플레이 스타일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7편은 훌륭한 작품이었지만, 동시에 여전히 레온이 돌려차기와 수플렉스를 하고 크리스가 붕권으로 집채만한 바위를 날려버리며 용암에 짜파게티를 데워먹으며 공식처럼 로켓런처로 마지막 보스를 작살내버리는 그런 작품을 사람들은 바라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캡콤은 4편 이후로 이어진 호러와 액션 어드벤처가 섞인 게임을 원하는 팬층을 무시할 수 없었다.


이런 점에서 바이오하자드 레벨레이션즈 시리즈는 참으로 적절한 위치에 놓였다. 레벨레이션즈 1편은 구작들의 불편한 부분들을 개선하면서(특히 무빙샷이 안되던 부분이라던가), 폐쇄된 공간에서의 호러라는 과거 시리즈 전통을 이어받고, 더 나아가 머셔너리 모드를 승계하는 레이드 모드를 만들어서 할 거리를 대폭 늘리는 등 그야말로 많은 부분 현대적인 흐름과 타협한 작품이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레벨레이션즈 2가 처음 공개되었을 때, 사람들은 게임을 에피소드 방식으로 쪼게파는 행태에 대해서 많은 실망을 하였다. 기존의 하나의 게임을 플레이한다는 감각에서 벗어나, 게임을 쪼게 판다는 발상은 기존 플레이어들에게는 다소 낮설고 도전적인 방식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레벨레이션즈 2는 전 에피소드 발매 이후, 그럭저럭 좋은 평가를 받으며 팬들 사이에서 나름 입지를 굳히는데 성공하였다. 물론 문제가 없는 작품은 아니지만, 레벨레이션즈 2는 레벨레이션즈 1편의 좋았던 부분을 계승하면서 레이드 모드를 통해 오랫동안 즐길 수 있는 게임을 만들었다.


먼저 리뷰에 앞서 유념해야하는 부분은 레벨레이션즈 2의 가격은 풀 프라이스인 6~7만원 선이 아닌 2만 5천원짜리 게임(다운로드 기준)이라는 것이다. 요즘 같이 풀프라이스 6~7만원에 시즌 패스 2~3만원을 내야 전체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시대에 레벨레이션즈 2의 가격은 터무니 없이 싼 편이다. 그리고 사실, 그 터무니 없이 싼 데는 이유가 있다:게임의 흐름은 기본적으로 전작을 동일하고, 시스템적인 부분에서도 큰 차이가 없는 편이다. 심지어 그래픽 엔진도 거의 동일한 것을 쓰며, 에셋이나 이런 부분도 재탕을 한게 아닐까 라는 의심이 되는 부분들이 있다. 그만큼 이 게임은 돈을 아껴서 만들어졌다. 그렇기에 일반적인 가격의 게임과 비교하였을 때, 용납할 수 없는 부분들이 상당히 많다.


게임의 흐름은 전반적으로 1편과 유사하며, 새로 추가된 부분이 있지만 이 부분은 큰 인상을 남기진 못한다. 레벨레이션 2는 1편과 같이 플레이어가 대부분 좁은 통로에서 적들과 대치하는 상황을 만들고, 탄약과 아이템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게 만든다. 1편과 같이 무빙샷이 있긴 하지만, 조준하면서 움직이는 속도가 매우 느리기 때문에 플레이어는 항상 적과 거리를 벌리면서 신중하게 한발 한발을 쏴야한다. 이런 점들은 1편과 크게 다르지 않다. 레벨레이션즈 2는 여기에 동료를 추가한다. 게임은 클레어 - 모이라와 베리 - 나탈리아 2인 협동 체계로 구성되어 있으며, 두명을 서로 번갈아서 조작을 할 수 있다. 총기를 사용한 오직 클레어와 베리만 할 수 있지만, 모이라와 나탈리아는 각자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전투 케릭터를 보조한다. 우선 모이라의 경우, T 포보스 바이러스가 빛에 약한점을 이용하여 조명으로 스턴을 걸 수 있으며 나탈리아는 적을 감지하고 레버넌트의 약점(우로보로스 바이러스가 결집해있는 부위)을 알려준다. 하지만 이런 기믹들은 게임에 큰 영향을 미치진 않는데, 일단 1인 플레이 기준에서는 계속 번갈아서 케릭터를 조작하자니 맥이 끊겨서 짜증나고 100% 동료를 활용하여 코옵을 하기 위해서는 화면 분할 코옵을 진행해야 하는데, 이 부분은 여러 제약조건(오프라인에서 같이할 친구가 필요하다는 점)들 때문에 허들이 매우 높은 편이다. 그렇기에 대부분 시간은 그냥 동료가 없다고 생각하고 1인 플레이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그 외의 부분에서 레벨레이션 2편은 1편에 비교하여 퇴보하였다. 우선은 게임 전체의 구조다:게임은 클레어와 모이라의 시점에서 게임이 진행된 뒤, 미래로 넘어가서 베리와 나탈리아가 클레어와 모이라의 자취를 추적하는 것으로 구성되어 있다. 여기서 볼 수 있듯이, 레벨레이션즈 2는 기본적으로 동일한 스테이지를 약간 달리하여 재탕하는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클레어와 모이라가 지나갔던 경로를 베리와 나탈리아도 큰 틀에서는 비슷하게 진행하기 때문에 반복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게다가 전작 레벨레이션즈나 바이오하자드 1편 등에서 보여줬던 하나의 공간을 탐험하면서 행동반경을 넓혀나간다, 라는 컨셉은 온데간데 없고 대부분 일직선 진행이 기본이기 때문에(물론 에피소드 1편의 수용소 같은 경우, 시차를 사용한 측면에서 나름 신선한 기믹을 보여주긴 했었다) 스테이지 구조 측면에서는 오히려 퇴보하였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적의 디자인이나 개성 측면에서도 전작에 비할 바가 되지 못한다:전작이 말미잘 해삼 갯강구 등 온갖 역겨운 해산물들을 섞어서 괴물로 만들고, 거기에 각자 독특한 움직임과 개성을 부여하였다면, 이번작의 괴물들은 비주얼이나 움직임에서 다채롭지 못한 모습을 보여준다. 공포를 통해서 변이하는 괴물인 T 포보스 바이러스의 컨셉은 괜찮았지만, 그 컨셉과 괴물 디자인 사이의 관계성은 모호하고 게임 플레이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정교한 움직임을 보여주지 못해서 아쉬웠다. 또한 레벨레이션즈 2편은 초반 수용소의 분위기 이후로 게임 전체를 아우르는 디자인의 통일성이 부족했다. 1편이 쇠락한 호화 여객선과 어딘가 습기차고 불쾌한 스테이지 디자인들이 매력적이었다면, 2편은 그저 쇠락해버린 광산촌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모든 단점들은 게임의 가격인 2만 5천원(스위치 버전 기준에서는 2만원, 더 나아가 할인할 때는 1만 5천원 수준, 혹은 그 이하)이란 점을 고려했을 때는 어느정도 납득되는 수준이다. 레벨레이션즈 2가 갖고 있는 단점들은 엄밀하게 이야기해서 게임 플레이를 크게 해치는 수준은 아니다. 여전히 게임 플레이는 1편 기반으로 탄탄한 편이다. 게임의 독자적인 개성이나 반복적인 구조를 띄고는 있지만, 레벨레이션즈 2는 여전히 악랄한 적들을 상대로 살아남는 나름대로의 재미와 맛이 있는 게임이다.


레벨레이션즈 2의 진가는 전혀 예측하지 못한 장소에서 빛을 발한다:이 게임은 단순하고 개성이 다소 떨어지긴 하지만, 레벨레이션즈 1편과 비교하여 보았을 때 더 확장 심화된 반복 플레이에 특화되어 있는 게임이다. 기본적으로 바이오하자드 시리즈에서 찾아볼 수 있었던 싱글 반복 플레이는 레벨레이션즈 2편에서도 지원하고 있으며, 적들이 보이지 않는 투명 모드나 타임어택 모드 등의 다양한 모드를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눈여겨 보아야하는 점은 1편의 레이드 모드가 2편에서는 더욱 발전 계승하여 돌아왔다는 점이다. 


레이드 모드는 몰려오는 적들을 처리하고 살아남아서 보상을 얻는 형태의 2인 멀티플레이 코옵이다. 레벨레이션즈의 레이드 모드는 싱글플레이의 감각을 기반으로 작은 스테이지 내에서 복도를 가로막고 서서히 다가오는 적들과 난전을 벌이는 것이 기본이며, 1편과 동일하게 적들은 레벨과 함께 나름대로의 특성을 가지고 있다. 레벨레이션즈 2는 기존 1편의 무기 및 파츠 파밍을 더 심화하여 케릭터 스킬 육성 및 스킬 이식(스킬 만랩을 찍은 경우, 만랩 스킬을 다른 케릭터에게 이식할 수 있다.), 레벨 다운 기능을 이용한 도전적인 게임 플레이 진행, 일간/주간/월간 이벤트 미션을 통해 지속적인 도전 거리를 제공하는 측면은 높게 평가할만하다. 일단 레벨레이션즈의 게임 플레이나 시스템은 기본적으로 탄탄하고, 2편에서 아쉬운 점들은 기존 플레이 부분이 아니기 때문에 양적/질적으로 강화된 레이드 모드는 오히려 전작과 비교하여 보았을 때 한층 더 성숙한 모습으로 완성되었다 평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바이오하자드 레벨레이션즈 2편은 기존 넘버링 타이틀 작과 비교해서 부족한 부분이 많은 작품이긴 하지만, 그 가격에 레이드 모드로 즐길 플레이 타임을 생각하면 전혀 돈이 아깝지 않은 양작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에피소드 방식을 통해서 뭔가 좀 더 혁신적인 시도를 하였다면 좋았겠지만, 레벨레이션즈 2는 그 자체로도 안정된 재미를 제공하는 게임이라 할 수 있다.




게임 이야기


* 스포일러 있습니다.


* 스위치 버전을 기반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산을 오르는 이유가 거기에 산이 있기 때문이다 라고 이야기한 등산가 조지 말로리의 격언은 게임에도 많은 의미를 갖고 있다. 어째서 사람들은 게임을 하는가? 게임은 사람에게 시간과 기술, 집중력 등 많은 것을 요구하지만 정작 현실에서는 어떠한 이득을 주지 않는다. 하지만 그럼에도 사람들은 게임을 한다. 게임을 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많은 이론들이 존재하지만, 그중 우리가 눈여겨 봐야하는 것은 '달성감'일 것이다. 어려운 과제를 달성할 수록 거기서 오는 쾌감과 정복감, 자신의 기술에 대한 만족감 등은 게임을 하게 만드는 강한 원동력이라 할 수 있다. 그렇기에 게임을 플레이하는 이유는 사회적이고도 실용적이지 않은, 지극히 개인적인 행위로도 볼 수 있다. 하지만 그렇게 개인적이기에 게임은 사람의 인생에 각별한 순간들을 남길 수 있다.


셀레스테는 슈퍼 미트 보이 이후로 꾸준히 만들어졌던 도전적인 2D 플랫포밍 장르의 게임이다. 게이머는 주인공 매들린과 함께 클리어가 불가능한 것처럼 보이는 스테이지를 하나 하나 돌파해나가면서 산의 정상에 도달해야 한다. 플레이어는 스테이지 하나 당 수백~수천번은 죽어야하는 것을 각오하고 플레이해야 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셀레스테는 불합리하게 어려워서 포기하게 만들거나 클리어를 위해서 특별한 테크닉을 써야하는 그런 게임이 아니다. 셀레스테의 훌륭한 점은 게임 시스템은 단순하지만 스테이지 기믹을 이용해서 다채로운 플레이를 유도한다는 점, 더 나아가서 그것이 게임 서사와 밀접하게 연관되어있다는 점이다.


어려워보이는 첫 인상과 다르게, 셀레스테는 매우 단순한 조작 구성을 지닌다:셀레스테에서 플레이어가 익혀야하는 기술은 뛰기, 공중대시, 벽잡기로 3가지 밖에 없다. 또한 공중대시 역시도 스틱으로 정교한 조작을 가하기 보다는 위, 아래, 좌, 우, 대각선 45도 정도로 제한되어 있는 편이다. 대신 셀레스테는 게임에 있어서 플레이어가 타이밍 부분에서 집중하게 만든다. 언제 어느 시점에서 뛰기나 잡기, 혹은 공중대시를 할 것인가를 통해서 스테이지를 해쳐나가게끔 만든 것이다. 대신 게임은 그 타이밍에 대해서 매우 가차없는 구조를 지니고 있다. 플레이어가 정확하게 타이밍을 잡아내지 못한다면 곧바로 죽음을 맞이하고 다시 스테이지를 처음부터 시작해야 한다.


대신, 셀레스테는 죽음이라는 실패에 대해 매우 관대한 구조를 지닌다. 게임에서 모든 월드들은 분절되어 있는 각각의 스테이지로 쪼개져있으며, 각각의 스테이지는 개별 체크포인트를 갖는다. 그렇기에 아무리 실패하더라도 결국은 스테이지를 넘어가면 조금씩 조금씩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또한 각각 스테이지들은 그 텀이 짧은 편이기 때문에 실패를 해도 진행과정을 잃는 부분에 대한 부담은 적은 편이며, 한 스테이지를 클리어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30초에서 1분 정도 남짓으로 매우 짧은 편이다. 다만, 각각의 스테이지를 클리어하는 것은 매우 어렵고, 한 스테이지에서 수도 없이 많은 실패와 좌절을 맞봐야 한다:단 30초에서 1분 정도의 움직임을 위해서 플레이어는 몇십분의 실패를 경험해야 한다.


이러한 실패의 과정에서 플레이어는 셀레스테에서 여타 플랫포밍과 다른 독특한 경험을 느낀다. 처음에는 불가능한것처럼 보였던 스테이지의 구조가 실패와 실패를 반복함으로써 반대편 골을 향한 궤적과 타이밍이 점점 보이기 시작한다. 셀레스테의 스테이지는 수많은 장애물로 가득차 있지만, 그 속에는 다음 스테이지로 나아가기 위한 루트가 분명하게 있고 플레이어도 쉽게 그걸 인지할 수 있다. 플레이어는 실패를 반복하면서 최적의 루트와 점프 타이밍을 잡아내고 가다듬는다. 점점 이러한 과정을 반복할수록, 플레이어는 실패를 반복하더라도 목표에 도달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갖게 된다. 그리고 점차 자신의 실패를 교정해나가면서, 플레이어는 결국 다음 스테이지에 도달할 수 있다. 셀레스테는 이런 점에서 훌륭한 구조를 지니고 있다. 게임은 어렵지만, 플레이어에게 불가능한 것처럼 느껴지게 만들지 않았다. 게임은 칼같은 타이밍과 조작을 요구하지만, 정작 시스템적으로 복잡한 조작을 요구하지 않는다. 셀레스테는 서로 교차시키기 어려운 두 개념과 감각을 교차시킴으로써 플레이어에게 잊을 수 없는 경험을 선사한다.


하지만 셀레스테는 스테이지를 반복 재생산하지 않는다. 각각의 월드에는 서로 다른 기믹들이 존재하고 있다:예를 들어 폐허 도시에는 움직이는 발판과 관성을 이용한 점프를, 고성에서는 플레이어의 이동 궤적을 뒤쫒아오는 분신과 대시로 관통할 수 있는 발판이 있다. 게임의 기본적인 규칙은 여전히 동일하지만, 셀레스테는 각각의 월드에서 새로운 기믹을 플레이어에게 제공하고 이를 변수에 넣어서 생각하게 만든다. 이러한 기믹들의 훌륭한 점은 각각의 월드들이 독특한 특성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어느 하나도 그 기믹이 과해서 게임의 전반적인 플레이를 해치거나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기믹은 기믹이되, 셀레스테의 기본은 최적의 이동 루트를 그리고 어느 시점에서 어떻게 점프하고 움직일 것인가 타이밍을 판단하는 것이 핵심이기 때문이다. 각 월드의 기믹들은 게임을 더욱 풍성하게 하고 한시라도 게임이 지루하지 않게끔 만든다.


셀레스테의 스토리는 간결하지만, 게임의 플레이 구조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마들렌은 셀레스테 산을 오르고자 하지만, 자신의 부정적인 자아는 산을 오르는 것을 방해하고 산에서 내려가게끔 유혹한다. 하지만 게임의 종반, 마들렌은 자신의 부정적인 부분과 화해하고 하나가 되고, 게임에서 이중 대시 능력이 해금된다. 이후 스토리 마지막 월드는 첫번째 스테이지부터 정상까지 스트레이트로 올라가는 구조로 스테이지를 구성하는데, 이전에는 미처 생각지도 못했던 불가능한 움직임들과 시원스럽게 과거 월드들을 격파해 나가는 과정은 플레이어의 가슴 한 구석을 뭉클하게 만드는 구석이 있다. 왜냐면 게임 내에서 보여주는 마들렌의 산을 오르는 동기나 케릭터 자체가 여타 게임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대단히 현실적인 고민들에 기반하고 있기 때문이다. 등산이라는 행위를 통해 자신을 극복하고자 했지만, 자신의 부정적인 모습도 솔직하게 받아들여 성숙해지는 과정은 게임 플레이 구조와 맞물리면서 간결하지만 인상적이라 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셀레스테는 게임 플레이 구조와 기믹, 스토리 모든 측면에서 흠잡을 때 없는 훌륭한 작품이다. 플랫포밍에 잼병인 사람이라도, 끝까지 도전해서 클리어하겠다고 마음먹으면 누구나 클리어할 수 있다. 더 나아가서, 플레이어는 스토리 클리어 이후에도 숨겨진 딸기 모으기나 B사이드, C사이드 스테이지를 해금함으로써 더 어려운 도전을 즐길 수 있다. 셀레스테는 20불 남짓한 인디게임이지만, 그 이상의 값어치와 경험을 선사한다 할 수 있을 것이다.

게임 이야기



글써야 하는데...아...


게임 이야기



*베요네타 2편 리뷰(http://leviathan.tistory.com/1907)와 1편 리뷰(http://leviathan.tistory.com/1426)


베요네타 1과 2가 닌텐도 스위치로 발매되었다. 완성도에 비해 많이 팔리지 못한 작품으로 명성(?)이 높은 베요네타 시리즈는 닌텐도가 판권을 인수한 이후로 완전히 닌텐도 진영으로 넘어온 게임이 되었다. 심지어 2편의 그럭저럭이었던 판매량에도 불구하고, 베요네타는 스위치로 3편이 나올 예정이며 닌텐도 라인업에서 부족한 하드코어 액션 게임의 빈 자리를 매꿔주는 역할을 자처한다. 그런 점에서 스위치로 나온 베요네타 1&2도 현재 스위치에 부족한 액션 게임의 빈자리를 매꾸기 위한 일환으로 볼 수 있으며, 이식 수준도 위유 판을 그대로 옮긴편이기에 준수하다. 양쪽 다 테이블/독 모드 모두 720P에 가변 60프레임으로 작동하며, 자잘한 부분에서 퍼포먼스가 개선되기는 하였지만 위유 판으로 클리어 한 사람 기준에서는 크게 느껴지진 않는다.


흥미로운 점은 베요네타 1편을 클리어(노말 모드 8시간)한 후, 곧바로 베요네타 2편을 진행했을 때 느껴진 차이였다. 1편과 2편의 리뷰를 각각 썼을 때는 이 두 게임의 차이에 대해서 크게 신경쓰지 않았었고, 이는 1편과 2편 모두 게임의 핵심적인 구조(회피에 기반한 게임 시스템)는 공유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2편을 클리어한 이후, 다시 1편을 꺼내서 클리어 한 후에 2편을 다시 플레이하니, 과거 리뷰를 쓸때 느끼지 못했던 부분들이 크게 체감이 되었다. 베요네타 2편은 1편의 컨셉을 이어오면서 몇몇 부분을 튜닝하였고, 그것이 실제 플레이하는 입장에서는 크게 차이점을 느낄 수 있다.


기존 1편의 경우, 2편에 비해 위치타임의 발동이 상당히 까다로운 편이었다. 적들이 무기를 휘두르는 순간에 무기와 케릭터 회피 판정 부분이 닿아야지만 발동이 가능했고, 그나마 몇몇은 위치 타임의 발동을 씹는(그레이스&글로리 같은 친구들) 특성을 지녔기에 회피는 그야말로 '피한다'라는 느낌이 더 강했다. 그렇기 때문에 1편의 경우, 회피가 닷지 오프 셋을 사용하여 위키드 위브를 이어주는 콤보 연결 고리 역할을 톡톡히 해내는 쪽에 가까웠다. 하지만 2편에서는 적이 공격할 때의 반짝거리는 UI의 인지성을 높이고(1편 보다도 확실하게 적이 공격하는 것을 인지할 수 있게끔 구성되었다), 적의 공격 범위를 늘려준 덕분에 위치 타임을 발동하는 것이 한결 쉬워진 편이다.


위치타임이 차지하는 비중이 낮았던 1편의 난이도는 뭔가 데메크 1편이나 PS2 시절의 과거 게임을 연상시키는 구석이 많다. 적들은 빠르고 강하게 공격을 해오는데, 모션을 곧바로 확인하지 못하니 게임이 매우 어렵다. 적의 구성에서도 플레이어의 스킬을 극한으로 테스트하는 듯한 적 패턴들도 자주 나온다. 그렇기에 베요네타 1의 노말 난이도는 이런 점들에서 요즘 나오는 게임들 체감 난이도의 1.5배 이상으로 어렵다는 느낌이다. 하지만 베요네타 2는 흥미롭게도 1편의 난이도나 적들 패턴을 유지하면서, 위치 타임 발동이 쉬워진 덕분에 체감 난이도는 낮아진 편이라 할 수 있다. 물론 적들의 공격을 제대로 회피하지 못하면 그야말로 억 소리가 절로 나오는 콤보 공격을 해오지만 말이다.


연출 측면에서도 1편은 과하다 싶을 정도의 B급 테이스트를 자랑하는데, 그 유명한 댄스 배틀 씬이나 아슬라 데 솔에서의 스테이지 구성들(날아다니는 미사일과 미사일 위에서의 혈투 같은)은 지금봐도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연출 흐름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2편의 경우, 연출의 규모와 크기는 전작에 비해서 세련되고 발전되었긴 하지만, 1편의 섹스 어필 같은 B급 테이스트는 많이 죽은 편이라 볼 수 있다. 감독인 카미야 히데키가 2선으로 빠지고, 새로운 사람들이 만들었기 때문이라는 설도 있지만 1편의 과격한 테이스트에 닌텐도의 입김이 들어가면서 어느정도 줄어든 것이 아닐까 추측해본다.


그래도 QTE이나 연출 부분에 있어서 1편과 2편 모두 지금 트리플 A 게임이 범접할 수 없는 매력을 보유하고 있다. 베요네타 1&2에서 플래티넘 게임즈는 메탈기어 리벤전스나 니어 오토마타, 맥스 아나키, 벵퀴시 등의 원형이라 불릴 수 있는 연출을 보여준다. 이러한 연출들은 일종의 바카게(연출이 바보스럽지만, 뭔가 열혈스러워서 덩달아 끓어오르는 느낌의 게임을 지칭하는 일본쪽 게임 용어)스러운 감성에 기반하고 있다. 하지만 콜옵식의 롤러코스터 연출과 다르게, 베요네타 시리즈는 플레이어가 계속 게임의 주도권을 쥐게 하여 게임에 집중하게 만든다. 더 나아가서 일반 게임 플레이와 QTE, 컷씬 등에서 이루어지는 연출이 통일되게 구성하여 컷씬과 연출이 게임의 일부처럼 느껴지게끔 구성하였다. 지금 플레이해도 시리즈 특유의 QTE의 파괴적인 연출이나, 1편 QTE를 씹고 여유를 부리는 최종 보스, 2편 프롤로그에서 빌딩을 타고 올라가는 고모라와 싸우는 연출 등은 전혀 질리지 않는다.


물론, 1편과 2편 모두 클리어한 사람의 관점에서 보았을 때, 1편보다도 2편이 더 완성도 있는 게임이라는 점은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1편은 가능성이었다면, 2편은 그 가능성을 한계까지 끌어올린 작품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꼭 하나의 게임만 구매해야 한다면, 2편만을 구매하는 것이 방법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게임 이야기


*슈퍼마리오 오딧세이 리뷰를 참조해서 봐주세요.


임의의 점과 다른 한 점을 연결하는 직선은 단 하나뿐이다.

-유클리드 기하학


외고 입시 수학문제로 유명한 논센스 문제가 있었다:한 사냥꾼이 자신의 집에서 출발하여 동쪽으로 향해 1km, 남쪽으로 향해 1km, 북쪽으로 향해 1km씩 이동하여 자신의 집으로 돌아왔다고 한다. 그렇다면 이 사냥꾼 집의 위치는 어디있는가? 이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먼저 평면을 전제로 하는 유클리드 기하학과 3차원을 전제로 하는 비유클리드 기하학의 차이를 알아야 한다. 유클리드 기하학에서 세 각이 90도인 삼각형은 존재할 수 없다. 왜냐하면 세 선분이 서로 직교하게 되면, 분명 두개의 선분은 서로 평행하여 만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3차원의 공간을 다루는 비유클리드 기하학에서는 이것이 가능하다. 문제에서 묻고자 했었던 것은 그 차이를 인지하고 있느냐다:방위를 기준으로 90도의 직각을 그리며 이동하였더니, 원위치로 돌아오는 공간은 지구상에서 단 한 곳 북극점이다.(물론 북극점에 사람이 살고 있는지 여부는 따지지 말자) 이와 같이 평면의 공간과 입체적 공간에서 생각하는 것은 완벽하게 달라진다.


그런 점에서 플랫포밍 게임의 역사는 유클리드 기하학 공리의 연장선상에 있었다:입구가 있고, 출구가 있으면 그 곳까지 도달하는 최단 경로는 단 하나뿐이다. 그리고 모든 플랫포밍은 입구에서 출구로 향하는 정답을 찾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슈퍼마리오의 경우,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스크린이 이동하면서 다양한 장애물을 피해 움직여서 목표에 도달하는 경로를 찾아야 한다. 매트로이드 구작이나 악마성 같은 작품들은 슈퍼마리오와 같이 스크린 이동에 방향성을 부여하지 않지만, 스테이지 내에 다른 스테이지로 이어지는 출구를 배치함으로서 그 출구로 향하는 경로를 찾아서 움직여야 한다. 


하지만 단순히 최단 경로를 따라서 움직이는 것은 게임을 지루하고 단조롭게 만들기 때문에, 플랫포밍 게임은 다양한 함정과 플레이어의 기술을 시험하는 요소를 부여한다. 예를 들어 셀레스트의 경우, 정교한 조작과 스테이지 내 다양한 기믹을 이용하여 게임에 긴장감을 부여한다. 셀레스트에서 플레이어는 출발하기 전 최적의 경로를 계산하고 어떻게 행동할지에 대해 계획을 세운 뒤, 그에 맞춰서 자신의 움직임을 최적화한다. 그 과정 속에서 플레이어는 수많은 실패을 거치고, 자신의 기술을 갈고 닦은 뒤 결국 스테이지를 정복한다. 셀레스트는 경로를 찾는 것을 넘어, 플레이어가 정답에 도달하기 위한 기술을 갈고 닦고 게임을 정복하는 구조를 갖는다. 그런 점에서 셀레스트는 플랫포밍 게임 장르의 두가지 특징 1)최단 경로를 향해 이동하는 것, 2)그 사이의 장애물을 넘어서기 위해 기술을 연마하는 것을 모두 충족하는 게임이다.


흥미로운 점은 3D 기술이 발달하면서 3차원으로 구성된 플랫포밍을 즐기는 소위 '파쿠르' 게임이 늘어났지만, 본질적인 부분에서는 이들 역시도 여전히 전통적인 2차원 플랫포밍 게임의 연장에 놓여있다는 점이다. 언차티드 같은 3인칭 액션 게임의 경우, 스테이지 내의 경로가 다채로운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하나의 경로만이 정답이며, 또한 플랫폼에서 플랫폼으로 건너 뛰는 것도 기술이 요구되기 보다는 마법의 자석 손바닥과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는 카메라로 귀결되는 안전장치 등을 통해서 평면적으로 구성하였다. 물론 언차티드 시리즈의 성공은 소위 파쿠르 게임에 있어서 대중적인 가능성을 열었으며, 2편까지의 성공은 3편과 4편에서는 파쿠르로 움직이는 대규모 아레나를 구성하는 자신감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여전히 언차티드는 이동 경로를 다루는 방식에 있어서 여전히 선형적인 구조에 기반하기에 3차원과 플랫포밍이 결합하여 낼 수 있는 시너지를 충분히 발휘하지 못하였다. 


물론 그런 언차티드의 얕은 부분들이 대중을 사로잡는 저력을 발휘하기도 하였다. 언차티드 이전 있었던 수많은 3D 플랫포밍 실패작들은 불합리한 낙사와 스테이지 구성 실패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심지어 1인칭 파쿠르 게임은 더 찾아보기 힘들다!) 이는 3차원 공간 인지의 경우, 2차원의 평면에 비교하여 보았을 때 최단 최적 경로를 계산하는데 있어서 고려해야하는 사항들, 원근감이나 거리 측정 등이 더 복잡하고 정교한 판단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언차티드는 콜옵이 그랬었던 것처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문제 자체를 단순화(3차원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안전장치를 통해 구성된 2차원 스테이지) 시키는 작업을 거쳤다.


슈퍼마리오 오딧세이는 그런 점에서 플랫포밍 게임의 전통을 계승하는 동시에, 3D로 플랫포밍 게임 장르를 만든다면 어떻게 해야하는가를 보여준 혁명적 작품이었다. 오딧세이는 언차티드 같은 안전장치가 전무하고, 점프와 같은 단순한 동작만으로 게임을 진행하게끔 만들었다. 싱글 스토리 클리어까지 슈퍼 마리오 오딧세이는 일직선 진행을 보여주며, 플레이어가 어디까지 도약하여 발판에 착지할 수 있는지, 어떻게 하면 스테이지를 이해하고 공략할 수 있는지 기본적인 사항들을 교육한다. 각각 스테이지들은 섬세하게 다듬어졌기 때문에, 플레이어는 자연스럽게 슈퍼마리오 오딧세이의 구조에 맞춰 생각하고 반응할 수 있게끔 기술을 훈련받는다.


그러나 슈퍼 마리오 오딧세이의 최대 매력은 스토리를 클리어하는 시점 이후부터 발현된다. 게임은 이후 직선으로 진행되던 스테이지의 방향성을 삭제하고, 플레이어가 파워문을 찾아서 스테이지를 구석구석 뒤지게끔 유도한다. 슈퍼 마리오 오딧세이가 위대한 점은 바로 이 파워문을 찾는 과정 자체를 3차원이라는 공간을 인지하게끔 만든다는 것이다.전통적인 플랫포밍이 2차원의 공간에서 점(출발과 시작)과 선(최단 경로)으로 이어진 직선의 경로를 찾는 것이었다면, 오딧세이에서 플레이어는 3차원 공간을 인지하고 카메라를 돌려서 적극적으로 경로를 찾는다. 이 능동적인 탐색 과정을 통해서 플레이어는 목표(파워문)까지 도달하기 위한 경로를 스스로 개척한다. 


물론 파워문에 도달하기까지의 경로가 무한히 자유로운 것은 아니다. 이런 점에서 오딧세이는 오픈월드-샌드박스라 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핵심은 카메라의 설정과 목표의 인지, 실패와 성공의 반복, 마지막으로 기술력을 갈고 닦는 부분까지 슈퍼 마리오 오딧세이는 3차원이라는 공간의 특수성(보는 각도와 시점에 따라서 보이는 것이 달라지는)을 활용해 플레이어에게 재량을 부여하고, 생각하고, 자신이 생각한 것을 따라 움직이게끔 유도한다. 여기서 오딧세이는 2차원 평면 기하학의 한계를 벗어나서 3차원 공간에서만 가능한 플랫포밍의 개념을 실현한 것이다. 그렇기에 안전장치의 틀에 사로잡혀서 고만 고만한 흐름을 보여주는 소위 트리플 A급 게임보다도 슈퍼 마리오 오딧세이는 장르의 본질을 정확하게 꿰뚫고 있으며, 3차원 플랫포밍이 가질 수 있는 실패의 가능성을 스토리 플레이를 통한 학습 곡선으로 커버한다. 그런 의미에서 슈퍼마리오 오딧세이는 전통적인 플랫포밍 장르를 혁신하는 동시에, 플랫포밍 장르의 전통을 가장 고수하는 독특한 이중성을 지니게 되었다.

게임 이야기


*본 리뷰는 스위치 기반으로 작성된 리뷰입니다.


인디게임의 흥행과 함께 로그라이크는 이제 어디서나 찾아볼 수 있는 흔한 장르 문법이 되었다. 로그라이크란 절차를 거쳐서 무작위의 컨텐츠를 생성해내는 게임 문법을 통칭하는 것으로, 과거 로그나 넷헥, 스톤수프 같은 게임들이 원류라 할 수 있다. 무한히 컨텐츠를 생성한다는 점에서 로그라이크는 게이머와 제작사에게 매력적으로 보이는 문법이긴 하지만, 실상 로그라이크 게임을 플레이해보았을 때 사람들이 느끼는 경험은 기대와 사뭇 다른 편이다. 불합리한 맵구조와 널 뛰는 난이도, 큰차이 없어 보이는 게임 플레이 등등 상당수 로그라이크 게임들은 플레이어의 기대를 손쉽게 저버린다. 


이는 로그라이크 장르 문법에 치명적인 결함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무작위로 생성되는 컨텐츠란 게임 디자이너의 의도대로 조밀하게 배치하거나 통제할 수 없다. 일례로 블러드본의 스테이지 구조와 무작위로 생성되는 성배던전의 스테이지 구조 차이를 보자. 블러드본은 프롬 특유의 조밀한 스테이지 구성 덕분에 게임을 플레이하는 동안 긴장감을 가지면서 게임을 플레이하게 된다. 하지만 성배던전의 스테이지는 어딘가 서로 비슷한 분위기에 원 게임 스테이지에 비교하였을 때 밋밋한 구성을 보여준다. 기본적으로 디자이너가 만들어내고 검수한 게임은 완급 조절을 통해서 플레이어가 게임에 집중하고 쉬어가거나, 게임을 꼭 파훼할 수 있는 구조를 취한다. 하지만 로그라이크는 그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로그라이크가 아닌 게임에 비교하여서 플레이 자체가 루즈해지거나 불합리한 구조를 띌 수 밖에 없는 것이다. 


하지만 로그라이크는 부족한 자원과 인력으로 허덕이는 인디 게임 제작사들에게는 매력적인 문법이다. 절차적으로 컨텐츠를 생성함으로써, 로그라이크 인디 게임들은 게이머들에게 가격 대비 재미/플레이 시간을 보장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본다면 로그라이크 인디게임의 범람은 별로 놀라운 것은 아니다. 그러나 중요한 점은 로그라이크 게임들의 성공은 로그라이크라는 문법에 기반한 것이 아니란 것이다. 이미 위에서도 언급하였듯이, 로그라이크 게임들에게는 치명적인 결함이 존재한다. 그렇기에 로그라이크 게임의 성공 핵심은 로그라이크라는 문법이 아닌, 그 문법을 뛰어넘는 자신만의 매력을 가져야 성공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런 점에서 레드훅 스튜디오에서 만든 다키스트 던전은 매우 성공적인 로그라이크 게임이라 할 수 있다.


다키스트 던전은 코스믹 호러 분위기를 지향하는 턴제 로그라이크 RPG로 플레이어는 몰락한 가문의 후예로써 자신의 권리를 찾기 위해 저주받은 영지로 돌아와 영웅들을 소집하고, 무작위로 생성된 영지를 탐험하며, 고대의 악과 싸워야 한다. 다키스트 던전의 뼈대는 그렇게 새롭지 않지만 몇가지 부분에서 특기할만한 요소들을 갖고 있으며, 이로 인해 게임의 장르 자체가 RPG가 아닌 경영 시뮬레이션에 가까워지는 독특한 구조다. 그리고 다키스트 던전에서 로그라이크 요소는 전적으로 확률적인 '변수'를 제공하는 부수적인 영역일뿐, 게임의 매력과 재미는 확률과 자원의 흐름을 통제하는 경영쪽에 놓여있다.


다키스트 던전의 분위기는 코스믹 호러를 지향한다. 마이크 미뇰라의 헬보이로부터 강한 영향을 받은 일러스트와 가주의 묵직한 나레이션, 꿈도 희망도 없는 암울한 이야기 등등은 게임 서사적으로 매력적인 부분이다. 하지만 다키스트 던전이 단순히 분위기만 뛰어난 게임을 넘어서 훌륭한 이유는 이러한 코스믹 호러의 분위기를 게임 시스템을 통해 구현하고 플레이어가 체감할 수 있게 만들었다는 점이다. 


다키스트 던전에서 눈여겨 보아야할 핵심적인 시스템은 바로 스트레스와 고통 시스템이다. 게임에서 영웅들은 체력과 함께 정신적인 내구도라 할 수 있는 스트레스 게이지를 갖고 있으며, 이 스트레스 게이지는 스트레스를 올리는 공격을 받거나 크리티컬 데미지를 받거나 던전 내 이벤트 등을 통해서 누적되게 된다. 체력이 치유사 계열 영웅을 통해서 관리할 수 있다면, 스트레스 게이지를 관리할 수 있는 방법은 적기 때문에(물론 광대같은 영웅을 기용하면 그나마 관리가 가능해지긴 하지만), 상대적으로 체력에 비해서 스트레스는 점차 누적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그리고 그렇게 누적된 스트레스 수치가 100 이상에 도달하게 되면 영웅은 고통 상태로 진입한다. 고통 상태는 다양한 하부 카테고리(절망, 마조히즘 등등)로 나뉘어지며, 돌입하는 순간 무작위로 결정되고 게임 전체에 악영향(다른 영웅에게 악담을 하여 스트레스를 늘리거나, 무작위로 행동하거나, 회복을 거부하거나 등등)을 미치기 때문에 최대한 스트레스 수치를 관리하여 고통상태에 진입하지 못하게끔 막아야한다.


스트레스와 고통과 더불어 다키스트 던전 플레이의 핵심은 바로 '확률'과 '결과'이다. 다키스트 던전은 로그라이크인 만큼 절차적으로 생성된 맵 위에 확률을 테스트 하는 다양한 요소들을 탑재한다. 게임은 자동세이브만 지원하기에 세이브-로드를 이용해 확률을 속이는 행위를 할 수 없고, 게임 내의 모든 요소들의 확률 판정은 돌이킬 수 없는 결과(죽으면 돌아오지 않는 영웅, 크리티컬과 함께 무너지는 전열, 판정과 함께 들어오는 대량의 스트레스와 고통 상태 등등)를 수반한다. 심지어 게임은 던전 클리어 시 플레이 결과와 무관하게 독립확률로 판정하는 부정적/긍정적 기벽 시스템을 통해 영웅들에게 개성을 부여한다. 그리고 기벽 시스템은 전적으로 확률로만 판정되는 부분이며, 스트레스와 마찬가지로 점차 긍정/부정 기벽이 누적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여기까지만 본다면 다키스트 던전은 치유하기 힘든 스트레스와 치명적인 고통 상태, 더불어서 치명적인 확률과 피할 수 없는 결과로 플레이어를 고문하는 가학적인 게임처럼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다키스트 던전의 핵심은 그러한 새디스틱한 흐름 속에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돌파구를 마련해뒀다는 것이다. 결과는 피할 수 없지만, 플레이어는 다양한 요소를 이용해서 확률을 통제할 수 있다:넉넉한 횃불 보급을 통해서 명중률과 스트레스 발생 빈도 등을 낮춘다던가, 기벽의 보정을 통해서 영웅의 강점은 극대화하고 약점을 보정하는 등 게임 내의 모든 확률과 스트레스 요소 등은 통제가능하다. 이런 부분들을 보정할 수 있는 대신, 다키스트 던전은 자원의 흐름과 관리를 철저하게 하게끔 유도한다. 영지 내의 스트레스 관리 및 기벽 보정, 질병 치료 등의 행동에는 돈과 자원이 들어가며, 던전을 공략하기 위한 보급품 구매에도 돈이 들어간다. 플레이어는 원정을 나갈 때 얼마만큼의 돈과 자원을 투자할 것인지, 얼마만큼 수익을 내야하는지, 어떤 영웅을 육성하고 어떤 영웅을 포기할 것인지를 결정해야 한다. 이러한 흐름을 통제하지 못한다면, 게임은 불가능에 가까울 정도로 어려워진다. 하지만 자원과 돈, 영웅 육성의 흐름을 타고 관리가 본궤도에 오르기 시작하면 다키스트 던전은 여타 RPG에서 경험하지 못했었던 독특한 재미를 선사한다.


흥미롭게도, 위에서 언급한 부분에서 다키스트 던전은 RPG 장르 문법이라기 보다는 경영 시뮬레이션에 가까운 특징이다. 그리고 코스믹 호러를 테마로 하는 게임들에서도 자주 찾아볼 수 있는 유사한 부분이기도 하다:일례로 판타지 플라이트 게임즈에서 만든 보드 게임 아캄호러 시리즈의 경우나 TRPG인 크툴루의 부름의 경우 등에서도 플레이어가 정신적/육체적 피해를 관리하고, 이기기 힘든 존재와 맞서 자신이 갖고 있는 자원을 쥐어짜서 철저하게 관리하게끔 만드는 게임 플레이 양태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게임들의 일반적인 특징은 확률이 가차없다는 것과 결과는 되돌릴 수 없다는 것, 마지막으로 이러한 확률과 결과의 순환을 무너뜨리기 위해서 플레이어가 게임을 완벽하게 진행하거나 완벽함을 넘어 게임을 폭파시키기 까지 해야한다는 점이다. 그런 점에서도 다키스트 던전은 이들과 비슷한 궤를 다루는 게임이라 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다키스트 던전은 분위기와 게임 플레이가 완벽하게 맞물려 들어간 작품이며, 적은 리소스를 사용해도 아이디어와 구조가 받쳐준다면 충분히 훌륭한 게임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 로그라이크 인디게임이라 할 수 있다. 다만 스위치로 플레이할 당시, 조이콘 패드 조작으로는 상당히 난해하고 비직관적인 조작을 강제하는데, 이런 불편한 부분을 제외하면 비슷한 가격대의 인디게임이나 심지어 풀 프라이스로 분류되는 게임들을 능가하는 플레이타임을 보장한다. 자신이 도전적인 게임을 즐기는 사람이라면, 다키스트 던전은 좋은 선택이 될 것이다.



게임 이야기




언제 날잡고 좀 쉬어야...


게임 이야기


닌텐도 라보는 조립식 골판지 키트를 사용하여 패드 외의 조작방법을 이용하여 컨텐츠를 즐기는 체감형 게임이다. 대다수의 게이머들은 라보의 컨셉에 대해서 긍정과 부정 섞인 분위기였다:분명 라보는 신선하고 매력적이다. 하지만 과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라보를 구매해서 플레이할까? 콘솔을 오래 즐긴 게이머들에게 라보는 이미 과거에 경험했던 것들이었다. 이미 엑스박스 시리즈의 키넥트가 그러했고, PS의 무브가 그러했다. 위와 위모트가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었던 덕에 장난감으로서의 게임, 일반 대중에게 먹힐 수 있는 게임은 시장에서 증명되었다. 그렇기에 골판지를 사용하였다는 점만 제외한다면, 라보는 아주 새롭지도 않고 시장을 뒤흔들 정도로 충격적이지 않았다.


이 덕분에 라보에 대한 게이머들의 반응은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다:분명 라보는 흥미로운 기믹이고, 나름대로 합리적인 가격을 제안하고 있다. 하지만 과연 그것이 성공으로 이어질까? 게이머들은 이미 비슷한 컨셉을 공유했던 그 후계자들의 실패를 목도한 적이 있다. 또한 닌텐도조차도 위의 경이로운 성공으로 인해 피해를 본 부분이 많았다:안그래도 타 콘솔에 비해서 서드파티에 친화적이지 않았던 닌텐도 콘솔은 위라는 독특한 조작 기믹으로 인해 서드파티 진입 장벽을 대폭 높여버리고 말았다. 그 덕분에 위의 성공은 위로 발매된 모든 소프트의 성공이 아닌 몇몇 히트 소프트들의 성공이었으며, 위 게임들은 조작의 한계로 인해서 다양성이 부족한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이러한 후폭풍은 고스란히 위유 때 그대로 받게 되었다. 이런 점에서 소위 모션 컨트롤이나 패드 외의 다른 조작을 사용한 체감형 게임은 득보다는 리스크가 더 크다. 메인스트림 게임과 괴리된 개발환경 및 조작체계로 인해서 개발은 어렵지만 성공하기는 기존 게임 시장에 비해 배로 어렵기 때문이다.


심지어 라보의 주 타겟층은 자녀를 가진 가족층이다. 이미 닌텐도는 라보의 체험회를 '자녀를 동반한 가족'으로 한정하여 진행하였으며, 골판지 박스를 사용한 공작의 부분은 3D 프린터나 플라스틱, 피규어 등등으로 단련된(?) 성인 매니아보다는 좀 더 일반적인 대중에게 어필하는 모습이다. 이는 닌텐도가 스위치를 발매하고 나서도 자신들의 성공사를 강하게 의식하고 있기 때문이다:닌텐도의 황금기는 핵가족과 TV가 있는 거실 문화, 중산층이 함께하던 때였다. 그러나 지금은 어떠한가. 가족이란 집단은 점차 해체되고 있고, TV가 지배하는 거실은 개인화된 액정의 형태로 파편화되었으며, 중산층은 몰락하였다. 스마트폰 시대의 도래로 게임은 TV에 맞물려서 플레이되기 보다는 모니터나 더 작은 액정, 닌텐도의 황금기 시절과 지금이 많이 달라졌음에도 불구하고, 닌텐도는 여전히 과거에 집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라보는 이전의 체감형 게임들과 분명하게 다른 차별점과 강점을 지니고 있기도 하다. 우선은 공작을 통해서 만들어지는 '실체'다. 라보는 기본적으로 실체가 있는 물건으로써, 게임 플레이에 구체적인 양식을 부여한다. 키넥트로 나왔던 중철기의 사례를 보면 이는 더욱 두드러진다. 철기의 후속작인 중철기는 패드 외에도 키넥트의 모션인식을 통해서 다양한 게임 조작을 시도하였다. 하지만 문제는 중철기의 모션 인식이 엉망이었다는 점이다:엉뚱한 모션을 인식하거나 모션을 인식하지 못하는 문제로 인해서 중철기는 게임 플레이가 거의 불가능하다는 치명적인 문제가 있었다. 그리고 이 문제는 비단 중철기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키넥트로 나온 게임들의 상당수들은 크고 작은 모션 인식의 문제를 갖고 있는데, 이는 컨트롤러나 패드와 다르게 인간의 움직임에는 정확하게 규정될 수 없는 불순물들이 끼어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많은 체감형 게임들은 모션 인식률을 높이기 위해서 게임 조작과 인터페이스를 단순하게 구성하고, 이는 게이머들에게 모션 컨트롤이나 패드 외의 조작을 쓰는 게임은 게임 자체로써의 재미가 떨어진다 라는 부정적인 인식을 심어주었다.


라보의 강점은 그런 추상적인 부분이나 모션 인식 게임의 한계를 넘어섰다는 점이다. 닌텐도 스위치의 탈착가능한 컨트롤러와 휴대용 본체, 이전 닌텐도 콘솔들의 기믹이 모두 집약된 덕분에 스위치는 기존 콘솔이 구현하지 못했었던 기상천외한 조합이 가능하게 되었다. 라보가 보여준 것은 조합에 따라서는 패드 조작을 보다 정밀하게 만들거나 기존의 방법과는 다른 양식의 조작 체계를 구축할 수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서 라보 내의 낚시 게임과 같이 조이콘을 골판지와 결합하여 낚시대와 릴을 만들었던 것처럼 말이다. 


또다른 강점은 라보의 자체 완결성이다:여타 콘솔들에서 체감형 게임을 위한 컨트롤러들은 대부분 별도의 구매가 필요하였다. 키넥트의 경우, 본체와 별도로 10~15만원 상당의 주변기기가 필요했으며, 플레이스테이션 무브의 경우도 별도의 컨트롤러를 구매해야 했었다. 하지만 스위치의 경우, 이미 게임기 자체가 라보를 구성하기 위한 핵심 기믹을 소화하고 있다. 골판지가 소모품으로 들어가기는 하지만 골판지 자체의 가격이나 내구성 등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였을 때 비용이 별도 추가 컨트롤러를 사는 것과 동일선상에 놓기는 어려운 부분이 있다.


라보는 스위치의 성공을 책임지는 메인이 될 수 없으며, 닌텐도도 주 타겟층을 자녀를 가진 가족으로 설정하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사실을 잘 아는 것으로 보여진다. 하지만, 라보는 분명 이전의 체감형 게임에서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부분들이 많으며, 현재의 시장에서 나름대로의 위치를 점할 수 있으리라 보여진다. 다만, 라보가 해결해야할 부분은 이러한 기믹이 지속가능한가의 부분이다. 라보가 지속가능하기 위해서는 먼저 라보의 컨셉에 동참하는 서드파티를 최대한 끌어들여야 한다. 물론 라보 소프트 자체도 사람들이 골판지를 제작해서 갖고 놀 수 있는 기능을 갖고 있긴 하지만, 본격적으로 이를 활성화시키려면 닌텐도가 개발이나 예제를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할 것이다. 그렇게 되었을 때, 라보는 위 때 저질렀던 과오를 두번다시 재현하지 않을 수 있을 것이다.




게임 이야기




다키스트 던전은 RPG의 탈을 쓴 경영 시뮬레이션 게임이라 할 수 있다:겉보기에는 영웅의 육성과 던전의 파훼, 보스 공략 등이 중요한 RPG 게임처럼 보이지만, 다키스트 던전은 리스크 관리 측면에서 일반적인 RPG와 궤를 달리한다. 게임은 무작위로 케릭터들에게 스트레스 효과를 부여하고, 스트레스가 누적되면 케릭터에게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부정적인 결과를 미치게 된다. 또한 던전 공략의 지출과 수입 사이의 조화를 맞추지 못한다면, 던전을 클리어하고도 돈이 부족해서 스트레스를 낮추거나 업그레이드를 구매하는 등의 활동을 할 수 없게 되어 게임을 더디게 만든다. 다키스트 던전에서 케릭터는 필연적으로 소모품에 불과하다. 


그리고 또다른 중요한 특기사항은, 다키스트 던전에서 확률은 가장 중요한 변수라는 것이다. 케릭터가 스트레스를 받을 것인가, 어떤 기벽을 얻을 것인가, 어떤 고행을 받을 것인가, 혹은 고행을 받지 않고 영웅적 기상을 얻을 것인가 등등 게임을 좌우하는 큰 요소들이 확률의 변덕 아래 좌우되며 성공할 수 밖에 없는 것처럼 보이는 상황 조차도 겉잡을수 없이 무너지는 경우가 태반이다. 하지만 다키스트 던전에서의 확률은 여타 소셜게임이나 가챠게임에서 찾아볼 수 있는 확률의 양상과는 다르다. 다키스트 던전의 핵심은 모든 것이 무너지는 그 순간에서 플레이어가 컨트롤할 수 있는 것들이 있다는 것, 불리한 상황을 피하기 위한 매니지먼트 요소들이 있다는 것이다. 던전 클리어를 포기하고 중간에 탈출하는 것은 주요한 선택지며, 전투중에 시간을 끌어 스트레스를 회복하거나 체력을 회복하고, 횃불의 밝기를 조정하여 스트레스 등의 다양한 수치를 조정하는 등 게임은 단순히 확률의 변덕에 플레이어를 던져놓지않고, 적극적으로 플레이어가 생각하고 변수를 통제하게끔 만든다.


그렇기에 소모품으로서의 게임과 확률이 중요한 변수로 자리매김하는 다키스트 던전에서의 게임 플레이는 필연적으로 경영 시뮬레이션과 비슷해진다. 그리고 다키스트 던전에서 돈은 여타 RPG와 다르게 쌓이는 재화가 아니라, 수입과 지출이 동시에 존재하는 개념이다. 원정은 단순히 케릭터를 소모하는 것을 떠나서 자원을 소모하고 게임 플레이에 크나큰 장애를 불러올 소지가 있으며(돈이 없으면 스트레스 해소나 장비 업그레이드, 스킬 업그레이드 자체에 문제가 생기기 때문), 플레이어는 변수를 최대한 통제하여 원정을 성공시켜야 게임을 진행하여야 한다.


이러한 어려움은 다크소울 류로 분류되는 악의적인 게임 설계와는 조금 다른 경향을 띈다. 물론 다키스트 던전 역시도 다크소울과 같은 악의적인 게임플레이 디자인을 보여주고는 있다. 하지만 다크소울 류가 게임 속으로 침잠하여 몰입하는 형태라면, 다키스트 던전은 계산기를 열심히 두드려가면서 수입과 지출을 맞추고 현금이 흐르듯이 게임을 쥐어짜면서 굴리는 쪽에 가깝다. 그렇기에 오히려 게임은 겉보기와 다르게 RPG라기 보다는 자본주의 경영 시뮬레이션에 가깝다. 또한 특유의 코스믹 호러의 분위기 역시도 인간을 갈아넣어 기반시설을 다지고, 더 나아가 현금 흐름의 확보와 리스크 통제 등등을 통해 시장을 죽이면서까지 살아남는(요한 슘페터의 표현처럼) 기업의 무자비한 속성과도 맞닿아있는 부분이다. 그렇기에 다키스트 던전은 코스믹 호러와 경영, RPG 사이에서 묘하게 벨런스를 유지하는데 성공한 게임이라 할 수 있다.


덧. 다키스트 던전 리뷰(스위치 기준)는 제노블레이드 2 리뷰 작성 후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게임 이야기


마리오 래비드 킹덤 배틀은 UBI의 래비드 프랜차이즈와 슈퍼마리오 프랜차이즈의 콜라보레이션으로 만들어진 SRPG다. 슈퍼마리오의 오랜 팬이었던 프로듀서가 만든 킹덤 배틀은 게임 자체가 마리오 시리즈의 애정으로 가득찬 거대한 2차 창작물이다. 흥미로운 점은 킹덤배틀이 단순히 케릭터만 차용하는 점에 머무르지 않고 슈퍼 마리오 시리즈가 갖고 있었던 플랫포밍 장르의 특성들을 엑스컴식 SRPG 형태로 이식하였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킹덤 배틀은 단순히 열혈 팬이 만든 게임을 넘어서 게임 자체로써도 훌륭한 작품이 되었다.


마리오X래비드 킹덤 배틀의 게임플레이는 크게 탐색과 전투 두가지로 나뉘어진다. 먼저, 탐색의 경우다:마리오 래비드 킹덤 배틀에서 탐색은 전투 스테이지들을 이어주는 일직선의 복도를 가로지르는 형태다. 그리고 이 복도는 슈퍼마리오의 세계를 래비드 풍으로 패러디한 세계다:마리오 특유의 알록달록한 벽돌과 풀숲, 강이 흐르는 공간은 변기와 뚫어뻥을 든 래비드가 설치는 난장판이 된다. 하지만 동시에 게임은 옆길로 새는 슈퍼 마리오 게임 스테이지에서 보이는 숨겨진 요소들을 곳곳에 숨겨두었다. 전반적으로 킹덤 배틀의 막간 스테이지는 독특한 기믹은 없지만, 아기자기한 유머와 소소한 발견, 퍼즐들로 가득차 있어서 크게 지루하지는 않다.


킫덤배틀에서 눈여겨봐야하는 부분은 바로 전투 부분이다. 킹덤배틀은 기본적으로 액스컴 시리즈의 게임 장르를 차용한다:플레이어는 자신의 턴에 액션 포인트를 소비해서 이동/사격을 하며, 엄폐를 통해서 피격 확률을 줄이는 방어 메카니즘을 갖고 있다. 킹덤배틀의 기본적인 요소들은 이미 엑스컴 시리즈에서 본 것들이지만, 몇몇 부분에서 매우 뚜렷한 차이점을 갖고 있다. 첫번째는 확률을 다루는 방식이다:엑스컴 시리즈는 거리와 높이 등의 다양한 변수가 사격 성공률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한방을 맞추기 위해서 이리저리 유닛을 배치하여 최적의 위치를 잡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킹덤배틀에서는 사격이 성공할 확률은 거리에 상관없이 엄폐 상태에 따라 100%(상대가 엄폐하지 않은 경우) - 50%(상대가 반엄폐 상태인 경우) - 0%(상대가 완벽하게 엄폐한 경우) 세 구간으로 밖에 나뉘지 않는다. 엑스컴이 최적의 위치를 잡고도 확률 때문에 사격이 빗나가는 경우가 생겼던 것을 생각하면, 킹덤배틀은 확률을 컨트롤하기 쉽다는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케주얼한 편이다.


하지만 두번째 요소인 이동 시스템이 엑스컴의 구조와 맞물리면서 킹덤 배틀은 단순히 엑스컴을 이식한 '케주얼'한 게임을 넘어서는 동시에, 슈퍼 마리오 시리즈와 맥이 닿은 독특한 게임으로 변모하게 된다. 킹덤배틀의 이동은 전적으로 슈퍼 마리오 시리즈의 플랫포밍으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았다. 케릭터는 상대방을 뺑소니 치거나 다른 팀원의 도움닫기를 통해서 먼거리를 이동할 수 있으며, 이를 이용해 기발한 방법으로 상대를 기습하거나 고유 능력을 이용해서 상대를 농락할 수 있다:예를 들어서 마리오는 도움닫기를 이용해 케릭터 특유의 상대를 짓밟는 스톰프 공격을 할 수 있으며, 스톰프 공격을 넣은 뒤에 튕겨져 나오면서 위치를 잡아서 상대를 두번 연속 공격할 수 있는 기회를 얻기도 한다. 기본적으로 게임은 사격 성공률과 관련된 시스템을 대폭 단순화시킨 대신에 마리오 시리즈의 플랫포밍으로부터 영감을 얻은 시스템으로 게임의 깊이를 더하고 있다.


단순화된 사격과 유연하고 빠른 이동의 결합으로 킹덤배틀은 엑스컴을 연상시키되, 엑스컴과 다른 무언가가 된다. 케릭터들은 팀 점프 등을 통해 엄청난 거리를 이동하는 덕분에 적의 배후를 잡아서 100% 정확도로 공격하는 것은 쉬운 일이다. 하지만 문제는 상대 역시도 그렇다는 것이다. 킹덤 배틀은 이동, 사격, 이후 적이 어떻게 행동하고 내게 입히는 피해를 관리할 것인지를 게임 플레이 내내 생각해야만 한다. 엑스컴에 비해서 게임은 단순하고 호쾌한 편이지만, 동시에 한 턴 한 턴은 매우 치명적이다. 시원스러운 진행과 한 턴 한 턴 진행한 결과가 치명적이라는 점에서 킹덤배틀은 상반된 속성이 공존하고 있는 형태를 띈다. 하지만 그것이 모순되지 않고, 오묘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다는 점에서 엑스컴과 차별되는 매력을 지녔다고 할 수 있다.


킹덤 배틀에서 아쉬운 점은 게임의 시스템이나 플레이 구조는 완성형이지만, 게임 내에서 케릭터를 육성하거나 자신만의 플레이 스타일을 찾아가는 과정은 정형적이라는 점이다. 각각의 케릭터들은 고유한 능력을 갖고 있지만, 육성의 부분에 있어서 게임 내의 선택지는 거의 없다:초반에는 한정된 오브를 어떻게 배분할 것인가라는 부분은 있지만, 게임을 크게 바꿔주는 엑티브 스킬 부분의 선택지는 없고 대부분 패시브 부분에서 변화가 일어나 게임이 크게 바뀐다는 체감은 들지 않는다. 또한 무기 역시 게임 진척 상황에 따라서 선택할 수 있는 폭이 대략 2~3개 정도 뿐이기 때문에 뭔가 케릭터를 꾸민다는 느낌보다는 케릭터를 일방향적으로 키워나간다는 느낌이 들며, 몇몇 부분에서는 케릭터 조합을 강제하기 때문에 다양한 방법으로 게임을 풀어나가기 보다는 정답을 찾아 해매는 과정처럼 느껴지는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킹덤 배틀은 결론적으로 훌륭한 게임이라 할 수 있다. 유비 소프트는 단순히 마리오와 래비드 프랜차이즈를 물리적으로 섞은 것을 넘어서 맵이나 스테이지 구성을 오마주하고, 더 나아가 엑스컴식 시스템에 마리오식의 플랫포밍을 섞어서 이전에 찾아볼 수 없었던 독특한 매력을 가진 작품을 만들었다. 물론, 다양한 플레이스타일로 게임을 풀어나갈 수 있었다면 더 좋았겠지만, 마리오 래비드 킹덤 배틀은 그 자체로도 충분히 재밌는 게임이며, 구매한 값어치는 하는 게임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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