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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이야기

 

※ 엑박 메거진 5월호에 투고한 글입니다.

2023 바이오하자드 4 RE 성공은 딱히 놀라운 일이 아니었다. 17 , 바이오하자드 4원작이 거두었던 성공과, 게임 역사에 남겼던 발자취들을 생각한다면 말이다. 주목할 만한 점은 바이오하자드 4 RE 원작의 성공에 의존하지 않고, 강점을 재해석하여 새롭게 승화시켰다는 것이다. 바이오하자드 시리즈의 전체 역사에서 이러한 변화의 시초들을 찾아볼 있다는 것은 매우 흥미롭다. 바이오하자드의 27 역사와 전통은 단순히 기존의 것들을 답습함으로써 쌓아올려진 것이라기보단 오히려 발전과 실패에 관한 이야기에 가깝다.   

글에서 다루고자 하는 것은 바이오하자드 1편부터 바이오하자드 4 RE까지의 바이오하자드의 간략한 역사다. 과정에서 캡콤이 겪은 성공과 실패, 그리고 실패를 극복하는 과정들을 보면서 하나의 게임이 걸어온 발자취를 간략하게 다루며, 게임의 성공과 실패의 맥락에는 역사적인 흐름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자 한다 

 1편의 제작자 후지와라 토쿠로는 바이오하자드의 프로토타입이라 있었던 스위트 이라는 영화를 기반으로 동명의 패미콤 게임을 만든 사람이었다. 우리는 게임에서 바이오하자드의 원형이라 있는 모티브들을 확인할 있다. 본래 드래곤 퀘스트 형태의 JRPG 전제하고 만들어졌던 스위트 부활 개념의 삭제, 행동과 소지의 제한, 현대 배경, 귀신들린 저택에 풍기는 으스스한 분위기 많은 부분들에서 바이오하자드의 프로토타입이라 있었다

 바이오하자드 1편은 최신 하드웨어인 플레이스테이션과 최신 3D 어드벤처 게임 였던 어둠속의 나홀로 밴치마킹해서 만든 작품이었다. 때의 바이오하자드는 고전적인 어드벤처 요소들을 일부 차용했다: 게임의 다음 스테이지로 이행하기 위해서 플레이어는 저택에 숨겨진 퍼즐을 풀어야 하는데, 마치 당시의 포인트 클릭 어드벤처 게임들처럼 플레이어가 이것 저것 눌러보면서 게임을 플레이하게끔 만든 것이다. 

 이러한 것들을 확인할 있는 다른 좋은 예시는 바이오하자드 2 RE. 플레이어는 구역별로 나뉘어져 있는 경찰서나 연구소, 하수도 등등을 탐험해야 하는데, 게임은 스테이지별로 플레이어가 아이템을 끼워넣거나 상호작용할 있는 다양한 요소들을 배치하여 궁금증을 자아낸다. 플레이어는 게임 내에서 주어지는 메모를 읽거나 인벤토리에 들어간 아이템을 자세하게 살펴보거나 하는 등의 상호작용을 통해서 이들을 어떻게 풀어낼 것인지를 추리해야 한다. 흔히 서바이벌 호러 또는 액션 게임으로 알려져 있는 바이오 하자드 시리즈가 초기에는 이런 클래식 어드벤처 게임적인 요소들이 탑재된 게임이었다는 사실은 매우 흥미롭다 

 물론 단순히 어드벤처 요소만으로 바이오하자드를 설명할 없다. 또다른 중요한 플레이 요소는 스테이지의 경로 탐색이다:바이오하자드 2 RE 경우, 게임 스토리 진행을 위해 이전에 있었던 장소를 다시 방문해야 하거나, 인벤토리 공간이 부족해서 이전의 위치를 백트래킹 하는 요소가 존재한다. 이러한 백트래킹은 스테이지의 재활용이라는 점에서 개발 공수를 줄여주는 이점이 있지만, 역으로 플레이어에게 경험한 것을 경험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플레이어 경험에 역효과를 있다.   

 하지만 초창기 바이오하자드 시리즈들(1~3) 이런 이슈를 단순하고 명쾌하게 해결하였다:각각의 퍼즐들은 장소들에 배치 되어 있고, 장소들은 좁은 복도들로 연결되어 있으며, 좁은 복도들에 좀비나 몬스터들을 배치한다. 그리고 플레이어에게 최소한의 탄약과 회복 자원만을 주고 플레이어가 이걸 헤쳐나가게끔 만든다. 플레이어는 복도의 코너를 때마다 항상 다음과 같이 생각하고 고민해야 한다:다음 퍼즐과 진행 루트를 가려고 하면 어디로 가야하는가? 어떻게 하면 탄약을 아낄 있나? 아까 복도에서 내가 좀비를 죽였었던가? 복도가 안전한가? 어디에서 아이템을 파밍할 있을까?

 여기에 최신작인 바이오하자드 2 RE 플레이어를 적극적으로 추적하는 미스터 T’ 둬서 플레이어가 모든 변수를 통제하고 있더라도 게임을 헤쳐나가기 쉽지 않게 만들었다. 이러한 요소들 덕분에 오랜 시간이 흘러도 플레이어들은 다시 게임을 플레이했으며, 클래식 바이오하자드 타이틀들은 빛날 있었다.  

바이오하자드 4 등장으로 인한 변화는 매우 급진적이었다. 바이오하자드 3편까지의 만악의 근원이었던 엄브렐라를 해체해 버리는 충격적인 도입부처럼 말이다. 게임은 고정 시점에서 플레이어를 조작하는 방식이었던 기존의 노선을 버리고 현대적인 숄더뷰 TPS 구조를 채택했다. 또한 탄약을 아끼는 체술의 존재나 B 테이스트와 같은 요소들이 추가되었다 

흥미로운 점은 바이오하자드 4 이러한 변화는 이전의 시리즈에서도 찾아볼 있었던 부분이라는 것이다. 고정된 카메라 시점이 아닌 카메라가 플레이어와 함께 움직이는 스타일은 이미 드림캐스트로 출시되었던 코드 베로니카에서 등장했던 있다. 체술의 경우는 이미 3편에서 긴급회피 시스템을 통해 간접적으로 테스트한 부분이 있었다. 3편의 긴급회피는 좀비나 몬스터가 공격할 , 특정 버튼 입력을 통해서 공격을 회피하고 짧은 시간 동안 공격 속도 버프를 얻는 시스템인데, 플레이어가 숙달되면 긴급회피로 상당수의 상황을 풀어낼 있을 정도로 강력한 시스템이었다.   

 바이오하자드 4 플레이어의 어깨 뒤로 카메라를 돌려서 좀비의 약점 부분들을 자연스럽게 조준하게 만들었으며, 이로서 플레이어가 전투에서 선택할 있는 선택지를 크게 늘려주었다. 좀비의 무릎을 쏴서 경직을 걸고 돌려차기로 적들을 체술로 공격할 것인가? 아니면 플라가 기생체가 노출 있는 위험을 감수하고 머리를 쏴서 빠르게 적들을 제압할 것인가? 누구를 먼저 것인가? 어디서 플레이어가 위치를 잡을 것인가? 등등의 다양한 상황과 변수들이 생겨났다.

 지금에 이르러서 이런 요소들은 데드 스페이스 다른 게임에서도 많이 확인 가능하게 되었다. 바이오 하자드4 무려 18 전에 플레이어의 선택과 숙련도를 테스트하는 이러한 요소들을 정립하였고, 그로 인해 게임 역사에 하나의 이정표를 남겼다. 

하지만 바이오하자드 5부터 캡콤의 선택은 조금씩 꼬이기 시작했다. 바이오하자드 5 협동 요소를 추가하고(이미 아웃브레이크라는 외전에서 캡콤은 바이오하자드 멀티플레이, 코옵 요소를 테스트하고 있었다), 퍼즐 요소를 최소한도로 줄여서 액션 중심으로 구성한 작품이었다. 당시에는 멀티플레이가 게임의 미래다라는 기조가 게임계를 지배했었다. 더욱이 체술을 도입해 액션성을 강화한 4편은 엄청난 성공 거두기까지 했다. 이러한 이유들 때문에 바이오하자드 5에서 보여준 캡콤의 판단은 충분히 납득 가능한 측면이 있기는 하다. 그러나 5 문제는 백트래킹이나 자원 정리, 탐색 등의 요소들을 최소화 시켰다는 것이었다. 바이오하자드 5 어떻게 보면 4보다 훨씬 극단적이라 있다. 4편에서 긴급회피나 체술이 등장하여 액션성이 강화되기는 했지만, 어디까지나 자원을 아끼기 위한 부가적인 수단으로 사용할 있는 요소들이었던 반면, 5 액션을 전면에 내세워서 만들어졌다는 점에서 매우 달랐던 것이다.

바이오하자드 5 당시 더욱 낮은 평가를 받았던 이유는 데드 스페이스라는 걸출한 신예가 치고 올라왔던 것도 있다. 당시 데드 스페이스에 비교하여 바이오하자드 5 비판했던 이들의 주된 논지는 무빙샷이 되지 않는다, ‘서바이벌 호러 스럽지 않다 라는 등이었지만 그것은 표면상 이유였으며, 실상 주된 불만의 원인은 데드 스페이스가 오히려 바이오하자드 4 직계 후손으로 여겨질 만큼 게임 플레이 핵심 철학이 맞닿아있었다는 때문이었다. 좁은 복도에서 덤벼드는 적들, 전략적으로 적의 부위를 파괴해서 게임에서 이점을 챙기는 등등은 바이오하자드 4에서 이미 체술 등을 통해서 기본적인 골격을 보여준 부분이었다. 데드 스페이스는 거기에 개성 넘치는 공구와 바이오하자드에서 느낄 없었던 극악한 악의와 신경을 긁는 듯한 연출 등으로 자기만의 독자성을 찾는 성공하였다.  

반면 바이오하자드 5 모든 것을 그저 바보 같은 크기로 키워 넣었을 뿐이었다. 썬글라스를 공중에 던지고는 사라졌다가 다시 나타나 크리스와 쉐바를 두들겨 패는 웨스커나, 함선 크기로 커져버리는 우로보로스 바이러스 감염체 등등 하나 같이 거대하고 막가는 규모와 연출을 자랑했다. 기존 바이오하자드 시리즈에 그런 것들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지만(당장 전작인 바이오하자드 4에서는 움직이는 살라자르 석상 같은 것도 있었다), 그게 본질은 아니었던 것을 생각하면 주객이 전도되었다 있다. 크리스가 집채만한 바위에 붕권을 날리는 장면이나 맨손으로 RPG 탄두를 잡는 웨스커 등은 너무 어이가 없어서 헛웃음이 나오지만, 그래도 그나마 특유의 쌈마이한 맛은 남아 있긴 했다.  

불행하게도 바이오하자드 5 성공은 바이오하자드 6라는 희대의 괴작을 탄생시켰다. 바이오하자드 6 단적으로 말해 너무 욕심이 지나쳤다:적어도 2 이상의 게임 분량을 하나의 게임으로 욱여 넣고, 체술 메카닉을 마치 격투 게임마냥 복잡하게 다듬었으며, 사상 최대 볼륨의 멀티플레이와 싱글플레이를 자랑했다. 문제는 QTE 너무 남발되었고, 시스템은 너무 난잡했으며, 기믹은 산만했기에, 처음 발매 수많은 사람들은 게임으로부터 등을 돌렸다. 

재밌는 점은 바이오하자드 6 실패는 게임을 못만들었기 때문이 아니라는 것이다:체술의 시스템이나 메카닉은 여타 액션 게임에서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독특한 수준으로 승화시켰고, 게임 내의 스케일이나 분량 등등은 분명 좋게 볼만한 부분은 있었다. 그러나 문제는 좋게 볼만한 부분들이 있다고 해서 게임이 갖고 있는 난잡함이나 그로 인한 정체성 상실을 용서받을 있는 것은 아니다. 기존 게임들, 심지어 바보같았던 5조차도 지켰던 시리즈의 정체성들(좀비나 서바이벌, 퍼즐, 효율적인 싸움과 액션 ) 6 와서 근간이 흔들리게 되었다. 지금 와서 액션 부분이 재발굴되어 평가가 나아진 게임이긴 하지만, 이러나 저러나 바이오하자드 27년의 역사에서 가장 이상한 게임을 꼽자면 바이오하자드 6 것이다

오히려 바이오하자드 6 기괴한 흐름과 별개로 리벨레이션이라는 외전 시리즈에서 바이오하자드는 구작과 신작의 묘한 시너지로 새로운 영역을 개척해나가고 있었다. 호화유람선을 탐사한다는 1편의 컨셉으로 돌아오면서 유저들의 오랜 요청이었던 무빙샷을 최초로 도입한 바이오하자드 시리즈가 바로 리벨레이션인데, 3DS라는 휴대용 기기의 소품 형태로 나온 게임임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5,6편에 비하여 더욱 이전 4편과 이전 시리즈의 모습에 가깝다

리벨레이션의 실제 게임 플레이 스타일은 바이오하자드 7 이후의 현대적인 바이오하자드와 유사하기도 하다. 매우 느린 무빙샷과 골목에서 적과 대치했을 때의 게임 플레이, 뒤로 슬슬 빼면서 적을 신중하게 겨누고 쏘고 제압한다는 게임 플레이는 분명 바이오하자드 7이나 8, 리메이크 버전 2,3,4 게임 플레이 느낌과 같다. 오히려 체술로 많은 것을 처리하고 액션을 위주로 돌리는 6편과 다르게, 현대적인 바이오하자드의 게임 플레이 스타일을 잡은 것은 외전인 리벨레이션이었던 것이다

 미국 남부 뉴올리언즈의 폐가를 배경으로 바이오하자드 7 다시금 초심으로 돌아간 작품이었다. 전작들의 액션적인 요소들(체술 ) 최대한 배제를 했다. 전작들이 구세대적인 B 호러와 크리처물, 액션의 혼합이었다면, 바이오하자드 7 공포는 최신 호러 트렌드들(쏘우와 같은 거친 기계와 육체의 결합이라던가) 섞은 것들이 눈에 띄었다. 비현실적인 고어보다 현실적인 끈적거림과 부패를 게임 전반에 깔아둠으로써 신세대의 호러, 새로운 바이오하자드의 표본을 보여주었다.  

사람들은 7편의 가장 의외인 부분으로 TPS에서 FPS 형태로 바뀐 것을 꼽지만, 막상 게임 플레이에서 보면 본질적으로는 차이가 없다는 바이오하자드 7 핵심이다:전작들에서도 플레이어가 좀비를 상대할 , 가만히 서있는 상태에서 차분히 공격할 적을 노리고 쏴야 한다. 이러한 대면 과정들은 플레이어에게 강렬한 긴장감을 유발한다. 이는 제한된 자원으로 적들을 처리해야하는 부담감과 보기 싫은 그로테스크한 적들의 이미지들 덕분이다. 결국은 시점이 1인칭으로 바뀌었을 , 본질적인 부분들은 바뀌지 않았던 것이다

바이오하자드 7 통해서 시리즈의 리브랜딩을 성공적으로 진행한 캡콤은, 바이오하자드 8 만들면서기존 시리즈들을 모두 하나의 작품에 집어넣겠다라는 거대한 야심을 보여주었다. 바이오하자드 8 본질적으로는 7 4 혼종에 가깝다. 호러보다는 서바이벌 액션의 영역에 보다 방점을 찍었으며, 권총-샷건 이외에도 강력한 무기들을 제공해줌으로써 플레이어가 화려하게 날뛸 있게끔 판을 깔아 주었다

 바이오하자드 8 전작들의 요소들을 일부분씩 따와서 만들어진 게임이다. 드미트리쿠스의 저택은 바이오하자드 1 저택 구조를 차용하였고, 베네비엔토 저택은 7편이나 기존 작들의 호러 파트 부분을 차용하였다. 모로의 구역이나 하이젠베르크 구역은 4 5편에서 있었던 규모의 액션 파트와 맥락이 닿아있다. 어떻게 보면 모든 것을 합쳐놓았다는 점에서 6편의 방대하고 야심 찼던 컨셉의 연장선에 존재하는 것처럼 보인다. 허나 8편은 각각의 파트의 분량을 줄이고 7편과 같이 게임의 기조를 해치지 않는 선에서 게임을 폴리싱하였다. 덕분에 8편은 전반적으로 성공을 거둔 작품이 되었다

 리메이크 작품인 RE들의 경우, 어떻게 보면 그전까지 발전시켜 것들을 다시 가지치기하고 좋은 부분은 좋게 만드는 쪽에 가깝다. RE 시리즈의 시작이었던 2편은 바이오하자드 역사상 가장 성공적이었던 작품을 리메이크한다는 야심찬 포부를 갖고 만들어졌다. 흥미롭게도 현대적인 바이오하자드(무빙샷 ) 요소들을 갖고 있지만, 경찰서와 저택을 돌아다니면서 퍼즐을 풀고 최단의 루트로 공략을 하는 것은 동일하다. 바이오하자드 2 본질적인 재미를 그대로 가져 RE 2 성공은 아직도 시대에 클래식의 미덕이 살아 있음을 증명하였다.  

결론적으로 바이오하자드의 역사는 다양한 성공과 시도, 실패들이 종합된 역사였다. 캡콤은 과정에서 게임을 수없이 다듬고 다듬어 왔으며, 최종적으로 더이상 나아질 없을 같은 성역과도 같은 게임들조차 나은 버전으로 승화시켰다. 그런 점에서 바이오하자드는 캡콤의 개발 역량이 역사와 함께 진화해 왔다는 것을 보여주는 기념비적인 프랜차이즈이다.  

게임 이야기

 

1. 개요

'릴리스'라는 룰 시스템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식물족 엑시즈 테마. 유희왕에서 기존 어드벤스 소환을 위해서 코스트의 지불 행위를 릴리스로 통칭한다. 하지만 동시에 특수소환 위주로 빠르게 돌아가는 지금의 환경에서는 오히려 잘 사용되지 않는 개념과 룰이 바로 릴리스다. 그렇기 때문에 초창기 카드들에서 간간이 보이는 '이 카드는 릴리스 할 수 없다'와 같은 제약 조건이 후기 카드들로 넘어가면서 안보이는(=상대적으로 안쓰이기 때문에) 트렌드가 생겨났는데, 이 덕분에 거의 상당수의 카드들이 이 '릴리스' 행위에 대해서 내성을 갖지 않고 있다. 육화는 이 릴리스를 중심으로 기믹이 돌아가는데, 육화의 상당수 카드들이 릴리스를 코스트로 하는 것 치고는 효과가 하나씩 나사가 빠져있었기 때문에 약소 테마로 분류되었다.

하지만 육화의 신규 지원인 육화콩콩의 등장으로 상황이 급반전되게 되었다. 육화콩콩의 효과로 기존 코스트로 자신의 필드 몬스터 한 채를 릴리즈 하는 것을 상대 필드 몬스터 한장에 전가시킬 수 있는데, '코스트로 처리'하는 것이기 때문에 여기에 체인을 걸 수도 없고(이미 효과 발동 전에 코스트로 상대 몬스터를 릴리즈 했기 때문), 릴리즈이기 때문에 왠만한 내성을 뚫고 들어갈 수 있다. 한 턴에 한 번뿐이지만, 이걸로 육화의 필드와 몬스터 견제력은 왠만한 덱 테마들을 상회하는 강력함을 갖게 되었다.

2. 강점

1) 릴리스 라는 기믹과 맞물려 돌아가는 독특한 덱 기믹

대량 파괴, 제외, 무덤으로 보낸다 등등의 요소들이 판을 치는 유희왕이지만 릴리스 자체를 상대 견제 기믹으로 삼는 경우는 적었다. 하지만 그런 기믹이 들어간 카드들은 내성을 뚫고 들어가기 쉬워서, 카드 한 장 한 장의 가치가 상당했다. 대표적인 예가 파괴수 인데, 상대 필드 몬스터를 릴리즈 하는 파괴수 카드의 기믹은 상대 필드에 특수소환 한다는 디메리트에도 불구하고 강력한 범용 견제로 자리매김 했다. 릴리스 내성이 있는 카드들도 있지만, 과거 어드벤스 소환을 위한 환경에서의 디메리트를 주기 위해 릴리스 할 수 없다 식의 제정이 아니면 뚫을 수 없는 기믹이 릴리스였다. 또한 우리가 알게 모르게 릴리스 하는 기믹들이 있어서 육화의 '릴리스하면 발동할 수 있다' 기믹을 충족시킨다.

육화는 릴리스가 될 때 카드 발동 조건을 만족시키거나, 릴리스 자체를 상대를 견제하는 수단으로 쓰는 테마다. 프리체인 대상 릴리스를 날리거나(티어드롭), 내가 릴리스 할 때 상대 플레이어도 강제로 릴리스하게 만든다던가(육화의 풍화), 내 필드 몬스터를 릴리스 하고 파괴를 보호하거나(칸자시), 상대 몬스터 효과를 막고 컨트롤을 탈취해 상대 필드를 견제하는(육화의 박빙) 등등 육화는 릴리스와 관련된 독특한 기믹들을 갖고 있다. 하지만 육화의 릴리스 기믹은 결국 내 필드 어드벤티지 -1을 전제로 하고 있고, 다른 육화 마법/함정 카드들이 내 필드 어드벤티지를 소비하면서 까지 강력하다는 인상을 주지 못했다. 하지만 파워 오브 더 엘리멘츠에서 추가된 두 지원(육화의 하얀공주와 육화 콩콩)으로 육화의 어드벤티지 맞교환이 비약적으로 강해졌고, 다른 덱과 차별되는 강점을 가진 테마가 되었다.

2) '육화콩콩'

현재 육화 덱 테마의 핵심에 있는 카드이며, 육화의 핵심 엔진이라 할 수 있는 필드 마법 카드다. '자신의 필드 식물족 카드를 코스트로 릴리스할 때, 대신 상대 필드의 몬스터 하나를 릴리스 할 수 있다'라는 기믹으로 상대의 필드 몬스터 하나를 릴리스할 수 있게 되는데, 이것이 '코스트'로 릴리스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미 카드 발동 시에 코스트로 상대 몬스터를 릴리스 한 뒤라 카드의 효과 발동은 무효로 막을 수 있어도 해당 릴리스 자체를 무효화시킬 수 있는 방법이 거의 없다. 이로 인해서 육화 테마는 자신의 필드 몬스터 릴리스 -1 어드벤티지 후 카드 효과로 +2 어드벤티지를 끌어오는 것이 아닌, 내 어드벤티지 +2를 끌어오면서 상대 필드 어드벤티지를 -1을 하여 어드벤티지 격차를 끌어낸다. 한 턴에 한 번 제약이 있지만, 그럼에도 육화콩콩을 통한 육화 테마의 견제는 몬스터를 중심으로 전개를 진행하는 현 유희왕의 환경에서는 절대로 무시할 수 없는 강력함을 보여준다.

하지만 육화콩콩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추가적으로 마법 함정 카드를 필드로 끌어와 세트하는 서치 기믹도 갖고 있는데, 노 코스트로 하루 우라라에 견제 당하지 않고 필드에 육화 마법 함정을 끌고 오는 육화콩콩의 서치는 탁월한 덱 압축 능력을 보여준다. 특히, 육화 마법 함정들이 스트레나에로 회수해서 재활용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마법 함정 카드를 한 장씩만 넣고 나머지는 범용 함정이나 식물족 전개 지원 몬스터들로 구성하게끔 할 수 있어 덱 구성에 많은 도움을 준다.

3) 식물족 범용 지원들과 맞물리는 전개력과 견제폭

식물족은 드래곤족이나 전사족 같은 메이저한 종족 카드군은 아니지만, 강력한 종족 범용 지원과 전개요원들이 있어서 무시할 수 없는 성능을 자랑하는 종족 카드군이었다. 그리고 흥미로운 점은 이들 종족 범용 지원들이 상당수 '릴리스' 행위와 맞물렸다는 점이다:자신 필드 위의 식물족 몬스터 하나를 릴리스하고 덱에서 식물족 하나를 특수소환하는 론 파이어 블로섬, 스스로 릴리스 해서 불어나는 이블 손, 스스로 묘지에서 튀어나오는 1랩 튜너 그로우업 벌브, 묘지에서 몬스터 하나를 제외하고 그 몬스터의 레벨만큼 자신의 레벨을 올리고 소환되는 스포어, 일반소환/특수소환 시 식물족 카드 하나를 서치하는 빛의 제너레이드 마르델 등등 찾아보면 식물족 전반을 지원하는 강력한 범용 지원들이 많다. 심지어 특수 소환을 메타하는 선인장 클로저, 마법 함정을 메타 하는 나츄르 로즈휩 등과 같은 메타 카드들도 존재한다. 순수 육화 축을 타더라도, 육화콩콩으로 세이브한 자리 만큼을 범용 지원과 전개 요원들을 투입하는 것도 가능해서 전개가 유연해지고 필드가 단단해진다.

가장 유명한 보조 축은 생아발론 축 육화가 있는데, 생시드 게니우스 로키 한 장에서 시작해서 회생의 뱅갈렌제스와 스트라네에 한 장을 깔고 프리체인 바운스와 견제를 까는 결과물은 확실히 무시할 수 없는 결과물이다. 그리고 삼라 테마에서 끌고오는 용병들(무답랑, 오레이아, 아르세이, 희아궁)이나 식물 전반을 보조 지원하는 아로마 세라피 재스민 등등 전개와 견제 등에서 강력한 성능을 자랑하는 결과물들이 있어 구색은 상당히 갖춰진 편이다.

4) 타의추종을 불허하는 필드 몬스터 견제력 및 몬스터 퍼미션

결국 1)과 2)와 맞물리는 영역인데, 육화콩콩으로 꽂히는 코스트로 릴리스 하는 견제와 몬스터 퍼미션을 제공해주면서 필드에서 식물족 몬스터 릴리스(육화콩콩을 이용해서 상대 필드 견제 가능)하고 덱으로 돌아가 후속을 준비해주는 육화의 하얀공주, 상대 플레이어 강제형 릴리스인 육화의 풍화 등등 몬스터 견제를 꽂아넣기 시작하면 상대 플레이어를 정신 못차리게 만드는 것이 육화의 몬스터 견제력이다. 심지어 상대에게 강한 견제를 꽂으면서 후속까지 챙겨오는 어드벤티지 교환은 초반부터 종반까지 덱 운영을 유연하게 만든다.

3. 약점

1) '육화콩콩'

아이러니하게도, 육화 덱의 강함은 대다수 육화콩콩의 강력함에서 나오기 때문에 육화콩콩이 막히면 덱 플랜이 상당수 꼬인다는 문제가 있다. 결국 상대 플레이어는 육화콩콩에 접근하는 움직임들(보탄으로 서치, 테라포밍으로 서치 등등)을 차단하기 위해 모든 수단을 투입하는데, 여기서 육화 플레이어가 육화콩콩에 접속하는데 실패하면 상대 플레이어 견제가 어려워 진다. 육화콩콩이 없던 시절 육화가 자기 필드 어드벤티지를 깎아 먹음에도 애매한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덱 테마였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더더욱 그렇다.

결국은 육화콩콩에 필드에 깔려는 플레이어와 그걸 막으려는 상대 플레이어의 싸움이 육화의 게임 플레이라 할 수 있는데, 여기서 범용과 부가 축을 잘 활용해서 허를 찌르거나 등의 숙련도가 상당히 요구된다. 그래서 육화 플레이어는 육화콩콩이 통과되지 않았을 때의 저점 플랜을 항상 생각해둬야 한다.

3) 전무한 마법 함정 견제

육화 덱의 마법/함정 퍼미션이나 제외, 하다 못해 파괴나 발동을 막는 카드 자체가 없다. 갤럭시 사이클론, 아니 사이클론 한 장만 잡혀도 순수 육화 축 위주의 덱은 그대로 육화콩콩에 대한 견제를 통과시킬 수 밖에 없다. 육화콩콩 한 장으로 많은 것을 할 수 있지만, 아이러니 하게도 육화콩콩을 지킬 수 있는 수단은 육화에게 많이 주어지지 않은 샘이다. 물론 유희왕은 몬스터 전개 위주로 결과물을 내는 경우가 많아서 몬스터 퍼미션과 견제의 한 축을 꽉 잡고 있으면 상대의 플레이를 말리게 할 수 있지만, 그렇게 강력한 견제력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육화의 필드가 쉽게 무너질 수 있다는 걸 의미한다.

물론 울며 겨자먹기로 춘희 티타니얼(대상 파괴 시, 자신 필드의 식물족 하나를 릴리즈 하고 카드를 무효로 하고 파괴)이나 하이페리톤(상대 턴에 엑시즈 소재를 하나 제거하고, 그 종류와 동일한 카드의 효과를 무효로 파괴) 같은 몬스터 카드를 쓰거나, 폴리노시스, 신의 심판 같은 카운터 함정 카드를 쓸 수도 있겠지만 다른 테마군에 비해서는 부족하고 아쉬울 수 밖에 없다.

3) 범용 용병 채용이 어려운 소환 제약과 열악한 식물족 고랭크 피니셔들

우수한 서치 카드인 육화의 한 조각이나 조건 없는 자체 패 특수소환이 되는 육화의 하얀공주, 식물족이랑 같이 나오면서 자체 엑시즈 소재를 충당하고 엑시즈 레벨 조정을 하는 스노드롭까지 육화 각각 몬스터 카드들은 나름 성능은 준수한 편이지만, 주요한 카드 전개 루트를 탈 때마다 식물족 제약이 걸리기 때문에 식물족 고랭크 엑시즈나 링크 몬스터를 결과물을 내는 것이 최선이다. 문제는 이 고랭크, 고링크 엑스트라 덱의 식물족 몬스터들은 실제 범용적이고 실전성이 있다고 할 수 있는 카드들이 얼마 없다는 것이다. 육화 엑스트라 몬스터들과 삼라 테마 엑시즈 몬스터들, 신수수 하이페리톤 정도가 범용적으로 채용 가능한 몬스터들이다. 이들이 약하다는 것은 아니지만, 일반적인 엑시즈 8축 범용 용병(타이타닉 갤럭시, 딩기르수 - 페인게이너 - 세븐신즈 같은)이나 4축, 6축 범용 용병, 링크 피니셔(엑세스 코드 토커 같은)들을 채용할 수 없어서 전략과 대응의 폭이 줄어든다는 문제가 있다.

범용 용병 채용이 어려운 점은 전술할 문제와 맞물리게 되는데, 마법/함정 카드 퍼미션이나 파괴/제외 카드가 필요한 육화의 가려운 부분을 더 가렵게 만드는 요소이기 때문이다. 하다못해 타이타닉 갤럭시의 1회 마법 퍼미션이라도 절실하게 필요한데 식물족 소환 제약에 걸려서 상대에게 마법과 함정 견제를 활짝 열어주게 된다. 심지어 메인 덱에 춘희 티타니얼이나 폴리노시스 같은 카드까지 투입을 절실히 고려해야 할 정도이기 때문에 플레이어는 항상 이러한 요소를 고려하며 게임을 플레이할 수 밖에 없다.

4. 운영 핵심 포인트

육화콩콩이 없을 때의 저점 플레이를 고려, 육화콩콩의 보호

육화콩콩의 등장 이후, 육화의 덱 압축 능력, 서치 능력, 견제 능력은 놀라운 수준까지 올라갔다. 상대 턴에 프리 체인 릴리즈와 코스트로 상대 몬스터 릴리즈 같은 어드벤티지 격차를 벌리는 플레이를 계속해서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턴 킬 각을 잡을 수 있고 이는 육화 덱의 강점이다. 그러나 문제는 육화콩콩이라는 명백히 보이는 덱의 엔진과 마법/함정 퍼미션이 없다는 점은 육화콩콩에 대한 견제를 너무 쉽게 허용한다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

그렇기에 육화 덱 플레이어는 항상 육화콩콩을 깔아두거나 패에 잡고 있더라도 '육화콩콩이 없을 때의 저점'을 고려하는 것이 중요하다. 무난한 저점은 스트레나에를 소환한 뒤에 하얀공주를 묘지에 두거나 패에 들고 있다 몬스터 견제가 날아올 때, 소재를 가진 스트레나에를 육화의 하얀공주의 효과 발동 코스트로 릴리즈하여 5렙 이상의 식물족 엑시즈 몬스터를 상대/자신의 턴에 깔아두는 것이다. 상대 몬스터 효과를 육화의 하얀공주 1퍼미션으로 빼면서 스트레나에의 릴리즈 효과를 이용하여 후속을 준비할 수 있다는 이 저점은 생각보다 어드벤티지 소모가 적고(육화의 하얀공주는 덱으로 돌아가서 후속을 준비해주며, 보통 육화의 하얀공주를 엑시즈 소재로 한 스트레나에가 엑시즈 소재로 하얀공주를 버리고 묘지의 육화 카드를 한 장 패로 회수하기 때문에 생각보다 자원 소모가 크지 않은 편이다) 상대의 움직임에 따라 후속을 꺼낼 수 있기 때문에(몬스터 퍼미션이 필요하면 신수수 하이페리톤을, 프리 체인 릴리즈 견제가 필요하면 티어드롭) 괜찮은 저점 필드라 할 수 있다. 스트레나에의 소환을 위한 4렙 엑시즈 소재 두 채를 소환하는 것은 육화와 범용 식물 전개에서 충분히 쉽게 해낼 수 있다.

육화콩콩을 보호하기 위해서 육화 플레이어는 육화콩콩에 꽂힐 수 있는 파괴 제외 견제들을 항상 유념해야 한다. 다행이도 스트레나에가 육화콩콩을 묘지에서 회수할 수 있다는 점이고, 일반소환/특수소환된 보탄이 육화 마법 함정 카드를 서치하기 때문에 육화콩콩에 접속하는 것 자체는 어렵지 않다. 그렇기에 좀 무식한 방법이지만 차라리 육화콩콩을 두 장 이상 잡고 있다던가, 상대의 세트 카드나 플레이 패턴을 관찰하면서 견제를 케어하는 플레이를 취해야 한다.

5. 결론

최고 티어권 끼리 붙는 환경이 아니면 적당히 강력한 파워의 덱.

육화는 충분히 좋은 덱이고 상대하는 테마와 플레이 성향에 따라서는 강력한 덱이라 할 수 있다. 다만 티어덱과 같은 폭발적인 강력함이나 완절무결함을 갖추고 있는 테마는 아니라서, 자신의 약점을 케어하면서 플레이하는 것이 중요한 테마라 할 수 있다. 오프라인 모임을 같이 진행하는 환경에 따라서 달라지겠지만,  적당히 강하면서 적당히 재밌고 머리굴리는 게임을 즐기고 싶다면 육화는 충분히 좋은 테마라 할 수 있다.

게임 이야기

 

 

최근 새로운 소울류 게임인 와룡:폴른 다이너스티가 나왔다. 그리고 와룡의 발매는 늘 있던 이야기들, ‘과연 이번 와룡은 다른 소울 시리즈에 비해서 얼마나 더 어려운가?’라는 이야기로 이어졌다. 어떤 사람들은 깃발 시스템의 존재를 들어서 게임이 더 쉽다고 이야기하고, 어떤 사람들은 패링과 공격 중심의 시스템을 들어서 하이 리스크/리턴 구조가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이야기한다. 이러한 다양한 논의의 근간에는 ‘소울류’라는 장르가 기본적으로 깔려있다:데몬즈 소울 - 다크소울로 이어지는 프롬소프트들의 게임 계보는 높은 난이도와 옥소독스한 게임 플레이, 독특한 멀티플레이 등등으로 게임계에 한 획을 그었다. 그중에서 ‘높은 난이도’는 수많은 대중들에게 소울 시리즈를 정의내르는 중요한 요소였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소울 시리즈의 특징들은 ‘어려운 난이도’가 되었다.

하지만 여기서 눈 여겨 봐야 하는 것은 ‘과연 어려운 난이도란 무엇인가?‘ 혹은 좀 더 구체적으로는 ’무엇이 어려운 게임을 만드는가?‘이다. 단순히 난이도가 ’게임을 꺠기 어렵다‘라는 관점에서 접근한다면, 소울류와 달리 깨는 것이 불가능한 게임들도 존재한다:예를 들어 빅리그와 치타맨 같이 애시당초에 클리어가 불가능한 게임들도 있다. 슈퍼맨 64처럼 클리어하는데 많은 시도와 불합리한 고통들이 가득한 게임도 있다. 이런 게임들이 과연 ‘어려운 게임‘이라 할 수 있을까? 단순히 게임을 깨기 어렵게 만드는 것들은 어려운 난이도의 게임을 만들지 않는다. 

전통적으로 게임에서 높은 난이도들은 플레이어의 숙련도를 테스트하는 목적이 강했다. 콜옵 같은 전통적인 레일 슈터들의 예를 들어보자:이런 게임들에서 어려운 난이도는 적이 플레이어에게 가하는 데미지를 늘리고, 플레이어를 향한 호전성을 늘리거나 하는 등의 변화를 준다. 그 결과, 높은 난이도의 게임에서 플레이어는 엄폐를 하면서 적들을 빠르게 처리하는 것을 잘해야 한다. 이는 콜옵 싱글의 전통적인 디자인인데, 높은 난이도에서는 플레이어가 얼마나 게임의 디자인을 이해하고 거기 맞춰서 행동하는지를 테스트한다.

이러한 콜옵과 같이 전통적인 높은 난이도(가해지는 데미지가 늘어나거나, 적의 체력이 늘어나거나 하는)는 단조롭다는 문제가 있다. 적의 체력을 늘리고 가하는 데미지를 늘리는 것은 결국 플레이어가 게임을 플레이할 때 거의 완벽하게 플레이해야 한다는 것을 클리어 전제로 한다. 하지만 플레이어에게 최소한의 리스크를 지게 만들기를 강요하고 안전하게 게임을 하게 만드는 이러한 과정들은 때로는 단조로운 경험을 만든다. 콜옵에서 높은 난이도란 항상 이런식이었고, 상당수의 게임에서 높은 난이도는 게임 디자인의 가능성을 수치(적의 체력, 데미지 등등) 관점에서 단순하게 늘리는 방향을 선택했다. 이러한 난이도 조절방식은 때로는 잘 작동하지만, 때때로는 플레이어가 단조로운 게임 플레이 경험을 경험하게 만드는 요인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소울류의 높은 난이도는 전통적인 높은 난이도와 다르다. 소울류의 핵심은 제한된 스테미너와 자원 관리, 그리고 그것을 스테이지 어디서 어떻게 배분할 것인가를 다루는 데 있다. 많은 사람들이 간과하는 점은 소울류에서 모든 공격/방어 행동들은 스테미너를 소비하고, 회복과 마법은 사용하는데 회수가 제한되어 있고, 스테이지를 돌파 할 때 얼마나 이것을 사용할 것인지를 잘 판단해야 한다. 가장 흥미로운 점은 스테미너나 자원 관리가 아닌 ‘스테이지’의 구성이다. 플레이어는 스테이지를 진행하면서 회복 수단과 자원들을 언제, 어떻게 회복할 지를 확인할 수 없고, 스테이지는 숨겨진 적들과 함정들, 공격 받기 전에는 눈치채기 힘든 속임수와 기믹들이 넘쳐난다. 그리고 플레이어가 회복과 자원 수급을 위해 화톳불로 돌아가면 적들과 함정이 다시 재세팅된다. 이러한 요소들로 인해서 소울류는 실패와 시도를 통해서 스테이지를 파악하고, 자원을 배분하고, 난관을 해쳐나갸아 한다. 

소울류가 어려운 것으로 악명 높은 것은 플레이어가 스테이지를 능동적으로 학습하고 이해하는데 있다. 다른 게임이었다면 게임 진행 중에 난이도를 낮추거나, 다양한 난이도 옵션을 제공하는 등의 보험을 집어넣는다. 하지만 소울류의 게임은 조절 가능한 난이도도 없고, RPG에서 흔히들 통하는 레벨 노가다 같은 요소도 없다. 즉, 수치로 난이도를 조절하기 보다는 스테이지를 관찰하고 하나 하나씩 차근차근 풀어나가는 방법을 플레이어가 익혀야 한다. 크게는 스테이지의 구조, 몬스터의 배치, 함정의 위치에서부터 작게는 보스의 공격 패턴, 스테미너는 어떻게 관리하는 등 모든 것들을 이해하고 학습해야 한다. 이러한 과정이 소울류 게임들을 어렵게 만든다. 모든 것을 이해해야만 게임을 클리어해야 하기 떄문이다.

하지만 소울류의 대단한 점은 플레이어의 이런 능동적인 학습 곡선을 보조할 수 있는 다양한 요소들이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는 ’새로운 방법‘들이었다. 플레이어가 죽은 곳에 다잉 메세지와 같은 잔영을 보여주어 어떻게 죽었는지, 메세지를 남겨서 앞에 어떤 위험이 있는지를 알려주는 요소를 집어넣었다던가, 다른 플레이어를 코옵 파트너로 불러서 스테이지를 진행하는 등의 다양한 요소들을 넣었다. 또한 임의의 플레이어가 침입해서 몬스터와 함께 협공하는 등의 경쟁 플레이도 집어넣어서 난이도가 올라가는 요소도 넣었다. 이러한 점들은 이전에서 찾아볼 수 없었던 독특한 난이도 조절방식이었고, 능동적으로 스테이지를 이해하는 게임의 구성을 보조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플레이어가 어려움을 능동적으로 대처해나갈 수 있다.

소울류의 영향을 받은 게임들은 이러한 것들을 변주한다. 인왕 같이 전투 시스템을 공격적으로 다듬는 경우도 있고, 엘든링 같은 작품이나 로드 오브 폴른 같은 작품들도 있었다. 성공하든 실패하든 중요한 것은 스테이지 구성과 자원의 관리, 그 사이에 게임을 익힐 수 있게끔 학습 곡선을 가속하는 안전장치들이다. 이러한 요소들이 있어야 소울류라 할 수 있다.

다시 소울류 게임들이 어렵다, 쉽다의 난이도 측면에서 이야기로 돌아와보자. 당연히 일반적인 게임 장르들과 비교해서 보면 소울류가 쉽다고는 이야기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소울류는 너무 어려워서 아무나 클리어할 수 없는 게임은 아니다. 단지 게임을 클리어하기 위해서 게임을 좀 더 깊이있게 이해하고, 사용해야하는 것들을 모두 사용해나가면 클리어할 수 있다. 즉, 소울류에서 어려운 난이도는 게임의 핵심이 아니다. 오히려 핵심은 플레이어가 게임의 학습 곡선을 따르는 것, 더 나아가서 사용할 수 있는 모든 요소들을 사용한다면 게임 클리어하는 것은 크게 어렵지 않다. 특히 이번 와룡의 경우, 깃발을 최대한 사용하면서 클리어한다면 생각보다 수월하게 게임을 클리어할 수 있을 것이다.

게임 이야기

* 엑스박스 3월호에 실린 글입니다.(링크)

대중 음악은 라디오와 레코드 플레이어의 등장 이후로 지금까지 수많은 문화와 하위 문화에 영향을 끼쳤던 주요한 요소 중 하나였으며, 한 세대를 정의내리는 주요한 문화적 요소였다. 게임에서도 음악은 주요한 요소 중 하나이다. 허나 게임에서 배경 음악이 중요하게 등장하는 케이스들은 있어도, 음악 자체가 게임의 메커니즘을 구성하는 케이스들은 지금까지 찾아보기 어려웠다. 음악을 게임을 관통하는 메커니즘으로 구성하기에는 음악이라는 예술의 깊이와 다양성이 워낙 방대하였기 때문이다.  
 
물론 ‘EZ2DJ’ 나 ‘비트매니아’, ‘OSU’, ‘DJMAX’ 같은 리듬 게임들이 음악 게임에 대한 수요를 충족시키긴 했다. 하지만 이들 게임의 메커니즘은 ‘정해진 악보에 맞춰서 음악을 연주’하는 것에서 오랫동안 머물러 있었다. 이러한 틀을 깨기 위해서 오랫동안 다양한 시도가 있었다. ‘오디오 서프’는 자기가 갖고 있는 MP3를 집어넣으면 자동으로 악보로 변환해주어 게임용 트랙으로 구성해 주었다. ‘비트하자드’는 음악 파일을 슈팅 게임의 메커니즘으로 재구성하였다.  ‘썸퍼’는 테크노와 강렬한 이미지 및 속도감으로 게임을 구성하였다. 이처럼 단순히 ‘음악을 연주한다’의 개념을 넘어서 ‘음악으로 무언가를 한다’는 시도는 장르에 항상 존재했다. 그리고 언젠가 이러한 노력들이 결실을 맺어 새로운 결과물이 나오게 되는 것은 분명했다. 
 
하이파이 러시는 탱고 게임 웍스에서 만든 액션 게임일 뿐 아니라, 음악을 게임의 주요한 메커니즘으로 삼으려 했던 여러 게임들의 시도가 만들어 낸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때문에 우리는 ‘리듬 액션 게임’이라는 장르의 편견에서 벗어나서 하이파이 러시(이하 하파러시)를 바라볼 필요가 있다. 물론 후술하겠지만 하파러시를 리듬 액션 게임으로 분류하는 것은 꽤 적확한 분류이긴 하다. 그러나 보통 리듬 게임이라 불리는 장르에서 게이머들이 받는 일반적인 인상들은 ‘정해진 악보에 맞춰 곡을 연주한다’는 것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때문에 이러한 분류로 자칫 성급하게 게임에 대한 편견을 갖지 말자는 이야기다. 하파러시는 전통적인 음악 게임과 많이 다른 게임이기 떄문이다. 본 게임은 어쩌면 새로운 음악 게임 장르의 시작을 보여주는 작품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하파러시의 큰 얼개 자체는 새로운 것이 아닌 ‘크립트 오브 더 내크로댄서(2015)’에서 나온 것이다. 크립트 오브 더 내크로댄서(이하 크오댄)는 무작위로 생성된 던전을 탐험하는 로그라이크 게임이다. 이 게임은 음악에 맞춰서 게임이 진행되는데, 플레이어가 박자에 맞춰서 캐릭터를 움직이거나 공격하면 이득을 얻는 메커니즘이 있다. 따라서 음악은 이 게임의 플레이에 핵심이다. 일반적인 리듬 액션 게임과 크오댄이 크게 다른 부분이라면. 이 게임에서는 정해진 악보에 맞춰서 게임을 진행하는 것이 아닌, 플레이를 유기적으로 수행하는 용도로서 음악이 활용된다는 점이다. 이동, 공격, 적의 움직임, 보스의 특수 패턴 등등이 박과 박자를 기반으로 구성되어 있고, 거기 맞춰서 플레이어가 공격을 할지, 피할지 등등을 선택해야 하기 때문이다. 
 
크오댄의 주요 게임 메커니즘은 음악에 대한 중요한 통찰력을 기반으로 이루어져 있다. 모든 음악을 최소이자 기본으로 구성하는 단위는 ‘박’이며, 일정한 간격으로 되풀이되는 단위 소리가 ‘박자’, 박자 단위가 구성하는 음악의 흐름이 ‘리듬’이다. 박자에 맞춰서 이동과 공격 등 모든 것이 행해지고 거기에 맞춰서 효과음이 나오기 때문에 크오댄은 음악에 맞춰 움직이는 리듬감이 생긴다. 이 게임 플레이의 리듬감은 크오댄이 음악을 주요 메커니즘으로 삼은 게임이지만 정해진 악보를 플레이하는 게임이 아니게 만드는 핵심 요소이다. 음악의 악보는 엄격하게 정해져 있지만, 박자와 리듬감은 더 작고 유연한 개념이기 때문에 플레이어의 행동을 엄격하게 제한하지 않는다. 이 악보와 박자/리듬감 사이의 간극에서 플레이어의 자유로운 행동이 보장된다. 또한 크오댄은 다양한 장르의 음악들(테크노, 레게, 블루스 등등)을 추가하면서 음악의 하부 장르 전체를 인용하려는 강한 포부를 드러냈다. 
 
하파러시의 큰 얼개는 크오댄에서 들고 온 것이라 할 수 있다. 세계는 음악의 박자와 리듬으로 완결되고 일관성 있는 법칙성을 갖고 있고, 플레이어는 그 박자와 리듬감에 맞춰 적들을 처리하면서 게임을 플레이한다. 하파러시의 포부는 비단 음악을 구현하는 것이 아니다. 본 게임에서는 적들의 움직임, QTE, 패링, 플랫포밍 등등 게임을 구성하는 것들뿐만 아니라 스테이지들에 배치된 작은 환경이나 기물, 사물까지 박자에 맞춰 리듬감 있게 움직인다. 그렇기 때문에 모든 것을 관통하는 규칙(박자와 리듬감)이 음악이라는 더 거대한 구조물을 구성하고, 완성된 형태의 게임으로 이어진다. 이는 어떻게 보면 크오댄과 비슷한 느낌으로 구성되어 있지만, 예산이 더 투여된 만큼 더 섬세하게 짜여진 게 핵심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하파러시는 장르적인 부분에서 크오댄과 다른 고민을 하고 더 섬세하게 다듬은 부분이 있다. 하파러시는 크오댄과 달리 ‘액션 게임’이기 때문에 공격 모션이 존재할 수 밖에 없다. 공격 모션과 버튼 입력의 괴리를 고려했을 떄, 모든 공격들은 ‘반 박자 늦게’ 나가는 모습을 보여주며, 결과적으로 장르 특성상 의도치 않은 엇박이 발생하게 된다. 이 엇박은 게임 플레이에 악영향을 미치진 않지만 게임에 독특한 흐름을 만들어낸다. 
 
하파러시에서 박자와 리듬은 절대적인 ‘법칙’이지만, 지켜야 하는 ‘규칙’이 아니다. 오히려 플레이어가 능동적으로 생각하고 판단하게 만드는 일종의 ‘예측 가능성의 영역’에 가깝다. 물론 박자에 맞춰서 약공격과 강공격을 섞어 쓰고, 회피하는 등의 다양한 행동을 하는 것은 중요하다. 그러나 단순히 박자와 리듬을 맞추는 것 이상으로 다양한 상황과 변수들이 본 게임에선 존재한다. 적의 근거리, 원거리 공격, 다수의 적들을 보호하는 실드 버퍼, 특정한 동료 호출 공격으로만 파훼 가능한 적들 등등 다양한 상황들이 발생하고 이를 모두 통제해야 한다. 한꺼번에 모든 것을 처리할 수 없기에 플레이어는 끊임없이 생각하면서 행동을 해야 한다. 단순히 흘러나오는 박자에 맞춰서 전투를 하는 것이 아니라 이 타이밍에 맞춰서 공격하면 회피가 가능할지, 혹은 내가 안전한지 등등의 다양한 것들을 고려하면서 싸워야 한다. 리듬과 박자는 게임의 주요 메커니즘이고 정확하게 입력할 시에 보상을 주는 요소이긴 하지만, 무조건 지켜야하는 것이 아닌 ‘미래에 일어날 일을 알고 내가 할 일을 생각하게 만들어주는’ 예측가능성의 요소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여기에 화룡점정을 찍는 것은 바로 ‘패링’이다. 빡빡한 판정과 프레임을 요구하던 여타 액션 게임의 패링과 달리 하파러시의 패링은 누르는 즉시 즉발적으로 발동한다. 즉 플레이어는 패링으로 자유롭게 공격모션을 캔슬할 수 있으며, 상대방의 공격은 박자와 리듬에 맞춰서 이뤄지기에 공격하는 도중에도 상대방의 공격을 수월하게 예측하여 튕겨낼 수 있어, 패링을 하는 과정에서 불필요하게 흐름이 끊기거나 하는 일은 없다. 이러한 부분은 플레이어가 공격과 회피 이외에 패링이라는 요소를 적극적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또한 패링을 통해서 얻는 보너스 점수는, 플레이 중 종종 플레이어가 놓친 박자로 얻지 못한 점수를 상쇄시키는 역할을 한다. 이처럼 패링은 플레이어의 리듬감을 유지시켜 주는 동시에 숨 고르기를 할 수 있게 하여 주고, 플레이어의 운신의 폭을 늘려 준다.
 
하파러시는 음악이라는 대원칙 아래에서 게임의 세계를 구축하고, 박자와 리듬감이라는 음악의 가장 작은 단위에서 플레이어가 게임을 능동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영역을 구축하였다. 음악, 박자, 리듬감과 같은 요소들이 오랫동안 음악을 구성한 가장 기본적인 요소였지만, 그것을 액션 게임 장르에서 전체적이고 통일성 있게 녹여내어 구성한 케이스들은 흔치 않았다. 하파러시는 그것을 이전의 프로토타입 없이 단번에 구현해낸 작품이고, 그렇기 때문에 다른 게임들에 비교해서 더더욱 빛난다.



지금까지 본 게임에서 음악이라는 문화를 게임의 메커니즘으로 어떻게 녹여냈는지를 보았다. 이제 본 게임의 OST와 그래픽에 대한 평가를 하며 리뷰를 마무리하려고 한다. 우선 OST를 보자. 음악이 핵심인 게임인 만큼, 하파러시는 훌륭한 OST 라인업으로 플레이어의 귀를 만족시킨다. 게임 특성상 모두 4박자로 통일되어 있긴 있지만, 특히 유명 락밴드나 뮤지션의 곡을 게임의 주요한 순간마다 배치해서 청각적인 만족도를 올린다. 나인 인치 네일스나 프로디지, 넘버 걸 등등 락을 좋아한 사람들이라면 알 법한 사람들을 데려와서 인상적인 장면들을 연출한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음악에서 좀 더 다양한 장르를 선택했으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부분이다. 크오댄이 레게, 블루스 등 다양한 박자와 장르의 음악을 소화한 데 비해서 하파러시는 4박자 록 음악에 집중하여 게임을 구성하였다. 물론 크오댄의 경우에는 박자를 임의로 조절할 수 있는 부분들이 있었다면, 하파러시의 대원칙은 4박자 리듬감에서 오는 것이기 때문에 다양한 장르와 박자를 포섭하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부분들은 추후에 더 나아질 수 있는 부분이다. 오히려 탱고 게임웍스가 이것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가 더 기대된다.

본 게임의 그래픽 또한 매우 화려하고 개성 넘친다. 원색 톤의 색깔을 쓰면서 시각적으로 강렬한 이미지를 준다. 물론 일반적인 트리플 A 게임에 비하면 디테일이 부족하긴 하지만, 이 정도 규모의 게임에서는 훌륭한 디테일을 보여준다.


 

총평: 하파러시는 이제껏 나왔던 음악 관련 게임들이 했던 실험의 결과물이자 새로운 장르 문법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게임이다. 탄탄한 기본기, 잠재력 있는 게임 플레이 가능성 등은 앞으로 하파러시 기반의 게임이 나올 가능성을 열었다. 가격대(3~4만원) 이상의 가치를 지니는 게임임은 말할 것도 없으며, 더 나아가서 게임 패스의 라인업을 빛내는 게임이다. 게임패스를 구독하면 꼭 플레이하는 것을 추천한다

게임 이야기

 

- 인왕 2의 하드코어함을 생각하면 대단히 어려운 게임이거나 극단적인 게임이 될거라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쉬운 편에 속한 게임이라 놀랐다. 오히려 몇몇 부분에서는 인왕 1이나 2보다 더 쉽게 느껴지는 부분들이 있는 게임이다.

- 결국은 와룡도 세키로와 같이 '스테미너가 없는' 액션 게임인데, 스테미너를 없앤 대신 체간이라는 요소를 도입해서 방어와 튕겨내기로 체간을 깎아내거나 관리하게끔 만들었다. 와룡은 스테미너라는 요소를 삭제하는 대신, '기세'라는 자원을 집어넣었다. 그러나 흥미로운 점은 기세가 단순히 방어적인데 쓰이는 것이 아니라 양의 영역과 음의 영역으로 나뉘어져 있어서 공격을 계속해서 성공시키면 기세가 점점 올라서 도술을 쓰거나 다양한 활동들로 이어질 수 있고, 반대로 음의 영역으로 떨어졌을 경우 공격을 추가적으로 받았을 시 자세가 무너져서 위험한 공격에 노출되기도 한다. 

기세 자원을 유지하는 것은 상당히 직관적인데, 공격을 계속해서 이어나가서 기세를 이어나갈 수 있다. 공격이 무자원으로 나가기 때문에 계속해서 적을 밀어붙일 수 있고, 한번 기세 좋게 밀어붙이면 적이 아무것도 못하게 만들 수 있다. 물론 역으로 단순히 공격만으로 적의 기세를 꺾을 수 없고, 중간 중간 가드 불가능한 공격을 가할 때도 있기 때문에 패링을 중간 중간 섞어주는 것이 필요하다.

-패링의 경우, 와룡도 세키로와 유사하게 상당히 강력한 메커니즘이다. 하지만 기존 가드버튼에 통합되어 있었던 세키로의 패링 버튼과 달리 와룡의 패링은 회피 버튼과 연결되어 있다. 패링 버튼 난사를 막기 위해서 일부러 패링과 회피를 통합한 것으로 보이고, 때로 패링을 헛칠 때 짜증나는 부분들이 없지 않아 있지만 패링을 했을 때의 리턴이 상당하고 계속해서 공격을 이어나갈 수 있다는 점 때문에 패링은 와룡의 주요 메커니즘 중 하나다.

-특이하게도 스테이지의 난이도를 조절하는 사기 시스템이 있다. 적을 격파하면 할수록 사기가 점점 올라서 적들을 상대로 강해지게 되는데, 역으로 죽으면 사기가 떨어지기 때문에 난이도가 올라간다. 대신 게임은 곳곳에 깃발을 설치하여 떨어지는 사기의 최저 한도를 설정할 수 있는데 이러한 부분들이 게임의 난이도를 플레이어가 능동적으로 조절할 수 있는 부분이다. 플레이어가 꼼꼼하게 맵을 탐색하며 플레이하면 계속 죽어도 깃발로 최소 한도 사기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에 게임이 어렵게 느껴지면 맵을 꼼꼼히 탐색하는 것도 방법이다.

-맵 상의 깃발을 모두 점령했다는 전제 하에서 게임 플레이는 그렇게 어렵진 않다. 오히려 기세 자원을 최대로 끌어올리고 침착하게 패링하면 보스도 많은 시도 없이 클리어하는 것도 가능하다.

-인왕 1에서 2로 넘어갔던 케이스를 생각하면 게임 난이도를 생각보다 다양한 사람들이 즐길 수 있게 만들려고 다양한 요소를 집어넣은 것들이 있고, 이 때문에 전작들과 상당히 다른 게임으로 변화했다는 인상이 있다. 물론 최종 완성본을 하기 전까지는 확답하긴 힘들겠지만, 상당히 독특한 변종이 나온 느낌이 있다.

-기대한 것과 다르긴 하지만, 특이한 게임이라는 인상이 있고 기대되는 부분이 있다.

 

 

게임 이야기

 

 

 

스팀덱이 처음으로 발표되었을 , 많은 사람들은 스팀덱의 성공 가능성에 대해서 반신반의 하였다. 그도 그럴것이 벨브가 내놓은 상당수의 하드웨어들, 스팀 콘솔이나 스팀 링크, 스팀 컨트롤러 등은  반향을 불러일으키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그런 벨브가 스팀의 브랜드를 달고 UMPC(Ultra Mini Personal Computer) 낸다고 했을 , 실패가능성을 점칠  밖에 없었다. 기존의 콘솔들이 전용 OS 이용하여 기기의 성능을 최대한 사용했단 것을 생각한다면, 리눅스 와인 기반으로 게임을 구동할  얼마나 호환성 있게 돌아가느냐는 의문이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의구심에도 불구하고 스팀덱은 현재 100만대 이상을 판매하면서 UMPC 중에서 가장 성공한 사례로 꼽히게 되었다.

 

스팀덱의 실제 스펙은 최신 콘솔에 비해서 그렇게까지 뛰어난 편은 아니지만, 놀라울 정도로 호환성이 뛰어나고 많은 게임들을 깔끔하게 돌릴  있다. 물론 어느정도의 사양 타협은 필요하지만 말이다:최신 게임인 마블 미드나잇 선즈을 30프레임으로 깔끔하게 돌릴  있고, 인왕 2 경우에는  왔다갔다 하긴 해도 55프레임으로 구동할  있다. 인디 게임이  경우에는 거의 완벽에 가깝게 돌릴  있는데, 롤러드롬이나 인투  브리치, 노이타, 로그 레거시 2, 좀보이드, 림월드 같은 게임들은 이론의 여지 없이 깔끔하게 돌린다. 이는 스팀덱의 해상도 자체가 낮아 정규 해상도 스펙보다 낮은요구사항으로 게임을 구동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흥미로운 점은 이것이다:스팀덱은 스위치보다도  무겁고 커서, 들고 다니면서 한다는 휴대용의 개념에 부적합하다   있는 일종의 '경계선'  기기다. 그렇기에 스팀덱을 플레이하는 환경은 대부분 '' 것이다. 여기서 발생하는 의문점은 이것이다:집에서 스팀덱으로 게임을 플레이한다고 한다면, 이미  좋은 사양의 피씨와 모니터들이 있는데 스팀덱으로 게임을 하는 것이 의미가 있을까? 

 

이러한 스팀덱에 대한 수요를 이해하려면 스위치의 성공 사례를 분석해야  것이다. 스위치의 경우, 플스와 엑박이 지배하는 공간의 틈새를 차지하였기 때문에 성공할  있었다. 스위치는 휴대용으로 들고 다니면서 다양한 곳에서 게임을 플레이할  있다.  휴대용의 의미가  아웃도어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집에서 소파에 앉아서, 혹은 침대에 누워서, 또는 컴퓨터를 돌리면서 스위치를   있다. 요는 스위치의 성공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전제하는 명제, '가장 우월한 게이밍 환경에서만 게임을 하는 것이 지배적일 것이다' 대한 반박이다. , 하나의 게임이라도 다양한 공간에서 다양한방법으로 행해질  있다는 것이고 그것에 대한 성공적인 사례가 스팀덱과 스위치라는 것이다.

 

스팀덱과 스위치의 성공에 있어 차별점, 혹은 공통점이라 부를  있는 영역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제공하는 게임 라이브러리의 폭일 것이다. 스위치가 상대적으로 후달리는 스펙에 불과하고 닌텐도가 제공하는 압도적인 소프트 파워에 다른콘솔 대비해서 이점을 갖고 있는 ,  때문에 다른 서드파티도 끌어들일  있었다. 스팀덱의 경우에는 스팀이라는 가장 성공한 PC 게임 배급망을 구축하였고,  배급망을 통해서 모든 플랫폼을 아우르는 라이브러리를 갖고 있다. 스위치와 스팀덱의 성공요인은 이러한 '라이브러리' '적재적소에 게임을 플레이   있다' 있다.

 

스팀덱이 흥미로운 점은 스팀덱의 UI/UX 기본적으로 게임 패드에 맞춰져 있지만, 동시에 마우스 키보드 방식의 PC 게임들까지 소화하기 위해서 추가적인 버튼 조작을 붙였다는 것이다.  개의 트렉 패드와 추가적인 후면 트리거 버튼, 그리고 전면 터치 스크린까지 스팀덱은 휴대용 기기가   있는 거의 모든 인터페이스를 달고 있다. 이러한 조작 덕분에몇몇 게임들은 스팀덱에서 놀라울 정도로  구동된다. 문명 6 예로 들면 콘솔판의 패드 조작을 따라온 것이 아닌 마우스 키보드 조작을 그대로 따르고 있는데, 우측 트랙패드와 우측 트리거 버튼만으로 거의 대부분의 마우스 조작을 훌륭하게 소화한다는 점에서 매우 놀랍다. 그리고 트리거 버튼과 트랙패드의 기능 등을 다양한 방법으로 조합할  있는 패드조합 프리셋을 유저들이 구성하고 공유할  있게 하여  나은 편의성을 제공받을  있다.

 

결론적으로 스팀덱은 니치한 수요를  충족하는 기기라   있다:PC 게임의 라이브러리를 거의 상당수 타협하여 처리할  있고,  나아가서 PC 게임 플레이 인터페이스를 접합하기 위해서 추가적인 버튼을 추가하였음에도 조화로운 조작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줄만하다. 물론 대단히 니치한 수요이고, 모든 사람들을 만족시키는 기기는 아닌것은 확실하다. 그러나  수요를 갖고 있는 사람들에게 있어서 가격과 성능 양측면에서 스팀덱만한 기기는 없을 것이다.

게임 이야기

 

 

*엑박 매거진 12월 호에 등재된 리뷰입니다. 

 

타이틀 . Call Of Duty Modern Warfare II 
출시 . 2022년10월 28일  
개발사 . Infinity Ward 
유통사 . Activision Blizzard 
리뷰기종 . PC  
작성자 . 바이오타이탄

 

필자는 콜 오브 듀티(이하 콜옵)시리즈를 모던 워페어 2(2009) 이후로 지금까지 단 한 해도 빼먹지 않고 구매를 했다. 이렇게 오랫동안 하나의 프랜차이즈를 구매하다 보면, 다른 사람의 평가와 별개로 자신만의 의견과 관점이 확고해질 수밖에 없다. ‘<모던 워페어 리부트 1>은 고평가되었다’라던가, ‘의외로 <뱅가드>가 최악의 콜옵은 아니며, <고스트>가 있는 한. 더 이상 밑바닥의 콜옵은 존재할 수 없다’라던가, ‘미래전 콜옵들은 의외로 콜옵답다’ 라는 생각 등등이 그러하다. 흥미로운 점은 ‘어떤 작품을 처음으로 했느냐’에 따라서 이러한 의견들은 다양한 층위를 이룬다는 것이다. <블랙옵스 2>를 최고로 치는 세대가 있는가 하면, 최근 더빙과 함께 화려하게 부활한 모던 1편 리부트로 입문한 세대의 경우는 <모던 시리즈>를 더 최고로 쳐 주기도 한다. 오래된 게임인 만큼 팬덤의 층위도 다양하고 팬덤의 견해도 다양하다. 그렇기에 이러한 게임을 평가할 때 단정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은 힘든 부분이 있다. 

그러나 지난 13년간의 콜옵 경험을 통틀어 이번 한 번만큼은 단정적으로 이야기하도록 하겠다. 본인이 경험한 콜 오브 듀티 모던 워페어 2 리부트(이하 MW2) 싱글 플레이 파트는 본인 게임 플레이 경험 역사상 최악의 경험이었다.

MW2 싱글 파트가 어째서 최악이었는가를 논하기에 앞서서 콜 오브 듀티라는 게임의 정체성을 짚어야 한다. 콜 오브 듀티가 어떤 게임인가. 매년 천 만장 단위로 판매고를 가볍게 올리는 게임, 조 단위의 매출을 가볍게 올리는 게임, 그럼에도 매년 발매되는 게임이라는 점에서 사람들에게 정말로 대단한 게임으로 보이기 쉽다. 그러나 콜 오브 듀티라는 게임의 본질은 기본적으로 가장 싸게 만들어서 최대한 많이 파는 자본주의 그 자체인 게임이며, 가장 많이 팔리는 소비 국가인 미국을 대상으로 미국 우월주의 판타지 그 자체를 파는 게임이라 할 수 있다. 동시에 어이없는 버그들과, 자극적이기만 한 연출과 말도 안 되는 스토리의 구성을 가지고 있는 게임이기도 하다. 다른 게임들에 이런 요소들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콜옵의 그것들은 어떻게 보면 다른 게임들보다도 수준이 떨어져 보일 수 있을 정도로 거의 ‘날 것’에 가깝다.

하지만 콜옵 프랜차이즈의 최대 미덕은 그런 날 것의 자극과 판타지를 효율적으로 플레이어들에게 제공하는데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멀티플레이의 보상 체계일 것이다. 적을 타격할 때 울리는 히트 마커 사운드, 헤드샷의 두개골이 부서지는 소리, 경험치가 올라갈 때 들리는 자극적인 사운드 등으로 콜옵은 단순하지만 분명하게 보상에 대한 자극을 부여한다. 또한 13년 동안 이어져 온 스코어/킬스트릭 시스템은 이러한 자극의 총 집합체이다.상대방을 쓰러뜨리고 얻는 점수와 킬을 모아서 더 큰 자극을 얻는 과정 자체가 콜옵 프랜차이즈를 움직이는 원동력과 맥이 닿아 있다.

 

그렇다면 콜옵 프랜차이즈에서 ‘싱글 플레이(이하 싱글)’란 어떤 의미를 지니는가. 아이러니하게도, 콜옵 프랜차이즈를 움직이는 콘텐츠 중 싱글은 가장 삐걱거리고 계륵과도 같은 존재였다. 블랙옵스 4의 사례를 예로 들어보자. 블랙옵스 4는 최초이자, 그리고 아마도 마지막으로 콜옵에서 싱글을 제외한 게임이었다. 그때 제작진들은 분명하게 블옵 4의 싱글 제외에 대한 이유를 이야기했는데, 싱글을 만드는 데 들어가는 많은 자원과 노력에도 불구하고 정말로 적은 인원만이 싱글을 클리어한다는 것이었다. 그렇기에 그러한 자원을 멀티플레이와 좀비 코옵 모드, 그리고 새롭게 추가된 배틀로얄 모드인 블랙아웃 모드에 집어넣겠다는 것이 제작사의 설명이었다.

하지만 흥미로운 점은 이러한 시도가 일회성에 그치고 말았다는 것이다. 분명 블옵 4 제작자들의 주장은 일견 납득되는 부분들이 있었다. 요즘 시대에 싱글 플레이를 끝까지 플레이하는 경우는 드물고, 콜옵 같이 멀티플레이가 주 구매 요인인 게임에서는 더더욱 그러했다. 하지만 콜옵에서 싱글은 단순히 플레이어에게 제공하는 서비스를 넘어서, 그 해 나온 콜옵의 '테마'를 구성하는 핵심이라 할 수 있다. 콜옵 역사상 가장 이질적인 콜옵이라는 평가를 듣는 <어드벤스드 워페어>에서부터 <블랙옵스 4> 사이의 미래전 콜옵들을 예로 들어보자. 이 당시 콜옵들은 일종의 '테크노 스릴러(정치와 군사 등의 분야와 첨단 기술이 결합되어 있는 서브 컬처 장르)’의 양태를 취하고 있었는데, 어드벤스드 워페어가 기업 국가의 디스토피아를, 블랙옵스3가 음모론과 SF를 결합하고, <인피닛 워페어>는 범 행성간 갈등을 다루었다. 그리고 그 후 그것들은 멀티플레이에 배경이나 능력의 일부로 소개되었다. 전통적으로 콜옵 싱글 플레이 공개 트레일러가 멀티플레이 트레일러보다 더 앞서서 공개된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이러한 메세지는 더 명확하게 보인다. 콜옵의 싱글 플레이는 멀티플레이에서의 새로운 능력들과 변화점들(오퍼레이터와 특수능력의 추가, 총기의 변화 등등)을 멀티플레이에 들어가기 앞서서 시연하는 무대였으며, 또한 각각의 요소들을 유기적으로 엮는 역할을 수행했던 것이다.

이러한 콜옵 싱글의 특징을 두고 논의를 확장 시켜 본다면, 콜옵에서의 싱글 플레이는 존 카멕이 이야기한 '게임에서의 스토리는 포르노의 그것과 같다'와 맥을 함께한다. 존 카멕이 포르노에서의 스토리를 언급한 것은 분명 '있으나 없으나 어느 쪽이든 중요하지 않다'라는 의미인 것은 자명하다. 그러나 역으로 포르노에서 스토리가 실제로 중요하지 않은가?라는 질문을 해 본다면, 또 다른 통찰이 시작된다. 포르노에는 듬성듬성하긴 하지만 분명 스토리가 존재한다. 일반적인 성애든, 근친상간이든,  SM이든, 스카톨로지든, 네크로필리아든, 가장 순한 포르노에서 독한 포르노까지 모든 포르노들은 성적인 자극을 구성하는 이미지들로 구성되어 있고, 각각의 이미지들은 포르노의 하위 장르의 맥락에 묶여서 단일 형태의 포르노로 구성된다. 포르노의 스토리는 그 이미지를 묶는 맥락 그 자체다. 분명 그 네트워크가 포르노의 본질이 아니더라도, 포르노를 구성하는 주요한 요소 중 하나라는 것이다.

포르노의 스토리와 콜옵의 싱글 플레이는 그러한 점에서 놀라울 정도로 맡고 있는 역할과 구성, 심지어는 완성도와 미학적인 부분 마저도 맥이 닿아 있다. 어째서 모던 워페어 2(2009)에서 노 러시안 미션에서부터 러시아의 미국침공으로 곧바로 이어지는가? 어째서 프라이스는 감옥에 갇혀 있었는가? 어째서 어드벤스드 워페어에서 플레이어는 x버튼을 눌러 조의를 표했는가? 모던 워페어 리부트 1편에서는 어째서 테러리스트 가옥을 습격한 뒤에 곧바로 중동으로 넘어가 테러리스트들을 작살 냈는가? 콜옵 싱글에서 각각의 이미지들은 하나 하나만 떼어 놓고 보면 그럴 싸하고 자극적이지만 전체를 연결해 놓고 보면 말이 안 되거나 논리적으로 너무나 성기었다. 마치 포르노의 그것처럼, 콜옵 싱글의 이미지들은 ‘나는 너에게 자극을 주기 위해 이렇게 배치할 거야’라고 플레이어에게 말하듯이 노골적으로 배치되어 왔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MW2 싱글은 콜옵 싱글 중에서도 가장 이질적인 싱글이라 할 수 있다. 가장 최악의 콜옵, 역대 최악의 실적을 낸 콜옵 고스트의 경우에도 싱글이 파시즘적인 이미지와 인종차별적인 스토리로 점철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콜옵의 싱글 플레이'라는 틀을 지키고 있었다면 MW2의 싱글 플레이는 기존 콜옵 싱글이 갖고 있던 미덕과 강점을 모두 배제해버리는 이상한 싱글 플레이가 되어버렸다.

전통적으로 콜옵 싱글 플레이의 재미는 총을 쏘면 적이 죽는다는 단순한 쾌감과, 다양한 기믹을 통해 ‘내가 뭐하는지 모르겠지만 좌우지간 무언가를 한다’는 만족감을 플레이어에게 주는 데 있다. 기본적으로 콜옵 싱글은 런앤건(달리면서 총을 쏘고, 적들을 처리하고, 체크포인트까지 도달하는)과 일부 QTE와 미니 게임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체크포인트에 도달하거나 트리거를 당기기 전까지는 무한하게 쏟아져 나오는 물량, 버벅거리는 동료와 적 AI, 정해져 있는 길을 벗어나면 칼같이 날아오는 수류탄이나 살인트랩 등등은 콜옵 싱글의 전매 특허였다. 물론 블옵 2,3와 같이 업그레이드와 로드아웃이 존재하거나, 콜드 워의 크레믈린 어드벤처 파트 같은 구간이 존재하여 다양성을 추구하기도 했었지만, 본질적으로 그것들은 미니게임의 일부를 구성할 뿐이었다. 후술할 영역이긴 하지만, 콜옵이 15년동안 바뀌면서 바뀌지 않는 그런 복잡 미묘한 흐름을 보여주었어도 적어도 싱글에서는 런앤건이라는 요소는 근간으로 삼아 기믹을 섞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MW2의 싱글도 여타 콜옵 싱글과 같이 전통적인 런앤건 플레이들, 그리고 그 사이사이에 싱글 플레이를 다채롭게 만들어주는 기믹들로 구성되어 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MW2의 싱글은 그러한 기믹이 좀 '과도하게' 잡혀 있는 게임이다. 전체 싱글 미션 중에 잠입 등의 기믹이 들어가지 않은 미션은 순수하게 2개 정도뿐으로 15개의 챕터 중 절대 다수가 기믹이 들어 있는 상황이다. 심지어 첫 번째 스테이지를 제외하면 적들 상당수가 멀티 플레이 워존이나 DMZ처럼 장갑판을 둘둘 바르고 나타나기 때문에 기존 런앤건, 레일 슈팅 게임 플레이가 훨씬 더 답답하게 느껴진다.

물론 갈수록 단순 레일 슈팅만 들어간 스테이지는 줄이면서 다양한 장르 요소들을 넣는 것이 콜옵 프랜차이즈의 추세긴 했다. 그렇기에 MW2가 기믹을 더 추가하였다고 해서 새삼 놀라운 결단인 것도 아니며, 싱글 플레이에 잠입, 플랫포밍, '크래프팅' 요소를 녹여낸 것도 트렌드 팔로어로써 충분히 가능한 선택이었다. 콜옵은 게임을 넘어서 애플이나 안드로이드 같은 일종의 '플랫폼'으로 변화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류의 게임의 대표적 사례가 포트나이트일 것이다;크래프팅+배틀로얄에서 출발한 이 야심 찬 프랜차이즈는 모딩에 다양한 서브컬처와 주류 문화, 심지어는 콘서트와 같은 이벤트까지 게임으로 흡수하였다. '모든 것은 XX가 된다'라는 명제가 포트나이트나 콜옵과 같은 대형 프랜차이즈 게임들의 플랫폼화의 근간에 놓여있는 명제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위에서 이야기했듯 콜옵에서의 싱글이 테마를 프레젠테이션 하기 위한 장으로 기능한다면, '플랫폼화 되는 게임인 콜옵'을 프레젠테이션하기 위해서 다양한 장르 요소들을 집어넣는 것은 그렇게 이상하지 않을 것이다. 실제로도 근 몇 년 동안의 콜옵은 우리가 통상적으로 알고 있는 콜옵과는 많이 달랐단 점을 생각한다면, 더더욱 그러하다. 그렇기 때문에 다소 기믹이 많이 늘어나고, 런앤건 플레이가 답답해졌다고 해서 MW2가 최악의 싱글 플레이 타이틀을 받을 이유는 없다.



하지만 MW2의 싱글 플레이가 끔찍한 이유는 기본적으로 얄팍하기 짝이 없고 중구난방으로 구성된 게임 플레이에서 비롯된다. 기존 콜옵 프랜차이즈의 싱글들은 다양한 것들을 콜옵으로 통합하되, 자신들의 정체성에 대한 확고한 기준이 있었다. <콜드 워>의 크레믈린 어드벤처 파트를 예로 들어보겠다. 여기서 플레이어는 크렘린의 비밀금고를 들어가기 위해서 잠입, 암살, 모함 등을 다양한 방법으로 스테이지를 클리어할 수 있다. 이러한 게임 플레이의 흐름은 이미 여타 트리플 A 게임에서 찾아볼 수 있었던 것이지만, 콜드워는 이것을 대단히 성긴 형태로 구현하였다. 후한 잠입 판정, 스크립트 진행 등등은 여타 트리플 A 게임에서 보여주는 미션의 구성과는 많은 차이가 있다. 그러나 플레이어가 이 파트에서 끙끙거리지 않아도 클리어할 수 있게끔 게임을 구성한 점, 그리고 그 후 보상으로 비밀금고에서 수많은 적들과 런앤건 플레이를 즐기게끔 만들었다는 점에서 콜드워의 잠입 파트는 여전히 콜옵 싱글 플레이의 연장선에 놓여있되 새로운 무언가를 시도한 일종의 절충안인 셈이었다.

그러나 MW2의 싱글 플레이는 기존 콜옵이 13년간 지켜왔단 대원칙을 무너뜨렸다. 거의 모든 부분에서 원칙을 망가뜨리고 구성을 엉망진창으로 만들었다. 그 이유는 분명하다. 전작들에 비해 충분히 고민 없이 무리하게 급진적인 변화를 취했기 때문이다 

MW2 싱글 플레이의 문제를 논하는 데는 크게 3개의 미션을 분석해야 한다. 물론 이 미션들이 대표적일 뿐이지, 다른 미션들도 대동소이한 맥락으로 문제를 갖고 있는 편이다.



첫번째 미션은 ‘근접 항공 지원’이다. 이 미션은 모던 워페어 1편부터 간간이 등장하였었던 AC130 미션이다. 상공을 배회하는 AC130의 사수로 지상에서 임무를 수행하는 팀에게 화력 지원을 해주는 컨셉의 미션으로, 모던 워페어 1편 당시의 열화상 카메라를 이용한 연출로 수많은 사람들에게 충격과 깊은 인상을 남긴 미션이었다.무감정한 열화상 영상과 압도적인 화력으로 박살나는 적들, 사살이 확인 될 때마다 무감정하게 브리프 해주는 안내까지. 이 미션은 소위 '택티컬'함의  밀리터리 판타지와 파워 판타지 양쪽 모두를 만족시키는 미션이었다. 

하지만 놀랍게도 MW2는 이걸 완벽하게 망쳤다. MW2의 AC130 미션은 민간인 구역에서 작전을 진행한다. AC130 미션을 이전에 해봤거나 AC130이 무엇인지 아는 사람이라면 아연실색할 내용인데, AC130은 기본적으로 섬멸을 위한 물건이지 정교한 핀포인트 제거용 도구가 아니다. 20mm 개틀링은 한 발만 맞아도 사람의 사지를 찢어버릴 것이고, 40mm 포격은 일반 차량을 폭파시키기에 충분하다. LTM 같은 물건은 멀찌감치 쏴도 유탄이 날아가서 사람을 충분히 죽일 수 있다. 아무리 게임적 허용이 존재한다고 해도 AC130이 갖고 있는 파괴력을 감안하면 민간인 사상자를 배제하고 마약 카르텔 인원만 처리하는 것은 힘들어 보인다. 그리고 이 걱정은 예상을 빗나가지 않는다. 이 미션 내내 40mm와 LTM의 넓은 피격 판정, 20mm 발칸의 공격 판정 때문에 민간인과 민간인이 있는 건물을 피해서 쏘는 것이 상당히 어렵고 짜증난다. 

민간인 사상자를 내지 말라고 하면서 스플래시 데미지를 주는 무기를 주는 것도 웃기는 짓이지만, 가장 큰 문제점은 이 미션이 AC130을 처음으로 운용하는 미션이란 것이다. 미션 특성상 독특한 무빙(AC130은 작전지역을 원형으로 돌면서 화력을 투사한다)과 공격 방식(상공에 떠있기 때문에 공격이 도달하기 까지의 어느 정도의 시간 지연이 있다) 때문에 어느정도 숙달된 상황에서 이런 고난도 작업(?)을 수행해야 하는데, MW2는 사전 튜토리얼이나 몸풀기 미션 없이 곧바로 이런 미션을 초심자에서 유경험자 가리지 않고 던져버린다. 재미와 숙련 이전에 짜증을 먼저 느낄 만한 미션 구성이다.

더 어이없는 점은 그 다음 미션은 전형적인 AC130 섬멸 미션이라는 것이다.이 미션에서는 플레이어는 목표 타겟을 실고 탈출하는 지상 팀원들이 마을을 지나다 카르텔의 습격을 받는 걸 보고 화력지원을 감행한다. 이전 미션까지는 민간인 운운하면서 건물에 20mm 개틀링 한발 쏘는 것도 용납하지 않았던 게임이 갑자기 작은 규모의 마을 하나는 LTM 수십 발로 쑥대밭으로 만들어도 된다고 용인해버린다. 이 간극이 플레이 하는 사람을 어이없게 만드는 것을 넘어서 미치게 만드는 부분이라 할 수 있는데, 차라리 화력지원 섬멸 미션을 앞에 배치하고 뒤에서 좀 더 난이도 높은 정교한 화력투사 미션을 집어넣는 방식이면 좀 짜증났어도 이해가 되었을 부분이었다.



두번째 미션은 “폭력과 타이밍"이다. 요인 구출을 위하여 호송대를 습격한다는 이 미션은 플레이어가 극 초반부 헬기를 타고 호송대를 추적하면서 총으로 화력 지원하는 부분까지는 지극히 정상적이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이고 헬기가 RPG를 맞고 뱅글뱅글 돌다가 플레이어가 떨어지고, 첫번째 트럭을 탈취하면서부터 급격하게 미션 전개가 이상하게 꼬이기 시작한다. 플레이어는 그 때부터 운전을 하는 동시에 차량을 탈취하고 파손된 차량을 하이재킹하면서 게임을 진행해야 한다.

먼저 미션의 차량조작과 건 플레이의 결합부터 논해보도록 하자. 플레이어가 운전하는 차량은 자동으로 체력을 회복하지 않기 때문에, 주기적으로 차량을 탈취하여 운전해야 한다. 그리고 보통 탈취해야 하는 차량들 에는 플레이어에게 사격을 가하는 적들이 타고 있다. 플레이어는 이 적들을 처리하는 동시에 운전을 해야 하는데, 이 미션의 가장 큰 문제는 사격을 하면서 운전을 할 수 있는 방법이 전혀 없다는 것이다. 즉 플레이어는 1) 운전을 한다 -> 2) 적을 발견하면 운전석에서 빠져나와서 차량 지붕 위에 올라간다 -> 3) 적들을 총으로 쏴서 제거한다 -> 4) 차량 운전을 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속도가 떨어지고, 속도가 떨어지면 다시 운전석에 들어가서 운전을 해야 한다 -> 5) 다시 1)로 돌아간다의 과정을 미션 내내 해야 한다. GTA 같이 격렬한 자동차 추격전이 있는 게임도 이런 식의 번거로운 과정의 스테이지를 구성하지 않는다. 심지어 GTA 조차도 달리면서 양 옆으로 권총이나 SMG 같은 총을 쏠 수 있는 편의성을 제공해주는데 MW2는 밑도 끝도 없는 자신감으로 플레이어에게 운전하다 차 지붕으로 기어 나와서 총을 쏘고 다시 운전대로 돌아가라는 일을 시켜버린다. 심지어 차량 조작감도 상당히 둔탁해서 속도감이나 스릴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그렇기에 당연히 잘 돌아갈 리도 없고, 게임 하는 내내 왜? 라는 의문과 짜증만 들 수밖에 없는 미션이다.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니다. MW2 제작진들은 이걸로 부족했는지 미션 중간에 대전차 지뢰를 넣는 패턴을 추가하고, 더 가서는 무조건 차 밖으로 나와서 총으로 쏴서 격추하는 폭탄 드론 날리는 걸 추가하더니, 마지막에는 장갑 차랑 보스전까지 추가한다. 이미 차량 탈취 액션 하나만으로도 과도하다 생각하는데 게임은 너무 많은 것을 추가하려 한다. 심지어 이런 류의 액션을 한다 하더라도 적어도 운전은 안 하던가 사격은 안 하던가 등의 선택과 집중을 보여주는데 MW2는 이것이 메인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 미션에서 분량 조절 없이 과도하게 기믹과 분량을 늘려버렸다.

그에 대한 부작용으로 이 미션은 기괴할 정도로 분량이 길다.10~20분은 가볍게 육박하는 스테이지에서 차량 탈취, 대전차 지뢰, 폭탄 드론, 장갑차 보스전에 마지막 슈팅까지 포함하면 다양한 기믹들이 들어간 셈인데 이 모든 것들이 하나같이 지루해서 실제 길이보다 더 길게 느껴진다. 게다가 더 큰 문제는 현실적인 감각을 지향하는 모던 워페어 프랜차이즈와의 괴리감인데, 아프가니스탄과 탈레반을 모티브로 한 국가와 적대 세력이 무슨 오전 10시쯤의 서울 내부 순환 도로 차량 통행량을 자랑하니 황당하기 짝이 없다. 물론 이전에 미국 소속 용병단이 AC130을 이끌고 카르텔 농장이라 해도 멕시코 영토에 무자비한 폭격을 때려버린 것을 멋지게 표현한 거까지 감안한다면, 적어도 일관성 있게 현실적인 감각을 무시한다고는 볼 수 있다.

 



마지막은 "나 홀로"이다. 대중적으로는 가장 악명 높은 미션으로 오로지 잠입과 크래프팅으로 스테이지를 풀어 나가야한다. 논란의 여지는 있겠지만 이러한 시도가 기존 콜옵의 다양한 시도에 비추어 본다면 그렇게 까지 나쁘다고 본인은 생각하지 않는다. 생존의 요소는 밀리터리 판타지에 있어서 메이저하고 오래된 판타지였고, 그것을 밀리터리 판타지의 총집합인 콜옵에서 구현하는 것이 이상하진 않았다. 콜옵 프랜차이즈는 본디 트렌드 세터가 아니라 트렌드 팔로어라는 것을 감안하고 본다면 크래프팅을 콜옵에 도입하는 것은 충분히 납득할 만한 부분이었다. 문제는 그 결과물이 처참하다는 것이 문제다.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크래프팅을 하면서 제한된 무기로 은신하면서 싸운다는 개념은 이미 라스트 오브 어스 파트 1과 파트 2가 상당히 훌륭하게 정립했다. 잠입게임이라고 이야기하기에는 그렇게까지 잠입 메카니즘이 깊이가 있진 않지만, 엄폐와 적 AI, 소재 파밍, 한계에 한계까지 쥐어짜서 플레이 해야 하는 구조까지 라오어는 게임으로 나름의 스타일과 재미를 정립하였다. MW2의 문제는 게임 메카니즘(잠입+크래프팅+무기의 제한)이 유기적이지 않고, 스테이지 구성이 엉망진창이라는 데 있다. 우선 MW2의 잠입 플레이 구성을 보자.기본적으로 MW2의 잠입 시스템은 성기기 짝이 없는데, AI 자체가 다른 게임에 비교해서 멍청하기 짝이 없기 때문에 플레이어의 관점에서 본다면 누워 있기만 하면 들킬 만한 요소도 코 앞까지 오지 않는다면 들키지 않는다. 하지만 동시에 적을 멍청하게 하는 대신에 적들의 화력을 올리고 적의 숫자를 많이 늘려서 배치하여 '들키진 않지만 피해가고 싶으면 무조건 숨어서 가게끔 하는' 플레이를 강요한다. 하지만 문제는 스테이지 구성이 정교하게 짜여진 잠입 스테이지가 아닌 '그냥 좀 더 엄폐물이 많은 콜옵 스테이지'이기 때문에 앞서 이야기한 많은 멍청한 적들과 엉성한 잠입 메커니즘, 부족한 총알과 자원 등의 문제가 맞물려서 재앙 수준의 경험을 선사한다. 

흥미로운 점은 잠입 메커니즘이 성기다고 해서 이전 미션들에 서 이번 미션 같은 치명적으로 끔찍한 경험을 제공하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이는 이전 미션들이 기본적으로 통상적인 콜옵의 스테이지 규모를 보여주고, 이 미션의 스테이지는 적과 무조건 마주칠 수 밖에 없는 복도식의 구성을 지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화력 수색" 미션과 비교하면 이는 좀 더 뚜렷해 진다. 길리 수트를 입고 순찰하는 적들을 피하는 이 미션에서도 잠입이나 AI의 색적 메커니즘은 성기더라도 피할 수 있는 범위가 넓었기 때문에 그나마 이러한 AI와 잠입 판정에 대한 문제를 피해갈 수 있었다. 그러나 “화력 수색” 미션에서는 무조건 적을 마주치고 잠입을 하게끔 하는, 레일 슈팅이라 불리는 콜옵 기준에서도 강제적인 구조를 띄고 있어 더 문제가 부각된다.

위와 같이 세 미션의 예를 들어 본다면, 이번 콜옵의 가장 큰 문제는 '콜옵이 콜옵임을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블랙옵스 1편 포스트 모템(개발 완료 후 그 과정을 회고하는 자리)에서 개발자는 동료 AI가 특정 경로를 지나갈 때마다 게임 전체가 크래시 나는 버그를 해결하기 위해 버그의 근본을 고치는 게 아닌 '그 크래시를 유발하는 장소에 AI가 지나가지 못하게 장애물을 배치하기'라는 임시방편으로 해결한 케이스가 있다. 이러한 해결 방법이야 말로 콜옵의 핵심이다.분명 싸구려고 눈속임이지만 잘 작동하게 만들어서 소비하는 소비자의 관점에서는 큰 불편없이 만드는 것. 최저비용 최대효율의 자극을 추구하는 것이야 말로 콜옵 프랜차이즈의 본질인 것이다. 하지만 MW2는 이런 기존 콜옵 프랜차이즈 싱글이 걸어온 '눈가리고 아웅하기'(칭찬)를 덜하고 다양한 장르를 진심으로 인용하고자 했다. 그리고 이제껏 자신들의 성공이 자기 실력이 좋아서였다고 착각하는 티가 너무 역력하게 나는데, 문제는 그 실력이 다른 장르 게임들로 눈이 높아진 플레이어 눈에는 플레이어 자신과 자신이 사랑했던 장르 그 자체에 대한 모독으로 느껴진다는 것이다.

 
이 모든 것을 무너뜨리는 것이 바로 '101080'이다.MW2에서 플레이어는 총 3번의 금고를 만날 수 있고, 비밀번호를 입력하면 그 안에 들어있는 무기와 아이템들을 확보할 수 있다. 즉, 탐색과 퍼즐 풀기라는 기초적인 어드벤처 파트인 셈이다. 물론 이미 콜드워나 이전 콜옵에서 이러한 탐색의 구조는 보여주었기 때문에 놀랍진 않았다. 그러나 문제는 '퍼즐'이다.콜옵은 머리 쓰는 게임이 아니라 게임이 그냥 대충 시키는 대로 하다 보면 다 끝나 있는 게임이다. 그런데 어떻게 주어진 단서로 답을 추리하는 퍼즐을 게임에 집어넣을 수 있었을까.

"나 홀로" 미션에서 플레이어는 상점의 주인방에 놓여진 금고와 달력에 동그라미 쳐진 2020년 10월 10일, 40번째 생일이라는 정보를 보고 퍼즐을 풀어야 한다. 일단 금고가 2자리 - 2자리 - 2자리니까 연월일 따져서 이번 생일인 20년 10월 10일, 20-10-10인가? 아니다. 그러면 미국에서 주로 쓰는 날짜 표기법인 일월년 형식의 10 - 10- 20 인가? 아니다. 그러면 올해가 20년이니까 40세 기준으로 80년생이니 10 - 10 - 80인가? 정답이다.

일단 40세 자기 생일을 자랑스럽게 동그라미 치고 금고 비밀번호로 쓰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공감하기 어려운 건 부차적인 문제로 넘기고, 이 파트가 필자에게 매우 모욕적으로 느껴졌던 것은 이 퍼즐 파트가 진정 '있을 필요가 없는' 파트였기 때문이다. 탐색이나 좀더 쉬운 퍼즐이나 이런 부분들로 대체되었어도 크게 문제가 없었고, 퍼즐이랍시고 게임 내 스테이지와 어떠한 기믹이나 디자인적으로 통일되지 않고 동떨어진 무언가를 집어넣는 것도 어색했다. 심지어 숫자 빼기 계산할 때 일의 자리를 배제하고 구성한 부분에서는 ‘이거 하는 너희들 수준을 맞춰줬어’라고 말하는 듯한 제작진들의 얄팍한 수가 보여진다. 기존 콜옵들이 이러한 요소들을 최대한 간결하게 집어넣어서 생색만 냈던 것과는 반대로, MW2에서는 뭔가 본격적으로 기믹을 집어넣었지만 결과적으로 생색내는 것 만도 못한 꼴이 되었다..

사실 콜옵을 싱글만 보고 사는 케이스는 별로 없을 것이다. 대부분은 멀티 플레이에 코옵 플레이(좀비, 스펙옵스, 워존 등)을 섞어서 플레이하는 용도다. 그렇기 때문에 고작 몇시간만 플레이하는 싱글 때문에 게임 전체를 평가하는 것은 우스운 일이다. 하지만 MW2의 싱글은 블옵 4의 싱글보다도 못한, 콜옵 싱글 역사상 최악의 싱글이라는 것이 필자의 결론이다. MW2 구매를 추천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멀티플레이의 완성도가 여전히 콜옵스럽고, 워존은 여전하며, DMZ도 나름 할 만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싱글 플레이의 완성도가 존재 자체가 마이너스일 정도로 처참하기에, 구매를 하더라도 싱글을 플레이하는 것은 적극 뜯어 말리고 싶다. 13년간 콜옵을 구매한 충성스러운 소비자로서, 볼트 에디션으로 싱글을 미리 플레이 했을 때 느꼈던 절망감은 본인의 20년 게임 라이프에 있어서 손에 꼽는 최악의 경험이었다.

게임 이야기

 

퀘이크나 둠과 같은 협동 플레이와 팀 데스매치의 랜 게임 플레이 이후, 수많은 형태의 경쟁과 코옵 멀티플레이 장르의 변종들이 등장했었고 디비전의 다크존 모드 역시 그러한 게임 중 하나였다. 플레이어는 장비를 파밍하기 위해 무법지대로 들어가고, 몹들과 플레이어들 사이에서 장비를 파밍 후 탈출해야 한다. 몹과 싸운다는 점에서 코옵 게임 플레이와 유사하게 보여질 수 있지만, 다크존의 핵심은 몹이 아닌 플레이어에 있었다:상대가 나에게 적대적인지 아니면 믿을 수 있는 자인지, 상대 파티나 심지어 파티 내의 다른 인물들까지도 모호한 관계(아군 사격 가능, 쓰러진 플레이어에게서 루팅하기 가능 등)로 정해놓았다. 그렇기에 몹들을 사냥하는 순간에서도 계속해서 등뒤를 바라보고 상대방이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볼 수 밖에 없는, 그런 묘한 긴장감을 게임에 불어넣었던 것이다.

 

다크존의 등장은 '타르코프에서의 탈출'(통칭 타르코프)이라는 게임에 영감을 주게 되었다. 기존 디비전의 다크존보다 현실적이고 밀리터리 서브컬처쪽으로 집중되었던 타르코프는 최적화나 여러 이슈들에도 불구하고 등장 이후 꾸준하게 많은 플레이어들로부터 사랑과 관심을 받았다. 그러나 타르코프의 성공은 메이저한 게임들에 비해서 마이너할 수 밖에 없었는데, 최적화 이슈와 함께 게임이 너무 밀리터리 서브컬처 관점에서 하드코어하다는 게 문제였다. 어떻게 보면 게임의 매력이기도 했지만, 수많은 사람들이 소비하기에는 너무 어렵고 복잡하고 매니악했다.

 

콜 오브 듀티 DMZ는 타르코프와 디비전 다크존을 재인용한 게임이다. 물론 그 인용의 방식은 기존 배틀로얄 모든 워존이다. 콜옵 제작진들은 배틀로얄 장르를 워존으로 차용할 때부터, 이들의 타 게임 장르에 대한 이해도와 콜옵 프랜차이즈가 갖고 있는 이점을 분명하게 이해하고 있었다. 물론 트렌드 팔로어의 입장에서 항상 먼저 성공한 것들을 따라잡기에 새로운 것을 많이 만들지 않는다는 것은 콜옵 프랜차이즈의 아쉬운 부분이었다. 그리고 DMZ 자체도 다크존이나 타르코프가 갖고 있는 급진적인 부분들을 최대한 콜옵식으로 순화시켜 들고 왔기에, 다소 이전 작품들이 갖고 있는 독특함이 옅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DMZ 모드는 워존과 같이 콜옵 프랜차이즈에 대한 멀티플레이 개발자들의 확고한 철학과 디자인이 느껴져서 만족스러웠던 게임이었다.

 

리뷰를 본격적으로 진행하기에 앞서서 언급해야할 부분은 DMZ, 더 나아가서 타르코프와 디비전 다크존을 둘러싸고 있는 장르적 정의다. 분명 DMZ가 다크존과 타르코프의 계보를 잇고 있기는 하지만, 좀 더 포괄적으로 본다면 플레이어 대 플레이어 대 NPC(줄여서 P v P v E라 칭하자) 의 게임들은 다크존이나 타르코프 전후로 해서 존재하고 있었다. 예를 들어 오퍼레이션 라쿤 시티를 이를 멀티플레이로 발전시킨 엄브렐라 콥스 같은 물건이 있다. 좀비가 있는 스테이지에서 플레이어들끼리 싸운다는 발상의 엄브렐라 콥스는 게임 플레이가 재미없어서 큰 실패를 거두었는데, 이는 P v P v E라는 포멧 자체가 생각보다 간간이 시도가 있었지만 정작 성공하여 역사에 남은 케이스가 없다는 것을 반증하는 부분이다. 오히려 이볼브나 데드 바이 데이라이트 같은 비대칭형 멀티플레이는 어느정도 양식화되는데 성공하였지만, P v P v E라는 포멧 자체는 데스티니 가디언즈의 갬빗이나 상술한 타르코프나 다크존 같은 케이스와 같이 '꼭 이것이다' 라고 정의내릴 수 있는 강세인 포멧은 없었다.

 

그러나 DMZ의 등장은 콜옵이라는 트렌드 팔로어의 기준에서 보면 장르 문법 자체가 정립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DMZ의 기본적인 룰은 '적대적인 플레이어와 NPC가 있는 지역으로 들어가 다양한 활동을 하며 장비를 파밍하고, 장비를 잃어버리지 않고 무사히 탈출하는 것'이다. 여기에 DMZ는 이전 모던 1편 리부트의 스펙옵스나 워존 1.0의 약탈 모드의 양식을 들고 온다:현금이라는 개념을 추가해서 플레이어의 행동이나 게임 내의 미션들을 수행할 때마다 보상을 주고, 그것을 다양한 요소들(주로 떨어뜨리면 처음부터 파밍해야하는 장비류)로 바꿔서 이용할 수 있게끔 했다.

 

DMZ는 큰 틀에서 코옵 장르를 따른다. 기본적으로 DMZ 내의 활동들의 흐름은 '장비의 파밍 -> 더 강한 적(지역 보스 등)에게 도전 ->최종적으로는 워존이나 멀티플레이에서 쓸 수 있는 무기 도안이나 스킨을 획득'하는 흐름이다. 이를 위해서 계속해서 적 AI들을 사냥해야 하는데, 오픈월드 AAA 게임들에서 찾아볼 수 있는 뛰어난 인공지능과 달리 콜옵의 NPC 인공지능들은 빈말로도 좋다고 할 수 없는 편이다. 그 대신 체력과 사격 정확도를 엄청나게 높여서 여러명의 플레이어가 서로 뒤를 봐주면서 화력을 투사하지 않으면 클리어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게임 시간이 흐를수록 적들의 체력과 장비가 점점 좋아지기 때문에 코옵은 필수적이다.

 

하지만 문제는 이러한 기본 흐름에 예측불가능한 변수인 '플레이어'의 존재다:적대적인 플레이어가 교전 중인 플레이어들의 뒤로 파고 들어 양각을 잡거나, 탈출 직전의 상황에서 화력을 투사해서 제압하고 플레이어들의 전리품을 빼앗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DMZ는 어떻게보면 코옵을 기본으로 깔되 여기에 변칙적인 PvP를 넣었다고 볼 수 있다. 흥미로운 점은 워존의 맵을 그대로 쓰고, 워존과 비슷한 교전양상(넓은 맵에서 적은 수의 분대와 교전하는 것, 분대 전멸전까지는 방심할 수 없다는 점 등)을 띄는 것처럼 보여도 실제 게임 경험은 엄청나게 차이난다는 것이다. 배틀로얄로써의 워존은 숙련되지 플레이어 관점에서 보면 파밍과 색적, 전투 간에 느껴지는 재미나 흥분도의 갭차이가 너무 커서 쉽게 지치거나 피로함을 느낄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DMZ는 기본적으로 NPC를 사냥면서 장비를 맞추거나 하는 등의 기본 흐름이 있고, 이것이 시간에 따라서 강해지는 흐름도 존재하기 때문에 '무언가 계속해서 굴러간다'라는 진행 관점에서 재미 요소가 있다. 또한 단순히 시간에 따라 강해지는 NPC 외에도 양각을 잡는 적대 플레이어의 존재는 게임의 상시 긴장감을 불어넣는다.

 

DMZ의 파밍은 기본적으로 워존과 비슷하지만 다르다:워존 2.0과 같이 게임 기본 흐름은 무기와 장비를 맵에서 파밍하고 점점 더 강해지는 구조다. 하지만 부착물 달린 무장이 많이 나오는 워존과 달리 DMZ는 NPC가 떨어뜨리는 무기 이외에는 필드에 무장이 상시로 발견하기 힘들고, 무기 상자도 잘 없다. 잡동사니들은 많지만 상점에 파는 용도가 아니면 쓰기 힘들고, 돈을 확보해도 탈출시에는 모두 회수되기 때문에 돈이 누적되는 구조가 아니다. 그렇기에 DMZ 파밍의 핵심은 '지역 보스 등에 도전할 수 있는 좋은 무기를 파밍하는 것'이고 이것을 보조하기 위해서 장비들(방탄조끼, 가방 등)을 파밍하는 것이 핵심이다.

 

DMZ에서 무기를 파밍하는 방법은 크게 두가지다. 첫번째는 미션 전 로드아웃에서 지정할 때 자신의 개인 물품으로 자유롭게 구성된 무기를 들고 들어가는 방식이다. 자신의 멀티플레이 진행도에 따라서 DMZ 내에서 가장 강력한 무기 조합이나 자기 손에 맞는 무기를 갖고 갈 수 있다는 강점이 있지만, 한 번 게임을 플레이한 이후로 재사용까지 2시간의 재충전 시간이 걸린다는 점에서 항상사용할 수 있는 방법은 아니다. 그렇기에 대부분은 DMZ에서의 무기 방법은 두번째 DMZ 내에서 밀수품을 파밍하는 방법을 주로 사용하게 된다. 적을 죽이거나 미션을 수행해서 보상으로 얻거나 혹은 요새 내의 상자를 파밍하는 등의 다양한 방법으로 무기를 파밍하고 그것을 무사히 탈출 시까지 회수하면, 그 무기를 활용할 수 있게 되는 구조다.

 

특기할만한 점은 이 무기에 대해서 부착물 개인화가 불가능하다는 점, 무기의 희귀도(=부착물 부착 개수) 데미지 차이가 있지 않고 편의성 차이만 존재한다는 점과 한번 죽어서 무기를 드롭하면 무기를 잃어버리게 된다는 점일 것이다. 이렇기 때문에 단순히 DMZ의 무기 파밍은 영구적이기 보다는 일종의 소모품적 성격을 띄게 된다. 무기를 부착물이 많이 달린 좋은 것을 줍는 것은 중요하지만, 그것이 모든 문제를 해결해주지는 않는다. 이런 부분은 확실히 타르코프와 같은 게임과 비슷한 부분이 있지만, 후술할 몇몇 부분들 때문에 DMZ는 총을 쉽게 모을 수 있고 그것이 최종적인 목표가 되지 않는다는 특징이 있다.

 

워존의 골격을 상당수 들고 온 덕분에 DMZ에서도 돈은 중요한 기능을 한다. 물론 돈을 누적할 수 없기 때문에, 돈의 가장 좋은 사용처는 'DMZ 지역 내에서 모두 소비한다'다. 그리고 이러한 돈들의 소비처들은 분명히 장비를 구매하거나 하는 등의 요소에서 빛을 발한다. DMZ 모드에서 중요한 요소가 있다면 '얼마나 데미지를 감당할 수 있는가'(방탄 조끼), '얼마나 잡탭/무기를 챙겨올 수 있는가'(가방), '보스가 있는 방사능지역에서 활동할 수 있는가'(방독면) 라는 3요소가 있다. 이러한 장비들은 플레이어가 NPC를 사냥하는 중에도 얻을 수 있지만, 특정 지역이나 미션을 수행하지 않으면 구하기 힘든 것들도 꽤 존재한다. 이럴 때 보상으로 얻은 돈을 상점에서 써서 장비로 바꾸는 것도 중요한 플레이다. 흥미로운 점은 무기는 쌓아두는게 가능하지만, 장비는 그것이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돈을 통한 장비 구입은 필수적이라 할 수 있는데, 돈 역시 DMZ 내에서 용도가 더 큰 것을 생각한다면 팀과 함께 투입 후에 돈을 벌고 돈을 나눠서 장비로 바꿔먹는 것이 기본적인 DMZ 게임 플레이라 할 수 있다.

 

DMZ 모드의 궁극적인 목표는 보스를 잡고 무기 도안이나 스킨을 획득하는 것이다. 그걸 위한 밑작업으로 미션이나 파밍을 하는 것이 중요한데, 무기 도안 및 스킨을 획득하는 것에 있어서 보스 몹이 제한된 수만 리젠된다는 것이 핵심이다:즉, 한 두마리 보스몹이 떨어뜨리는 상자를 줍기 위해서 수많은 스쿼드들이 치고받고 하며, 심지어 보스가 떨어뜨리는 상자를 줍는 순간부터 실시간으로 지도에 추적되는 등 다양한 난관이 스쿼드들을 가로막는다. 어떻게 보면 미션을 하거나 적을 잡거나 심지어는 상대 스쿼드들을 상대하는 것보다 가장 난이도가 높은 활동이라 할 수 있다.

 

DMZ는 모든 요소들을 합쳐놓고 보면 상당히 흥미로운 구조다. 쉽게 하라면 무한히 쉽게할 수 있겠지만, 어렵게 하라면 한없이 빡세지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NPC 사냥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서 난이도가 올라가는 구조고 예측 가능한 난이도 곡선이지만, 플레이어라는 제 3의 요소가 개입하면 이 부분에 큰 변화가 생기게 되고, 난이도 곡선을 몸에 익히고 조절하면서 무기나 도안을 챙겨 탈출 시점을 잘 조절하는 것이 중요하다. 미션이나 현금과 같이 몇몇 보험들이 있어서 타르코프와 같은 게임같이 지나치게 하드코어하지는 않지만, 게임 내에서 가장 단단한 보스몹을 때려잡고 모든 스쿼드들의 추적을 피해서 50초 동안 버티다가 탈출하는 것은 아무리 좋게 이야기해줘도 쉽다고 할 수 없는 난이도다. 중요한 점은 이러한 것들을 플레이어가 능동적으로 난이도 곡선을 선택하고 플레이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렇기에 DMZ는 배틀로얄의 경량화 버전이라 할 수 있다. 난이도는 있지만, 예측 가능한 전투가 지속해서 발생하기에 교전없는 지루함은 없고 무기를 자기것을 챙겨서 갈 수 있다는 점에서 파밍의 난이도는 배틀로얄보다 덜 하다. 그러나 죽으면 모든 것을 떨어뜨린다는 점에서 긴장감을 불러일으키고, 플레이어라는 제 3의 변수가 개입한다는 점에서 쉽지 않은 흐름을 보여준다. 그러면서 배틀로얄 같이 적은 수의 스쿼드들이 맵을 넓게 쓰는 여타 콜옵 멀티 골격의 전투 흐름을 보인다. 그렇기에 콜옵 멀티나 워존 2.0과 다른 재미를 보여준다.

 

물론 몇몇 단점들도 존재한다. 우선 진짜 멍청한 AI들이다. 일단 DMZ의 게임 플레이가 기본적으로 잠입을 상정하지는 않긴 하지만, 싱글에서 나쁜 인상을 남긴 멍청하고 튼튼한 AI들은 NPC 사냥을 단조롭게 만든다. 여기에 중장갑을 두른 NPC들이 샷건들고 어기적 어기적 기어오면서 한번에 플레이어 장갑판을 까거나 눕혀버리는 것은 처음에는 무섭지만 점점 짜증이 느껴질 수 밖에 없다. 여기에 추가로 잡탬을 파밍하게끔 하는 구조도 문제가 있다. 퀘스트 등에 필요한 템들이 있긴 하지만, 본질적으로 쓸모없는 템들이 너무 많다. 더 하드코어하게 크래프팅 개념까지 넣었다면 모르겠지만, 일단 현 버전의 DMZ에서는 아이템이 많다.

 

결론을 내리자면 워존 이후 콜옵 멀티 제작자들이 또 다른 잭팟을 쳤다고 할 수 있다. 분명 DMZ가 혁신적이거나 완벽하거나 한 게임은 아니다. 버그는 여전히 본겜과 같이 엄청나게 많고, AI는 멍청하고, 루팅 요소들은 애매하다. 하지만 완벽한 게임이 아니더라도 수많은 사람들에게 어필하고 즐길만한 요소들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워존 2.0과 콜옵 멀티플레이, DMZ가 맞물려서 돌아간다면 콜옵 모던 2 리부트의 멀티 포멧으로 정말 오랫동안 게임을 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보여진다. 

게임 이야기

 

*2편 리뷰는 다음과 같습니다(https://leviathan.tistory.com/1907)

베요네타 2 이후로 8년이 지났다. 그 사이에 많은 일들이 있었다. 캡콤은 데빌 메이 크라이 5를 만들었고, 플래티넘 게임즈는 아스트랄 체인을 만들었고, 프롬은 세키로와 엘든링을 만들었다. 그외에도 시푸나 롤러드롬 같은 인디 게임 신작들도 등장하였고, 액션 게임은 계속해서 그 명맥을 이어나가며 진화하고 있었다. 하지만 베요네타 3는 스위치로 발매하겠다는 첫 공개 2017년 이후 2022년 발매까지 기나긴 침묵을 지키고 있었다. 그동안 플래티넘 게임즈는 아스트랄 체인과 같은 실험작을 만들고 있는 동안, 스케일바운드의 취소, 그랑블루 게임의 취소 등등 여러 악재가 겹쳐지고 있었다. 베요네타 1,2나 뱅퀴시 같은 게임을 만들면서 자리를 잡았던 플래티넘 게임즈는 근 몇년간 개발 역량 자체에 물음표가 찍히고 있었다.

일단 베요네타 3는 베요네타 2에서 다양한 변화점을 둔 게임이고, 몇몇 변화점들은 8년간의 기다림을 만족시켜주는 게임이다. 하지만 플래티넘 게임즈가 그동안 추구했던 비전을 한데 모아서 정리하기 위해서, 베요네타 3는 어느정도 무리수를 둔 부분들이 있고 그런 부분들이 게임의 완성도를 떨어뜨리긴 한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베요네타 3는 그런 단점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매력과 잠재력을 갖고 있는 게임이다.

베요네타 3의 핵심 변화점은 '괴수'다. 게임 플레이의 큰 틀을 확립한 1편, 1편에서 회피라는 개념을 기반으로 시스템을 재정립한 2편과 달리 3편은 2편의 시스템을 기반으로 괴수라는 새로운 개념을 접목시킨다. 그리고 흥미로운 점은 위키드 위브와 소환의 개념을 아스트랄 체인에서 소환수를 이용해서 함께 공격하는 시스템을 차용했다는 것이다. 괴수물이라는 점은 괴수의 일부를 이용하는 위키드 위브의 공격방식을 사용하는 점, 그리고 더 나아가서 처형 QTE에서 사용하던 괴수를 실제 게임에서 사용할 수 있게끔 게임 플레이를 바꾸는 것이 핵심이다.

이를 위해서 베요네타 3는 이전 게임들에서는 사용되지 않았던 왼쪽 트리거를 이용한다. 플레이어는 최대 3마리의 악마를 방향키에 등록하고, 이들을 왼쪽 트리거 버튼을 사용하면서 전작의 위키드 위브에 대응되는 데몬 슬레이브와 데몬 어썰트를 사용한다. 이로써 베요네타는 모든 패드 버튼을 사용하게 되었다. 데몬 슬레이브는 별도 입력 없는 중립 상태에서 왼쪽 트리거를 당겼을 때, 거대한 괴수를 소환하여 적들을 공격하도록 조작한다(이 때 베요네타는 적의 공격에 무방비로 노출된다) 또한 콤보를 이어나가는 중에 마지막 콤보 마무리 공격에서 왼쪽 트리거를 당겨서 전작들의 위키드 위브의 강화판이라 할 수 있는 데몬 어썰트를 발동할 수 있다. 

흥미로운 점은 이러한 시스템을 받아들이기 위해서 베요네타 3는 이전의 시스템을 일부 덜어내는 작업을 했다. 이전에는 손과 다리에 각각 다른 무기를 달 수 있었는데, 3편에서는 오로지 하나의 무기 세트만 장착이 가능하다. 대신에 이전의 팔 다리에 무기를 장착하던 시절에 비하면 무기간의 개성을 더 살리는 방향으로 나아가는데, 1,2편의 무기 장착 시스템이 모든 무기들의 개성을 죽이는 밍숭맹숭한 구성을 보여준 것을 생각한다면 훌륭한 판단으로 보여진다. 기존 무기 시스템이 P에서 파생되는 콤보 루트가 거의 모든 것을 결정했다면, 3편의 각 무기 시스템들은 그러한 구성에서 자유로워졌기 때문에 좀 더 개성을 발휘할 수 있었다.

베요네타 3의 미덕은 규모와 파워 판타지를 게임 메카니즘과 밀접하게 연결시켰다는 점이다. 1편과 2편은 회피라는 시스템을 중심으로 게임을 구성하였지만, 상술한 무기 시스템이나 마법 게이지의 존재, 엄브란 클라이맥스 등등은 하나의 시스템으로 엮여있기에는 다소 부족한 부분들이 있었다. 그렇기에 3편은 1~2편의 시스템을 기반으로 모든 것을 폭발적으로 엮어내고자 한다. 그것이 위키드 위브를 별도의 시스템으로 빼낸 것이고, 기존 전투 매카니즘에서 사용하던 것들을 실제 게임의 형태로 정교하게 풀어내었다. 그리고 각 요소간의 유기적인 연계를 고려하여 다양한 기믹들을 넣어두었다:악마들 간의 연계(판타스마고리아로 거미줄로 묶고, 그걸 불태우거나 고모라 잡기 공격을 한다던가), 악마들로 카운터 공격을 하거나, 위치 타임으로 시간을 느리게 해놓고 악마를 소환해서 공격하거나 하는 등의 다양하고 유기적인 연계들을 게임은 지원하고, 더 나아가서 플레이어에게 이것들을 자유롭게 구성해서 즐기도록 환경을 구성했다. 1편과 2편의 미덕과 함께 3편의 새로 추가된 시스템과 컨셉의 조화는 베요네타라는 게임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데 성공하였다.  

하지만 베요네타 3의 훌륭한 점에도 불구하고 몇몇 부분에서는 다소 '과도하다'. 일단 베요네타 3에는 처형액션과 관련된 미니게임들이나 터렛 액션, 슈팅 게임, 잠입 액션들이 등의 다양한 것들이 존재하고 있고, 이는 전작들에서도 있었던 기믹이긴 했었다. 액션 게임 외의 미니 게임들의 비중이 이전작과 비슷하긴 하지만 그래도 어딘가 '너무 많은거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때가 있다.

사실 이것보다 더 큰 문제는 '카메라 문제'일 것이다. 기본적으로 거대한 소환수와 거대한 적들을 대상으로 게임을 풀어나가야 하는 만큼, 카메라의 초점을 잡는데 있어서 게임이 심하게 혼란스러워 하는 부분들이 느껴진다. 때때로는 바라보는 초점이나 위치가 매우 혼란스러워서 정상적인 콤보를 넣기 힘들어지거나 보지 못하는 데에서 공격을 받는 등의 이슈가 종종 발생한다. 물론 이것들이 치명적이진 않아서 게임을 풀어나가는데 큰 문제는 없지만, 잊을만하면 이 문제가 튀어나와서 플레이어를 짜증나게 만든다.

결론을 내리자면 베요네타 3는 몇몇 문제를 갖고 있긴 하지만, 갖고 있는 미덕이 확실한 게임이기 때문에 추천할만한 게임이다. 액션 게임 자체의 명맥이 많이 쇠퇴해버린 요즘의 세태에서 이정도나 되는 게임을 찾을 수 있는 것은 좋은 일이다. 다만, 다음 작에서는 미니 게임을 좀 덜 집어넣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긴 하다.

게임 이야기

 

-처음 멀티 베타  비교하여 보았을 때는 상당히 인상이 안좋았는데, 멀티  게임에서는 훨씬  나아진 모습을 보여줘서 당황스러운 기분

-기존 베타가 색적 안됨 + 발소리  들림 이슈 때문에 캠핑하기 편한 게임으로 만들었고, 전반적으로 버그가 난무하고다듬어지지 않은 분위기를 보여주는 것이 베타 게임이었다. 그러나 본편에서는 오히려 기존 콜옵스러운, 심지어는 모던 1 리부트 보다 더더욱 아케이드 스러운 게임 형태로 변화했다는게 흥미로운 부분이다. 결과적으로는 베타 때의 불만스러운 부분들을  다듬어서 나왔다는 점에서 모던 1편보다  이전 콜옵들에  가까운 게임이다.

-본인이 느끼기에는 모던 2 리부트 자체의 TTK(Time To Kill) 짧은 편이다. TTK 대한 평가는 사람마다 상당히다르게 체감되는 편인데, 조준해서 점사로 정확하게 꽂아넣는 플레이 스타일로 진행하면 상당히 적들이  죽는 느낌이다. 배틀라이플(점사류 라이플)이나 DMR(스나이퍼 라이플  단계의 저격용 소총)에서 상반신 2 킬이 잘나는데, 반동조절이 전작들 대비해서 용이하다는 인상이 있다.  

-맵의 디자인 자체는 베타에서 여전히  쓰는 기조를 그대로 따르는 . 비대칭의  구조, 복잡하게 잡혀있는 구조물들과 곧바로 눈에 띄지 않는 적들 등등은 고스트 이후로 이어지는 인피닛 워드의 기조이긴 한데, 후술할 색적 메카니즘과맞물리면서 그렇게까지 불편하지 않다. 오히려 기조 자체는 동일한데 색적 메카니즘 덕분에 그런 기조에도 불구하고  해볼만한 게임이 되었다.

-베타와 색적 메카니즘이 달라진 부분은 '적이 아예 다이아몬드 형태의 표시'되었다는 점이다. 이전 콜옵에서도  이름이 뜨는 등의 기본적인 색적 메카니즘이 있었다는걸 보면 예전 기조로 돌아온 셈이긴 한데, 결국 이렇게 돌아올거라는 점을 생각한다면 대체 베타에서는  그랬는지   없는 부분이다. 

모던 2 색적 메카니즘에서 흥미로운 점은 색적 메카니즘을 보조하는 능력들로 게임에 변화를   있는 부분이다:정찰드론이나 감지 수류탄인 스냅샷 수류탄, 심박 감지기, 감지 레이더 등등 능력이 상당히 늘어났다. 이전에는 사용하기 불편하거나 사용할만한 상황이  안나왔다면, 콜옵 모던 1 리부트 이후 진행된 짬밥이 늘어나면서 이렇게 능력 시스템들이강화된 부분들이 드디어 빛나게 되었다. 점령전이나 주요 거점에서 정찰 드론으로 적을 마킹하거나, 망원경으로 적을 찾아 찍거나, 보안 카메라로 지역 방어를 하는   데스매치 외에서는 상당히 쓸만한 능력들이 많다.   두고 봐야겠지만, 모던 1부터 했었던 시도들이 드디어 결과를 거두는 걸로 보여진다.

-일단은 만족스러운 부분들이  많은 멀티플레이. 다만 싱글이 너무 엉망인게 끔찍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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