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이야기


아마존이 넷플릭스 식의 스트리밍 게임 산업에 뛰어든다고 한다(기사 원문) 아마존이 AWS 등을 통해서 클라우드 서버 사업에 있어서 부동의 1위라는 점, 이미 소니가 온라이브 등의 서비스를 인수해서 스트리밍 게임 서비스를 일부 진행해본 경험이 있다는 점 등에 비추어 보았을 때, 클라우드 서버에 게임을 얹어놓고 스트리밍 형태로 쏴주는 사업은 이전부터 매력적이었다. 또한 패키지가 아닌 EA 오리진이나 PS+ 같이 '일정 기간 서비스를 구매하면 그 기간동안 게임에 접속할 수 있는' 구독형 서비스 같은 것들도 존재한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넷플릭스 같은 스트리밍 형 게이밍 플랫폼 모델은 경쟁력이 있는 사업이라 할 수 있다. 그렇게 된다면 누구나 폰으로 서버에 접속해서 위처 같은 고사양의 컴퓨팅 파워를 요구하는 게임을 즐길 수 있을 수도 있다. 그렇게 된다면 스위치와 같은 애매한 성능의 기기는 사라지고, 자동전투와 같은 형태의 게임들도 사라질 수 있을 것이다. 클라우드 게이밍 서비스가 성공한다면 게임 업계가 트리플 A라는 게임 문법 아래 완벽하게 통일될 것이다.


물론, 그런일은 일어나기 힘들 것이다. 분명, 온라이브 같은 스트리밍 게임 서비스가 처음 등장했을 때보다도 지금 클라우드 게이밍 환경은 훨씬 더 좋아졌다. PS4를 서버처럼 활용해서 비타나 소니의 스마트폰 엑스페리아로 접속하여 게임을 스트리밍 한다던가, PC에서 대형 TV로 화면을 송출해주는 스팀 링크의 존재라든가, 엔비디아 타블렛 실드의 존재라던가 이미 늘어나는 컴퓨터의 숫자를 이용해서 서버와 클라이언트를 구분하여 개인용 클라우드 게임 환경을 구축해보려는 업계의 시도는 많았었다. 그리고 클라우드 서버 서비스 플랫폼은 날로 발전하고 있다:이제 별도로 서버를 업체로부터 대여할 필요 없이, 전문가가 아닌 일반적인 사람들도 머신러닝이나 딥러닝 같이 엄청난 컴퓨팅 파워를 필요로 하는 활동을 클라우드 서버를 통해 할 수 있다. 분명, 클라우드 게이밍이 새로운 전기를 맞이한다면 클라우드 서비스가 한층 강화되고 있는 지금 이 순간이나 근미래가 가장 적절할 것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래와 같은 이유들 때문에 클라우드 게이밍이 게임 업계를 클라우드라는 깃발 아래 통일시키는 것은 어려울 것이다. 먼저 클라우드 게이밍의 장점이 기존 게이밍 플랫폼이나 환경에 비해서 더 매력적으로 느껴지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클라우드 게이밍의 장점은 콘솔이 아니더라도 모니터와 콘트롤러만 있으면 어디서든지 게임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어디서든지'라는 키워드에 우리는 초점을 맞춰야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환상은 클라우드 게이밍이 실현되면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야외에서도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대부분의 게이밍은 실내, 그것도 집 안에서 이루어진다:거치형/휴대형 콘솔의 하이브리드인 닌텐도 스위치의 경우, 유저 상당수가 스위치를 '집'에서 플레이한다고 밝혔다.(관련 내용) 닌텐도가 스위치를 언제 어디서나 게임 플레이 가능하다로 포장하기 위해 많은 마케팅 자본을 들이고 있는 것에 대비한다면 다소 놀라운 결과라 할 수 있다. 


그러나 곰곰히 생각해본다면 상당히 납득이 가는 결론이기도 하다. 사람들은 이동하거나 야외에서는 그나마 '덜 신경쓸 수 있는 활동'들을 즐긴다. 음악을 듣거나 뉴스를 보거나 동영상을 보는 등 이러한 행위들의 핵심은 그렇게까지 많은 집중력이 들어가지 않는다는 점일 것이다. 심지어 모바일로 진행되는 게임들의 대부분이 복잡하거나 정교한 조작없이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다는 점에 초점을 맞춘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이동 중에 집중력있게 플레이하는 콘솔 게임이라는 개념은 일반적이지 않다. 심지어 한국과 같이 대중교통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은 경우도 그러한데, 미국과 같은 땅이 넓어서 자가용 자동차로 이동하는 경우에는 '이동하면서 게임을 즐긴다'라는 개념이 낮설게 느껴질 수 있다. 물론 콘솔 게이밍이 불가능한 실내 환경에서 언제라도 게임을 한다라는 관점에서 스위치는 강점이 있는 기기이기도 하다(레딧의 유저글 : 스위치는 트럭 드라이버를 위한 완벽한 콘솔이다)


다시 클라우드 게이밍으로 돌아와보자. 결국은 클라우드 게이밍이 경쟁해야 하는 대상은 아이러니하게도 실내에서 벌어지는 게이밍 플랫폼이다. 그것은 바로 전통적인 콘솔이나 PC와 같이, 이미 게임을 돌리기에 충분한 컴퓨팅 파워를 기진 기기들과 클라우드 게임 플랫폼이 경쟁을 해야한다는 것이다. 기사에서는 '비싼 돈을 들여 콘솔을 살 필요 없이'라고 했지만, 정작 취미활동의 영역에 있어서 콘솔/PC 게임만큼 인프라와 자원이 적게 들어가는 취미활동도 없다. 특히 콘솔 게이밍의 핵심은 '적은 비용에 성능이 뛰어난 컴퓨팅 파워를 제공하는 기기를 공급하는 것'이며, 개발되는 게임의 대부분이 이 콘솔의 사양에 맞춰지기 때문에 엄청난 컴퓨팅 파워를 필요로 하지도 않는다. 그렇기에 클라우드 게이밍은 '가격적으로 안정되어있고, 이미 그 기능을 충실히 잘 수행하고 있으며, 몇천만대가 깔려있으며 표준적인 플랫폼'의 홈그라운드에서 자신의 '언제 어디서나 플레이 가능하다'는 강점을 살리지 못하고 경쟁해야 하는 셈인 것이다.


그렇다면 언제 어디서라도 플레이가 가능한것에 초점을 맞춰서, 클라우드 게이밍이 휴대용 게이밍이나 모바일 게이밍 시장을 석권할 수 있을까? 유감스럽게도 그렇진 않다. 게이밍 환경에 있어서 사람들이 간과하지만 중요한 요소가 하나가 있다면, 그것은 바로 화면의 '물리적 크기'(해상도가 아닌)일 것이다. 사람이 휴대하면서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는 화면의 크기는 제한되어 있다. 이미 아이패드 수준만 되더라도 앉아서 들고 하기에 너무 부담되는 수준이며, 스위치의 경우에는 휴대 가능과 불가능의 임계점에 도달했다. 그러나 현대 트리플 A 게임들은 대부분 20인치 이상 거대하고 고해상도로 구성된 화면에서 즐기게끔 되어있다:디테일한 연출, 높은 해상도와 텍스처 등등은 작은 화면에서 본다면 오히려 가시성과 시인성을 떨어뜨리는 문제를 유발하고 만다. 조작 체계 역시 문제다. 기존 모바일 게임들이 복잡한 조작이 필요없는 이유는 터치스크린이라는 범용적이지만 제한적인 인터페이스를 최대한 활용하고자 하였기 때문이다:터치 스크린 위에 구현된 가상게임패드와 같은 걸로 게임을 하다보면 복잡하거나 정교한 조작을 하는 트리플 A 게임을 돌리는 것은 불가능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물리적인 환경 측면에서 본다면 더 심각한 문제가 있다. 그것은 바로 서버와 레이턴시의 문제다. 클라우드 플랫폼 게이밍의 경우, 영상 스트리밍과 달리 클라우드 서버에서 게임을 돌리고 영상의 형태로 플레이어에게 송출, 플레이어가 그 영상을 보고 조작을 하면 다시 서버에 조작을 보내주고 연산하는 과정을 거친다. 이러한 과정에서 클라우드 게이밍 환경은 다이렉트로 입력되고 금방 결과가 나오는 콘솔과는 다른 입력 렉이나 지연이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 있다. 또한 물리적 서버가 어디에 구축되었느냐, 회선은 어떤 것을 쓰냐 등에 따라서 게임 환경이 천차만별로 유동적일 수 있다:온라이브가 처음 등장하였을 때, 한국 내에서는 거의 플레이가 불가능한 상황이었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알 수 있다. 물론 클라우드 게임 플랫폼을 위한 데이터 센터가 늘어나고 회선이 개선된다면 나아질 수 있겠지만, 이는 클라우드 게이밍 플랫폼이 성공하고 나서 이후의 이야기가 될 것이다.


그리고 넷플릭스의 성공이 물리적 환경이나 모바일 플랫폼을 선점한 것이 아닌, 독점력 있는 콘텐츠를 가졌기 때문이라는 것도 감안해야 한다. 즉, 클라우드 게이밍 플랫폼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여기서 밖에 돌아가지 않는 게임'이라는 것이 존재해야 한다. 하지만 위와 같은 모든 제반 환경들(기존 게이밍 환경보다 매력이 없음, 언제 어디서든지 플레이 가능하다라는 장점 살리기 힘든 현 게임 시장 구조,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레이턴시 등)을 고려하였을 때, 누가 선뜻 아마존 클라우드 게이밍 서비스에서만 돌아가는 게임을 만들겠습니다 라고 선언할까? 이에 대해서는 매우 회의적일 수 밖에 없다.



하지만 클라우드 게이밍의 미래가 부정적이라던가, 혹은 현 게임 플랫폼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 단정지을 수는 없다. 오히려, 우리가 전혀 예상하지 못한 방향에서 클라우드 게이밍은 게임 플랫폼 환경 자체를 크게 바꿀 수 있다. 예를 들어 로컬에 놓여진 컴퓨팅 파워를 클라우드 서비스가 보조하는 형태의 게임이나 콘솔이 등장할 수 있다. 일례로 엑스박스 원 게임인 크랙다운 3의 경우, 클라우드 컴퓨팅을 도입해서 엑스박스 원이 갖고 있는 연산 성능의 배가 되는 연출을 처리할 수 있다고 하였다. 물론, 콘솔 자체가 오프라인 환경이나 레이턴시가 높은 환경에서도 구동될 수 있기 때문에, 크랙다운 3의 게임 내 연출이 모두 게임 플레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어려울 수 있다. 그러나 결과가 어찌되든 크랙다운 3가 보여준 것은 이론적으로 '외부 클라우드 서버의 힘을 빌어 기존 콘솔의 컴퓨팅 파워를 능가할 수 있다'라는 것이다. 즉, 서버에서 모든 것을 처리하여 내보내주는 스트리밍이라는 개념을 포기하고 서버와 클라이언트 간의 협업이라는 개념에서 바라본다면 클라우드 게이밍은 클라이언트의 연산 성능을 뛰어넘은 게이밍을 가능케할 수 있다는 점이다.


스트리밍과 서버-클라이언트 간의 협업의 차이점은 어찌되었든 컴퓨팅 파워를 가진 물리적인 플랫폼이 현실에 깔려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스트리밍은 극단적으로 이야기하자면 모든 컴퓨팅을 서버에서 처리하기 때문에 액정과 입력 패널만 있다면 어디에서라도 플레이가 가능하다. 하지만 동시에 서버에 의존적일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서버를 둘러싼 물리적인 제반환경들에 엄청난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서버-클라이언트간의 협업 관점에서 본다면, 어쨌든 물리적인 기반은 클라이언트에 존재하기 때문에 클라우드 서비스 없이도 어느정도 게임 내의 연산을 처리할 수 있으며, 스트리밍에 비해서 레이턴시나 이런 부분들이 더 안정적일 수 있다. 그러나 로컬의 기기가 어느정도 컴퓨팅 파워를 갖춰야 한다는 문제가 있다. 하지만 또 역으로 생각해보자:근래 나온 아이패드 프로의 경우, 그 자체로도 이미 엑스박스 원 S 수준의 컴퓨팅 파워를 갖추었고, 대부분의 스마트폰들은 스위치보다도 더 뛰어난 컴퓨팅 파워와 스펙을 갖추고 있다. 사실, 이미 우리는 로컬에서 게임을 기본적으로 연산할 수 있는 물리적인 제반 인프라를 갖춘 셈인 것이다. 다만 문제는 그것을 기술적으로 어떻게 풀어낼지에 대한 부분이 합의되고 개발되지 않았을 뿐이다.


이는 많은 것을 의미한다. 우선 스마트 TV와 같이 어느정도 컴퓨팅 파워를 갖춘 기기에서 별도의 콘솔 구매 없이 언제 어디서라도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게 만들 수도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눈여겨 봐야할 점은 클라우드 게이밍이 콘솔 업그레이드나 세대 교체 자체를 무의미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위의 영상처럼 크랙다운 3가 클라우드 컴퓨팅을 이용해 엑스박스 원의 성능을 뛰어넘은 연산을 처리할 수 있다면, 이후 성능 업그레이드를 위해서 추가적인 게이밍 콘솔을 구매할 필요가 있을까? 항시 연결된 환경이 필요하긴 하겠지만, 항시 연결되어있어야 구동 가능한 게임도 현재 시점에도 많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클라우드 게이밍은 주기적인 콘솔 기기 교체를 불필요하게 만들 수도 있다. 물론 이러한 환경을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여지껏 등장하지 않았던 추가적인 기술 개발이 필요할 수 있다. 인터넷 인프라 환경의 재정의도 필요하다. 하지만 클라우드 게이밍의 존재는 새로운 플랫폼을 형성하는 것이 아닌 현제 게임 플랫폼의 물리적 한계를 벗어던진다는 점에서 혁신적인 물건이 될수도 있을 것이다.

잡담/개인적인 이야기



오늘은 꼭 글을 쓸거야!(사망 플래그, 실제로는 공부하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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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개인적인 이야기



바쁘네요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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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이야기



* 대난투 리뷰 상편(http://leviathan.tistory.com/2389)은 링크를 참조해주시길 바랍니다.


닌텐도는 오랫동안 유명한 게임 개발자들을 배출한 회사였다. 닌텐도의 유명 IP와 게임들은 아오누마 에이지, 미야모토 시게루, 이와타 사토루 등등 스타 개발자와 닌텐도라는 회사의 조직력이 결합하였기 때문에 가능한 작품들이었다. 또한 닌텐도는 스타 개발자에서 끝나는 것이 아닌 새로운 후계자들을 발굴하고 육성하는 역량을 갖추기도 하였다. 그렇기 때문에 새로운 개발자들이 주도하여 스플래툰 2나 슈퍼 마리오 오딧세이, 마리오 카트 8, 암즈 같은 작품이 나올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닌텐도가 갖고 있는 스타 개발자들과 후계자 양성, 조직력 등에서 빗나가있는 독특한 개발자가 있다. 커비 시리즈를 만들고 대난투 시리즈를 개발하고 있는 개발자 사쿠라이 마사히로다. 사쿠라이 마사히로라는 개발자는 매우 특이한 인물이다. 스스로 하드코어 게이머를 칭하며, 개발자이면서 수많은 게임들을 하고 패미통에 칼럼을 쓰고 책을 내며 TGS에 게임 심사위원으로 참여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는 인물이다. 사쿠라이는 '승진해서 스태프와 경영에 관여하기 보다는 끝까지 게임 개발을 책임지는 개발자로 남고 싶다'라고 하며 닌텐도와 할 스튜디오를 뛰쳐나가 자신만의 게임 스튜디오인 소라를 신설하였다. 하지만 '명목상' 프리랜서인 사쿠라이에게 이와타와 닌텐도는 '대난투 개발을 진행할 시, 가장 먼저 알려주고 개발 의사를 물어보겠다'라는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하였고, 그렇기 때문에 DX 이후 사쿠라이가 개발한 대난투 게임들이 등장할 수 있게 되었다. 즉, 닌텐도는 대난투에 있어서 그를 내부의 어떤 인원보다 더 신뢰하고 전적으로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후에 나왔던 대난투 게임들을 보았을 때, 닌텐도의 판단은 전적으로 옳았다.

대난투라는 게임의 핵심 콘셉트는 여러가지 게임 프랜차이즈들이 하나의 게임에 접합시키는 콜라보레이션이었다. 초기 대난투는 닌텐도 게임들을 모두 한대 모아보자는 다소 조촐한(?) 규모에서 시작되었고 이때까지만 해도 규모 자체가 그렇게까지 놀랍지만은 않았다. 하지만 게임 시리즈가 지날수록 대난투의 야심은 더욱 담대해지기 시작했다. 닌텐도 자사 프랜차이즈에 등장한 게임들 이외에도 닌텐도 플랫폼으로 발매된 서드파티 게임들, 심지어는 닌텐도와 상관없는 서드파티 게임(파이널 판타지 7 같은)들까지 끌어들이기 시작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대난투는 이제 한 게임 회사의 프랜차이즈를 집대성하는 것을 넘어서 게임 시장과 문화를 집약시키는 야심찬 프로젝트가 되어버린 것이다. 그리고 대난투 얼티밋은 '전원 참전'이라는 이름 하에 게임 역사상 그 누구도 하지 못했었던 거대한 규모의 콜라보레이션을 실현하였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사쿠라이 마사히로라는 개발자가 있었다.




대난투 얼티밋이라는 게임을 이해하려면 먼저 닌텐도 64부터 대난투 시리즈가 '피규어와 피규어를 가지고 노는 손을 테마로 콜라보레이션 게임을 만든 것'이라는 걸 이해해야 한다. 그리고 사쿠라이와 닌텐도는 대난투 시리즈 내내 이 콘셉트에 집요하게 집착하였다. 사실, 대난투 처럼 피규어가 게임 플레이의 핵심이란 것 자체는 그렇게 놀랍지는 않다. 생소하더라도 이미 여러가지 게임들(아미맨이나 기타 등등)이 이러한 피규어를 소재로 한 게임을 만든 게임 역사를 뒤져보면 전례가 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난투의 경우에는 이 콘셉트 위에 게임의 모든 것을 실어올렸다. 게임내 수집요소인 피규어라던가, 시리즈 전통의 보스가 손으로 등장한다던 점이라던가, 실제 대난투의 피규어 컨셉을 아미보라는 실물 피규어로 옮겼다던가 등등 일반적인 게임에서는 단순히 게임 전체를 두루뭉술하게 설명하는 콘셉트로 작용했을 법한 요소들을 대난투는 끝까지 놓지 않고 그 위에 게임을 쌓아 올린 것이었다.

이런 점에서 본다면 대난투 3DS/Wii U(가칭 대난투 4)는 대난투 얼티밋을 위한 전조라 할 수 있었다. 물론, 대난투 얼티밋 자체가 4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물건이란 점을 감안한다면 놀라운 것은 아니다. 하지만, 얼티밋이 보여준 전원 참전과 게임 역사에 길이남을 거대한 콜라보레이션은 이미 대난투 4에서부터 기조가 잡혔었다. NES 시절 전설적인 플랫포머 게임이었던 록맨이 참전하더니, 팩맨이 등장하고, 사실상 인수하다시피한 제노블레이드 프랜차이즈의 주인공 슈르크, 심지어 닌텐도에게 빅엿을 먹였던 파이널 판타지 7의 클라우드까지 대난투 4에 참전한 것이다. 심지어 참전하는 것도 모자라서 게임 내에서 감상할 수 있는 피규어 모델과 참전한 게임들의 주요 음악들을 감상할 수 있는 음악 감상 모드까지 넣음으로 대난투 4는 '게임 콘텐츠 뿐만 아니라 게임의 콘셉트, 모델링, BGM 등 참전한 각 게임들이 갖고 있는 모든 것을 한데 어우르겠다'는 야심을 보였다.

그리고 대난투 얼티밋은 이러한 야심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작품이다. 단순히 이전에 참전했지만, 금번에 참전하지 못했던 전작들의 케릭터들을 참전시키겠다는 정도가 아니다. 대난투 얼티밋은 전원 참전이라는 이름 아래 닌텐도 콘솔을 거쳤거나, 혹은 참전작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했던 모든 것들을 한데 아우르고자 하였다. 언뜻 듣기에 미친 짓이라 느껴질 정도로 엄청난 분량의 콘텐츠를 하나의 게임에 담겠다는 목표를 잡은 것이다. 그리고 놀랍게도 대난투 얼티밋은 '피규어'라는 시리즈 핵심 콘셉트를 지키면서 이것을 완벽한 형태로 구현하였다.

다양한 작품들이 참여하는 콜라보레이션 게임에서 어떻게 다른 작품들을 하나의 게임으로 합칠까? 일반적인 작품이라면 하나의 메인되는 콘셉트 디자인과 아트워크를 기반으로 여타 게임들을 옮기는데 집중할 것이다. 젤다무쌍의 예를 들어보자:젤다무쌍은 젤다의 전설 시리즈에 나왔던 수많은 게임들을 무쌍이라는 게임 양식에 묶어내었다. 각 시리즈들에 나왔던 케릭터들을 무쌍 시리즈에 맞게 재해석하고 새롭게 케릭터를 만들어서 게임에 추가한 것이다. 일반적인 콜라보레이션 케릭터나 요소들은 이와 같이 새로운 요소들을 자기들 작품에 맞게 다듬어서 새로 만들어낸다. 하지만 이렇게 해서 통상 다뤄낼 수 있는 콜라보레이션의 작품 수는 한정될 수 밖에 없다. 콜라보하고자 하는 작품을 새롭게 재해석하는 것도 재해석하는 것이지만, 추가하는데 있어서 그래픽/사운드 등의 에셋을 개발해야하는 부담이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한번 콜라보레이션을 할 수 있는 게임의 작품 수는 십수여개 정도로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여기서 대난투 얼티밋의 '광기'가 드러난다. 닌텐도 콘솔로 나오거나 게임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한 수십 개, 어떻게 보면 수백개가 될지도 모르는 게임들을 얼티밋은 콜라보레이션을 감행한 것이다. 하지만 이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콜라보레이션을 대난투 얼티밋은 시리즈의 핵심 콘셉트인 '게임 케릭터들이 피규어가 되어서 서로 싸운다'에 기반해서 풀어낸다:대난투 얼티밋은 수집요소로써 피규어를 삭제하고, 그 자리에 스피릿 배틀이라는 요소를 추가한다. 스피릿은 실제 케릭터들이 자신의 몸을 잃고 영혼이 된 상태가 된 것이며, 플레이어는 파이터 케릭터(=대난투에 참전한 실제 조작 케릭터)에 어택커 스피릿과 서포터 스피릿을 붙여서 자신의 케릭터를 강화시켜서 다른 스피릿과 싸우거나 얼티밋의 싱글플레이 모드인 어드벤처 모드를 해쳐 나갈 수 있다. 

하지만 스피릿이란 물건 자체는 원작 일러스트 한 장과 수치, 그리고 몇몇 속성들을 갖고 있는, 극단적으로 이야기하자면 그냥 플레이어에게 와닿지 않는 데이터 덩어리에 불과하다. 이것만 놓고 본다면 콜라보레이션이 성의있게 이루어졌다고 보기 힘들 것이다. 그러나 사쿠라이 마사히로라는 개발자는 이것을 시리즈의 리소스와 시리즈의 콘셉트를 최대한 활용하는 방식으로 풀어낸다:게임 내에서 스피릿을 얻기 위해선 우선 해당 스피릿과 전투를 벌여서 승리해야한다. 그리고 이 스피릿 배틀은 각 스피릿의 원작 게임들의 컨셉을 대난투 스테이지와 아이템, 케릭터의 배치의 형태로 구현되었다. 가령 마리오가 처음 등장한 기념비적인 작품이자 마리오 오딧세이에서 뉴 동크 시티의 시장을 역임한 폴린의 스피릿 배틀의 경우, 초대 동키콩 게임 스테이지를 배경으로 폴린 역을 맡은 피치는 플레이어로부터 도망가고 동키콩과 마리오는 플레이어를 쫒아서 스테이지를 뒤쫒는 형태로 진행이 된다. 첫 동키콩 게임이 마리오가 동키콩의 방해를 뛰어넘어 스테이지를 거슬러 올라가 폴린을 구출하는 형태였던 것을 기억한다면 상당한 원작 재현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런 폴린 스테이지와 같은 스피릿 배틀이 대난투 얼티밋에는 적어도 '수백 개'가 있다. 물론 공식적으로 스피릿은 1000여개가 넘지만, 실제 모든 스피릿이 각자의 스테이지를 갖고 있는지 여부는 확인하기 힘든 부분이 있기에 스피릿 배틀이 1000여개가 넘는다고 확언할 수 없다. 하지만 등불의 별 등을 통해서 확인되는 수백 개의 개별 스피릿 배틀들은 원작을 알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모두 무릎을 치며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잘 요약되었다. 그리고 더욱 놀라운 것은 심지어 이 수백개가 되는 스피릿 배틀들이 자사 프랜차이즈에서 참전작들, 심지어는 령 누레가라스의 무녀, A.S.H.나 소마브링어 같은 '일반적인 사람들은 있는지 조차 모르지만 닌텐도를 거쳐간 게임들'까지 엄청나게 넓은 장르와 게임들을 대난투의 배틀 형태로 끌어들였다는 점이다. 사쿠라이 마사히로는 대난투 시리즈가 지난 20년 동안 다양한 자사 게임들과 타회사 게임들을 장르 여하를 막론하고 콜라보하는데 성공하였다:이는 대난투 시리즈가 지난 20년 동안 쌓아온 케릭터/어시스트 피규어/아이템/스테이지 등과 대난투 시리즈의 시작이 '사람이 피규어를 가지고 노는 것'이런 점에 집중하였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다. 

이렇게 접근하여 보자:기성품 플라스틱인 피규어들이 사람의 머릿속에서 생명을 가질 수 있는 것은 상상력 덕분이다. 그리고 이 상상력을 구현하기 위해서 사람들은 피규어에 도색을 한다던가 디오라마 사이에 배치한다던가 등의 노력을 더한다. 그리고 사쿠라이는 이 게임 프랜차이즈가 갖고 있는 에셋과 경험을 피규어 키트로 보고 상상력을 구현하기 위한 요소로 접근한 것이다. 일반적인 게임이었다면 케릭터를 번거롭게 기존에 있는 케릭터의 이미지에 덧입혀서 구현하려 하지 않을 것이다. 그냥 새롭게 그 케릭터를 구성하는 에셋을 개발할 것이다. 그러나 대난투 얼티밋은 번거롭게 이를 자신이 갖고 있는 요소를 통해서 제한적으로 구현하고, 플레이어의 상상력이 그 제한적인 요소들을 채우게끔 게임을 구성한다.

인터넷 밈 중에서 '적은 비용으로 코스플레이 해보았다'를 본 사람이라면 이러한 상황을 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거기서 코스플레이어는 한정된 자원들(패트병을 이용해서 007 오프닝 씬의 카메라 랜즈를 재현한다던가, 빛의 굴절을 이용해 메카 프리저가 반토막 나는 장면을 재현한다던가)을 아이디어로 보완하였다. 이렇게 '적은 비용으로 코스플레이를 해보았다' 밈의 핵심은 그런 원작의 장면이 있다는 것의 핵심을 사람들에게 이해시키고, 핵심의 주변을 감싸는 디테일을 보는 상상력으로 채워넣게끔 만드는 것이었다. 대난투 얼티밋에도 동일한 방법론이 적용된다:모든 게임들의 특징들을 대난투 시리즈의 파이터와 스테이지, 아이템, 색상, 이펙트, 심지어 케릭터의 행동 패턴 등에 연결시키고, 플레이어의 상상력 한 방울이 이 모든 재현을 완성시키게끔 만든 것이다.




이를 통해서 스피릿은 단순히 데이터와 일러스트 덩어리가 아닌, 자신만의 개성을 가진 '케릭터이자 설정'이 된다. 그리고 앞서 이야기하였지만 대난투 시리즈는 모든 파이터들이 피규어라는 설정이다. 그렇다면 피규어에 붙는 '설정'이란 무엇인가? 우리는 이미 어린 시절부터 장난감 피규어들을 이용해서 피규어에 자신만의 설정과 속성을 상상 속에 붙여서 놀았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대난투 스피릿 모드는 그 시절 놀이에 대한 훌륭한 재해석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것 역시도 어떻게 본다면 '상상력을 통해 재현'한 셈이었다. 대난투는 그런 경험을 잘 잡아내고 있다.

그리고 게임은 스피릿이라는 콘셉트를 플레이어에게 확실하게 각인시키기 위해서 등불의 별이라는 싱글플레이 모드를 도입하였다. 혹자는 아공의 사자와 같은 방대한 크로스 오버 스토리가 아니었다는 점은 아쉬었다고 평한다. 물론, 아공의 사자가 아직까지도 플레이어들 사이에서 회자가 되는 이유는 '모든 게임들이 한 자리 모여서 유기적으로 이야기를 끌어나가는 것' 자체가 매우 매력적인 부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미 전원 참전이라는 이름 하에 참전한 케릭터만 무려 70명이 넘어가는 상황에서 이들에게 모두 공평하게 이야기를 배분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또한 스피릿이라는 존재로 인해서 일반적인 게임 서사를 진행시키는 것은 무리기도 하였다. 

대신 대난투 얼티밋은 등불의 별을 스피릿과 파이터를 수집하는 단순한 보드게임으로 만듬으로써 스피릿 수집과 육성이라는 요소에 집중한다. 다양한 장소를 오가면서 스피릿과 파이터를 수집하는 등불의 별은 스피릿이라는 개념을 이해시키는데 있어서 훌륭하게 기능하며, 방대한 분량을 자랑한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을만 하다. 또한 등불의 별을 진행하다가 막히거나 새로운 스피릿이 필요하거나 없는 스피릿을 수집하기 위한 보완책으로 일정 시간마다 스피릿 배틀이 무작위로 로테이션이 도는 스피릿 보드를 탑재한 점도 훌륭한 아이디어였다. 또한 스피릿 포인트를 이용한 육성, 시간을 이용한 육성(도장 같은), 스피릿에 2차적인 보정을 걸 수 있는 시스템(유파), 스피릿 포인트와 별개로 클래식 모드나 멀티플레이 대전을 통해 모을 수 있는 게임 내 재화인 골드로 스피릿과 게임 음악을 살 수 있는 등 게임의 싱글플레이 콘텐츠 전반이 스피릿을 기반으로 짜임세 있게 구성되어있는 모습을 보여준다.

다만, 싱글플레이 모드인 등불의 별이나 스피릿 수집을 위한 스피릿 보드 이외에 수집한는 스피릿을 본격적으로 활용하는 멀티플레이 콘텐츠가 없다는 점은 좀 아쉽긴 하다. 물론 온라인 사설 방이나 로컬 네트워크 대전에서 옵션으로 허용 시 사용할 수 있지만, 스피릿 수집 후에 사람과의 대전에서 좀 더 다양한 방식으로 사용할 수 있었다면 더 좋았을 거라는 아쉬움은 있다.





대신 스피릿의 등장으로 많은 수혜를 본 것은 아미보다:전작과 동일하게, 플레이어는 NFC 방식으로 아미보를 게임과 동기화시킬 수 있고 피규어 플레이어로써 자신의 파트너 또는 대전 상대로 함께 플레이를 할 수 있다. 그리고 대난투 얼티밋은 아미보에 스피릿의 속성을 부여하는 기믹을 추가하였다:플레이어는 스피릿을 소비하여 아미보에 다양한 속성들(공격/방어/잡기 중심, 어택커 스피릿의 스텟, 서포트 스피릿의 속성 등)을 부여할 수 있고, 실제 게임에 구현되게끔 바뀌었다. 즉, 스피릿이라는 기믹 자체를 실제 '피규어'에 연동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전 아미보의 경우에도 대전을 통해서 특정 패턴을 학습할 수 있는 기믹이 존재하였는데, 대난투 얼티밋은 금번 스피릿 조합을 아미보라는 피규어를 더욱 '살아있는 무언가'로 만드는데 성공하였다고 평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대난투 얼티밋은 게임 자체의 완성도와 함께, 스피릿이라는 아이디어와 방대함으로 게임 역사에 길이 남을 족적을 남긴 게임이라고 할 수 있다. 사쿠라이는 항상 '대난투라는 게임이 매번 나올 수 있던 상황이 기적'이라는 이야기를 하기도 하였다. 게임을 만드는데 있어서 다양한 작품들이 나오는 만큼 저작권의 문제 등 민감한 이슈들이 항상 발생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얼티밋은 그러한 불가능한 상황을 뛰어넘은 기적 같은 게임이며, 동시에 게임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한 수많은 게임들을 아이디어로 재현한 게임 역사에 케이스를 찾아보기 드문 게임이기도 하다. 물론, 사쿠라이가 이야기하였듯이 다시는 전원 참전 형태의 대난투가 나오기 어렵다. 그러나 그렇기 때문에, 게임의 역사와 우리의 가슴속에서 대난투 얼티밋은 영원히 기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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