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 만화, 영화 이야기



4편의 에반게리온 극장판들은 여러가지 의미에서 인구에 회자된 물건이라 할 수 있다. 거의 20년에 걸쳐서 펼쳐진 장대한 이야기는 마지막에 도달했을 때 끝낸 결론으로 인해서 많은 사람들을 화나게 만든 부분이 있었다. 도돌이표에서 안노가 했었던 것은 에반게리온이라고 하는 작품의 팬덤을 ‘강제로’ 성불시키는 과정이었다고 볼 수 있다. 결국은 소년의 이야기에서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을 다루는 것이 에반게리온 극장판의 핵심인데 이러한 과정이 대사에 너무 의존한 나머지 졸업에 과정에서 인물들이 납득하기 힘든 부분들이 많았다.

하지만 그런 아쉬운 점들에서 미묘한 지점들이 있다. 그것은 바로 에반게리온 극장판들의 큰 흐름들이 생각보다 짜임새가 있다는 것이다. 기나긴 기간 동안 스토리가 바뀌고 방향성이 바뀐 부분들이 있지만 서-파-Q-도돌이표 로 이어지는 흐름을 ‘에반게리온의 졸업‘이라는 측면에서 본다면 묘하게 맞아떨어지는 부분들이 많다. 서에서 스스로 무엇인가를 하면서 더 나아가고자 하는 신지의 모습, 파에서 스스로의 행복을 구하기 위해서 서드 임팩트를 일으키며, 큐에서는 자신이 한 행동에 대한 책임과 여진을 바라보며 혼란에 사로잡힌 모습, 그리고 마지막 도돌이표에서는 그러한 것들을 딛고 한 단계 성숙해지며 아버지를 긍정하는 모습까지 보이는 신지의 모습까지, 한 작품을 졸업이라는 테마로 엮어서 본다면 오히려 말이 되는 구성을 보여준다. 실제로 성장의 과정에서 있을 법한 고난과 깨달음의 과정이 작품별로 테마가 존재하고 있었고, 4작품이 아닌 하나의 작품으로만 판단한다면 논란의 여지는 있지만 괜찮은 부분들이 있었다.

극장판의 가장 큰 문제는 각 작품별로 테마가 바뀌었다는 것이 아니라 극장판이 발매된 각각의 기간이 너무나 길다는게 가장 컸다. 개봉 텀이 너무 길다보니까 사람들은 서가 에반게리온의 새로운 테마인 것으로, 그리고 파가 에반게리온의 새로운 테마인 것으로, 큐가 에반게리온의 테마인 것으로 오해를 한 것이다. 각각이 한 작품의 일부에서 과정을 담당하고 있는 것이라는 걸 사람들이 잊어버릴 정도로 긴 텀을 들여서 이야기를 전개하다 보니 이런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그리고 에반게리온 특유의 현학적인 대사와 말로만 풀어서 이야기를 진행시키려는 전개 방법도 큰 문제가 있었다. 분명 납득이 가능한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에반게리온 특유의 화법으로 풀어내게 되니 일단 이해가 안되는 부분들도 많을 뿐더러 이야기가 관객들의 기억에 남지 않는다는 부분도 많았다. 

그러나 에반게리온 극장판 4부작에서 좋게 평가할 수 있는 부분들은 에반게리온이 단순하게 맥거핀이나 설정 등을 성장의 과정을 통해서 다시 재포장 하였다는 점일 것이다. 기존 엔드 오브 에반게리온이 에반게리온의 자극적인 점들만 모아서 만들어낸 내용이었다면, 에반게리온 극장판 4부작은 성장과 졸업이라는 측면에서 ‘어른이 된다’라는 것을 어떻게 하는지를 보여주는 작품이라 할 수 있다. 특히나 도돌이표 부분의 귀농(?) 파트는 안노의 완숙미가 드러나는 부분으로 일부러 템포를 쉬어가면서 신지라는 케릭터가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성인이라면 납득가능하게 표현했다는 점이 대단히 인상적이었다.

이러한 완급의 조절은 엔드 오브 에반게리온의 자극적인 내용과 연출에서 느낄 수 없는 완숙미가 있었던 부분인데, 창작자가 나이가 듬에 따라서 생각이나 표현법이 달라지는 부분들이 있고 그런 부분들이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을 여지없이 증명한 것이었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에반게리온이 장장 15년에 가깝게 여러번 테마를 바꾸면서 관객들을 혼란으로 몰았다는 점에 있다. 어디까지가 감독이 의도한 바인지, 아니면 컨셉이 바뀐 것인지 우리는 지금에 와서 알기 힘들다. 그러나 우리가 각각의 극장판을 보았을 때는 '그 극장판이 에반게리온 극장판 4부작의 전체 테마가 된다'라고 믿을만한 합당한 근거들이 있었다. 만약 우리가 끝을 알고 있었다면, 도돌이표에 대한 사람들의 엇갈린 평가는 다소 사그라들 수 있었던 것이다.

감독이 에반게리온으로부터 관객들을 강제로 졸업시키는 것이 과연 적절한가에 대한 부분은 차치하더라도, 에반게리온에는 여러가지 문제들이 있다. 우선 액션의 규모를 키워서 연출을 큼지막하게 하려 했지만, 정작 무게감이나 연출의 강렬함이 부족하여 허공에 허우적 거리는 듯한 인상이 있는데 특히 대단원을 장식하는 도돌이 표에서는 이런 부분들이 대단히 강하게 드러난다. 어이가 없는 점은 역으로 군함이 나오는 쪽의 연출은 너무 힘이 들어가서 이것이 과연 에반게리온이 주제인 영화인지 아니면 군함이 주제인 영화인지 햇갈리는 촌극이 생기기도 한다. 또한 영화 내내 이어졌던 스토리들이나 설정들의 변화도 다소 어색함이 느껴진다.

그러나 에반게리온 극장판 4부작, 특히 마지막 도돌이표의 미덕은 에반게리온을 졸업시켰다라는 개념보다도 '에반게리온으로 대표되는 유년 시절을 긍정한다'에 가깝고 거기서 느껴지는 관록은 나름 인상적인 부분들도 있다. 특히 절대적인 타자였던 이카리 겐도를 극 중으로 끌어들인 부분은 보기에 따라서는 다소 억지스러울수도 있겠지만, 에반게리온의 이야기가 겐도, 즉 아내에게 집착한 미성숙한 어른에 대한 이야기였던 것도 감안한다면 인상적인 부분이 있다.

결국 에반게리온 극장판 4부작은 짧은 기간(4~5년)에서 이어져서 만들어지고 소비되거나, 혹은 더 나아가서 TVA 같은 형태로 제작되었다면 이정도로 논란이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오히려 너무 긴시간에 들여서 뜸을 들이고 더 나아가서 극의 톤이나 설정들이 바뀐 부분들이 있었기 때문에 이정도로 불만이 폭발한 것이다. 하지만 동시에 안노이기 때문에 에반게리온을 어떻게 끝내야 한다라는 관점과 성숙함을 추구할 수 있었다는 점은 극장판 4부작, 특히 도돌이 표의 미덕이라 할 수 있다. 기회가 된다면 짧은 텀에 몰아서 보는 것을 추천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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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 이번달은 안쉬고 글 씁니다 흑흑....

게임 이야기



처음 오큘러스 퀘스트 2(현 메타 퀘스트 2)를 구매하였을 때의 인상은 기기 자체는 완성되어 있지만, 소프트웨어가 그만큼 따라오기 힘들다 였었다. 하프라이프 알릭스와 같은 이레귤러 작품들을 제외한다면, VR 게임들의 기믹은 너무 얕고 반복적인 부분들이 많거나 혹은 게임 플레이에 집중한 나머지 VR이라는 요소를 제대로 살리지 못하는 문제들이 있었다. 이는 VR 게임이 플레이 되는 환경에 기반한다:하드웨어 조작의 특수성으로 일반적인 패드/키보드+마우스 기반의 게임 플레이와 차이가 발생할 수 밖에 없다는 점, 그리고 서서 플레이를 하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어느정도 운동을 수반하여 체력소모가 심하다는 점, VR 기기 특성상 필연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는 점 등으로 인해서 기존 콘솔 게임의 게임 플레이를 재현하지 못하고 완전히 새로운 영역에서 자신의 길을 개척하나가야 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30년 가까이 되는 게임의 역사의 혜택을 제대로 받지 못해서 걸음마의 단계를 다시 거치는 것이 VR 게임의 현상황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메타 퀘스트 3로 넘어오면서 많은 것이 바뀌었다. 정확하게는 기기가 바뀌었다기 보다는 약 2~3년 간의 소프트웨어의 트랜드들이 바뀌고 노하우가 쌓여서 바뀌었다는게 정확할 것이다. 몇몇 가지 게임들을 예로 들어보자:거대한 메카닉에 타고 권투를 하는 게임 언더독의 경우, 첫 인상은 메카닉을 타고 주먹을 휘두르는 일반적인 VR 권투 게임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전 2~3년전 vr 게임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독창적인 방법으로 이동의 문제를 해결함으로 공간을 넓게 쓰는 모습을 보여주었다:움직일 때 실제 공간에서 움직이거나 스틱을 이용해서 움직이는 것이 아닌 두 팔로 땅을 찍어서 마치 고릴라가 팔을 이용해서 움직이는 것처럼 이동을 표현하였다.

두 다리나 스틱을 이동 수단으로 쓰는 조작법은 관념적으로 직관적이지만, 실제로는 많은 한계를 갖고 있는 조작방식이었다. 우리가 실제 움직이는 공간과 게임을 하는 공간이 일치한다면 문제가 없겠지만 두 다리와 스틱을 쓰는 이동 방식은 인식되는 공간과 실제 공간 사이의 괴리 때문에 미끄러지는 듯한 움직임으로 3D 멀미를 유발하거나 제한적인 공간 때문에 한정적인 움직임을 보장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두 다리를 바닥에 접지시킨채로 두 팔만 이용한 이동 조작의 등장은 많은 것을 바꾸게 되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두 다리를 접지시킨다는 점이다.  스웜이라는 게임을 예로 들어보자. 이 게임은 플레이어가 360도 상하좌우로 날아다니면서 마치 스파이더맨처럼 파쿠르를 하며 총을 쏘는 게임인데 신기하게도 카메라를 이리저리 뒤흔드는데도 3D 멀미를 크게 유발하지 않는다. 이는 카메라 자체를 미세하게 흔들다기보다는 카메라를 움직이는 폭이 시원시원하고 크기 때문에 사람이 인식하고 멀미를 느끼지 않게끔 해준다. 

즉, 카메라와 조작에서 신체의 중요한 기준점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며, 그것이 다리가 된다는 점, 그리고 그 다리가 기준이 되기 때문에 팔이 조작의 연장이 된 것이다. 물론 이러한 조작은 어디까지나 과도기 적이다. VR 트레드밀이나 신경 조작, 더 나은 조작 방법 등이 등장하게 되면 이러한 연장 방법들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과도기의 방법이다. 그러나 VR에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고민한 방식이나 연구한 방식은 앞으로도 연구할 가치가 있는 부분이라 할 수 있다.

게임 이야기

 

* 현재 알파~베타 테스트 중인 게임으로 앞으로 많은 것이 바뀔 수 있는 점 유의 바랍니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우리가 알고 있는 많은 게임들이나 콘셉들은 이미 누군가 시도했거나 테스트의 형태로 구현해본적이 있는 것들이다. 둠이나 울펜슈타인 이전에 1인칭 슈터 게임들이 있었지만 사람들이 그 모든 것들을 기억해주지 않는다. 그것은 둠 이전의 작품들은 둠과 같은 디테일과 완성도를 갖고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중요한 것은 구현을 했다 라는 사실이 아니라 구현을 어떻게 하였는가라는 영역일 것이다. 최초라는 타이틀은 의미가 없다. 최초가 아니더라도 어떻게 잘 구현했는가가 더 중요하다. 

데드락은 벨브에서 나온 게임으로 AOS와 소위 세간에서 이야기하는 히어로 슈터를 섞어놓은 작품이다. 플레이어는 라인을 따라 움직이는 미니언들과 함께 적의 본진을 파괴하는 것이 목표다. 그 과정에서 플레이어는 상대 미니언들을 사냥하면서 레벨을 올리고 장비를 맞춰서 더 강해진다. 이러한 과정들은 이미 리그 오브 레전드나 도타 2에서 봤었던 기본적인 AOS의 흐름이고 데드락 역시 여기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심지어는 데드락이 구현하려고 하는 게임의 흐름은 이미 다른 게임들에서 구현하려고 노력한 역사가 있다. 데드락이 대단한 이유는 이런 게임이 처음이라서가 아니라 그동안 다양한 게임들이 시도했었던 것들을 얼마나 잘 만들도록 끌어올렸냐가 핵심이었다.

앞서 이야기하였듯이 데드락이 구현하려고 하는 게임의 아이디어는 다른 게임에서 많이 시도한 부분들이 있다. 국내 게임으로는 사이퍼즈 같은 게임이 있을 것이고, 해외의 게임을 사례로 든다면 파라곤이나 스마이트 같은 게임들이 있다. 이러한 게임들이 갖고 있는 특징은 3인칭 액션/슈팅 게임들을 AOS의 운영과 한 타로 대표되는 협동을 섞고자 하는 점에 있을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이러한 시도들이 항상 성공적이었다던가, 혹은 메이저한 성공을 만들어내지는 못했다는 것이다.

이미 서비스를 종료한 파라곤의 예를 들어보자. 파라곤의 가장 큰 문제는 매우 느린 호흡이었다. 플레이어는 미니언을 하나 잡기 위해서 많은 평타를 쳐야 했었고, 필연적으로 라인전이 느려지니 한 판 게임 플레이가 한 시간 가까이 걸리게 되는 문제가 발생하였다. 그러나 그 한 시간이 강렬한 경험으로 가득차있기 보다는 그저 느리고 지루한 내용으로 찾다는 것이 문제였다.

전반적으로 데드락은 슈터를 AOS에 섞는 과거의 시도를 따라하면서도, 속도가 빠르고 경쾌하게, 소위 요즘 언어로 이야기하자면 '하이퍼'한 흐름을 보여준다. 그렇기 때문에 오버워치와 같은 게임과도 비교가 많이 되는 게임이긴 한데, 본질적으로 협동해서 싸우는 전투가 여러번 일어나는 오버워치와 다르게 데드락은 AOS 처럼 라인전이라는 운영 요소를 베이스로 깔면서도 그 운영의 결과물로 나오는 레벨링이나 아이템 파밍 등을 이용해서 협동 전투를 풀어나기 때문이다. 다만 게임이 속도감을 중요시하고 플레이어들의 유기적인 협동 전투를 요구하는 점에서 오버워치와 유사한 부분들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재밌는 점은 속도감이나 공간을 쓰는 감각(맵의 높낮이 배치나 파쿠르 같은 부분들)은 분명 오버워치보다도 더 하이퍼한 부분들이 있다는 것이다.

AOS의 부분에서 본다면 데드락은, 어떻게 보면 당연하겠지만, 도타 2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볼 수 있다. 우선 미니언 파밍에 있어서 디나이 개념이 존재하고, 아이템 트리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케릭터의 잠재력이 다르게 드러나는 등 탑-미드-바텀-정글-서폿이라는 틀에 잡혀 있는 리그 오브 레전드 같은 게임과는 많은 차이가 난다. 특히 눈여겨 보아야하는 점은 디나이의 개념일 것이다: 플레이어 편 미니언이 상대에 의해서 죽었을 때, 상대가 흡수할 영혼의 절반이 허공으로 날아가는데 이걸 상대가 사격해서 획득할 수 있고, 역으로 플레이어가 사격해서 상대가 못먹게 방해할 수도 있다. 이러한 요소는 이미 도타 2에서 구현된 적이 있는데, 플레이어가 높은 숙련도를 가지고 있으면 상대가 미니언을 파밍하지 못하게하는 동시에 상대에게 돌아갈 일부 영혼을 자신이 먹는 시스템이다.

디나이 시스템의 존재는 데드락에서 다른 게임에서 찾아보기 힘든 독특한 라인전 개념을 성립시킨다. 도타 2에서 디나이는 크립의 체력과 내 공격력등을 계산해서 해야하는 행위이다 보니까 게임이 매우 어려운 테크닉이었는데, 데드락에서 디나이는 그럴 필요 없이 허공으로 올라가는 영혼만 총으로 쏘면 되다보니까 이런 부분에서는 매우 쉬워진 부분이 있다. 그러나 데드락에서 재장전은 느린편이고, 탄창을 상대 플레이어에게 배분할 지, 미니언에게 배분할 지 등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탄창을 배분한다는 느낌으로 의식적으로 디나이와 파밍을 나누는 것이 중요하다.

디나이와 파밍 시스템의 경우, 데드락 만의 새로운 시스템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이미 도타의 개념을 들고 온 것도 있고, AOS의 양식을 적극 차용하고 있으며, 이러한 사례들이 슈퍼 먼데이 나이트 컴벳 같은 게임들을 통해서 우선 구현된 것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데드락이 대단한 이유는 새로운 장르와 플레이를 개척한 것이 아니라 사소한 디테일들을 잘 다듬어서 창발적인 플레이를 장려하고 '내가 생각한대로 움직이고 운영하는 게임'을 만든 점이 가장 크다.

다양한 부분들이 있겠지만, 데드락에서 자유로운 부분은 크게 두가지 정도로 꼽을 수 있다. 첫번째는 맵과 움직임이다. 데드락이 의외로 '하이퍼'하다는 인상을 심어주고 있는데, 이는 캐릭터들의 속도감도 있긴 하지만 더블 점프, 대시, 파쿠르 등의 다양한 요소들과 이를 잘 활용하는 맵의 디자인도 큰 공헌을 하고 있다. 그 때문에 게임을 겉으로 볼 때보다 실제 할 때 느껴지는 감각이 다른데, 겉으로 볼 때는 매우 가볍지만 실제 할 때는 내가 생각한대로 자유롭게 움직인다는 점에서 매우 좋은 평가를 줄 수 있다. 그리고 맵 디자인 역시 옥상에서부터 지하까지 다양한 층위와 높낮이를 가진 맵을 만들고 플레이어가 이를 창발적으로 쓸 수 있게 만드는 등(갱킹 루트의 다양화 같은) 눈에 뚜렷하게 띄진 않아도 잘 만들어진 부분들이 많다.

두번째는 케릭터들의 역할군에 한계를 잡아두지 않고, 아이템과 활용에 따라서 다양한 포지션을 잡을 수 있게 설정한 점이다. 롤과 같은 AOS에서는 스킬 자체에 영향을 주지 않고 영향력 계수(AD, AP 같은)에만 영향을 주는 경우가 많은데, 데드락은 장비들이 계수뿐만 아니라 도타와 같이 액티브 스킬로 기능하거나 스킬의 범위, 쿨타운, 부가 효과 등에 영향을 끼치게끔 구성을 하였기 때문에 아이템을 어떻게 구성하느냐에 따라서 스킬의 운영이 완전히 달라지게 된다. 예를 들어 캘빈과 같은 케릭터는 스킬 범위, 쿨다운 등의 모든 아이템 강화를 아크틱 빔에 밀어주게 되면 6초에 한번 씩 상대를 80%까지 느려지게 만드는 광역 슬로우 요원으로 활용할 수 있다. 다만 이 경우 데미지를 어느정도 포기해야하는데 구성과 운용에 따라서는 다른 느낌으로 움직일 수 있는 케릭터들도 많을 것이다.

위에서 살펴본대로 잘 만들어지긴 했지만, 데드락은 베타 단계이기 때문에 많은 부분들이 아쉬운 부분들이 있긴 하다. 가장 큰 부분은 랜덤 픽 구성일 것이다:플레이어는 자기가 하고 싶은 케릭터를 할 수 있는게 아니고 케릭터 풀을 지정하고 게임이 무작위로 그 풀내에서 플레이어의 케릭터를 지정해준다. 이 때문에 절대로 이길 수 없는 조합이 나온다던가 하는 등의 문제가 있는데 이런 부분들은 꼭 베타 이후 해결해야할 부분이라 할 수 있다. 그 외에도 자잘한 부분들이 문제가 있긴 하지만, 전반적으로 데드락의 문제들은 '베타'이기 때문에 납득되는 부분들이 많다.

결론을 내리자면, 데드락은 오랜만에 벨브에서 만든 게임 중 가장 포텐셜이 높고 잘만들어진 게임이라 할 수 있다. 벨브는 여전히 게임을 만드는 감각이 있는 회사이기 때문에 데드락은 앞으로도 완성된 모습이 더 기대되는 게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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