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이야기

 

업데이트되는 게임이 많아지면서 테세우스의 배의 난제가 적용되는 게임들이 늘어나고 있다:테세우스의 배란 테세우스의 배를 수리하기 위해서 모든 판자를 교체하였다면, 과연 테세우스의 배는 '테세우스의 배'라 할 수 있는가? 라는 난제이다. 즉, 하나의 시스템을 구성하는 모든 요소들이 바뀌게 된다면 그것의 동일성이 과연 유지될 수 있는가? 라는 것에 대한 질문이 테세우스의 배이다. 게임에 업데이트가 적용이 되면서 게임이 양적으로 확장하는 경우는 이제 흔해졌지만, 역으로 게임의 본질을 건드리는 업데이트도 같이 늘어나면서 지금의 게임과 과거의 게임의 동질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경우들도 종종 생겨나게 되었다.

이러한 예가 크게 두가지가 있다. 첫번째는 스텔라리스이다. 스텔라리스는 게임 내의 자원체계를 변경하고, 인구 시스템이나 문명 시스템을 조정하는 등의 다양한 변화를 연단위 패치로 거대하게 적용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본인이 처음 플레이했을 때의 스텔라리스와 지금 플레이하고 있는 스텔라리스는 거의 게임이 버전 1.5나 1.7이라 부를 수 있을 정도로 본질적으로 큰 차이가 있다. 거기에 DLC까지 연결되면서 게임은 겉잡을 수 없을 정도로 크게 변모하게 되는데, DLC가 단순히 양적 확장 뿐만이 아니라 게임의 질을 바꾸는 형태이기 때문이다. 추가적으로는 이러한 질적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서 게임의 바닐라 파트도 같이 변화하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더더욱 그러하다.

두번째는 디아블로 4다. 디아블로 4는 초창기 시스템과 달리 시즌을 적용할 때마다 콘텐츠를 변화시키고 업그레이드 하면서 게임의 핵심 코어를 많은 부분 건든 것들이 있다. 가장 큰 부분들은 아이템 레벨과 레벨링, 정복자 시스템들에 대한 다양한 조정인데, 게임의 변화가 시즌마다 워낙 크다보니 게임이 원판 디아 4가 나왔을 때와 같은 구조라고 이야기 힘들정도로 많은 부분이 바뀌었다. 물론 이에 대해서 사람들이 많은 복합적인 평가와 설왕설래가 있어왔지만, 그래도 '꾸준하게 계속해서 변화하는 모습'이라는 측면에서 디아블로 4는 나름 긍정적인 측면을 갖고 있다.

이 두 게임들은 극단적으로 이야기하자면 3~4개월마다 게임의 핵심 메카니즘에 크게 손을 대면서 게임의 내용을 바꿔왔다. 모든 업데이트형 게임들이 이런 것은 아니지만, 디아블로 4와 스텔라리스 같은 게임들의 존재는 과연 게임이 업데이트로 얼마나 크게 바뀔 수 있는가에 대한 실험의 예시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재밌는 점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게임들이 디아블로 4.5, 스텔라리스 1.7 같이 불리는게 아닌 디아블로 4나 스텔라리스로 불리는데는 이유가 있다.

그것은 게임을 관통하는 핵심 경험은 게임의 업데이트를 통해서 건드리지 않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디아블로 4가 그러한 업데이트를 통해서 바뀌더라도 다크소울이나 다른 RPG 장르 작품과 비교되지 않는 것은 결국은 게임의 본질적인 부분이 바뀌지 않았기 때문이다. 스텔라리스도 그러하다. 스텔라리스가 업데이트를 통해서 양적인 팽창과 질적인 변화를 추구하였더라도, 본질적인 부분이 바뀌지 않았기 때문에 스텔라리스는 여전히 스텔라리스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중요한 점은 그것이 단순하게 장르적인 정체성이나 가족 유사성의 개념과는 사뭇 다른 '이 게임만의 정체성'에 국한되어 변화한다는 점이다. 정리하자면 디아블로 4에서 장르적인 특징인 핵앤슬래시라는 장르 하부에 디아블로 4의 정체성을 갖고 있고, 그 정체성을 구성하는 세부 시스템들이 있다면 업데이트가 건드리는 것은 이러한 세부 시스템들 뿐이라는 것이다. 즉, 정체성을 유지하기 위해서 세부 시스템을 바꾼다는 것인데, 다소 극단적인 변화에서 정체성을 건드리지 않는다는 점은 상당히 많은 점을 시사한다. 그것은 이 게임은 어떤 게임이다라는 제작자들의 확고한 철학이라 할 수 있는데, 그것이 플레이어가 어떻게 느끼든지 간에 그 범위 내에서는 다양한 변화들을 일으키면서 정체성을 유지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게임에서 업데이트로 인해 발생하는 테세우스 배의 난제는 더 정체성을 공고히 한다는 측면에서 오히려 난제가 아닌 셈이라 할 수 있다. 재밌는 점은 게임 시스템의 합 이상이자 게임 장르의 하위라는 이 게임의 정체성이라는 개념일 것인데, 어떤 게임은 이런 게임이다 라고 문장으로 정의내릴 수 있는 핵심되는 개념의 존재가 매우 중요하다 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