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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이야기

 

락스테디와 WB 게임즈의 새로운 DC 게임들이 공개되었다. 하나는 배트맨 사후의 고담 시를 지키는 배트맨 패밀리들(레드 후드, 배트걸, 로빈, 나이트윙)의 이야기를 다루고 코옵이 포함된 루팅 RPG인 고담 나이트고, 다른 하나는 4인 협동 게임인 수어사이드 스쿼드다. 락스테디가 아캄 나이트 이후 지난 몇년 동안 무수한 루머 속에서 무언가(슈퍼맨 게임, 새로운 배트맨 게임 등등)를 만들고 있었다는 루머는 있어왔지만, 4인 협동 슈터 게임을 만든다는 뉴스는 팬들이 기대하는 무언가라 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락스테디와 WB 게임즈의 새로운 게임들은 전혀 새롭지 않은 시도들이었다:거대한 세계, 반짝거리는 루팅 요소들, 레벨업, 코옵까지. 모두가 근 2~3년 동안 트리플 A 게임들이 공통적으로 가진 요소들이다. 락스테디의 게임이 새로운 것을 추구하던 회사는 아니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그렇게까지 놀랍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락스테디의 장점이 '배트맨이 된다는 경험이 무엇인가?'라는 부분에 초점을 맞춰서 기존의 게임 요소들을 퀼트처럼 조합해서 만들어내는 부분이었다는 것을 고려한다면, 이러한 요소는 기존의 요소들과 상당히 '배척'된다고 할 수 있다. 배트맨은 디아블로에 나오는 케릭터들마냥 장비와 경험을 처음부터 쌓아올리는 사람이 아니다. 락스테디는 배트맨이 되어가는 과정이 아닌, 배트맨의 관점에서 배트맨처럼 생각하고 행동하게끔 만드는 게임들을 만들어왔다. 이러한 경험은 다른 플레이어와 상호작용하는 것보다 플레이어 경험에 오롯이 초점을 맞추기 때문에 싱글플레이 형태의 게임에 방점이 찍힐 수 밖에 없다. 그런 장점과 다른 게임플레이의 게임을 만드는 점은 상당히 기대가 안된다 할 수 있다.

 

이러한 경향성은 비단 락스테디 뿐만 아니라 다른 게임 프랜차이즈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어크 시리즈 역시 오픈월드 게임에서 오픈월드+RPG+루팅 개념이 있는 게임으로 방향성을 전환하기도 했고, 루트 슈터(보더랜드 3나 데스티니나 실패했지만 앤썸이나 브레이크 포인트 같은)들이 꾸준하게 나오고 있는 것도 눈여겨 볼만하다. 중요한 점은 오픈월드라는 유행이 지나가면서 새로운 지향점으로 RPG와 루팅 개념이 등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기존 에셋(맵이나 모션 같은)을 그대로 사용하면서 새로운 요소를 확장한다는 프랜차이즈 개념에서 보았을 때, RPG나 루팅 개념은 기존 에셋에 검증된 매커니즘을 더하는 것이기 때문에 상당히 안전한 방법론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좀 더 깊게 들여다 본다면, 트리플 A 게임 프랜차이즈에서 게임 플레이를 밀도있게 구성하는 것이 힘들기 때문에 벌이는 촌극이라고도 할 수 있다. 전통적으로 스테이지를 구성하는 것은 게임 플레이를 밀도있게 구성하는 일이었다:예를 들어 젤다의 전설이나 다크소울 같은 경우, 각각의 스테이지에 나름의 개성을 깔아두고 플레이어가 그 개성을 이해하고 스테이지에 맞는 통일적인 경험을 하게끔 만들었다. 중요한 점은 전통적인 스테이지식 구성에서 게임 플레이의 흐름은 직선적이고 집중적이기 때문에 스테이지를 만드는데 제작자들의 많은 숙련도와 나름의 노하우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러한 게임 스타일은 전통적이긴 하지만, 동시에 정합성을 갖추지 못한다면 실패할 확률도 상당히 높다고 할 수 있다.

 

오픈월드의 등장은 이러한 문제를 속이기 위한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오픈월드는 거대한 세계를 일정한 규칙에 맞춰서 만들기만 하면 된다. 중요한 점은 오픈월드라는 공간과 게임 플레이가 정합성을 갖추지 않아도 오픈월드 게임은 플레이어들에게 작동한다는 인상을 준다는 것이다. 오픈월드 장르에서 중요한 것은 세계라는 공간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RPG 요소와 루팅 개념의 등장도 이 위에 얹어진 개념이라 볼 수 있다. RPG의 레벨링과 스텟, 스킬 등의 요소를 이용해서 플레이어가 무언가 자신만의 것을 만들어낸다는 느낌을 주는 쪽에 초점을 맞추기 때문에 게임 플레이의 정합성이 떨어지는 부분을 속일 수 있게 된다.

 

다시 락스테디와 WB 게임즈의 신작으로 돌아와보자:이 게임들이 아캄 시리즈에 비해서 그저 그런 게임이 될 가능성은 매우 높다. 일단 락스테디의 장점과 거리가 멀어보이는 내용이고, 루팅과 RPG 요소는 많은 시행착오를 거쳐야 하는 요소다. 최근 2~3년간의 루팅과 RPG 요소들의 대유행은 지난 5년전의 다양한 시도와 실패들에 기반하고 있다. 데스티니의 성공이 초창기 거나한 실패(판매량과 별개로)에 기반하고 있다는 점은 눈여겨 봐야할 것이다. 이번이 첫 RPG와 루터, 코옵, 슈팅이 결합된 게임들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이번작들은 들어간 노력과 별개로 그렇게 기대할만하진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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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개인적인 이야기

 

흠...뭔가 쓸거리를 찾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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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 만화, 영화 이야기

 

드라마 루시퍼는 닐 게이먼의 샌드맨에서 모티브를 얻은 작품이다. 샌드맨에서 지옥의 지배자인 루시퍼 모닝스타는 더이상 지옥을 지배하는 것을 그만두고 스스로의 날개를 잘라낸 뒤, 지상으로 기나긴 휴가를 떠나게 된다. 엄밀하게 이야기하자면 드라마 루시퍼와 닐 게이먼의 샌드맨이 서로 연관되어 있는 부분은 이 정도일 것이다:세계관도 맞닿아있지 않고, 케릭터도 새롭게 해석되어 있으며, 샌드맨과 같은 분위기를 가지고 있지 않다. 하지만 '지옥의 지배자가 지상으로 휴가를 나온다면?' 이라는 짧고 굵직한 발상에서 시작한 루시퍼는 나름의 매력을 갖고 있는 작품이라 할 수 있다.

물론 먼저 언급해둬야 하는 점은 수사물 장르로서의 루시퍼는 상당히 엉성하다는 점이다:이런 수사물들은 범죄에 얽혀있는 비밀을 인물들의 능력을 이용해 파해쳐 내려가면서 진실에 도달하는 과정이 중요한 장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루시퍼에서 범죄는 미스터리로 깊이가 있다고 할 수 없다. 각각의 범죄들에 숨겨져있는 이면이나 이를 풀어나가는 방식 자체가 상당히 거칠기 때문이다. 인물이나 단서가 여기저기 건너뛰기 떄문에 짜임새 있는 수수깨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모든 수사물의 범죄 해결법이 인물들의 능력(정통적인 추리든 초자연적인 능력이든)에 맞물려 있고, 그 능력이 인물들의 성격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것을 생각해야한다:루시퍼의 경우에 그 능력이란 '타인의 욕망을 밝히는 것'일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야기는 욕망의 흐름대로 진행되며, 그 욕망의 흐름에서 인물들이 어떻게 행동하고 루시퍼가 욕망과 인간의 삶을 이해하고 동화되어가는지의 과정이 더 중요하게 초점을 맞추어진다.

드라마 내에서 욕망이라는 요소는 매우 중요한 테마로 작용하는데, 화려한 로스 엔젤레스의 클럽이나 파티 문화, 섹스와 마약 같은 자극적인 요소들이 드라마 곳곳에 깔려있고, 그러한 요소들의 중심에는 루시퍼라는 인물이 있다. 이 드라마에서 가장 흥미로운 점은 루시퍼라는 인물을 성경이나 기독교 문화에서 등장하는 절대악의 개념으로 접근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루시퍼는 아버지에게 반기를 들고 지옥의 지배자로 추방당했지만, 인간이 행하는 모든 악은 루시퍼나 악마들이 부추긴 것이 아닌 인간 스스로가 행한 것이라는 것이 루시퍼의 핵심 전제다. 대신 드라마는 반항아이자 욕망에 충실하지만 동시에 스스로를 혐오하는 상처받은 인물로 루시퍼를 설정하였다. 

드라마의 가장 매력적인 부분은 루시퍼라는 인물을 성서가 아닌 이슈가 있는 가족에서 자라난 탕아로 묘사하고 있는 점이다. 분명 성서와 지옥이나 신화적인 세계들(창조주와 천사, 악마와 같은)을 기반으로 하고 있지만, 드라마 루시퍼는 이들이 '별개로 존재하는 규칙'에 얽메여있는 것이 아닌 '인간들과 유사한 문제들(아버지나 형제 문제 같은)'을 통해서 성서와 다양한 신화속의 이야기를 재해석한다.

그렇기 때문에 드라마의 핵심은 살인을 해결하는 것이 아닌, 루시퍼와 클로이 데커의 관계나 린다 박사와 정신과 상담 등의 변화 과정이다. 첫 시즌에서 어떻게든 자신의 마력이 통하지 않는 클로이 데커와 자기 위해서 노력하는 루시퍼가 점차 변화해서 자기 혐오와 이기적인 모습에서 벗어나고 주변 사람과 관계를 맺어나가는 과정은 매력적이다. 여기서 루시퍼 역을 맡은 톰 앨리스의 연기가 두드러지는데, 첫 시즌의 매력적인 조증 환자였던 루시퍼에서 점차 클로이 데커라는 인물에게 마음을 열고 나름 진중한 면모를 가진 인물이 되어가는 과정을 매력적으로 다루었을 뿐만 아니라, 타인의 공포를 조종하고 루시퍼에게 콤플랙스를 심하게 가진 쌍둥이인 미카엘까지 연기폭이 상당히 넓게 잘 소화하였다.

결론적으로 루시퍼는 완벽하지는 않지만, 나름의 매력을 갖고 있는 작품이라 할 수 있다. 물론 원작을 기억하고 있는 사람의 기준에서 보자면 상당히 근본없는(?) 재해석이긴 하지만, 무난하게 아무 생각없이 볼만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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