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이야기

 

둠 프랜차이즈의 부활은 상당히 놀라운 것이었다. 90년대 둠에서부터 2016년 둠에 이르기까지, 둠이 거쳐온 역사는 fps 장르가 고민하고 거쳐온 역사와 동일하다 할 수 있다. 최초의 3D FPS와 맵 구조, 스테이지를 구성하는 방식, 액션의 구조 등등은 fps가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하는데 큰 영향을 주었다. 둠 3 이후 근 10년 만에 나온 둠 2016은 fps 장르 소비자들의 원숙과 고전적인 게임 디자인의 재발굴로 흥미로운 결과를 낸 경우였다:fps 장르 소비자들은 이제 빠른 페이스와 복잡한 조작의 게임을 수행할 수 있을 정도로 실력에서 성숙하였고(예를 들면, 타이탄폴 1&2 같은 것이 실력의 성숙함을 드러낼 것이다), 둠은 90년대 둠의 속도와 아레나 구조를 재해석하여 '끊임없이 움직이며 압도적인 물량의 적을 섬멸하는' 형태로 게임에 결합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둠 2016은 분명한 성공이었고, 속편이 나오는 것 역시 분명한 부분이었다. 둠 이터널은 둠 2016의 후속작으로 4년만에 발매된 게임이다.  그리고 둠 이터널은 둠 2016의 시도들을 더욱 극단적으로 밀어붙였다. 이러한 흐름은 근래 트리플 A 게임에서 찾아보기 힘든 독특한 시도다.

둠 이터널은 둠 2016의 성공에 대한 확장의 필연적인 결과다:둠 2016은 90년대 둠에서 보여주었던 속도감과 아레나 구성을 현대적인 3차원 공간의 FPS에 직관적이고 단순한 형태로 옮겨두었다. 빠르게 아레나를 오고 가면서 적들을 죽이고, 죽인 적들로부터 체력과 탄약을 회복하는 것을 계속해서 반복하는 것이 둠 2016 게임 플레이의 핵심이었다.  그리고 둠 이터널은 둠 2016의 게임 플레이의 흐름을 복잡화 시키는데 초점을 맞추었다. 

둠 이터널의 핵심은 게임에 섬세함을 추가하는 것이다. 둠 2016은 훌륭하게 작동하는 게임이긴 하지만, 대단히 거친 게임이었다. 글로리 킬을 통해서 체력과 탄약을 동시에 수급하고, 게임이 진행될수록 탄약을 공유하는 몇몇 무기들(샷건이나 헤비 머신건 같은)은 사용을 하지 않게 되는 등의 문제가 있었다. 요컨데 둠 2016은 상당히 단순하고 직관적인 게임이다. 둠 이터널은 이러한 단순하고 직관적인 게임을 복잡함과 섬세함을 더한다. 하지만 동시에 그것이 너무 복잡하지 않게 구성을 하고자 하는 노력이 곳곳에서 보인다. 이러한 상반된 흐름(둠2016의 직관적이고 단순한 흐름+이터널의 복잡화된 시스템)은 요컨데 둠 이터널은 후속작 치고 상당히 야심차고 위험한 시도였다.

둠 이터널은 둠 2016의 격렬한 전투를 기본으로 깔아두되, 3가지 자원(아머, 탄약, 체력)을 관리하는 흐름을 추가한다:화염방사기로 적에게 불을 붙이면 아머 샤드를 떨어뜨리고, 전기톱으로는 탄약을 보충하며, 글로리킬로는 체력을 회복한다. 이는 일종의 세분화라 할 수 있는데, 행동과 자원 수급을 결합함으로써 행위를 분산시키고 플레이어가 다양한 행동을 하게끔 유도한다. 이 덕분에 게임은 몇몇 전작의 요소들을 약하게 만들었다:근접공격의 너프나 로켓런처 자체를 너프시킨게 여기에 포함된다. 결과적으로 게임은 '만능 해결책'을 제거함으로써 게임을 다양한 행동을 행하게끔 만드는데 집중한다.

그리고 적들의 공략을 세분화 시키면서 모든 무기에게 나름의 역할을 주었다:예를 들어서 샷건의 접착식 유탄 발사기는 카코데몬을 잡는데 이용하며, 헤비 머신 건의 조준 모드는 맨큐버스의 포탑을 박살내는 용도로 사용되기도 한다. 그리고 전작의 글로리 킬이 고난이도로 갈 수록 잠시 움직임을 멈춰서 적들의 표적지가 되는 문제 때문에 이용빈도가 줄어드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 글로리킬에 블러드 펀치라는 나름의 이점을 부여하는데 플레이어는 이를 이용해서 헤비 악마를 상대한다.

플랫포밍에 대한 요소도 변경점이 생겼다:게임은 대쉬나 철봉을 추가함으로써 기동성을 대폭 증대하였다. 이 덕분에 벽 난간을 짚고 오르는 수준을 넘어서서 둠 이터널은 게임의 스테이지를 다체롭게 구성한다. 전작에 비해서 스테이지의 크기도 넓어졌고, 수직적인 높이도 더 깊게 추가되었다. 

둠 이터널의 늘어난 선택지와 극단적인 능동성은 UI와 UX를 한계까지 밀어붙인다. 둠 이터널의 UI는 위에서 언급한 요소를 모두 추가하여 대단히 복잡한 모습을 보여주는데, 실제 4K 모니터에서 조차 모든 정보를 제대로 파악하기 힘들 정도로 복잡하게 보인다. 만약 스위치로 이식되었을 때 이러한 게임이 제대로 작동될지 걱정이 될 정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단은' 둠 이터널의 UI는 익숙해지면 모든 정보를 제대로 전달하는 것처럼 보이긴 한다. 하지만 처음 이 게임을 접하거나 FPS를 접하는 사람들에게 둠 이터널은 대단히 어렵게 느껴질 만한 부분들이 많다.

전반적으로 둠 이터널은 새롭게 추가된 요소들이 대단히 잘 작동되는 편이다:플레이어는 전장을 돌아다니면서 바쁘게 적들에게 불을 붙이고 아머를 회복하고, 글로리 킬로 사지를 찢어서 체력을 회복하며, 전기톱으로 탄약을 보충한다. 그리고 적들에 맞춰서 무기를 바꾸면서 적들을 잡아야 한다. 이러한 과정들이 둠 2016의 기본 기조를 유지하기는 하되, 게임을 섬세하고 복잡하게 만들었다. 게임은 전작에 비해서 도전적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흠잡을만한 요소들이 없는 것은 아니다. 상기하였듯이 게임 자체가 복잡해진 만큼 입문의 난이도가 올라간 부분들도 있고, 새로 도입된 요소들 중에서 잘 작동하지 않는 부분도 있다. 대표적인 것이 머라우더다:원 기획 의도는 게임에 변칙적인 흐름을 부여하는 것이 목표였을 것이다. 모든 공격을 가드하고, 정확한 순간에 총으로 패링하여 데미지를 입히는 적이란 개념은 상당히 흥미롭다. 하지만 실제 게임에서는 그렇게 강력한 인상을 주지는 못한다. 머라우더가 적에 섞여 나오면 플레이어의 무빙에 묻혀서 화력 집중 우선순위가 떨어지는 적이 되고, 1대1 상황이 되면 패링 타이밍에 맞춰서 처리하기 때문에 기존의 플레이 경험과 동떨어진 느낌을 주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머라우더는 '게임의 난이도를 적절히 올리는 요소'가 '1대1 상황이 될때까지 뒤로 미루게 되는 귀찮은 존재' 가 된다. 그 외에도 몇몇 무기들이 디자인만큼 잘 작동하지 않는 점(예를 들어서 플라즈마 라이플의 극 초단파 모드 같은)

스토리 측면에서 둠 이터널은 장엄해졌다. 이제 인류의 존망은 전 우주의 존망으로 이어졌고, 둠 슬레이어도 전체 프랜차이즈를 궤뚫는 역을 맡게 되었다. 다만 둠 2016이나 둠 1 같은 단순하지만 키치한 매력은 다소 사라진 점은 아쉽다고 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둠 이터널은 전작에 대비해서 많은 부분 야심차게 뜯어고치고 훌륭하게 작동하긴 하지만, 100% 완벽한 게임이라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섬세해진 만큼 재밌어진 게임이며 구매하고 도전할만한 가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