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이야기

 

* 클라우드 게이밍과 관련된 글은 다음 글을 참조해주시길 바랍니다.(링크)

 

새로운 콘솔 발매가 다음주로 다가오고 있다. 코로나로 인한 게임 산업과 소비 시장이 크나큰 지각 변동을 맞이하고 있지만, PS5와 엑스박스 시리즈의 발매는 별다른 문제없이 진행중이다. 흥미로운 점은 저번 세대에 PS4가 엑박 원에 비해서 선전한 것에 반해, 엑스박스 진영이 이번 세대에 상대적으로 선전하는 것으로 보여진다. 하지만 PS4의 선전이 엑스박스 진영에 비해서 '보수적인 선택들'(게임에 집중한다던가, 게임에 기반한 서비스를 중시한다던가 등의)에 기반하고 있었다면, 흥미롭게도 PS5의 상대적인 실패는 역으로 '보수적인 선택들'을 했기 때문으로 보여진다. 그에 반해서 엑스박스와 마이크로소프트 쪽은 게임패스와 엑스클라우드, 강력한 하위호환 지원, 베데즈다 인수 등의 공세적인 전략을 취하면서 좋은 이미지를 심어주고 있다.

 

차세대에 대해 엑박과 플스 브랜드의 인상이 크게 갈린 부분은 '하위 호환'에 대한 부분이 클 것이다. 콘솔의 하위호환 이슈는 소비자들 사이에 잠재적으로 갖고 있었던 불만이었다:PS3와 PS4의 케이스를 보자면, PS3의 경우에는 한정 모델만이 PS2 게임 하위 호환을 지원하였고 PS4의 경우에는 PS2나 PS3의 라이브러리를 완전히 지원하지 않았고, 전세대 게임에 대해서 리마스터링 게임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나아갔다. 사실 이러한 하위호환에 대한 소니의 미지원 정책은 그렇게 놀랍지 않다:세대 교체가 일어날 때, 새로운 세대의 콘솔이 전 세대의 콘솔을 나오자 마자 곧바로 죽여버리진 못한다. 항상 두 세대가 함께 공존하는 과도기가 존재하고, 새로운 세대 콘솔의 경우 가격 장벽과 얼마 안되는 게임들 때문에 상대적으로 전 세대가 '유리한' 위치를 점하기도 한다. 전 세대 콘솔을 완벽하게 죽일 수 있는게 아니라면, 하위호환은 생각외로 '수지맞는 장사'는 아닌 셈이다. 콘솔 시장의 역사에 기대어 보았을 때, 하위호환이 약 두세대에 걸쳐서 '찬밥 대우'를 받은 사실은 그리 놀라운 부분이 아니었다.

 

 

 

그러나 플스와 소니의 선택지와 달리, 마소는 전세대부터 전세대 게임 하위호환에 관심을 갖고 있었다:엑스박스 원 때부터, 엑스박스 360 게임에 대한 하위호환을 지원했었으며, 차세대인 엑스박스 시리즈 엑스의 경우에는 '완벽하게' 모든 게임에 대해서 하위호환을 장담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심지어 엑스박스 시리즈 엑스의 하위호환은 단순히 작동하는 것을 넘어서, 4K 업스케일링과 60 프레임 보정까지 걸어버렸다. 머신러닝을 이용하여 기존 텍스처를 보간하는 방식을 사용하는 것인데, 이러한 방식은 영상업계에서 머신러닝을 이용하는 방법이다. 단순히 엑스박스 시리즈 엑스 때 갑자기 튀어나온 것이 아닌, 마소가 그만큼 준비한 부분이다.

 

하위호환을 전폭적으로 지원하는 점은 플스나 엑스박스 브랜드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독특한 케이스다. 콘솔과 콘솔 사이 교체되는 과도기가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전세대보다 차세대를 전폭적으로 지원해주겠다는 제스처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제스처는 정곡을 찌르는 부분이 있다:차세대로 넘어갈 때, 차세대의 성능을 100% 살리는 독점작은 차세대 콘솔이 등장하고 1년이 넘어야 겨우 나올까 말까한 수준이다. 기본적으로 트리플 A 게임에 들어가는 리소스가 많아지고, 개발 기간이 늘어남에 따라서 콘솔 스펙을 최대한 살리는 게임은 등장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게임 브랜드 내에 전세대 콘솔 게임들이 차세대 콘솔에서 완벽하게 하위호환한다면, 소비자들이 다음 세대 콘솔로 넘어오는 적극적인 동인을 제공해줄 수 있다.

 

그렇다면 마소는 어째서 차세대 콘솔로 사람들이 넘어오기를 바라는 것일까? 엑스박스와 마소가 이번 세대에 전위적인 정책을 밀어붙이는 것은 모두 다 '게임 패스'라는 구독형 모델을 위한 밑밥을 깔기 위한 것이다. 예를 들어서 엑스클라우드를 보자:클라우드 게이밍은 전적으로 기존 콘솔을 완벽하게 대체하지 못한다(이전의 글을 참조 하라 - 링크) 그러나 확실한 것은 콘솔이나 PC가 채워줄 수 없는 부분을 게임패스는 '채워줄 수 있다':클라우드 게이밍으로 PC나 콘솔 모니터/TV가 아니라 누워서 폰으로 언제 어디서나 접속할 수 있고, 역으로 이때 했던 게임을 다시 큰 화면으로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연속성을 제공하는 것이다. 또한 스마트폰만 갖고 있는 사람들에게 콘솔 게임을 입문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시장을 확장시키는 역할을 할 수도 있다.

 

이러한 구독형 게임 모델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플레이할 수 있는 게임의 숫자'를 확보하는 것이다. 전세대 게임을 엑스박스 시리즈 엑스 콘솔에서 완벽하게 돌릴 수 있다면, 게임 패스로 더 많은 게임들을 끌어들이는 것이 어렵지 않을 것이다. 또한 게임 제작자들에게는 지속적인 수익을, 구매자들에게는 적은 비용에 많은 게임을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양측 모두에게 매력적인 제안을 제공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차세대 엑스박스 브랜드는 상당히 흥미로운 콘솔 프랜차이즈다. 콘솔 게임을 콘솔이라는 경계에 묶지 않고, 다양한 환경에서 게임을 돌릴 수 있게끔 경계를 확장하는 작업이라 할 수 있다. 물론 소니의 플스 프랜차이즈보다 질적으로 뛰어난 게임 풀을 지니지 못한다면 이러한 시도가 의미가 없을 수 있다. 하지만 마소의 이러한 실험이 장기적으로 새로운 게임 환경을 만드는데 큰 영향을 줄 것이다. 그리고 이런 점에서 이번 세대는 엑스박스가 어떠한 움직임을 보여주는가가 초유의 관심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