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이야기

 

파 크라이 6가 2021년 2월 발매 예정으로 공개되었다. 이번 6편은 가상의 열대 국가를 배경으로 독재자 악역과 대립하는 이야기를 다룰 것이라 한다. 6편의 설정은 사실 놀랍지도 않고, 새롭지도 않은 설정이고 발상이다. 이미 4편의 구도(독재자 페이건 민과 저항 세력들을 둘러싼 갈등)에서도 직접적으로 써먹은 부분이고, 2편(아프리카)과 3편(태평양의 섬들) 모두 직접적으로 열대 지방을 다룬 적이 있었다. 

 

오히려 이렇게 이전 작품들을 상기하게 만드는 구조가 파 크라이 6의 특이점이라 할 수 있다:파 크라이 시리즈는 의식적으로 시리즈의 숫자가 바뀔 때마다 계속해서 배경과 테마를 바꿔왔다. 그 속에는 게임 자체가 '바뀌지 않는다'라는 근본적인 결함(?)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파 크라이 시리즈는 처음 크라이텍에서 만들어졌지만, 유비가 프랜차이즈를 인수하고 2편을 만들면서 우리가 아는 '파 크라이'가 초기 형태를 갖추기 시작했다. 이 당시의 파 크라이 2는 지금의 파 크라이 시리즈(3편 이후)와 비교하여 보았을 때 실험적인 특징들을 많이 갖춘 게임이었고(총기 자체도 소모품이었다던가 등), 몇몇 부분은 지금의 파 크라이 시리즈보다도 좋은 평가를 받기도 한다.

 

본격적으로 파 크라이 시리즈가 대중화 된 파 크라이 3부터였을 것이다. 가장 두드러지는 변화점으로는 1편과 2편에서 찾아볼 수 없는 활이라는 무기 체계가 등장한 것이었다. 이 활이라는 무기는 파 크라이 3의 특징들을 단적으로 보여준다:무성무기에 머리를 맞추면 적을 한방에 보낼 수 있어서 초반에서 중후반까지 요긴하게 사용할 수 있지만 곡사 무기이기 때문에 항상 적과 플레이어의 거리를 계산해야했었다. 때문에 게임은 플레이어에게 지속적으로 맵과 공간에 대해서 인지하고 행동하게끔 만들었다. 또한 적 초소 공략 같은 경우 정교한 스테이지는 아니었지만 플레이어와 적을 다양한 축적의 공간에 배치하여 다양한 가능성을 만들었다:플레이어는 원거리에서 탐색하고 저격하며 상대를 제압할 것인지, 아니면 적의 사각에 숨으면서 근접해서 한 놈씩 죽일 것인지, 그것도 아니면 일반적인 아레나 스테이지를 풀어나가듯이 정면 돌파할 것인지를 선택할 수 있었다. 

 

그러나 문제는 파 크라이 3의 구조(다양한 축적과 플레이 방법을 지닌 오픈월드 스테이지의 구조)가 콘탠츠와 시스템의 확장 측면에 있어서 대단히 어려운 구조였다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파 크라이 시리즈, 아니 FPS의 전제는 총기라는 도구를 전제로 한다. 그리고 현실에서 총기의 사거리가 최소 몇백 미터 단위라는 점이 게임에 적용되기 시작하면서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한다. 현실을 기준으로 생각할 때, 플레이어는 시야만 확보된다면 몇백미터 바깥에 깨알 같이 보이는 상대방을 저격총이나 소총으로 하나씩 처리할 수 있고(물론 탄도와 낙차도 고려해야 하지만), 이쪽은 시간이 걸리지만 더 안전하고 확실한 방법이다. 그리고 이러한 방법은 상대가 시야에 나올 때까지 포지션을 고수해야한다는 점에서 수동적이고, 시간이 오래걸린다는 점에서 재미가 없는 방법이다. 

 

총기의 전능함 문제가 두드러진 오픈월드 게임의 예시는 다른 게임이지만 파 크라이 시리즈의 영향을 받은 먼 친척인 브레이크 포인트다. 브레이크 포인트는 근접해서 적과 싸우는 것이 상당히 리스크가 크고, 체력 회복 등에 여러 제약 조건이 있기 때문에 난전으로 문제를 풀어나가기 힘들다. 그렇기 때문에 대부분은 드론으로 최대한 태깅을 한 후, 무성 저격 소총 등을 이용해 적을 하나씩 제거한 뒤, 도저히 처치 불가능한 적들은 직접 돌입해서 처리하는 방식을 취하게 된다. 이 과정은 가장 확실하지만 지루한 방법이고, 무언가 플레이어의 능동적인 판단과 전략, 순발력이 들어가기 보다는 단순한 노동+실수하면 다시 처음부터 시작해야하는 불편함의 결합이었다.

 

파 크라이 3는 이러한 문제를 다소 단순하게 풀어내는데, 1)초중반 무성 무기 자체를 활만 준다, 2)소음기 단 저격총을 쉽게 주지 않는다 3)업그레이드를 하지 않으면 최대 소지 탄약수가 제한된다 였었다. 이를 통해서 플레이어가 능동적으로 근-중거리 무기(활과 권총, SMG, 최악의 경우에 쓸 수 있는 돌격소총 까지)를 선택하고, 다양한 상황을 고려하고 게임에 유연하게 대처하도록 만들었다. 하지만 적을 헤드샷 한 방에 보낼 수 있는 소음기 단 저격총이 등장하면서, 이러한 게임의 노력이 무색해질정도로 게임이 쉬워지기 시작한다:시야가 확보된다는 전제 하에서 모든 적들을 저격총 하나로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파 크라이 3 이후의 문제는 이러한 만병지왕 총에 대해 게임 매카니즘 상 그 어떠한 제제도 가하지 않고 오히려 '더 강화하는' 모습을 보여줬다는 것이다. 저격소총 뿐만 아니라 돌격소총에 소음기를 달 수 있게 해서 잠입에 유리하게 만들지 않나(4편 이후), 들고 다니는 탄환의 양이 점차 증가한다든가, 휴대용 유탄발사기가 권총 카테고리로 들어온다든가, 투사할 수 있는 화력이 늘어나는 등(4편에서 경기관총이 좋아지는 점 등)이 그러했다. 심지어는 5편은 굳이 활 같은 무기를 사용할 필요 없어지기까지 하였다.

 

그러나 게임은 파 크라이 3의 활이라는 기믹을 포기하지 않았다. 여전히 활이라는 병기가 갖는 매력이 있다고 생각한 것인지, 파 크라이 3 이후 활은 개근하였을 뿐만 아니라 활의 기믹을 이어받는 다양한 무기들이 추가되었다. 4편에서는 반자동 석궁이, 5편에서는 새총이 등장하였다. 그러나 파 크라이 3편에서 처음 보여주었던 충격이나 게임 플레이에 유화된 모습은 3편 이후 찾아볼 수 없었다.

 

파 크라이 3 이후의 파 크라이 시리즈는 3가 갖고 있는 가능성과 한계가 이미 3편에서 끝나버렸는데도 계속해서 그 원칙을 고수하는데 있다. 여전히 게임은 다양한 축적(전초기지를 공략하는데 원거리에서 저격을 하거나 근거리 암살로 풀어나가는 등)을 플레이어에게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그러한 스테이지의 축적 구조 자체가 본질적으로는 3편에 머무르고 있다는 점이고, 게임은 총기를 이용한 게임 플레이를 강화하는 방향을 선택하여 그러한 축적을 '무화'시키는 방향을 고수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파 크라이 3가 잘 만들어진 틀이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지만, 10년 가까이 콘탠츠를 구성하는 구조(전초기지 해금 같은)만 고쳤을 뿐이다. 어크 시리즈가 위처와 같은 RPG를 밴치마킹하면서 어크의 정체성을 유지하며 다른 장르의 영역으로 성공적으로 이동하였던 것을 생각하면 파 크라이 6편, 더 나아가 시리즈 자체에 필요한 것은 3편이라는 모델을 포기하는 '용기'가 아닐까 조심스럽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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