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이야기


*블랙 아웃 리뷰 및 블옵 4가 갖는 의미에 대한 글은 별도로 뺍니다.


콜 오브 듀티 모던 워페어의 등장 이후로, 콜옵에 있어서 멀티플레이는 핵심적인 요소로 자리잡았다:빠른 페이스의 전투와 자동회복, 킬스트릭 등등은 시리즈 멀티플레이 뿐만 아니라 여타 게임에도 많은 영향을 끼쳤다. 하지만 시리즈가 오래되면서, 콜 오브 듀티 시리즈는 팬들의 상충된 요구에 부딪힐 수 밖에 없었다:하나는 새로운 것을 보여달라는 요구, 또다른 하나는 그러면서도 여전히 콜 오브 듀티였으면 한다는 요구였다. 특히나 매년 발매되는 게임인 만큼 프랜차이즈가 짊어지는 부담은 매우 컸었고, 때로는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서 실패히가도 했었다(고스트, 인피닛 워페어) 하지만, 지난 10년 동안 망한 프랜차이즈들의 리스트를 복기하여본다면, 콜 오브 듀티는 매우 잘 버티는 편이라 할 수 있다.


블랙옵스 4는 여지껏 프랜차이즈가 시도해본적이 없었던 담대한 시도를 행한다. 월드 앳 워 이후로 싱글플레이와 경쟁 멀티플레이, 코옵 모드(스펙 옵스나 여러가지가 있었지만, 대체로는 좀비모드였다)라는 콜옵 시리즈 전통의 구성 요소를 탈피하여 싱글플레이를 버리고 여기에 PUBG 등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배틀로얄 모드를 삽입한 것이었다. 물론 싱글플레이의 부재에 대해서 팬들은 부정적으로 반응할 수 밖에 없었다:싱글플레이를 클리어하는 사람들의 숫자가 아무리 적다 하더라도, 모던 워페어 이후로 콜옵 프랜차이즈가 오랫동안 새워놓은 정체성을 무너뜨리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블옵 4의 런칭 실적과 흥행은 이러한 트레이아크의 무모한 도전이 근거없는 것만은 아니었음을 증명하였다. 그리고 동시에 이제 더이상 모던워페어 식의 멀티플레이의 틀에서 탈피하는 새로운 콜옵의 세대로 이행하는 게임이기도 하다.


콜옵 시리즈의 멀티플레이는 기본 개념을 유지하면서 약간의 게임 플레이 요소들을 손을 보는 형태 였었다. 이러한 공식이 유지되지 않았던 것은 어드벤스드 워페어가 거의 처음이었을 것이다:엑소 수츠의 과격한 움직임과 점프/부스터의 개념은 콜 오브 듀티식 데스매치가 아닌 공중전과 아머드 코어를 연상케하는 부분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외의 콜옵 게임들은 다양한 변화점에도 불구하고 '콜옵'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게임이었다:벽타고 달리기 개념을 넣은 블옵 3의 경우, 첫인상은 파쿠르 요소를 적극적으로 도입하여 입체적인 사격과 전투를 강조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벽타고 달리기 속도가 느린 점 등의 제약조건으로 입체적인 기동보다 '기존 맵에 새로운 루트를 추가하는 방식'으로 게임을 확장시켰다. 콜옵 신작들은 매번 무언가 새로운 것들을 추가하였지만, 프랜차이즈의 경계(빠르게 치고 받는 데스매치, 퍽/부착물 시스템, 킬스트릭)에 게임을 안착시키는데 집중하였다.




하지만 이번 블옵 4는 다르다. 오히려, 어떤 의미에서는 어드벤스드 워페어의 과격한 비틀기를 넘어서 '근본적으로 게임 플레이의 공식을 뒤바꿨다'라는 평가를 내려도 될 정도로 본질적인 부분에서 변화가 발생하였다. 이러한 요소들은 크게 체력 및 회복 시스템의 변화, 점수 시스템의 변경, 스코어스트릭 및 능력/장비 시스템의 재편이라는 3가지 측면에서의 변화가 발생하였다.


첫번째는 체력 회복 시스템의 변화다:기존 콜옵 시리즈에서 체력은 시간이 지나면 자연 회복되는 구조를 지니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플레이어는 멀티플레이 중에 피해를 입으면 엄폐를 하고 숨을 고르면서 체력이 회복되기까지를 기다려야 했었다. 하지만 이번 블랙옵스 4에서는 체력을 수동으로 회복하게끔 만들었다:플레이어는 L1 버튼(PS4 기준)을 눌러서 수동으로 주사를 놓아서 체력을 회복해야 한다. 또한 한번 주사를 놓은 뒤에는 회복 주사가 재충전되기까지 시간이 걸리게 됨으로 신중하게 회복을 결정할 필요가 있다. 또한 기본 체력이 100이었던 콜옵과 달리 체력을 150으로 늘려줌으로써 TTK(Time to Kill, 사살까지 걸리는 시간)도 함께 늘어났다.


체력을 수동으로 회복하는 부분과 체력이 늘어난 부분은 콜옵 게임 플레이에 많은 변화를 준 부분이다. 우선 플레이어는 교전 후에 체력을 수동으로 회복해야하는 '리스크'를 져야만 한다. 플레이어가 주사를 놓는 순간에는 총을 쏘거나 하는 등의 행동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한 플레이어가 체력 회복 탬포를 조절해야하기 때문에 언제 어디서 어떻게 회복할 것인지에 대한 판단을 플레이어가 내려줘야만 한다. 전작들에 비해서 플레이어가 능동적으로 위험을 감수하고 판단해야 하는 요소를 추가한 것이다. 그리고 동시에 전투를 진행할 때, 팀단위로 뭉쳐서 다니는 것이 중요해졌다:상대의 체력이 늘어났기 때문에 화력을 집중시킬 필요도 있고, 더 나아가서 자신이 피해를 입었을 경우, 체력을 회복하기 위해서 엄호해줄 팀원의 존재는 더욱 중요해졌다.


두번째는 점수 시스템의 변경이다. 다양한 변경점이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변화는 어시스트를 킬과 동일한 점수를 주는 것으로 변경한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변경 점은 프랜차이즈의 큰 흐름을 거스르는 부분이다. 상대를 죽여서 전장을 제압하는 강력한 장비를 부르는 킬스트릭 시스템은 모던 워페어 이후 콜 오브 듀티 프랜차이즈의 멀티플레이를 대표하는 시스템이었다. 하지만 킬스트릭 덕분에 팀 데스매치 이외의 다양한 모드들(깃발 뺏기나 지역 점령 등)에서 조차도 게임 모드의 본래 목적보다 킬스트릭을 부르는게 더 중요해지는 모순된 상황이 자주 발생하기도 하였다. 이를 위해 도입된 스코어 스트릭 개념은 다양한 게임 모드의 목적에 맞는 행동들(지역 점령, 군번줄 회수 등등)을 했을 때 부여되는 점수로 장비를 부르는 방식이 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상대를 죽였을 때 얻는 스코어가 가장 안정적이라는 측면에서 스코어 스트릭은 킬스트릭의 큰 흐름을 거스르지는 못했다.


이 때문에 콜옵 멀티플레이는 스코어 스트릭 시스템을 따르든 킬스트릭 시스템을 따르든 결국은 모든 멀티플레이 모드에서 목적을 수행하는 것보다 상대를 데미지를 입혀서 마무리를 가하는게 더 중요해지는 흐름을 보여주었다. 즉, 기존 콜옵 시리즈는 협업해서 상대를 제압하는 것이 아닌 나 개인이 얼마나 상대를 압도하고 킬스트릭을 챙기는 것이 중요한 게임이었던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콜옵 멀티플레이가 오랫동안 다양한 게임 플레이 모드를 지원했음에도 불구하고 팀 데스매치 모드의 인구수가 가장 많았던 건 이 때문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블옵 4는 킬스트릭과 게임플레이의 근간을 뒤집어버린다:이제 플레이어는 상대에게 데미지를 입히고 마무리를 짓지 않아도, 팀원과 함께 동일한 스코어를 획득한다. 과거에는 어시스트 판정으로 1/2 차감되어서 스코어가 들어오던 것이 이제는 킬로 인정된다. 물론 플레이어가 복귀 메달(3번 연속 죽은 뒤, 적을 죽여서 마무리지었을 때 주어지는 메달) 등을 통해서 보았을 때, 완전히 상대를 마무리 지은 경우와 이렇게 어시스트로 킬이 인정되는 경우를 게임은 구분하기는 한다. 하지만 모던 워페어 1편 이후 근 10년 이상 '킬=상대를 마무리 지었을 때 인정되는 것'이라는 시리즈의 핵심 공식을 블옵 4는 뒤집은 것이다. 또한 게임 모드와 상황에 따라서 점수를 매기는 방식을 더 세부적으로 잘게 쪼개고, 모드의 목표에 맞는 게임 플레이를 유도하는 등 블옵 4는 이전작에 비해서 더 잘게 게임 플레이 점수 시스템을 쪼개고 죽이는 것 이외에(물론 죽이는 것 역시 매우 중요하지만) 플레이어가 목적에 맞는 행위를 하게끔 유도한다.


마지막으로 스코어스트릭 및 능력/장비 시스템의 개편이다. 블옵 4는 블옵 3의 스페셜리스트 개념을 계승 발전시킨다:스페셜리스트들은 시간에 따라 사용할 수 있는 자신만의 장비들이 있으며, 킬스트릭과 달리 일정한 시간이 흘렀을 때 무조건 사용을 보장해주는 기믹을 지니고 있었다. 즉, 블옵 3에서 스페셜리스트의 존재는 '킬스트릭 외에도 전장을 지배할 수 있는 강력한 무기'를 플레이어에게 보장해줌으로써 킬스트릭에 매몰되어 게임이 일방향적으로 흐르지 않게하는 안전장치이자 플레이어에게 게임을 지배할 수 있는 또다른 수단을 준 것이다.  하지만 블옵 3는 스페셜리스트의 능력의 선을 분명하게 그어두었다:스페셜리스트 능력은  프로펫의 템페스트나 리퍼의 사이드 같이 플레이어가 직접 조작하는 무기의 형태로 구현됨으로써 킬스트릭의 하위호환이자 플레이어가 능숙하게 조작하였을 때 최고의 효과를 발휘할 수 있게끔 설계되었다.


하지만 블옵 4의 스페셜리스트 능력은 블옵 3와 유사하긴 하지만, 완전히 다른 양태를 보여준다:우선, 장비와 능력 중 하나만 선택할 수 있었던 블옵 3와 달리 블옵 4는 기본적으로 고유 무기와 고유 장비 양쪽을 모두 사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블옵 4의 스페셜리스트 에이젝스의 경우 9연발 섬광탄을 고유 장비로, 방탄 방패와 연발 권총을 고유 무기로 사용한다. 고유 장비의 경우, 고유 무기에 비해서 더 빠르게 재충전되고 자주 사용할 수 있으며 무엇보다도 이전작들의 수류탄이나 전술 장비를 넘어서는 무지막지한 화력을 보여준다. 하지만 고유 장비보다 한술 더 뜨는 것은 고유 무기일 것이다:에이젝스의 방탄 방패와 연발 권총은 모던 워페어 3에서 나온 저거너트 리콘과 비교될 정도로 강력한 탱킹 능력을 보여준다. 하지만 10여 킬 이상의 킬스트릭을 쌓아야 얻을 수 있는 저거너트 리콘과 달리 에이젝스의 방탄 방패는 시간만 지나면 자연스럽게 얻을 수 있다. 블옵 4의 고유 무기는 킬스트릭에 필적할 정도로 강력하며, 심지어 몇몇 고유 무기(에이젝스의 방탄 방패나 노마드의 군견 소환 등등)는 이전작들의 킬스트릭에서 편입되기도 하였다. 


또한 장비 시스템도 일신되었다. 블옵 4에서는 1회 한정으로 탄환에 의한 피해를 경감시키는 방탄 갑옷이나, 고유 장비를 더 빠르게 사용할 수 있는 장비나 체력회복 주사를 더 빠른 텀으로 사용할 수 있는 스팀팩 장비 등등 이전작에서 볼 수 없는 독특한 장비들도 등장하였다. 또한 공용 부착물을 무기 레벨에 따라 해금해서 싸우던 전작들과 달리, 이제 무기는 각자 고유의 부착물 테크트리를 지니며 더 나아가서 무기의 운영 방식을 다르게 설정할 수 있는 오퍼레이터 모드를 설정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블옵 4의 장비 시스템의 변화는 기존 시리즈의 퍽과 장비 시스템의 원칙을 깨부수는 것이다:기존 콜옵 멀티플레이의 퍽과 장비 시스템의 대원칙은 플레이어가 가하는 데미지의 총량이나 받아내는 데미지의 총량 등에 영향을 크게 주지 않았다. 하지만 플레이어는 제한적이지만 추가 체력을 가질 수도 있고, 무기에 따라서는 가슴 위로 데미지를 더 줄 수 있는 추가 대구경 부착물을 부착할 수 있는 등 기존 장비 시스템에서는 미쳐 상상하지 못한 요소들이 추가가 된 것이다.


종합하여 본다면, 블옵 4의 변화점은 전반적으로 이전작들의 개인 플레이보다도 뭉쳐서 함께 협력하는 팀플레이와 게임 모드에 맞게 행동하는 플레이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물론 게임의 핵심적인 기조(빠른 페이스의 전투, 킬스트릭, 퍽과 장비의 커스터마이즈 등)는 여전하나, 플레이어가 팀을 의식하고 뭉쳐서 다니면서 서로 시너지를 내게끔 하며, 맵 리딩을 더 철저하게 하는 등의 협업이 중요한 요소로 부각된 것이다. 이전의 콜옵들의 변화가 어떻게든 콜옵의 게임 플레이 내에서 최대한 뒤틀어보는 방향이었다면, 블옵 4는 콜옵 프랜차이즈를 벗어나서 여타 다른 무언가를 받아들인 게임이다:실제 블옵4가 개발될 당시, 오버워치 등의 협동 게임을 너무 의식하고 만들어진 나머지 콜옵 스럽지 않아서 내부적으로 논란이 있었다는 루머가 있었다. 이 루머가 사실이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실제 만들어진 블옵4는 콜옵을 받아들이기 보다는 콜옵의 유전자에 다른 무언가를 뒤섞은 혼종에 가깝다고 해야할 것이다.


하지만 블옵 4의 이러한 변화는 콜옵을 계승하는 동시에, 오히려 상대를 죽이는 자가 모든 것을 독식하는 콜옵 멀티플레이의 한계를 최대한 비껴나가보고자 하는 시도였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기존 콜옵에서는 다양한 모드가 추가되었어도 결국은 팀 데스매치나 확인 사살 모드로 귀결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블옵 4에서는 강탈 모드(리스폰 없이 현금을 확보하게 상대를 제압하는 모드)나 지역 장악(티켓을 소비하며 빠르게 공수 교대를 하면서 지역을 장악하는 모드) 등의 팀 협동을 강조하는 모드들을 대거 추가하였다. 오히려 블옵 4는 콜옵이 의례 그랬듯이 '팀 데스매치'로 회귀하는 것을 피하고, 최대한 다양한 모드들이 플레이되게끔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물론 이러한 시도의 결과가 과연 성공적일지 여부는 시간만이 알려주겠지만 말이다.


결론적으로 블랙옵스 4는 콜 오브 듀티 프랜차이즈가 새로운 시대로 들어가는 시작이라 할 수 있는 게임이다. 물론, 이 게임에 들어간 요소들은 전혀 새롭지 않다:이미 오버워치나 협동이 중요한 경쟁 멀티 게임들, 심지어는 카운터 스트라이크(강탈 모드)나 PUBG 같은 게임의 요소들을 적극적으로 차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게임은 뭔가 새로운 비전을 제공하는 게임은 아니다. 하지만 콜 오브 듀티라는 정체성을 버리지 않으면서도, 어떻게든 새로운 것들을 받아들여서 자신의 것으로 승화시키고 있는 게임이기도 하다. 블랙옵스 4의 모험은 콜 오브 듀티 프랜차이즈가 아직도 유지될 수 있는지에 대한 나름대로의 해답이라 할 수 있다. 물론 모던 워페어 1편의 혁신이나 충격을 없었지만, 여기에는 트레이아크의 노련함과 콜 오브 듀티가 무엇인지에 대한 진중한 고민, 그리고 앞으로 어디로 나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방향성이 함께 있다.




게임 이야기


*정식 리뷰 전 메모입니다.


*스위치 버전을 기반으로 쓰여졌습니다.


격투 게임이 입문 허들이 높은 이유는 여타 게임 장르에서 찾아볼 수 없는 고유 문법이 지배하고 있다는 점, 플레이어가 인지하는 것과 다르게 게임 내 메카니즘이 작동하는 점, 마지막으로 프레임 단위로 이루어지는 공방 등에서 비롯된다. 이러한 특징들로 인해서 격투 게임 장르는 화려함과 아케이드 문화를 지배했던 전성기에 대비해서 많이 쇠퇴하였다. 하지만 인터넷 방송과 온라인 대전 환경의 조성 등으로 인해서 격투게임은 나름대로의 활로를 찾았고, 게임 장르 역시도 변화하는 환경에 맞춰서 게임을 재구성하기 시작하였다:콘솔 중심으로 돌아가는 플랫폼, 시리즈 전통을 살리면서 신규유저도 끌어올 수 있는 시스템 구축 등은 이러한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한 결과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아크 시스템이 길티기어와 블레이블루 이후, 드래곤볼 파이터즈와 블레이블루 크로스 태그 배틀을 만들면서 보인 고민도 이러한 연장선상에 놓여있을 것이다. 단순화된 기본기 콤보 루트, 콘솔 환경에 맞게끔 레버 입력을 1/4 파동권 입력만 넣고 버튼 조작도 이를 염두에 두었다는 점은  그러나 블레이블루 크로스 태그 배틀이 태그 교체와 어시스트의 조합, 크로스 콤보 등을 통해 플레이어에게 너무나 많은 선택지를 주었고, 그 결과는 너무나 복잡한 게임이 되어버렸다. 반면, 태그 배틀보다 먼저나온 드래곤볼 파이터즈는 태그 배틀과 비슷한 기믹(태그 배틀, 오토 콤보와 1/4 파동권 필살기, 단순한 기본기 콤보 루트 등등)에 기반해서 만들어졌더라도 게임 자체는 태그 배틀과는 완전히 다른 무언가가 되었다.


드래곤볼 파이터즈는아크 시스템 게임 다운 속도감에 공격쪽에 유리한 게임 시스템을 쓰고 있다:상당수의 격투 게임들이 공격 시스템과 함께 방어 시스템을 함께 조화롭게 배치하였고, 능동적인 방어 기제를 던져주었다. 예를 들어 블블 태그에서는 리젝트 가드, 모탈 컴벳 시리즈에서는 콤보 브레이크, 길티기어에서는 포트리스 가드 등 방어자가 능동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시스템들이 있었다. 드볼파도 능동적인 방어 시스템이 존재하긴 하지만(가드 캔슬이나 튕겨내기), 문제는 초대시(빠른 딜레이 캐치)와 배니시 무브(공격 캔슬+역가드 유발)에서 오는 공격적 운영의 이점이 더 압도적이기 때문에 방어적 플레이는 불리하게 구성되었다는 점이다. 대신 태그 배틀 답게 주기적으로 케릭터를 교체하면서 체력을 관리하는 것이 이 게임 공방의 핵심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점 때문에 드래곤볼 파이터즈는 한 번의 공방에서 얼마나 상대 피를 효율적으로 빼는가(혹은 교체전에 최대한 피해를 주는가) 라는 콤보에 무게가 실리게 된다. 게임은 콤보의 최적화를 위해서 플레이어가 모든 시스템을 사용하게끔 만들었으며, 플레이어의 숙련도는 이 시스템과 콤보 루트를 꿰는 것으로 나뉘어진다. 물론 초보자를 위해서 편리한 오토 콤보가 존재하며, 게임은 얼마나 빠르게 입력하느냐 보다는 정확한 타이밍에 입력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할 수 있다.


정식 리뷰까지 어느정도 걸리겠지만, 블블 태그배틀보다는 즐기기 편하고 공격 중심이다 보니 상당히 속도감 있게 게임이 전개되는 점도 있다. 스위치 버전 이식도 매우 훌륭해서 가변 60프레임이긴 하지만 게임 플레이에 전혀 지장이 없을 정도라고 할 수 있다. 



게임 이야기



*이전 글을 참조해주시길 바랍니다(http://leviathan.tistory.com/1996)

스마트 토이(위키피디아에서는 Toy-to-life라는 용어를 쓴다)는 게임과 직접적으로 상호작용하는 실물 피규어 등을 지칭한다. 장난감 산업과 게임 산업을 한데 아우른다는 측면에서 본다면, 스마트 토이는 분명 매력적인 개념이며 실물과 디지털 사이의 화학작용을 일으킬 수 있는 여지도 충분히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게임 플레이어들에게 스마트 토이란, 쉽게 이야기해서 실물로 구매하는 DLC 개념이었다:플레이어는 인터넷 마켓에서 디지털 DLC를 구매하는 대신, 실물 피규어를 구매하고 별도의 장치를 통해서 연동하면 게임이 이를 인식, 콘텐츠를 해금하는 방식이었기 때문이다. 현재 가동중인 스마트 토이 라인업들인 스카이랜더스와 닌텐도의 아미보가 이런식의 상호작용 방식을 지니고 있었다.

필자는 이전에 스마트 토이가 새로운 형태의 산업이 되었을 것이라 보았다. 실제 디즈니 인피니트가 이 시장에 뛰어들 당시만 하더라도 그러한 낙관론을 펼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디즈니 인피니트는 2013년부터 2016년까지 3년간만 라인업을 운영 후, 사업을 철수하였으며 레고 디멘션즈의 경우에는 2015년부터 2017년까지 2년간 운영 후 사업에서 손을 땠다. 가장 충격적인 부분은 디즈니 인피니트의 실패일 것이다:디즈니 인피니트는 시즌 3까지 디즈니와 픽사 애니메이션, 마블, 더 나아가 스타워즈까지 투입된 그야말로 거대한 프로젝트였다. 하지만 스타워즈 게임 부분에서 배틀프론트에 비해서 적은 돈을 벌어들였다(관련 기사)라는 분석이 나오고 3개월이 지난 후 디즈니 인피니트 프로젝트는 순식간에 폐쇄당하게 되었다.(관련기사

디즈니 인피니트의 실패에는 이유는 그들이 거둔 성공이 기대치에 못미친 점이 클 것이다. 여기에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었다. 예를 들어, 수요 공급 예측의 실패와 악성재고의 발생이라던가(첫 런칭 당시에는 공급이 수요를 따라오지 못해서 고생하였더니, 2.0 런칭 후에는 공급이 수요를 압도하는 문제가 발생하였다:예를 들어 헐크의 경우, 200만개의 피규어를 제작하였는데 실제로는 100만개만 팔렸다. 즉 100만개의 '악성재고'가 발생한 것이다), 브랜드 간의 콜라보레이션의 미미했다던가, 혹은 내부적인 이슈들이 게임에 강제되는 등 잦은 악재가 있었던걸로 보여진다(관련기사) 하지만 무엇보다도 그 기저에는 디즈니 경영진도 인정하였듯이, 스마트 토이 시장의 성장세가 한풀 꺾이고, 소프트웨어 제작 이외에 실제 피규어도 제작해야하는 원가 부담이 가장 큰 원인일 것이다.(관련기사)

스마트 토이 시장이 주춤하게 된 것은 실제 스마트 토이 자체가 게임 관점에서 DLC를 번거롭게 물리적으로 구매하는 것 그 이상이 되지 못했다는 점이 클 것이다:디즈니 인피니티는 분명 엄청난 잠재력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게임을 즐기는 방법에서 혁신적이지 못하고 구태의연하였으며, 실물을 팔아야 한다는 리스크를 관리하지 못했기 때문에 실패하였던 걸로 보여진다. 

그렇기 때문에 사실상 스마토 토이 라인업 중 살아남은 건 아미보 뿐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스카이랜더스는 2016년 이후로 신작이 나오고 있지 않음으로...살아있다고 표현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흥미롭게도, 아미보 라인업은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2016년까지 3900만개의 아미보와 3000만개의 아미보 카드가 출하되었고(위키피디아), 회계년도 2017년 3월에서 2018년 3월까지 결산 시에는 약 1030만개의 아미보와 580만개의 아미보 카드가 출하되었다고 밝혔다.(관련기사) 물론 때에 따라서 아미보 라인업이 어느정도 부침을 겪은 것은 사실이지만, 적어도 다른 경쟁자들과 달리 사업 자체를 접는 것을 고려해야할 정도는 아닌 것으로 보여진다.(2017년 관련기사)

어째서 아미보는 여전히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을까. 여러가지 원인이 있을 것이다. 애시당초에 닌텐도 하드웨어(NFC를 인식할 수 있는)에서부터 소프트웨어까지 아미보를 인식하고 게임을 만든 부분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몇몇 경우 아미보라는 스마트 토이의 콘텐츠가 여타 스마트 토이 라인업보다 독특한 방법으로 콘텐츠를 즐기게끔 만들어준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예를 들어 스플래툰 2의 경우, 스플래툰 보이나 걸 아미보를 연동시키면 특전 기어를 주는 것과 함께 플레이어의 복장을 입고 함께 사진을 찍을 수 있게끔 만들어준다. 야생의 숨결에서 황혼의 공주 아미보를 연동하면, 그림자 늑대가 나와서 아이템을 찾아주거나 하는 등의 소소한 이점을 제공하기도 한다. 

아미보는 단지 콘텐츠를 양적인 방향에서 늘리는 것이 아닌, 질적인 부분들(콘텐츠를 바라보거나 즐길 수 있는 새로운 각도)을 늘려주며, 게임들을 넘어서 서로 대응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물론, 대부분의 아미보 대응 게임들은 양적인 콘텐츠를 늘려주는데 집중한다는 것도 간과할 수 없지만 말이다. 그러나 여타 스마트 토이 라인업이 하나의 게임 = 하나의 스마트 토이 라인업만 1대1로 대응되는데 비해서, 아미보는 1대다 대응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매력적인 부분도 있다:일례로 플레이어는 하나의 아미보를 파이어 엠블렘 무쌍와 대난투, 심지어는 디아블로 3 스위치 버전에도 쓸 수 있다. 적절한 조형과 가격, 닌텐도 차원에서의 전폭적 지원, 더 나아가 여러 게임에서 범용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아미보는 여타 스마트 토이가 갖지 못하는 매력을 지녔다.

하지만 닌텐도의 아미보 운영의 화룡점정은 대난투다:아미보를 통해서 대응되는 케릭터를 성장시키고, 플레이어의 분신처럼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상당히 인상적인 경험이었다. 여타 아미보 기믹들이 복장을 추가하거나, 게임 콘텐츠에 새롭지만 소소한 추가 요소를 늘려주는 방식이었다면 대난투는 '게임이 피규어를 통해서 물화된다'라는 양방향적인 교류를 보여주었다. 어떻게 본다면, 스마트 토이가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최대한으로 보여준 셈이었다.

그런 점에서 스타링크의 등장은 다소간 뜬금없고, 위험해보인다:심지어 디즈니 인피니트가 디즈니 프랜차이즈를 등에 업고도 거꾸러지는 모습을 보여주었는데, 신생 IP가 대담하게 스마트 토이 제품을 들고 시장에 도전한 것이다. 심지어 게임은 컨트롤러 위에 엄청나게 거대하고 무식해 보이는 추가 컨트롤러를 얹기까지 하였다. 누가봐도 무모한 도전이지만, 스타링크에는 나름대로 포인트들이 있다:우선, 게임 자체의 콘텐츠를 양적으로 늘려주는 방향이 아니라 질적(게임 플레이 스타일 같은)으로 늘려주는 방향을 선택했다던가, 노맨즈 스카이의 플레이 콘셉트(행성 탐험, 전투, 행성간 이동 등)를 가진 캐주얼한 오픈월드라는 점 등에서 기본적인 게임으로써의 요소를 갖추려고 했다던가 말이다. 심지어 실물 피규어 없이 DLC로 피규어 콘텐츠를 언락하게끔 한다던가 등의 방법은 스마트 토이 게임들에서 찾아볼 수 없었던 새로운 시도였다. 또한 장난감에 조립식 모듈형 기믹을 더해준 점도 상당히 독특한 부분이었다.

여기에 스타링크는 스타폭스를 콜라보레이션 하였다. 상당히 충격적인 콜라보레이션이지만, 스타링크는 스타폭스 인원들의 전용대사와 상호작용 대사, 전용 미션 등을 투입하여서 본격적인 콜라보를 구성하였다. 우습게도, 스타폭스의 존재로 인해서 스타링크의 모든 콘텐츠를 온전하게 즐길 수 있는 것은 닌텐도 스위치 버전이 되었으며 '스타폭스 프랜차이즈가 아니지만 모든 스타폭스 팬들이 원하는 그 게임'이 되어버린 측면도 있다. 그러나 스타폭스 콜라보레이션은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였다. 신생 스마트 토이 프랜차이즈가 스타폭스라는 기존 거대 프랜차이즈와 높은 시너지 효과를 내면서 주목을 끈 덕분에, 오래된 닌텐도 커뮤니티 측에서는 한번씩 스타링크를 언급하면서 기대감을 증폭시켰기 때문이다.

물론 스타링크에 대한 걱정과 기대는 반반이라 할 수 있다. 우선 스마트 토이를 연동시키는 방법이 겉보기에도 대단히 거추장스러울 뿐만 아니라, 게임 내부의 오픈월드를 즐길 수 있는 콘텐츠 분량이나 스마트 토이를 실제 구매했을 때의 이점들 등이 불분명하기 때문이다. 실제 뚜껑을 열어보기 전까지는 판단을 유보하는 쪽이 현명할 것이다. 그러나 스타링크는 스마트 토이 시장에서 찾아볼 수 없었던 본격적인 오픈월드 슈터 장르 게임이기 때문에 성패의 귀추에 따라서 침체된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어 줄 수도 있을지 모른다.



스타링크는 10월 16일 발매 예정이며,
한국판은 발매 예정이지만 자세한 일정은 알려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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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내려가는 동안 글 초안이랑 이런것 저런것 좀 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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