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이야기






기존의 게임들은 상품으로서 하나의 완결된 구조를 갖고 있었다:온라인 환경이 미비한 관계로 많은 게임들은 혼자서 즐길 수 있는 탄탄한 컨텐츠들을 싱글플래이의 형태로 구현하였었고, 이제는 찾아보기 힘든 턴제 특유의 핫시트(한 컴퓨터와 게임기를 두명 이상의 플래이어가 공유하여 턴을 돌아가면서 게임을 진행하는 것) 플래이나 2인용 플래이 같은 비 온라인 멀티플래이 환경 등을 통해서 게임은 상품이자 하나의 닫힌 세계로 자가 완결되었다. 그렇기에 게임을 산다는 행위는 하나의 완결성을 갖고 있었다:모든 것은 그 가격 내에서 끝나야 하기에 '제 값을 한다'라는 명제는 매우 중요하였다.

하지만 네트워크 인프라의 발달과 함께 온라인 환경이 게임 내로 도입되면서 게임은 게임 콘텐츠뿐만 아니라 게임 비즈니스 모델에도 많은 영향을 받고 변화하게 되었다:온라인으로 배급되는 패치는 고전 게임 특유의 만성적인 버그를 안정적으로 잡아주었을 뿐만 아니라,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임 회사들은 고객에 대한 즉응성을 향상시키게 되었고, 더 나아가 지속적인 콘텐츠의 추가를 통해서 게임의 회전율 높이고 프로젝트와 프로젝트 사이에 발생하던 리스크(공백기 사이의 팀이나 프로젝트 해체 문제)를 덜어주는 역할을 맡았다. 즉, 온라인 환경의 등장은 DLC(Downloadable Contents, 다운 가능한 콘텐츠)라는 개념을 등장시키면서 게임을 제 값을 하는 완결된 상품이 아닌 지속적으로 확장되고 지출을 유도하는 일종의 서비스적 성격을 지니게 만든 것이다.

물론 상품으로서의 게임이 온라인 인프라와 접합하는 과정과 별도로 온라인 게임 같은 서비스로서의 게임의 개념이나 F2P(Free to Play, 부분 유료화), P2W(Pay to Win, 부분유료화 전략중 돈을 쓰지 않으면 이기지 못하게 만드는 게임 디자인을 지칭하는 용어) 같은 개념들이 함께 병렬적으로 진화하는 모습을 보여주었고, 그것이 역으로 전통적인 게임(패키지 게임 같은)에 영향을 끼쳤다고도 볼 수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게임이라는 문화 자체가 상품과 서비스로서의 경계와 개념이 점점 모호해지고 있다는 점이고, 이것이 게임을 즐기는 게이머에서부터 게임을 만드는 게임제작자들에게까지 광범위하게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이슈가 되었다는 것은 아무도 부정할 수 할 수 없다. 그리고 여기서 더 나아가서 새로운 형태의 '지형'을 만들어내는 시도를 하는 게임들이 디즈니의 인피니티나 액티비전의 스카이랜더스, 닌텐도의 아미보 같은 소위 '스마트 토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상품으로서의 게임을 1.0, 상품과 서비스의 중간으로서의 게임을 2.0이라 본다면 스마트 토이 같은 게임 3.0 들은 DLC라는 게임의 확장 장치를 물리적인 형태, 장난감의 형태로 구현을 하고 있다. 물론 이러한 발상 자체는 아주 새로운 것은 아니다:오락실 터미널을 이용해서 TCG를 한다던가 등의 시도는 예전부터 있어왔고, 현실과 게임 사이를 다양한 방식으로 연결하는 가교를 만드는 시도는 그보다도 더 오래전에 있어왔기 때문이다.(여기를 읽어보면 좀더 흥미로운 예제들을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닌텐도 위나 3DS가 그렇듯이, 닌텐도의 아미보의 경우도 이미 90년대에 '원형'이 존재하고 있다.) 스마트 토이 자체가 갖고 있는 가능성과 잠재력은 그리 새로운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이 가능성과 잠재력이 새롭지 않은데도 어째서 지금 이 시점에서 다시 부각받고 있는지에 대한 분석이다. 물론 기술의 발달도 중요한 요인중 하나이다:NFC 기술이나 사물과 사물 사이를 이어주는 기술의 발전은 스마트 토이 같이 물리적인 플랫폼과 소프트웨어를 쉽게 연결시키는데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하지만 엄밀하게 이야기한다면 기술이나 인프라의 발전은 오히려 부차적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스마트 토이 이전에도 QR 코드나 바코드를 읽어서 랜덤한 케릭터를 만들어내는 게임이나 어플이 한 때 유행을 탔었다. 하지만 이러한 어플은 작은 조류에 불과했었고 큰 흐름을 만들어내지 못했다. 하지만 스마트 토이 시장은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으며, 아미보의 경우 2014년 말에 발매되어 발매 4개월인 2015년 3월에 1050만 개, 7월 31일 기준으로 1470만개가 팔렸다. 아미보 하나를 10불로 놓고 계산을 해봐도 무려 1억 4000만불, 한화로 1400억에 육박하는 매출이 불과 7개월만에 발생한 것이다.(관련기사) 액티비전의 스카이랜더스 프랜차이즈는 2011년 발매된 이후로 약 4년 동안 30억불, 무려 한화로 3조(1년에 약 7500억원 정도)에 달하는 매출을 기록하였으며 2억 5천만개 이상의 장난감을 팔아치우는 기염을 토했다.(관련기사) 디즈니 인피니티 역시 스카이랜더스나 아미보에 육박하는 시장 점유율을 보유하고 있으며, 전통적인 완구 산업 강자인 레고도 스마트 토이의 형태인 레고 디멘션즈를 발매할 계획을 가질 정도로 스마트 토이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이것이 어떻게 가능한 것일까? 이러한 변화에는 너무나 뻔해서 보이지 않는 거대한 흐름이 존재하고 있다:스마트 토이는 단순하게 게임이나 다양한 기기들의 연결로 인해서 성공한 개념이 아니라, 거대한 프랜차이즈를 전제로 깔고 프랜차이즈와 게임이라는 매체, 경험, 더 나아가 완구화된 상품을 통해 물리적 실재를 소비한다는 느낌을 만들어내는 브랜드 마케팅의 결과물이라는 것이다. 디즈니 인피니티는 북미 대중문화의 1/3 정도를 혼자서 커버할 수 있는 방대한 프랜차이즈(디즈니 애니메이션과 픽사 애니메이션, 마블 코믹스의 케릭터들, 심지어는 현대 대중문화의 아이콘이라 할 수 있는 스타워즈까지)를 갖고 있다. 닌텐도의 아미보는 30년 동안 쌓아온 닌텐도 게임의 브랜드 이미지의 집약인 동시에, 아미보를 가교로 삼아 Wii U에서 3DS로 이어지는 가교이기도 하다. 디멘션즈도 닥터후나 DC 같은 쟁쟁한 대중문화 콘텐츠를 자신들의 스마트 토이에 접합시켰다. 그렇기에 스마트 토이의 성공은 기술력의 성공이 아닌 프랜차이즈화 된 대중문화의 관리, 상품화의 결정체이다. 스마트 토이는 대중문화의 역사와 브랜드에 소비하기 쉬운 형태의 소품적이고 대중에게 먹힐만한 신선한 기술을 접합시켰기에 가능한 것이다. 즉, 대중이 소비하는 스마트 토이는 단일한 상품이 아닌 거대한 브랜드의 일부이자 물리적으로 구현된 현현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흐름은 어떻게 보면 필연적인 결과물이다:대중문화 콘텐츠들이 점점 나이를 먹고 역사성을 갖기 시작하면서, 새로운 형태의 비즈니스 모델이 생겨나는 것이다. 그것은 단순하게 완결된 상품을 넘고, 지속적으로 업데이트 되는 넘어서, 더 나아가 서비스나 상품을 뛰어넘어서 브랜드를 소비한다는 개념이 등장하였다. 궁극적으로 본다면 게임도 더이상 서비스나 상품이라는 형태에 얽메이지 않을지도 모른다. 비즈니스 모델의 변화가 게임이라는 콘텐츠를 변화시킬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것이 게임이라는 문화를 긍정적으로 바꿀지 부정적으로 바꿀지는 더더욱이나 모른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미래는 지금 이 시간에도 계속해서 바뀌도 있다는 것이다. 본인은 그러한 변하는 게임을 보고 싶기에, 디즈니 인피니티 3.0을 구매해서 플래이하고, 리뷰를 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디즈니 인피니티 8월 30일 미국지역 발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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