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이야기

 

둠 이터널은 둠 2016의 정식 후속작이다. 둠 2016이 둠 3 이후 오랜 기간 동안의 침묵을 깨고 돌아 왔을 때, 처음 걱정과 다르게 팬들과 평단, 시장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과거의 둠이 갖고 있던 속도감과 과격함이 둠 2016에 그대로 들어갔기 때문이다. 밀리터리 fps 위주로 흘러가던 기존 트리플 A 게임 FPS와 다르게, 쉴세 없이 빠르게 움직이고 적을 압도적인 화력과 폭력으로 제압하는 둠 2016은 프랜차이즈의 성공적인 리부트와 함께 다음 작품을 위한 탄탄한 기반을 쌓아올렸다. 그리고 그 결과물이 2020년에 나오는 둠 이터널이다.

 

보통의 트리플 A 게임들이 프랜차이즈를 확장하는 과정에서 보여주듯, 1편의 성공은 2편의 확장을 위한 단단한 기반이 된다. 그리고 1편이 만들어질 때 아이디어만 존재했었던 것들과 실제 1편에는 등장하지 못했었던 새로운 시스템들을 2편에 도입함으로써 질적 양적 확장을 꾀하는 것이 일반적인 트리플 A 게임 프랜차이즈에서의 2편이다. 둠 이터널은 그런 의미에서 정석적인 트리플 A 게임이다. 공개된 영상을 통해 보았을 때 둠 이터널은 기존의 빠른 게임 플레이 리듬을 유지하면서, 플랫포밍 시스템을 재정비하고 무기와 적들과의 상호작용을 대폭 추가하였다.

 

둠 이터널의 큰 흐름은 전작과 비슷하다:끊임없이 움직이며 적에게 데미지를 입히고, 글로리 킬로 체력을 회복하고 전기톱으로 총알을 보충하는 게임의 구조는 플레이어에게 절대로 멈추지 말라고 한다. 둠 이터널은 이러한 2016의 기조에 플레이어의 선택지를 더 보충하는 방향으로 나아갔다. 어깨에 달린 화염방사기로 적을 불태울 때 추가 공격이 들어가게 되면 적들이 아머를 드롭하게 되었고, 방패를 든 적들이 플라즈마 라이플로 공격받을 시에 폭발한다든가, 폭탄 드럼통 같이 투척되는 용도로만 적이 존재한다든가, 전기톱이 자동충전 방식으로 바뀌었다든가 등은 2016에 있었던 제약 사항들을 대폭 제거하는 방향의 변화점이다. 

 

하지만 가장 눈여겨 봐야할 점은 둠 이터널에 플랫포밍 게임 요소가 대거 들어갔다는 점이다:이제 플레이어는 두 번의 대시를 할 수 있고, 봉을 잡고 반동으로 더 멀리 점프하거나, 슈퍼샷건의 모드를 이용해 공중에 있는 적들에게 갈고리를 걸고 날아다니는 등 입체적으로 움직일 수 있다. 이러한 변화점을 통해 둠 이터널은 기존의 2016에서 보여준 아레나 구성에서 좀 더 수직적인 높낮이를 가진 방향으로 아레나와 스테이지를 구성하였다. 몇몇 전투 장면에서 둠 이터널은 둠 2016에서 볼 수 없었던 탁 트이고 넓은 시야로 스테이지 전체를 파악하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이는 전작에 대비하여 더 막힘없는 게임 플레이를 기대하게 만드는 부분이다.

 

요컨대 둠 이터널의 변화점들은 플레이어를 더 빠르고 잔인한 무언가로 만드는데 초점을 맞추되, 거기서 플레이어의 선택지를 최대한 늘리고자 한다. 물론 2016의 단순한 아름다움에 비교하면, 둠 이터널은 뭔가 엄청나게 눌러야하는 버튼이 많은 게임처럼 보인다. 이 모든 버튼들(무기 사격, 2차 사격 모드, 점프, 대시, 전기톱, BFG, 얼음 수류탄, 화염방사기 등등)이 적재적소에 활용될 수 있게끔 플레이어에게 동기부여를 주고 몰아붙일 수 있다면 둠 이터널은 전작에 비교하여 더 뛰어난 게임이 될 수 있지만, 동시에 그렇지 못하다면 상당히 손가락이 꼬이고 피곤한 게임이 될 가능성도 있다. 

 

마지막으로 다뤄야 하는 점은 둠 이터널 배틀 모드로 보여준 둠 프랜차이즈의 정체성이다. PC 게임 멀티플레이의 태동기부터 둠은 멀티플레이로 유명한 게임이었다. 랜파티나 모뎀을 통한 넷대전 등 둠의 멀티플레이는 한 시대를 풍미하였다. 그런 둠의 멀티플레이가 퀘이크로, 퀘이크의 멀티플레이에서 카운터 스트라이크 등의 모드 게임으로, 콜옵으로, 시대가 지나면서 둠의 멀티플레이는 영광을 잃고 빛을 바래갈 뿐이었다. 둠 2016의 멀티플레이에 대한 애매한 평가(둠의 빠른 게임 플레이에 콜옵을 섞은 듯한)는 이러한 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주었다. 분명 싱글플레이로서 둠 2016은 여타 게임에서 찾아볼 수 없는 쉴틈 없이 이어지는 폭력의 연속으로 분명한 정체성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멀티플레이에서 둠 2016은 그러한 방향성과 비전을 보여주지 못했다.

 

그런 점에서 둠 이터널의 배틀모드는 싱글플레이의 경험을 멀티플레이에서도 그대로 이어나가겠다는 프랜차이즈의 포부가 느껴지는 멀티플레이다. 전례를 찾아볼 수 없는 2:1 비대칭 멀티플레이에서, 한 플레이어는 둠 슬레이어를, 다른 두 플레이어는 악마들을 조작해 다른 한쪽을 전멸시켜야 한다. 캐치프레이즈인 '전략(악마) 대 기술(둠 슬레이어)'은 이러한 비대칭 멀티플레이의 특징을 잘 잡아내었다. 물론 둠의 배틀모드가 대세를 타기에는 여러 제약조건들이 있겠지만(비대칭 멀티플레이가 흥한 경우를 찾기가 힘든걸 고려한다면), 적절한 완성도로 나왔을 시에 앞으로 둠 프랜차이즈의 방향성을 싱글플레이와 함께 쌍끌이할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고 본다.

잡담/개인적인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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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이야기

 

콘트라 로그 콥스는 2019년에 발매된 콘트라의 최신작이다. 그리고 판매량과 평점 양 측면 모두에서 게임은 처참하게 실패하였고, 수많은 팬들의 기대를 저버린 게임이다. 사실, 코나미가 자사 프랜차이즈로 팬층을 실망시키는 일은 하루 이틀 된 일은 아니었다. 러브플러스 에브리데이의 상태나 메탈기어 서바이브 등의 사례들을 찾아보면, 코나미가 코지마 히데오의 퇴사 이후 콘솔 게임뿐만 아니라 게임 개발에서 감을 완벽하게 잃어버렸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러나 흥미롭게도, 이러한 경우는 매우 희귀한 경우다:'스타 제작자가 제작사를 떠나 실패하는 경우'를 우리는 종종 목격했어도, '스타 제작자가 제작사를 떠나 제작사가 망하는 경우'는 2000년대 이후로 찾아보기 힘든 사례였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콘트라 로그 콥스의 실패는 곱씹어 볼만한 가치가 있다.

 

로그 콥스의 게임 플레이 구조는 추상화시켜서 접근 했을 때는 헛점이 없어보이며, 시장 및 팬층 공략 측면에서 오히려 근사하게 보일 수도 있다. 로그 콥스에서 플레이어는 스테이지를 클리어하면서 다양한 무기를 모으고, 더 강한 적들과 어려운 스테이지에 도전한다. 게임에서 오른쪽 스틱은 조준, 왼쪽 스틱은 이동을 맡는다는 점은 로그 콥스이 기반으로 삼는 장르가 트윈 스틱 슈터라는 것을 보여준다. 콘트라 로그 콥스가 선택한 트윈 스틱 슈터 장르는 FPS만큼 대중적이지 않지만, 확실한 팬층을 갖고 있다:최근 엔터 더 건전은 누적 3백만장을 돌파하였고, 핫라인 마이애미나 뉴클리어 쓰론, 신테틱, 매지카 등 트윈 스틱 슈터류 장르 게임은 꾸준하게 명맥을 이어왔다.

 

물론 트윈 스틱 장르는 지금 게임 시장에서 분명하게 장르 한계가 있기도 하다. 영화와도 같은 게임 연출이 불가능하고, 그래픽 등으로 여타 게임 프랜차이즈와 차별화가 어려운 점은 이 게임 장르를 풀 프라이스($59.99)가 아닌 하프 프라이스($29.99) 이하의 가격에 매여있게 만들었다. 하지만, 역으로 트윈 스틱 장르는 이 가격 차별화 측면에서 풀프라이스 트리플 A게임들이 치고들어오기 힘든 경계선을 갖고 있기도 하다:왼쪽 스틱으로 움직이고, 오른쪽 스틱으로 조준한다는 명제만 지켜진다면 아이디어로 다양한 차별화가 가능하며, 이는 참신한 아이디어+소자본으로 승부를 걸어야 하는 인디 게임 개발자들에게 매력적이다.  

 

이런 장르의 특수성 때문에, 트윈 스틱 장르에는 수많은 기상천외한 아이디어들로 승부를 보는 게임들이 많았다. 원소의 조합으로 마법을 쓰는 매지카나, 총알 걸림과 탄환의 반사 등의 세부 상황들을 살린 신테틱, 고전 2D 아케이드 게임과 80년대 사이키델릭한 분위기를 뒤섞은 핫라인 마이애미 등등 이미 이 장르에는 '장르의 교범'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게임들이 많다. 트윈 스틱 장르를 선택한 게임들은 트리플 A 게임들 처럼 세부적인 디테일에서 승부를 보는 것이 아닌, 참신한 아이디어와 그것을 반복 플레이했을 때의 쾌감에 집중하였다. 

 

그런 점에서 로그 콥스는 자신의 포지션을 분명하게 알고 있는 게임이었다. 콘트라 프랜차이즈는 수많은 팬들이 있지만, 게임 플레이 측면에서 더이상 새로움을 만들어내기 힘든 상황이었다. 2D 아케이드 게임이라는 것 자체가 이미 시장에서는 크나큰 반향을 차지하기 힘들었고, 콘트라 프랜차이즈의 매력은 3D 게임에서 재해석되기 힘든 상황이었다. 이런 상황에 트윈 스틱 슈터로 장르를 노선을 갈아타는 것은 엄밀하게 이야기하자면 합리적인 선택이었다. 심지어는 동종 업계(?) 경쟁자들에게는 규격외의 반칙이라고도 볼 수 있는 것이, 콘트라는 30년이 다되어가는 프랜차이즈의 힘을 빌려올 수 있다는 점에서 무명의 경쟁자들보다 훨씬 강력한 경쟁력을 가질 수 있었다. 여기에 로그 콥스는 트윈 스틱 장르 선배들에서 찾아볼 수 있었던 반복 플레이(게임 스테이지의 일정 구간을 반복해서 클리어하는 탐색 모드 같은)나 협력 플레이 요소, 멀티플레이 요소 등 다양한 요소들을 차용하였다. 아이디어, 프랜차이즈, 밴치마킹. 로그 콥스는 겉으로 보기에 이 3가지가 분명하게 맞물려 들어가는 게임이었다.

 

그렇기에 로그 콥스의 실패는 어떤 의미에서 경이롭다. 이 게임은 모든 면에서 너무나도 잘못되서,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는지를 이야기하기 힘든 게임이다:고정 카메라 시점과 우 스틱 조준의 삐걱거리는 결합, 의미없는 것을 넘어서 쓸모없는 무기 체계, 수치로만 표현되는 케릭터 강화 요소, 정신나간 파밍 난이도, 최악의 최적화, 혐오스러운 적들과 더 혐오스러운 주인공들,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연출 요소들 등등. 콘트라 로그 콥스는 마치 30년전 AVGN이 리뷰하던 초창기 게임 시장에 풀릴법한 엉망진창의 실패작을 보는 느낌이다. 왜 하지 말아야 하는가, 왜 해야 하는가에 대한 개념 정립이 모호하고 품질 관리라는 개념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 그런 게임들 말이다. 최소한 30년전의 AVGN이 리뷰하던 게임들은 역사의 초기작들이라고 변호해줄 수 있다. 하지만, 콘트라 로그 콥스는 자신이 타겟으로 삼고 들어가야 하는 시장이나 프랜차이즈에 대한 분석과 포지셔닝을 잘 했고, 트윈 스틱 장르에서 밴치마킹할 상대들도 많은 상황이었다. 즉, 실패는 절대 용납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로그 콥스의 총체적인 실패ㅡ게임의 퀄리티에서부터 이 게임을 세상에 공개한 정신나간 코나미까지ㅡ는 코나미 내부의 게임 개발 인력이 모두 증발했다는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 일례로 카메라 문제를 보자:콘트라 로그 콥스의 시점은 전통적인 콘트라의 사이드 뷰 카메라와 트윈 스틱 슈터의 탑다운 뷰 방식의 카메라를 섞어놓은 시점이다. 전통적인 콘트라의 시점을 오마주하겠다는 의도로 보여지는데, 어디까지나 의도는 좋았다. 사이드 뷰의 카메라와 탑다운 뷰의 카메라 양쪽 모두에서 탑다운 뷰 기준으로 오른쪽 스틱 조준을 해야하는 점에서부터 문제가 발생한다.

 

글로는 참으로 표현하기 힘든데, 콘트라 로그 콥스는 마치 플레이어가 지표면으로부터 90도 직각 위의 위치에서 아래를 바라보고 있다는 전제에서 모든 조준과 움직임을 설정하였다. 문제는 게임 내내 대부분 카메라 세팅이 90도 직각 위의 위치에서 바라보는 것이 아닌, 계속해서 카메라를 살짝 틀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게임의 조준은 하나같이 묘할 정도로 짜증나고 섬세한 경향성을 보인다. 3D 액션에서 2D 슈팅, 탑다운 슈팅, 아케이드 까지 모든 게임의 시점을 뒤섞은 니어 오토마타와 비교해보면 로그 콥스의 거지 같음은 더 명확해진다. 니어 오토마타의 경우, 카메라를 돌릴 때와 고정할 때를 분명하게 정해놓고 조작에 일관성을 부여한다. 그렇기 때문에 플레이어는 카메라의 시점이 변화할 때, 플레이어는 그 변화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자신의 조작을 거기 맞출 수 있었다.

 

로그 콥스의 카메라 조작은 게임 제작에 있어서 가장 기초적인 실수이자, QA 단계에서도 쉽게 잡아낼 수 있는 치명적인 결함이었다. 이것이 기획 단계에서 통과된 것은 이해할 수 있다. 실제 트윈 스틱 슈터 게임에서도 기교를 부리는 게임들은 이런 식의 시점 조작을 하기도 한다. 즉, 이미 검증된 아이디어였다는 것이다. 하지만 로그 콥스는 그러한 아이디어를 구현하고 실제 플레이어에게 하라고 던져주는 시점에서 그 어떠한 필터링도 하지 않았다. 혹자는 대학생 졸업작품 같은 게임이라고 까기도 하지만, 대학생 졸업작품도 적어도 교수나 동료의 손에 필터링 된다는 점에서는 로그 콥스보다 나은 작품이라 할 수 있다.

 

로그 콥스의 모든 요소들은 순수하게 머릿속으로, 초기 기획서로만 존재했을 때만 말이 된다:트윈 스틱 슈터라는 장르 선택, 가격 선정, 파밍 요소, 케릭터의 장비 및 성장 등의 모든 요소들은 그럴듯해보인다. 하지만 그것을 실제 개발하고 퀄리티를 관리하는 단계에서는 관리자가 통제를 하지 못하였다. 카메라와 조준의 미세한 거지같음은 장르를 이해하고 있는 개발자, 아니 플레이어라면 금방 지적할 수 있는 문제였다. 즉, 코나미에 개발진을 지휘하는 관리자 급 스테프들은 게임 장르, 아니 게임이라는 것 그 자체에 대한 이해도가 심각하게 떨어진다는 것이다.

 

이는 비단 로그 콥스의 문제만이 아니다. 재작년 초에 나온 메탈기어 서바이브가 그랬고, 작년 말에 나왔던 러브플러스 에브리가 그러하다. DS라는 기기라는 기계의 한계에도 불구하고, '일상으로써의 연애 시뮬레이션'이라는 장르에 대한 깊이있는 이해도를 보여준 게임이 바로 러브플러스였다. 그런 러브플러스에 일상과는 거리가 먼 가챠 요소를 집어넣고, 선택지를 가챠로 해금한다는 가챠 지상주의(?)적인 발상을 넣은 것이 러브플러스 에브리데이였다. 원작의 강점과는 전혀 거리가 먼 선택이었지만, 러브플러스 에브리는 여기에 원작의 리소스를 재활용하는 모습과 이야기를 기존 히로인 3명에게 국한시키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가챠의 수익 구조라면 더 악랄하게 수많은 케릭터를 집어넣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러지 않았다는 점은 러브플러스라는 프랜차이즈를 이해하고 있냐를 넘어서 '가챠라는 수익구조를 이해하고 있냐'라는, 요즘 게임 관점에서는 다소 황당한 의문까지 들 정도다.

 

IGA나 러브플러스 개발진, 코지마의 퇴사 등으로 유명 개발자들이 사라진 것은 오래된 게임 개발사라면 한번씩은 겪는 산통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개발사들이 그러한 빈 공간을 '조직'의 힘으로 매꾸었다. 캡콤이 그러했고, 스퀘어 에닉스가 그랬고, 코에이 테크모가 그랬다. 하지만 코나미가 보여준 러브플러스 에브리나 로그 콥스 등의 기록적인 실패는 그 빈 공간을 조직의 힘으로 매꾸지 못하였을 때를 여실히 보여준 경우라 할 수 있다.

 

이는 코나미의 임원 이상의 경영진이 자사의 핵심 가치가 어디서 오는지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데서 비롯된다. 예를 들어 캡콤은 부침이 있을지언정, 어떻게든 개발이라는 자사의 핵심 역량을 놓지 않았고 그 역량을 바이오하자드 2 리메이크나 몬스터 헌터 월드로 끌어올 수 있었다. 즉, 캡콤의 사례에 비추어본다면 코나미는 자사의 핵심역량을 개발이 아닌 다른 무언가에 두고 있다는 것이다. 사실 코지마 히데오가 임원직을 내려놓고 코나미를 떠난 것은 대표적인 사례였을 뿐, 내부적인 조직문화나 2차 창작을 대하는 태도, 특허권 분쟁 등에 비추어 보았을 때 그 씨앗은 이미 코지마가 떠나기 전부터 존재했던 샘이다.

 

결론적으로 로그 콥스라는 작품은 코나미가 게임 산업에서 얼마나 형편없어졌는지, 그리고 이것이 얼마나 희귀한 사례인지를 동시에 보여준 게임이다. 물론 러브플러스 에브리 같은 게임도 있지만, 그건 코나미라는 회사가 그렇게 좋아하는 영리 추구에서 얼마나 엇나갔는지를 보여주는, 일종의 행위예술 같은 작품이기 때문에 로그 콥스라는 그냥 못만든 쓰레기하고는 1대1로 비교하기는 힘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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