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이야기

 

본인은 모던 워페어 리부트 싱글이 싫다.

 

모던 워페어 2 이후, 지난 10년간 필자는 단 하나의 콜옵을 놓쳐본적이 없었다. 모던 워페어 2, 블옵, 모던 워페어 3, 블옵 2, 고스트, 어드벤스드 워페어, 블옵 3, 인피닛 워페어, WWII, 블옵 4에서 마지막 모던 워페어 리부트까지. 정말로 기나긴 세월이었다. 이렇게 긴 기간 동안 본인이 콜옵을 사게 되었던 동기는 두가지다. 첫번째는 겨울 기간 동안 즐길 멀티 게임이 필요했었고, 두번째는 이 거대한 프랜차이즈가 언제쯤 몰락하게 될까라는 호기심이었다.

 

아니면 굳이 콜옵을 구매할 이유가 따로 있을까? 본인이 콜옵 프랜차이즈에 대해서 글을 쓸때마다 느끼는 가장 큰 감정은 좌절감이었다:이 게임이 추구하는 바는 본질적으로 변하지 않으며, 매년 나오는 새로운 게임들은 이전 작품의 마이너 카피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콜옵은 그야말로 프랜차이즈의 가장 밑바닥을 담당했다:최소한의 변화로 최대한의 바리에이션을 만들고, 매년 똑같은 재미를 주면서, 대규모 마케팅을 이용해서 최대한 많이 팔아먹는, 프랜차이즈의 최저치이자 기업 윤리의 최소한이 바로 프랜차이즈로서 콜옵이었다.

 

물론 그러한 와중에서 보여지는 흥미로운 시도들(어드벤스드 워페어나 블옵 3의 인간의 움직임을 벗어난 게임 플레이, WWII의 복고 트랜드와 최신 노하우의 결합, 블옵 4의 싱글 삭제 시도 등)은 있었다. 이는 아무리 콜옵이라도 시장의 트랜드를 무시할 수 없기에, 트렌드에 맞춰나가는 최저한의 반응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최저한도의 변화를 통한 변화의 방향성, 시장이 보여주는 트렌드를 역으로 유추해볼 수 있는 가능성은 있어왔다.

 

그러나 그렇다면, 우리가 대체 모던 워페어 리부트에서 무엇을 분석해낼 수 있을까? 이에 대한 대답은 참으로 참담하다. 모던 워페어 리부트는 그야말로 모던 워페어의 회귀를 의미한다. 모던 워페어가 게임 역사에서 갖는 의미는 중요하다:2000년대 이후 트리플 A 게임, 또는 트리플 A급 콘솔 FPS라는 정의를 내린 게임이기 때문이다. 영화와 같은 싱글플레이와 빠른 페이스의 멀티플레이의 결합은 콜옵이라는 프랜차이즈를 넘어서 수많은 게임들이 따라했으며, 심지어는 콜옵식 밀리터리 FPS가 게임 시장 내에서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잡기 까지 하였다. 그만큼 모던 워페어라는 이름이 가지는 무게는 엄청난 것이었다. 

 

하지만 문제는 모던 워페어에서 다시 되살릴만한 것은 거의 없다는 것이다. 모던 워페어 발매후 약 10여년간 게임 업계는 꾸준히 앞으로 나아갔다:콜옵식 싱글플레이는 모든 게임들이 한번씩은 시험적으로 받아들이고는 자기만의 색체로 재해석했다. 콜옵식 멀티플레이는 타이탄폴 1과 2라는 기념비적인 작품을 통해서 다른 형태로 진화할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한 때 레프트 4 데드와 비교되었고, 콜옵의 3번째 콘텐츠로 각광받은 좀비 모드 역시, 이제는 더이상 새롭지 않은 것들이었다.

 

그렇기에 콜옵 프랜차이즈에서 보여지는 흥미로운 시도들은 위기의식이었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트레이아크가 있었다:트레이아크는 블옵 1에서는 음모론을, 블옵 2에서는 뒷맛이 개운하지 않은 결말을, 블옵 3에서는 아예 테크노 스릴러를 만들었다. 매번 블옵이 발매될 때마다, 트레이아크는 콜옵이라는 프랜차이즈를 극한으로 밀어붙였다. 슬렛지해머 스튜디오가 만든 두 편의 콜옵은 트레이아크 콜옵만큼의 특이함을 보여주진 못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존 콜옵에 갇혀있지 않고 자신만의 길을 개척하려한 모습이 있었다.(어드벤스드 워페어의 엑소 수츠, WWII의 사단 시스템 등)

 

즉, 콜옵은 시장의 변화에 최저한도라도 반응하였고, 심지어 새로운 대안을 제시(어드벤스드 워페어나 블옵 3의 플레이어 움직임이나 맵구조 등)하려 했었다. 하지만 이 상황에서 가장 좋았던 시절의 리부트를 들고 온다는 것은 시장의 변화를 받아들이지 않는 모습이라 할 수 있다.

 

모던 워페어 리부트의 싱글플레이는 그러한 변화하지 않는 모습의 연장선에 있다. 모던 워페어 리부트가 생각한 콜옵 싱글의 핵심은 자극성이다. 인피니티 워드는 자극적인 연출과 장면을 쌓고, 그 위에 약한 개연성을 가진 플룻들을 연결시켰다. 사람들이 모던 워페어를 통해서 기억하는 것은 장면이지, 전체 플룻이 아니다:모던 워페어의 핵폭발 시퀸스나 AC130의 게임 플레이, 모던 워페어 2의 노 러시안 미션, 모던 워페어 3의 월가 붕괴 등등. 이 모든 것들이 플롯과 연계되지 않은 채 무의미하게 낭비되고 소비될 뿐이었다. 

 

모던 워페어 리부트의 싱글플레이를 하면서 기시감을 느낀다면 그건 전혀 놀라운 일이 아닐 것이다. 이 게임의 모든 것은 이전 작의 어디선가에서 조금씩 가져온 것이었다. 그것도 가장 자극적인 부분들만 골라서 말이다. 스펙타클을 위해서 죽어가는 민간인들의 모습이나, 불타는 세상이나, 이런 자극적인 것들이 너무나도 쉽게 소비되는 것이 모던 워페어 리부트의 싱글플레이다. 다른 콜옵 제작사들이 이에 대해서 일말의 반성이나 변주를 집어넣었던 것에 비교한다면 모던 워페어 리부트의 싱글 플레이는 후퇴 그 자체였다.

 

심지어 역대 콜옵들, 가장 최악의 콜옵인 고스트와 비교해서도 악질적인 부분이 모던 워페어 리부트에 있다. 그것은 바로 쿠르드족의 투쟁과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게임의 스펙타클의 일부로 차용한 것이다. 현실의 복잡한 역사를 스펙타클을 구성하는 한 요소로 쓴 것도 논쟁적이다. 그렇기에 이 부분에 대한 고찰 없이 플룻을 짠다면 그것만으로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하지만 모던 워페어 리부트는 여기에 전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군인을 쏴 죽이는 어린이와 고문당하는 민간인 등등의 자극적인 소재를 죄다 섞어버렸다. 전쟁의 비극에도 불구하고 살아남아 승리하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는 게 목적이었겠지만, 이들이 생각하는 콜옵의 싱글 특징이 '자극성'이었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이들의 묘사는 최악이었다. 심지어 미국의 무차별 폭격에 민간인이 희생당한 사건을 러시아의 짓으로 둔갑시키는 것은 순진한 것을 넘어서 악의적이었다.

 

그리고 최근에는 트럼프가 IS와의 전쟁에서 동맹이었던 쿠르드족을 내치고 터키가 쿠르드 지역을 침범하는 상황까지 일어났다. 이 때문에 모던 워페어 리부트의 싱글은 자극적이고 엉망진창인걸 넘어서 하나의 실존주의적 유머가 되버렸다. 그들이 멋지게 묘사하고자 했던 민병대원들은 그들의 동맹(영국과 미국)에게 버림받고 나홀로 생존을 위한 투쟁을 하고 있다.

 

비록 지금은 소강상태이긴 하지만, 모던 워페어 시리즈에서 안일하게 다루었던 팍스 아메리카나의 이상과 선한 사람들의 유대라는 단순한 서사는 서사의 주인공인 미국에 의해서 스스로 무너졌다. 각자도생의 시대를 예측하지 못한 인피닛 워드가 잘못했다고는 볼 수 없다. 그러나 아무런 생각없이 현실의 비극과 자극적인 소재들을 섞어서 집어넣다가 배탈나서 나뒹굴고 있는 인피닛 워드가 전혀 불쌍하지는 않을 따름이다.

 

모던 워페어 리부트가 고스트와 같은 극단적인 혐오에 기반한 작품이 아니란 이유 때문에, 최악의 콜옵이라는 오명은 피해갈 수 있었다. 하지만 모던 워페어 리부트 싱글은 생각없이 만들어진 자극의 집합체일 뿐이다. 여기서 대체 무엇을 더 기대할 수 있단 말인가. 다행이도 우리가 인피닛 워드의 콜옵을 내년 2020년에 볼 일은 없겠지만, 불행이도 2021년에 콜옵은 인피닛 워드가 만든다. 그리고 장담컨데 그 때도 인피닛 워드는 콜옵의 최저한도, 프랜차이즈 게임 양심의 최저 한도를 보장하는 보증수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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