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이야기

*멀티플레이, 최종 게임 내용 구성에 대한 글입니다.

 

*상편 리뷰는 여기에 있습니다(https://leviathan.tistory.com/2454)

 

포켓몬스터 게임의 매력이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수많은 사람들이 각기 다른 대답을 내놓을 것이라 생각한다:어떤 사람은 포켓몬 수집을, 어떤 사람은 대전을, 어떤 사람은 스토리와 모험을 즐기는 것이라 대답할 것이다. 그래도 이 논의를 출발시킬 수 있는 출발점이 있다:기념비적인 첫 작품을 만든 타지리 사토시는 '어렸을 적, 채집했던 곤충과 동물들을 게임에서 볼 수 있으면 좋겠다'라는 소망으로 포켓몬스터를 만들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렇게 시작된 프랜차이즈가 20년이 지나 세계에서 가장 큰 게임 프랜차이즈 중 하나가 되었다. 

 

기본적으로 포켓몬스터 프랜차이즈는 '수집'이 밑바탕이 된다. 다양한 포켓몬스터들을 만나고, 이들을 잡아서 도감을 하나씩 채워나가는 것이 포켓몬 수집의 재미다. 그리고 이러한 달성 지표는 포켓몬에 대한 설명이 들어있는 도감을 통해서 파악할 수 있다. 이러한 도감과 수집 요소는 포켓몬스터라는 프랜차이즈를 다양한 연령에 어필할 수 있게 만들었다. 게임을 처음 접하는 어린 플레이어들도 야생의 포켓몬스터와 조우하고, 현실의 동물에 영향을 받은 포켓몬의 디자인과 생태에 관심을 갖고 포켓몬을 하나씩 잡아나가면서 게임을 익혀나간다. 즉, 포켓몬의 수집이라는 요소가 게임 내용을 구성하는 첫 단계라 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수집'이라는 요소는 한 때 포켓몬을 바짝 뒤따랐던 요괴워치의 성공 요인과도 맞닿아 있다. 요괴워치 역시도 다양한 요괴들을 만나면서 이들을 친구로 만들어 요괴 대백과를 채워나가는 것이 게임의 근간이기 때문이다. 다만 야생과 포획에 집중했던 포켓몬스터와 달리, 요괴워치는 정말로 다양한 곳, 다양한 환경에서 요괴들을 만날 수 있었다. 

 

하지만 게임 구성에 깊이가 더해지는 부분에서 이 두 프랜차이즈는 분명하게 갈린다. 우선 요괴워치 시리즈는 RPG를 표방하고 있음에도 게임 구성, 특히 전투에 깊이가 있다고 보기는 힘든 구조였다. 회전판을 돌려서 요괴의 배치를 바꾸는 전투 방식은 요괴워치 완구와 맥을 함께하는 방식이었다. 저연령층이 쉽게 접근할 수 있었지만, 그 자체의 깊이는 얕았다. 레벨 파이브는 이후 요괴워치 3과 4에서 이러한 전투방식을 개선해서 다양한 전투 시스템을 선보였는데(3의 3X3 빙고 게임판 같은 전투 플레이와 4의 요괴워치 버스터즈를 응용한 전투 방식), 오히려 이러한 변화가 게임으로서 요괴워치의 일관성을 떨어뜨리는 문제를 만들었다.

 

 

그러나 포켓몬스터 시리즈는 1편인 적녹 버전에서부터 지금까지 큰 틀에서의 시스템을 유지하였다:각 포켓몬들의 능력치=(종족값+개체값+노력치+성격 보정 값)이라는 공식(정확한 공식은 곱셈에 덧셈 등이 복잡하게 얽혀있지만 여기서는 단순하게 이렇게 표현하겠다)은 최초의 1세대와 2세대부터 큰 틀을 구성하였고, 이 위에 새로운 포켓몬과 새로운 타입들을 추가하면서 게임 전투의 밸런스를 맞춘 것이 지금의 포켓몬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일관성은 포켓몬스터라는 프랜차이즈에 역사성을 부여하고, 더 나아가서 '포켓몬의 전승'이라는 유래를 찾아보기 힘든 독특한 개념을 확립하였다.

 

포켓몬스터 프랜차이즈는 각 버전별, 세대별로 포켓몬을 옮기는 것이 가능하다. 이러한 기능을 플레이어는 이용해서 이번 세대에 나오지 않은 포켓몬을 도감에 등록시키거나 실전에서 활용하거나 등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기능은 단순히 게임 플레이에만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이론적으로, 플레이어는 1세대 게임보이 포켓몬을 8세대인 소드 실드까지 옮기는 것이 가능하다. 단순한 게임 내의 데이터에 불과하지만, 플레이어가 정성들여 수집하고 기른 포켓몬둘운 세대가 끝나면서 사라지는 것이 아닌, 다음 세대로 넘어가면서 유지되고 전승된다. 이러한 역사성은 포켓몬스터의 팬층을 청소년 계층을 넘어서 어른들에게 어필하거나 추억에 잠기게끔 만드는 포켓몬 프랜차이즈의 강점이다.

 

물론 소드/실드의 경우, 전국도감을 삭제함으로써 게임에 등장하는 포켓몬을 반토막(400마리)내버리는 프랜차이즈 사상 유례없는 일을 벌였다. 이로인해서 많은 포켓몬 팬덤들이 갑론을박을 벌이면서, 프랜차이즈 역사중 발매전 가장 논란에 휩싸인 작품이란 오명을 얻기도 하였다. 하지만 소드/실드는 와일드에리어나 맥스레이드 배틀 등의 시스템을 통해서 다양한 포켓몬들을 만나게 함으로써, 이전작들에 비해서 체감상 더 많은 포켓몬을 만난다는 느낌을 준다. 또한 후술할 대전환경에서도 지나치게 강력한 포켓몬들을 대전 환경에서 분리함으로써 대전환경의 다양성을 넓히는데 성공하였다.

 

소드/실드의 등장 포켓몬이 반토막 났다고 해서 서운할 필요는 없다. 2020년 초, 게임 프리크는 기존 포켓몬 뱅크와 레츠고 이브이/피카츄, 포켓몬 GO를 연동하는 포켓몬 홈이라는 서비스를 런칭할 계획이다. 포켓몬 홈에서는 모든 포켓몬을 옮길 수 있고, 차후 발매되는 포켓몬스터 작품으로도 옮길 수 있게 만들 예정이다. 즉, 다양한 플랫폼으로 분리되어 있는 포켓몬스터의 포켓몬들을 한 군데 통합해서 관리할 수 있게 만든다는 것이다. 발상 자체는 좋아보이나, 과연 어떤 내용으로 구성될 것인지가 관건이다.

 

 

포켓몬의 전투 시스템은 '수치가 고정되어 있는' 턴제 RPG 시스템이다:스피드가 높은 포켓몬이 먼저 행동하고, 그 다음 포켓몬이 행동한다. 전투에 들어간 포켓몬들의 능력치는 특정한 변수가 없으면 고정이기 때문에, 공격의 선후와 받는 데미지, 주는 데미지는 모두 정해져있는 상태다. 즉, 전투에 들어가는 그 시점에서 플레이 양상은 이미 결정된 것과 다름 없는 것이 포켓몬의 전투 시스템이다. 하지만 포켓몬의 이런 전투 시스템은 스토리를 플레이하는 순간에는 크게 두드러지지 않는다. 대부분 플레이어 포켓몬들은 NPC 트레이너나 보스들을 레벨로 크게 압도하는 상황이고, 상성 이외에는 능력치나 이런 부분에 대한 깊은 고민을 하지 않아도 클리어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실전이라 불리는 대전환경이다:플레이어의 포켓몬 레벨은 50 또는 100으로 맞춰지기 때문에 레벨에 따른 능력치의 변동이 일어나지 않는다. 여기서부터 게임은 완전히 다르게 전개되기 시작한다. 레벨이 동일하게 고정되어 있기 때문에 상대를 압도적으로 순살하는 플레이가 불가능해지고, 한 마리의 포켓몬을 기절시키기 위해서 평균적으로 두 턴 이상이 소비되는 경우가 자주 발생한다. 이러한 '여분의 턴'이 발생함으로써 포켓몬스터는 여타 게임에서 찾아보기 힘든 독특한 게임 플레이를 만들었다.

 

포켓몬스터의 실전 환경에서 중요한 것은 두가지다:첫번째는 포켓몬의 육성이다. 기본적으로 모든 능력치는 고정이고, 난수가 개입될 여지가 극히 적기 때문에(심지어 대부분 기술의 적중률은 90~100%이다) 포켓몬의 능력치를 어떻게 맞추느냐가 핵심 변수가 된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포켓몬의 능력치는 (종족값+개체값+노력치+성격 보정 값)이며, 종족값을 제외한 개체값, 노력치, 그리고 성격은 플레이어의 재량에 따라서 조절이 가능한 요소들이다. 즉, 같은 포켓몬이라도 개체값, 노력치, 성격을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따라서 서로 다른 결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두번째는 포켓몬 로스터의 선택이다:싱글 배틀 기준에서, 플레이어는 6마리의 포켓몬 중 3마리를 골라서 로스터를 구성하고, 상대와 대전을 하게 된다. 재밌는 점은 플레이어가 볼 수 있는 건 상대가 갖고 있는 6마리의 로스터 뿐이라는 것이다. 플레이어는 상대의 로스터와 자신의 로스터를 비교해보고, 어떤 선택이 자신에게 알맞을 지를 고민하여서 3마리를 선택해야 한다. 

 

 

흥미로운 점은 이 두 가지가 결합하면서 포켓몬은 마치 'TCG'와 유사한 게임이 된다는 것이다:어느 포켓몬을 쓰고, 어떤 순서로 내보낼지는 일종의 카드 드래프트 개념으로 볼 수 있으며, 능력치가 고정되어 있다는 것과 결과가 이미 정해져있다는 점에서는 TCG의 문법을 연상케하는 부분이 있다. 하지만 포켓몬스터는 여기서 더 나아가서 육성을 통해 플레이어가 하나의 카드를 '만들어나가는' 요소를 도입하였다. 즉, 플레이어의 아이디어와 전략, 센스가 있다면 무한히 다른 카드(=포켓몬)를 만들 수 있는게 포켓몬스터의 묘미인 것이다.

 

이렇게 포켓몬을 육성하고 다음 세대로 넘기는 과정을 통해서 포켓몬스터는 게임 내에만 존재하는 데이터 덩어리에 플레이어가 애착을 갖게끔 만들었다. 대전을 넘어서 포켓몬을 교배하고 키우고 성격을 맞추고 하는 이런 모든 과정들이 플레이어에게 소중한 추억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소드/실드는 이러한 과정에서 중요한 부분은 그대로 두되 시간이 많이 걸리는 과정들은 최대한 단순하게 만들어주었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포켓몬스터는 역대 최대로 실전 입문 난이도가 낮은 포켓몬이라 할 수 있다.

 

물론 소드/실드는 완벽한 게임은 아니다. 와일드 에리어는 때때로 텅비어 보이는 광경을 보여주며, 와일드 에리어 내의 다른 플레이어들의 움직임도 뻣뻣하다. 포켓몬 대전을 제외하고 포켓몬과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었던 이전 작들에 비해서 이번 작은 그런 요소가 적기도 하다. 전반적으로 스위치로 내는 첫번째 포켓몬스터 작품이라는 것이 역력하게 눈에 띄며, 게임 프리크의 기술력이 한세대 뒤떨어져있다는 인상도 강하다. 

 

하지만, 포켓몬스터 소드/실드는 여전히 포켓몬스터이다. 여전히 게임 프리크는 다양한 포켓몬을 수집하고, 내 방식대로 육성하며, 세계의 다양한 플레이어들과 겨루는 포켓몬스터의 핵심 정체성을 분명하게 이해하고 있다. 비록 모든 팬들과 플레이어들이 꿈꾸왔던 완벽한 작품은 아니지만, 소드/실드는 여전히 프랜차이즈의 핵심 매력을 다양한 계층의 플레이어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좋은 게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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