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은 어떤 작품의 후속작을 만들어지길 간절히 기대하신적이 있으십니까? 뭐, 많은 사람들 각자 나름대로 '이런 작품은 후속작이 나왔으면 좋겠다'라는 작품이 있으리라 저는 생각합니다. 저같은 경우에 있어서는 그러한 작품이 바로 폴아웃이었으니까요. 사실, 저는 폴아웃 2를 처음 플래이하고 끝내고 난 뒤에(2000년에서 2001년 경으로 기억) 폴아웃 3에 대한 간절한 소망이 있었습니다.(중간에 변절한 FOT따위는 잊어버립시다;) 물론 2001~2002 당시 제기억으로 폴아웃 3는 자체 개발중에 있었으며, 폴아웃 2을 기반으로 게임을 제작하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하지만, 폴아웃 1&2를 만들었던 블랙 아일 스튜디오가 공중분해 되고, 폴아웃 1의 제작자들이 만든 트로이카 게임즈가 박살나고, 설상 가상으로 당시 폴아웃의 판권을 가지고 있었던 인터플래이까지 도산 위기에 처하였을 때, 폴아웃 3는 영영 세상 밖으로 못 나오는 줄 알았죠.(블랙 아일의 前사원들이 만든 옵시디언 스튜디오가 있기는 있지만, 그 때 당시는 없었던 것으로 기억하므로 무효)
그러자 당시 자금 사정이 급박했던 인터플래이는 폴아웃의 판권을 두고 흥정을 벌이기 시작했고, EA와 EIDOS, 베데즈다 등의 기타 쟁쟁한 게임 회사들이 폴아웃의 판권을 두고 경합을 벌이던 끝에 베데즈다 소프트가 폴아웃에 대한 판권을 구입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그 때 당시 폴아웃의 판권이 베데즈다 소프트로 넘어가게 되자, 많은 사람들이 '미묘하다'라는 코멘트를 내렸던 걸로 기억합니다. 베데즈다는 지금까지도 확실히 훌륭한 게임 개발사이며, 게이머의 신뢰도는 EA나 EIDOS보다 훨씬 높은 회사로, RPG명가로 자리매김하고 있던 회사였습니다. 하지만, 그들이 만든 엘더 스크롤 시리즈는 1인칭 RPG 였으며, 수많은 사람들은 '폴아웃이 1인칭 RPG가 되는건가 '라며 근심반 기대 반으로 게임의 제작을 지켜보았습니다. 그리고 2008년, 베데즈다 소프트는 폴아웃 3를 발매하였고, 전세계적인 호평과 지지를 받으면서 각 웹진들의 GOTY(Game Of The Year)를 놓고 GTA4와 경합을 벌이고 있습니다.
-제가 이렇게 까지 길고 긴 사설을 쓴 이유는 이번 폴아웃 3에 대한 제 기대와 근심을 드러내기 위한 것입니다. 사실 오늘 용산에서 폴아웃 3를 업어오면서도, '내가 진짜 제대로 된 선택을 하고 있는가'라면서 갈등을 벌이면서 집에 왔으니까요. 폴아웃 3의 전신이라 할 수 있는 엘더 스크롤 4: 오블리비언도 해보지 않았고, 기존의 폴아웃 2에 대한 제 추억과 이 게임이 과연 부합할까 라는 등의 여러가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일단, 초반 2시간 정도(어머니 수업때문에 제대로 못했 ㅠㅠ)의 플레이 소감을 이야기 하자면 만족스럽습니다. 일단 초반 플래이에서 튜토리얼 부분이 주인공의 성장기를 통해서(가령 적성 시험을 친다던가 등의 이벤트) 케릭터의 모습과 성질, 성격을 정하게 되는데 초반 부분 게임 스토리와는 거의 관계가 없지만 일면 게이머의 게임에의 이입을 도와준다고 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다만, 이걸 두번 세번 반복하다 보면....차라리 이부분 스킵하고 곧바로 나가는 것으로 이어버리면 안되냐는 생각도 들더군요. 다만 그렇게 된다면 이야기 전개에서 이해가 좀 그렇겠지만, 문제는 어차피 볼트를 나가기 전에 '이 모든 사안에 대해서 최종적으로 고치고 싶은 점은 없습니까?'라고 물어보고 고칠 수 있다면 도대체 앞에서 왜 튜토리얼을 하는 건지 이해가 안되더군요;
-하지만, 볼트를 나가면서 핵전쟁 이후의 웨이스트랜드(Wasteland)의 황량한 풍경은 대단한 장관입니다. 전작의 팬으로서는 감동을 받은 부분인데, 전체적으로 핵전쟁 이후의 황폐한 세계를 잘 표현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볼트에서 나가면서, 지하에서 평생을 살았던 주인공이 눈이 부셔서 주위를 세상이 새하얗게 보이다가 순간 폐허가 된 세계가 보이는 것은 나름 인상이 깊었던 부분이었습니다. 사실, 폴아웃 2편에서는 그러고 자시고 간에, 주인공이 원시부족에서 출발하는 바람에 그냥 폐허에서 시작했지만, 폴아웃 3에서는 첨단 테크놀러지의 요람이자 안전한 피난처인 볼트에서 살던 주인공이 처음으로 나가서 본 세계가 폐허라는 점에서 나름 임펙트가 있더군요.
-전투는 이상하게 벰파이어 마스커레이드:블러드라인이 생각이 나더군요. 개인적으로 전작의 AP(Action Point)를 이용한 턴제 전투가 마음에 들었는데, 이번작은 오블의 영향을 받아서인지는 몰라도 실시간 전투를 선택했더군요. 하지만, 전작의 부위별 데미지를 계승 발전시킨 V.A.T.S(Vault-Tec Assisted Targeting System)은 여러가지로 독특합니다. V.A.T.S를 쓰면 주위가 느려지면서 마치 멕스 페인의 불릿타임을 쓰는듯한 연출을 보여주더니, 그것이 마지막 끝내기면 노렸던 부위가 완전히 박살나버리는 연출을 보여주더군요. 다만, 워낙이 게임이 부위 공격을 적절히 해야지 편한 구조를 취하고 있기 때문에, 계속 연출을 반복해서 봐야 되는거 아니냐는 걱정도 어느정도 듭니다.
-조금 마음에 안들었던 것은 폴아웃 3에서 저널의 기능을 하는 핍보이 3000의 인터페이스...개인적으로 2편의 핍보이는 뭐랄까 대단히 불편한 인터페이스 체계를 구축해서 마음에 안들었는데, 이번작도 비슷비슷한 체계를 쓰더군요. 개인적으로 퀘스트 정리 할 때, 좀 자료좀 정리해서 보내주면 어디 덧나냐는 생각도 듭니다; 그냥 '~하라'만 써져 있으니까 퀘스트 상의 개연성을 파악하기가 조금 까다롭더군요;
-좀 더 해보고 결론을 내야겠지만, 현재로서는 전작의 팬으로서 만족하고 있는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