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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 만화, 영화 이야기

 

 

괴물 영화에서 괴물의 본질은 그로테스크함이다. 그리고 그 그로테스크함은 인간이 갖고 있는 어두운 속성과 맞닿아 있다. H.R.기거가 디자인하고 리들리 스콧이 감독한 에이리언의 제노모프가 성기와 삽입, 섹스, 생명의 재창조에 대한 기괴한 은유였던 것처럼 말이다. 그 기괴한 은유는 필연적으로 고전적인 괴물에서 찾아볼 수 없는 현대적인 에너지의 폭발에 기반한다. 고전적인 괴물이 동물과 인간을 섞거나 동물을 재해석함으로써 동물이 갖고 있는 특수성에 주목하였다면, 현대 영화 매체의 괴물들은 현실에 존재할 수 없는 산업화되고 재생산된 기괴함, 그리고 그것을 둘러싼 욕망과 공포에 주목한다.

 

여기서 다루고자 하는 두 영화, 그들Them!(1954)과 그것은 살아있다It's Alive(1974)이다. 20년의 텀을 두고 세상에 나온 괴물 영화는 서로 다른 공포(방사능 오염과 유전자 변이에 대한 공포 vs 탈리도마이드와 기형 임신, 중산층의 사회적 위신을 둘러싼 불안과 공포)가 각각의 괴물(거대화된 거미와 살인 괴물 아기)이라는 존재를 통해서 구체적으로 구현되었다. 서로 소재와 내용, 연출 톤에도 불구하고 이 두 영화는 클라이맥스에서 LA의 하수도를 배경으로 한다는 점에서 묘한 접점을 갖는다. 마치 거대한 도시의 아래 구불구불 꼬여 있는 내장과도 같은 하수도를 해매며, 두 영화에서 인물들은 가장 내밀한 공포와 마주한다.

 

먼저 그들Them!(1954)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자. 영화는 명백히도 원자력 시대의 도래에 대한 공포를 드러낸다. 하지만 흥미로운 점은 이 공포를 다루는 방식일 것이다. 핵실험이 있었던 뉴 맥시코의 사막에서 대서양으로, 그리고 LA의 하수도에 도착하기 까지, 영화는 논리적인 흐름과 판단에 따라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영화 내내 인물들은 감정이나 공포에 휘둘리지 않는다. 거대 개미를 추적하는 과정은 합리적인 추론이며, 정부는 핵실험의 실수를 숨기는데 전전긍긍하기 보다는 대중에게 정확하고 확실한 정보를 전달하며 계엄령을 통해서 질서를 유지하고자 한다. 

 

일반적인 공포 영화에서 공포의 대상이 괴물 그 자체였다면, 영화 그들에서 공포의 대상은 거대 개미가 아닌 다른 무언가이다. LA 하수도에서 마지막 여왕 개미의 알집을 태우면서 그들은 핵실험의 영향이 얼마나 클지, 어째서 개미만 영향을 받았는지에 대해서 스스로 되묻는다. 거대한 개미가 나올 수 있다면, 거대한 전갈도, 아니면 다른 이상한 무언가도 등장할 수 있다. 그렇다면 거대한 개미는 하나의 현상에 불과하다. 즉, 영화에서 근본적인 공포는 마지막 박사의 표현대로 바로 새로운 시대인 원자력 시대에 대한 공포이다. 아무리 이성적으로 대처하더라도, 무엇이 일어날지 모르는 시대가 도래했다. 불타는 여왕 개미의 알집을 바라보는 인물들의 표정은 문제를 해결한 사람들의 표정이 아니다. 오히려 새로운 시대에 어떤 재앙이 올지 모르는 사람들의 막연한 절망감이 드러나는 작품이다.

 

그에 반해서 그것은 살아있다It's Alive는 좀 더 내밀하지만 사회적인 공포에 주목한다. 임산부 입덧을 막기 위해서 산모들이 먹었던 탈리도마이드가 기형아를 만들어냈었던 사건에 모티브를 얻은 영화는 무엇하나 부러울 것 없는 부유한 중산층 가정이 살인 기형아를 낳았을 때 어떤 사건이 일어나는가에 주목한다. 흥미로운 점은 이 살인 기형아를 둘러싼 이야기가 개개인의 드라마가 아닌 사회적인 욕망이라는 것이다:살인 기형아를 낳은 아버지는 자신의 사회적 위신을 생각해 기형아가 자신의 자식이 아니라고 극구 부정하며 심지어 자신의 자식인 기형아를 직접 자기손으로 죽이려 한다. 중산층이 소비하는 다양한 약물을 만드는 제약회사는 기형아 아이가 자신들의 약물에 의해서 만들어진 것이라는게 밝혀지는게 두려워 살인 기형아를 완전히 박살내버릴 것을 경찰 반장에게 은밀하게 제안하기도 한다. 결국 살인 기형아라는 사건을 둘러싸고 다양한 사회적 욕망들이 충돌한다.

 

그것은 살아있다에서 흥미로운 점은 이러한 과정 자체를 마치 사실을 다루는 듯한 '다큐멘터리'의 문법으로 다룬다는 점이다. 영화는 극적인 연출과 감정을 고조할만한 이야기와 극의 장치들을 최대한 억누른다. 그 결과 영화에서 볼 수 있는 것은 고요하지만 그 속에서는 휘몰아치는 다양한 사회적 욕망들의 소용돌이다. 객관적으로 연출되는 이들의 욕망은 관객에게 이입의 대상이 되지 못한다. 이런 점에서 그들과 달리 그것은 살아있다는 영화가 더 차분한 동시에 끓어오른다.

 

그러나 영화의 클라이맥스에서 기형아의 아버지는 LA 하수도의 어둠 속에서 자신의 자식에게 자신의 사회적 위치 때문에 하지 못했었던 내밀한 고백을 한다. 기형아 역시도 자신의 가족이라는 것을 인정한 아버지는 자신의 자식을 안고 자식을 죽이려는 경찰을 피해 배배꼬인 하수도 통로를 해맨다. 하지만 그가 스스로 솔직해졌음에도 불구하고 빠져나갈 수 있는 곳은 없고, 자식은 경찰의 손에 죽음을 맞이한다. 그리고 영화는 이러한 일이 시애틀에서도 벌어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면서 끝을 낸다. 기형아에 대한 두려함, 중산층의 사회적 지위와 허영을 둘러싼 공포가 단순히 그들만의 것이 아닌 당시 미국사회가 공유하던 것임을 암시하면서 말이다.

 

영화 그들과 그것은 살아있다는 서로 다른 욕망과 공포, 연출 방식을 통해서 각자의 이야기를 다룬다. 흥미로운 점은 그서로 다른 이야기가 클라이맥스를 맞이하면서 LA 하수도라는 동일한 공간에서 비슷한 결과를 맞이한다는 것이다. 그들에서 하수도는 새로운 세계에 대한 두려움을 드러내는 여정의 종착지로, 그것이 살아있다에서 하수도는 사회적 위신과 욕망을 뒤로한채 괴물이 된 자신의 자식 앞에서 솔직해질 수 있는 공간이 된다. 그 어두운 공간에서 인물들은 공포의 본질과 대면한다. 마치 다양한 욕망이 꿈틀거리는 도시의 거대한 창자 속에서 말이다. 두 영화는 모두 그런 점에서 훌륭한 괴물영화라 할 수 있다. 괴물과 인간의 공포, 그리고 그 그로테스크함이라는 본질을 정확하게 궤뚫어 보고 있기 때문이다.

게임 이야기

 

젤다의 전설 시리즈에는 최초의 1편에서부터 야생의 숨결까지 이어지는 일관된 법칙이 있다. 플레이어는 어디로 가야할지도 모른채 스테이지에 내던져진다. 그리고 그 스테이지 내에서 플레이어는 다양한 도구들을 이용해 수수깨끼를 풀어가면서 게임을 풀어나가야 한다. 스테이지와 수수깨끼, 그리고 도구를 통한 상호작용은 젤다의 전설을 유명하게 만든 요소이자, 후대 게임에 큰 영향을 끼친 원칙이었다. 심지어 야생의 숨결은 고정된 스테이지를 넘어서 오픈월드에서도 이러한 방법론이 통용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작품이었다. 그렇기에 야생의 숨결을 기점으로 젤다의 전설은 큰 전환점을 맞이한 것으로 보여진다:과거의 방법론이 현대적인 장르(오픈월드/샌드박스/심리스 같은)에도 통용될 수 있다.

 

하지만 역으로 여기서 한가지 의문이 생겨난다:새로운 시대에 새로운 젤다의 전설 시리즈와 법칙이 생겨났다면, 과거의 젤다의 전설은 어떠한 가치를 지니게 될까? 꿈꾸는 섬(2019)은 어떻게 보면 이러한 질문에 대한 나름의 답이라 할 수 있다. 꿈꾸는 섬(2019)은 30년전 흑백 게임보이로 나온 젤다의 전설:꿈꾸는 섬을 리메이크한 게임이다. 3DS 젤다 이후, 스위치로 처음나오는 클래식(?) 젤다인 것이다. 

 

큰 틀에서 꿈꾸는 섬(2019)은 야생의 숨결 이전, 아니 그보다 더 이전(슈퍼패미컴으로 나온 신들의 트라이포스 정도까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몇몇 편의성과 그래픽은 일신되었지만 게임의 구조 자체를 바꾼 리메이크가 아니기 때문에 꿈꾸는 섬(2019)에 대한 평가는 전적으로 30년전의 원작에 기반한다. 그런데도 흥미로운 점은 어떤 웹진 리뷰에서는 "꿈꾸는 섬은 오픈 월드라는 단어가 있기 전의 단순했던 시절에 다시 귀기울이게끔 하는 작품이다."(Link’s Awakening harkens back to a simpler time, one before terms like “open world” even existed, 버지 리뷰)라는 표현을 썼다는 점이다. 오픈월드/샌드박스라는 장르가 정의되기 30년도 전의 작품에 대해서 어째서 오픈월드 장르란 표현을 쓰면서 평가를 내렸을까?

 

꿈꾸는 섬을 오픈월드 장르에 비교하기 위해서는 먼저 오픈월드/샌드박스 장르에 대한 이야기를 짧게나마 해야할 것이다. 오픈월드, 혹은 샌드박스라는 명칭이 병용되는 이 장르에 대한 명확한 정의는 존재하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거대하고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필드형 스테이지가 존재하고(오픈월드), 그 안에서 다양한 방법론으로 게임을 풀어나갈 수 있다(샌드박스)라는 것이 이 장르에 대한 정의일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았을 때, 꿈꾸는 섬은 거대한 필드형 스테이지(코호린트 섬)가 메인이 된다는 점에서 '오픈월드' 라는 속성에는 부합할 것이다. 하지만 현대적인 용례에서 오픈월드는 샌드박스의 속성을 함께 지니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에, 정확하게 접근하기 위해서는 '어떤 점에서 꿈꾸는 섬은 샌드박스 장르 속성과 유사한 게임 경험을 제공하는가?'로 분석해야 한다.

 

여기서 주목해야 하는 점은 젤다의 전설 시리즈가 스테이지와 수수깨끼를 배치하는 방식이다. 서두에서 언급하였듯이 젤다의 전설 시리즈들은 스테이지를 수수깨끼로 구성되어 있다. 그리고 이러한 방법론 자체는 이제 흔해서 이 큰 명제(스테이지를 수수깨끼로 구성하다)로는 젤다의 전설만의 특성을 설명하기 어렵다. 이 명제를 젤다의 전설만의 특수성으로 맞추어서 게임을 설명하자면 '합리적이지 않은Non-Sense 세계에서 합리성Sense을 찾아내다'가 될 것이다:젤다의 전설은 플레이어에게 어떠한 설명없이 수수깨끼만 덩그러니 던져놓는다. 스테이지들과 던전들은 수수깨끼를 갖고 있고, 여기에는 정답이 있다. 하지만 가이드가 없기 때문에 플레이어는 어디로 가야할지, 무엇을 해야할지 모른다. 젤다의 전설 게임 경험의 핵심은 '무엇을 어떻게 해야한다'라는 결과를 플레이어 스스로가 답을 찾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꿈꾸는 섬(2019)의 경험을 오픈월드에 비교하는 것은 이러한 이유 때문일 것이다. 정확하게는 던전들을, 각 스테이지들을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지, 어떠한 도구가 던전을 푸는데 도움이 되는지 같은 요소들을 플레이어가 직접 찾아가는 과정에서 다양한 시도를 해야 하고 이 점이 오픈월드/샌드박스의 특성에 부합하기 때문이다. 즉, 합리적이지 않은 세계이지만, 그 속에 분명 답이 있고, 그 답을 찾아가는 중에 플레이어가 게임의 규칙을 내재화해서 받아들어야 하기 때문에 플레이어의 능동적인 행동이 중요하게 된다는 것이다. 또한 코호린트 섬이라는 스테이지는 플레이어가 어디로 갈지에 대해서 구체적인 지시(최근 게임에서 찾아볼 수 있는 경로 표지 같은)가 없기 때문에 플레이어가 '다음 던전에 들어가야 하려면 어떻게 해야하나'를 생각하게 만드는 요소도 존재한다.

 

물론 이러한 요소들이 '과한' 부분들도 있다. 인터넷이 발달하기 이전의 게임들이 게임 잡지와 공략을 연동하여 접근하였기에 '플레이어 혼자서 파악하기 힘든 파훼법'을 도입한 것들이 있는데, 가령 교환 이벤트라던가 마지막 던전에서 보스에게 도전하기 위해서는 특정한 순서로 던전을 진행해야 하는 점(심지어 매번 게임을 시작할 때마다 무작위로 생성되며 상당히 길다.) 등은 지금 관점에서 다소 과하다 할 수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꿈꾸는 섬(2019)의 경험은 샌드박스/오픈월드라는 장르 경험의 프로토 타입을 체험하는 것이며, 다소 어려운 부분이 있긴 하지만 스스로 생각하고 풀어나가는 재미가 충분하다. 무엇보다도 수수깨끼의 풀이법을 찾기 위해 게임 내적인 논리를 플레이어 스스로가 내재화 하는 과정에서 능동적인 경험을 하는 것은 지금이나 이전이나 게임에 있어서 핵심적인 재미라 할 수 있다.

 

꿈꾸는 섬(2019)에서 주목할 부분은 리메이크를 하면서 게임 전체를 장난감의 세계로 재구성하였다는 점이다. 물론 원작 자체가 기존 닌텐도 프랜차이즈들에 등장한 요소들을 한데 엮는 게임이었긴 했지만, 꿈꾸는 섬(2019)는 이러한 원작의 요소를 플라스틱 피규어와 같은 장난감으로 묘사하면서 원작의 감성을 추억 가득한 무언가로 바꾸는데 성공하였다.

 

결론적으로 꿈꾸는 섬(2019)은 과거의 게임도 지금 플레이할만한 가치가 있음을 증명한다. 다소 단순하기는 하지만,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하게 만든다라는 이 단순하고도 강력한 원칙이 꿈꾸는 섬(2019)을 재밌게 만드는 것이다. 30년전의 게임임에도 불구하고 플레이어를 생각하게 만드는 요소가 있다는 점에서 꿈꾸는 섬(2019)은 젤다의 전설이 갖고 있는 강점을 설명하는 게임이라 할 수 있다.

 

 

게임 이야기

 

*닌텐도 스위치로 플레이하였습니다.

 

보이드 바스타드의 로그라이크 슈터라는 발상은 전혀 놀랍지 않다. 로그라이크와 FPS는 트리플 A과 인디 게임계의 트렌드들을 이끌고 있는 거대 동력들이고, 이 둘의 결합은 이전에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장르 게임의 범람과 별개로 재밌는 로그라이크나 FPS의 결합을 찾기는 어렵다. 사실, 이는 상대적으로 다양한 트리플 A 게임을 통해서 문법이 확립된 FPS의 문제보다는 로그라이크의 문제라 할 수 있는데, 로그라이크는 탄탄한 기본 기제를 가진 게임이 아니면 오히려 게임에 독으로 작동하기 때문이다.

 

이는 로그라이크라는 장르와 기법이 하나의 거대한 속임수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로그라이크는 무작위로 콘탠츠를 만들어내는 기법이다. 그렇기 때문에 게임을 플래이하는 매번의 경험은 분절적일 수 밖에 없다:일반적인 게임에서 스테이지 구성은 짜임새가 있고 연속적이기 때문에 플레이어의 경험 역시 연속적이다. 그러나 로그라이크에서 플레이어의 사망은 모든 스테이지 구조를 초기화시키기 때문에 플레이어의 매번의 경험은 불연속적이다. 이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매번 게임을 플레이할 때마다 새로운 스테이지 구조가 된다 = 스테이지가 계속해서 생성되기 때문에 무한이 즐길 수 있다' 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실제로는 게임을 통해서 쌓아올리는 경험과 학습이 연속적이지 못하기 때문에 좌절스러운 경험을 더 제공되는 때들이 많다.

 

이러한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서 로그라이크 게임은 '생존'과 '죽고 나서도 이어지는 업그레이드'라는 요소를 도입하였다. 이는 로그라이크 장르 게임의 특성에 많은 부분 부합한다. 한 번의 사이클을 끝내기 위해서 게임의 각가지 장애 요인으로부터 살아남아야 하기 때문에 생존이라는 개념이 로그라이크와 부합한다. 그리고 매번의 분절적인 경험으로 게임 플레이 경험을 학습하고 더 나은 방향으로 수정하게끔 요소로 죽고 나서도 이어지는 업그레이드 개념도 로그라이크와 부합한다. 

 

하지만 이러한 로그라이크의 생존과 업그레이드 개념은 어디까지나 '부차적'인 것이다. 로그라이크의 핵심은 게임의 근간이 되는 플래이다. 오히려 로그라이크에서는 일반적인 스테이지 식의 게임보다 핵심적인 게임 플래이가 더 부각된다. 일반적인 스테이지 구성의 게임에서는 스테이지의 완급에 따라서 게임 플래이를 다양하게 구성할 수 있지만, 로그라이크에서 의도적으로 다양한 경험을 줄 수 있는 스테이지 구성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온전하게 게임 플레이만에 집중하여 게임을 구성해야한다.

 

보이드 바스타드는 이러한 점에서 게임 플레이의 기본이 잘 만들어진 로그라이크 게임이다. 보이드 바스타드는 무작위로 생성된 우주선에서 필요한 부품들을 찾고 빠져나오는 것이 기본적인 게임플레이다. 보이드 바스타드는 여타 로그라이크에서 찾아볼 수 있는 기본적인 요소들은 갖추고 있는데, 무작위로 생성되는 스테이지와 죽어서도 이어지는 업그레이드 요소, 살아남기 위해서 총알과 회복 아이템 등의 요소를 관리해야 하는 점 등이 그러하다. 엄밀하게 이야기하자면, 로그라이크 장르 관점에서 보이드 바스타드가 눈에 띄는 부분은 그렇게 두드러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오히려 보이드 바스타드에서 두드러지는 부분은 시스템 쇼크에서 이어져 내려와 바이오 쇼크나 프레이로 이어지는 FPS의 흐름이다.이들 게임들은 두가지 측면에서 일반적인 FPS와 차별화된다. 첫번째는 총과 능력을 활용하는 액션 시스템이다:일례로 바이오쇼크가 한 손으로 공격, 다른 한 손으로 초능력을 써서 적들과 싸우는 흐름을 보여준다. 이렇게 단순히 총을 쏴서 상대를 제압하는 것을 넘어서 총과 능력을 모두 이용해서 전투를 벌이거나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의 게임은 플레이의 다양성을 늘렸다.

 

두번째로 이들 게임은 이러한 플레이의 폭을 늘려주는 대신, 플레이어가 쓸 수 있는 가용 자원을 제한함으로 플레이어가 총과 능력을 쓰며 게임을 풀어나갈 때 고민을 하게끔 만들었다. 대표적인 예로 바이오쇼크의 스테이지 디자인은 이러한 경향을 강하게 드러내는데, 게임이 스테이지로 일정한 구역을 설정하고 여기저기 뒤져가면서 총알과 자원을 획득하게 하였다. 플레이어는 자원을 획득하기 위해서 스테이지를 꼼꼼히 수색해야하는데, 적들의 배치나 다양한 장애 요인으로 인해서 역으로 자원을 소모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조심스럽게 접근해야한다.

 

보이드 바스타드 역시 이러한 두가지 흐름을 모두 이어받고 있다:공격을 위한 무기들과 별개로 다양한 용도의 보조 무기군이 등장하여 게임을 풀어나갈 수 있다는 점(가장 기본적인 스턴건인 재퍼부터 적을 세뇌하는 스크램블러나 적의 위치를 뒤바꾸는 쉬프터까지)과 게임 스테이지 디자인이 적의 섬멸을 중심으로 한 아레나가 아닌 아이템을 찾는데 맞춰져 있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특히, 두번째 요소는 보이드 바스타드라는 게임을 이해하는데 필수적인 요소다. 보이드 바스타드에서 플레이어에게 주어지는 임무는 '특정 물건을 회수하는 것'이다. 하지만 어디에 목표가 있는지 알 수 없기 때문에, 플레이어는 함선을 이잡듯이 뒤져야 하며, 목표를 확보하면 다시 함선에서 빠져나가야 한다. 즉, 보이드 바스타드는 진입-탐색-탈출이라는 큰 구조를 가지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로그라이크의 무작위성이 보이드 바스타드의 진입 - 탐색 - 탈출 구조와 잘 어울린다는 점이다. 로그라이크의 가장 큰 문제점은 때때로 클리어 불가능한 조합을 만들어내거나 정합적이지 않는 공간을 만들어낸다는 점에 있다. 보이드 바스타드는 교묘하게 이 두가지 문제점을 회피한다. 첫번째 문제는 진입과 탐색 과정에서 플레이어가 판단을 내려서 목표를 찾지 않고 탈출할 수 있다는 방법론을 통해 해결한다. 보이드 바스타드에서 플레이어는 각 우주선의 큰 특징들(어떤 목표가 있는지, 어떤 특성을 갖고 있는지 등)을 파악할 수 있고, 자신이 갖고 있는 자원과 역량에 비추어보아서 그 우주선을 진입할지 넘길지를 판단할 수 있다. 또한 우주선에 진입했더라도 목표를 달성하지 않아도 탈출할 수도 있다. 물론 이동과 회복에 자원이 들어가기 때문에 진입하고 탈출하는 것이 좋은 선택은 아니지만, 스테이지를 선택하거나 진행할 때 플레이어가 능동적으로 생각하고 자유롭게 플레이를 끊을 수 있다는 점에서는 여타 로그라이크의 무작위성이 갖는 문제를 잘 풀어내는 편이다.

 

또한 보이드 바스타드는 무작위로 스테이지가 만들어지더라도 '정합적'인 구성을 갖는다. 기본적으로 스테이지가 되는 각각의 우주선들은 게임 설정상 목적을 갖고 만들어진 특수선들이기 때문에, 주로 등장하는 목표물과 총알, 자원들이 각기 달라진다. 또한 우주선 내에서도 각 구역에 따라서 등장하는 아이템들이 경향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목표 이외에도 자신이 필요한 물품이 등장할만한 스팟들만 골라서 돌거나 심지어 목표물이 어디서 나올 것인지 맵을 보고 추리한 다음에 최단 루트로 목표물만 빼올 수도 있다. 게임의 난이도도 심도로 표현되며, 심도에 따라 조우하는 수정치나 적들, 목표물이 달라지며, 플레이어가 능동적으로 심도를 조절할 수 있기 때문에 정합성과 합리적인 게임 플레이 양쪽 모두를 고려하였다 할 수 있다.

 

로그라이크 게임은 무작위성 때문에 정합성을 가진 스테이지 구조를 찾아보기 힘든데, 보이드 바스타드는 큰 틀에서 정합적인 흐름을 유지하고 있으며 이는 정말로 훌륭한 부분이라 할 수 있다. 그 덕분에 플레이어는 변화무쌍한 게임 속에서 빠르게 적응할 수 있다. 스테이지는 계속해서 변화하지만, 정합적이고 불합리한 부분은 플레이어 판단으로 제거할 수 있기 때문에 로그라이크 특유의 불합리함을 만날 일도 줄어든다. 

 

결론적으로 보이드 바스타드는 로그라이크 게임 중에서 찾아보기 힘든 훌륭한 게임이다. 클리어 이후에 챌린지 모드가 추가되는 것 이외에 별다른 추가적인 콘탠츠가 없다는 점은 아쉽지만, 구매한 돈값 그 이상은 하는 게임이라 할 수 있다. 스위치에서도 깔끔하게 돌아가는 편이기 때문에 스위치로 좋은 로그라이크 게임을 찾는 사람에게는 추천하는 바이다.

잡담/개인적인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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