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이야기/게임 리뷰




캐릭터 게임는 무엇인가? 보통은 배트맨 아캄 시리즈 같은 게임들에서부터 하츠네 미쿠 프로젝트 디바까지, 기존의 캐릭터나 작품이 있고 이를 바탕으로 파생된 게임들을 캐릭터 게임으로 지칭한다.[각주:1] 그렇기에 캐릭터 게임은 기존 상품의 연장선상에서 봐야할 것이다. 그렇다면 잘 만든 캐릭터 게임이 무엇일까? 캐릭터 게임은 캐릭터의 팬들을 만족시키면서 캐릭터 팬들을 새롭게 끌어들이는 계기로 작용하는 게임이다. 하지만 이런 캐릭터 게임을 만들 때, 기존의 상품 특징과 성격을 살리면서 게임의 재미 둘을 같이 잡는 것이란 상당히 어렵다, 아니 상당히 간과되는 부분이다. 보통 이런 게임들을 만들 때의 개발방향은 최소 비용으로 최대한의 이윤을 내는 형태의 게임을 많이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쉽게 이야기하면 퀄리티가 어찌되든 구입을 하는 팬들에게서 돈을 뜯어내기 위한 수단이 되기 쉬운 것이 캐릭터 게임이라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하츠네 미쿠 프로젝트 f는 잘 만든 작품이다. 물론 프로젝트 디바 f 자체는 그렇게 훌륭한 게임은 아니다. 리듬 게임이라고 이야기하면서 총 수록곡은 30여곡 남짓에 불과하며[각주:2], 그래픽은 비타의 최선을 뽑아냈다고 하기에는 어렵다. 하지만 프로젝트 디바 f는 보컬로이드에 대해서 크게 거부감이 없다면 편하게 즐길 수 있는 게임이다. 리듬 게임으로서 내용도 충분하지만 기존의 보컬로이드[각주:3]팬들이라면 즐길 수 있는 보컬로이드와의 상호작용도 준비되어 있기에 일반 게이머와 기존의 팬 양측 모두를 사로잡을 수 있는 매력을 갖고 있다.


프로젝트 디바 f의 플래이 구조는 전형적인 리듬 게임의 구조를 따르고 있다. 게이머는 PV를 배경으로 생겨나는 노트에 맞춰서 버튼을 누르거나 전면터치 패널을 터치해서 음악을 연주해야 한다. 라인을 따라서 노트가 내려오는 기존의 리듬 게임과 다르게 화면 저편에서 노트가 등장해서 노트끼리 서로 만나는 순간에 연주할 것을 요구하는 구조를 보여주는데, 노트에 초침이 붙어있어서 세밀한 박자를 잡는데는 크게 어려움이 없다. 그러나 기존의 라인을 따라서 음표가 만들어지는 리듬 게임과 다르게, 프로젝트 디바는 노트가 생겨나는 방식이 일정하지 않다. 노트는 음악에 따라서 다양한 방식으로 등장하는데, 노트 등장 방식은 호를 그리거나 직선을 그리는 등의 '규칙성'에 기반하고 있다. 하지만 하드 난이도 이상에서는 이런 규칙성을 깨거나 어떤 노트가 먼저인지 구분이 안되는 다소 교묘한 구조를 보여주기도 한다.


기본 연주 구조 외에도 프로젝트 디바에는 독특한 시스템이 있다. 연주 중에 두번의 테크니컬 존과 한번의 찬스 타임이 존재하는데, 테크니컬 존의 경우 모든 노트를 쿨/파인으로 연주할 경우 점수를 얻으며, 찬스 타임의 경우에는 모든 노트에 추가 점수가 생기고 연주에 성공할 경우 추가연출이 나온다. 이러한 시스템 때문에 연주 자체에 있어서 특정 구간의 비중이 엄청나게 올라가며, 고득점을 위해서는 이 구간의 연주를 실패해서는 안된다. 아쉬운 것은 중간 간주 부분이나 전주부분을 잘 연주해도 그렇게까지 큰 메리트가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 부분을 제외하면 리듬 게임 자체의 재미는 준수하다.


게임은 리듬 게임에서 디바 포인트를 벌고, 디바 룸이나 보컬로이드에게 주기 위한 코스튬을 위해서 소모하는 구조를 취한다. 캐릭터 게임 답게 코스튬의 양이 상당한데(.....), 음악 하나당 코스튬 하나에 머리나 등, 목에 달 수 있는 코스튬까지 수가 상당하다. 또한 디바 룸에서는 보컬로이드와 선물을 줘서 친밀도를 쌓고 선물마다 특수한 이벤트를 볼 수 있다. 물론 이것들 덕분에 벌어들인 돈이 죄다 들어가는 신묘한 상황이 자주 일어난다.


프로젝트 디바 f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바로 PV 에디트 기능이다. 배경과 미쿠의 포즈, 카메라의 움직임, 노트들을 배치해서 자신만의 PV를 만들어내는 PV 에디트 기능과 에디트 플레이 기능은 30여곡의 제한된 수록곡이라는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는 놀라운 기능이다. 그러나 에디트 기능 자체가 대단히 복잡한 기능이기에[각주:4], 대부분의 플레이어들은 PV 에디트를 사용해서 자신만의 PV를 만들기 보다는 다른 유저들이 만들어낸 PV를 인터넷에서 구해서 사용하는 쪽에 더 집중할 것이다. 문제는, PV 다운로드 데이터베이스나 접근성에 있어서 프로젝트 디바는 시대에 한참 뒤쳐진 모습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최대 3개의 업로드 제한과 사용자명으로만 검색할 수 있다는 점 등 대단히 불편한 구조를 보여주는 PV 공유시스템은 아주 강력한 툴을 플레이어들에게 제시했으면서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기에 정말 아쉽다.


결론적으로 프로젝트 디바 f는 캐릭터 게임이지만, '캐릭터' 요소를 제외하더라도 그럭저럭 즐길만한 요소들이 충분히 많은 게임이다. 물론 게임 구조가 혁신적이라던가, 해결해야할 문제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편하게 즐길 수 있다는 점이나 앞으로 발전가능성이 충분히 있다는 점에서 프로젝트 디바 f는 매력적인 작품이다. 물론 어디까지나 보컬로이드 라는 일본 서브컬처에 대해서 큰 거부감이 없다는 전제를 깔아야 하지만, 프로젝트 디바는 리듬 게임을 즐기면서 비타를 갖고 있는 게이머라면 구입해서 즐길만한 가치가 있는 게임이다.




덧.비타 후면 터치를 쓰는 연주 파트가 없어서 너무 좋았다.




  1. 이에 대한 정의가 없었기 때문에 나름대로 내릴수 밖에 없었다.... [본문으로]
  2. 테크니카 튠은 67곡이 수록되었다. [본문으로]
  3. 프로젝트 디바 f에는 미쿠, 린, 렌, 카이토, 루카, 메이코의 음악이 수록되어 있다. [본문으로]
  4. 대단히 세세한 기능을 지정할 수 있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