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이야기/게임 리뷰



*스포일러 있습니다.

*리뷰는 HD 콜렉션 기반으로 쓰여졌습니다.



메탈기어 솔리드 4 이후로, 메탈기어 솔리드 시리즈의 운명은 그야말로 '풍전등화'였다. 물론 시기적으로나 게임의 완성도로나 메기솔 4는 흔히들 이야기하는 '3의 저주'를 비켜나간 모습을 보여주기는 했지만[각주:1] 여전히 많은 문제점을 갖고 있는 작품이기는 했다. 게임의 흐름을 방해하는 컷씬 문제와 참신하기는 했지만 너무나 많은 기믹들을 때려박은 나머지 하나를 제대로 즐기지도 못한체 다음으로 넘어가는 게임 구조 등등...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프렌차이즈들이 보여주는 맥빠지는 모습에 비하면 메기솔 4은 '살아서 할 수도 있는 실수' 축에 들어간다고 할 수 있다.[각주:2] 문제는 과연 4편 이후로 끝나버린 스토리와 게임 구조를 확장할 수 있을까? 라는 큰 문제가 남아있었다. 그렇기에, 4편의 등장 이후로 메탈기어 솔리드 시리즈는 그대로 종지부를 맞이하는 것처럼 보였다.[각주:3] 하지만, 코지마는 2010년 PSP용 타이틀인 피스워커를 발매함으로서 여전히 이 시리즈가 할 수 있는 이야기, 새로운 형식의 게임 구조, 마지막으로 자신이 퇴물이 아니라는 사실을 훌륭하게 입증해냈다.


리뷰에 앞서서 유념해야할 점은, 피스워커는 어디까지나 '휴대용 게임'이라는 것이다. 이미 코지마는 PSP으로 포터블 옵스를 만든적이 있으며[각주:4], 포터블 옵스를 통해서 이런저런 시행착오를 거친 상태였다.[각주:5] 피스워커는 그러한 실수를 토대로 만들어진 작품이며, 휴대용 기기의 본질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만들어진 작품이기도 하다. 문제는, 이것을 '거치용' 콘솔로 즐길 때, 과연 기존의 메기솔 시리즈와 1:1로 놓고 비교할 수 있느냐? 라는 것이다. 게임 자체가 휴대용에 맞춰져서 이런저런 칼질을 당한 부분이 있는 것도 사실이며, 게임을 플레이하실 분들은 이 점을 유념해야할 것이다.


피스워커는 시리즈 특유의 잠입액션의 기믹을 들고 오고는 있으나, 포터블 기기(PSP)라는 한계에 맞게 게임을 재구성한다. 기본적으로 게임은 기존의 시리즈와 다르게 전체 게임을 4~5분 내로 클리어할 수 있는 미션 단위로 잘게 쪼개며, 각각의 미션은 몇개의 작은 스테이지로 구성되어 있다. 대부분의 스테이지는 시작 지점에서 도착 지점까지 도달하는 일직선 구조를 취하고 있으나, 게임은 미션의 단순반복을 피하기 위해서 다양한 소품적 기믹들을 집어넣는다. 예를 들자면, 카드키를 갖고 있는 적을 잡아서 카드키를 회수하고 침입해야하는 미션이 있는데, 플레이어는 이 특정 적을 잡기 위해서 몇몇 힌트[각주:6]를 토대로 적을 찾아내서 카드키를 회수해야한다. 하지만, 게임은 이러한 기믹을 아주 어려운 수준으로 끌고가지 않고, 기본 게임을 지루하게 하지 않을 정도의 양념 수준에서 마무리한다. 


하지만 스토리라인의 미션들이 그렇게까지 어렵지 않은 수준이라면, 엑스트라 옵스의 추가 미션들은 그리 녹록하지 않다. 엑스트라 옵스의 구성은 기존의 미션 스테이지들을 하나씩 때어놓은 형태이며 '미션을 즐기기에는 시간이 부족한 상황에서 즐길 수 있는' 컨텐츠'라고 할 수 있다. 엑스트라 옵스는 기본적으로 시간 제한이 있고 참여하는 케릭터가 스네이크가 아니기 때문[각주:7]에 기존의 미션보다는 이런저런 제한이 많은 편이며, 특히 vs 탱크, 헬기 등등의 보스 미션의 경우 본편에 비해서 도전적이다. 하지만 엑스트라 옵스는 단순한 도전이 아니라 후술할 포터블 옵스에서 피스워커가 계승한 요소들 때문에 플레이어에게 주는 이득이 상당하다.


피스워커는 기존의 시리즈들처럼 전작들의 특징을 발전 심화시킨다. 가령 3편의 카모 시스템을 4편은 능동 카모 시스템으로 변경했다면, 피스워커에서는 미션 스테이지에 따라서 바꿔끼는 일종의 '장비' 개념으로 바꾸었다. 물론 상황에 따라서 군복을 갈아입어야 하는 3편이라던가, 포복 후에 주위 환경에 카모플라주를 맞췄던 4편에 비하면 제약이 많다고는 할 수 있으나 피스워커에서 카모플라주도 여전히 중요하다. 또한 게임은 4편에서 처음 등장한 TPS 시점 같은 총기 조준 시점을 제공하는데, 정밀한 조준이 힘든 휴대용 기기의 문제를 게임은 오토 에임을 기본적으로 제공하고, 부위를 노릴 때 부위 근처에 크로스헤어가 있을 경우 자동적으로 크로스헤어가 그 부위를 조준하는 편의를 제공한다. 특히 잠입 위주의 플레이를 지향한다면, 머리에 마취총을 쏘는 것이 대단히 중요한데, 이 시스템 덕분에 적당한 긴장감과 편의성을 동시에 잡았다고 평할 수 있다.


피스워커의 게임 시스템은 전작인 포터블 옵스에 기반하고 있다. 병사를 납치(?)해서 동료로 만든다, 그리고 이렇게 모은 동료들을 토대로 미션에 직간접적으로 도움이 되는 일들(조를 짜서 별개의 임무에 투입한다던가, 기술진이나 의료진으로 배치한다던가 등등)에 투입시킨다. 이렇게 동료를 모은다(?)라는 기믹을 포터블 옵스는 사실성을 강조[각주:8]하다가 상당히 빡센 형태로 빚어낸데 반해서, 피스워커는 이 모든 것을 그냥 마법(?)의 풀톤회수 시스템으로 통일시킨다. 


이렇게 병사들을 포획하고 미션을 끝마친 뒤, 피스워커는 간단한 경영시뮬레이션이 된다. 포획해온 병사들을 적재적소에 배치하고, 병사를 전장에 보내서 육성하거나 무기나 아이템 등을 업그레이드 하는 등등의 다양한 행동을 취할 수 있다. 피스워커에서의 MSF[각주:9] 경영은 어렵지는 않지만 쉽지도 않다. 특히 병사들을 전장에 내보내는 아우터 옵스의 경우, 병사와 장비 소모[각주:10]가 심하지만 동시에 병사가 빠르게 레벨업 할 수 있는 기회이자 일반적인 스토리 미션 진행으로는 구할 수 없는 귀한 물자들을 구할 수 있는 몇안되는 방법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플레이어는 아우터 옵스를 통해서 병사들을 레벨업을 시키고, 소모된 자원이나 장비들을 엑스트라 옵스나 본 미션에서  벌충하게 되며, 게임은 이런 점에서 순환구조를 지니고 있으며, 반복 플레이에 특화된 모습을 보여준다.


게임의 그래픽은 HD 컬렉션 기준으로 60프레임에 상당히 깔끔하게 뽑혔으나, 여전히 PSP 기반의 게임이라는 티를 팍팍내고 있다. 하지만, HD 컬렉션의 가장 큰 혜택은 바로 기존의 PSP 조작 시스템[각주:11]에서 완벽하게 듀얼쇼크 3 패드 기반의 조작 시스템으로 이식을 했다는 점이며, 콘솔로 플레이를 해도 조작에 있어서 큰 무리가 없다고 평하고 싶다.


결론적으로 피스워커는 휴대용 기기라는 기기의 특징을 잘 살린 작품이며, 코지마 히데오의 기량이 잘 드러난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아마도 피스워커의 최대 단점이란 이걸 하기 위해서는 PSP을 사야했던(+그리고 프레임 드랍 등의 문제) 것이라고 할 수 있으며[각주:12], HD 콜렉션의 경우 휴대용 멀티와 보관함 등의 PSP 전용 기능들을 제대로 살리지 못하는 점에 대해서 아쉽다고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피스워커는 게임적 재미로는 미적지근 할 수 밖에 없었던 4편에 비해서는 훨씬 재밌는 작품이며, 스토리적으로도 시리즈 중 가장 어두워보이는 5편 팬텀 패인과 점점 미쳐가는 빅 보스라는 단초를 제공하는 중요한 연결고리이다. 팬텀패인을 기대하시는 분이나 혹은 메기솔 시리즈를 즐기신 분이라면 꼭 추천하는 작품이다.



덧.스토리와 관련된 이야기는 하편에 쓰도록 하겠습니다.





  1. 스토리의 붕괴, 이도저도 아닌 게임 구조 등등... [본문으로]
  2. 참고:살면서 하면 안되는 실수=데드 스페이스 3 [본문으로]
  3. 물론 팬들은 3편과 빅보스의 이야기, 그 중간연결고리가 남아있음을 알고 있긴 했었다. 하지만 과연 그 사이의 이야기가 게임으로 만들어질 것인가? 라는 문제는 좀 별개가 아니었을까 라고 생각해본다... [본문으로]
  4. 애시드 같은 머나먼 외전은 제외하고. [본문으로]
  5. 포터블 옵스가 나름 즐길만한 작품이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저런 구멍이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또한 게임의 스토리 역시 이런저런 무리수들과 함께 게임 자체가 묻혀버리는 안습함을 보여주기도 했다. [본문으로]
  6. 특정 새 소리가 들리는 스테이지, 적의 복장 등등... [본문으로]
  7. 스네이크가 매인 미션을 진행하는 동안 생기는 일이라는 설정인듯. 그렇기에 스네이크보다 능력이 떨어지는 병사로 미션을 수행하게 된다. [본문으로]
  8. 기절한 병사를 상자로 둔갑시켜서 지정된 포인트에 갖다놓으면 동료들이 회수를 하러 온다던가, 풀톤 회수 시스템에 제약이 걸려있다던가 등등 [본문으로]
  9. 국경 없는 군인, 본작품에서 빅 보스가 이끄는 사설 군대. [본문으로]
  10. 보스전 중에 장비를 파괴하지 않으면 탱크나 장비를 회수해서 쓸 수 있다. [본문으로]
  11. PSP는 슬라이드 스틱이 하나밖에 없다... [본문으로]
  12. 일본이나 한국에서는 별 문제가 없을지는 모르겠지만, 미국에서는 PSP과 비타는 정말로 인기가 없는 게임기종이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