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이야기/게임 리뷰


*스포일러 있습니다.


스다 51은 언제나 소수자들의 친구였다. 아니, 정정하자면 소수만이 언제나 스다 51의 친구였다. 그의 게임들은 전적으로 요즘 게임에서는 인용되지도 않는 싸구려와 B급 미학으로 가득차 있으며, 불가해한 스토리에, 성인을 위한 컨텐츠들[각주:1]로 가득차있다. 금발 트윈테일 치어리더(덤으로 머리도 텅빈것처럼 보이는)가 고교 좀비들을 학살한다는 롤리팝 체인소우나, 미녀하고 섹스하기 위해서 전미 암살자 랭킹 1위를 노린다는 노 모어 히어로즈 등등 정리해놓고 보면 이런걸 용케도 시장에 내놓고 파는구나 싶은 물건들이 대부분이다. 킬러 이즈 데드 역시 그러한 스다 51 게임의 연장선상에 있으며, 여전히 정신나간 연출 센스와 불가해한 스토리, 그리고 살짝이나마 아쉬운 게임 플레이를 보여준다.


스다 51의 센스를 정의하는 핵심은 '제멋대로'이다. 도대체 왜 여기서 이런 장면이 나오는가? 왜 이 게임의 이야기는 이런 식으로 진행되는가? 라는 게이머 머릿속 가장 깊숙하고도 원초적인 질문에 대해서 스다 51은 빅엿을 날린다. 스다 51의 게임은 전적으로 내가 꼴리니까(혹은 내가 재밌으니까) 집어넣는다에 기초하고 있으며, 내가 너의 숨겨진 쌍둥이 형인 이유는 플레이어들이 너와 나 사이의 충격적인 설정을 원할거 같아서 라고 대답하는 노모어 히어로즈[각주:2]처럼 애시당초에 그에게 정합성이 있는 이야기와 세계관을 요구하는 것이란 무리한듯 하다. 킬러 이즈 데드 역시 그 연장선상에 있는데, 보스전에 뜬금없이 네녀석은 라스트 보스니까, 라던가 요즘 같은 시대에 액션 게임에서 세계정복 같은건 유행도 안된다는 이야기를 툭툭 던진다. 소수만이 좋아할 수 있는 스다 51의 독특한 센스는 변함없다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덕분에 킬러 이즈 데드의 이야기는 우주로 날아간다. 몬도와 데이빗이 사실은 형제였는데, 몬도가 데이빗을 죽이고 흑화해서 달(=광기)의 지배자가 된다, 라고 요약할 수 있는 스토리는 막상 플레이 해보면 전혀 와닿지 않는 카오틱한 스토리가 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 메인 스토리보다는 중간중간에 어른들의 동화를 만들려는 게임의 산만한 시도들[각주:3]은 플레이어의 머릿속을 더욱 심란하게 만든다. 스토리를 못썼다기 보다는 그냥 손놓고 자기 꼴리는 것만 집어넣었고 덕분에 그냥 이야기에 대해서 아무 생각을 갖지 않는게 오히려 더 마음 편해지는 게임이 바로 킬러 이즈 데드라고 본인은 결론을 내리고 싶다. 또한 게임 내내 가장 많이 듣는 대사이자 플레이어의 심정을 대변하는 대사 '그런가...네녀석은 아무것도 모르는건가?'로 요약할 수 있는데, 아마도 이건 스다 51 본인이 스토리에 대해서 갖는 생각과 유사할 것이다. 그렇기에 앞으로 그가 스토리에 대해서 뭐라 코멘트 한다면 본인은 그 밑에 '그런가...네녀석은 아무것도 모르는건가?' 라고 댓글을 달고 싶다. 이런 점에서 킬러 이즈 데드는 이야기에 있어서 그냥 대놓고 웃겨보겠다는 개그 센스로 무장한 롤리팝 체인소우보다는 못하다고 할 수 있다. 킬러 이즈 데드 이야기의 대부분은 스다 51의 머릿속에 둥둥 떠다니는 멋에 대한 브레인(=쉿) 스토밍의 결정체로, 통일되기 보다는 이리튀고 저리튀어서 종잡을 수 없는 무언가이기 때문이다.


킬러 이즈 데드의 기본 플레이 구조는 데빌 메이 크라이 형식이 아니라 배트맨:아캄 시리즈의 그것에 가깝다. 다양한 기술로 화려한 공격을 끝없이 이어가는 것이 아니라, 기본 평타 위주로 평타가 끊기지 않게 운영을 하는 것이 기본이기 때문이다.[각주:4] 또한 적의 공격에 맞춰서 저스트 가드에서 발생하는 카운터나 아슬아슬한 회피에서 발생하는 난무 공격으로 더 큰 데미지를 노리는 시스템은 게이머에게 상당한 쾌감을 제공한다. 적을 일격에 죽이는 처형 모드의 경우, 너무 강한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게임은 처형 모드를 가드하는 적이나, 일정 체력 이하로 떨어졌을 경우에만 처형모드로 처리할 수 있는 적을 집어넣는 등 이런저런 벨런스 유지 장치들을 삽입해놓았다. 물론 이 모든 것이 '완벽'하게 작동하는 것은 아니지만[각주:5], 게임 자체는 그럭저럭 벨런스가 유지되는 그런 느낌을 준다.


물론 게임 자체가 갖는 한계(예산의 문제라던가...)가 분명하기 때문에 다양한 패턴을 보여주지 못한 것은 상당히 아쉬운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다른 트리플 A급 게임들이 다양한 콤보, 다양한 공격 루트, 자유로운 공격, 어려운 공격을 성공시켰을 때의 보상이나 짜릿함 등등의 응용적인 부분을 보장한다면, 킬러 이즈 데드의 문제는 아주 기초적인 부분만 잘 다듬어 놓고는 거기서 더이상 발전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작인 롤리팝 체인소우와 비교해보면 게임 자체만으로도 상당히 재밌는 게임이라고 할 수 있다.


킬러 이즈 데드의 그래픽과 게임 내 연출은 저예산의 티가 나는 것을 제외하면[각주:6] 독창적이다 못해서 개성이 폭발한다. 화려한 원색과 과격한 음영의 대비는 아주 독특한 형태이지만, 동시에 몇몇 부분에서는 그 독창적인 연출과 그래픽이 눈알을 파괴하는 것 같은 기분마저도 든다. 특히 프리미엄 에디션 특전인 미션 51의 지하실 파트의 경우, 어두운 부분이 번져보여서 주변 지형이 제대로 파악이 안될 정도로 끔찍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그리고 처형 모드의 처형 장면의 경우, 카메라가 이상한 형태로 돌아가서 머리가 아플 지경이다. 하지만, 킬러 이즈 데드가 보여주는 그래픽이란 상당히 독특한 것이기 때문에, 사람에 따라서는 이러한 단점들을 커버할 수 있는 매력을 찾아낼 수도 있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킬러 이즈 데드는 여전한 스다 51의 게임이다. 독특한 센스와 이미지, 표현 등에 있어서 게이머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올 수 있긴 하지만, 동시에 그로 인해서 희생한 것 역시 크다고 할 수 있다. 아마도 롤리팝 체인소우의 예외적인 성공[각주:7]과 다르게 킬러 이즈 데드가 위치하고 있는 이 지점이야말로 스다 51 게임의 표준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본인은 그럭저럭 재밌게 즐겼지만, 모든 사람들이 다같이 즐길만한 그런 게임은 분명하게 아니라고 못박을 수 있다.




덧.지골로 미션의 경우, 스다 51의 센스+개그가 빛나는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1. 폭력이든, 성적이든. [본문으로]
  2. 그에 대한 주인공의 대답이 걸작이다:내가 들어본 소리 중에서 가장 미친 개소리군. [본문으로]
  3. 솔직히, 몬도-데이빗의 스토리가 메인인지, 아니면 동화가 메인인지, 그리고 동화 컨셉은 왜이리 산만한건지, 이야기하자면 끝도 없다. [본문으로]
  4. 평타가 일정 이상 쌓이면 처형으로 아이템을 모은다던가, 공격이 더 강해지는등의 인센티브가 있다. [본문으로]
  5. 무엇보다 혈액 게이지가 차오르는 속도가 엄청나기 때문에 아무떄나 처형 모드를 막질러줄 수 있다. 물론, 혈액 게이지가 처형 모드 말고도 서브 웨폰이나 체력 회복 등 다양한 부분에서 쓰이긴 하지만... [본문으로]
  6. 모션의 어색함, 음성과 맞지 않는 입 등등... [본문으로]
  7. 월드와이드로 50만장 이상 팔았다는 이야기가 있음...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