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 만화, 영화 이야기


역시 관계 없는 짤방

(편의상 존댓말은 생략하도록 하겠습니다.)


 

 좋은 작품이란 무엇인가? 과거 본인은 시대의 흐름과 대중의 욕망에 따라 걸러진 고전 명작은 기본적으로 시대를 뛰어넘은 좋은 작품이라 이야기 하였다. 그렇다면, 그렇게 시대를 뛰어넘은 작품이 아니라 '현 시대에서 훌륭한 작품은 어떻게 구분을 할 수 있는가?' 라는 문제가 발생한다. 물론 '흥행하는 작품은 어딘가 뛰어나다'라는 기본적인 명제는 존재한다. 하지만, '어딘가 뛰어난 작품'과 '좋은 작품'은 다르다고 봐야되지 않을까?
 
 여기서 한가지 예를 들어 보자. 올해 초 개봉하여 전세계적인 신기록을 세운 '아바타'라는 영화가 있다. 한국내 최다 관객 동원 기록인 '괴물'을 제치고 새로운 최다 관객 동원 기록을 세웠고, 수많은 사람들이 '새로운 시대의 영화'라고 극찬하였다. 그렇다면 과연 관객들이 더 원한 영화 '아바타'가 '괴물'보다 뛰어난 영화인가? 본인은 전혀 그렇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물론, 아바타는 새로운 기술 지평을 연 영화인 것은 확실하다. 하지만, 전형적인 스토리 라인과 오리엔탈리즘의 유치한 변주가 영화 '괴물' 전반에 흐르는 씁쓸한 페이소스와 비교될 수 있을까? 본인은 그렇기에 '괴물'쪽을 선호한다. 하지만, 다른 사람은 '아바타'의 기술적 화려함과 아름다움, 새로운 3D 영상을 선호할 수도 있는 것이다.

 즉, 현존하는 작품의 좋고 나쁨은 취향에 따라서 달라진다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명제를 따르면 취향에 따라서 좋은 작품, 나쁜 작품, 이상한 작품이 나뉘게 된다. 그렇다면, 다양한 취향이 존재하는 현재의 시점에서 모든 취향을 모두 만족하는 '객관적'으로 좋은 작품을 따진다는 것은 무의미한 것일까? 이러한 질문에 대해서 몇몇 사람들은 부정적으로 생각하지만, 일단 본인은 '객관적'으로 좋은 작품은 존재한다고 생각하는 쪽이다. 즉, 객관적으로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일정한 감동을 주는 작품은 존재한다.

 본인이 생각하는 객관적으로 좋은 작품은 다양한 사람의 취향과 시선, 그리고 해석을 허용하는 작품이다. 그 예로 폴 토마스 엔더슨 감독의 '데어 윌 비 블러드'가 있다. 본인이 이 작품을 '좋은 작품'이라 인정하는 이유는, 가족 4명이 영화를 보러가서 4명이 서로 다른 결론과 해석을 냈기 때문이다. 게다가, 각자의 설명이 모두 영화의 요소와 표현에 부합하였다. 즉, 서로 다른 4가지의 내용이 동시에 한 영화에 공존했다는 것이다. 이와 같이, 관객의 다양성을 한 작품 아래서 통합 시킬 수 있는 작품이야 말로 '좋은 작품'이라 칭할 수 있는 것이다. 

 본인이 주장하는 '좋은 작품'들은 모두를 관통하는 공통된 요소가 있다. 그것은 바로 '여백'이다. '여백'에도 다양한 종류가 있다. 먼저 지금까지도 애니메이션의 걸작으로 군림하고 있는 에반게리온 같은 경우를 보면, 애니메이션 전반에 깔려있는 사춘기 특유의 감수성과 거친 느낌을 살려내어서 관객이 자신의 사춘기적 경험과 감성을 작품에 개입할 수 있는 '여백'을 만드는데 성공한다. FLCL 이나 이와 비슷한 기타 애니메이션들도 이러한 부류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위에서 예를 든 것과 같이 해석과 관점의 공존을 가능케 하는 '데어 윌 비 블러드' 같은 작품들이 '여백'을 잘 표현하는 또다른 사례라 할 수 있다.

 뭐, 본인이 주장하는 '객관적'으로 좋은 작품의 요소인 '여백'이란 결론적으로 감상자가 작품에 적극적으로 이입할 수 있는 여지와 다양한 감상자의 경험이나 배경을 모두 아우를수 있는 포용력을 지칭하는 것이다. 이 두가지 요소를 지닌 작품은 작품의 감상 자체가 킬링 타임이 아닌 하나의 '고유한 경험'이 되며, 가지 각색의 감상이 작품 아래서 통일성 있는 경향을 보여주게 된다. 



 다음은 나쁜 평점 시스템으로 넘어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