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 만화, 영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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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세계에는 7가지 악덕이 존재한다. 오만, 색욕, 탐식, 질투, 분노, 나태, 그리고 마지막이 대중 문화 평점 제도이다. 평점 제도 하나 덕분에 인터넷에서는 게임, 애니, 영화, 소설, 음반 등을 나란히 줄 세우기를 시도한다. 그리고 이놈의 줄 세우기 덕분에 평점이 객관적이니 편파적이니 하면서 치고 받고 싸우고, 댓글로 입에 담기도 지저분한 더러운 단어나 인신 공격성 발언들로 떡칠을 하는 등의 만악의 근원이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문제의 '평점 시스템'이 과연 작품의 완성도를 잘 반영하는가? 작품의 완성도를 객관적으로 평가해서, 모두가 납득할 수 있게 하는가? 물론, 대답은 위에서도 언급하였듯이 'No'이다. 몇가지 예를 보자. 재작년, '영화 배트맨:다크 나이트'가 전세계적으로 평단과 흥행에서 모두 성공을 거두었을 때, 다크 나이트는 전세계 모든 영화의 데이터 베이스 저장소 imdb 평점 부동의 1위 였던 대부를 재치는데 성공하였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발생한다. 과연 객관적으로 다크 나이트가 대부 보다 뛰어난 영화인가? 물론 다크 나이트가 히어로 영화 치고 혁명적인 영화였고, 작품의 완성도와 영화적 볼거리, 재미를 모두 잡은 영화임에는 확실하다. 하지만 아메리칸 드림과 인생에 대한 어두운 메타포, 그리고 갱스터 영화의 기념비적인 작품인 대부 보다 더 뛰어나다고 할 수 있을까? 아니, 애시당초부터 대부가 imdb 평점 1위를 차지하는 동안, 대부보다 더 뛰어난 작품이 존재하지 않았단 말인가?

 사실, 이미 영화쪽 평론들을 비롯, 게임 평론이나 음악 평론 등에서는 '점수 매기기' 제도를 많은 부분 포기하였고, 각 분야의 팬들 역시 점수 매기기의 한계를 분명히 알고 있다. 듀나 가 지적했던 평점 시스템의 문제 라든가, 게임 평론계에서는 유명한 게임 스팟 로비 사건, 평론가로서 명성을 쌓은 사람일 수록 점수 매기기를 하지 않는다는 점은 이미 점수 매기기 시스템의 한계를 많은 사람들이 깨달았기 때문이리라.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메타 크리틱 같이 평점 평균을 계산하는 곳을 보면 점수 매기기에 따른 줄 세우기 현상은 여전하다. 유명한 게임이나 영화 같은 경우, 리뷰 평점을 계산하는데 모은 리뷰 평점이 백 여개 달할 정도며 각종 커뮤니티에서 작품을 평가할 때 주요한 근거로 삼는 요소 중 하나가 웹진의 평점이다. 그렇다면, 왜 일반적으로 평점 시스템의 문제점과 한계점을 잘 알고 있는 대중 문화의 향유자들이 평점을 중요하게 여기고 있는가?

 이는 평점 시스템이 갖고 있는 '편의성'에 기인하고 있다. '점수'라는 수치를 통해서 작품 전반을 편하게 판단할 수 있다는 매력이 지금까지 평점 제도가 존속할 수 있는 주된 이유인 것이다. 한 해 나오는 작품만 수십여 개에 달하는 근래에는 자신이 원하는 작품을 얼마나 완성도가 있는지를 판단하기가 힘들기 때문에(나오는 족족 다 살 수는 없으니까), 평점이라는 획일적인 평가 기준을 쓰게 되는 것이다.

 요컨데, 평점 제도는 점점 많아지고 있는 작품의 수를 고려하였을때, 필요악적인 요소라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평점을 보고 판단하는데 있어서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여러가지 요소가 존재할 수 있겠지만, 가장 좋은 방법은 '자신의 성향과 맞는 평론가'를 찾아서 그 사람의 평론을 주요 참고 평점으로 삼고 나머지 평점을 보완해서 참조하는 방식을 따르는 것이라 할 수 있다. 혹은 가장 객관적으로 리뷰를 쓰는 평론 사이트의 리뷰를 찾아서 참조하는 방식이 있는데, 이 경우 평균 평점에 가장 가까운 평점이 대체로 객관적인 평가를 내리는 사이트라 할 수 있다. 일단 영화나 음악 계통은 잘 모르겠지만(이 두경우는 평가를 찾기 보다는 그냥 작품을 구매하거나 감상하는 편이라), 게임 계통은 IGN 등이 가장 객관적인(즉, 가장 평균 평점에 가까운) 평가를 내리는 사이트라 할 수 있다.

 결론을 내리자면, '평점' 시스템은 점점 많아지는 대중문화 작품을 획일적으로 평가하기 위한 필요악 적인 요소이다. 하지만 가장 좋은 것은 직접 보고 직접 판단하는 것이다.. 옛말에도 이런 말이 있지 않은가? 백문이불여일견(百問以不如一見)




다음은 '이상한 평론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