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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이야기


게임이 기술의 발전과 밀접한 관련을 가진 산업으로 인식된 데에는 1995년부터 시작된 E3의 공이 혁혁하다 할 수 있다:전세계 모든 콘솔 게임 회사들이 한 곳에서 모여서 기술력과 컨텐츠로 그 해의 게임 패러다임을 결정한다. 게임을 위한 인터넷이나 대중매체가 발전되지 않았던 시기의 E3의 위상은 엄청났으며, 6월에 시작하여 10월 ~ 12월 연말 대목까지 이어지는 마케팅의 흐름을 시작하는 포문이자 더 나아가 수년간의 패러다임을 좌우하는 장이라 할 수 있었다. 역사성과 시기적인 특수성은 훗날 게임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매체와 언론이 등장하고 파리 게임 쇼나 도쿄 게임 쇼, 게임스컴 같은 이벤트들이 생겨났음에도 E3가 범접할 수 없는 권위를 지니게 하는데 기여하였다.


E3의 권위를 볼 수 있는 단적인 예는 바로 콘솔 세대의 교체와 비전이 E3에서 이루어졌다는 것이다:PS4도 그러하고, 엑스박스 원도 그러했으며, 닌텐도 Wii U도 E3를 거쳐서, 연말 대목으로 이어지는 마케팅 일정을 형성하였다. 모든 콘솔이 E3를 거쳐간 것은 아니었지만, E3를 통해서 게임회사들이 하반기와 연말, 더 나아가 몇년간의 비전을 보여주는 중요한 국면 전환의 장으로 사용되었다. 그리고 이러한 흐름의 핵심에는 화려한 테크 데모들과 게임 트레일러들이 있었다. 한 게임 회사에게 주어진 컨퍼런스 시간은 짧고, 대중들에게 인상을 심어주기 위해서는 최대한 인상적이고 많은 컨텐츠들을 보여줄 필요가 있었다. 그런 점에서 1분에서 2분 남짓한 게임 트레일러들나 현장에서 10~15분 정도 시연가능한 테크 데모는 즉효가 있었다. 그렇기에 E3에 참가한 많은 게임 회사들은 무리해서라도 완성되지 않은 게임의 테크 데모와 컨셉 트레일러로 소비자들과 투자자들에게 어필하였고, 이런 노력들은 게이머들의 게임과 기술력에 대한 이미지를 형성하는데 많은 영향을 주었다. 


하지만 이변이 생기고 있다:한때 마소와 소니와 함께 E3를 장식하였던 닌텐도는 E3와 비슷한 시기에 독자적인 프리젠테이션을 진행하는 독자노선을 걷기 시작했다. 베데즈다는 E3에서 장기적 마케팅을 포기하고 3~4개월 되는 기간 내에 발매되는 게임 마케팅에 집중하였다. 소니와 마소의 경우, E3는 큰 행사이기는 했지만 자체적인 컨퍼런스와 여타 게임쇼에서 분산하여 마케팅을 하기 시작했다. 이제 E3에 목메는 게임 회사는 없다. 그 뿐만이 아니다. PS4와 엑스박스 원의 런칭 후, E3에서는 기술을 선도하는 이슈를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올해까지 포함하여 지난 2년간 소니와 마소는 4K 게이밍과 VR 등을 새로운 기술 혁신으로 내세웠다. 하지만 근 2년간의 성적은 참혹했다:PS4 PRO나 엑스박스 원 엑스는 4K 모니터도 제대로 보급되지 않은 시장에서 몇몇 호사가들을 위한 물건이 되어버렸고, VR은 그보다도 더 소수의 모험심 강한 얼리 어뎁터를 위한 물건이 되었다. 한국 언론들이 좋아하는 '혁신은 없었다'라는 표현을 넘어서 '혁신은 실패했다'라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지난 2년간의 E3의 기술 비전은 맥을 못추었다.


물론 4K와 VR 기술이 무의미한 것은 아니다. 이들은 분명, 미래의 어느 시점에서는 게이밍의 저변을 확대시켜줄 혁신이 될 가능성이 있고, 잠재적인 수요 역시 충분했다. 하지만 문제는 이들이 너무 성급했다는데 있다. 4K 해상도쪽을 보자:FHD(1080) 해상도가 널리 보급될 수 있었던 데에는 영화나 TV 등의 영상 매체에 대한 수요가 함께 맞물려 들어갔기에 가능한 부분이었다. 하지만 현재 4K의 컨텐츠는 대부분 게임에 집중되어 있고, TV나 영화 등의 컨텐츠에서는 아직 시기상조 또는 필요성이 없다라는 이야기들이 돌고 있다. VR의 경우, 양쪽에 동일한 해상도의 영상을 두번 쏴줘야 한다는 문제로 인해, 상대적으로 보급기라 할 수 있는 기기가 없다는 난점이 있다. 비디오 게임 산업이 PC와 다르게 대중을 상대로 하는 산업이라는 것을 감안하자면 최근 E3의 기술 동향은 적어도 5년, 10년은 앞질러서 먼저 테제를 던졌다는 느낌이 강했다.


어째서 이런 일이 일어난 것일까. 이는 게임 회사들이 브랜드 전략의 핵심을 압도적인 기술력이라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상대보다 더 뛰어난 기술력으로 브랜드와 인지도를 압도하고 마케팅에서 승리한다는 오랫동안 E3와 게임 업계를 지배해왔던 명제였다. VR과 4K는 그런 명제 아래서 자명한 결론이었다. 하지만 게임 회사들(주로 마소와 소니)은 정작 그걸로 즐길 수 있는 컨텐츠와 대중이 기반하는 인프라 부분을 간과하였기 때문에 대중들에게 시큰둥한 반응을 불러일으키는 결과를 만들었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이러한 참사 속에서 E3로 대변되는 기술력 중심의 패러다임이 삐걱거리는 전조가 드러났다는 것이다:E3에서 이탈하는 게임회사들이 늘어나고, 연 단위의 대작 마케팅에서 손 때고 공개에서 발매까지 짧은 기간동안 단기간 마케팅을 하거나(베데즈다) 데모와 오픈 베타 등 체감형 마케팅을 하는 등(캡콤의 몬스터 헌터 시리즈) 게임 업계의 흐름은 급격하게 변하고 있다.


이러한 동향에는 게임=기술이라는 명제에 대한 게임 제작사의 피로가 있다. 게임 소매가는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크게 변화하지 않았지만, 게임 제작 단가는 기하 급수적으로 늘어났다. 초창기 게임이 거의 제로 코스트에서 시작하여 말도안되는 수익을 만드는 황금알은 낳는 거위였다면, 이제는 까다로워진 고객과 고 기술 관여 산업으로 높아진 개발 단가로 발생된 재무 리스크 관리, 멀티플레이 중심의 게임 환경으로 인한 서비스화 된 게임 산업 트랜드 등등으로 쉽지 않은 상황에 직면하였다. 시즌패스나 DLC, 소액 결제 같은 것들은 이러한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발악으로 시작되었지만(물론 과거와 비슷하게 미니멈 코스트 - 멕시멈 프로핏으로 이어지는 모바일 게임의 성공에 현혹된 부분도 있지만), 본질적인 문제인 고기술 관여 산업이라는 게임의 산업 특성이 만들어낸 함정이 가장 문제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이 함정의 끝에는 두가지 비극적 결론이 존재한다:하나는 CD 프로젝트와 같이 노동자의 열정을 착취하여 저임금으로 우수한 결과물을 뽑아내거나, 아니면 코나미 같이 첨단 기술 중심의 게임을 만드는 것 자체를 포기하는 것이다.


물론 게임 자체가 갖는 기술 관여적인 부분은 제거할 수는 없다. 하나의 게임이 완성되기 위해서 거의 모든 컴퓨터 프로그래밍 기술(그래픽, 연산, 서버 등등)이 집약되기 때문에, 이것을 무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경쟁에 따른 기술 개발 과열은 늦춰질 수 있다. E3와 같은 대형 컨퍼런스에서 테크 데모와 트레일러로 대표되는 기술 마케팅으로 상대와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고객이 있는 곳, 고객이 볼만한 곳으로 눈높이를 맞추고 거기에 맞춰 게임 개발과 마케팅을 하는 것이다. 일례로 바이오하자드 7을 보자. 바이오하자드 7은 6보다 덜 팔렸음에도 내부적으로 만족할만한 수익을 냈다. 6은 거대하고 화려하게 게임을 만드는데 집착해서 쓸데없을 정도로 거대한 게임 컨텐츠와 화려한 그래픽을 만드는 바람에 제작비나 게이머의 재미 양측면에서 재앙을 만들어냈다. 반면 7은 기술적으로는 코스트를 줄이는 방향으로 혁신을 유도하였다. 그리고 컨텐츠 측면에서는 기존 바하와 이질적이긴 하지만 인디 서바이벌 호러의 전통과 바이오하자드 1편의 전통을 결합하는데 성공하였다. 그 결과, 게이머라는 고객의 눈높이에 맞추면서도 회사 비용적인 측면에서도 성공할 수 있었다.


이러한 게임 회사들의 변화는 E3를 중심으로 하는 최첨단 기술 중심의 게임 업계 패러다임의 근간을 흔들고 있다. 니어 오토마타나 인왕 같은 트리플 A급 게임이 아닌 게임들이 강세를 보이거나, 헬블레이드 같은 독특한 게임을 제작사가 직접 유통하고, 바이오하자드 7의 성공이나 베데즈다의 새로운 E3 정책 등등은 그저 우연의 연속이 아니다. E3를 중심으로 하는 첨단 기술 중심의 게임 업계 패러다임은 4K와 VR의 실패로 조금씩 붕괴되고 있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과연 어떤 페러다임이 콘솔 게임 업계을 지배할 것인지는 앞으로 기대되는 부분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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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 오브 듀티 시리즈 리뷰를 쓰는 것은 게임 리뷰를 쓰는 사람 입장에서는 대단한 고역이다:이 게임의 핵심은 바꾸는 척 하면서 바꾸지 않는 것이다. 심지어 가장 이질적인 콜옵인 어드벤스드 워페어나 블랙옵스 3 같은 물건도 다양한 실험에도 불구하고 콜옵의 본질에서 벗어나지 않았었다:레일로드 형식의 싱글플레이에서부터 얼기설기 얽혀있는 전장에서 빠르게 죽고 죽이는 형태의 멀티플레이, 월드 앳 워 이후로 정식 모드가 된 좀비 디펜스 코옵 모드까지. 콜옵의 강점은 프랜차이즈의 통일성을 유지하되, 최소한으로 시스템을 더하고 빼는 것으로 게임 자체가 질리지 않도록 만드는 것이 핵심이었다. 하지만 인피닛 워페어의 등장은 모든 것을 바꿔버렸다. 최악의 콜옵이었던 고스트를 만든 신생 인피닛 워드는 인피닛 워페어라는 콜옵 사상 가장 미적지근 한 게임을 만들었다. 경쟁자들은 두 발자국 전진할 동안, 인피닛 워페어는 제자리 정지를 선택해버렸다. 인피닛 워페어가 블랙 옵스 3에 비해서 판매량이 반토막나는 대참사(그래도 1000만장은 찍었지만)가 나버린 것도 이 때문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콜옵 WWII와 슬렛지해머의 어깨에는 이전보다 더 무거운 짐이 들리게 되었다. 그들은 이미 최악의 콜옵인 고스트의 실패를 과격한 변화를 시도한 어드벤스드 워페어로 극복한 적이 있었다. 그렇다면 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그들이 내놓을 카드는 무엇일까. 역사상 가장 미적지근한 콜옵에 대해서 슬렛지해머가 내놓은 대답은 과거로의 회귀였다. WWII는 월드 엣 워 이후 처음으로 2차 세계대전을 다룬 콜옵이다. 월드 엣 워가 9년전에 나온 작품인 것을 감안한다면, 트리플 A 게임에서 2차 세계대전이 나온 것도 정말로 오랫만인 것이다. 무엇보다도 WWII는 단순한 회귀가 아닌 배틀필드 1이 그랬듯이 '비워냄으로써 발전시킨다' 라는 명제를 실현시키고자 한다. 그 결과, WWII는 다시 콜옵을 침체의 수렁에서 끌어내었다.


콜옵 WWII의 싱글플레이는 좋은 의미와 10년전 콜옵의 재림이다. 10년 사이에 퓨리나 퍼시픽 같은 좋은 레퍼런스들이 등장했음에도 불구하고 WWII가 선택하는 레퍼런스는 철저하게 근 20년 전의 밴드 오브 브라더스다. 존경할만한 리더와 살짝 정신나간 고문관 보좌, 믿을만한 전우들이 노르망디에서부터 벌지 전투, 라인강 까지 진격한다는 이야기를 연출적으로 좀 더 세련되게 풀어냈을 뿐이다. 물론, 너무 짧다는 점과 캐캐묵었다는 점을 빼면 WWII의 싱글플레이 스토리에 대해서는 크게 흠잡을 부분이 없다. 블랙옵스 3의 극단적인 스토리텔링(SF와 음모론, 반전 등)이나 인피닛 워페어의 동료를 학살하여 얻어낸 스토리텔링에 피로감을 느낀 사람이라면 WWII의 스토리 텔링이 더 마음에 들 것이다.


WWII의 싱글플레이 미션 구성이나 플레이 스타일마저도 과거로 돌아갔다는 점이다:노르망디 해변은 메달 오브 아너 1편이나 콜옵 기존 작품에 대한 데자뷰를 느끼게 만들기 충분하다. 블랙옵스 3같은 아레나 식의 전투는 없어졌으며, 인피닛 워페어가 복도식 전투에도 불구하고 SF 도구를 사용해서 플레이의 다양성을 늘렸던 점을 생각해본다면 WWII는 자신만의 오리지널리티를 추구하기보다는 과거를 되살리는데 주력한다. 눈여겨 볼 점은 본작에서 플레이어는 콜옵 특유의 자동회복 시스템을 차용하지 않고, 회복약을 들고 있다 쓰는 형태로 바뀌게 되었다는 점이다. 대신에 플레이어가 적극적으로 적들을 죽이면 동료들의 특수능력 게이지를 채우고 이를 회복약이나 폭격 요청 등으로 바꾸어 쓰는 시스템을 탑재햐였다. 이는 동료와 유대감을 강화하게끔 하기 위해서(결국 게임을 진행하려면 다른 동료의 도움을 빌려야 하니까)라고 할 수 있는데, 오히려 이러한 동료 시스템이 고색창연한 밴드 오브 브라더스 같은 이야기에 몰입감을 부여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WWII에서 가장 많이 바뀐 것은 바로 멀티플레이다. 고스트의 실패 이후, 전작들의 멀티플레이 경험은 프랜차이즈 전통에 자신만의 개성을 새겨넣는데 주력하였다. 어드벤스드 워페어는 엑소 수츠를 통해서 공중 대쉬 등의 현란한 움직임을 재현하는데 주력하였고, 블랙옵스 3는 월런을 통한 우회 기습이나 킬스트릭과 별개로 운영되는 파워 웨폰 개념을 탑재하였다. 하지만 2차 세계대전에서 이러한 급진적인 플레이는 불가능하다. WWII는 고전적인 콜옵, 적어도 킬스트릭이 있었던 모던 워페어 1이나 월드 앳 워 시절로 회귀하려 한다. 게임은 여전히 엄폐물로 가득차 있는 맵들을 종횡무진 누비면서 일어나는 난전이 중심이다.


하지만 WWII는 전작들과 다르게 퍽이나 커스터마이즈 옵션을 대폭 가지치기 한다. WWII는 블랙옵스 시리즈에서 보여주었던 일정 슬롯 내에서 자유롭게 퍽이나 부착물을 갈아끼던 시스템을 탈피하여 사단 시스템으로 큰 게임 플레이 스타일을 결정하는 대신 퍽의 가지수와 부착물 선택의 폭을 대폭 줄여버렸다:WWII의 사단 시스템은 커스터마이즈 옵션을 줄이는 대신 각 사단을 선택할 시 게임 플레이 스타일을 결정하는 패시브 퍽을 4개 자동으로 장착하게끔 만들고, 플레이어가 나머지 하나의 퍽(대신 전작들과 비교하였을 때, 적어도 두개 정도의 퍽이 하나로 합쳐졌거나 성능적으로 보강을 받았다)을 설정하여 커스터마이즈를 끝내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너무나 많은 퍽이 난무하였던 고스트 때나 부착물이 사실상 퍽의 역할을 계승하였던 블랙옵스 시리즈가 커스터마이즈를 다소간 어렵게 만들었다면, WWII는 게임 플레이 스타일을 크게 5가지로 구분하고 플레이어가 선택하게끔 만들어 게임의 커스터마이즈를 집중력있게 만들었다. 즉, WWII는 커스터마이즈의 본질을 자신의 개성을 표출하는 것보다, 게임 플레이 스타일을 규정하는 것이라 보았고 이러한 관점에서 보았을 때 WWII의 퍽 시스템은 매우 잘 작동된다 할 수 있다.


맵 디자인 역시 구세대적이라 할 수 있는데, 과거 콜옵식의 오밀조밀한 맵 디자인이 눈길을 끈다. 하지만, 인피닛 워페어가 몰개성하게 블랙옵스 3의 디자인을 답습하는 동안, 슬렛지해머의 맵디자인은 구세대의 좋은 점을 갖고 오되, 자신이 만들어놓은 사단 시스템과 연동되어 게임이 플레이될 수 있도록 정교하게 구성되었다. 예를 들어 구스타프 캐논 같은 거대한 맵은 가운데 구스타프 열차포가 맵을 양분하고, 개활지와 엄폐물들, 우회로들을 적절하게 배치되었다. 저격총에 특화된 산악사단의 경우, 저격총을 들고 열차포 위에 올라가서 저격을 할 수 있고, 기관단총을 쓰는 공수사단은 특유의 기동력으로 상대가 있는 곳까지 깊숙히 침투한 후 소음기를 사용하여 상대를 한명 한명 끊어낼 수 있다. 모든 맵들은 각각의 플레이스타일들이 자신만의 전술로 돌파할 수 있게끔 세밀하게 조정되었다. 


이는 고스트의 실패사례와 비교하였을 때 명확해진다:고스트의 몇몇 맵디자인은 복도가 쓸데없이 길거나 개활지가 황당할 정도로 넓어서 교전을 할 때 스나이퍼 라이플 같은 캠핑 무기가 유리하게끔 되었다. 이렇게 실패했던 고스트와 비교하여 보았을 때, WWII는 콜옵의 강점이 무엇인지, 그리고 자신이 무엇을 해야하는지를 분명하게 이해하였다. 이렇게 디자인된 결과, 콜옵 WWII는 전작들에 비해서는 다소 느려졌지만 여전히 콜옵다운 빠른 템포와 긴장감 넘치는 게임 플레이를 유지할 수 있게 되었다. 즉, WWII는 콜옵이 무엇인가라는 치열한 탐구 끝에 콜옵 프랜차이즈의 핵심만을 남겨놓기 위해 노력한 작품이고, 그러한 노력은 성공을 거두었다 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콜옵 WWII는 인피닛 워페어의 실패를 충분히 만회할만한 작품이었다. 단순히 과거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것이 아니라 과거 작품의 강점을 현대적으로 재해석 하고, 전작들의 좋은 점을 가지치기 하면서 게임을 응축시키는데 성공한다. 물론 WWII는 여전히 정진정명한 콜옵이고, 이번 작품에 대해서 피로감을 느낄 사람들도 충분히 많을 것이다. 하지만 WWII는 재밌는 콜옵이다.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구매가치가 있다고 본인은 본다.



덧. 그와 별개로 글을 쓰는 현재 서버 문제가 좀 심각하다. 

자랑스럽게 내새웠던 온라인 로비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느낌. 이 부분은 좀더 장기적으로 지켜봐야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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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1일 발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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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언 일병 구하기의 노르망디 상륙작전 씬은 당시 사람들에게 충격을 던져주었다:기관총에 갈려나가는 신체들, 불타고 비명소리가 메아리 치며, 사람들은 무의미하게 죽어간다. 스필버그는 이 장면을 통해서 전쟁의 참혹함과 무정함을 보여주고 동시에 거기서 의미없는 명령(라이언 일병을 집으로 돌려보내라)과 그것이 의미를 갖게 되는 과정을 보여주었다. 라이언 일병 구하기는 전쟁을 다루는 영화 스펙타클의 변화라 할 수 있었고, 후대의 전쟁 영화와 대중 문화들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특히 게임 프랜차이즈들은 라이언 일병 구하기가 보여주었던 전쟁의 스펙타클(총알이 빗발치는 전장의 현장감 같은)에 매료되었다. 메달 오브 아너의 시작이 라이언 일병 구하기의 노르망디 상륙 작전을 미션으로 재현하였던 것은 어떻게 보면 자신이 속한 레퍼런스를 분명하게 드러내는 지점이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모던 워페어가 등장하면서 상황은 역전되기 시작한다:현대전의 화려함과 다양한 도구들, 특수부대의 로망 등이 고색창연한 2차 세계대전의 스펙타클을 압도하기 시작한 것이다. 여기에는 2차세계대전 특유의 '선악구도'의 한계도 맞물려 있다:나치라는 시대적 거악을 처부수고 인간 존엄성을 지키기 위해서 구대륙과 신대륙이 연합하여 싸운다는 2차세계대전의 서사는 전장을 확대하고 이야기를 뒤틀어도 그 서사 자체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는 문제가 있었다. 콜옵 시리즈도 그러했다. 아마도 콜옵 시리즈가 2차 대전에 오래 머무르지 못했었던 것도 서사적인 부분에서 확장할 여지가 충분하지 않았던 것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흥미로운 점은 콜옵의 성공 모티브는 '영화와 같은' 게임이라는 테제에 기반해 있다는 것이고, 그 '영화 같음'을 정의내리는 것은 바로 현장감이었다는 점이다. 그리고 콜 오브 듀티 시리즈는 라이언 일병 구하기가 보여주었던 현장감의 연장선에 들어가있다. 실제로 노르망디 상륙작전의 씬에서 눈여겨 봐야하는 점은 전장의 전체를 관조하는 시점의 카메라가 아닌, 철저하게 인물의 입장에서 보여지고 벌어지는 스펙타클을 정해져있는 스크립트를 따라서 진행되고 이는 콜옵 시리즈의 정체성을 이루는 근간이었다. 어떻게 보면 콜옵 시리즈는 내용을 넘어서 형식적인 측면에서 라이언 일병 구하기에 빚지고 있었던 것이다.


모던 워페어는 그런 점에서 처음으로 라이언 일병 구하기를 계승하면서 서사와 게임 플레이 측면에서 자신만의 독자성을 만들어내고자 시도한 콜옵이라 할 수 있었으며, 모던 워페어를 수많은 게임들이 뒤따르면서 게임 업계는 바야흐로 밀리터리 FPS의 전성기를 맞이하게 된다. 그러나 트렌드를 주도한 모던 워페어도 결국은 소진되기 시작했다:레일로드 형태의 게임 플레이는 첫 플레이 이후에는 스크립트를 외운 플레이어들에게 그 매력이 떨어지는 문제가 있었고, 연출은 세련되어지지만 정작 게임 플레이는 구태의연하다는 점에서 플레이어들을 질리게 만드는 문제가 있었다. 어드벤스드 워페어나 블랙옵스 3는 콜옵에 새로운 변화를 만들어내고자 시도한 독특한 작품들이었다:점프와 월런을 통한 기습, 고속 기동 등등은 싱글플레이와 멀티플레이 모두를 풍족하게 만들었다. 게이머들은 항상 콜옵 시리즈가 반복되고 있다고 비판하지만, 콜옵 시리즈만큼 남들보다 '반발자국' 앞서서 업계 트렌드 세터 역할을 꾸준하게 고수하는 프랜차이즈는 여지껏 존재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어째서 다시 원점인 2차 세계 대전으로 콜옵은 돌아온 것일까. 물론 그 동안 2차세계대전에 대한 새로운 레퍼런스들(퓨리나 퍼시픽 같은)이 생겨났고, 2차 세계대전을 새롭게 재조명할 수 있는 선택지가 늘어나난 것도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배틀필드 1이 1차세계대전을 선택한 것과 동일한 이유였을 것이다:콜옵 시리즈는 지속적으로 변하고 또 변화해왔다. 하지만 그 변화속에서 프랜차이즈는 너무나 많은 것들을 게임에 덧붙였고, 게임은 진입장벽이 높아지게 되었다. 배틀필드 1은 그런 점에서 프랜차이즈의 본연으로 돌아가기 위해 모든 것을 과감하게 가지치기 하였다. WWII도 마찬가지다:이제 더이상 악세사리나 와일드 카드 퍽 시스템 같은 복잡한 시스템은 게임에 존재하지 않는다. 이는 좋은 시도다:많은 프랜차이즈들이 좋은 것에 좋은 것을 더하면 더 좋아진다(마치 쉐도우 오브 워가 그랬듯이)라는 집착에 사로잡혀 전작만도 못한 작품을 양산했다면, 콜옵 WWII은 '프랜차이즈의 본연으로 돌아가자'라는 트렌드를 주도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콜옵 WWII는 11월 3일 발매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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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주에 나오네요 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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땜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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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적 자주하였던 가위 바위 보에는 단순하지만 깊이있는 게임 시스템이 내포되어 있다:가위는 보를 이기고, 바위는 가위를 이기고, 보는 바위를 이긴다. 서로 맞물리는 상성을 통해서 하나가 완벽하게 게임을 지배할 수 없는 팽팽하게 맞물린 긴장 관계를 만들어낸다. 하지만 그렇다고 게임의 변덕스러운 확률에 의해서 좌우되는 것은 아니다. 사람들은 가위 바위 보가 반복되면 반복될수록, 상대가 과거에 선택했던 선택지를 두고 무엇이 앞으로 나올 것인가에 대해서 추론하고 자신의 선택을 수정해나간다. 이 선택 수정의 과정을 통해서, 게임은 단순하지만 일종의 심리전 형태를 띄게 된다. 가위 바위 보의 메카니즘은 이미 수많은 게임에서도 다뤄진 적이 있으며, 특히 대전액션의 경우에는 데드 오어 얼라이브 시리즈가 타격 - 홀드 - 잡기 형태의 가위 바위 보 상성을 완벽하게 재현한 적도 있다. 혹자는 데드 오어 얼라이브가 '초보랑 싸우면 어떤 선택지를 꺼낼지 몰라 무서운 게임'이라고도 평하기도 하였지만, 오히려 콤보 도중에 상대의 콤보를 끊고 서로 주고 받는 공방을 펼칠 수 있다는 점에서 상당히 흥미로운 게임이라 할 수 있었다.


폭권 토너먼트 디럭스는 반다이 남코와 닌텐도가 합작하여 만들어낸 격투 게임인 폭권의 확장판이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게임은 철권 프랜차이즈와 포켓몬 프랜차이즈의 융합을 다루고 있다. 혹자는 과거 나왔었던 포켓몬 스타디움의 계보를 떠올릴지도 모르겠지만, 포켓몬 스타디움 자체가 정진정명한 3D RPG 쪽에 가까웠단 것을 생각한다면 대전 액션의 장르적 양태를 빌어 포켓몬 게임이 나온 것은 이번이 최초라 할 수 있다. 하지만, 게임 철권스러운 부분은 모션 부분을 제외하면 전혀 없다. 오히려 폭권 기존 대전 액션 게임에서 찾아보기 힘들었던 페이즈 전환이라는 시스템과 가위 바위 보 상성 시스템을 깔아둠으로써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독특한 게임을 만들었다. 이러한 과감한 시도가 폭권 토너먼트 디럭스를 포켓몬 배틀의 감각을 그대로 대전액션 게임으로 채현 가능하게 만들어주었다.


폭권 토너먼트 공방의 핵심은 가위 바위 보처럼 서로 맞물리는 공격-카운터 공격-잡기의 상성관계다.(기존 포켓몬의 속성간 상성은 폭권에선 100% 배제되었다) 공격은 잡기를 이기고, 카운터 공격은 공격을 이기며, 잡기는 카운터 공격을 이긴다. 이 자체로만 놓고 본다면 데드 오어 얼라이브 시리즈의 타격 - 홀드 - 잡기의 상성과 큰 차이가 없어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흥미로운 점은 공격간의 상성은 유사하더라도 실제 게임에서 구현되는 공격간의 상성은 완벽하게 다르다는 점이다. 데드 오어 얼라이브 시리즈의 공격간 상성은 공방 중에 끊임없이 오가는 선택의 연속이라 할 수 있다:상대에게 두드려 맞는 중에도 플레이어는 홀드를 입력할 수 있기 때문에 상/중단을 홀드할 것인지 아니면 하단을 홀드할 것인지를 결정하여 역습을 펼칠 수 있다. 그렇기에 오히려 데드 오어 얼라이브는 한번의 콤보로 출혈을 강제하기 보다는 공방 양측 모두 콤보 도중 선택지를 고르는 심리전이 더 강하다 할 수 있다.


폭권 토너먼트의 경우는 콤보 루트가 고정되어 있고, 공격 당하는 중에는 끝까지 공격을 맞는 것 이외에는 선택지가 없다. 오히려 콤보 도중에 끊임없이 선택을 해야하는 데드 오어 얼라이브와 다르게, 폭권의 경우에는 처음 서로 선택지를 골라서 공격을 주고받는 한 합에서 공격 양상이 결정된다. 즉, 폭권 토너먼트는 가위 바위 보 한판으로 다음 흐름이 결정되는 형태라면, 데드 오어 얼라이브는 공방 중에도 끊임없이 가위 바위 보를 하면서 게임 양태를 결정하는 모습이다. 이런 점에서 누군가 폭권 토너먼트를 가리켜 생각외로 턴제 액션 게임 같다라고 표현한 것은 정확했다:게임은 상대의 선택지를 잘 살펴보고 선택지 3개 중 자신이 무엇을 선택할 것인지를 미리 정해두는 형식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특징은 기상공방 때 두드러지는데, 기존의 게임들이 기상 무적시간+기술의 무적시간을 이용해서 안전하게 기상할 수 있는가 여부를 두고 벌어지는 눈치 게임이었다면, 폭권 토너먼트에서는 그 기상공방으로부터 새로운 한 합이 시작된다는 점에서 기상 공방의 위치가 매우 중요하다.


대신에 게임은 이러한 3지 선다형 공방에 모든 초점이 맞을 수 있도록 게임 전반을 간소화 시켰다:폭권 토너먼트가 국내에서 상당한 악평(?)을 듣게 된 이유 중 하나가 바로 '버튼 대충 몇개 누르면 콤보가 다 이어진다'라는 것인데, 실제로 폭권에서는 풍신/파동권 같은 방향키 커멘드 없이 한 방향 버튼과 공격 버튼 조합으로 자동 콤보가 구성되거나 기술이 나가는 포케 콤보 시스템을 탑재하고 있다. 얼핏 보기에는 안그래도 콤보에 맞는 도중 중간에 탈출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게임에서 게임을 단조롭게 만든다는 비판을 피하기 힘든것처럼 보이지만, 폭권 토너먼트는 여기에 포켓몬 무브 캔슬과 서포트 시스템, 각 케릭터 간의 극명한 개성을 부여함으로써 게임의 공격 시스템을 단조롭게 만드는 걸 피한다. 우선, 포켓몬 무브 캔슬에 대해서 보자:모든 포케 콤보는 콤보 도중에 포켓몬 무브라는 기술(A 버튼)을 통해 캔슬할 수 있다. 이 포켓몬 무브 캔슬은 콤보 도중 자유롭게 캔슬가능(예를 들어, YYYY 포케콤보의 경우, 마지막 Y를 제외하면 1~3단 공격 중 언제라도 A버튼 또는 방향키 A 버튼 조합을 눌러 캔슬할 수 있다)하기 때문에 플레이어의 선택지를 대폭 늘려준다.


또한 각 포켓몬의 뚜렷한 개성도 게임을 깊이있게 만드는데 한몫한다. 게임에는 총 스탠다드, 테크니컬, 파워형의 3가지 포켓몬이 존재하며 이 포켓몬들은 체력과 시너지 게이지가 모이는 속도가 완전히 다르다. 하지만 단순히 이런 스펙적인 부분뿐만 아니라 각 포켓몬들은 무브셋이나 강점/약점이 뚜렷하게 정해져있다:예를 들어 나무킹의 경우, 빠른 속도와 함께 씨앗을 필드에 심어서 상대를 압박하는 고속 설치형 포켓몬이며, 다크라이의 경우 설치형 케릭터 다운 운영과 함께 상대를 암흑 차원으로 끌어들여 전반적인 콤보와 데미지를 늘리는 버프효과를 부여하는 트리키한 포켓몬이다. 기본적인 올라운더형 케릭터인 루카리오를 제외하면 동일한 무브셋이나 운영 방법을 가진 포켓몬은 단 하나도 존재하지 않는데, 심지어 루카리오와 가장 비슷한 올라운더형 포켓몬인 번치코 조차도 상대가 맞지 않으면 자기 체력을 깎아먹는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형 전투 방식을 특징으로 갖고 있다. 단순히 콤보를 이어나가는 것의 문제뿐만 아니라 큰 관점에서 게임 운영도 포켓몬의 선택에서 달라진다.


여기에 폭권은 서포트 포켓몬 시스템을 집어넣는다:서포트 포켓몬 자체는 이미 과거의 킹오파나 여타 게임들에서 자주 찾아볼 수 있었던 스트라이커 개념에 가깝다. 플레이어는 서포트 게이지를 채우고, 자신이 필요할 때 이들을 부를 수 있는데 단순히 견제용에서부터 콤보를 이어나갈 수 있는 용도, 체력 회복, 디버프, 심지어는 더블 점프까지도 가능하게 만드는(누리공) 서포트 포켓몬까지 게임 전개를 다채롭게 하는 양념 구실을 한다.





여기까지만 놓고 본다면, 폭권 토너먼트는 3가지 선택지를 두고 공방이 진행되는, 조작이 단순하지만 케릭터 마다 깊이가 있는 좀 특이한(?) 격투 게임 1 정도로 보여질 수 있다. 하지만 폭권 토너먼트를 포켓몬 배틀을 재현하는 독특한 게임으로 만들어주는 가장 중요한 요소가 있다:그것은 바로 페이즈 전환이다. 위에 글을 바탕으로 보았을 때, 폭권 토너먼트는 한 합에서 이길 때마다 그 합의 승리자가 가하는 데미지가 너무 크다. 하지만 근래 대전 격투 게임에서 콤보가 이어질수록 그 콤보에서 '탈출'할 수 있는 안전 장치를 마련해두는 경우가 많다:네더렐름 게임에서는 필살기 게이지를 일부 소비하여 콤보를 탈출 할 수 있는 콤보 브레이커 기능이 탑재되어 있다. 길티기어나 블레이블루 같은 게임에서도 사이크 버스트로 상대의 콤보 도중 이를 밀쳐내는 기능이 탑재되었다. 폭권 토너먼트에도 이러한 기능이 존재한다. 그러나 폭권 토너먼트은 콤보 도중 상대를 밀처내는 전술적인 부분이 아닌 페이즈 전환이라는 큰 흐름의 '전략'에서 플레이어가 운영할 수 있게끔 만들었다.


폭권 토너먼트에는 두가지 페이즈가 존재한다:첫번째는 3차원의 필드를 자유롭게 움직이는 필드 페이즈와 두번째는 기존 대전 격투 게임에서 찾아볼 수 있는 2차원 평면의 1:1 대결 구도이다. 각각의 페이즈는 일정 데미지를 상대에게 주는 것으로 조건이 되어 전환이 발생한다. 필드 페이즈에서 듀얼 페이즈로 이행될 때 페이즈 전환을 일으킨 게이머는 깎여나간 자신의 체력 중 일정량을 회복한다. 그리고 주로 데미지 누적이 발생하는 페이즈는 듀얼 페이즈다. 개괄만 접해놓고 보았을 때, 페이즈 전환과 페이즈 시스템의 존재는 비직관적이다:어째서 탄막 액션이 일어나는 필드 페이즈와 근접 격투가 주가 되는 듀얼 페이즈가 하나로 섞일 수 있단 말인가? 처음 보았을 때, 이 페이즈 시스템은 왜 넣었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 거대한 사족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페이즈 시스템의 핵심은 게임의 흐름을 강제로 조절함으로써 게임 플레이 흐름 전반을 안배하는 용도이며, 이는 시스템 개괄을 흩어봤을 때보다 실제 체감할 때 더 확실하게 느껴진다. 페이즈 시스템에서 중요한 점은 크게 두가지이다:첫번째 일정 데미지를 받을 때 페이즈가 전환된다, 두번째 필드 페이즈에서 듀얼 페이즈로 이행할 때 일정 체력을 회복한다. 첫번째는 게임이 데미지를 많이 주는 콤보에 의해서 한번에 게임이 역전되거나 밀리는 상황을 방지한다. 듀얼 페이즈 때 게이머가 상대에게 줄 수 있는 최대 데미지는 정해져 있기 때문에, 화려한 콤보를 이어나가는 것보다 상대 공격을 읽고 흐름을 자신의 쪽으로 끌어오는 것이 중요하다. 아무리 화려한 콤보라도, 이미 상대가 데미지가 누적된 상태라면 콤보 도중에 튕겨나가면서 강제로 페이즈가 전환되기 때문에 효율을 100%로 이끌어내기 힘들기 때문이다. 


두번째는 듀얼 페이즈 이행 시 체력을 일정량 회복하는 것은 게임을 한쪽의 압승이 되지 않도록 하는 안전장치의 역할을 한다. 아무리 데미지를 많이 주는 듀얼 페이즈에서 밀리더라도, 필드 페이즈에서 착실하게 데미지를 누적시키고 페이즈 전환을 유도하면 역전을 일으킬 수 있다. 중요한 점은 이러한 것들이 플레이어의 계산 아래 주도적으로 이루어진다는 점이며, 약간의 체력회복+상대의 체력 손실+상성 간 우위를 점한 한 합으로 인해서 극적인 역전이 심심치 않게 일어난다.


모든 시스템을 종합하여 보았을 때, 폭권 토너먼트는 매번 어떤 선택지를 꺼낼 것인지라는 전술적인 선택과 페이즈 조절 및 체력 관리라는 전략적인 측면 양측 모두에서 매력적인 강점을 보여주는 게임이다. 특히 폭권 토너먼트의 페이즈 시스템은 여타 상성과 게임 시스템과 맞물리면서 게임을 다채롭고 풍성하게 만든다:필드 페이즈에서는 자유롭게 이동하며 상대를 견제할 수 있으며, 듀얼 페이즈에서는 화려하지만 간단한 콤보와 3지 선다의 공방이 게임을 한쪽의 우위로 이끌지 않게끔 하고 있다. 처음 보기에는 왜 그런지 이해할 수 없는 구조이기는 하지만, 폭권 토너먼트는 모든 게임의 요소들이 유기적으로 맞물려 있으며 게임이 3지 선다 공방에 초점을 맞춰져 있기에 초보나 격투 게임 피지컬이 부족한 사람이라도 충분히 게임을 즐길 여지가 있다.


다만 아쉬운 점은 폭권 토너먼트 자체가 저예산으로 만들어진 티가 난다는 점이다:게임 내의 그래픽 디테일은 필드와 포켓몬을 제외하면 극단적으로 낮춰져 있으며 배경의 둥실둥실 떠다니는 사람 텍스처와 모션을 보면 10년전 그래픽들이 떠올라 할 말이 없어질 정도다. 하지만 무엇보다 더 심각한 것은 컨텐츠의 문제다:게임은 분명 잘 만들어졌지만, 그 게임을 즐기는 방법은 극히 단순하다. 폭권 토너먼트 원판에서는 1:1 대전 이외에 다른 게임 플레이 방법은 존재하지 않으며, 디럭스로 오면서 3:3 팀 매치가 추가되기는 하였지만 1:1 매칭에서 크게 바뀐 것이 아니기 때문에 눈가리고 아웅하는 샘이라 할 수 있다. 특히 디럭스로 넘어오면서 모든 케릭터는 언락되어 있는 상태인데, 이 덕분에 내용이 하나도 없는 스토리 모드나 왜 있는지 모르는 데일리 첼린지 모드를 게이머가 플레이할 이유는 단 하나도 없다. 남은 것은 플레이어 아바타 옷과 멘트를 꾸미는 정도인데, 그 커스터마이즈 폭이 좁고 일러스트 위에 일러스트를 덧입히는 형태로 수집욕이 하나도 안생긴다.


그나마 디럭스로 넘어오면서 좋아진 점은 하나의 시스템에서 완벽하게 1:1 매칭을 지원한다는 점이다:기존의 위유 버전 폭권 토너먼트에서는 로컬 대전의 경우, 프로콘과 위유 패드를 나누어서 한 사람은 위유 패드로, 다른 사람은 TV 스크린을 보면서 플레이해야하는 귀찮은 형태로 진행이 되었다. 히지만, 폭권 토너먼트 디럭스에서는 테이블/TV 모드/무선 통신/온라인 모드 모두 게임을 지원하며, 특히 조작 자체가 단순하다 보니 조이콘 한쪽으로도 충분히 조작가능한 점은 폭권 토너먼트 디럭스의 가장 큰 강점이라 할 수 있다. 다만, 로컬 게임의 경우 분할 스크린보다는 한 스크린에서 두명이 함께 플레이하는 것이 더 편리하다는 점은 게임 플레이 시 숙지되어야 할 부분이다.


결론적으로 폭권 토너먼트 디럭스는 첫 보기에는 좀 괴상한 물건이긴 하지만, 게임 자체의 흐름은 탄탄하게 잡혀있다고 할 수 있다. 턴제 포켓몬 배틀을 대전 격투 게임으로 훌륭하게 재현하였을 뿐만 아니라, 대전 격투 게임 자체로도 보았을 때 그 깊이가 있고 사람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을만 하다. 그러나 사람과 1:1 대전을 즐기지 않는 사람이라면 폭권 토너먼트 디럭스는 그렇게 좋은 선택이 아니며, 암즈에서도 아쉽다고 느껴진 컨텐츠 분량 부분이 몇 배로 더 아쉬운 게임이라 할 수 있다. 그럼에도 오프라인 또는 온라인에서 사람들과 정기적으로 매칭하는 것을 즐긴다면 폭권 토너먼트 디럭스는 훌륭한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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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이야기


초창기 게임 매거진 칼럼 중에 이런 것이 있었다:당신은 이 글을 당신의 어깨 뒤에서 읽고 있습니까? 라는 글이 있었다. 이 칼럼에서 필자는 당시 맥스 페인 등의 3인칭 슈터 게임들의 카메라 시점에 대해서 다루는 칼럼이었다. 3인칭 시점이라는 개념 자체는 게임에서 처음 등장한 개념은 아닌데, 소설에서는 3인칭 관찰자 시점이라는 용어가 있었고 영화는 프레임을 잡는 카메라가 인물의 시점에서는 떨어져있는 제 3의 위치에 배치되었다. 여기서 제 3의 위치란, 실제로 그 사건을 경험하는 자신(1인칭)과 그 당사자(2인칭)과는 다른 제 3자의 입장에서 사건을 바라보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게임이 3인칭 시점을 많이 사용한 데에는 몇몇 이유가 있겠지만, 대중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게임의 레벨디자인과 영화적 스펙타클 양쪽 모두를 고려한 결정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게임에서 총을 쏘는 경험과 레벨 디자인을 하는 경험 양쪽 모두를 충족시키는 것은 외부의 환경을 객관적으로 인지할 수 있게 하는 3인칭 시점이다. 또한 영화적 스펙타클을 즐기기 위한 구도로써 영화와 비슷한 시점을 적용하는 이유도 있다. 초창기 게임들이 외부의 고정되어있는 곳에 카메라를 고정시켜놓고 전체 미장센과 스테이지 구도를 보여주는 형태가 많았지만(예를 들어, 타임 코만도라던가), 언차티드 같이 연출 기법이 발달하고 슈팅 매카니즘과 레벨 디자인, 그리고 몰입감을 살리기 위해 3인칭 시점이라도 케릭터의 어깨 뒤에 딱 달라붙는 숄더뷰 방식이 흥하고 있다.


하지만 헬블레이드는 독특하게도 2인칭 관찰자 시점을 적용한다. 물론 게임 기법상으로는 3인칭 시점과 그에 걸맞는 카메라 워크를 사용하고 있으나, 본질적으로 헬블레이드는 2인칭 관찰자 시점이며, 플레이어의 시선은 세누아의 동반자인 '게임 내의 인물'로 그려진다. 물론 게이머는 게임 내에 실존하지 않는다. 어디까지나 세누아의 머릿속에 있는 환상이자 세누아와 동일한 인지 세계를 일부로 존재할 뿐이다. 하지만 이러한 2인칭 관찰자 시점은 헬블레이드의 분위기를 보다 다채롭게 만들어주는데, 세누아가 때로는 게이머의 존재를 '인지'하기 때문이다. 카메라와 스크린 너머의 인물에게 종종 공허한 눈길로 눈을 맞추는 세누아의 모습은 게임을 플레이하는 사람으로 하여금 소름끼치게 만드는 구석이 있다.


이러한 헬블레이드의 특징은 게임을 보다 더 고통스럽게 만든다. 데드 스페이스나 이블 위딘에서 죽음은 하나의 스펙타클로 소비된다. 그러나 헬블레이드에서 세누아의 고통과 믿음은 게이머의 것이기도 하다. 전형적인 3인칭 액션 게임처럼 보임에도 불구하고, 제작자들은 이들을 여행의 참가자로 포함하여 고통을 받는 당사자는 아니되 그 고통을 가장 가까이서 이해할 수 있는 위치를 만든다. 그리고 게이머가 세누아를 조작하는 행위는 게이머가 직간접적으로 이 여정에 동참하고 있다는 인상응 부여하는데, 이러한 헬블레이드의 특징은 여타 소설이나 영화라는 대중매체에서 찾아보기 힘든 독특한 것으로 만들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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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이야기


*리뷰에 치명적인 스포일러가 들어있습니다.


조셉 켐벨은 일찍이 천의 얼굴을 가진 영웅이라는 책을 써서 영웅 신화의 인간의 삶에 있어서 통과 의례 및 미시사들이 어떻게 연관되는 지를 다룬적이 있다(자세한 내용은 http://leviathan.tistory.com/883 이 부분을 참조하기 바란다.):이 책에서 조셉 켐벨은 영웅 신화의 모티브들은 사람이 겪는 인생의 고비들과 승리/실패에 기반하고 있으며, 현대에는 영웅 신화의 모티브를 대중문화가 이어받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였다. 그는 오랜 세월 내려왔던 영웅 신화는 인간의 기저 심리를 대변한다고 보았으며, 이러한 조셉 켐벨의 관점을 빌린다면 신화의 역할을 이어받은 대중문화는 현대 대중의 욕망 그 자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게임은 가장 젊은 대중문화이자 새로운 매체로써 영화, 소설 등이 걸어왔던 길을 벤치마킹해서 자신만의 길을 만들었다. 예를 들어 헤일로는 1~3편을 통해서 전통적인 스페이스 오페라를, 4~5편을 통해서 영웅의 기원과 무거운 숙명에 다루었고, 스펙옵스 : 더 라인은 게임이라는 매체만의 특징으로 영웅 신화의 추악하고 어두운 전제를 공격하기도 하였다. 이렇게 게임 역시도 영웅과 신화라는 갈래의 끄트머리에서 그들의 맥락을 풍부하고 다양하게 만드는 인류 문화의 한 줄기다.


그리고 헬블레이드는 그러한 신화의 끄트머리에서 여타 게임이나 대중문화에서 보여주지 못했던 놀라운 통찰을 보여준다. 죽은 남편을 되살리기 위해서 지옥으로 떠난다는 내용으로 시작한 헬블레이드는 닌자 씨어리가 야심차게 독자 개발 및 배급까지 맡은 작품이었다. 하지만 세누아가 남편을 잃고 그 죄책감에 환청을 듣는다는 설정을 게임에 반영하기 위해 자문을 구하면서부터 이 게임의 방향성은 완전히 달라진다:실제 사람들이 겪는 정신증과 환청, 환각, 강박증 등등의 경험을 게임에 직접적으로 이식하고 게임 서사의 주요한 축으로 설정함으로써 헬블레이드는 게임 역사에 길이남을 족적을 남겼다. 


헬블레이드는 액션 게임이라기 보다는 워킹 시뮬레이션에 가까운 게임이다:전투나 퍼즐이 존재하긴 하지만 그 비중이 적고(물론 여타 워킹 시뮬레이션에 비교하면 게임으로서의 모양새는 갖추긴 했다), 게이머는 세누아의 여정을 따라가면서 이야기를 즐기는 쪽이 더 강하기 때문이다. 시스템을 심도있게 파고들어 게임을 한다는 느낌이 없기 때문에 헬블레이드를 게임 장르로써 미달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도 있을 수 있지만, 헬블레이드는 장르로써 게임이 지녀야 하는 본질에 충실하다. 이는 게임이란 행위가 중요한 매체이긴 하지만, 여타 대중문화 장르나 매체와 뚜렷하게 구분되는 점이 하나가 더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바로 '경험'이다:게이머는 게임 내의 케릭터와 감각과 입장, 그리고 믿음을 공유하고 그에 따라 행동한다. 영화나 소설이 아무리 잘만들어졌다 하더라도, 감상자와 스크린 내부의 인물이 스크린이라는 물리적이고도 절대적인 장벽으로 가로막혀있어 완벽한 일치가 일어나지 않는 것을 생각해본다면 이러한 특징은 두드러진다 할 수 있다. 


이러한 게임의 속성을 헬블레이드는 본질을 이해하고 있다:예를 들어 초반에 게임은 팔뚝의 검은 반점이 올라오는 것을 보여주며 죽으면 죽을수록 반점을 커지게 되고, 이 반점이 머리에 도달하게 되었을 때 세이브 데이터가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엄중하게 경고한다. 하지만 재밌는 점은 실제 게임에서 그런 일은 아무리 죽어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반점은 하나의 속임수이자 플레이어가 게임 내의 세누아라는 케릭터에게 이입하게 만드는 강력한 모티브를 제공해준다. 게이머는 게임 내내 실패하고 죽을 때마다 세이브 데이터가 지워질지도 모른다는 강력한 공포감을 느낀다. 하지만 실제 그런일은 일어나지 않음에도 말이다. 어째서 게임은 이런 속임수를 게임에 심어 놓은 것을까?


헬블레이드에서 정신증은 게임의 근간을 이루는 테마다:사람이 지각하는 실제의 물리 세계와 인지 세계가 서로 불일치하여 환각과 과도한 인지, 빛번짐 등을 경험하고 환상이 실제한다고 믿게 되는 정신증은 정신 의학계에서도 어째서 이런 일이 일어나는지를 분명하게 밝혀내지 못한 증상이다. 세누아는 중증의 정신증과 환상, 편집증, 망상을 경험하고 있으며, 게임의 모든 내용들은 실제가 아닌 세누아가 인지하는 세계에서 일어나는 일들이다(이를 구분하기 위해서 게임은 딜리온이나 드루스, 세누아의 아버지 같은 사람들이 나오는 기억속의 컷신은 실제 영상으로 대체하기도 하였다) 그렇기에 팔의 독이 머리에 도달하면 세이브 데이터가 강제로 삭제된다는 이야기는 실제로 게임 시스템이 그런 것이 아니라 세누아의 믿음을 플레이어가 공유하기 위한 하나의 장치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게임은 이 세누아의 환상 속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그저 무작위로 일어나는 광증으로 묘사하진 않고, 그것을 대다수의 게임이 그렇듯이 멋있거나 웃기는 것으로 묘사하지 않는다. 헬블레이드는 실제 환청을 겪었던 사람들과 정신증 전문가들의 조언을 빌려 이것을 고통스럽고도 충실하게 묘사한다. 게임 내에서 환청과 환각은 게임을 이끌어나가는 주요한 테마이자 시스템의 일부로 작용한다:목소리들은 끊임없이 게이머에게 조언을 해주며, 전투에서는 보이지 않는 시각을 경계하라고 이야기해주기도 한다. 환각에 기반한 퍼즐은 보는 각도에 따라서 세상이 변화하는 모습을 경험하게 만드는데, 퍼즐 자체는 아주 새롭거나 놀랍지 않지만 환각이라는 요소를 적재적소에 잘 살렸다고 평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연출은 바로 게임의 이야기에서 가장 두드러진다:세누아의 여정에서 더이상 돌이킬 수 없는 순간들이 나올 때마다, 환청들은 더이상 돌아갈 수 없다고 조롱하거나 절규하며 이 순간 세누아가 느끼는 감정과 플레이어가 느끼는 감정을 일치시킨다. 세누아는 가끔씩 스크린 너머에 존재하는 게이머에게 눈을 마주치며 말을 거는데, 제 4의 벽을 넘어서 자신의 일부(환청)를 인지하고 말을 거는 세누아의 모습은 소름끼치는 동시에 오묘한 느낌(서로 연결되어있는)을 선사한다. 더 나아가서 컷씬에서는 어둠이 세누아에게 말을 걸거나, 기억들을 되짚을 때 제 3자의 카메라가 아닌 세누아와 대화하는 당사자의 시점에서 카메라를 배치한다. 즉, 플레이어는 세누아의 일부이자 어둠이며, 좋았던 기억이자 트라우마의 일원으로써 세누아의 여정에 참석하고 있는 것이다. 


전반적으로 헬블레이드는 실사와 환상을 무작위로 섞어서 쿨하고 멋진것으로 만들지 않고, 게이머와 세누아가 일치되어 동일한 절망과 공포, 그리고 분노를 느낄 수 있도록 만든다. 그 중에서도 발군인 것은 음향 연출이다:머리 속을 뱅뱅 돌면서 환청이 게어머에게 말을 거는 듯한 음향 연출은 게임에서 찾아보기 드문 시도였고 정말로 고통스러운 경험이라 할 수 있다. 게임을 클리어한 본인마저도 7.1 체널 헤드셋은커녕 2체널 이어폰을 끼는 것조차 두렵게 느껴질 정도로 헬블레이드의 음향 연출은 불쾌하고 소름끼치는 부분이 많다. 하지만 그것이 진짜 몇몇 사람들이 겪고 있는 고통스러운 경험이라는 것을 생각한다면, 헬블레이드는 유쾌하지는 않지만 게임 사상 정말로 독특한 경험을 플레이어들에게 선사한다.






헬블레이드가 신화에서 많은 모티브를 따오고 있지만, 여기에는 중요한 속임수가 숨어있다:세누아는 켈트인이지만 게임의 배경이 되는 것은 북구 바이킹 신화이다. 어째서 켈트족이 바이킹 신화를 탐험하는 이야기가 나온 것일까? 이는 바이킹 족의 노예였던 드루스가 세누아에게 바이킹 신화를 이야기해주었기 때문이며, 바이킹에 의해서 딜리온이 죽음을 맞이하였기 때문이다. 즉, 헬블레이드의 북구 신화 모티브들은 창작자가 소비자에게 전달해주는 일반적인 구조가 아닌, 소비자가 스스로 컨텐츠를 재창작하는 2차 창작의 과정인 것이다. 사랑하는 자를 죽음에서 불러오기 위해서 저승으로 떠나는 영웅의 이야기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항상 있어왔던 모티브이긴 하지만, 이러한 2차 창작의 과정을 통해 헬블레이드는 그 모티브를 세누아의 인생에 있어서 고통스러웠던 부분과 행복한 부분과 연결하면서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로 변모한다. 예를 들어 저승의 신 헬라는 화형 중 반이 불타버리는 자신의 어머니를 모티브로 하고 있으며, 신을 물어죽였던 펜릴은 자신을 계속해서 괴롭혔던 아버지의 환영이 된다. 그리고 불에 대한 트라우마와 자신이 계속 경험하는 환각은 각각 불의 거인과 까마귀의 신으로 등치된다. 하지만 그러한 고통 이외에도 딜리온과의 좋은 추억들은 신마저도 쓰러뜨릴 수 있는 검을 버려내는 신화적 제의로 재현됨으로써 세누아가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동력을 부여한다. 


처음 게임을 플레이하는 사람들은 이러한 과정들이 일반적인 대중문화에서 찾아볼 수 있는 이미지와 동일하기 때문에 일반적인 신화 컨텐츠의 소비와 동일하게 생각한다. 헬블레이드가 교묘하게 파고드는 부분은 바로 이 부분이다:게임이 진행되면 진행될수록 이야기는 영웅이 신화적 위업을 창출하기 위해 모험을 하는 과정이 아닌 개인의 모티브들이 신화 모티브에 결합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이것이 위대한 업적의 이야기가 아닌 개인의 이야기임을 은연중에 깔아둔다. 세누아 뿐만 아니라 이 게임을 플레이하는 게이머들조차도 처음에는 '자신의 정신증으로 인해 고통받는 사람이 신화적 업적을 세우는 과정'으로 오해하기 쉽다. 하지만 신화적 모티브에 대응되는 개인적 모티브들이 반복되고, 여정의 끝에서 세누아가 자신의 트라우마의 근원(아버지가 어머니를 화형하는 것을 직접 목도한)으로 올라가게 되었을 때 게이머와 세누아는 이 거대한 환상의 구조를 간파하게 된다:어머니의 죽음과 헬라의 모습이 일치하는 점, 어째서 펜릴과 어둠은 아버지의 목소리를 내었는가, 그리고 이 모든것 자체가 세누아(동시에 게이머)의 환상이란 점과 결국 딜리온은 돌아올 수 없다는 슬픈 사실까지도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헬블레이드의 지옥은 그야말로 진정한 지옥이다. 워낙 많은 게임들이 지옥을 악마들이 조각난 시체를 홈 인테리어 포인트 정도로 써먹는 세태에서 헬블레이드는 지옥의 근원인 고통에 초점을 맞추고, 세누아의 고통으로부터 지옥을 쌓아올리기 때문이다. 또한 세누아가 거니는 지옥과 경험하는 환청과 환각 그 모든 것들은 세누아의 머릿속에서 일어나고 있으며, 세누아와 게이머들 모두가 두려워하는 포인트를 파고들어 무너뜨리고자 하고 있다. 일찍이 학살기관에서 '지옥은 사람의 대뇌피질에 새겨져 있다'라고 했듯이, 한 인간의 지옥은 오롯이 그 사람이 만들어낸다는 것을 헬블레이드는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다.


이런 이야기 구조와 지옥의 이미지는 기존 신화의 역전이라 할 수 있다:헬블레이드의 이야기 구조는 신화적이되 신화이지 않다. 한 개인의 비극적인 인생에 맞춰져서 신화적 모티브를 배치해두고, 그 이면에 숨겨져 있는 원래의 사건들을 되짚어 올라가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신화라는 컨텐츠를 소비할 때, 켐벨이 이야기했었던 것과 같은 모티브에 대해서 숙고하지 않는다. 다만, 사람들이 신화나 영웅에 열광하는 것은 신화와 개인 사이에 서로 맞닿아있는 강렬한 접점과 모티브들이 숨어 있기 때문이다. 헬블레이드가 집중한 점은 바로 이 접점이며, 그것을 게임이라는 일체화된 경험의 매체를 통해서 세누아의 이야기를 모든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고통과 슬픔으로 바꾸어놓는다. 만약, 헬블레이드의 서사를 그대로 소설이나 영화로 옮겼다면 많은 사람들은 이를 싸구려 반전으로 치부할 가능성이 높았을 것이다(왜냐면 그것이 사실이 아니기 때문에/어쨌든 관객은 세누아가 아니기 때문에) 하지만 스스로 세누아의 위치에서 세누아가 본 것들, 들은 것들, 느낀 것들을 일치되게 경험한 사람의 입장에서는 이는 그저 싸구려 반전물이라 칭할 수 없는 깊이감이 존재한다. 그 깊이감은 게임이라는 매체만이 가질 수 있는 강력한 특징이다.  


세누아가 겪었던 그 모든 고통은 조각나버린 세계를 회복하기 위한 여정이며, 환각과 환청에 고통받던 자신의 삶의 유일한 희망이었던 딜리온을 찾기 위한 여정이었다. 하지만 세누아의 여정은 동시에 고통의 근원과 남편의 죽음을 받아들이는 과정이기도 하다. 어머니의 죽음, 아버지의 억압 등을 깨달으면서 세누아는 이 여정 자체가 자신이 만들어낸 환상임을 깨닫고 받아들인다:헬라와의 일전 바로 직전에 세누아는 자신의 머리속을 괴롭혔던 수많은 목소리를 뒤로 한채 앞으로 떠나는 과정이나 마지막 전투에서 어둠이 이 모든게 환상이라면 딜리온은 애시당초에 살릴 수 없었다는 협박에서 드러나듯이 말이다. 그리고 마지막 일전에서 속삭임은 단 하나만 들린다:혼란스럽지도 않고, 울리지도 않지만 조용하게 그 자리를 지키는 단 하나의 목소리만이 말이다. 그리고 그 목소리는 세누아에게 이렇게 속삭인다:이제 놓아줘Let go 라고. 그리고 상처투성이의 세누아는 딜리온이 죽음을 받아들이는 과정에 대해 이야기한 것을 떠올리고, 헬라는 딜리온의 두개골을 들어 절벽 아래로 놓아준다. 그 순간 헬라는 세누아가 되며 모든 환상은 사라지게 된다. 딜리온의 죽음을 받아들이고 그를 놓아주는 것, 자신의 트라우마와 어둠, 환각을 걷어낸다. 한 인간이 개인적인 비극을 극복하는 과정을 훌륭하게 재현하고 게이머를 그 재현의 일부로 만들어낸 헬블레이드의 엔딩은 그 어떤 게임의 엔딩보다도 무게가 있고 아름답다. 


결론을 내리자면, 헬블레이드는 게임 역사에 길이 남을 작품이다:일찍이 스펙옵스가 영웅 서사에 대해서 악의적인 비꼬기와 조롱을 가했다면, 헬블레이드는 여지껏 진지하게 다뤄본적이 없는 소재로 신화라는 이야기 구조를 근본부터 재점검 하였기 때문이다. 헬블레이드는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게임이 여타 대중매체들과 기술적이기도 문화적인 측면에서 다른 부분이 있다는 점을 헬블레이드는 여실히 증명하였으며, 스펙옵스와 같은 플롯의 뒤틈이 아닌 게임과 게이머 사이의 공감이 이루어질 수 있다는 점을 증명하였기 때문이다. 헬블레이드를 플레이하는 것은 참으로 고통스러운 경험이지만 그 고통은 정말로 가치 있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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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이야기


콜 오브 듀티가 유명한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그 중 악명 높은 것(?)을 꼽자면 공장식 작품 생산 방식이 있다:인피니티 워드와 슬레지해머, 트라이아크 3개 스튜디오 체제로 1년 단위로 게임을 돌아가면서 만든다는 이 신묘하고도 경악스러운 발상은 '매년 1000만장 이상의 판매고를 보장하는 타이틀을 안정적으로 공급한다' 라는 게임 제작사상 초유의 기록을 만들어내었다. 단일 작품으로는 콜옵 시리즈의 아성에 도전하는 작품은 많다:하지만 전체 프랜차이즈를 놓고 본다면 아마도 콜옵 프랜차이즈 전체 판매고에 근접하는 게임은 흔하지 않을 것이다. 흥미로운 점은 콜옵 프랜차이즈 개발은 작품과 작품 사이의 강점을 계승하고 약점은 보완하고자  3개의 스튜디오가 독자적인 동시에 유기적으로 운영된다는 점이다. 일례로 블랙옵스 3의 멀티와 인피닛 워페어의 멀티를 비교해보자:인피닛 워페어의 기본적인 멀티 골격은 블랙옵스 3의 그것이라 볼 수 있으며, 무기 벨런스나 맵 디자인은 인피닛 워드의 독자성이 가미된 물건이다(물론 결과물이 그리 흥하진 못했지만 말이다.)


재밌는 점은 이러한 게임 개발 패턴은 일본 게임 프랜차이즈인 무쌍 시리즈에서도 유사성을 찾아볼 수 있다는 것이다:삼국무쌍 2편 이후로 전장을 종횡무진하면서 적들을 물리친다는 무쌍 시리즈의 컨셉은 아시아권에서는 꾸준한 인기를, 북미쪽에서는 컬트적(?)인 팬덤층을 보유하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처음 이 게임의 시스템(일기당천으로 적들을 쓸어버리는 것, 버튼 연타와 강-약공격 조합으로 모든 액션을 구현할 수 있는 점 등)이 확립된 이후로 무쌍 시리즈의 모든 작품은 대부분 '동일한' 게임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는 것이다. 즉, 본질적으로 무쌍 시리즈는 모두 동일한 게임이라 해도 문제가 없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쌍 시리즈가 수많은 파생작품들을 가지고도 꾸준한 인기를 끌 수 있는 것은 동일한 게임에 조금씩 다른 바리에이션을 부여하였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일례로 이러한 바리에이션이 가장 성공한 사례는 젤다 무쌍이라 할 수 있다:모든 사람들은 '어째서 젤다에 무쌍이 섞여있는가?'라는 의심스러운 시선으로 젤다무쌍을 보았다. 하지만 젤다무쌍은 의외로 충실하게 젤다의 전설 시리즈의 기믹을 게임 내의 액션에 접합시켰다:도구를 사용하는 기믹이라던가, 여타 무쌍에서 찾아볼 수 없었던 거대 보스전의 기믹이라던가 등등은 젤다의 전설을 그대로 들고온 것이 아닌, '무쌍이라는 정체성 아래서 새로운 것들을 이식하는' 나름의 고민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변화였다. 파이어 엠블렘 무쌍도 이런 부분에서 나름대로의 충실함을 보장한다:파엠 시리즈에서 등장한 더블 유닛을 일종의 스트라이커 형태의 공격과 방어로 재해석한 점, 클래식 파엠의 죽으면 돌아오지 않는 전사 기믹, 인연 스킬, 창-도끼-검의 맞물리는 관계와 위크 포인트 시스템의 결합 등은 단순히 파엠 무쌍이 아무 고민이나 노력 없이 게임을 그대로 이식한 작품이 아님을 드러낸다.


하지만 무쌍 시리즈의 문제는 게임이 단순하다는데 있는 것이 아닌, 스스로 방계 작품을 끊임없이 만들어내어서 가능성을 소진한다는데 있다. 심할 때는 1년에 2~3개의 무쌍 게임을 찾아볼 수 있고, 다른 기기로 컨버전 되거나 다른 프랜차이즈와 콜라보를 시도하는 등 무쌍 시리즈의 제작사인 오메가 포스는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활발한 활동이 오히려 프랜차이즈의 수명과 팬들의 피로도를 가속시킨다는 점에서는 치명적이다. 그렇기에 오메가 포스가 차세대 무쌍인 진삼국무쌍 8에서 제시하는 것은 오픈월드와 시스템의 일신이다:오픈월드 시스템과 잡졸들을 특정 상태로 만드는 액션은 겉으로 보기에는 괜찮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오메가포스나 코에이 테크모가 이러한 게임을 만들어본 전례가 없다는 점에서 매우 불안하다. 그리고 기존의 방계 무쌍 작품들의 성공이 무쌍 시리즈의 기본이라 할 수 있는 단순함이란 매력 포인트에 기반하여 가지 치기를 했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8편은 시리즈의 본질에서 벗어난 무언가를 만들어내는게 아닐까 라는 우려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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