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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이야기



뉴 슈퍼마리오 디럭스 U가 스위치로 이식되어 발매되었다. 하지만 슬프게도 위유로 나왔던 뉴 슈퍼마리오 U는 사실, 엄밀하게 이야기하자면 여타 마리오에 비교하여 보자면 상대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한 게임이었다. 재미는 있지만, 이전과 다르지 않은 게임, 혹은 난이도가 너무 올라간 슈퍼마리오가 뉴 슈퍼마리오 U였다. 물론, 새롭게 이식된 뉴 슈퍼마리오 U 디럭스에서는 기존의 난이도가 높았다는 피드백을 반영하여서 새로운 케릭터들(낙사 방지, 적을 무시한다던가)을 추가하였다. 동키콩 트로피컬 프리즈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된 방법론이라 할 수 있다. 


흥미로운 점은 항상 2D 버전의 슈퍼마리오는 3D 버전에 대해서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는 점이다. 슈퍼마리오 시리즈는 슈퍼마리오 64 이후로 3D와 2D 버전의 나뉘어져서 전개되었다. 3D 마리오는 최근 스위치로 나와서 좋은 평가를 받았던 슈퍼마리오 오딧세이에서 슈퍼마리오 3D 월드, 그리고 전설적인 슈퍼마리오 갤럭시 시리즈가 있다. 그리고 2D 마리오는 DS로 나왔던 뉴 슈퍼마리오 시리즈와 위유 버전 슈퍼마리오 유, 그리고 슈퍼마리오 메이커가 있다. 하지만 게임 역사에 길이남을 플랫포밍 게임 취급을 받았던 3D 버전 슈퍼마리오와 비교한다면, 2D 슈퍼마리오는 항상 재탕에 재탕이라는 평가를 들을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패미콤 시절 슈퍼마리오 이후, 슈퍼마리오라는 이름을 적법하게 계승한 게임이 2D 슈퍼마리오 계열이었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2D 계열 슈퍼마리오가 평가가 좋지 않았던 것을 어느정도 눈감아 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아니, 엄밀하게 이야기하자면 2D 슈퍼마리오 시리즈는 마리오라는 게임 자체를 한계에 도달하였기 때문에 그 이상을 추구할 수 없는 경지에 도달하였다. 30년 이상된 프랜차이즈가 원작의 방법론을 그대로 계승하면서 게임을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다. 시대가 바뀌고, 게임을 플레이하는 환경 자체가 바뀌기 때문이다. 3D 마리오가 등장하고, 3D 마리오가 새로운 방법론을 개발하는 것은 응당 프랜차이즈가 나아가야하는 방향성을 제시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닌텐도는 여전히 2D 마리오의 직관성과 수요를 간과하지 않고, 계속해서 게임을 내기로 결정하였고 그 결과가 우리가 여지껏 보아온 2D 마리오 시리즈라 할 수 있다. 문제는 1)기존의 패미콤 버전 슈퍼마리오의 규칙을 따를 것(여기에 더하고 빼지 말것)과 2)난이도를 너무 올리지 않고 모두가 플레이할 수 있을 정도로 직관적인 무언가를 만들 것이라는 두가지의 상충된 제작 규칙이 적용되면서 슈퍼마리오 2D 버전은 항상 보수적이고 위축된 모습을 보일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미 지금 셀레스테나 할로우 나이트와 같이 뛰어난 2D 플랫포머 게임들이 존재하며, 여전히 전통을 지킬 수 밖에 없는 슈퍼마리오 2D 시리즈는 상대적으로 '마리오'라는 프랜차이즈에 얽메여서 더 나아지기 힘든 상황이긴 하다(물론, 최소한 더 나빠지진 않겠지만) 심지어 동키콩 트로피컬 프리즈와 같이 난이도를 올리고 각 스테이지와 월드마다 자기만의 리듬과 난이도를 갖추기에도 어려운 상황이다. 왜냐면 상대적으로 마리오라는 프랜차이즈는 대중적일수 밖에 없기 때문에, 무작정 난이도를 올려서 자기만의 개성을 추구하기에는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본다면 2D 마리오가 나아가야할 방향은 매우 제한적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흥미로운 점은 2D 마리오의 미래가 뉴 슈퍼마리오 U 같은 작품이 아닌 슈퍼 마리오 메이커와 같은 작품에 있다는 점일 것이다. 흥미롭게도 케주얼과 하드코어 양측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것은 자신만의 코스를 만들거나 공유함으로써, 만드는 경험과 코스를 즐기는 경험을 공유한다는 점에서 게임의 스펙트럼을 넓힐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리틀 빅 플레닛과 같은 본격적인 콘텐츠 제작과는 좀 다르긴 하지만, 2D 마리오의 전통을 슈퍼 마리오 메이커를 통해 한 데 합치려는 시도 자체는 슈퍼 마리오의 전통을 더이상 '만들어진 코스를 이용하는 것이 아닌 다함께 만들고 즐긴다'라는 개념으로 보려는 시도라 할 수 있다. 또한 뉴 슈퍼마리오 U 디럭스에서 이러한 것을 제한적으로 구현(동전 배치해 자기만의 코스를 제한적이나마 만든다던가)한 점은 이 게임을 즐기는 방향성에 대한 고민이 있었기에 가능한 점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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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이야기


아마존이 넷플릭스 식의 스트리밍 게임 산업에 뛰어든다고 한다(기사 원문) 아마존이 AWS 등을 통해서 클라우드 서버 사업에 있어서 부동의 1위라는 점, 이미 소니가 온라이브 등의 서비스를 인수해서 스트리밍 게임 서비스를 일부 진행해본 경험이 있다는 점 등에 비추어 보았을 때, 클라우드 서버에 게임을 얹어놓고 스트리밍 형태로 쏴주는 사업은 이전부터 매력적이었다. 또한 패키지가 아닌 EA 오리진이나 PS+ 같이 '일정 기간 서비스를 구매하면 그 기간동안 게임에 접속할 수 있는' 구독형 서비스 같은 것들도 존재한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넷플릭스 같은 스트리밍 형 게이밍 플랫폼 모델은 경쟁력이 있는 사업이라 할 수 있다. 그렇게 된다면 누구나 폰으로 서버에 접속해서 위처 같은 고사양의 컴퓨팅 파워를 요구하는 게임을 즐길 수 있을 수도 있다. 그렇게 된다면 스위치와 같은 애매한 성능의 기기는 사라지고, 자동전투와 같은 형태의 게임들도 사라질 수 있을 것이다. 클라우드 게이밍 서비스가 성공한다면 게임 업계가 트리플 A라는 게임 문법 아래 완벽하게 통일될 것이다.


물론, 그런일은 일어나기 힘들 것이다. 분명, 온라이브 같은 스트리밍 게임 서비스가 처음 등장했을 때보다도 지금 클라우드 게이밍 환경은 훨씬 더 좋아졌다. PS4를 서버처럼 활용해서 비타나 소니의 스마트폰 엑스페리아로 접속하여 게임을 스트리밍 한다던가, PC에서 대형 TV로 화면을 송출해주는 스팀 링크의 존재라든가, 엔비디아 타블렛 실드의 존재라던가 이미 늘어나는 컴퓨터의 숫자를 이용해서 서버와 클라이언트를 구분하여 개인용 클라우드 게임 환경을 구축해보려는 업계의 시도는 많았었다. 그리고 클라우드 서버 서비스 플랫폼은 날로 발전하고 있다:이제 별도로 서버를 업체로부터 대여할 필요 없이, 전문가가 아닌 일반적인 사람들도 머신러닝이나 딥러닝 같이 엄청난 컴퓨팅 파워를 필요로 하는 활동을 클라우드 서버를 통해 할 수 있다. 분명, 클라우드 게이밍이 새로운 전기를 맞이한다면 클라우드 서비스가 한층 강화되고 있는 지금 이 순간이나 근미래가 가장 적절할 것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래와 같은 이유들 때문에 클라우드 게이밍이 게임 업계를 클라우드라는 깃발 아래 통일시키는 것은 어려울 것이다. 먼저 클라우드 게이밍의 장점이 기존 게이밍 플랫폼이나 환경에 비해서 더 매력적으로 느껴지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클라우드 게이밍의 장점은 콘솔이 아니더라도 모니터와 콘트롤러만 있으면 어디서든지 게임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어디서든지'라는 키워드에 우리는 초점을 맞춰야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환상은 클라우드 게이밍이 실현되면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야외에서도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대부분의 게이밍은 실내, 그것도 집 안에서 이루어진다:거치형/휴대형 콘솔의 하이브리드인 닌텐도 스위치의 경우, 유저 상당수가 스위치를 '집'에서 플레이한다고 밝혔다.(관련 내용) 닌텐도가 스위치를 언제 어디서나 게임 플레이 가능하다로 포장하기 위해 많은 마케팅 자본을 들이고 있는 것에 대비한다면 다소 놀라운 결과라 할 수 있다. 


그러나 곰곰히 생각해본다면 상당히 납득이 가는 결론이기도 하다. 사람들은 이동하거나 야외에서는 그나마 '덜 신경쓸 수 있는 활동'들을 즐긴다. 음악을 듣거나 뉴스를 보거나 동영상을 보는 등 이러한 행위들의 핵심은 그렇게까지 많은 집중력이 들어가지 않는다는 점일 것이다. 심지어 모바일로 진행되는 게임들의 대부분이 복잡하거나 정교한 조작없이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다는 점에 초점을 맞춘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이동 중에 집중력있게 플레이하는 콘솔 게임이라는 개념은 일반적이지 않다. 심지어 한국과 같이 대중교통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은 경우도 그러한데, 미국과 같은 땅이 넓어서 자가용 자동차로 이동하는 경우에는 '이동하면서 게임을 즐긴다'라는 개념이 낮설게 느껴질 수 있다. 물론 콘솔 게이밍이 불가능한 실내 환경에서 언제라도 게임을 한다라는 관점에서 스위치는 강점이 있는 기기이기도 하다(레딧의 유저글 : 스위치는 트럭 드라이버를 위한 완벽한 콘솔이다)


다시 클라우드 게이밍으로 돌아와보자. 결국은 클라우드 게이밍이 경쟁해야 하는 대상은 아이러니하게도 실내에서 벌어지는 게이밍 플랫폼이다. 그것은 바로 전통적인 콘솔이나 PC와 같이, 이미 게임을 돌리기에 충분한 컴퓨팅 파워를 기진 기기들과 클라우드 게임 플랫폼이 경쟁을 해야한다는 것이다. 기사에서는 '비싼 돈을 들여 콘솔을 살 필요 없이'라고 했지만, 정작 취미활동의 영역에 있어서 콘솔/PC 게임만큼 인프라와 자원이 적게 들어가는 취미활동도 없다. 특히 콘솔 게이밍의 핵심은 '적은 비용에 성능이 뛰어난 컴퓨팅 파워를 제공하는 기기를 공급하는 것'이며, 개발되는 게임의 대부분이 이 콘솔의 사양에 맞춰지기 때문에 엄청난 컴퓨팅 파워를 필요로 하지도 않는다. 그렇기에 클라우드 게이밍은 '가격적으로 안정되어있고, 이미 그 기능을 충실히 잘 수행하고 있으며, 몇천만대가 깔려있으며 표준적인 플랫폼'의 홈그라운드에서 자신의 '언제 어디서나 플레이 가능하다'는 강점을 살리지 못하고 경쟁해야 하는 셈인 것이다.


그렇다면 언제 어디서라도 플레이가 가능한것에 초점을 맞춰서, 클라우드 게이밍이 휴대용 게이밍이나 모바일 게이밍 시장을 석권할 수 있을까? 유감스럽게도 그렇진 않다. 게이밍 환경에 있어서 사람들이 간과하지만 중요한 요소가 하나가 있다면, 그것은 바로 화면의 '물리적 크기'(해상도가 아닌)일 것이다. 사람이 휴대하면서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는 화면의 크기는 제한되어 있다. 이미 아이패드 수준만 되더라도 앉아서 들고 하기에 너무 부담되는 수준이며, 스위치의 경우에는 휴대 가능과 불가능의 임계점에 도달했다. 그러나 현대 트리플 A 게임들은 대부분 20인치 이상 거대하고 고해상도로 구성된 화면에서 즐기게끔 되어있다:디테일한 연출, 높은 해상도와 텍스처 등등은 작은 화면에서 본다면 오히려 가시성과 시인성을 떨어뜨리는 문제를 유발하고 만다. 조작 체계 역시 문제다. 기존 모바일 게임들이 복잡한 조작이 필요없는 이유는 터치스크린이라는 범용적이지만 제한적인 인터페이스를 최대한 활용하고자 하였기 때문이다:터치 스크린 위에 구현된 가상게임패드와 같은 걸로 게임을 하다보면 복잡하거나 정교한 조작을 하는 트리플 A 게임을 돌리는 것은 불가능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물리적인 환경 측면에서 본다면 더 심각한 문제가 있다. 그것은 바로 서버와 레이턴시의 문제다. 클라우드 플랫폼 게이밍의 경우, 영상 스트리밍과 달리 클라우드 서버에서 게임을 돌리고 영상의 형태로 플레이어에게 송출, 플레이어가 그 영상을 보고 조작을 하면 다시 서버에 조작을 보내주고 연산하는 과정을 거친다. 이러한 과정에서 클라우드 게이밍 환경은 다이렉트로 입력되고 금방 결과가 나오는 콘솔과는 다른 입력 렉이나 지연이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 있다. 또한 물리적 서버가 어디에 구축되었느냐, 회선은 어떤 것을 쓰냐 등에 따라서 게임 환경이 천차만별로 유동적일 수 있다:온라이브가 처음 등장하였을 때, 한국 내에서는 거의 플레이가 불가능한 상황이었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알 수 있다. 물론 클라우드 게임 플랫폼을 위한 데이터 센터가 늘어나고 회선이 개선된다면 나아질 수 있겠지만, 이는 클라우드 게이밍 플랫폼이 성공하고 나서 이후의 이야기가 될 것이다.


그리고 넷플릭스의 성공이 물리적 환경이나 모바일 플랫폼을 선점한 것이 아닌, 독점력 있는 콘텐츠를 가졌기 때문이라는 것도 감안해야 한다. 즉, 클라우드 게이밍 플랫폼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여기서 밖에 돌아가지 않는 게임'이라는 것이 존재해야 한다. 하지만 위와 같은 모든 제반 환경들(기존 게이밍 환경보다 매력이 없음, 언제 어디서든지 플레이 가능하다라는 장점 살리기 힘든 현 게임 시장 구조,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레이턴시 등)을 고려하였을 때, 누가 선뜻 아마존 클라우드 게이밍 서비스에서만 돌아가는 게임을 만들겠습니다 라고 선언할까? 이에 대해서는 매우 회의적일 수 밖에 없다.



하지만 클라우드 게이밍의 미래가 부정적이라던가, 혹은 현 게임 플랫폼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 단정지을 수는 없다. 오히려, 우리가 전혀 예상하지 못한 방향에서 클라우드 게이밍은 게임 플랫폼 환경 자체를 크게 바꿀 수 있다. 예를 들어 로컬에 놓여진 컴퓨팅 파워를 클라우드 서비스가 보조하는 형태의 게임이나 콘솔이 등장할 수 있다. 일례로 엑스박스 원 게임인 크랙다운 3의 경우, 클라우드 컴퓨팅을 도입해서 엑스박스 원이 갖고 있는 연산 성능의 배가 되는 연출을 처리할 수 있다고 하였다. 물론, 콘솔 자체가 오프라인 환경이나 레이턴시가 높은 환경에서도 구동될 수 있기 때문에, 크랙다운 3의 게임 내 연출이 모두 게임 플레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어려울 수 있다. 그러나 결과가 어찌되든 크랙다운 3가 보여준 것은 이론적으로 '외부 클라우드 서버의 힘을 빌어 기존 콘솔의 컴퓨팅 파워를 능가할 수 있다'라는 것이다. 즉, 서버에서 모든 것을 처리하여 내보내주는 스트리밍이라는 개념을 포기하고 서버와 클라이언트 간의 협업이라는 개념에서 바라본다면 클라우드 게이밍은 클라이언트의 연산 성능을 뛰어넘은 게이밍을 가능케할 수 있다는 점이다.


스트리밍과 서버-클라이언트 간의 협업의 차이점은 어찌되었든 컴퓨팅 파워를 가진 물리적인 플랫폼이 현실에 깔려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스트리밍은 극단적으로 이야기하자면 모든 컴퓨팅을 서버에서 처리하기 때문에 액정과 입력 패널만 있다면 어디에서라도 플레이가 가능하다. 하지만 동시에 서버에 의존적일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서버를 둘러싼 물리적인 제반환경들에 엄청난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서버-클라이언트간의 협업 관점에서 본다면, 어쨌든 물리적인 기반은 클라이언트에 존재하기 때문에 클라우드 서비스 없이도 어느정도 게임 내의 연산을 처리할 수 있으며, 스트리밍에 비해서 레이턴시나 이런 부분들이 더 안정적일 수 있다. 그러나 로컬의 기기가 어느정도 컴퓨팅 파워를 갖춰야 한다는 문제가 있다. 하지만 또 역으로 생각해보자:근래 나온 아이패드 프로의 경우, 그 자체로도 이미 엑스박스 원 S 수준의 컴퓨팅 파워를 갖추었고, 대부분의 스마트폰들은 스위치보다도 더 뛰어난 컴퓨팅 파워와 스펙을 갖추고 있다. 사실, 이미 우리는 로컬에서 게임을 기본적으로 연산할 수 있는 물리적인 제반 인프라를 갖춘 셈인 것이다. 다만 문제는 그것을 기술적으로 어떻게 풀어낼지에 대한 부분이 합의되고 개발되지 않았을 뿐이다.


이는 많은 것을 의미한다. 우선 스마트 TV와 같이 어느정도 컴퓨팅 파워를 갖춘 기기에서 별도의 콘솔 구매 없이 언제 어디서라도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게 만들 수도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눈여겨 봐야할 점은 클라우드 게이밍이 콘솔 업그레이드나 세대 교체 자체를 무의미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위의 영상처럼 크랙다운 3가 클라우드 컴퓨팅을 이용해 엑스박스 원의 성능을 뛰어넘은 연산을 처리할 수 있다면, 이후 성능 업그레이드를 위해서 추가적인 게이밍 콘솔을 구매할 필요가 있을까? 항시 연결된 환경이 필요하긴 하겠지만, 항시 연결되어있어야 구동 가능한 게임도 현재 시점에도 많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클라우드 게이밍은 주기적인 콘솔 기기 교체를 불필요하게 만들 수도 있다. 물론 이러한 환경을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여지껏 등장하지 않았던 추가적인 기술 개발이 필요할 수 있다. 인터넷 인프라 환경의 재정의도 필요하다. 하지만 클라우드 게이밍의 존재는 새로운 플랫폼을 형성하는 것이 아닌 현제 게임 플랫폼의 물리적 한계를 벗어던진다는 점에서 혁신적인 물건이 될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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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이야기



* 대난투 리뷰 상편(http://leviathan.tistory.com/2389)은 링크를 참조해주시길 바랍니다.


닌텐도는 오랫동안 유명한 게임 개발자들을 배출한 회사였다. 닌텐도의 유명 IP와 게임들은 아오누마 에이지, 미야모토 시게루, 이와타 사토루 등등 스타 개발자와 닌텐도라는 회사의 조직력이 결합하였기 때문에 가능한 작품들이었다. 또한 닌텐도는 스타 개발자에서 끝나는 것이 아닌 새로운 후계자들을 발굴하고 육성하는 역량을 갖추기도 하였다. 그렇기 때문에 새로운 개발자들이 주도하여 스플래툰 2나 슈퍼 마리오 오딧세이, 마리오 카트 8, 암즈 같은 작품이 나올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닌텐도가 갖고 있는 스타 개발자들과 후계자 양성, 조직력 등에서 빗나가있는 독특한 개발자가 있다. 커비 시리즈를 만들고 대난투 시리즈를 개발하고 있는 개발자 사쿠라이 마사히로다. 사쿠라이 마사히로라는 개발자는 매우 특이한 인물이다. 스스로 하드코어 게이머를 칭하며, 개발자이면서 수많은 게임들을 하고 패미통에 칼럼을 쓰고 책을 내며 TGS에 게임 심사위원으로 참여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는 인물이다. 사쿠라이는 '승진해서 스태프와 경영에 관여하기 보다는 끝까지 게임 개발을 책임지는 개발자로 남고 싶다'라고 하며 닌텐도와 할 스튜디오를 뛰쳐나가 자신만의 게임 스튜디오인 소라를 신설하였다. 하지만 '명목상' 프리랜서인 사쿠라이에게 이와타와 닌텐도는 '대난투 개발을 진행할 시, 가장 먼저 알려주고 개발 의사를 물어보겠다'라는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하였고, 그렇기 때문에 DX 이후 사쿠라이가 개발한 대난투 게임들이 등장할 수 있게 되었다. 즉, 닌텐도는 대난투에 있어서 그를 내부의 어떤 인원보다 더 신뢰하고 전적으로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후에 나왔던 대난투 게임들을 보았을 때, 닌텐도의 판단은 전적으로 옳았다.

대난투라는 게임의 핵심 콘셉트는 여러가지 게임 프랜차이즈들이 하나의 게임에 접합시키는 콜라보레이션이었다. 초기 대난투는 닌텐도 게임들을 모두 한대 모아보자는 다소 조촐한(?) 규모에서 시작되었고 이때까지만 해도 규모 자체가 그렇게까지 놀랍지만은 않았다. 하지만 게임 시리즈가 지날수록 대난투의 야심은 더욱 담대해지기 시작했다. 닌텐도 자사 프랜차이즈에 등장한 게임들 이외에도 닌텐도 플랫폼으로 발매된 서드파티 게임들, 심지어는 닌텐도와 상관없는 서드파티 게임(파이널 판타지 7 같은)들까지 끌어들이기 시작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대난투는 이제 한 게임 회사의 프랜차이즈를 집대성하는 것을 넘어서 게임 시장과 문화를 집약시키는 야심찬 프로젝트가 되어버린 것이다. 그리고 대난투 얼티밋은 '전원 참전'이라는 이름 하에 게임 역사상 그 누구도 하지 못했었던 거대한 규모의 콜라보레이션을 실현하였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사쿠라이 마사히로라는 개발자가 있었다.




대난투 얼티밋이라는 게임을 이해하려면 먼저 닌텐도 64부터 대난투 시리즈가 '피규어와 피규어를 가지고 노는 손을 테마로 콜라보레이션 게임을 만든 것'이라는 걸 이해해야 한다. 그리고 사쿠라이와 닌텐도는 대난투 시리즈 내내 이 콘셉트에 집요하게 집착하였다. 사실, 대난투 처럼 피규어가 게임 플레이의 핵심이란 것 자체는 그렇게 놀랍지는 않다. 생소하더라도 이미 여러가지 게임들(아미맨이나 기타 등등)이 이러한 피규어를 소재로 한 게임을 만든 게임 역사를 뒤져보면 전례가 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난투의 경우에는 이 콘셉트 위에 게임의 모든 것을 실어올렸다. 게임내 수집요소인 피규어라던가, 시리즈 전통의 보스가 손으로 등장한다던 점이라던가, 실제 대난투의 피규어 컨셉을 아미보라는 실물 피규어로 옮겼다던가 등등 일반적인 게임에서는 단순히 게임 전체를 두루뭉술하게 설명하는 콘셉트로 작용했을 법한 요소들을 대난투는 끝까지 놓지 않고 그 위에 게임을 쌓아 올린 것이었다.

이런 점에서 본다면 대난투 3DS/Wii U(가칭 대난투 4)는 대난투 얼티밋을 위한 전조라 할 수 있었다. 물론, 대난투 얼티밋 자체가 4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물건이란 점을 감안한다면 놀라운 것은 아니다. 하지만, 얼티밋이 보여준 전원 참전과 게임 역사에 길이남을 거대한 콜라보레이션은 이미 대난투 4에서부터 기조가 잡혔었다. NES 시절 전설적인 플랫포머 게임이었던 록맨이 참전하더니, 팩맨이 등장하고, 사실상 인수하다시피한 제노블레이드 프랜차이즈의 주인공 슈르크, 심지어 닌텐도에게 빅엿을 먹였던 파이널 판타지 7의 클라우드까지 대난투 4에 참전한 것이다. 심지어 참전하는 것도 모자라서 게임 내에서 감상할 수 있는 피규어 모델과 참전한 게임들의 주요 음악들을 감상할 수 있는 음악 감상 모드까지 넣음으로 대난투 4는 '게임 콘텐츠 뿐만 아니라 게임의 콘셉트, 모델링, BGM 등 참전한 각 게임들이 갖고 있는 모든 것을 한데 어우르겠다'는 야심을 보였다.

그리고 대난투 얼티밋은 이러한 야심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작품이다. 단순히 이전에 참전했지만, 금번에 참전하지 못했던 전작들의 케릭터들을 참전시키겠다는 정도가 아니다. 대난투 얼티밋은 전원 참전이라는 이름 아래 닌텐도 콘솔을 거쳤거나, 혹은 참전작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했던 모든 것들을 한데 아우르고자 하였다. 언뜻 듣기에 미친 짓이라 느껴질 정도로 엄청난 분량의 콘텐츠를 하나의 게임에 담겠다는 목표를 잡은 것이다. 그리고 놀랍게도 대난투 얼티밋은 '피규어'라는 시리즈 핵심 콘셉트를 지키면서 이것을 완벽한 형태로 구현하였다.

다양한 작품들이 참여하는 콜라보레이션 게임에서 어떻게 다른 작품들을 하나의 게임으로 합칠까? 일반적인 작품이라면 하나의 메인되는 콘셉트 디자인과 아트워크를 기반으로 여타 게임들을 옮기는데 집중할 것이다. 젤다무쌍의 예를 들어보자:젤다무쌍은 젤다의 전설 시리즈에 나왔던 수많은 게임들을 무쌍이라는 게임 양식에 묶어내었다. 각 시리즈들에 나왔던 케릭터들을 무쌍 시리즈에 맞게 재해석하고 새롭게 케릭터를 만들어서 게임에 추가한 것이다. 일반적인 콜라보레이션 케릭터나 요소들은 이와 같이 새로운 요소들을 자기들 작품에 맞게 다듬어서 새로 만들어낸다. 하지만 이렇게 해서 통상 다뤄낼 수 있는 콜라보레이션의 작품 수는 한정될 수 밖에 없다. 콜라보하고자 하는 작품을 새롭게 재해석하는 것도 재해석하는 것이지만, 추가하는데 있어서 그래픽/사운드 등의 에셋을 개발해야하는 부담이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한번 콜라보레이션을 할 수 있는 게임의 작품 수는 십수여개 정도로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여기서 대난투 얼티밋의 '광기'가 드러난다. 닌텐도 콘솔로 나오거나 게임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한 수십 개, 어떻게 보면 수백개가 될지도 모르는 게임들을 얼티밋은 콜라보레이션을 감행한 것이다. 하지만 이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콜라보레이션을 대난투 얼티밋은 시리즈의 핵심 콘셉트인 '게임 케릭터들이 피규어가 되어서 서로 싸운다'에 기반해서 풀어낸다:대난투 얼티밋은 수집요소로써 피규어를 삭제하고, 그 자리에 스피릿 배틀이라는 요소를 추가한다. 스피릿은 실제 케릭터들이 자신의 몸을 잃고 영혼이 된 상태가 된 것이며, 플레이어는 파이터 케릭터(=대난투에 참전한 실제 조작 케릭터)에 어택커 스피릿과 서포터 스피릿을 붙여서 자신의 케릭터를 강화시켜서 다른 스피릿과 싸우거나 얼티밋의 싱글플레이 모드인 어드벤처 모드를 해쳐 나갈 수 있다. 

하지만 스피릿이란 물건 자체는 원작 일러스트 한 장과 수치, 그리고 몇몇 속성들을 갖고 있는, 극단적으로 이야기하자면 그냥 플레이어에게 와닿지 않는 데이터 덩어리에 불과하다. 이것만 놓고 본다면 콜라보레이션이 성의있게 이루어졌다고 보기 힘들 것이다. 그러나 사쿠라이 마사히로라는 개발자는 이것을 시리즈의 리소스와 시리즈의 콘셉트를 최대한 활용하는 방식으로 풀어낸다:게임 내에서 스피릿을 얻기 위해선 우선 해당 스피릿과 전투를 벌여서 승리해야한다. 그리고 이 스피릿 배틀은 각 스피릿의 원작 게임들의 컨셉을 대난투 스테이지와 아이템, 케릭터의 배치의 형태로 구현되었다. 가령 마리오가 처음 등장한 기념비적인 작품이자 마리오 오딧세이에서 뉴 동크 시티의 시장을 역임한 폴린의 스피릿 배틀의 경우, 초대 동키콩 게임 스테이지를 배경으로 폴린 역을 맡은 피치는 플레이어로부터 도망가고 동키콩과 마리오는 플레이어를 쫒아서 스테이지를 뒤쫒는 형태로 진행이 된다. 첫 동키콩 게임이 마리오가 동키콩의 방해를 뛰어넘어 스테이지를 거슬러 올라가 폴린을 구출하는 형태였던 것을 기억한다면 상당한 원작 재현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런 폴린 스테이지와 같은 스피릿 배틀이 대난투 얼티밋에는 적어도 '수백 개'가 있다. 물론 공식적으로 스피릿은 1000여개가 넘지만, 실제 모든 스피릿이 각자의 스테이지를 갖고 있는지 여부는 확인하기 힘든 부분이 있기에 스피릿 배틀이 1000여개가 넘는다고 확언할 수 없다. 하지만 등불의 별 등을 통해서 확인되는 수백 개의 개별 스피릿 배틀들은 원작을 알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모두 무릎을 치며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잘 요약되었다. 그리고 더욱 놀라운 것은 심지어 이 수백개가 되는 스피릿 배틀들이 자사 프랜차이즈에서 참전작들, 심지어는 령 누레가라스의 무녀, A.S.H.나 소마브링어 같은 '일반적인 사람들은 있는지 조차 모르지만 닌텐도를 거쳐간 게임들'까지 엄청나게 넓은 장르와 게임들을 대난투의 배틀 형태로 끌어들였다는 점이다. 사쿠라이 마사히로는 대난투 시리즈가 지난 20년 동안 다양한 자사 게임들과 타회사 게임들을 장르 여하를 막론하고 콜라보하는데 성공하였다:이는 대난투 시리즈가 지난 20년 동안 쌓아온 케릭터/어시스트 피규어/아이템/스테이지 등과 대난투 시리즈의 시작이 '사람이 피규어를 가지고 노는 것'이런 점에 집중하였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다. 

이렇게 접근하여 보자:기성품 플라스틱인 피규어들이 사람의 머릿속에서 생명을 가질 수 있는 것은 상상력 덕분이다. 그리고 이 상상력을 구현하기 위해서 사람들은 피규어에 도색을 한다던가 디오라마 사이에 배치한다던가 등의 노력을 더한다. 그리고 사쿠라이는 이 게임 프랜차이즈가 갖고 있는 에셋과 경험을 피규어 키트로 보고 상상력을 구현하기 위한 요소로 접근한 것이다. 일반적인 게임이었다면 케릭터를 번거롭게 기존에 있는 케릭터의 이미지에 덧입혀서 구현하려 하지 않을 것이다. 그냥 새롭게 그 케릭터를 구성하는 에셋을 개발할 것이다. 그러나 대난투 얼티밋은 번거롭게 이를 자신이 갖고 있는 요소를 통해서 제한적으로 구현하고, 플레이어의 상상력이 그 제한적인 요소들을 채우게끔 게임을 구성한다.

인터넷 밈 중에서 '적은 비용으로 코스플레이 해보았다'를 본 사람이라면 이러한 상황을 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거기서 코스플레이어는 한정된 자원들(패트병을 이용해서 007 오프닝 씬의 카메라 랜즈를 재현한다던가, 빛의 굴절을 이용해 메카 프리저가 반토막 나는 장면을 재현한다던가)을 아이디어로 보완하였다. 이렇게 '적은 비용으로 코스플레이를 해보았다' 밈의 핵심은 그런 원작의 장면이 있다는 것의 핵심을 사람들에게 이해시키고, 핵심의 주변을 감싸는 디테일을 보는 상상력으로 채워넣게끔 만드는 것이었다. 대난투 얼티밋에도 동일한 방법론이 적용된다:모든 게임들의 특징들을 대난투 시리즈의 파이터와 스테이지, 아이템, 색상, 이펙트, 심지어 케릭터의 행동 패턴 등에 연결시키고, 플레이어의 상상력 한 방울이 이 모든 재현을 완성시키게끔 만든 것이다.




이를 통해서 스피릿은 단순히 데이터와 일러스트 덩어리가 아닌, 자신만의 개성을 가진 '케릭터이자 설정'이 된다. 그리고 앞서 이야기하였지만 대난투 시리즈는 모든 파이터들이 피규어라는 설정이다. 그렇다면 피규어에 붙는 '설정'이란 무엇인가? 우리는 이미 어린 시절부터 장난감 피규어들을 이용해서 피규어에 자신만의 설정과 속성을 상상 속에 붙여서 놀았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대난투 스피릿 모드는 그 시절 놀이에 대한 훌륭한 재해석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것 역시도 어떻게 본다면 '상상력을 통해 재현'한 셈이었다. 대난투는 그런 경험을 잘 잡아내고 있다.

그리고 게임은 스피릿이라는 콘셉트를 플레이어에게 확실하게 각인시키기 위해서 등불의 별이라는 싱글플레이 모드를 도입하였다. 혹자는 아공의 사자와 같은 방대한 크로스 오버 스토리가 아니었다는 점은 아쉬었다고 평한다. 물론, 아공의 사자가 아직까지도 플레이어들 사이에서 회자가 되는 이유는 '모든 게임들이 한 자리 모여서 유기적으로 이야기를 끌어나가는 것' 자체가 매우 매력적인 부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미 전원 참전이라는 이름 하에 참전한 케릭터만 무려 70명이 넘어가는 상황에서 이들에게 모두 공평하게 이야기를 배분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또한 스피릿이라는 존재로 인해서 일반적인 게임 서사를 진행시키는 것은 무리기도 하였다. 

대신 대난투 얼티밋은 등불의 별을 스피릿과 파이터를 수집하는 단순한 보드게임으로 만듬으로써 스피릿 수집과 육성이라는 요소에 집중한다. 다양한 장소를 오가면서 스피릿과 파이터를 수집하는 등불의 별은 스피릿이라는 개념을 이해시키는데 있어서 훌륭하게 기능하며, 방대한 분량을 자랑한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을만 하다. 또한 등불의 별을 진행하다가 막히거나 새로운 스피릿이 필요하거나 없는 스피릿을 수집하기 위한 보완책으로 일정 시간마다 스피릿 배틀이 무작위로 로테이션이 도는 스피릿 보드를 탑재한 점도 훌륭한 아이디어였다. 또한 스피릿 포인트를 이용한 육성, 시간을 이용한 육성(도장 같은), 스피릿에 2차적인 보정을 걸 수 있는 시스템(유파), 스피릿 포인트와 별개로 클래식 모드나 멀티플레이 대전을 통해 모을 수 있는 게임 내 재화인 골드로 스피릿과 게임 음악을 살 수 있는 등 게임의 싱글플레이 콘텐츠 전반이 스피릿을 기반으로 짜임세 있게 구성되어있는 모습을 보여준다.

다만, 싱글플레이 모드인 등불의 별이나 스피릿 수집을 위한 스피릿 보드 이외에 수집한는 스피릿을 본격적으로 활용하는 멀티플레이 콘텐츠가 없다는 점은 좀 아쉽긴 하다. 물론 온라인 사설 방이나 로컬 네트워크 대전에서 옵션으로 허용 시 사용할 수 있지만, 스피릿 수집 후에 사람과의 대전에서 좀 더 다양한 방식으로 사용할 수 있었다면 더 좋았을 거라는 아쉬움은 있다.





대신 스피릿의 등장으로 많은 수혜를 본 것은 아미보다:전작과 동일하게, 플레이어는 NFC 방식으로 아미보를 게임과 동기화시킬 수 있고 피규어 플레이어로써 자신의 파트너 또는 대전 상대로 함께 플레이를 할 수 있다. 그리고 대난투 얼티밋은 아미보에 스피릿의 속성을 부여하는 기믹을 추가하였다:플레이어는 스피릿을 소비하여 아미보에 다양한 속성들(공격/방어/잡기 중심, 어택커 스피릿의 스텟, 서포트 스피릿의 속성 등)을 부여할 수 있고, 실제 게임에 구현되게끔 바뀌었다. 즉, 스피릿이라는 기믹 자체를 실제 '피규어'에 연동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전 아미보의 경우에도 대전을 통해서 특정 패턴을 학습할 수 있는 기믹이 존재하였는데, 대난투 얼티밋은 금번 스피릿 조합을 아미보라는 피규어를 더욱 '살아있는 무언가'로 만드는데 성공하였다고 평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대난투 얼티밋은 게임 자체의 완성도와 함께, 스피릿이라는 아이디어와 방대함으로 게임 역사에 길이 남을 족적을 남긴 게임이라고 할 수 있다. 사쿠라이는 항상 '대난투라는 게임이 매번 나올 수 있던 상황이 기적'이라는 이야기를 하기도 하였다. 게임을 만드는데 있어서 다양한 작품들이 나오는 만큼 저작권의 문제 등 민감한 이슈들이 항상 발생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얼티밋은 그러한 불가능한 상황을 뛰어넘은 기적 같은 게임이며, 동시에 게임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한 수많은 게임들을 아이디어로 재현한 게임 역사에 케이스를 찾아보기 드문 게임이기도 하다. 물론, 사쿠라이가 이야기하였듯이 다시는 전원 참전 형태의 대난투가 나오기 어렵다. 그러나 그렇기 때문에, 게임의 역사와 우리의 가슴속에서 대난투 얼티밋은 영원히 기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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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이야기



대난투 스매시 브라더즈 얼티밋(이하 대난투 얼티밋)이 12월 6일 정식으로 발매되었다. 닌텐도 64 버전을 처음으로 나온 대난투 이후, 대난투 시리즈는 닌텐도과 타사의 수많은 작품들을 콜라보레이션하면서 지난 20년 동안 대중과 함께 이스포츠 양측면에서 사랑을 받아온 게임 시리즈였다. 그리고 대난투 얼티밋은 20년 동안 콜라보된 전체 시리즈를 총 망라하겠다는 야심으로 모든 것을 정리하였다:본작 얼티밋은 74명의 플레이어블 케릭터와 100여개가 넘는 스테이지, 수십종의 어시스트 피규어와 수천 종의 스피릿까지 대난투 얼티밋은 시리즈 뿐만 아니라 게임 역사에서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거대한 규모를 자랑한다. 그 어떤 트리플 A 게임도 쉽게 도전하지 못하는 분량과 규모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규모와 야심에 부합하듯이 대난투 얼티밋은 여지껏 판매된 스위치 독점 게임 중 가장 높은 판매량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대난투 시리즈는 항상 입문 난이도와 관련한 논쟁이 있었던 작품이었다. 북미나 일본 같이 닌텐도 콘솔과 함께한 고정팬덤이 없는 한국에서는 매번 새로운 대난투 시리즈가 나올 때마다 새로운 팬층이 유입되었고, 매번 그때마다 게임이 어렵다든가 이질적이라는 이야기가 자주 나왔다. 특히 격투 게임을 주로 하는 플레이어들 사이에서 대난투 시리즈의 고유 문법을 이해하는데 많은 난항을 겪는 모솝을 보여주었다. 이러한 논쟁은 단순하게 대난투 시리즈를 입문 난이도가 높은 게임이라고 치부하고 끝낼 수도 있다. 그러나 그렇게 단순하게 치부하기에는 대난투 시리즈는 프로에서부터 일반인들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폭넓게 즐기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대난투 시리즈, 더 나아가서 대난투 얼티밋을 이해하는데 있어서 중요한 점은 이러한 대난투 특유의 고유 문법을 이해하는 것이다.


대난투의 핵심은 두가지 이질적인 장르를 조합하는데 있다:그것은 격투 게임과 플랫포밍 게임 장르다. 대난투에서 플레이어는 상대 플레이어와 싸우면서 데미지를 입히고, 상대를 장외로 날려보내야 한다. 대난투가 일반적인 격투게임과 분명하게 다른 점이 있다면, 상대에게 데미지를 입힐 수록 정해진 체력의 상한에서 체력이 깎이는 것이 아닌 데미지를 입은 만큼 가벼워지면서 더 멀리 날아가게 된다는 점, 그리고 KO의 개념이 체력을 깎아내는 것이 아닌 상대를 화면 바깥으로 날려서 장외를 시키는 것이란 점이다. 그리고 대난투의 핵심은 이 두가지를 결합하여 상대를 장외로 날려보내기 위한 조건을 확보하고(특정 조건도 있지만, 대부분은 날려보내기 위한 최소 퍼센티지가 된다), 상대를 날려보내는 결정타를 날리는 것이다. 그리고 여기서 대난투 특유의 독특한 공방 개념이 등장한다:플레이어 한 명이 데미지를 입고 공중에 떠오르는 순간 날린 쪽에서는 결정타를, 날아간 쪽에서는 복귀하기 위한 복귀 공방이 일어난다. 


이 복귀 공방은 플랫포밍의 문법을 따르고 있다:플랫포밍에서 플레이어는 발판에서 발판으로 넘어가면서 목적지를 향해서 나아가야 한다. 발판을 향해 나아가기 위해서 플레이어는 점프와 다양한 기술들을 활용해야하고, 자신이 가진 수단들을 이해하여 목적지까지의 루트를 계산해야 한다. 플랫포밍 장르은 이러한 과정을 직관적으로, 동시에 플레이어의 기량을 최대한 사용하게끔 구서하는 것이 핵심이다. 그리고 플랫포밍 장르의 문법은 대난투에서는 복귀 공방의 형태로 이루어진다:발판 바깥으로 떨어진 플레이어는 패배하지 않기 위해서는 자신이 날아간 궤적을 보고 발판으로 돌아오기 위한 루트를 계산한 후, 자신의 케릭터가 갖고 있는 복귀 수단(위 필살기, 이단 점프, 공중회피 등)을 활용해서 복귀해야 한다. 하지만 동시에 상대도 자신의 복귀 루트를 예측하고 응전하기 때문에 복귀가 마냥 쉬운 편은 아니다. 대난투 시리즈는 이러한 독특한 공방을 플랫포밍 장르의 문법을 인용하였기에 직관적이지만 플레이어의 기량에 따라 더 심화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두었다.


대난투 시리즈의 직관적인 공방 시스템은 여타 격투 게임과 비교해보았을 때 확연하게 와닿는다. 격투게임들은 오랫동안 자신만의 문법을 쌓아왔고, 이러한 문법들은 격투게임을 즐기지 않는 외부인이 보았을 때 직관적으로 와닿지 않는 요소들을 만들어냈다. 예를 들어 격투 게임 공방에 있어서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중단 이지선다 판정의 경우, '앉아서 막을 때, 중단(혹은 점프 공격)은 막을 수 없다'라는 공식을 따른다. 하지만 중단 판정의 공격을 앉아서 막을 수 없다는 공식을 격투 게임을 처음해보는 플레이어에게 '직관적'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중단 판정 공격의 경우, 오랫동안 격투 게임의 이지선다 공방에 있어서 핵심이었다. 하지만 문법에 대한 별도 설명 없이 초심자가 이해하게끔 만드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격투 게임을 즐기는 플레이어들 사이에서 전설이 된 스트리트 파이터 3에서 보여준 우메하라 다이고의 신기에 가까운 역전이, 사실 초필살기 전체를 블로킹했다는 점이 아닌 블로킹 이후 공중에서 공격을 이어나가는 판단이 순식간에 일어났다는 점을 설명하기 전까지는 사람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대난투의 공방은 별도의 설명없이 보는 것만으로 곧바로 이해할 수 있을만큼 직관적이다:플랫포밍 장르 자체가 갖고 있는 직관성이나 별도의 판정 공방과 달리 거리에서 오는 심리전 등은 보는 것만으로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대난투 프로씬의 경기들을 보았을 때, 그 누구라도 무엇이 일어나는지 곧바로 이해할 수 있다:누가 불리하고, 어떻게 복귀를 방해하는지, 그리고 어떻게 서로 공격이 닿을 범위를 유지하면서 싸움을 이어나가는지를 곧바로 이해할 수 있다. 이는 플랫포밍 장르의 직관성을 이어받았기 때문에 가능한 점이다. 대난투는 동시에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나도 저렇게 하고 싶다'라는 욕구를 불러일으키는 화려함을 겸비하고 있기 때문에 수많은 플레이어들을 유입시키는데 성공하였다.





그렇다면 무엇이 대난투 시리즈를 어려운 게임으로 만드는 것일까? 대난투의 가장 어려운 부분은 서로 다른 두 장르를 결합하는 섬세한 지점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시작할 때부터다. 오랫동안 격투 게임들은 시행착오와 개선을 반복해오면서 공방 시스템을 분절적인 개념으로 안착시키는데 성공하였다. 드래곤볼 파이터즈의 사례를 예로 들어볼 수 있을 것이다. 드래곤볼 파이터즈에는 공방을 구성하는 다양한 시스템들이 있다. 하나 하나는 단순하지만(초콤보, 드래곤 러쉬, 어시스트, 추적 등), 중요한 점은 플레이어가 이 분절적인 시스템들을 자신의 공방에 끌어들여서 하나로 조합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서 초콤보 이후 생기는 프레임 로스를 플레이어는 어시스트를 이용해 판정과 프레임을 덮어서 자신의 공격에 틈을 줄이고 공방을 재시작시킬 수 있다. 공방에 배당되어 있는 시스템들은 다양하지만, 시스템 하나 하나는 각자 공방에서 부여된 역할이 정해져있고, 플레이어가 시스템의 무엇을 사용할지 이해하기 시작하면 상당히 직관적으로 게임에 접근할 수 있다.


그러나 대난투 시리즈는 격투 게임으로서 이질적인 부분도 많지만, 시스템 활용 관점에서 더 복잡하다. 위에서 예를 든 드래곤볼 파이터즈 같은 격투 게임의 경우 정해진 문법이 있고, 사용해야 하는 단어를 플레이어가 골라서 문장을 완성시키는 형태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대난투의 경우에는 물리학에 가깝다:입은 데미지와 공격 판정에 따라서 날아가는 궤적이 다르고, 날아가는 상대가 입력하는 방향에 따라서 모멘텀을 부여할 수 있다. 대난투에서 모든 시스템들은 공방을 구성하는 분절적인 개념이 아닌, 하나의 시스템으로 합쳐져서 결과로 이어지기 때문에 플레이어의 판단력과 기량은 여타 게임에서 더 필요하다. 이런 식으로 플레이어는 계속해서 상대의 위치와 데미지, 판정 등을 고려하면서 공방을 이어나가야 한다. 격투 게임에서 정해진 선택지를 고르는 것과 다르게, 대난투 시리즈는 도화지에 그림을 그리는 것 같다. 그렇기에 고레벨의 플레이에서는 아이러니하게도 여타 격게보다 육체적인 순발력이 더 요구되는 편이다.


그리고 대난투에는 또다른 문제가 있다. 대난투 시리즈는 플랫포밍과 격투 게임의 문법을 서로 결합시킨 부분에서 상당히 섬세하게 자신만의 문법을 사용하고 있다. 예를 들어서 대난투 시리즈에서 대시를 보자. 격투 게임에서 대시는 상대와의 거리를 좁히거나 벌리기 위한 제한적인 역할을 하며, 이 때문에 스텝이나 달리기 모션 등은 일종의 제약조건으로 기능한다. 그러나 대난투 시리즈에서는 플랫포밍의 특수성 덕분에 앞뒤로 자유롭게 대시를 할 수 있고, 대시에서 대시로 모션없이 캔슬되는 보여준다. 이러한 시스템 특수성을 사용한 테크닉을 팬덤에서는 대시 댄싱이라 부르는데, 이를 사용해서 플레이어는 상대와의 거리를 조절하는 카이팅을 할 수 있다. 이런식으로 대난투 시리즈는 게임이 설명하지 않지만 플랫포밍의 문법을 격투 게임에 결합하면서 생긴 여러가지 독특한 결합 포인트들이 존재한다. 그리고 팬들과 프로들은 격투게임으로서 최대한 포텐셜을 이끌어내기 위해서 시스템을 연구하여 게임이 공식적으로 지원하지 않는 독특한 테크닉을 만들어내기도 하였다. 난간 잡기 공방, 낙법, 가드 부위와 쉴드 관통 이지선다 등 대난투 시리즈의 고난도 테크닉들은 게임의 틈새 구석구석까지 파고들어 게임 전체를 활용하는 대표적인 예시일 것이다.


중요한 점은 이러한 고난도 테크닉이나 게임 플레이를 분명 인지하고 있음에도 게임이 일일이 설명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어째서일까? 기본적으로 이러한 요소들은 이질적인 두 장르를 결합시키기 위한 접합 장치이고, 사쿠라이와 닌텐도가 생각한 대난투는 이렇게까지 세부적으로 깊게 들어가야하는 게임이 아니었다. 북미에서 격투게임으로 10년 넘게 장수하고 있는 게임 큐브 버전 대난투 DX를 사쿠라이가 실패라고 평가했던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일 것이다:DX는 이제 플레이어가 더이상 발견할 수 있는 테크닉과 버그가 없을 정도로 게임을 극한까지 쥐어짜낸 작품이고, 이스포츠에서는 60분의 1초 마저도 프로가 쥐어짜내서 싸워야 할 만큼 타이트하게 운영되는 게임이었다. 직관적이지도 않고 어렵기까지 한 이러한 요소들을 대중에게 노출시키고 '이 게임을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는 이 모든게 필요합니다'라고 이야기한다면 대중적으로 잘 팔리기는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사쿠라이는 Wii 버전 대난투 X에서는 이러한 요소들을 대거 처내려 시도하였다:대난투 X는 일반적인 대중과 평단에서 좋은 평가를 받은 게임이지만, 프로나 코어 팬들 사이에서는 '격투 게임으로서 잘 작동하지 않는 망가진 대난투'라는 평가를 듣기도 하였다. 이러한 X의 시도는 오히려 DX로 팬덤이 몰리게끔 하는 역효과를 불러일으켰고, 결국 사쿠라이와 닌텐도는 팬덤과 절충하여 위유와 3DS 버전을 내놓게 되었다.


하지만 이 점을 고려해야 한다. 그러한 고난도 테크닉을 제쳐두더라도 대난투 시리즈의 게임 플레이는 잘 작동한다. 그렇기 때문에 바라보야아할 점은 대난투의 시스템이 어디까지 쥐어짜질 수 있는지가 아니라 '그러한 시스템들이 총체적으로 결합되어 어떤 게임 플레이를 구성하는지'이다. 대난투의 게임 플레이는 여전히 여타 격투 게임과 동일하다. 플레이어가 공격을 하면 틈이 생기고, 상대방은 그 틈을 잡아서 공격을 찔러넣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서로 눈치를 보고, 케릭터의 장점을 활용하는 것이 핵심인 것이다. 극한의 고수 플레이 같이 모든 시스템의 특징들을 활용하는 것이 아닌, 직관적으로 접근하여 서로의 틈을 찌른다고 생각한다면 게임은 부드럽게 흘러간다. 애시당초에 극단적으로 데미지를 누적시키는 콤보가 중요한 게임이 아닌, 야금야금 갉아먹다가 스매시 공격이나 메테오 스매시 같은 결정타를 날리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위 영상의 경우 대난투 얼티밋의 기본적인 테크닉을 가르쳐주고 있다. 심화 또는 기본을 보고 싶다면 위 유튜브 체널을 참조하면 많은 도움이 된다)


이미 위에서도 언급하였듯이 플랫포밍 장르 특유의 직관성을 대난투를 들고 왔기 때문에, 직관적으로 접근한다면 플레이어의 마음대로 움직여주는 편이다. 대난투의 게임 플레이를 격투 게임이 아닌 플랫포밍 게임에 비유한다면 '보스와의 싸움'에 비유할 수 있을 것이다:플랫포밍 게임에서 보스는 플레이어의 기량을 최대한 테스트한다. 데미지를 입히기 위해서 투사체를 쏘거나, 난간에서 낙사시키거나, 장애물을 설치한다던가 등의 다양한 방해를 통해서 플레이어를 견제하고, 플레이어는 이 방해를 뚫고 보스에게 데미지를 입혀야 한다. 대난투 시리즈는 이 플랫포밍 게임에서의 보스를 상대방 플레이어로 등치시켰다. 또한 다양한 게임에서 모인 케릭터들의 특성을 대난투 시리즈에 맞게 재해석하고 배치한 점은 플레이어가 게임 시스템보다도 케릭터에 이입해서 입문할 수 있게끔 만들어주었다.


또한 피지컬과 센스 양쪽을 동시에 요구하는 1대1 격투 게임 모드 이외에도 대난투 시리즈는 항상 다양한 방법으로 게임을 즐길 거리를 제공하였다. 대난투 얼티밋은 싱글플레이 이외에도 멀티플레이에서 아이템전이나 협동 대난투, 4인 배틀로얄 등을 지원하는데 이 경우 위에서 언급한 시스템을 모두 활용하여 싸우는 피지컬 게임이 되기보다는 서로 눈치를 보고 어느 누구를 먼저 제거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정치 게임이 되어간다. 이런 점에서 대난투는 파티 게임이나 가볍게 즐기는 게임으로서도 훌륭하게 기능한다. 1대1 격투를 제외하고 아이템전이나 배틀로얄 같은 모드는 애시당초에 '공정하게 플레이어의 모든 기량을 이끌어내야하는' 플레이가 아니기 때문이다.


흥미로운 점은 대난투는 종점이나 전장화로 대표되는 스테이지 이외에 마치 '플랫포밍 스테이지' 같은 기믹을 가진 스테이지를 지원한다는 점이다:예를 들어 메트로이드 스테이지의 경우, 중앙의 몬스터가 계속해서 플레이어가 서있는 발판에 공격을 가하여 스테이지 전체를 회전시킨다. 그리고 슈퍼 마리오 스테이지의 경우, 아예 스테이지가 강제로 사이드 스크롤이 되면서 플레이어들이 계속해서 움직이면서 싸워야 하게끔 만들기도 하였다. 이와 같이 대난투 시리즈는 시스템을 모두 활용하고 극한으로 쥐어짜내는 영역과 함께 플레이어가 임기응변으로 상대와 싸울 수 있는 콘텐츠를 기본적으로 제공해주고 있다. 흥미롭게도 이런 스테이지나 게임 플레이 규칙들(아이템전이나 배틀로얄 같은)은 오히려 격투 게임보다도 플랫포밍 게임에 가까운 특성을 보여주고 있다. 즉, 대난투 시리즈는 두 장르의 혼종이라는 점을 최대한 잘 활용하고 있는 셈이다.


결론적으로 대난투의 핵심은 두 이질적인 장르(격투게임과 플랫포밍 게임)의 결합이며, 플랫포밍 특유의 직관성과 격투 게임 특유의 치열함을 잘게 쪼게서 결합시키는데 성공하였다. 하지만 여전히 대난투의 가장 큰 장점과 핵심은 게임 자체가 갖고 있는 직관성 그 자체라 할 수 있다. 그러한 직관성을 유지하는데 있어서, 여타 게임에서 찾아볼 수 없는 이질적인 요소들이 많이 들어갔음에도 불구하고, 일반적으로 플레이하는 대다수의 플레이어의 입장에서 대난투는 유쾌하게 잘 작동한다. 총합의 관점에서 본다면 대난투 얼티밋은 두 장르의 결합을 훌륭하게 이루어내고 수많은 플레이어를 유입시킨 매력적이고 모범적인 사례로 손꼽을 수 있응을 것이다.


리뷰 하편에서 다루겠지만, 대난투 얼티밋에서 찾아볼 수 있는 시스템의 특징은 콘텐츠 전반을 구성하는 핵심적인 철학이 되었다. 콘텐츠 관점에서 얼티밋은 싱글플레이와 반복 플레이 등 가볍게 혼자서 할 수 있는 게임 콘텐츠와 멀티플레이 콘텐츠가 소비 구조가 서로 자연스럽게 맞물려 있다. 대다수의 대난투 시리즈 작품들이 그러했듯, 대난투 얼티밋은 이 모든 팬덤의 기대와 폭넓은 게임 플레이 성향(극단적인 1대1 격투에서 유쾌하게 즐기는 파티 게임, 싱글플레이 게임까지)을 만족시키기 위한 게임이다. 어떻게 보면 특정 타겟을 잡고 게임을 플레이하게 만드는 일반적인 게임들과 달리, 대난투의 야심은 이 모든 것을 통합적으로 아우르겠다는데 있다. 



하지만 대난투 얼티밋에서 몇몇 아쉬운 부분이 있다. 첫번째는 조작의 문제다. 대난투 얼티밋은 게임의 기반이 대난투 4이기 떄문에 큰 변화가 있을 수 없었다. 그러나 4나 얼티밋 모두 일반공격- 강공격 - 스메시 공격 모두가 A 버튼과 방향 스틱 조작으로 구성되었기에 플레이어의 실수를 유발하기 쉽다. 물론 어려운 조작이 아니며 플레이어가 자유롭게 감도를 설정할 수 있기 때문에 그렇게 어려운 부분은 아니다. 하지만 항시 플레이어가 신경써야 한다는 점, 그리고 그렇게 패드에 버튼이 많은데 그 많은 버튼 중 하나를 활용하지 않고 굳이 전통을 고수해야했었나 라는 점에서 거치적 거리긴 하다.


두번째는 온라인 게임 환경이다. 본 게임은 유선환경에서 테스트하진 않았지만, 무선 환경 기준에서 대난투 얼티밋의 온라인 환경은 그닥 뛰어난 편이 아니다. 심지어 작년에 나온 격투 게임인 폭권이나 암즈 같은 게임에 비교하여 보았을 때도 상당히 떨어지는 퍼포먼스를 보여준다. 프레임 저하는 물론, 대전 상대에 따라서 게임 중에 렉이 발생하는 일이 다반사로 생긴다. 하지만 더 이해할 수 없는 점은 매칭 시스템이다:이전의 진심 매치와 일반 매치와 달리, 대난투 얼티밋에서는 모든 매치가 랜덤 매치로 통합되었으며, 대신 플레이어가 선호하는 룰을 먼저 매칭시키는 시스템이 있다. 그러나 그 우선하는 규칙이 어떻게 적용되는지, '실제 우선하는지' 여부를 직관적으로 알 수 없다는 게 가장 큰 문제다. 플레이어가 우선시하는 규칙 외에도 다른 규칙으로 잡히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물론 완벽하게 동일한 규칙을 우선시하는 플레이어가 있기 힘든 구조기는 하지만, 때로는 내가 원하는 규칙에서 너무나 동떨어진 규칙이 잡힐 때도 있어서 당혹스럽기도 하다. 발매 초기에 비해서 몇번의 패치 이후 이러한 문제가 줄어들긴 하였지만, 혹자는 '대난투 얼티밋 멀티는 1:1 노 아이템 스톡전을 우선 규칙으로 설정한 4명의 플레이어가 함께 모여 아이템 타임 배틀 로얄을 하는 게임'이라고 비판하기도 하였다. 그리고 여전히 저 비판의 핵심은 유효하다.


하지만 위 두가지 점을 제외한다면, 대난투 얼티밋은 왜 그렇게 많이 팔리고 사람들이 환호하는지를 알 수 있는 게임이다. 이 게임은 스위치가 퇴역할 때까지 현역으로 있을 게임이며, 게임 역사에 길이 남을 거대한 프랜차이즈의 콜라보레이션이자 두 이질적인 장르를 훌륭하게 결합한 모범적인 사례라 할 수 있을 것이다. 


※ 스피릿 모드와 콘텐츠 등에 대해서는 하편 리뷰로 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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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이야기


*폴아웃 4의 리뷰는 여기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필자가 이전에 폴아웃 4의 리뷰를 썼을 때는 이것보다 더 엉망인 폴아웃은 존재할 수 없을 것이라 단언한 적이 있었다. 엉망진창인 서사, 그리고 이야기와 유리된 게임 시스템까지 폴아웃 4는 미인의 시체를 기워 만든 끔찍한 흉물에 가까운 물건이었다. 그러나 역대 최악의 폴아웃 타이틀과 그해 최악의 게임 타이틀을 동시에 거머쥔 게임이 등장할 줄은 몰랐다. 폴아웃 76은 그야말로 재앙이다. 쉐도우 오브 툼레이더는 무한한 자가 증식과 복제를 통해서 매너리즘에 빠지는 모습을 보여준 적이 있었지만, 폴아웃 76 같이 애시당초에 게임 시스템 자체가 망가져서 나오는 경우는 드물었다. 이런 경우는 인디쪽의 얼리 억세스 게임에서나 찾아볼 수 없는 조악한 마감에 가깝다.


어디서부터 이야기를 해야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분명한 점은 폴아웃 76이 이미 오래전부터 논리적으로 예견된 재앙이었다는 것이다. 물론 그 재앙의 스케일이 논리적으로 예견된 것보다 훨씬 더 거대한 규모였다는 점을 제외하면 말이다: 이 재앙의 시작은 토드 하워드와 베데즈다가 생각했던 RPG의 이상향부터였다. 베데즈다를 대표하는 엘더 스크롤 시리즈는 여타 CRPG들과 다르게 거대한 세계에서 퀘스트를 풀어나가는 것을 강조하는 게임이었다. 하지만 엘더스크롤이 구체적으로 '무언가 다른' RPG가 구체적으로 되었던 것은 아마도 스카이림이 최초였을 것이다. 게임은 거대한 필드를 던져두고, 그 속에서 채집할 거리와 할 거리를 던져두었다. 플레이어는 할 거리를 알아서 찾아가면서 자신만의 생활을 이어나갈 수 있었고, 후속작으로 나왔던 하스파이어 DLC에서는 불완전하게나마 하우징의 개념까지 도입하였다. 스카이림이 높은 평가를 받았던 것은 RPG의 생활감과 게임 플레이가 함께 결합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하지만 흥미롭게도, 여기서부터 폴아웃 4와 76가 갖고 있는 문제의 싹은 보이기 시작했다. 많은 RPG에 있어서 핵심은 여정이다:여정에는 목적이 있고, 행선지가 있으며, 그리고 끝이 존재한다. 이야기의 특성상, 좋든 싫든 이야기는 끝을 향해서 달려가는 방향성을 띈다. 플레이어는 끝을 향해 달려가는 이야기에 있어서 '특정한 역할'을 맡은 인물이며, 이 특정한 역할이란 결국 이야기 내에서 구체화될 수 밖에 없다. 스카이림을 통해서 토드 하워드가 추구한 바는 의도하지 않게도 많은 RPG 장르 문법을 무시한 셈이었다:생활로서의 RPG란 결국 어느 시점에서 이야기 내에서 플레이어의 역할을 버려두고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것을 선택해야 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세계를 구하기 위해서 용과 맞서야 하는 상황에서 플레이어는 그런 위급한 상황을 버려둔채 느긋하게 약초를 캐고 마을에서 흥정을 벌이는 셈이다. 


물론 많은 RPG들이 옆길로 세는 것을 장려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스카이림의 경우, 그 옆길로 세는 것이 핵심 메인 콘텐츠였던 셈이었다:플레이어는 통상적인 RPG와 달리 다양한 활동들(마법을 쓰거나, 물건을 만들거나 하는 등)을 할 때마다 보상을 받았으며, 게임 역시도 그것을 핵심으로 만들기 위해 게임 메인 퀘스트 동선에 다양한 생활 콘텐츠나 서브 퀘스트 라인을 조밀하게 배치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렇기 때문에 스카이림의 플레이어는 다양한 팩션 퀘스트나 서브 퀘스트, 생활 콘텐츠, 돈벌이 등을 하다보니 알두인과 세계의 위협에 대해서 완전히 잊어버리는 경우를 종종 경험한다. 심지어 서브 퀘스트를 열심히 하다 메인 퀘스트를 마무리 지어야겠다고 생각하는 순간, 강력한 레벨과 장비, 아이템으로 알두인을 손쉽게 밀어붙여서 싱겁게 게임을 끝내는 경우도 다반사다. 오히려 게임에 있어서 핵심 서사가 곁다리에 잡아먹힌 경우라 할 수 있었다. 그래도 스카이림의 경우에는 중심 서사가 존재감이 좀 적긴 하더라도 충분한 기능을 하고 있었던 편이었다. 이는 스카이림의 메인 서사가 '어디서 본듯하지만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전형적인 이야기였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다:스카이림의 이야기는 복잡한 관계나 이야기도 없고, 상대적으로 단순하게 흘러가는 편이었다(중간에 제국/스톰클록 어느 편을 들건가 결정하긴 하지만) 복잡하고 흥미롭고 재밌는 부분은 플레이어가 자의로 선택하는 서브 퀘스트에서 중점적으로 다루었기에, 메인 서사의 가벼움은 상대적으로 커버가 되는 편이었다.


스카이림은 몇몇 이슈가 있었지만, 베데즈다 RPG 라인업 중 위에서 언급한 문제가 노골적으로 두드려졌었던 것은 폴아웃 시리즈였다:돌이켜 보아 냉정하게 이야기하자면, 베데즈다가 이 인수한 이후 3편부터 4편을 거쳐 76까지 폴아웃 시리즈는 자사 엘더스크롤 프렌차이즈에 들어갈 요소들을 실험하기 위한 2군 프랜차이즈였다. 폴아웃 3는 기존 쿼터뷰 방식의 시리즈를 탈피해서 엘더스크롤의 엔진과 게임 시스템, 방법론을 적용한 작품이었다. 폴아웃 3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엘더스크롤 4 오블리비언이 갖고 있었던 퀘스트 동선이나 던전 구성의 문제를 해결하였다는 점이다:1과 2편에 대한 개선이 아닌 엘더스크롤 시리즈와 비교되었다는 점에서 폴아웃 3는 폴아웃 시리즈의 정통 후계작이 아닌 엘더스크롤 시리즈의 변종처럼 느껴졌었다. 또한 이야기를 구성하는데 있어서 3편이 참조한 것은 기존 폴아웃 1편과 2편의 테이스트가 아닌, 엘더스크롤 오블리비언식의 전형적인 영웅서사를 따르고 있었다. 그렇기에 폴아웃 3는 시리즈 전통 후계작이라기 보다는 엘더스크롤 폴아웃 버전이라고 평가받았어야 했었던 작품이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고전 CRPG 프랜차이즈가 살아돌아왔다는 점에 더 의의를 두고, 이러한 변화점에 대해서 크게 지적을 하지 않은 편이었다.


흥미로운 점은 3편 이후, 폴아웃 1과 2편을 만든 제작자들 손에서 폴아웃 뉴 베가스가 만들어졌다는 것이다:폴아웃 1과 2편을 절대적인 경전으로 취급해야한다는 것은 아니지만, 뉴 베가스는 3편의 시스템을 끌어오면서 3편의 밋밋한 스토리 라인을 완전히 뜯어고쳐서 1편과 2편이 가진 매력을 되살린 작품이었다. 플레이어는 자신을 파묻은 악역을 찾아 개인적인 여정을 시작한 배달부를 따라서 거대한 사건에 휩쓸리게 되고 결국은 뉴 베가스의 운명을 결정하였다. 흥미로운 점은 과거 시리즈를 만들었던 제작자들이 DLC를 통해서 내린 이 시리즈의 결론일 것이다:모든 것을 바꾼 배달부의 여정을 통해서 율리시즈는 '전쟁, 전쟁은 바뀌지 않는다....그렇다면 인간이 바뀌어야 한다'라는 결론을 내렸다는 점이다. 1과 2편에 비교하여 보았을 때 이질적이긴 했지만, 어떻게 보면 뉴 베가스를 중심으로 전후의 폴아웃 시리즈를 살펴본다면 무엇이 이질적인지를 분명하게 알 수 있었다. 어쨌든 이 때까지만 해도 폴아웃 시리즈는 낯선 세상에 홀로 떨어진 주인공(뉴 베가스의 배달부와 볼트에서 나온 3편 주인공)들이 여정을 통해서 세계를 어떻게 바라보고 결정할 것인가를 다루는 것이 핵심이었다. 하지만 스카이림을 거쳐 폴아웃 4로 넘어오면서 이야기는 180도 달라지게 된다.


폴아웃 4의 핵심은 스카이림의 DLC 하스파이어를 하나의 시스템으로 구현하는 것이었다:좀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하자면 마인크래프트와 모딩을 적절하게 섞어서 게임 시스템 자체가 지원하게끔 하는 것이었다. 그렇기에 폴아웃 4는 스카이림 이전의 게임들과 완벽하게 다른 골격을 갖고 있는 게임이었다. 게임 내의 모든 아이템은 특정한 자원으로 분해/환원될 수 있으며, 플레이어는 잡동사니를 긁어모아서 더 나은 무기와 아이템을 만들거나 건축물을 만들 수 있었다. 폴아웃 4에서 높게 평가할 부분은 마인크래프트에서나 볼법한 시스템이 기나긴 시나리오를 갖고 있는 트리플 A RPG에 결합되었다는 점이다. 하지만 이는 동시에 스카이림부터 내려온 토드 하워드의 RPG관의 문제를 심각하게 터뜨린 기폭제가 되었다. 폴아웃 4에서 서사는 더욱 의미없어지고 산만해졌으며, 게임 내 콘텐츠는 배경과 맞지 않을뿐더러 시스템 상 여러가지 제약 때문에 플레이어가 만들어낼 수 있는 가지 수는 적었다. 차라리 게임 시스템에 구애받지 않는 모딩이나 모든 것이 자유로운 마인크래프트에 비하면, 폴아웃 4가 거둔 성공은 반쪽 밖에 되지 않았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폴아웃 4는 여정과 생활이라는 두가지 게임 플레이 스타일에서 큰 충돌이 일어난 게임이었다. 플레이어는 핵전쟁 이후, 모든 것이 멸망해버린 세계에서 자신의 가족을 찾아 여정을 떠나는 부모의 역할을 맡았다. 폴아웃이나 엘더 스크롤 시리즈 최초로 주인공 케릭터에 목소리가 도입된 것도 게임이 플레이어에게 이 여정의 서사에 있어서 특별한 역할을 부여하려 했었던 것이다. 또한 납치당한 가족을 찾아 황야를 해매다 결국 변해버린 가족을 만나고 거기서 주인공이 결단을 내린다는 점은 존 포드의 고전 서부극 수색자에서 받은 부분이다. 하지만 폴아웃 4가 나름대로 여정의 서사를 구성하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기울인 점에 비해서 게임 플레이의 방점은 생활쪽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플레이어는 사람들이 정착할 수 있는 마을과 구조물을 만들고, 그 구조물을 지키기 위해서 다양한 활동들(사람을 구한다던가, 처들어오는 적들을 죽인다던가)을 해야한다. 하지만 여기서 생활에 정착하여 멈추려는 동력과 자식을 찾아 떠나려는 여정의 동력이 서로 충돌하게 된다. 여정의 서사와 여정의 과정중에 만나는 세력들이 모두 나사 빠진 족속들이라는 점은 차치하더라도, 폴아웃 4는 스카이림보다 더 강력한 여정의 동력을 부여함에도 불구하고 여정이 진행되지 않게끔 더 큰 족쇄(정착지와 건설 콘텐츠)를 플레이어에게 부과하였다. 그 결과, 실제 게임에 몰입하여 정착지를 꾸미고 사람들을 정착지에 정착시킬수록, 플레이어는 핵전쟁 이후 잃어버린 혈육을 찾고 다양한 팩션 간의 갈등을 해결하는 중심 서사가 점점 더 이상하게 느끼게 된다. 정착지를 만들고 사람을 모으고 지키는 이러한 과정이 중심 서사를 구성하는 핵전쟁 이후의 세계와는 너무 동떨어진 감각을 구축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글쓴이는 폴아웃이라는 프랜차이즈와 테마를 빼면 폴아웃 4의 게임 플레이나 시스템이 재밌고, 몇몇 조건 하에서 더 나아질 수 있었다고 생각하였다. 실제로도 폴아웃 4의 등장 전후로 베데즈다에서 스타필드라는 코드 네임을 가진 새로운 RPG 프랜차이즈를 만든다는 루머가 돌았을 때(실제 스타필드의 존재는 2018년 E3에 확인되었다), 글쓴이는 폴아웃 4란 새로운 것을 만들기 위한 거쳐가는 징검다리에 불과하다는 점을 직감하였다. 흥미로운 점은 스타필드의 루머가 돌던 2015년에서 2016년 경, 스타필드에 멀티플레이가 탑재될 것이란 이야기가 있었고 실제 이것이 좀 빠르긴 하지만 폴아웃 76에서 구현되었다는 것이다. 즉, 내부사정은 알 수 없지만 폴아웃 76은 여전히 베데즈다가 폴아웃 시리즈를 테스트용 2군 프랜차이즈로 보고 써먹는 연장선에 있는 셈이었다.


하지만 폴아웃 76은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것보다 더 최악의 형태로 나왔다. 웃기는 점은 글쓴이는 76의 멀티플레이 아이디어 자체는 이미 폴아웃 4에서 나름 검증되었고, 훗날 4인 정도 규모의 코옵 멀티플레이를 지원하는 폴아웃 4기반의 게임이 나온다면 그것 나름대로 훌륭하리라고 생각하였다. 하지만 실제 등장한 폴아웃 76은 그야말로 수습이 불가능한 형태의 게임이 되었다:어째서인지 모르겠지만 한 세션에 수십명이 들어가는 세미 MMO의 문법을 취했고, MMO 주제에 타인과 상호작용은 거의 무의미해졌으며, 최근 MMO의 성장 곡선 트렌드(재미없는 부분은 빠르게 넘길 수 있게끔, 로스트 아크가 그랬던것처럼)를 무시한 단조롭고 지루한 흐름, 설정 붕괴, 들어갔다 나오면 자동적으로 철거되는 플레이어의 캠프, 쓰레기 같은 UI, 불안정한 서버 환경, 말도 안되는 버그, 실시간으로 옮겨서 재앙이 되어버린 VATS 시스템, 분명 부분 유료화 가챠를 염두에 두고 만든 퍽 시스템 등등은 도저히 설명이 불가능한 수준이었다. 심지어 베데즈다가 자사의 엘더 스크롤 온라인을 나름대로 오랫동안 운영한 전력이 있었다는 점, 여타 모딩 커뮤니티에서 멀티플레이 모드나 여타 모드들에 대해서 조사만 했어도 이러한 문제의 80%는 빗겨나갈 수 있었다는 점에서 폴아웃 76은 불가사의 그 자체였다. 심지어 한정판 캔버스 가방을 둘러싸고 플레이어에게 기만적인 행위를 한 점은 게임의 완성도를 넘어서 76을 둘러싸고 베데즈다가 기업으로써 최소한의 도리조차 하지 않는 모습까지 보였다.


이러한 폴아웃 76의 엄청난 마감을 설명하는 데는 '외부로는 공개될 수 없지만, 내부적인 문제가 썩어 곪아 터졌다'라고 밖에 할 수 없다. 하지만 동시에 이렇게 방향성을 잡지 못하고 갈팡질팡 한 것은 폴아웃 4, 아니 그 이전부터 시작되었던 베데즈다의 RPG 이상향과 밀접하게 맞닿아 있었다. 바꾸어 이야기하자면 기존 RPG 전통인 여정의 서사와 베데즈다가 추구하는 생활로서의 RPG와 이야기 사이를 중재하려는 그 어떤 노력이나 보완없이 스카이림을 넘어서 폴아웃 4, 그리고 76으로 이어졌기 때문에 생긴 문제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폴아웃 시리즈를 실험하는 용도로 항상 사용했던 베데즈다의 성향을 비추어보았을 때, 76의 실패는 엘더스크롤 6과 스타필드를 위한 밑거름이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근 20년 이상 유지되었던 유명 프랜차이즈와 팬덤을 그저 갖다 버리는 패 정도로만 사용하는 회사에게 장기적으로 팬덤과 소비자가 지지를 보낼지는 부정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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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이야기


트리플 A 게임들은 다들 비슷비슷하다:오픈월드, 크래프팅, 레벨업, 스킬 등등. 모든 트리플 A 게임들은 서로 닮아가고, 닮아가는 과정에서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어낸다. 마치 배트맨 아캄 시리즈가 만화 기반의 게임에 대한 새로운 스탠다드를 만들어내고, 스파이더맨 2018은 아캄 시리즈의 구조에 스파이더맨만의 파쿠르 기믹을 집어넣었던 것처럼 말이다. 그리고 역설적이게도 스파이더맨 2018은 아캄 시리즈의 몇몇 미션 구조를 대놓고 옮겨버리는 바람에 기시감이 들게끔 만든 것도 사실이다. 아캄 시리즈와 스파이더맨의 관계는 트리플 A 게임들의 관계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으며, 이러한 관계는 트리플 A 프랜차이즈 전반에서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트리플 A 프랜차이즈가 보여주는 오픈월드에 대한 사랑은 과도하다고 할 수 있을 정도다:오픈월드는 방대한 세계를 배경으로 하지만, 정작 그 방대한 세계에서 플레이어가 무엇을 해야하는지 제시하는데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스파이더맨 같은 경우, 게임의 재미와 별개로 어째서 이렇게 거대한 세계가 필요로 한지 그 텅빈 공간의 간극을 채워넣지 못하였다. 심지어 레드 데드 리뎀션 2도 이런 부분에서 다소 아쉬운 부분이 있다:플레이어는 사냥을 하거나 낚시를 하거나 채집을 하는 등의 크래프팅을 하기 위한 소소한 행위들을 할 수 있지만, 그것이 게임 플레이의 핵심을 구성한다고 말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오픈월드 게임 내의 콘텐츠에 대해서 노동이라 평가하는 사람들도 많다. 


이는 동시에 현재 트랜드를 대변하는 오픈월드/크래프팅/스킬 등의 게임 트랜드의 근본적인 한계라 할 수 있다. 오픈월드의 핵심은 거대한 규모이다. 거대한 규모의 세계가 될수록, 게임 내의 세계는 밀도를 높일 수 없게 되며, 밀도 높은 기획을 게임 내에 구현할 수 없게 된다. 오픈월드 게임에 대비되는 게임을 찾아보면 좀 더 명확할 것이다: 셀레스테와 인투 더 브리치다:이 게임들은 플레이어에게 법칙들을 던져주고, 플레이어가 자신의 능력을 갈고 닦게끔 만들었다. 오픈월드 게임이 게임들은 스테이지 식과 같은 치밀한 게임 구성이 힘든 편이다:플레이어가 어떤 방향에서 어떤 식으로 접근할지도 모르기 때문에, 오픈월드의 구성은 게임이 어떤식으로든 진행되게끔 열려있는 상태로 구성되어 있다.


이렇게 서로 배끼는 데 트리플 A 게임이 열중하는 것은 실패에 대한 리스크를 최소화시키는 방향이라고도 볼 수 있다. 이미 시장에서 검증된 방향성을 따름으로 모험을 통해 발생하는 리스크를 줄이고, 플레이어 층에게 보장된 재미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셀레스테와 인투 더 브리치가 거둔 성과는 우리에게 단순하지만 이상한 질문을 던져주고 있다:어째서 트리플 A 게임들은 인디 게임들에 비해서 시간과 자본, 인력을 더 많이 들임에도 불구하고 오픈월드와 같은 방식의 근본적인 한계를 가진 오픈월드 게임을 만들고 있는가? 오픈월드 게임이 마케팅 측면에서 대중에게 어필할 수 있는 요소가 있다는 것은 인정한다. 근래 10년간 게임 산업은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서 그래픽과 규모 측면에서 엄청난 성과를 거두었다. 게임에서 다룰 수 있는 공간은 과거에 비해서 엄청나게 거대해졌고, 그 사이를 디테일한 풍광으로 가득채울 수 있게 되었다. 쉔무와 GTA3로 오픈월드 장르 게임이 태동하던 순간부터, 게임업계가 꿈꾸던 것은 '살아있는 거대한 세계'를 다루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렇게도 접근해볼 수 있다:오픈월드 개발 방식은 현대 게임 산업의 고용 구조에 최적화된 게임 장르라고 가정해보는 것이다. 흥미로운 점은 오픈월드 장르가 시장에서 득세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몇몇 이질적인 작품들이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다크소울 시리즈가 이러한 케이스의 대표적인 사례일 것이다. 분명, 스테이지 형태로 조밀하게 게임을 구성하고, 플레이어의 기량에 따라서 성취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은 규모가 있는 게임 회사에서 불가능 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게임 대기업들이 오픈월드 장르 게임들을 고수하는 것은 개발자들이 프로젝트에 따라서 이합집산하는 현 게임 개발 구조에 많은 영향을 받는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개발자들이 프로젝트 단위로 들어오고 나가다 보니, 구조적인 측면에서 같은 철학을 형성할만한 시간이 부족하게 되고 '분업화된 공장 라인'처럼 주어진 것들만 해냈을 때 결과를 뽑아낼 수 있는 구조로 게임을 만들 수 있는 구조를 추구하다 보니 오픈월드 식의 게임을 만들게 된다는 것이다.


오픈월드의 개발 방법은 스테이지와 다를수 밖에 없다:플레이어가 어디로 가서 어떤 행동을 할 지, 그것은 전적으로 플레이어의 몫이다. 물론 개발자들이 어느정도 플레이의 방향성을 부여할 수 있지만, 면으로 구성된 공간에서 동선을 세밀하게 통제한다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게임의 방법론은 특정한 상황에서 정확하게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닌, 깊이가 얕지만 범용적인 방법을 도입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오픈월드에서 플레이어가 맞딱뜨리는 것은 정확한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거나 플레이어의 기량을 테스트하는 것이 아닌, 레벨링과 아이템을 통한 수치의 싸움으로 귀결되는 것이 다반사인 것은 놀랍지 않다. 그리고 이러한 개발 방법은 노하우와 핵심적인 개발철학이 없더라도, 대량의 개발 인력과 테스트의 수행만으로 제대로 진행되는지 여부를 검증할 수 있기 때문에 대자본 게임 개발론에 있어서 유효하다 할 수 있다.


흥미로운 점은 젤다의 전설 야생의 숨결은 이러한 흐름에서 빗겨나간 특이한 오픈월드 게임이었다는 점이다. 게임 자체가 레벨링이나 크래프팅 보다는 세계 자체가 플레이어에게 거대한 퍼즐로 구성되게 만들었다는 점, 지형과 구조물을 거의 제약없이 타고 오르게 했다는 점 등에서 게임은 플레이어의 센스와 기량을 수치보다 우선시하는 게임 디자인을 보여주었다. 레데리 2나 여타 오픈월드 게임들이 빈공간을 반복적인 콘텐츠로 채워넣었다면, 야생의 숨결은 공간을 넘어설때마다 플레이어의 눈높이에 맞춰 새로운 것들을 배치하고 퍼즐을 풀게끔 만든 것이다. 혹자는 이것을 '사람이 모든 곳을 체크해보았기 때문에 가능한 디자인'이라 이야기하였는데, 일리가 있는 말이지만 본인은 '젤다의 전설이라는 프랜차이즈에 대한 철학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라고 덧붙이고 싶다. 젤다의 전설은 오랫동안 플레이어가 어떤 스테이지를 도구를 이용해서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가에 초점을 맞춘 게임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세계를 구성할 때도, 기존 오픈월드 게임에 비추어보기 보다는 젤다의 전설이라는 전통에 비추어 보아 게임을 구성한 것이다. 간단한 물리법칙과 이를 통한 퍼즐의 구현이라는 측면에서, 야생의 숨결은 공간 상에 퍼즐들(신전이나 코록 같은)이 없더라도 불을 질러서 상승기류를 만들거나 번개가 치는데 금속 무기를 집어던져 상대에게 피해를 주는 등 법칙을 활용해 게임을 풀어나간다는 발상을 게임에 접목시킬 수 있었다.


이러한 발상이 가능했던 것은 닌텐도가 후계자를 양성하는 방법과도 크게 맞물려 있을 것이다:스플레툰이나 암즈 같은 물건을 만들어내면서 닌텐도는 젊은 개발자들에게 닌텐도의 철학을 공유하고 계승하고 발전시키는 것을 강조하였다. 스플래툰이 만들어지는 과정(두부가 물총 쏘는 게임에서 오징어가 물총을 쏘는 게임이 되는 과정)처럼, 개발자 개개인 역량의 총합 이상을 닌텐도라는 회사와 문화가 만들어 낸 것이다. 흥미로운 것은 일본의 작은 스튜디오 몇몇에서는 이러한 경향성이 발견된다는 점이다:이스 시리즈를 만드는 팔콤이나, 플래티넘 게임즈나, 프롬 소프트웨어 같은 제작사들은 산업화된 개발 방법과 다른 방식의 게임 개발을 보여주었다. 인디 게임 개발도 이러한 연장선상에서 볼 수 있을 것이다:셀레스테나 인투 더 브리치 제작자들 같은 경우, 같은 멤버들이 오랫동안 함께 게임을 개발하였고 그러한 과정에서 모든 게임 개발자들이 서로 무엇을 하는지 이해하고 개발을 할 수 있기 때문에 게임 전체를 구성하는 철학이 존재하는 작품들을 만들 수 있었다. 장기적으로 본다면 이러한 게임들이 게임 역사에 족적을 남기는 게임들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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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이야기


모탈컴벳 11이 TGA 쇼에서 최초로 공개되었고, 닌텐도 스위치를 포함한 전 플랫폼이 동시에 발매된다. 공개되었을 당시 많은 사람들이 '온가족의 닌텐도'로 사람을 찌르고 썰고 박살내는 게임이 나온다는 사실에 당혹했지만, 사실 모탈컴벳 시리즈는 SNES에서부터 닌텐도 64, 게임큐브까지 오랜 기간 동안 닌텐도(를 포함한 콘솔들과)와 함께 해온 프랜차이즈였다. 물론 실질적인 9편인 모탈컴벳과 X는 Wii와 Wii U 닌텐도 라인을 넘기기도 했지만, 이는 닌텐도의 정책과 상충하였기에 발매를 포기하였다기 보다는 성능 이슈가 더욱 컸으리라 판단된다. 애시당초에 게임 큐브로 이터널 다크니스와 바이오하자드 4가 나왔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닌텐도가 성인 지향 콘텐츠에 민감하게 반응한다고 이야기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모탈컴벳 11은 전작들과 동일하게 과격한 폭력과 고어 묘사를 동반한다는 것을 시네마틱 트레일러를 통해서 보여주었다. 처음 보는 사람들은 당혹스러울 정도의 고어 연출이지만, 이 시리즈를 오랫동안 알았던 사람들에게는 크게 낮설지 않은 모습이었다:패자를 완전히 박살내서 죽여버린다는 페이탈리티 시스템과 과격한 고어 연출은 지난 20년 넘게 모탈컴벳을 상징하는 요소였고 게임 내외적으로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이 덕분에 지난 20년 동안 게임에서 폭력 묘사나 심의/등급과 관련한 논의에서 모탈컴벳 프랜차이즈는 단골 소재가 되었다. 그리고 한 때는 모탈컴벳의 아성에 도전하겠답시고 수많은 격투 게임들이(주로 서구에서 만들어진) 무의미하게 과격한 폭력 묘사와 연출을 보여주기도 하였다. 어떤 의미에서 모탈 컴벳은 게임에서의 고어 묘사에 있어서 태풍의 핵 같은 위치를 차지했었고, 게임 역사에 길이 남을 족적(또는 오명?)을 남겼다

하지만 20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 모탈컴벳의 폭력 묘사는 아주 그렇게까지 충격적이진 않다. 물론 전면에 대고 사람의 목을 잘라서 표창으로 구멍을 뚫는 짓거리를 시네마틱 트레일러 전면에 공개하는 게임은 여전히 모탈컴벳이 유일할 것이다. 그러나 모탈컴벳의 고어 연출은 80년대 전성기를 맞이한 B급 고어영화의 그것과 동일하다. B급 고어영화는 인간을 피와 고깃덩어리로 나누어 쓰레기 취급하는데서 자극적이고 모욕적인 미학을 구축하였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B급 고어 영화는 신체를 훼손하는 것에 방점이 찍혀있었기 때문에, 90년대 이후 고어영화의 문법을 모든 폭력 영화들이 흡수하기 시작하자 갈곳을 잃어버렸다. 훼손 외에는 미학을 구성할만한 뚜렷한 구심점이 없었던 것이 문제였던 것이다.

영화 장르의 영향을 강하게 받은 게임들도 폭력과 고어묘사를 통해서 연출에 '방향성'을 부여하기 시작하였다. 예를 들어 헤비레인에서 나오는 손가락 절단 씬이나 다크니스의 그 장면이나 바이오쇼크의 엔드류 라이언을 죽이는 장면 등에서 게임은 고어 효과와 스토리 연출을 효과적으로 결합하였고, 단순히 인간을 피와 고깃덩어리로 분해하는 것 이상의 효과를 거두기도 하였다. 하지만 모탈컴벳의 경우, 게임 내 고어 연출의 대부분은 '상대방의 신체를 분해하여 힘을 과시하는 것'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직관적이고 원초적이며 효과적이지만, 단순하기 때문에 그 안에는 깊이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모탈컴벳의 고어 연출은 때로는 '유치'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모탈컴벳의 고어 연출은 잔인하다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분명 등급상으로 성인 이상만이 즐겨야하겠지만, 일반적인 성인이라면 이 부분에 대해 다소 불쾌하게 느낄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점에서 본다면 모탈컴벳이 여지껏 한국에 수입이 되지 않은 것은 참으로 기이한 일이라 할 수 있다:앞서 이야기한 헤비레인이나 다크니스 2나(사람을 찢어서 세로로 반토막을 낸다던가) 갓 오브 워 시리즈 같은 게임들도 한국에 정식으로 심의를 받고 정식으로 수입되었다. 그러나 모탈컴벳의 경우, 9편과 X 모두 심의를 신청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등급 판정을 거부당했다. 심지어 비슷한 시기에 심의에 통과한 갓오브워 3 같은 경우에는 맨손으로 사람의 목을 뽑고 눈알을 터뜨리는 연출을 넣었음에도 말이다. 모탈컴벳은 분명 20년 전에는 게임의 고어연출에 있어서 신기원을 열었고, 수많은 카피켓을 만들 정도로 충격을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지금에 와서 모탈컴벳은 그저 수많은 폭력 게임들 중 하나일 뿐이다. 

하지만 '아버지된 자의 권위'라는 것은 무시할 수 없다:모탈컴벳은 20년전부터 게임 내의 폭력 논쟁을 이끌어온 기수 같은 존재였고, 20년 동안 프랜차이즈를 이끌어오면서 수많은 사람들의 뇌리에 모탈컴벳이라는 이름을 세겨놓았다. 심의 위원들이 모탈컴벳에 대해서 거부감을 갖고 등급 분류를 거부하는 것도 이런 점에서 크게 놀랍지는 않다. 그리고 심의위원들이 동시에 모탈컴벳이 다른 게임에 영향을 미쳤던 고어 묘사 등의 요소를 간과하는 점도 크게 놀랍지만은 않다:예를 들어 기어즈 오브 워 시리즈의 경우, 멀티플레이에서 빈사 상태에 놓여있는 상대 플레이어를 과격한 폭력으로 마무리 짓는 처형을 가할 수 있다. 이것이 모탈컴벳의 페이탈리티와 폭력묘사와 본질적으로 어떤 차이가 있을까? 심의를 담당하는 사람들의 머릿속에서 모탈컴벳과 기어즈 오브 워를 서로 구분짓는 기준은 그저 모탈컴벳이 이 모든 논쟁과 연출을 만들어낸 기원이라는 점 단 하나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모탈컴벳은 다소 억울하게도 한국 내에서 심의를 공정하게 받지못하고는 있으며, 11도 비슷하게 심의 거부를 당할 가능성이 높다:물론 이 게임이 폭력과 고어 묘사'만'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기 때문에, 여타 폭력 게임들보다 더 과도하게 십자포화를 받는 경향성이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하지만 금번 11의 발매에는 적어도 그러한 편견에서 벗어나 공정한 심의를 받고 정식으로 국내 출시가 되었으면 한다. 다른 폭력 게임들은 다 들어오는데 모탈컴벳만 들어오지 못하는 것은 다소 모순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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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이야기



※ 멀티플레이 전반에 대한 이야기는 http://leviathan.tistory.com/2377 를 참조해주세요


블랙아웃이란 배틀로얄 모드가 처음 공개되었을 때, 사람들의 반응은 부정적인 의미에서 폭발적이었다. 애시당초에 배틀필드와 같이 거대한 맵에서 전투를 벌이는 게임도 아니었고, 게임은 기본적으로 작은 맵에서 빠르게 치고 받고, 빠르게 죽고 빠르게 되살아나는 것이 핵심이었다. 또한 시리즈 특유의 퍽/부착물/킬스트릭 시스템 등의 다양한 요소를 배틀로얄에 접합시킬만한 접점이 없었다. 팬들 입장에서는 싱글 플레이가 빠지는 것도 모자라서, 검증되지 않은 물건을 들고나오는 것에 대해 자연스럽게 불안감을 느낄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게다가 블랙아웃의 실제 플레이 영상 등을 공개하지 않고, 심지어 전통적인 마케팅 창구였던 E3까지 건너뛰면서 팬들의 불안감을 더욱 가중시켰다.


하지만 베타 이후, 정식 발매된 콜옵의 배틀로얄 모드는 성공적으로 시리즈의 일부가 되었다. 물론 다양한 이슈사항들이 있었지만, 블랙아웃의 게임 시스템은 전반적으로 잘 작동한다. 단순하게 평가하자면, '배틀로얄 장르의 틀을 쓴 콜 오브 듀티'라 할 수 있다. 게임 페이스는 매우 빠르며, 행동 반경이 줄어들고, 파밍 같은 요소들은 여타 배틀로얄 모드에 비해서 간편한 편이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이러한 '콜 오브 듀티스러운 배틀로얄'이란 개념 자체는 매우 이상하다:콜옵은 여지껏 큰 맵에서 싸우는 게임이 아니었다. 고스트나 모던 워페어 2의 그라운드 워페어 같은 경우가 거대한 맵에서 일어나는 원/근거리 교전을 다뤘지만, 이 역시도 시리즈 전체 비춰놓고 보았을 때 실패했었다. 즉, 여지껏 콜옵 제작진들은 거대한 전장과 동선, 교전 환경을 성공적으로 구성한 적이 없었다.


흥미롭게도, 블랙아웃에서 콜옵의 게임 경험이 녹아나오는 것은 제작진에 치열한 고민이 있었기에 가능한 점이었다. 물론 멀티플레이 전반을 다룬 리뷰에서 이미 블랙옵스 4는 콜옵의 틀과 형식을 넘어서서 새로운 콜옵의 경험을 정의내렸다(여기) 그리고 블랙아웃은 그러한 변화의 수혜를 직간접적으로 받은 경우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우선, 수동 체력회복 시스템은 아이템을 소비하는 것으로 대체되었으며, 초기 파밍 이후에도 꾸준히 체력과 방어구를 챙겨줘야할 상황을 만든다. 붕대나 구급상자, 트라우마 키트 같은 회복템들을 소비하여 체력을 회복하는 시스템은 전투 중에 잠시 쉬면서 체력을 회복해야하는 상황을 만든다. 그러나 배그나 여타 배틀로얄 게임들과 다르게 블랙아웃에서의 체력회복 및 아이템 소비 속도는 매우 빠르며, 피해를 입더라도 신속하게 전투로 복귀할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전반적으로 블랙아웃은 여타 배틀로얄류 게임들에 비해서 아이템이나 탄환 소비속도가 빠르며 이런 점에서는 기존 콜옵을 연상케하는 부분이 있다. 그렇기에 초반 건물 파밍 이후부터는 킬 파밍이라 불리는 상대를 제압해서 아이템을 뺏는 방향으로 나아간다.


PUBG나 포트나이트와 다르게 강력하게 설정된 투척류 아이템이나 퍽과 소모성 아이템은 킬스트릭이 부재한 자리를 대신 채워주는 강력한 요소라 할 수 있다:예를 들어 집속 수류탄은 블랙옵스 4의 베터리가 던지던 것과 동일하게 폭발 후 여러개의 수류탄으로 나뉘어지면서 건물 내의 적들을 청소하기 쉽게 만들어 준다. 바리케이드와 철조망은 접근하는 적들을 막고 높은 방호력을 제공해주기 때문에 농성이나 수비적인 플레이를 할 때 매우 유용하다. 그외에도 블랙아웃에는 여타 배틀로얄 게임에서는 꿈도 꿀 수 없었던 맵 탐지 기능을 가진 추적 다트나 이런 소비 아이템이 즐비하다. 하지만 게임은 여기에 더 나아가서 콜옵 시리즈 전통의 퍽 시스템을 소비용 아이템으로 끌어오면서, 여타 배틀로얄에서 볼 수 없었던 강력한 플레이가 가능해진다:사격을 받으면 상대가 총을 쏜 위치를 곧바로 확인할 수 있는 퍽이나, 설치물/탈 것이 사용된 위치 등을 확인할 수 있는 퍽의 존재는 기존 배틀로얄에 비해서 더 빠른 템포로 적을 인지하고 싸울 수 있게 만든다. 


결론적으로 블랙아웃 모드는 출시 전 후의 우려되는 상황에도 불구하고, 배틀로얄의 문법을 콜옵의 방식대로 효과적으로 구현한 모드라 할 수 있다. 이 부분에 대해서 제작진들은 스스로 자랑스럽게 여겨도 될 것이다.





하지만 블랙옵스 4에서 주목할 부분은 시리즈 최초로 배틀로얄 모드를 탑재하였다는 사실이 아니라 시리즈 최초로 싱글플레이를 제외했다는 점일 것이다. 모던 워페어의 성공은 영화적 스펙타클이 가득한 싱글플레이 게임의 흥행과 빠른 페이스의 멀티플레이에 기반한 것이었다. 모던 워페어의 성공 이후로 콜옵은 멀티플레이와 싱글플레이, 그리고 월드 앳 워부터 추가된 코옵 콘텐츠인 좀비 모드가 콘텐츠의 삼각편대를 이루었다. 그러나 블랙옵스 4는 최초로 이 콘텐츠 구조를 무시하고 싱글 대신에 배틀로얄 모드를 집어넣은 것이다. 심지어 블옵 4는 콜옵 싱글에서 죽을 때마다 전쟁에 대한 격언을 띄우는 전통을 블랙아웃 사망 화면에 구현함으로써 은연중에 블랙아웃 모드가 싱글플레이만큼 중요한 위치를 점한다고 어필한다.


물론, 이들이 전통을 무시한 데는 근거가 있었다. 도전과제나 트로피 달성률에 근거하여보았을 때, 플레이어들이 싱글 캠페인을 끝까지 플레이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유명 배우와 성우 캐스팅, 별도의 개발 인원과 천문학적 예산, 시나리오 라이터를 들여서 만든 콘텐츠를 끝까지 클리어하는 플레이어 인구가 3~5% 정도 수준이라면 회사 입장에서도 제거하고 자신들이 할 수 있는 부분에 집중하는 것이 더 좋을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는 프랜차이즈의 정체성을 흔들 수도 있는 부분이었다:블랙옵스 4의 케이스를 다른 프랜차이즈로 비교하자면, GTA 시리즈에서 멀티플레이를 많이 하니 싱글플레이 컨텐츠를 제외하고 게임을 내는 것과 동일한 것이다.


그렇기에 블랙옵스 4의 존재는 어떤 의미에서는 매우 절박한 상황에서의 실험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멀티플레이의 패러다임은 점점 콜옵식의 멀티플레이에서 벗어나고 있고, 배틀로얄의 등장은 데스매치 중심의 멀티플레이 환경을 다변화시키고 소비자 층을 야금야금 갉아먹는 중이었다. 블랙옵스 4의 존재는 더이상 콜옵 시리즈의 전통을 지켰다간 판매량을 유지할 수 없다는 것을 스스로 증명한 것이다. 흥미롭게도 블옵 4는 오프라인 판매량은 전작들에 비해서 엄청나게 줄어들었지만, 디지털 판매량은 이전에 비해서 엄청나게 늘어났다. 어쨌든 싱글을 빼고 배틀로얄 모드를 집어넣은 초강수가 먹혔다는 것이다.


하지만 블랙옵스 4의 변화는 콜옵의 시대가 끝났다는 것을 스스로 증명하였다:이제 기존의 게임 판매 모델과 콘텐츠를 그대로 사용하였다간 프랜차이즈 자체가 망할 수 있다는 위기의식에서 변화를 추구하였기 때문이었다. 기존의 콜옵들은 변화를 하더라도 모던 워페어라는 큰 틀에서 게임의 기조를 지키려하였다. 가장 기괴한 콜옵이었던 어드벤스드 워페어나 블랙옵스 3 같은 경우에도 어쨌든 콜옵이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하지만 블랙옵스 4는 콜옵이라는 게임의 기저를 어느정도 바꿔버리고 말았다. 블옵 4는 싱글플레이를 빼버리고 지금 흥행하고 있는 배틀로얄 모드를 게임에 탑재함으로써 콜옵이라는 게임이 무엇이든 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둔 셈이다. 


결론적으로 블랙옵스 4는 모던 워페어 이후로 가장 변화한 콜옵이라 할 수 있다. 물론 프랜차이즈의 정체성을 모두 무시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모던워페어가 세워놓은 규칙들을 신경쓰지 않고 무시함으로 더이상 모던 워페어의 그늘에 매달리지 않겠다는 선언을 한 셈이다. 그러나 무엇이든 될 수 있다는 것은 역설적이게도 '무엇도 아니다'라는 선언이기도 하다. 블랙옵스 4는 분명 트라이아크가 방향성을 잘 잡았기에 성공한 편이지만, 다시금 새로운 방향성을 찾지 못한다면 콜옵의 몰락은 우리가 생각한 것보다 더 빠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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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이야기


워프레임 스위치 버전이 11월 21일 기준으로 스위치 서비스를 시작했다. 처음 패닉버튼이 알려지지 않은 트리플 A 게임을 스위치로 포팅한다고 공개하였을 때(대략 E3가 끝나고 난 7월쯤), 사람들이 기대한 것은 적어도 워프레임은 아니었다. 모탈컴뱃, 폴아웃 뉴베가스 등등 다양한 게임들이 후보로 거론되었지만, 워프레임이 거론되지 않은 것은 스위치 트리플 A 게임에 대한 수요도 있었겠지만, 5년간 수많은 업데이트를 통해서 콘텐츠가 쌓인 온라인 코옵 게임을 스위치가 감당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생각해보면 워프레임 자체는 이미 5년전 게임으로 처음 등장할 때의 베이스 게임은 현재 시점에서는 그렇게 무겁지는 않은 편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와서 결과론으로 이야기하자면, '불가능하지 않았던' 것이다.


스위치 버전 워프레임의 핵심은 엄청난 업데이트와 분량을 가진 게임도 스위치로 이식될 수 있다라는 것을 증명했다는 부분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패닉버튼이 있다. 패닉버튼은 일찍이 둠의 포팅과 로켓리그의 포팅을 담당하였고, 최근에는 울펜슈타인 2를 스위치로 포팅하였다. 분명 이들의 초창기 이식은 '그럭저럭 납득할만하지만 여전히 부족하였던' 이식이었다. 그러나 둠과 로켓리그의 퍼포먼스 개선으로 스위치라는 기기의 한계에 도전하는 회사로 발돋움하게 되었다. 최근에는 스위치버전 울펜슈타인 2의 퍼포먼스를 상당수 개선하여서 괄목할만한 성과를 보여주었다.


흥미로운 점은 패닉버튼의 포팅들은 절대 스위치에서 불가능한 수준의 그래픽을 뽑아내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디지털 파운드리에서 분석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패닉버튼은 말도 안되는 가변해상도에 갖가지 속임수를 사용한 것으로 보여진다(디지털 파운드리 분석) 그리고 분명 포팅되기전 엑스박스나 플스에서 돌아가던 수준을 생각한다면 스위치 버전의 울펜슈타인 2나 둠은 열화된 부분이 눈에 띌수 밖에 없다. 그러나 패닉버튼의 포팅이 여타 게임들의 포팅과 다르게 놀라운 점은 분명 열화된 부분들이 눈에 띄지만, 게임 플레이 자체는 기존 원본 게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특히 둠의 사례를 보면 이는 뚜렷하다:둠 신작은 60프레임 기반으로 부드러운 애니메이션과 빠른 폭력, 전투가 난무하는 강렬한 게임이었다. 게임 플레이에 있어서 둠 특유의 강렬한 고어 연출은 게임 플레이를 구성하는 주요한 요인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스위치 버전에서 패닉 버튼은 이를 30프레임으로 반토막 내고, 그래픽을 열화시키기까지 하였다. 이런 점에서 본다면 분명 스위치 버전의 둠은 무언가 빠져있는 결격품처럼 느껴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중요한 점은 스위치 버전 둠은 이러한 다운그레이드된 그래픽에도 불구하고 연출이나 게임 플레이에 있어서 거치적 거리는 부분이 없다는 것이다. 즉, 열화되기는 하였지만 스위치 버전 둠은 여전히 둠의 연장선상에서 보고 플레이할 수 있는 것이다.


패닉버튼이 스위치로 트리플 A 게임들을 이식하면서 우리에게 증명한 것은 게임에서 그래픽의 본질이란 눈속임이라는 점이다. 분명 게임에 있어서 그래픽과 안정된 프레임은 게임 플레이와 경험을 구성하는 주요한 요소들이다. 하지만 최근 트리플 A 게임들은 이러한 눈속임을 더욱 많은 예산과 더욱 많은 기술력을 투입하여 저변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나아갔고, 그 결과 예산은 더 많이 들어가고 작품의 실패 리스크는 점점 더 커지는 양태로 바뀌었다. 패닉버튼의 포팅은 오히려 다양한 눈속임을 통해서 디테일을 죽이고, 게임 플레이에 중요한 안정적인 프레임과 애니메이션을 사양에 맞게 잘라내면서 기존 트리플 A 게임들이 나가던 방향성과 정 반대의 방향으로 나아갔다. 그리고 패닉버튼은 포팅을 통해 상당히 만족스러운 결과를 보여주었다.


패닉버튼의 성공적인 포팅은 워프레임에서도 이어졌다:이 게임은 이미 놀라운 최적화로도 유명했고, 5년전에 나올 당시 플포와 엑스박스 원의 초창기 부분유료화 게임이었다. 하지만 패닉버튼은 휴대모드에서도 안정적인 30프레임과 그래픽 디테일을 보여주면서 마치 처음부터 워프레임이 스위치로 나온 게임인것 같이 게임을 구성하였다. 또한 상당수의 디테일을 처냈지만(뭉게지는 텍스처라던가) 게임이 진행되는 중에는 큰 차이를 못느끼게끔 그래픽 수준을 조정한 점은 높은 평가를 받을 만하다. 물론 워프레임이 실제 스위치로 나왔을 때 얼마나 안정적으로 수익을 창출하고 꾸준히 유지가 될지는 미지수인 부분들이 있지만, 워프레임의 존재와 패닉버튼의 포팅은 스위치라는 게임기의 저변을 확대하고 더 나아가 그래픽이라는 눈속임을 구성하는 방법에 대해서 생각해볼만한 여지를 던져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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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이야기


*대악마판 - 영혼을 거두는자 리뷰 : http://leviathan.tistory.com/1916 , 디아블로 3 원본 리뷰 - http://leviathan.tistory.com/1587


디아블로 이모탈의 공개 이후, 디아블로 프랜차이즈는 나락으로 추락하였다. 물론 현재 시장 트렌드에서는 중국과 모바일 시장을 모두 고려해야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상황이 그러할지라도 프랜차이즈에 오랫동안 충성하였던 팬들이 실시간으로 참여하고 관람하던 현장에서 기대감을 저버릴 수는 없었다. 심지어 프랜차이즈를 이용해서 카피게임을 만들고, 소비자들을 우롱한 회사와 협업한 점은 그 어떤 상황에서도 용인될 수 없는 망발이었다. 그리고 디아블로 이모탈의 선택은 프랜차이즈의 연명을 위한 단기 수혈로서는 적절하겠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프랜차이즈를 망가뜨리는 일이었다:이미 중국권에서는 디아블로나 MMO의 문법을 복제하고 그 위에 나름대로의 연출과 시스템적 개선사항을 덧입히고 있었다. 오히려 오랫동안 PC를 통해서 전통을 쌓아올린 디아블로는 이모탈을 통해 자신의 어드벤티지를 버리고 자신의 장점을 받아들이고 발전한 카피겜들과 싸워야 하는 멍청한 선택을 하고 만 것이다.


하지만 디아블로 3는 처음 나올때부터 삐걱거리는 게임이었다:현금 경매장을 기억하는가? 디아 2 시절부터 조던링을 이용한 물물 교환이나, 현금을 이용해서 게임 아이템을 사고 파는 거래는 흔한 개념이었다. 지금은 상대적으로 덜해졌지만, 게임 내 화폐를 구매해서 파밍 단계를 넘어서는 것은 당시 흔한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디아블로 3는 이러한 현금 거래를 게임의 일부로 통합하고자 하였다:여기에는 분명 다양한 법적 이슈가 있었겠지만, 현금 경매장에 있어서 가장 큰 문제는 디아블로 3가 구작에 비해서도 아이템 비중이 더 올라간 게임이었다는 점이었다. 스킬 세팅과 스텟 세팅으로부터 게임이 자유로워지면서 상대적으로 아이템의 중요성은 올라갈 수 밖에 없었는데, 아이템 나올 확률은 극악하고 난이도도 극악하며 게임 구조는 반복적이다 보니 수많은 사람들이 지칠 수 밖에 없었다. 스킬 셋 구성과 스텟 구성을 제거하여 플레이어가 케릭터 육성에 들일 시간을 최소화시킨 것도 좋았고, 처음 클리어까지는 좋았지만 어디까지나 '거기까지만' 이었던 것이었다.


결국 게임을 되살린 것은 파밍의 속도를 올리고 로그라이크 요소를 적극적으로 도입하여 게임을 반복 플레이할 수 있게끔 만든 대균열과 모험모드가 추가된 영혼을 거두는 자는 디아블로 3라는 게임의 잠재력을 끌어올리는데 성공하였다. 시즌제의 도입과 정벌 등의 요소는 주기적으로 새 케릭터를 키우고 도전하는 재미를 주는데까지 성공한 것이다. 그러나 영혼을 거두는 자는 디아블로 3를 한계까지 끌어올린 게임이 갖고 있는 근원적인 문제를 투명하게 만들어버리고 말았다. 


디아블로 3는 전작들과 다르게 스텟치의 분배와 스킬 포인트의 분배로 케릭터의 정체성을 결정짓는 것이 아닌, 6가지 스킬의 선택과 룬의 선택, 그리고 그 선택을 뒷받침하는 아이템으로 구성하여 케릭터를 만들어나갔다. 그러나 스킬셋 자체는 그 누구라도 쉽게 구성할 수 있는 간단한 것이었고, 아이템 역시도 착용하는데 제한이 없었다. 그렇기에 케릭터를 구성하는 근원적인 정체성은 스킬셋의 구성이나 육성이 아닌 '그 케릭터가 어떤 장비를 입고있느냐'라는 장비 파밍의 개념으로 귀결된 것이었다. 게임은 기존 패시브 스킬이 갖고 있었던 스킬 증폭이나 보조 효과를 유니크 아이템에 붙어있는 옵션의 형태로 옮겼기 때문에, 결국은 자신이 원하는 스킬셋과 시너지를 내기 위해서는 거기에 맞는 아이템을 얻기 위해 뺑뺑이를 게임이 된 것이다.


특히 이는 세트 아이템 파밍으로 넘어가면서 더욱 두드러진다. 세트 아이템은 유니크 아이템을 넘어서 각 케릭터마다 특정 스킬들의 성능을 엄청나게 강화시키기 때문에 엔드 콘텐츠에 들어서는 세팅 자체를 고정시킨다는 문제를 만들었다. 특히 엔드 콘텐츠인 대균열이 정해진 시간에 빠르게 클리어를 해야하는 콘텐츠이다보니 극한의 효율을 추구할 수 밖에 없는 구조고, 이로 인해서 세트 아이템에 유니크 몇개를 섞고 스킬 셋도 거기 맞춘 고정된 형태의 세팅이 지배하게 되었다. 역설적이게도 스텟 배분과 스킬 포인트 배분으로부터 자유로워졌더니 게임이 아이템에 종속되어버리고 만 것이다. 물론 게임은 다양한 방법을 통해 파밍 속도를 올리고 수단을 다양하게 만드는 등 보험 장치를 마련하였지만, 그것이 고착화된 세팅을 무너뜨리지는 못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본다면 패스 오브 엑자일이나 그림 던 같은 작품은 디아블로 3가 갖고 있는 딜레마(고정된 세팅)를 벗어난 게임이라 할 수 있다. 특히 그림 던의 사례를 보자:그림 던은 기본적인 엑티브-패시브 스킬 구조를 넘어서 별자리 시스템을 통해 엑티브 스킬 효과에 또다른 효과를 부여하거나 게임 플레이에 영향을 주는 다양한 패시브 효과를 부여할 수 있다. 또한 타이탄 퀘스트 때부터 나왔던 두개의 직업 스킬트리를 조합해서 자신만의 직업 조합을 만들 수 있는 구조도 많은 각광을 받은 부분이기도 하다. 물론 크루시블 모드나 육성에 편리한 세팅과 스킬트리가 있긴 있지만, 여전히 플레이어들이 새로운 스킬트리와 육성 방법을 계속해서 만들어내는 만큼 게임은 플레이어에게 많은 선택지를 제공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렇다면 그림 던은 디아블로 3보다 더 뛰어난 게임일까? 물론 그림 던은 정말로 훌륭한 게임이긴 하다. 오래 즐길만하고, 플레이어에게 다양한 선택지를 주며, 클리어 이후에도 꾸준히 즐길거리를 제공한다. 하지만 그림 던은 기본적으로 디아블로 2의 변종이며 동시에 불친절하고 많은 시간을 요구한다:어떤 아이템을 입기 위해서 얼마만큼의 스텟 포인트를 소비해야하는지, 별자리 포인트를 획득하기 위해서 재단을 뚫어야 하고, 스킬을 마스터하기 보다는 시너지를 주는 스킬을 딱 필요한 만큼만 배분해야 하는 등 육성에 있어서 상당히 세밀한 조정이 필요한 게임이다. 이런 섬세한 덕분에 게임은 선택지가 많지만, 플레이어에게 독자적인 연구를 사실상 반강제한다는 문제가 있다. 그만큼 게임에 들이는 시간이 많은 플레이어들에게는 좋은 게임이지만, 일반적인 플레이어들에게는 어필하기 힘든 게임이기도 하다.


디아블로 3의 성공과 실패, 복고적인 그림 던이 보여준 성취와 한계는 그라인딩(반복적인 게임 플레이가 핵심인 게임) 게임이 갖는 가능성과 한계를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육성의 폭을 줄이는 대신 아이템을 통해 케릭터의 개성과 정체성을 결정 지으면 아이템 중심의 게임이 되다 보니 육성이 정형화된다는 문제가 있고, 모든 요소들을 세부적으로 조정하게 하면 플레이어가 쉽게 나가떨어질 수 있다는 문제가 있다. 그러나 눈여겨 봐야하는 점은 디아블로 3와 '같은 장르'로 게임이 나오는 것이 대신에 '디아블로 3의 문법'을 차용한 게임은 엄청나게 늘어났다는 것이다. 즉, 게임 플레이 시간을 늘리면서 게임 인구를 유지해야하는 MMO 형태의 게임에서 이러한 장르 문법을 차용하는 것이 두드러진 것이다. 보더랜드 시리즈와 같은 실험작의 성공 이후, 데스티니 시리즈나 디비전 같은 게임들이 플레이타임을 늘리고 플레이어의 개성을 보장하기 위해서 파밍을 강조하기 시작한 것이다. 


디아블로와 다르게 이들 게임은 좀더 다양한 형태의 게임 플레이를 인용할 수 있게 되었다. 디비전은 엄폐 슈팅을, 데스티니는 트리플 A FPS의 문법을 도입함으로써 디아블로와 차별화된 모습을 보여주었다. 디아블로가 쿼터뷰 RPG라는 한계에 부딪히고 있을 때, 디아블로의 문법을 따르는 경쟁자들은 디아블로 시리즈의 장점을 취합하면서 자신만의 독특한 개성을 공고히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기에 어떤 의미에서 디아블로 형태의 쿼터뷰 액션 RPG는 자신이 갖고 있는 미덕들을 여타 장르에 이양함으로써 조용히 쇠퇴하고 있는 중이다. 디아 3는 그저 그 역사의 끄트머리에 있을 뿐인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본다면 디아블로 이모탈의 존재가 이해가 되지 않는 것만은 아니다:다만 그것이 오랫동안 장르를 이끌어온 프랜차이즈의 추한 종말이 되었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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