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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이야기


*대악마판 - 영혼을 거두는자 리뷰 : http://leviathan.tistory.com/1916 , 디아블로 3 원본 리뷰 - http://leviathan.tistory.com/1587


디아블로 이모탈의 공개 이후, 디아블로 프랜차이즈는 나락으로 추락하였다. 물론 현재 시장 트렌드에서는 중국과 모바일 시장을 모두 고려해야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상황이 그러할지라도 프랜차이즈에 오랫동안 충성하였던 팬들이 실시간으로 참여하고 관람하던 현장에서 기대감을 저버릴 수는 없었다. 심지어 프랜차이즈를 이용해서 카피게임을 만들고, 소비자들을 우롱한 회사와 협업한 점은 그 어떤 상황에서도 용인될 수 없는 망발이었다. 그리고 디아블로 이모탈의 선택은 프랜차이즈의 연명을 위한 단기 수혈로서는 적절하겠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프랜차이즈를 망가뜨리는 일이었다:이미 중국권에서는 디아블로나 MMO의 문법을 복제하고 그 위에 나름대로의 연출과 시스템적 개선사항을 덧입히고 있었다. 오히려 오랫동안 PC를 통해서 전통을 쌓아올린 디아블로는 이모탈을 통해 자신의 어드벤티지를 버리고 자신의 장점을 받아들이고 발전한 카피겜들과 싸워야 하는 멍청한 선택을 하고 만 것이다.


하지만 디아블로 3는 처음 나올때부터 삐걱거리는 게임이었다:현금 경매장을 기억하는가? 디아 2 시절부터 조던링을 이용한 물물 교환이나, 현금을 이용해서 게임 아이템을 사고 파는 거래는 흔한 개념이었다. 지금은 상대적으로 덜해졌지만, 게임 내 화폐를 구매해서 파밍 단계를 넘어서는 것은 당시 흔한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디아블로 3는 이러한 현금 거래를 게임의 일부로 통합하고자 하였다:여기에는 분명 다양한 법적 이슈가 있었겠지만, 현금 경매장에 있어서 가장 큰 문제는 디아블로 3가 구작에 비해서도 아이템 비중이 더 올라간 게임이었다는 점이었다. 스킬 세팅과 스텟 세팅으로부터 게임이 자유로워지면서 상대적으로 아이템의 중요성은 올라갈 수 밖에 없었는데, 아이템 나올 확률은 극악하고 난이도도 극악하며 게임 구조는 반복적이다 보니 수많은 사람들이 지칠 수 밖에 없었다. 스킬 셋 구성과 스텟 구성을 제거하여 플레이어가 케릭터 육성에 들일 시간을 최소화시킨 것도 좋았고, 처음 클리어까지는 좋았지만 어디까지나 '거기까지만' 이었던 것이었다.


결국 게임을 되살린 것은 파밍의 속도를 올리고 로그라이크 요소를 적극적으로 도입하여 게임을 반복 플레이할 수 있게끔 만든 대균열과 모험모드가 추가된 영혼을 거두는 자는 디아블로 3라는 게임의 잠재력을 끌어올리는데 성공하였다. 시즌제의 도입과 정벌 등의 요소는 주기적으로 새 케릭터를 키우고 도전하는 재미를 주는데까지 성공한 것이다. 그러나 영혼을 거두는 자는 디아블로 3를 한계까지 끌어올린 게임이 갖고 있는 근원적인 문제를 투명하게 만들어버리고 말았다. 


디아블로 3는 전작들과 다르게 스텟치의 분배와 스킬 포인트의 분배로 케릭터의 정체성을 결정짓는 것이 아닌, 6가지 스킬의 선택과 룬의 선택, 그리고 그 선택을 뒷받침하는 아이템으로 구성하여 케릭터를 만들어나갔다. 그러나 스킬셋 자체는 그 누구라도 쉽게 구성할 수 있는 간단한 것이었고, 아이템 역시도 착용하는데 제한이 없었다. 그렇기에 케릭터를 구성하는 근원적인 정체성은 스킬셋의 구성이나 육성이 아닌 '그 케릭터가 어떤 장비를 입고있느냐'라는 장비 파밍의 개념으로 귀결된 것이었다. 게임은 기존 패시브 스킬이 갖고 있었던 스킬 증폭이나 보조 효과를 유니크 아이템에 붙어있는 옵션의 형태로 옮겼기 때문에, 결국은 자신이 원하는 스킬셋과 시너지를 내기 위해서는 거기에 맞는 아이템을 얻기 위해 뺑뺑이를 게임이 된 것이다.


특히 이는 세트 아이템 파밍으로 넘어가면서 더욱 두드러진다. 세트 아이템은 유니크 아이템을 넘어서 각 케릭터마다 특정 스킬들의 성능을 엄청나게 강화시키기 때문에 엔드 콘텐츠에 들어서는 세팅 자체를 고정시킨다는 문제를 만들었다. 특히 엔드 콘텐츠인 대균열이 정해진 시간에 빠르게 클리어를 해야하는 콘텐츠이다보니 극한의 효율을 추구할 수 밖에 없는 구조고, 이로 인해서 세트 아이템에 유니크 몇개를 섞고 스킬 셋도 거기 맞춘 고정된 형태의 세팅이 지배하게 되었다. 역설적이게도 스텟 배분과 스킬 포인트 배분으로부터 자유로워졌더니 게임이 아이템에 종속되어버리고 만 것이다. 물론 게임은 다양한 방법을 통해 파밍 속도를 올리고 수단을 다양하게 만드는 등 보험 장치를 마련하였지만, 그것이 고착화된 세팅을 무너뜨리지는 못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본다면 패스 오브 엑자일이나 그림 던 같은 작품은 디아블로 3가 갖고 있는 딜레마(고정된 세팅)를 벗어난 게임이라 할 수 있다. 특히 그림 던의 사례를 보자:그림 던은 기본적인 엑티브-패시브 스킬 구조를 넘어서 별자리 시스템을 통해 엑티브 스킬 효과에 또다른 효과를 부여하거나 게임 플레이에 영향을 주는 다양한 패시브 효과를 부여할 수 있다. 또한 타이탄 퀘스트 때부터 나왔던 두개의 직업 스킬트리를 조합해서 자신만의 직업 조합을 만들 수 있는 구조도 많은 각광을 받은 부분이기도 하다. 물론 크루시블 모드나 육성에 편리한 세팅과 스킬트리가 있긴 있지만, 여전히 플레이어들이 새로운 스킬트리와 육성 방법을 계속해서 만들어내는 만큼 게임은 플레이어에게 많은 선택지를 제공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렇다면 그림 던은 디아블로 3보다 더 뛰어난 게임일까? 물론 그림 던은 정말로 훌륭한 게임이긴 하다. 오래 즐길만하고, 플레이어에게 다양한 선택지를 주며, 클리어 이후에도 꾸준히 즐길거리를 제공한다. 하지만 그림 던은 기본적으로 디아블로 2의 변종이며 동시에 불친절하고 많은 시간을 요구한다:어떤 아이템을 입기 위해서 얼마만큼의 스텟 포인트를 소비해야하는지, 별자리 포인트를 획득하기 위해서 재단을 뚫어야 하고, 스킬을 마스터하기 보다는 시너지를 주는 스킬을 딱 필요한 만큼만 배분해야 하는 등 육성에 있어서 상당히 세밀한 조정이 필요한 게임이다. 이런 섬세한 덕분에 게임은 선택지가 많지만, 플레이어에게 독자적인 연구를 사실상 반강제한다는 문제가 있다. 그만큼 게임에 들이는 시간이 많은 플레이어들에게는 좋은 게임이지만, 일반적인 플레이어들에게는 어필하기 힘든 게임이기도 하다.


디아블로 3의 성공과 실패, 복고적인 그림 던이 보여준 성취와 한계는 그라인딩(반복적인 게임 플레이가 핵심인 게임) 게임이 갖는 가능성과 한계를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육성의 폭을 줄이는 대신 아이템을 통해 케릭터의 개성과 정체성을 결정 지으면 아이템 중심의 게임이 되다 보니 육성이 정형화된다는 문제가 있고, 모든 요소들을 세부적으로 조정하게 하면 플레이어가 쉽게 나가떨어질 수 있다는 문제가 있다. 그러나 눈여겨 봐야하는 점은 디아블로 3와 '같은 장르'로 게임이 나오는 것이 대신에 '디아블로 3의 문법'을 차용한 게임은 엄청나게 늘어났다는 것이다. 즉, 게임 플레이 시간을 늘리면서 게임 인구를 유지해야하는 MMO 형태의 게임에서 이러한 장르 문법을 차용하는 것이 두드러진 것이다. 보더랜드 시리즈와 같은 실험작의 성공 이후, 데스티니 시리즈나 디비전 같은 게임들이 플레이타임을 늘리고 플레이어의 개성을 보장하기 위해서 파밍을 강조하기 시작한 것이다. 


디아블로와 다르게 이들 게임은 좀더 다양한 형태의 게임 플레이를 인용할 수 있게 되었다. 디비전은 엄폐 슈팅을, 데스티니는 트리플 A FPS의 문법을 도입함으로써 디아블로와 차별화된 모습을 보여주었다. 디아블로가 쿼터뷰 RPG라는 한계에 부딪히고 있을 때, 디아블로의 문법을 따르는 경쟁자들은 디아블로 시리즈의 장점을 취합하면서 자신만의 독특한 개성을 공고히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기에 어떤 의미에서 디아블로 형태의 쿼터뷰 액션 RPG는 자신이 갖고 있는 미덕들을 여타 장르에 이양함으로써 조용히 쇠퇴하고 있는 중이다. 디아 3는 그저 그 역사의 끄트머리에 있을 뿐인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본다면 디아블로 이모탈의 존재가 이해가 되지 않는 것만은 아니다:다만 그것이 오랫동안 장르를 이끌어온 프랜차이즈의 추한 종말이 되었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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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이야기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1편 리뷰는 다음(http://leviathan.tistory.com/1713)을 참고해주세요.


상당수 트리플 A 게임 프랜차이즈는 핵심이 되는 콘셉으로부터 출발하며, 시퀼들은 이 콘셉을 구축한 게임들로부터 장점은 복제하고 추가할 부분은 추가함으로써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어 낸다. 그렇기 때문에 자기 복제와 확장은 프랜차이즈 게임에서 기본이다. 그러나 몇몇 작품들은 추가되는 내용 없이 전작의 안일한 복제만 이루어지는 경우도 있다. 라이즈 오브 툼레이더가 바로 그 대표적인 예일 것이다. 라이즈 오브 툼레이더는 기존 리부트 작품에 대한 소소한 변주로써, 게임의 큰 구성이나 이야기를 구성하는 테마가 이전작과 많은 부분 비슷한 게임이었다. 탐색이나 퀘스트 등의 부분은 분명 전작에 비교하여 개선되었긴 하지만, 게임의 근본적인 플레이(전투, 파쿠르, 퍼즐 같은)를 바꿀 정도로 인상적이진 않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라이즈 오브 툼레이더는 잘 작동한 게임이었다. 이야기에 있어서 꼭 매듭지어야 하는 필수적인 부분을 매듭지었고, 전작보다 더 뛰어난 그래픽으로 눈호강을 시켜주었다. 적어도 구매한 돈값 정도는 하는 게임이었다. 하지만 본인 입장에서 냉정하게 이야기하자면 글로 써서 남길 가치는 없는 게임이었다.


그렇다면 쉐도우 오브 툼레이더는 어떠한가? 쉐도우 오브 툼레이더는 툼레이더 리부트 시리즈의 완결작이며, 라이즈 오브 툼레이더와 달리 무언가 생각하고 기록해서 남길만한 거리를 제공하는 게임이다. 하지만 이것은 절대 좋은 의미가 아니다:쉐도우 오브 툼레이더는 트리플 A급 재앙을 의미한다. 이는 언차티드 4나 폴아웃 4가 경험한 '프랜차이즈의 정체성에서 벗어날 때 발생한 문제들'과 다르다. 쉐도우 오브 툼레이더는 프랜차이즈가 갖고 있는 내재적 한계를 극복하지 못할 때, 게임이 어떻게 초라하게 끝날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물론, 트리플 A 게임 답게 어느정도의 품질을 보장해주고 있지만, 쉐도우 오브 툼레이더는 실망스럽기 짝이 없는 게임이다.


시리즈를 마무리 짓는 게임들은 항상 고질적인 문제점들을 갖고 있었다. 이는 프랜차이즈를 종료시키면서, 동시에 프랜차이즈를 이어나가야하는 모순된 상황에 봉착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점들이다. 매스 이펙트 3와 그 전후에 발매된 게임들은 이러한 문제점들을 강하게 겪었었고, 이런 문제점에 대응해 게임 업계는 주기적인 리부트와 프리퀼 등의 확장을 통해서 프랜차이즈를 관리하는 방법을 만들어냈다. 어세신 크리드 시리즈의 사례를 보자:어크 1편에서 신디케이트까지, 프랜차이즈는 끊임없이 시스템을 확장하고 다듬었지만 결국 1편이 갖고 있었던 내재적 한계에 봉착할 수 밖에 없었다. 이에 UBI 소프트가 선택한 것은 과거로 돌아가는 프리퀼에 RPG의 문법을 적용한 것이었다. 그 결과가 바로 오리진과 오딧세이이며, 이 둘은 여전히 어크 프랜차이즈가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였다. 


어크 시리즈나 여타 프랜차이즈들의 관리법을 보았을 때, 이들의 방법론은 일종의 보수적인 변증법에 가깝다:기존의 프랜차이즈가 있고, 여기에 검증된 요소들(어크 오리진과 오딧세이의 경우에는 RPG의 문법이)을 섞어서 프랜차이즈에 '색다르지 않은 변화'를 주는 것이 이 보수적인 변증법의 주요 골자다. 물론 최근에 들어서는 '덜어내고 다듬는 변화'(배틀필드 1이나 콜옵 WW2 같은) 방법론도 등장하였지만, 이들의 수는 상당히 적은 편이다. 이와 같이 보수적인 변증법의 방법론은 새롭지 않고 때로는 지겹긴 하지만, 대부분 실패하지 않고 잘 작동하는 편이다.


툼레이더 시리즈는 게임 프랜차이즈에 있어서 대선배격이라 할 수 있는 프랜차이즈였다:트리플 A 게임이라는 개념이 정립되기 전부터 이미 툼레이더는 판매량과 콜라보레이션 등으로 게임 및 문화산업 전반에 큰 영향을 끼쳤으며, 3차원 액션 어드벤처 게임 장르와 파쿠르를 이용한 플랫포밍 등의 개념을 정립하였다. 언차티드라는 프랜차이즈가 인디아나 존스의 연출 등을 이어받으며 영화적 게임의 정통 후계자를 자처하지만, 언차티드가 존재하기도 전에 툼레이더는 이미 인디아나 존스의 경험을 게임에 옮기고자 했던 것이다. 그러나 PS1 시절을 풍미하였던 프랜차이즈인 툼레이더 시리즈는 PS2 시절 엔젤 오브 다크니스로 인해 프랜차이즈 전체가 망할뻔한 위기를 겪었다. 물론 크리스탈 다이나믹스가 레전드와 언더월드로 프랜차이즈 자체를 수렁의 구렁텅이에서 꺼냈지만, 기존 프랜차이즈의 시스템을 유지보수 하는 것만으로는 시대를 따라가기 힘든 모습을 보였다. 이미 레전드와 언더월드가 나올 당시, 언차티드 2와 같은 영화적 연출과 손쉬운 파쿠르를 섞은 게임들이 득세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툼레이더 프랜차이즈를 이어받은 크리스탈 다이내믹스는 머리를 굴릴 수 밖에 없었다:이미 언더월드와 같은 기존 프랜차이즈의 유지 보수만으로는 툼레이더는 살아남을 수 없었다. 게다가 툼레이더에게는 분위기가 겹치는 언차티드와 같은 쟁쟁한 후속작들이 존재하고 있다는 문제도 있었다. 그야말로 진퇴양난의 상황이었다. 하지만 크리스탈 다이내믹스는 이러한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성공적으로 프랜차이즈를 리부트 시켰다. 툼레이더 리부트는 기존 시리즈에서 발견할 수 있는 색다른 테마에 초점을 맞추었다:툼레이더 리부트는 문명에서 벗어난 야만과 호전적 환경, 그리고 그 속에 숨겨진 비밀을 벗겨내고 살아남는 생존자라는 콘셉트를 부각한다. 이는 비일상과 과거의 유적으로 모험을 떠난다는 기존 프랜차이즈의 정체성을 계승하며, 언차티드와 같은 경쟁자들과도 차별화된 모습으로 소비자에게 다가갈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툼레이더 리부트 성공의 핵심은 콘셉트의 승리에 기반하고 있었다:게임은 언차티드식의 전투와 파쿠르, 배트맨 아캄 어사일럼의 스테이지 구성(일자형 진행, 백트래킹이 가능한 스테이지, 스테이지에 숨겨진 요소 등등)을 적절하게 섞은 혼종이었으며, 동시에 트리플 A 게임 특유의 안전함으로 가득찬 시스템을 보여주었다. 게임 시스템 요소들은 하나 하나 잘 작동하였지만, 동시에 대단히 얕고 단순하였다. 이 단순함을 완성시키는 것이 바로 게임의 야만과 생존이라는 콘셉트였다:플레이어는 살아남기 위해서 자원을 모으고 장비를 임시방편으로 수선하고, 네 발로 기어다니면서 암벽등반용 도끼로 적에게 대항하여야 한다. 


이런 점에서 리부트는 혁신을 꾀한것 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대단히 보수적이고 안전한 작품이었다. 게임 시스템의 많은 요소들은 이미 검증된 게임으로부터 따오고 있었고, 가장 신선해보이는 게임 테마 역시도 기존 툼레이더 프랜차이즈의 재발굴이었다. 또한 이전 게임들에서 찾아볼 수 없었던 연출 부분에서의 과격함은 이미 아포칼립토나 최근 호러영화 특유의 고어 연출에서 강한 영향을 받았다고도 할 수 있었다. 그러나 기존에 검증된 요소들의 조합이었더라도, 툼레이더 리부트는 콘셉트 측면에서 플레이어에게 변화된 매력을 어필하고 납득시킬 수 있었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었다.


그러나 여기에 숨은 문제가 하나 있었다. 툼레이더 리부트는 툼레이더 프랜차이즈의 시작으로서는 좋은 게임이었지만, 어디까지나 시작으로써만 뛰어났다는 점이다. 게임은 테마와 배경을 분명하게 제시하였지만, 이 테마와 배경은 여기저기 구멍이 뚫려있는 미완성이었다. 혹자는 이를 '되다만 코스믹 호러'라고 표현하였다:라라가 생존자라면, 그녀는 대체 무엇으로부터 살아남았단 말인가? 게임은 이를 위해서 설명이 도저히 불가능한 초자연적인 미지의 존재(히미코 여왕과 스톰가드 같은)와 야만의 존재를 설정한다. 


하지만 툼레이더 리부트는 게임의 끝까지 이것들에 대해서 명확하게 설명을 하지 않는다. 사실, 코스믹 호러 장르의 전통에서 본다면 공포의 원인에 대한 설명은 장르 특유의 공포와 절망을 반감시킬 수 있다. 왜냐면 그것이 '어찌할 수 없는 우주의 질서'이기 때문이다. 툼레이더 리부트에서도 이러한 어찌할 수 없는 공포로서의 초자연적 존재와 야만을 설정하고, 플레이 타임 내내 플레이어가 이것으로부터 살아남기 위해서 발악하는 것을 다루었다. 하지만 라라는 초자연적인 재앙의 근원과 대면하고 5분도 채 지나지 않아 근원의 면상을 쌍권총으로 박살내면서 재앙과 게임을 다 함께 끝내버린다. 


물론 이러한 접근법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꺠어난 포스에서 레이에게 아나킨 스카이워커의 광선검을 주고는 마지막 제다이에서는 영화가 시작하자마자 30초만에 그 광선검을 집어던지면서 '이건 중요하지 않아!'라고 외치며 기원을 무시했었던 것처럼 말이다. 물론 마지막 제다이가 전통의 파괴와 콘셉트의 변환이라는 목표를 위해서 의도적으로 중요한 복선들을 맥거핀으로 만들었다면, 툼레이더 리부트 시리즈의 문제는 그 맥거핀이 맥거핀이라는 사실을 드러내지 않고 설명을 뒤로 미루고 감추려 했다는 것이 더 큰 문제였다.


라이즈 오브 툼레이더 역시도 결국 테마와 게임 플레이의 재탕이자 반복이었다. 분명 라라는 파묻힌 고대 도시 키테즈와 아버지가 남긴 유산을 찾으러 러시아의 설원으로 모험을 떠난다. 하지만 라라가 밝혀낸 것은 아버지와 관련된 과거, 그리고 트리니티라는 존재뿐이었다. 라라는 전편과 같이 또다시 모든 문제의 근원을 바닥에 내팽겨쳐버리면서 이야기를 허무하게 끝내버린다. 라이즈 오브 툼레이더는 리부트의 구조와 테마를 재탕함으로(물론 게임 자체는 어느정도 보완되었지만) 이 테마와 콘셉트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라라 크로프트라는 개인의 생존과 드라마지 세계의 비밀을 밝히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고 역설한다. 


하지만 이때까지만 하더라도 라이즈 오브 툼레이더는 납득할만한 게임이었다:시리즈는 언젠가 아버지의 죽음을 다뤄내고 그것을 극복하는 라라의 이야기를 다뤄낼 필요가 있었고, 라이즈 오브 툼레이더는 그에 대해서 납득할만한 결말(아버지에 대해 집착하는 것을 포기하고 미래로 나아가는 라라)을 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여전히 테마가 갖고 있는 근원적인 문제(라라 크로프트의 개인적인 드라마, 그리고 설명되지 않는 고대의 존재들)를 후속작으로 보내버린 채, 시리즈는 여전히 언제 터질지 모르는 조마조마한 폭탄 돌리기를 시도하였다.





그리고 이러한 폭탄 돌리기가 실패로 끝난 결과물이 바로 쉐도우 오브 툼레이더다. 이미 툼레이더 리부트 3부작의 마지막 작품이라 알려진 쉐도우 오브 툼레이더(이하 쉐오툼)는 리부트와 라이즈 오브 툼레이더가 이뤄낸 것을 끝내려하였다. 게임은 야만스러운 정글을 배경으로 라라가 갖고 있는 어두운 면모를 다루면서 시리즈가 다뤄내지 못했던 가장 깊숙한 이야기를 하고자 하였다:초반 시퀸스처럼 라라가 단검을 들어 세상의 종말을 시작하는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쉐오툼의 문제는 프랜차이즈가 갖고 있었던 여러가지 테마를 뒤섞어서 테마를 구성하던 중, 앞서 언급하였던 리부트 시리즈의 문제점들을 그대로 노출시켜버렸다. 


쉐도우 오브 툼레이더는 말그래도 툼레이더의 그림자, 즉 라라의 어두운 부분을 다루는 게임이다. 라라의 어두운 면모(거침 없이 살인을 한다던가, 목표를 향해 앞뒤 안가리고 돌진한다던가 등)는 리부트에서 뿐만 아니라 기존 프랜차이즈에서도 갖고 있었던 부분이며, 팬들 사이에서도 여러번 회자된 유명한 소재였다. 물론 라라 크로프트가 시리즈 내내 거침없이 사람을 죽이는 묘사를 통해 보았을 때, 살인광이니 사이코패스니 하는 논쟁이 나오는 것은 당연한 부분이기는 하다. 그러나 언차티드 시리즈의 네이트 같은 쾌활한 광대 사이코패스와 다르게, 라라가 살인을 즐긴다는 것은 다소 억울한 부분이 있다. 오히려 자신이 목표하는 바로 나아갈 때는 그것이 가져다주는 결과에 대해서 고민하지 않는 불도저 같은 케릭터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쉐도우 오브 툼레이더는 이러한 라라의 불도저 같은 성격이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키는 것이 아닌가? 라는 물음에서부터 테마를 구성한다:첫 단검을 뽑는 시퀸스처럼 세상이 종말할 수도 있는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자신의 탐구심과 트리니티를 향한 증오로 행동하는 것이 바로 라라 크로프트라는 것이다. 게임은 이외에도 이러한 라라의 불도저 같은 성격으로 상황이 악화되는 시퀸스를 여럿 넣어서 '실제 라라 크로프트라는 인물은 선한 인물이 아닌 위험한 인물이 아닌가?'라는 위태로운 상황을 여럿 만들어낸다.


이렇게 원래 존재하던 소재를 이용해 작품을 만드는 것은 좋은 시도였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쉐오툼의 문제는 그 테마를 구성하는데 있어서 설득력 있는 구성을 보여주지 못하는데 있다. 이는 게임이 여지껏 다루지 않았던 소재를 다루면서도, 이전 리부트 시리즈의 연출과 방향성을 그대로 따랐기 때문이었다. 시리즈가 갖고 있는 어두운 소재를 다루면서, 정작 이전작에서나 쓰일법한 동일한 전략과 연출을 사용하고 있었기에 쉐오툼은 실패할 수 밖에 없었다.


좀더 구체적으로 살펴보기 위해서 다시 첫번째 시퀸스로 돌아와보자:라라가 단검을 뽑는 것으로 세상의 종말이 시작된다. 즉, 라라가 세상의 종말의 방아쇠를 당겼기 때문에 이 게임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사건들에 대한 도덕적 비난이 돌아가게끔 서사를 구성한 것이다. 하지만 라라가 단검을 뽑지 않았으면 어떻게 되었을까. 당연하게도 곧바로 따라오고 있던 도밍게스 박사가 단검을 뽑고 다시 세상의 종말이 시작되게 된다. 즉, 라라가 단검을 뽑던 뽑지않던 세상의 종말은 시작될 수 밖에 없었던 상황인 것이다. 물론, 결과 여부와 관계없이 행위를 했느냐 안했느냐로 도덕적인 책임은 갈려질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중요한 점은 라라가 단검을 뽑은 것에 대해서 도덕적으로 비난을 하는 사람이 바로 '곧 단검을 뽑을 사람인' 도밍게스 박사였다는 점에서 게임의 작위적인 구도가 그대로 드러난다.


원래부터 툼레이더 시리즈는 악역이 라라가 겪는 고난과 드라마보다 중요도가 떨어지는 게임이었다. 그러나 쉐오툼은 도밍게스 박사라는 악역에게 라라의 도덕적 결함을 고발하는 역할을 맡겼다. 하지만 앞서 서술하였듯이, 게임은 그의 고발에 당위성을 부여하기 보다는 작위적인 상황에서 궤변을 늘어놓는 방향으로 케릭터를 구성하고 말았다. 도밍게스 박사라는 인물을 살펴보면, 사실 그가 라라의 그림자shadow와 같은 존재임을 알 수 있다:그는 문명과 야만의 숨겨진 중재자이며, 이전의 목소리만 내리깔고 협박만 하던 악역들과 다르게 신념을 갖고 세상이 멸망할 위험을 감수해서라도 신의 힘을 이용하려는 존재다. 그렇기에 그 그림자가 라라를 고발하는 것은 라라 크로프트라는 케릭터의 어둠을 드러내고자하는 의도 때문이었다.


그러나 쉐오툼은 큰 그림만 좋게 잡아두고, 이전작들의 연출을 그대로 인용하는 나태한 모습을 보이며 자멸의 구렁텅이로 빠져든다. 그 결과, 게임은 플레이어에게 납득이 될만한 동인을 제공해주지 못하고 '라라 크로프트가 다 잘못했다'라는 작위적인 연출과 전개로 게임을 이끌어나간다. 그리고 그 작위적 연출을 전작으로부터 인용함으로써 게임은 더더욱 엉망진창이 된다. 


이런 문제들이 대표적으로 발현되는 시퀸스가 바로 조나가 죽은 줄 알고 폭주하는 라라가 정유소와 헬기를 격추시키는 시퀸스일 것이다. 이미 리부트에서 솔라리에게 당할대로 당하다가 결국 훼까닥 하고 유탄발사기로 솔라리를 작살내놓던 장면을 재탕한 이 시퀸스는 시종일관 무전기로 연락을 하던 라라의 잘못이라 이죽거리고 비난하는 루크를 삽입하면서 '이 모든 것이 라라(=플레이어)의 잘못이다'라는 논조를 만들려 한다. 하지만 그 논조를 만들기 위해서 쉐오툼은 라라가 겪는 좌절이나 상실, 혹은 죄책감의 내면의 드라마를 다루는 것이 아니라 리부트의 통쾌한 복수를 찝찝한 형태로 재구성한 것이다. 심지어 정유소와 헬기를 박살낸 뒤 뻘줌하게 조나를 등장시키면서 게임 프랜차이즈가 갖고 있는 어두운 부분을 끝까지 밀어붙이지도 못하는 어정쩡함까지 보여준다. 


어째서 이런 문제들이 발생하였을까. 물론 크리스탈 다이내믹스가 현재 알려지지 않은 어벤저스 게임을 만들고 있기 때문에, 새로운 제작자들이 해매는 문제 때문일 수도 있다. 그러나 본질적인 이유는 이것은 트리플 A 특유의 보수적인 게임 개발론과 안일함이 불러온 재앙이다:게임 프랜차이즈는 크게 변할 수 없고, 천문학적인 예산이 들어가는 프로젝트를 불확실한 가능성에 걸 수 없다. 그렇기에 그들은 전작의 성공만을 바라본 채, 자신들이 무엇을 만드는지도 모르는 채로 서로 섞일 수 없는 것들을 뒤섞어버렸다. 


결국 쉐오툼은 라라의 가장 어두운 이야기를 다룬다고 하면서, 그에 걸맞는 악역이나 사건을 제시하지 못했다. 도밍게스 박사와 루크의 설정이 나쁜 것이 아니다. 하지만 이들의 존재를 납득시키려 했다면, 게임은 여기에 충분히 많은 시간을 들였어야 했다. 그 대신 게임은 전작에 있었던 시퀸스들과 장면들을 죄다 한번씩 재탕하고(조난당하는 장면이나 초반에 살아남기 위해서 물자를 모으는 장면이나 좁은 틈에 끼어서 고통받는 장면이나) 플레이어가 고통받고 남는 시간에 플레이어가 잘못했다고 고발하고 앉은 것이다. 파크라이 5가 그러했었던 것처럼, 플레이어가 경험하는 것과 서사가 이야기하는 것이 불일치하기 때문에 게임은 플레이어에게 괴리감만을 안겨줄 뿐이다. 이런 점에서 본다면 머릿속에서는 하늘을 날아다닐 생각을 하면서 정작 뛸 생각조차도 하지 않은 안일한 결과물이 바로 쉐오툼이다.





쉐오툼은 여기에 한술 더뜬다:테마와 방향성이 일치하지 않으니, 게임 내의 씬과 시퀸스들은 목적성을 잃고 어지러이 흩어진다. 은상자를 빼앗기는 시퀸스를 예로 들어보자:은상자의 발견과 함께 산사태와 화산이 폭발하고, 라라는 은상자를 되찾기 위해서 도밍게스의 헬기를 추격한다. 마을은 산사태로 무너지고, 플레이어는 무너지는 마을을 발판삼아서 헬기를 뒤쫒아야 한다. 하지만 이 산만한 추격씬은 결국 실패로 돌아간다. 애시당초에 이 시퀸스 자체를 통채로 덜어내고 곧바로 파이티티로 돌아가서 게임을 진행하는 전개로 갔어도, 사실 별상관이 없었을 것이다. 또한 마지막 클라이맥스 시퀸스를 예로 들어보자:시리즈 내내 크로프트 일가를 괴롭히고 세계를 해집어놓았던 트리니티 교단 수뇌부는 무전으로 도착했다라는 이야기를 한지 10분도 지나지 않아서 아군이 된 식인종 야만인들 무리에 전멸당한다. 라오툼 이후 크로프트 일가를 수십년동안 괴롭혀온 악역 집단의 수괴들이 등장한지 10분도 지나지 않아서 야만인 무리에 갈가리 찢겨진 것이다. 이와 같이 중요하다고 생각되었던 것들이 너무나 쉽게 의미가 없어지고 엉망진창이 된다. 마치 이들의 존재는 스펙타클을 위한 땔감 정도 수준에 불과하였듯이 말이다.


리부트에서 라이즈 오브 툼레이더, 쉐도우 오브 툼레이더로 이어지는 잔혹한 고어 연출의 전통은 여전히 쉐오툼에서도 등장한다. 하지만 이번에는 전작들에 비교해서 본다면 매너리즘의 그 자체다. 리부트부터 전매특허였던 좁은 곳에 시체와 바위를 끼워놓고 폐소 공포증을 유발하는 연출은 이제는 시도 때도 없이 등장한다. 심지어 가끔씩은 대체 왜 저기에 저렇게 많은 시체들이 존재할 수 있는지 의구심이 들 때도 있다. 전작들은 다양한 시대들이 엇갈리고 수많은 시체가 나오는 나름의 정당한 이유를 제공하기도 하였다:리부트는 야마타이 시대부터 2차세계대전, 현대까지 끊임없이 배가 좌초하는 마의 구역이라는 설정을 넣었고, 라오툼은 키테즈의 설립과 몽골의 침략, 소련의 강제노동 수용소 등으로 이어지는 역사의 계보를 가지고 있었다. 리부트 시르즈의 고어 연출에는 나름의 설정과 설명이 있었던 셈이다.


하지만 쉐오툼은 대체 이렇게 많은 시체들이 라라와 같이 처박히게 설명조차 하지 않는다. 마치 분리수거날 아파트 쓰레기장에 차곡차곡 쌓이게 된 폐지 덩어리들 같이, 의미없고 지저분하며 그냥 의무적으로 거기에 놓여있을 뿐이다. 가장 심각한 케이스는 지하 비밀 성당 시퀸스일 것이다. 폐허가 된 평온한 수도원 밑에 시체로 성당 전체를 리모델링과 데코레이션을 해놓은 이 스테이지는 정리 안된 지저분함과 엉망진창인 미적 조감에 대한 분노를 넘어서 대체 어떻게 이 좁은 공간에 뉴욕 브로드웨이 길거리를 뺨치는 시체 인구 밀도를 구성할 수 있는지에 대한 압도적인 의구심이 들 뿐이다.


그리고 리부트 시리즈의 끝이라고 해서 모든 것을 설명하지 않는다. 게임에서 초자연적인 존재는 여전히 맥거핀에 불과하다. 하지만 쉐오툼의 경우, 라라로 인해서 세상이 멸망하고 모든 일이 꼬인다는 연출 등으로 인해서 이 맥거핀이 더 이상하고 낯설고 작위적으로 느껴진다. 단검을 뽑아서 대체 무슨일이 발생하는건가. 해일과 지진과 화산 폭발과 태풍이 몰아치고 있지만, 실제로 이게 전세계가 멸망하는건지 아니면 남아메리카 주변만 대충 망하는건지 알수 없다. 그리고 쿠쿨칸은 대체 뭐였고 은상자와 단검은 뭐하는 용도의 물건이었을까. 게임은 그저 '무언가 일어나고 있다'라고만 이야기할 뿐, 이 모든 것들에 대한 최소한의 내적 논리조차 설명하지 않는다. 전작들이 최소한의 인과관계(대체 어째서 이런일이 초자연적 존재와 법칙과 맞물려서 벌어지게 되었는가, 예를 들어 태풍과 히미코의 관계 같은 리부트의 내적 논리라던가)를 설명했던것을 생각한다면 매우 작위적이고 이해하기 힘든 형태이다.


게임플레이는 전작에 비해서 크게 달라진 점이 없다. 스테이지 구조가 일직선으로 바뀌어 백트레킹이 아닌 다회차 요소로 바뀐 점은 눈여겨 볼만하지만, 탐색의 재미가 줄어들고 가뜩이나 심란한 스토리를 여러번 보게끔 한다는 점에서는 감점 요인이 되었다. 전투 부분은 언차티드 4와 같이 잠입과 전투를 어떻게든 한데 엮으려 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지만, 전투 자체가 전작과 비교해서 크게 달라진 점도 없고 스테이지 수도 줄어들고 규모도 작아졌으며, 이전과 같이 인상적인 부분은 거의 없어졌다. 몇몇 추가요소들(진흙변장의 추가라던가)이 있지만, 보통 난이도에서는 실제 어떤 효과를 갖고 있는지 체감되는 부분이 적다.


결론적으로 쉐도우 오브 툼레이더는 툼레이더 리부트 프랜차이즈가 갖고 있었던 문제점들이 순식간에 터져나온 게임이라 할 수 있다. 물론, 품질검수 조차 되지 않아 플레이가 불가능할 정도로 엉망이란 이야기는 아니다. 게임은 처음부터 끝까지 플레이 가능하며, 게임 플레이 개별은 나름 재밌는 편이기도 하다. 어쨌든 리부트가 설정해놓은 게임 시스템은 그럭저럭 잘 작동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쉐오툼은 추구하는 포인트도 없고, 재미도 없고, 감동도 없다. 게임은 플레이어를 그저 기계적으로 몰아붙이고, 전작들의 연출들을 덕지덕지 발랐을 분이다. 다행인 점은 이게 엔젤 오브 다크니스와 같은 게임과 비교하여 보았을 때, 프랜차이즈 자체를 끝낼 정도의 치명타는 아니었다는 점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쉐오툼을 해보고 나서 툼레이더 프랜차이즈를 다시 하고 싶다라는 마음은 전혀 들지 않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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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이야기


* 관련된 내용은 이 글(http://leviathan.tistory.com/2375)을 참조해주시길 바랍니다.


* 스위치 버전을 토대로 쓰여졌습니다.


스타링크:아틀라스를 위한 전투는 스마트 토이를 사용하는 게임이다. NFC 태그를 이용하는 스마트 토이는 국내에서는 생소하지만 해외에서는 이미 아미보와 스카이랜더스, 디즈니 인피니티, 레고 디멘션 등의 다양한 작품들과 라인업이 등장하였다. 하지만 스타링크가 지금 이 시점에 스마트 토이 시장에 뛰어드는 것은 매우 무모해보인다:왜냐면 이제 과거 몇년 전과 다르게 스마트 토이라는 게임 시장이 아예 사라진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5000만개 이상을 판매한 아미보를 제외하면, 스마트 토이 라인업은 모두 절멸하였기 때문이다. 가장 중요한 터닝포인트는 디즈니 인피니티 라인업 개발과 지원의 중단이었을 것이다. 그 이후 레고 디멘션 라인업의 종료, 스카이랜더스 프랜차이즈의 침묵 등은 한 때 스마트 토이라는 새로운 상품에 대한 열기를 한순간에 죽이기에 충분하였다.


그러나 일견 이는 예견된 실패이기도 하였다:성향이 매니악하냐 대중적이냐 여부를 떠나서 스마트 토이 게임들은 대부분 피규어라는 요소에 초점이 맞춰져서 게임이 개발되고 있었다. 예를 들어 디즈니 인피니티는 게임 자체로는 상당히 단순하고 반복적이었으며, 게임 내의 콘텐츠를 해금하기 위해서 실물 피규어를 구매해야한다는 문제가 있었다. 그리고 이러한 문제는 디즈니 인피니티를 넘어서 다양한 게임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 문제였다. 즉, 스마트 토이 라인업 게임들은 일반적인 게임보다 비용은 배로 들면서, 콘텐츠 자체는 반복적이고, 피규어의 범용성이 떨어진다는 점 때문에 게임으로서 많이 부족하였다. 그리고 아미보는 이러한 문제를 닌텐도의 모든 게임에 적용되는 유료 DLC 개념으로 시장에 정착함으로써 스마트 토이 게임들의 문제들을 빗겨나가고, 피규어로써의 가치를 더 강조함으로써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다. 


흥미롭게도, 아미보의 성공과 여타 스마트 토이 라인업의 실패는 스마트 토이 게임이 살아남기 위한 명제를 던져주었다고 할 수 있다:게임으로 충분한 완성도를 보여주면서, 피규어 구매 동기를 부여하는 것. 이 두가지 동기를 한꺼번에 사로잡아야지만 스마트 토이 게임은 일반적인 게임들과 경쟁하고 살아남을 수 있다. 스타링크는 이런 점에서 무엇이 문제인지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우선 스마트 토이 게임이 아닌 일반적인 게임으로써 스타링크를 본다면 일반적인 오픈월드 게임에 노 맨즈 스카이의 특징을 섞었다. 플레이어는 아틀라스 항성계 내에서 행성과 우주 공간을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으며, 대기권으로 들어가서 행성 내에서 적들과 싸우거나 우주로 나가서 적들의 모함과 싸우는 등의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다.


눈여겨 봐야할 점은 스타링크의 맵 전환은 매우 부드럽다는 것이다:행성과 우주 맵을 전환할 때 그 어떤 로딩도 존재하지 않으며, 행성과 우주 맵을 오가는 진입 루트도 플레이어가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다. 행성의 경우, 작지만 완벽하게 구형의 오픈월드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각의 독특한 생태계를 구성하고 있다. 또한 행성과 행성 사이, 혹은 우주에 존재하는 적의 모함으로 이동할 때 별도의 로딩없이 고속이동만으로 부드럽게 모든 것을 로딩하여 구현한다. 흥미로운 점은 이것이 현세대 기종인 PS4나 엑원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0.5세대 ~ 1세대 뒤쳐진 '스위치' 버전에서 작동한다는 점이다. 심지어 빠른 이동을 할 때 생기는 로딩도 매우 짧다는 점은 스위치의 성능에 비교하여 볼 때 상당히 충격적인 부분이다. 게임 내에서도 다수의 적들과 전투하거나 화면 가득 공격과 이펙트가 가득차더라도 프레임이 안정적으로 유지되며, 마지막 보스전이나 프라임과의 전투중 공중전 페이즈 같이 프레임이 떨어지더라도 게임이 가능할 정도로 프레임을 유지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스타링크에서 높게 평가할만한 부분은 콘텐츠가 쌓여나가는 구조가 상당히 잘 설계되었다는 점이다. 플레이어는 각 행성을 탐험하면서 전초기지들을 스타링크의 깃발 아래 끌어모아야하며, 각 전초기지들이 주는 퀘스트들을 클리어하거나 부품과 돈을 들여 업그레이드해서 행성에서의 지배력을 확보하여야 한다. 하지만 각 행성에는 프라임이라 불리는 중간 보스가 있고, 이 보스들이 플레이어가 행성의 지배력을 올리지 못하게끔 제동을 건다. 플레이어는 행성에 꽂혀 있는 리전의 추출기나 임프 소굴 등을 제거하면서 야금야금 지배력을 넓혀나가고, 마지막에는 프라임을 잡음으로써 행성을 리전의 손아귀로부터 탈환할 수 있다. 그러나 주기적으로 프라임을 행성에 투입하는 드레드노트가 존재하기 때문에, 플레이어는 행성을 완벽하게 탈환하기 위해서는 그 권역의 보스인 드레드노트를 제거해야 한다. 하지만 역으로 드레드노트들은 프라임으로부터 에너지를 받아 강해지기 때문에, 플레이어는 그 권역 내에 있는 행성의 프라임을 모두 제거하거나 프라임의 강화를 받은 드레드노트와 장기전을 준비해야 한다. 


스타링크의 모든 콘텐츠들은 유기적으로 서로에게 영향을 주며(전초기지 - 프라임 - 드레드노트), 플레이어애개 게임 내의 다양한 요소들과 상호작용한다는 인상을 강하게 준다. 이런 점에서 스타링크는 여지껏 나왔던 스마트 토이 게임들과 비교하였을 때, 그나마 주류 트리플 A 게임 플레이에 가까워졌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점은 분명 스타링크라는 게임이 지향하는 바, '단순한 게임에 피규어를 팔겠다'라는 기존 스마트 토이 게임 공식을 벗어났다는 평가를 내릴 수 있다.





그러나 스타링크의 미덕은 여기까지다. 분명 스마트 토이를 다루는 게임 치고는 가장 '게임다운 게임' 이라는 평가를 받을만 하지만, 실제 트리플 A 게임이나 여타 게임들과 비교하기 시작하면 아쉬운 부분이 한 둘이 아니다. 우선 콘텐츠의 다양성 문제다:분명 스타링크의 모든 콘텐츠들은 유기적으로 잘 설계되었다. 그러나 모든 콘텐츠들은 심각하게 반복적이다. 프라임과 드레드노트 보스전은 완벽하게 재탕에 재탕이며, 전초기지를 해금하는 것이나 전초기지에서 주는 퀘스트나 각 행성에서 일어나는 이벤트 등은 모두 반복적이다. 


전투 시스템은 부드럽게 작동하지만 깊이가 얕다. 전투는 크게 공중전과 지상전으로 나뉘어져 있다. 지상전의 경우, 지상에서 호버링하는 상태로 상하좌우를 움직이며 적과 싸우는 형태고, 공중전의 경우 일반적인 플라이트 슈팅 게임에서 속도를 줄여놓은 형태다. 하지만 지상전이든 공중전이든 전투 시에 플레이어가 고려해야하는 것은 적의 약점 속성 뿐이다. 단지 상하좌우로 움직이면서 총알을 피해주는 것만으로 왠만한 전투는 클리어 가능하며, 난이도를 대폭 올렸을 경우에도 강해지는 것은 입는 데미지 정도만 신경쓰일 뿐이지 변화하는 점은 거의 없다(매우 높은 난이도 기준 클리어) 물론, 나름 파고들기 요소로 기체의 모드를 파밍할 수 있는 요소를 게임에 도입하였다. 예를 들어, 코어 모드의 경우 플레이 스타일 자체에 영향을 주는 부가 효과들(쉴드로 적의 공격을 반사할 시, 체력을 회복하는 탱커 모드나 지상전에서 더블점프가 가능하게 만든 워리어 모드 등등)이 부여되기도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모드들은 수치적인 증감만 존재하며, 코어 모드에 따른 스타일 다변화 요소는 상당히 떨어진다.


이는 UBI 소프트 게임 특유의 게임 개발 사이클과 맞물려 있다 판단된다. 즉, 초기에 완성된 시스템과 적당한 분량의 콘텐츠를 넣은 파일럿 형태의 게임을 만들고 이것이 성공하였을 시 후속작에서 전작의 단점을 보완하는 게임을 만드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본다면, 스타링크는 좋은 의미든 나쁜 의미든 전형적인 UBI 소프트의 파일럿 게임 작품이다.


하지만 스타링크에는 단순하며 반복적인 것보다 치명적인 문제가 있다. 이는 피규어를 구매하게 만드는 동력을 구성하는데 실패하였다는 점이다:우선, 게임의 피규어는 조립가능한 전투기와 전투기 날개, 그리고 무기와 파일럿의 형태로 구성되었다. 원래 기획 의도는 파일럿과 무기, 전투기, 전투기 날개를 자유롭게 구성하여서 자신만의 전투기를 구성하고 같이 성장하며 게임을 풀어나가게끔 하는 것이었을 것이다. 일단, 피규어의 퀄리티와 기믹 자체는 괜찮은 편이며 다른 전투기의 부품(날개 부분)을 뜯어서 자기만의 전투기를 만들 수 있는 기믹은 나쁘지 않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스타링크는 전투기를 피규어로 내세운 요소 때문에 안그래도 반복적인 게임을 더 반복적이고 단조롭게 만드는 심각한 문제를 만들어버렸다. 우선 플레이어가 레벨업 할 수 있는 주된 방법은 각 전투기별로 숙련도 레벨을 올리는 것이다. 하지만 기체별 숙련도 레벨은 올라갈수록 무지막지한 경험치를 요구히기 때문에, 플레이어가 단순하게 전투기 한 대와 파일럿, 무기만 구매하였을 경우 레벨업에 들어가는 공수가 심각하게 늘어나버리게 된다. 또한 무기 세팅에 있어서도 약점 공격 및 속성 결합 공격이 주는 이점이 상당하며, 약점을 찌르지 못하는 경우 전투 시간이 배로 늘어나기 때문에 안그래도 단조로운 전투를 더 지루하고 단조롭게 만든다는 문제가 있다.


즉, 스타링크에 있어서 스마트 토이는 게임을 풀어나가는 주요한 수단이자 게임을 다채롭게 즐길 수 있는 '유일한 요소'며, 이 때문에 많은 문제가 발생한다. 하다못해 기체만 피규어로 팔고 무기만 해금 되는 형태로만 팔았어도 이렇게까지 게임 플레이를 단조롭게 만들지는 않았을 것이다. 기본적으로 기체는 전체 게임 플레이를 결정하는 피지컬적인 부분을, 무기는 플레이 스타일을 결정하는 부분을 담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스타링크는 굳이 무기까지 피규어의 형태로 팔아버림으로써 '스타터 팩만으로는 안그래도 지루한 게임을 더 지루하게 만드는' 심각한 문제를 단점을 만들었다. 심지어 피규어를 추가 구매하였다고 해서 게임의 '양적인 부분'이 증대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평가는 더욱 박해질 수 밖에 없다.


제작진들도 이러한 피규어 구입 모델에 문제가 있었다고 느꼈는지, 모든 콘텐츠를 시즌패스의 형태로 언락해서 해금할 수 있는 디지털 판매 개념을 도입하기도 하였다. 즉, 실물 피규어를 구매하지 않더라도 플레이어는 여전히 디지털로 모든 콘텐츠를 구매해서 해금할 수 있다. 하지만 이 배려 역시도 뭔가 이상한 부분이 있다:약 2만원 상당의 비용을 들이면 플레이어는 거의 10~15만원 어치의 피규어를 구매하지 않고도 콘텐츠를 해금할 수 있는 것이다. 분명 여기에서 UBI 측의 계산이 들어갔으리라 보지만 이 덕분에 스타링크는 '굳이 더 싼 값으로 콘텐츠를 구매할 수 있는데 왜 피규어를 구매해서 콘텐츠를 해금해야하는가?' 라는 이상한 모순에 사로잡히게 되었다. 물론 피규어 하나 하나는 조형이 잘만들어진 편이며, 수집 가치가 있는 편이지만 이제 막 출범한 게임에 매력을 느끼고 게임을 구매할 사람은 적으리라 생각한다. 또한 '패드 위에 피규어를 올려놓는' 동기화 방식은 게임을 즐기는데 물리적인 불편함을 제공한다:날개와 무기의 자유로운 조합으로 자신만의 기체를 만드는게 중요한 게임에 '물리적으로 올려놓는게 불가능한' 조합이 있다면 실제 피규어를 구매하고 싶은 욕구가 들지 않을 것이다. 물론, 디지털로 구매할 경우 전혀 문제가 되지 않을 사항이지만 말이다.


이러한 상황 때문에 UBI는 스타폭스 프랜차이즈를 스타링크에 콜라보시키려 했었던 것처럼 보인다. 자기들이 봐도 스타링크는 파일럿 게임이라 할지라도 후속작으로 이어질 정도의 수익을 내기는 힘들어보였기 때문이다. 스타폭스 프랜차이즈는 전반적으로 게임에 잘 어울리는 편이며, UBI는 어떻게든 컷씬 등에 스타폭스 맴버들을 자연스럽게 녹여내려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또한 자신만의 퀘스트 라인을 가진 점도 괜찮은 추가 요소였다. 하지만 추가된 스타폭스 콘텐츠를 생각해보면 모든 파일럿+전투기들이 각자 '자신만의 콘텐츠'를 가졌어야 했다.


결론적으로 스타링크는 UBI 특유의 파일럿 게임임에도 불구하고 근원적인 문제를 안고 있는 게임이다. 그리고 그것의 대부분은 스마트 토이라는 요소와 밀접하게 맞닿아있다. 아이러니 하게도, 스타링크는 UBI 게임 답게 시리즈가 가면 갈수록 자연스럽게 게임이 더 나아질 것이지만, 스마트 토이라는 물리적인 한계가 게임 프랜차이즈 전체의 발목을 잡을 수 밖에 없다는 문제가 있다. 물론, 스위치로 구매할 시 타 콘솔과 비슷한 형태로 트리플 A 오픈월드 게임을 휴대하면서 즐길 수 있다는 점과 그걸 스타폭스 케릭터들로 즐길 수 있다는 점은 엄청난 가점이 될 것이다. 그러나 이 시리즈가 더 오랫동안 살아남고 싶다면, 그 이상의 무언가가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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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이야기



유명 IP를 바탕으로 수집형 카드 게임Collectible Card Game; CCG들이 유행처럼 등장하고 있다:하스스톤에 이어서 엘더스크롤 프랜차이즈를 활용한 엘더스크롤 레전드, 위처의 미니게임 궨트를 손을 봐서 게임으로 옮긴 쓰론 브레이커와 궨트, 도타를 카드 게임으로 옮긴 아티펙트와 심지어 원조 TCG인 메직 더 게더링도 아레나라는 작품을 냈다. CCG는 비디오 게임에 있어서 메인 스트림이라 할 수는 없지만, 꾸준한 관심과 사랑을 받고 있다. 하스스톤이 아시안 게임에서 비디오 게임 부분 시범 종목으로 채택된 점이나 트위치 방송에서 시청자수 10위권 내에 하스스톤이 들어가는 점은 CCG 장르가 나름대로 탄탄한 소비자 층을 갖고 있음을 증명한다.


하지만 무언가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 있다:CCG는 여타 비디오 게임 장르에 비해서 화려하지도 않으며, 여타 비디오 게임에서 찾아볼 수 없는 고질적인 문제들도 있다.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손패가 꼬이는 문제일 것이다:대부분의 카드 게임은 플레이어가 자신의 전략을 위한 덱을 구성하고, 덱에서 카드를 드로우하고 카드를 손패에서 발동시킴으로 게임 플레이 사이클을 완성한다. 그러나 덱에서 자신이 원하는 카드가 나오지 않으면, 그때부터 게임은 플레이어에게 심각하게 스트레스를 유발하게 된다. 하스스톤이 게임이 아니라 자신이 원하는 카드가 나오길 신에게 빌어야 하는 '종교'라는 비아냥을 듣는 것도 이러한 이유가 크다. 그리고 이러한 문제들은 비디오 게임에 있어서 치명적인 하자사항이다. 게임은 플레이어가 생각한대로 움직이고 통제되고 그에 맞춰서 도전적인 과제를 부여할 때 재밌어 진다. 하지만 자신이 통제하지 못하는 부분에서 계속해서 문제가 발생한다면, 게임으로써 재미는 떨어질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이러한 치명적인 하자 사항에도 불구하고 CCG는 꾸준하게 플레이어층을 끌어들이고 있다. 어째서일까? 이 이유를 찾기 위해서는 먼저 보드게임과 TCG의 사례들을 살펴봐야 할 것이다. 잘 알려진 사실이지만 많은 CCG들은 매직 더 게더링의 규칙을 조금 뒤틀거나 강한 영향을 받았다. TCG라는 보드게임 장르를 확립한 매직 더 게더링은 자신만의 덱을 구축하고, 랜드를 지속적으로 필드에 깔아 자원을 확보하여 몬스터와 마법을 사용하고, 종국에는 상대를 제압하는 형태의 카드 게임이다. 매직 더 게더링의 핵심은 자신만의 덱을 구축한다는데 있다:플레이어는 제각기 다른 효과를 지닌 카드를 이용해 덱을 구성하고, 섞은 뒤, 드로우함으로써 자신의 손패를 구성한다. 그리고 이 손패를 이용해서 플레이어는 자신의 전략을 구체화시킨다.


하지만 손패는 뒤섞인(셔플된) 덱으로부터 구성되기 때문에 자신이 원하는 구성을 한번에 구하기는 힘들다. 이게 보통 이야기하는 '손패가 꼬인다'라는 상황일 것이다. 그렇기에 덱 구성에서 중요한 점은 그 어떤 상황에서도 사용할 수 있게끔 카드의 구성과 비율을 조정하고 손패가 꼬였을 때의 백업 플랜을 갖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TCG는 자신만의 전략을 구성하는 점, 그리고 끌려나오는 무작위성을 어떻게 전술적으로 통제하고 승리를 쟁취할지의 양측면을 갖는다고 할 수 있다. 전략과 전술 양측면을 통제하는 것이야말로 TCG의 게임으로서의 매력이라 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자신이 원하는 카드를 항상 적시에 끌어올 수 있는 능력은 TCG 에 있어서 가장 강력한 능력이었다:덱의 구성을 통한 통제(적절한 랜드 수, 정해진 비율의 1-2랩 위니 카드의 사용 등) 불구하고 손패가 꼬이는 사고는 TCG에서 흔하게 일어나는 현상이며, 드로우와 덱서칭을 통해 원하는 카드를 뽑아내고 자신이 원하는 전략을 빠르게 발동시키는 플레이어가 게임을 거머쥘 수 있었다. 메더게 판에 내려오는 '진남불용청'(진짜 남자는 청덱을 쓰지 않는다)이라는 말이 왜 있는지를 생각해보면 당연한 부분일 것이다:청덱은 오랫동안 드로우와 서고 등 카드와 관련된 규칙을 조작할 수 있는 능력을 지녔었고, 그 결과 때에 따라서는 파괴적인 결과를 불러일으키기도 하였다. 또한 유희왕에서 대대로 악명을 떨쳤던 카드들이 대대로 빠른 덱서칭과 드로우로 필드를 지배하고 게임을 폭파시키는 카드들이었다는 것도 이러한 특징의 연장선상에 있을 것이다. 


그렇기에 몇몇 카드 게임들은 드로우와 관련된 능력보다는 덱 이외의 보조덱을 활용하는 방법 등을 통해서 문제를 해결하려 하기도 하였다:FFG에서 만든 LCG의 사례를 예로 들어보자. 먼저 왕좌의 게임 LCG의 경우, 셔플되는 카드 덱과 플레이어가 임의로 설정하여 사용할 수 있는 플롯 덱으로 이중으로 구성되어 있다. 카드 덱은 말그대로 전통적인 LCG에서 사용되는 게임 플레이용 덱이지만, 플롯 덱의 경우에는 다소 특이하다:플롯은 한 라운드에만 영향을 끼치며, 그 라운드 동안 다양한 영향들(자원 수급이나, 카드 제거 등)을 끼치는 일종의 버프/디버프 형태의 카드다. 또한 플롯의 수치에 따라서 선공/후공의 턴순서를 정하기 때문에 상당히 역동적인 게임 플레이가 이루어진다. 이와 같이 덱과 드로우에만 의존하지 않고, 다양한 안전장치를 마련해두는 것이 TCG 에 있어서 일종의 트랜드라고도 할 수 있다.


TCG가 흥미로운 점은 게임 규모가 손에 닿을 정도로 '스케일링'되었다는 점일 것이다:가령 비디오 게임이나 여타 게임에서는 숫자들의 연산은 컴퓨터가 대신해주기 때문에 연산의 규모는 거대화되고 복잡화되는 특징이 있다. 디스가이아 시리즈의 예를 들어보자:이 SRPG 시리즈는 오랫동안 노가다로 케릭터와 장비의 규모를 증폭시키는 것을 핵심으로 삼아온 게임이었다. 단지 숫자의 규모만으로 게임을 구성할 수 있다는 것은 이미 클리커류의 게임에서도 사례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보드 게임이나 카드 게임의 경우, 사람이 컴퓨터의 역할을 대신해 연산을 하기 때문에 연산의 규모를 늘릴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보드게임이나 카드 게임에서 토큰과 수치, 계산 등은 항상 플레이어가 직관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규모로 조정되었다. 대신 보드 게임과 카드 게임은 규모를 늘리는 것이 아닌 규칙과 게임 요소들(카드나 토큰들)이 직간접적으로 상호작용하는 부분을 통해서 재미를 추구하였다. 이런 점에서 카드 게임들을 일종의 단어와 단어를 연결하는 말싸움의 형태로 이해하는 것도 장르를 이해하는데 있어서 도움이 될 것이다:플레이어는 자신만의 전략을 구현하기 위한 단어 풀을 카드 덱으로 구성하고, 자신이 갖고 있는 단어들의 한도 내에서 최대한 순서에 맞게 단어를 조합해서 문장을 만들어야 한다. 단어는 각각 의미를 지니기도 하지만, 단어와 단어, 그리고 게임 전체를 구성하는 문법을 통해서 각각의 단어 이상의 의미를 지니기도 한다. 


비디오 게임의 장르로 옮겨간 CCG들은 이러한 TCG만의 매력을 살리는데 집중한다:자신만의 단어 사전(덱)을 구성하고, 단어(카드)와 단어를 연결하여 문장(카드 콤보 등)울 만들어 상대를 압도한다. 하지만 비디오 게임으로 옮겨간 CCG에는 TCG에서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특징이 있다:이는 규칙이나 카드 상호작용의 편의성이 증대되어 기존 TCG에서 할 수 없었던 것들이 가능해졌다는 점이다. 매직 더 게더링의 예로 돌아와 보자:플레이어는 자신이 얼마만큼의 마나 자원을 갖고 있고 얼마나 사용했는지를 랜드를 탭하는(90도 방향으로 꺾는) 형태로 표현하였다. 하지만 하스스톤은 랜드 카드를 사용하지 않고, 컴퓨터가 알아서 계산해주는 마나 개념을 사용하여 실제 얼마나 자원을 사용하였는지를 직관적으로 인지/관리할 수 있게끔 하였다. 그리고 하수인 카드별로 체력을 별도로 설정하여서 데미지를 입었을 때마다 개별 체력을 트래킹하는 것도 가능해졌다. 기존의 카드 게임이었다면 수많은 양의 토큰과 숫자를 추적하느라 관리가 물리적으로 불가능 했을텐데 말이다. 또한 카드 간의 상호작용을 분명하게 하여 에러 플레이를 원천적으로 방지하였다. 이런 부분들에서 비디오 게임으로 옮겨진 CCG들은 보드게임 TCG와 다른 나름대로의 특징을 갖는다.


또한 카드 크래프팅 기능도 눈여겨 볼만하다:기존 TCG들이 카드가 무작위로 들어간 부스터 팩을 구매함으로써 카드 풀을 늘려나갔다면, 비디오 게임 기반 CCG는 플레이어가 필요없는 카드를 분해하고 나온 자원으로 새로운 카드를 만들 수 있는 크래프팅 기능을 도입하였다. 기존의 TCG들이 트레이딩을 통해서 실제 카드를 구매하게끔 하였다면, CCG는 무의미한 구매를 막고 플레이어가 덱을 자유롭게 구성할 수 있게끔 장벽을 낮춰준 셈이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컴퓨터로 만들어진 CCG들은 여전히 카드와 덱의 포멧에 기반하여 게임을 구성하였고, 카드와 카드 간의 상호작용이 중요하다. 대신 비디오 게임으로 옮겨간 CCG들은 기존 TCG에 있어서 필요하지만 지루한 부분을 제거하는데 초점을 맞추었다. 이런 점에서 보았을 때, TCG의 매력은 단순히 그래픽이나 연출, 혹은 액션 등의 동적인 부분에서 오는 것이 아닌 플레이어가 스스로 덱을 구성하고 생각하고 판단하게끔 하는 부분에서 비롯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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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이야기


*블랙 아웃 리뷰 및 블옵 4가 갖는 의미에 대한 글은 별도로 뺍니다.


콜 오브 듀티 모던 워페어의 등장 이후로, 콜옵에 있어서 멀티플레이는 핵심적인 요소로 자리잡았다:빠른 페이스의 전투와 자동회복, 킬스트릭 등등은 시리즈 멀티플레이 뿐만 아니라 여타 게임에도 많은 영향을 끼쳤다. 하지만 시리즈가 오래되면서, 콜 오브 듀티 시리즈는 팬들의 상충된 요구에 부딪힐 수 밖에 없었다:하나는 새로운 것을 보여달라는 요구, 또다른 하나는 그러면서도 여전히 콜 오브 듀티였으면 한다는 요구였다. 특히나 매년 발매되는 게임인 만큼 프랜차이즈가 짊어지는 부담은 매우 컸었고, 때로는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서 실패히가도 했었다(고스트, 인피닛 워페어) 하지만, 지난 10년 동안 망한 프랜차이즈들의 리스트를 복기하여본다면, 콜 오브 듀티는 매우 잘 버티는 편이라 할 수 있다.


블랙옵스 4는 여지껏 프랜차이즈가 시도해본적이 없었던 담대한 시도를 행한다. 월드 앳 워 이후로 싱글플레이와 경쟁 멀티플레이, 코옵 모드(스펙 옵스나 여러가지가 있었지만, 대체로는 좀비모드였다)라는 콜옵 시리즈 전통의 구성 요소를 탈피하여 싱글플레이를 버리고 여기에 PUBG 등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배틀로얄 모드를 삽입한 것이었다. 물론 싱글플레이의 부재에 대해서 팬들은 부정적으로 반응할 수 밖에 없었다:싱글플레이를 클리어하는 사람들의 숫자가 아무리 적다 하더라도, 모던 워페어 이후로 콜옵 프랜차이즈가 오랫동안 새워놓은 정체성을 무너뜨리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블옵 4의 런칭 실적과 흥행은 이러한 트레이아크의 무모한 도전이 근거없는 것만은 아니었음을 증명하였다. 그리고 동시에 이제 더이상 모던워페어 식의 멀티플레이의 틀에서 탈피하는 새로운 콜옵의 세대로 이행하는 게임이기도 하다.


콜옵 시리즈의 멀티플레이는 기본 개념을 유지하면서 약간의 게임 플레이 요소들을 손을 보는 형태 였었다. 이러한 공식이 유지되지 않았던 것은 어드벤스드 워페어가 거의 처음이었을 것이다:엑소 수츠의 과격한 움직임과 점프/부스터의 개념은 콜 오브 듀티식 데스매치가 아닌 공중전과 아머드 코어를 연상케하는 부분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외의 콜옵 게임들은 다양한 변화점에도 불구하고 '콜옵'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게임이었다:벽타고 달리기 개념을 넣은 블옵 3의 경우, 첫인상은 파쿠르 요소를 적극적으로 도입하여 입체적인 사격과 전투를 강조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벽타고 달리기 속도가 느린 점 등의 제약조건으로 입체적인 기동보다 '기존 맵에 새로운 루트를 추가하는 방식'으로 게임을 확장시켰다. 콜옵 신작들은 매번 무언가 새로운 것들을 추가하였지만, 프랜차이즈의 경계(빠르게 치고 받는 데스매치, 퍽/부착물 시스템, 킬스트릭)에 게임을 안착시키는데 집중하였다.




하지만 이번 블옵 4는 다르다. 오히려, 어떤 의미에서는 어드벤스드 워페어의 과격한 비틀기를 넘어서 '근본적으로 게임 플레이의 공식을 뒤바꿨다'라는 평가를 내려도 될 정도로 본질적인 부분에서 변화가 발생하였다. 이러한 요소들은 크게 체력 및 회복 시스템의 변화, 점수 시스템의 변경, 스코어스트릭 및 능력/장비 시스템의 재편이라는 3가지 측면에서의 변화가 발생하였다.


첫번째는 체력 회복 시스템의 변화다:기존 콜옵 시리즈에서 체력은 시간이 지나면 자연 회복되는 구조를 지니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플레이어는 멀티플레이 중에 피해를 입으면 엄폐를 하고 숨을 고르면서 체력이 회복되기까지를 기다려야 했었다. 하지만 이번 블랙옵스 4에서는 체력을 수동으로 회복하게끔 만들었다:플레이어는 L1 버튼(PS4 기준)을 눌러서 수동으로 주사를 놓아서 체력을 회복해야 한다. 또한 한번 주사를 놓은 뒤에는 회복 주사가 재충전되기까지 시간이 걸리게 됨으로 신중하게 회복을 결정할 필요가 있다. 또한 기본 체력이 100이었던 콜옵과 달리 체력을 150으로 늘려줌으로써 TTK(Time to Kill, 사살까지 걸리는 시간)도 함께 늘어났다.


체력을 수동으로 회복하는 부분과 체력이 늘어난 부분은 콜옵 게임 플레이에 많은 변화를 준 부분이다. 우선 플레이어는 교전 후에 체력을 수동으로 회복해야하는 '리스크'를 져야만 한다. 플레이어가 주사를 놓는 순간에는 총을 쏘거나 하는 등의 행동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한 플레이어가 체력 회복 탬포를 조절해야하기 때문에 언제 어디서 어떻게 회복할 것인지에 대한 판단을 플레이어가 내려줘야만 한다. 전작들에 비해서 플레이어가 능동적으로 위험을 감수하고 판단해야 하는 요소를 추가한 것이다. 그리고 동시에 전투를 진행할 때, 팀단위로 뭉쳐서 다니는 것이 중요해졌다:상대의 체력이 늘어났기 때문에 화력을 집중시킬 필요도 있고, 더 나아가서 자신이 피해를 입었을 경우, 체력을 회복하기 위해서 엄호해줄 팀원의 존재는 더욱 중요해졌다.


두번째는 점수 시스템의 변경이다. 다양한 변경점이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변화는 어시스트를 킬과 동일한 점수를 주는 것으로 변경한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변경 점은 프랜차이즈의 큰 흐름을 거스르는 부분이다. 상대를 죽여서 전장을 제압하는 강력한 장비를 부르는 킬스트릭 시스템은 모던 워페어 이후 콜 오브 듀티 프랜차이즈의 멀티플레이를 대표하는 시스템이었다. 하지만 킬스트릭 덕분에 팀 데스매치 이외의 다양한 모드들(깃발 뺏기나 지역 점령 등)에서 조차도 게임 모드의 본래 목적보다 킬스트릭을 부르는게 더 중요해지는 모순된 상황이 자주 발생하기도 하였다. 이를 위해 도입된 스코어 스트릭 개념은 다양한 게임 모드의 목적에 맞는 행동들(지역 점령, 군번줄 회수 등등)을 했을 때 부여되는 점수로 장비를 부르는 방식이 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상대를 죽였을 때 얻는 스코어가 가장 안정적이라는 측면에서 스코어 스트릭은 킬스트릭의 큰 흐름을 거스르지는 못했다.


이 때문에 콜옵 멀티플레이는 스코어 스트릭 시스템을 따르든 킬스트릭 시스템을 따르든 결국은 모든 멀티플레이 모드에서 목적을 수행하는 것보다 상대를 데미지를 입혀서 마무리를 가하는게 더 중요해지는 흐름을 보여주었다. 즉, 기존 콜옵 시리즈는 협업해서 상대를 제압하는 것이 아닌 나 개인이 얼마나 상대를 압도하고 킬스트릭을 챙기는 것이 중요한 게임이었던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콜옵 멀티플레이가 오랫동안 다양한 게임 플레이 모드를 지원했음에도 불구하고 팀 데스매치 모드의 인구수가 가장 많았던 건 이 때문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블옵 4는 킬스트릭과 게임플레이의 근간을 뒤집어버린다:이제 플레이어는 상대에게 데미지를 입히고 마무리를 짓지 않아도, 팀원과 함께 동일한 스코어를 획득한다. 과거에는 어시스트 판정으로 1/2 차감되어서 스코어가 들어오던 것이 이제는 킬로 인정된다. 물론 플레이어가 복귀 메달(3번 연속 죽은 뒤, 적을 죽여서 마무리지었을 때 주어지는 메달) 등을 통해서 보았을 때, 완전히 상대를 마무리 지은 경우와 이렇게 어시스트로 킬이 인정되는 경우를 게임은 구분하기는 한다. 하지만 모던 워페어 1편 이후 근 10년 이상 '킬=상대를 마무리 지었을 때 인정되는 것'이라는 시리즈의 핵심 공식을 블옵 4는 뒤집은 것이다. 또한 게임 모드와 상황에 따라서 점수를 매기는 방식을 더 세부적으로 잘게 쪼개고, 모드의 목표에 맞는 게임 플레이를 유도하는 등 블옵 4는 이전작에 비해서 더 잘게 게임 플레이 점수 시스템을 쪼개고 죽이는 것 이외에(물론 죽이는 것 역시 매우 중요하지만) 플레이어가 목적에 맞는 행위를 하게끔 유도한다.


마지막으로 스코어스트릭 및 능력/장비 시스템의 개편이다. 블옵 4는 블옵 3의 스페셜리스트 개념을 계승 발전시킨다:스페셜리스트들은 시간에 따라 사용할 수 있는 자신만의 장비들이 있으며, 킬스트릭과 달리 일정한 시간이 흘렀을 때 무조건 사용을 보장해주는 기믹을 지니고 있었다. 즉, 블옵 3에서 스페셜리스트의 존재는 '킬스트릭 외에도 전장을 지배할 수 있는 강력한 무기'를 플레이어에게 보장해줌으로써 킬스트릭에 매몰되어 게임이 일방향적으로 흐르지 않게하는 안전장치이자 플레이어에게 게임을 지배할 수 있는 또다른 수단을 준 것이다.  하지만 블옵 3는 스페셜리스트의 능력의 선을 분명하게 그어두었다:스페셜리스트 능력은  프로펫의 템페스트나 리퍼의 사이드 같이 플레이어가 직접 조작하는 무기의 형태로 구현됨으로써 킬스트릭의 하위호환이자 플레이어가 능숙하게 조작하였을 때 최고의 효과를 발휘할 수 있게끔 설계되었다.


하지만 블옵 4의 스페셜리스트 능력은 블옵 3와 유사하긴 하지만, 완전히 다른 양태를 보여준다:우선, 장비와 능력 중 하나만 선택할 수 있었던 블옵 3와 달리 블옵 4는 기본적으로 고유 무기와 고유 장비 양쪽을 모두 사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블옵 4의 스페셜리스트 에이젝스의 경우 9연발 섬광탄을 고유 장비로, 방탄 방패와 연발 권총을 고유 무기로 사용한다. 고유 장비의 경우, 고유 무기에 비해서 더 빠르게 재충전되고 자주 사용할 수 있으며 무엇보다도 이전작들의 수류탄이나 전술 장비를 넘어서는 무지막지한 화력을 보여준다. 하지만 고유 장비보다 한술 더 뜨는 것은 고유 무기일 것이다:에이젝스의 방탄 방패와 연발 권총은 모던 워페어 3에서 나온 저거너트 리콘과 비교될 정도로 강력한 탱킹 능력을 보여준다. 하지만 10여 킬 이상의 킬스트릭을 쌓아야 얻을 수 있는 저거너트 리콘과 달리 에이젝스의 방탄 방패는 시간만 지나면 자연스럽게 얻을 수 있다. 블옵 4의 고유 무기는 킬스트릭에 필적할 정도로 강력하며, 심지어 몇몇 고유 무기(에이젝스의 방탄 방패나 노마드의 군견 소환 등등)는 이전작들의 킬스트릭에서 편입되기도 하였다. 


또한 장비 시스템도 일신되었다. 블옵 4에서는 1회 한정으로 탄환에 의한 피해를 경감시키는 방탄 갑옷이나, 고유 장비를 더 빠르게 사용할 수 있는 장비나 체력회복 주사를 더 빠른 텀으로 사용할 수 있는 스팀팩 장비 등등 이전작에서 볼 수 없는 독특한 장비들도 등장하였다. 또한 공용 부착물을 무기 레벨에 따라 해금해서 싸우던 전작들과 달리, 이제 무기는 각자 고유의 부착물 테크트리를 지니며 더 나아가서 무기의 운영 방식을 다르게 설정할 수 있는 오퍼레이터 모드를 설정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블옵 4의 장비 시스템의 변화는 기존 시리즈의 퍽과 장비 시스템의 원칙을 깨부수는 것이다:기존 콜옵 멀티플레이의 퍽과 장비 시스템의 대원칙은 플레이어가 가하는 데미지의 총량이나 받아내는 데미지의 총량 등에 영향을 크게 주지 않았다. 하지만 플레이어는 제한적이지만 추가 체력을 가질 수도 있고, 무기에 따라서는 가슴 위로 데미지를 더 줄 수 있는 추가 대구경 부착물을 부착할 수 있는 등 기존 장비 시스템에서는 미쳐 상상하지 못한 요소들이 추가가 된 것이다.


종합하여 본다면, 블옵 4의 변화점은 전반적으로 이전작들의 개인 플레이보다도 뭉쳐서 함께 협력하는 팀플레이와 게임 모드에 맞게 행동하는 플레이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물론 게임의 핵심적인 기조(빠른 페이스의 전투, 킬스트릭, 퍽과 장비의 커스터마이즈 등)는 여전하나, 플레이어가 팀을 의식하고 뭉쳐서 다니면서 서로 시너지를 내게끔 하며, 맵 리딩을 더 철저하게 하는 등의 협업이 중요한 요소로 부각된 것이다. 이전의 콜옵들의 변화가 어떻게든 콜옵의 게임 플레이 내에서 최대한 뒤틀어보는 방향이었다면, 블옵 4는 콜옵 프랜차이즈를 벗어나서 여타 다른 무언가를 받아들인 게임이다:실제 블옵4가 개발될 당시, 오버워치 등의 협동 게임을 너무 의식하고 만들어진 나머지 콜옵 스럽지 않아서 내부적으로 논란이 있었다는 루머가 있었다. 이 루머가 사실이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실제 만들어진 블옵4는 콜옵을 받아들이기 보다는 콜옵의 유전자에 다른 무언가를 뒤섞은 혼종에 가깝다고 해야할 것이다.


하지만 블옵 4의 이러한 변화는 콜옵을 계승하는 동시에, 오히려 상대를 죽이는 자가 모든 것을 독식하는 콜옵 멀티플레이의 한계를 최대한 비껴나가보고자 하는 시도였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기존 콜옵에서는 다양한 모드가 추가되었어도 결국은 팀 데스매치나 확인 사살 모드로 귀결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블옵 4에서는 강탈 모드(리스폰 없이 현금을 확보하게 상대를 제압하는 모드)나 지역 장악(티켓을 소비하며 빠르게 공수 교대를 하면서 지역을 장악하는 모드) 등의 팀 협동을 강조하는 모드들을 대거 추가하였다. 오히려 블옵 4는 콜옵이 의례 그랬듯이 '팀 데스매치'로 회귀하는 것을 피하고, 최대한 다양한 모드들이 플레이되게끔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물론 이러한 시도의 결과가 과연 성공적일지 여부는 시간만이 알려주겠지만 말이다.


결론적으로 블랙옵스 4는 콜 오브 듀티 프랜차이즈가 새로운 시대로 들어가는 시작이라 할 수 있는 게임이다. 물론, 이 게임에 들어간 요소들은 전혀 새롭지 않다:이미 오버워치나 협동이 중요한 경쟁 멀티 게임들, 심지어는 카운터 스트라이크(강탈 모드)나 PUBG 같은 게임의 요소들을 적극적으로 차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게임은 뭔가 새로운 비전을 제공하는 게임은 아니다. 하지만 콜 오브 듀티라는 정체성을 버리지 않으면서도, 어떻게든 새로운 것들을 받아들여서 자신의 것으로 승화시키고 있는 게임이기도 하다. 블랙옵스 4의 모험은 콜 오브 듀티 프랜차이즈가 아직도 유지될 수 있는지에 대한 나름대로의 해답이라 할 수 있다. 물론 모던 워페어 1편의 혁신이나 충격을 없었지만, 여기에는 트레이아크의 노련함과 콜 오브 듀티가 무엇인지에 대한 진중한 고민, 그리고 앞으로 어디로 나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방향성이 함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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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이야기


*정식 리뷰 전 메모입니다.


*스위치 버전을 기반으로 쓰여졌습니다.


격투 게임이 입문 허들이 높은 이유는 여타 게임 장르에서 찾아볼 수 없는 고유 문법이 지배하고 있다는 점, 플레이어가 인지하는 것과 다르게 게임 내 메카니즘이 작동하는 점, 마지막으로 프레임 단위로 이루어지는 공방 등에서 비롯된다. 이러한 특징들로 인해서 격투 게임 장르는 화려함과 아케이드 문화를 지배했던 전성기에 대비해서 많이 쇠퇴하였다. 하지만 인터넷 방송과 온라인 대전 환경의 조성 등으로 인해서 격투게임은 나름대로의 활로를 찾았고, 게임 장르 역시도 변화하는 환경에 맞춰서 게임을 재구성하기 시작하였다:콘솔 중심으로 돌아가는 플랫폼, 시리즈 전통을 살리면서 신규유저도 끌어올 수 있는 시스템 구축 등은 이러한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한 결과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아크 시스템이 길티기어와 블레이블루 이후, 드래곤볼 파이터즈와 블레이블루 크로스 태그 배틀을 만들면서 보인 고민도 이러한 연장선상에 놓여있을 것이다. 단순화된 기본기 콤보 루트, 콘솔 환경에 맞게끔 레버 입력을 1/4 파동권 입력만 넣고 버튼 조작도 이를 염두에 두었다는 점은  그러나 블레이블루 크로스 태그 배틀이 태그 교체와 어시스트의 조합, 크로스 콤보 등을 통해 플레이어에게 너무나 많은 선택지를 주었고, 그 결과는 너무나 복잡한 게임이 되어버렸다. 반면, 태그 배틀보다 먼저나온 드래곤볼 파이터즈는 태그 배틀과 비슷한 기믹(태그 배틀, 오토 콤보와 1/4 파동권 필살기, 단순한 기본기 콤보 루트 등등)에 기반해서 만들어졌더라도 게임 자체는 태그 배틀과는 완전히 다른 무언가가 되었다.


드래곤볼 파이터즈는아크 시스템 게임 다운 속도감에 공격쪽에 유리한 게임 시스템을 쓰고 있다:상당수의 격투 게임들이 공격 시스템과 함께 방어 시스템을 함께 조화롭게 배치하였고, 능동적인 방어 기제를 던져주었다. 예를 들어 블블 태그에서는 리젝트 가드, 모탈 컴벳 시리즈에서는 콤보 브레이크, 길티기어에서는 포트리스 가드 등 방어자가 능동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시스템들이 있었다. 드볼파도 능동적인 방어 시스템이 존재하긴 하지만(가드 캔슬이나 튕겨내기), 문제는 초대시(빠른 딜레이 캐치)와 배니시 무브(공격 캔슬+역가드 유발)에서 오는 공격적 운영의 이점이 더 압도적이기 때문에 방어적 플레이는 불리하게 구성되었다는 점이다. 대신 태그 배틀 답게 주기적으로 케릭터를 교체하면서 체력을 관리하는 것이 이 게임 공방의 핵심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점 때문에 드래곤볼 파이터즈는 한 번의 공방에서 얼마나 상대 피를 효율적으로 빼는가(혹은 교체전에 최대한 피해를 주는가) 라는 콤보에 무게가 실리게 된다. 게임은 콤보의 최적화를 위해서 플레이어가 모든 시스템을 사용하게끔 만들었으며, 플레이어의 숙련도는 이 시스템과 콤보 루트를 꿰는 것으로 나뉘어진다. 물론 초보자를 위해서 편리한 오토 콤보가 존재하며, 게임은 얼마나 빠르게 입력하느냐 보다는 정확한 타이밍에 입력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할 수 있다.


정식 리뷰까지 어느정도 걸리겠지만, 블블 태그배틀보다는 즐기기 편하고 공격 중심이다 보니 상당히 속도감 있게 게임이 전개되는 점도 있다. 스위치 버전 이식도 매우 훌륭해서 가변 60프레임이긴 하지만 게임 플레이에 전혀 지장이 없을 정도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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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이야기



*이전 글을 참조해주시길 바랍니다(http://leviathan.tistory.com/1996)

스마트 토이(위키피디아에서는 Toy-to-life라는 용어를 쓴다)는 게임과 직접적으로 상호작용하는 실물 피규어 등을 지칭한다. 장난감 산업과 게임 산업을 한데 아우른다는 측면에서 본다면, 스마트 토이는 분명 매력적인 개념이며 실물과 디지털 사이의 화학작용을 일으킬 수 있는 여지도 충분히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게임 플레이어들에게 스마트 토이란, 쉽게 이야기해서 실물로 구매하는 DLC 개념이었다:플레이어는 인터넷 마켓에서 디지털 DLC를 구매하는 대신, 실물 피규어를 구매하고 별도의 장치를 통해서 연동하면 게임이 이를 인식, 콘텐츠를 해금하는 방식이었기 때문이다. 현재 가동중인 스마트 토이 라인업들인 스카이랜더스와 닌텐도의 아미보가 이런식의 상호작용 방식을 지니고 있었다.

필자는 이전에 스마트 토이가 새로운 형태의 산업이 되었을 것이라 보았다. 실제 디즈니 인피니트가 이 시장에 뛰어들 당시만 하더라도 그러한 낙관론을 펼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디즈니 인피니트는 2013년부터 2016년까지 3년간만 라인업을 운영 후, 사업을 철수하였으며 레고 디멘션즈의 경우에는 2015년부터 2017년까지 2년간 운영 후 사업에서 손을 땠다. 가장 충격적인 부분은 디즈니 인피니트의 실패일 것이다:디즈니 인피니트는 시즌 3까지 디즈니와 픽사 애니메이션, 마블, 더 나아가 스타워즈까지 투입된 그야말로 거대한 프로젝트였다. 하지만 스타워즈 게임 부분에서 배틀프론트에 비해서 적은 돈을 벌어들였다(관련 기사)라는 분석이 나오고 3개월이 지난 후 디즈니 인피니트 프로젝트는 순식간에 폐쇄당하게 되었다.(관련기사

디즈니 인피니트의 실패에는 이유는 그들이 거둔 성공이 기대치에 못미친 점이 클 것이다. 여기에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었다. 예를 들어, 수요 공급 예측의 실패와 악성재고의 발생이라던가(첫 런칭 당시에는 공급이 수요를 따라오지 못해서 고생하였더니, 2.0 런칭 후에는 공급이 수요를 압도하는 문제가 발생하였다:예를 들어 헐크의 경우, 200만개의 피규어를 제작하였는데 실제로는 100만개만 팔렸다. 즉 100만개의 '악성재고'가 발생한 것이다), 브랜드 간의 콜라보레이션의 미미했다던가, 혹은 내부적인 이슈들이 게임에 강제되는 등 잦은 악재가 있었던걸로 보여진다(관련기사) 하지만 무엇보다도 그 기저에는 디즈니 경영진도 인정하였듯이, 스마트 토이 시장의 성장세가 한풀 꺾이고, 소프트웨어 제작 이외에 실제 피규어도 제작해야하는 원가 부담이 가장 큰 원인일 것이다.(관련기사)

스마트 토이 시장이 주춤하게 된 것은 실제 스마트 토이 자체가 게임 관점에서 DLC를 번거롭게 물리적으로 구매하는 것 그 이상이 되지 못했다는 점이 클 것이다:디즈니 인피니티는 분명 엄청난 잠재력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게임을 즐기는 방법에서 혁신적이지 못하고 구태의연하였으며, 실물을 팔아야 한다는 리스크를 관리하지 못했기 때문에 실패하였던 걸로 보여진다. 

그렇기 때문에 사실상 스마토 토이 라인업 중 살아남은 건 아미보 뿐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스카이랜더스는 2016년 이후로 신작이 나오고 있지 않음으로...살아있다고 표현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흥미롭게도, 아미보 라인업은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2016년까지 3900만개의 아미보와 3000만개의 아미보 카드가 출하되었고(위키피디아), 회계년도 2017년 3월에서 2018년 3월까지 결산 시에는 약 1030만개의 아미보와 580만개의 아미보 카드가 출하되었다고 밝혔다.(관련기사) 물론 때에 따라서 아미보 라인업이 어느정도 부침을 겪은 것은 사실이지만, 적어도 다른 경쟁자들과 달리 사업 자체를 접는 것을 고려해야할 정도는 아닌 것으로 보여진다.(2017년 관련기사)

어째서 아미보는 여전히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을까. 여러가지 원인이 있을 것이다. 애시당초에 닌텐도 하드웨어(NFC를 인식할 수 있는)에서부터 소프트웨어까지 아미보를 인식하고 게임을 만든 부분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몇몇 경우 아미보라는 스마트 토이의 콘텐츠가 여타 스마트 토이 라인업보다 독특한 방법으로 콘텐츠를 즐기게끔 만들어준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예를 들어 스플래툰 2의 경우, 스플래툰 보이나 걸 아미보를 연동시키면 특전 기어를 주는 것과 함께 플레이어의 복장을 입고 함께 사진을 찍을 수 있게끔 만들어준다. 야생의 숨결에서 황혼의 공주 아미보를 연동하면, 그림자 늑대가 나와서 아이템을 찾아주거나 하는 등의 소소한 이점을 제공하기도 한다. 

아미보는 단지 콘텐츠를 양적인 방향에서 늘리는 것이 아닌, 질적인 부분들(콘텐츠를 바라보거나 즐길 수 있는 새로운 각도)을 늘려주며, 게임들을 넘어서 서로 대응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물론, 대부분의 아미보 대응 게임들은 양적인 콘텐츠를 늘려주는데 집중한다는 것도 간과할 수 없지만 말이다. 그러나 여타 스마트 토이 라인업이 하나의 게임 = 하나의 스마트 토이 라인업만 1대1로 대응되는데 비해서, 아미보는 1대다 대응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매력적인 부분도 있다:일례로 플레이어는 하나의 아미보를 파이어 엠블렘 무쌍와 대난투, 심지어는 디아블로 3 스위치 버전에도 쓸 수 있다. 적절한 조형과 가격, 닌텐도 차원에서의 전폭적 지원, 더 나아가 여러 게임에서 범용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아미보는 여타 스마트 토이가 갖지 못하는 매력을 지녔다.

하지만 닌텐도의 아미보 운영의 화룡점정은 대난투다:아미보를 통해서 대응되는 케릭터를 성장시키고, 플레이어의 분신처럼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상당히 인상적인 경험이었다. 여타 아미보 기믹들이 복장을 추가하거나, 게임 콘텐츠에 새롭지만 소소한 추가 요소를 늘려주는 방식이었다면 대난투는 '게임이 피규어를 통해서 물화된다'라는 양방향적인 교류를 보여주었다. 어떻게 본다면, 스마트 토이가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최대한으로 보여준 셈이었다.

그런 점에서 스타링크의 등장은 다소간 뜬금없고, 위험해보인다:심지어 디즈니 인피니트가 디즈니 프랜차이즈를 등에 업고도 거꾸러지는 모습을 보여주었는데, 신생 IP가 대담하게 스마트 토이 제품을 들고 시장에 도전한 것이다. 심지어 게임은 컨트롤러 위에 엄청나게 거대하고 무식해 보이는 추가 컨트롤러를 얹기까지 하였다. 누가봐도 무모한 도전이지만, 스타링크에는 나름대로 포인트들이 있다:우선, 게임 자체의 콘텐츠를 양적으로 늘려주는 방향이 아니라 질적(게임 플레이 스타일 같은)으로 늘려주는 방향을 선택했다던가, 노맨즈 스카이의 플레이 콘셉트(행성 탐험, 전투, 행성간 이동 등)를 가진 캐주얼한 오픈월드라는 점 등에서 기본적인 게임으로써의 요소를 갖추려고 했다던가 말이다. 심지어 실물 피규어 없이 DLC로 피규어 콘텐츠를 언락하게끔 한다던가 등의 방법은 스마트 토이 게임들에서 찾아볼 수 없었던 새로운 시도였다. 또한 장난감에 조립식 모듈형 기믹을 더해준 점도 상당히 독특한 부분이었다.

여기에 스타링크는 스타폭스를 콜라보레이션 하였다. 상당히 충격적인 콜라보레이션이지만, 스타링크는 스타폭스 인원들의 전용대사와 상호작용 대사, 전용 미션 등을 투입하여서 본격적인 콜라보를 구성하였다. 우습게도, 스타폭스의 존재로 인해서 스타링크의 모든 콘텐츠를 온전하게 즐길 수 있는 것은 닌텐도 스위치 버전이 되었으며 '스타폭스 프랜차이즈가 아니지만 모든 스타폭스 팬들이 원하는 그 게임'이 되어버린 측면도 있다. 그러나 스타폭스 콜라보레이션은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였다. 신생 스마트 토이 프랜차이즈가 스타폭스라는 기존 거대 프랜차이즈와 높은 시너지 효과를 내면서 주목을 끈 덕분에, 오래된 닌텐도 커뮤니티 측에서는 한번씩 스타링크를 언급하면서 기대감을 증폭시켰기 때문이다.

물론 스타링크에 대한 걱정과 기대는 반반이라 할 수 있다. 우선 스마트 토이를 연동시키는 방법이 겉보기에도 대단히 거추장스러울 뿐만 아니라, 게임 내부의 오픈월드를 즐길 수 있는 콘텐츠 분량이나 스마트 토이를 실제 구매했을 때의 이점들 등이 불분명하기 때문이다. 실제 뚜껑을 열어보기 전까지는 판단을 유보하는 쪽이 현명할 것이다. 그러나 스타링크는 스마트 토이 시장에서 찾아볼 수 없었던 본격적인 오픈월드 슈터 장르 게임이기 때문에 성패의 귀추에 따라서 침체된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어 줄 수도 있을지 모른다.



스타링크는 10월 16일 발매 예정이며,
한국판은 발매 예정이지만 자세한 일정은 알려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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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이야기


*스포일러 있습니다.


스퀘어 에닉스의 RPG 프랜차이즈 라인업은 두가지로 나뉜다:첫번째는 파이널 판타지 같이 대자본이 들어가는  게임이고, 두번째는 실험적이고 복고적인 컨셉의 게임이다. 여기서 눈여겨 봐야하는 것은 두번째 부류의 게임들이다. 전자의 부류가 미래를 바라보고 비전을 추구하였다면, 후자는 과거의 명작 게임들을 벤치마킹하면서 복고적인 분위기를 추구하였다. 이는 자사 브랜드를 관리하기 위한 전형적인 투트랙 전략이라 할 수 있으며, 후자의 경우는 대다수는 아니지만 확고한 취향을 갖고 있는 플레이어를 공략하기 위한 브랜드라 할 수 있다. 


근래 스퀘어 에닉스의 틈새 시장을 공략하는 브랜드 중 가장 대표적인 예는 브레이버리 디폴트 시리즈일 것이다:파이널 판타지 외전 빛의 4전사를 모티브로 만들어진 실리콘 스튜디오의 브레이버리 디폴트는 고전적인 아트워크와 스토리라인과 함께 파이널 판타지의 잡 시스템에 브레이브/디폴트이란 턴 전투의 새로운 해석을 차용하였으며, 여기에 기존의 RPG에서 찾아볼 수 없는 흥미로운 멀티플레이 요소를 도입하였다. 또한 게임 체험판을 사전에 배포하여 플레이어들의 피드백을 본편에 반영하는 등 상당히 독특한 전략을 취하였으며, 그 결과는 대흥행까지는 아니더라도 수많은 플레이어를 매료시키고 평단의 좋은 반응을 일으키기에 충분하였다. 그외에도 사가 스칼렛 그레이스와 여기서 다루고자 하는 옥토패스 트래블러도 이 부류에 들어갈 것이다.


옥토패스 트래블러가 처음 공개되었을 당시에는 사람들은 상당히 엇갈리는 반응을 보였다. 분명 트레일러에서 보여준 부분은 복고 지향이라는 것을 확실히 알 수 있었지만, 이 게임이 어느정도 규모의 게임인지(풀 프라이스? 아니면 인디 게임과 같은 소품류?) 알 수 없었고 안그래도 성능과 관련된 이슈들이 불거지면서 스위치에는 제대로 된 그래픽과 스케일의 RPG 하나 안나온다는 반응이 나오기도 하였다. 하지만 옥토패스 트래블러는 브레이버리 디폴트와 같이 게임 체험판을 공개하고 어떤 게임인지 대중에게 게임 플래이로 어필하기 시작하면서 사람들의 관심과 반응을 조금씩 끌어모으기 시작하였다. 발매 이후, 다소 호불호가 엇갈리는 분위기가 있었긴 하지만, 옥토패스 트래블러는 전세계 100만장 이상의 판매고를 올렸다. 신규 IP 치고는 괄목할만한 성과였으며, 기본적으로 옥토패스 트래블러가 매력적인 게임임을 반증하는 부분이라 할 수 있다.


옥토패스 트래블러는 8명의 주인공의 8개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으며, 고전적인 턴제 전투를 기반으로 하고 있는 RPG다. 우선 눈여겨 봐야하는 점은 옥토패스 트래블러의 구성이다. 게임은 서로 다른 테마를 가진 8명의 주인공이 각자의 모험을 펼치는 옴니버스식의 구성을 취하고 있다. 한 케릭터 당 스토리는 4챕터로 구성되어 있으며, 하나의 챕터는 약 한시간 정도의 분량의 컷씬과 던전으로 구성되었다. 4시간은 RPG 스토리로서 절대적으로 짧은 쪽에 속하지만, 8명의 이야기인 만큼 전체 스토리 클리어까지 32시간이 걸린다는 것은 의외로 긴 분량을 자랑한다. 이러한 시도 자체는 근래 찾아보기 드문 독특한 시도할 수 있다.


하지만 옥토패스 트래블러의 실험은 전혀 근거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사가 시리즈나 라이브 어 라이브 같이 실험적인 구조이긴 했지만 하나의 큰 이야기가 아닌 케릭터와 테마를 긴밀하게 엮어서 이야기를 전개하는 방식은 이전에도 존재했었던 방식이다. 이는 RPG라는 장르에 있어서 중요한 부분이기 때문이다:이들 게임들은 거대한 세계와 플레이어가 상호작용하며 그야말로 이야기에 있어서 역할Role을 강조하는 RPG 장르 특성에 초점을 맞춰서 플레이어의 분신이 되는 케릭터를 중심으로 게임의 모든 것을 구성한 것이다. 일찍이 사가 시리즈가 시리즈의 정체성을 '사람의 이야기'에 초점을 맞췄던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이러한 흐름은 절대로 주류가 될 수 없었다. 이유는 단순하게도 다양한 케릭터와 관점에 초점을 맞춰서 세계와 이야기를 구성하는 순간, 구성해야하는 게임 콘텐츠가 여타 게임보다 배로 늘어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사가 최신작 스칼렛 그레이스의 경우에도, 모든 이야기를 다 보고 사건의 진상에 접근하려면 총 4회차를 클리어해야하며, 이는 요즘 게임의 트랜드에 정면으로 반하는(10~20시간 내외에서 클리어 가능한 싱글플레이 게임) 부분이다.


옥토패스 트래블러의 실험은 이러한 고전의 흐름을 어떻게든 현대적으로 재해석해서 할 수 있는 수준으로 다듬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옥토패스 트래블러에 있어서 각각 케릭터들은 테마를 대표한다. 이들 테마는 단순하지만 확고하다:복수, 공동체의 헌신, 구원, 신뢰 등등 모든 테마들은 클리셰적이며 모든 이야기는 예측가능하다. 그러나 클리셰라 해서 이야기의 뒤가 궁금해지지 않는 것은 아니다. 전반적으로 옥토패스 트래블러의 각 케릭터별 이야기들은 단순하지만 잘 작동하는 편이다. 그리고 몇몇은 상당히 인상적이기도 하다:예를 들어 프림로즈의 스토리 라인의 경우, 아버지의 복수를 실행하는 강인한 여성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이야기는 원수들을 하나씩 추적해서 죽인다는 류의 단순한 이야기지만, 이야기의 마지막에 복수를 위해서 인내했던 괴로움에 대해서 다뤄내면서 이야기에 나름대로 쓴 맛을 더해주고 있다. 각각의 케릭터들은 이야기를 통해서 자신만의 개성을 갖게 된다.


옥토패스 트래블러는 여기에 독특한 기믹을 부여한다. 옥토패스 트래블러는 각 케릭터들마다 갖고 있는 고유한 패스 액션이란 기믹을 통해 게임 내의 세계와 상호작용하는 체계를 만들었다. 예를 들어 학자인 사이러스는 관찰을 통해서 각 NPC들의 뒷 이야기들을 알아낼 수 있고, 올베릭은 NPC에게 결투를 걸어서 상대를 쓰러뜨릴 수 있다. 옥토패스 트래블러에서 이러한 과정들은 과거 RPG에서 경험했던 요소들을 독특한 방식으로 재해석한 것이라 할 수 있다:과거 RPG에서 사람들은 길거리에 있는 NPC들에게 말을 걸어서 게임에 대한 정보와 세계에 대한 이야기를 얻어내고는 하였다. 옥토패스 트래블러에서도 패스 액션은 마을에 있는 사람들에게 말을 걸어서 발동시킬 수 있고, 이는 단순하지만 직관적이며 잘 작동한다. 패스 액션은 일견 단순해보이지만, NPC들과 세계에 대한 뒷 이야기를 다룬다는 점에서 게임의 세계와 테마를 확장하는 역할을 잘 수행한다.




전투는 옥토패스 트래블러에 있어서 가장 핵심적인 콘텐츠이다. 옥토패스 트래블러의 전투는 턴제를 기반으로 8명의 케릭터 중 4명의 케릭터를 조합하여서 파티를 짜서 진행하게끔 되어 있다. 전반적으로 고전적인 턴제 전투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게임으로, 흥미롭게도 같은 유통사의 다른 개발사(옥토패스 트래블러는 천주와 아키바 시리즈의 어콰이어가, 브레이버리 디폴트 시리즈는 실리콘 스튜디오가 만들었다)와 유사한 컨셉을 보유한다. 하지만 세부적인 부분에서 옥토패스 트래블러는 브레이버리 디폴트 시리즈와 다르다. 브레이버리 디폴트 시리즈의 전투 개념은 한 턴의 시간 및 기회의 확장을 통해서 이루어진다:게임의 전투는 브레이브 액션과 디폴트 액션을 통해 한 턴에 여분의 행동을 소비하거나 다음 턴을 위해 행동을 저축하는 등, 일종의 턴에 대한 부채와 수입을 관리하는 것이 핵심이다. 그렇기 때문에 한 턴에 정말로 다양한 행동들이 이루어지며, 어떤 행동은 여러 개의 턴(또는 브레이브 액션)을 소비하기도 한다. 


그러나 옥토패스 트래블러는 한 턴에 얼마나 많은 행동을 할 수 있는가? 가 아닌, 한 턴에에 얼마나 플레이어의 행동을 응축하는가가 관건이다. 게임에서 한 턴에 할 수 있는 행동은 하나뿐이다. 그러나 플레이어는 턴마다 쌓이는 BP를 소비해서 이 행동의 효과를 스케일링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BP를 소비하지 않으면 가해지는 데미지가 300정도 수준이라면, BP를 최대로 소비하였을 때 플레이어가 가할 수 있는 데미지는 1200 정도 수준으로 데미지가 스케일링 된다. 이처럼 한 턴에 얼마나 행동을 효율적으로 응축시키는가가 전투 시스템의 핵심이다.


이를 위해서 브레이크 개념은 매우 중요하다:모든 적들에게는 약점이 있고, 이 약점에 데미지를 가해서 방어를 벗겨내면 적은 한 턴 동안 행동 기회를 잃고 스턴이 걸리게 되며 데미지가 강하게 들어간다. 하지만 이 게임에서 약점을 벗겨내는 행동에는 제한이 있다. 물리속성의 공격은 각 약점별로 최대 4회(스킬의 경우, 더많은 회수로 공격할 수 있지만 명중률이 보장되지 않고 되는 무기가 있고 안되는 무기가 있다)뿐이며, 마법으로는 2~3회가 최대다. 이 회수를 유념하여 케릭터 조합을 짜는 것이 중요하다. 


약점을 찌르기 위해서는 케릭터와 잡 조합을 전략적으로 짜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옥토패스 트래블러는 브레이버리 디폴트와 비슷하게 잡 시스템을 차용하고 있다. 하지만 브레이버리 디폴트는 두개의 잡을 자유롭게 조합할 수 있지만, 옥토패스 트래블러에는 케릭터 기본 잡 이외에 하나의 잡만 착용할 수 있으며 각 케릭터별로는 중복된 잡을 부여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파티를 짤 때 케릭터들과 잡의 조합을 신중히 고려해야한다. 특히 잡별로 공략할 수 있는 약점들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각각의 파티는 케릭터별로 역할을 분명히 정하고 컨셉을 맞춰야 한다. 이렇게 케릭터의 컨셉을 공고하게 잡고 파티를 구성하는 것은 이 게임에 있어서 상당히 재밌는 부분이다.


이렇게 옥토패스 트래블러의 전투는 몇몇 제약조건들을 부여함으로써 플레이어가 신중하게 전투를 진행하게끔 만들었다. 특히 보스나 적들의 기믹들이 다양하고, 고전적인 RPG에서 찾아볼 수 있는 즉사나 상태이상 패턴 등은 단순히 강력한 화력으로 전투를 압도할 수 없게끔 구성해놨다. 게임을 최대한 풀어나가기 위해서 게임 내 시스템을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는 점에서 옥토패스 트래블러의 전투는 매력적이다.



하지만 옥토패스 트래블러에는 많은 리뷰어와 플레이어들이 지적한 심각한 문제가 있다:그건 바로 8명의 주인공들이 서로의 이야기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엄밀하게 이야기한다면, 이들은 서로의 스토리와 행적에 대해서 나름대로 이야기를 하고 의견을 교류한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곁다리에 불과하며, 정해진 조건에서 버튼을 눌러서 확인하지 않으면 이벤트를 확인할 수도 없다. 중요한 점은 8명의 주인공들의 메인 스토리에는 서로 영향을 미치는 요소가 전무하며, 8개의 스토리는 완벽하게 별개의 이야기로 구성되었다. 사가 시리즈나 라이브 어 라이브 같은 게임들이 다양한 케릭터들의 이야기들이 한 데 모여서 거대한 이야기를 구성하였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옥토패스 트래블러의 이야기는 게임 전체를 관통하는 테마가 부족하다는 문제가 있다. 물론 히든 보스의 존재와 맞물린 이야기를 통해 모든 케릭터의 스토리가 이어져있다는 것을 분명하게 밝히기는 하지만, 그러한 반전이 드러나는데는 너무나 오랜 시간이 걸리는 문제가 있고 반전의 존재에도 불구하고 통일된 테마를 구성하지 않는다는 점은 인정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게임의 근본적인 한계다:옥토패스 트래블러는 애시당초에 거대한 게임으로 만들어지지 않았다. 게임을 플레이하다보면 게임의 작은 스케일이 느껴지는 부분들이 많다. 마을의 숫자나 NPC의 숫자, 던전의 규모 등등은 게임이 상당히 작게 만들어졌음을 시사한다. 물론 전투 중에 조우하는 적들이나 적들의 패턴들, 보스의 패턴들은 다양한 편이긴 하다. 하지만 적들이나 플레이어의 케릭터들은 그대로 서있고, 복잡한 애니메이션 없이 이펙트만 움직이는 형태의 그래픽 구조다 보니 게임에 있어서 아이디어는 많이 들어갔을지언정 예산이나 시간이 많이 투자되었다고 보기 힘든 부분이 있다. 


한 케릭터 당 여타 케릭터의 개입없이 4시간이라는 스토리를 할당한 것도 이러한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최대한으로 보여진다:한 케릭터를 설명하고 완결짓는데는 4시간이면 충분하다. 하지만 다른 케릭터가 개입하면 어떻게 될까? 8명의 케릭터가 서로의 스토리에 개입하여 이야기가 복합적인 형태로 구성된다면 단순하게 경우의 수만 따져봐도 엄청날 것이며 이에 요구되는 스크립트나 콘텐츠의 분량도 엄청나게 증가할 것이다. 옥토패스 트래블러는 대신 콘텐츠의 단순함을 숨기기 위해서 레벨링 구간을 도입하였는데, 스토리 별로 권장 레벨을 설정해두고 8명의 케릭터를 고루 키워서 게임을 진행하게끔 강제하였다. 또한 패스 액션 등의 NPC와의 상호작용, 서브퀘스트 라인의 불친절한 부분은 단순하지만 플레이어가 모든 것을 일일이 하나씩 눌러보고 실험할 수 밖에 없는 구조를 채택하여 필연적으로 시간이 소비되게끔 만들었다. 하지만 이러한 부분들은 예산이 적게들어간 부분을 숨기기 위한 속임수 장치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그러한 속임수들이 잘 작동하여서 게임을 끝까지 플레이하게 만드는 것은 제작자들의 노련함이 묻어나오는 부분이다.


그렇기 때문에 옥토패스 트래블러의 이러한 부분들은 분명 호불호가 심하게 갈릴 수 있다:사람들은 분명 RPG에 있어서 하나의 테마와 거대한 이야기, 클라이맥스를 즐기고자 한다. 플레이어 자신의 행위로 인해서 거대한 세계가 바뀌고 여운에 잠기는 것, 그것이 RPG를 끝까지 플레이하게 만드는 핵심 동력이다. 하지만 옥토패스 트래블러에는 그러한 요소가 부족하다. 8명의 케릭터들의 이야기는 충분히 매력적이고 잘 작동하지만, 굳이 그걸 8명이나 집어넣을 필요가 있었느냐는 생각이 드는 것도 어느정도 사실이기도 하다. 오히려 8명이기 때문에 이야기가 더 산만해지지 않았나라는 의구심도 있고, 숫자를 줄이고 더 집중하였으면 더 매력적인 게임이 되지 않았을까라는 생각도 들기도 한다. 


그래픽과 BGM 측면에서 옥토패스 트래블러는 상당히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우선 이 게임은 도트풍의 그래픽 스타일을 지향하지만, 언리얼 4 엔진을 사용하고 있다. 상당히 괴리감이 느껴지는 부분이긴 하지만, 전투 이펙트나 브레이크 시의 이펙트를 생각해보면 일견 납득되는 부분들도 있다. 게임은 애니메이션을 최대한 적게 쓰되, 플레이어가 극적으로 느낄만한 부분(브레이크 시의 이펙트라던가)에는 상당한 노력과 정성을 들여 연출과 이펙트를 구성하였다. 덕분에 분명 도트풍의 복고적인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매우 인상적인 그래픽을 보여준다. BGM은 연출의 고양감을 한껏 끌어올리고 있으며, 한 곡 한 곡 버릴것 없이 매우 인상적이다.


결론적으로 옥토패스 트래블러는 게임의 특징(옴니버스+소소한 규모)을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다면 구매를 강력하게 추천하는 타이틀이다. 이 게임에는 거대한 규모는 존재하지 않지만, 모든 것은 계획된 대로 잘 작동되는 편이다. 하지만 거대한 규모의 게임을 원하거나 하나의 통일된 이야기를 원한다면, 이 게임을 선택하는 것은 그렇게 현명한 선택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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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이야기



*스포일러 있습니다.


락스테디 게임즈가 만든 배트맨 아캄 시리즈가 게임 업계 및 서브컬처 전반에 끼친 영향은 막대했다. 이전까지 나왔던 많은 케릭터 게임들은 영화나 만화의 마이너 타이업 게임으로써 프랜차이즈의 이윤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갔다. 하지만 아캄 시리즈는 모든 것을 뒤집어 엎었다:아캄 어사일럼은 처음 등장하였을 시, 오롯이 '배트맨이란 케릭터는 누구인가'에 초점을 맞춰놓고 게임을 구성하였다. 전투와 잠입, 수사 등의 다양한 요소들은 새롭지는 않았지만 배트맨이라는 케릭터와 맞물리면서 유기적인 시너지를 냈었고 아캄 시티에서 아캄 나이트로 이어지면서 이야기를 발전시키고 3부작을 훌륭하게 마무리 지었다. 아캄 시리즈의 성공은 수많은 미국 만화 팬들의 가슴에 불을 지피기에 충분하였다:과연 아캄 시리즈의 성공이 다른 만화 케릭터로 옮겨갈 수 있을까? 배트맨이 그러했었던 것처럼 다른 만화 케릭터를 플레이어가 조작하고 경험해볼 수 있을까?


마블의 스파이더맨(2018)은 아캄 시리즈를 염두에 두고 만들어진 작품이다. 이전에도 스파이더맨은 게임들이 있었다:소니에서 나왔던 영화 삼부작에 맞춰서 게임이 나오거나, 쉐터드 디멘션즈, 레고 마블 히어로즈 시리즈나, 이런 게임들은 항상 있어왔다. 하지만 영화나 만화의 타이인 작품이 아닌, 독자적인 세계관을 구축하고 트리플 A의 규모에 맞춰서 게임을 만든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다:스파이더맨을 개발한 인섬니악 게임즈는 이미 라쳇 앤 클랭크나 인퍼머스 같은 프랜차이즈로 검증된 커리어를 갖고 있으며, 업계에서는 소니의 퍼스트 파티라는 타이틀과 이점을 갖고 있는 회사였다. 락스테디가 아캄 시리즈 이전까지 크게 유명하지 않았다는 것을 생각해본다면, 마블의 스파이더맨은 배트맨과 아캄 시리즈로 선두를 빼앗긴 마블이 절치부심하고 소니와 합작하여 만들어낸 작품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게임의 완성도 역시 들어간 노력과 자본에 아깝지 않다고 평할 수 있다.


마블의 스파이더맨은 기본적으로 오픈월드의 장르를 취하고 있다. 게임은 뉴욕이라는 도회적인 세계를 구축하고, 여기저기 할 거리를 흩뿌리고 플레이어가 자유롭게 할 거리를 선택하게 만드는 구조다. 하지만 일반적인 오픈월드 게임에 비해서는 다소 간소화된 부분들이 있다:예를 들어 GTA5의 경우, 플레이어는 군중 속의 일원으로 거리를 함께 누비며 사고를 치거나 운전을 하거나 등의 활동을 한다. 하지만 스파이더맨의 경우에는 군중의 일원이 아닌 마천루의 꼭대기에서 거리를 내려다 보는 영웅 스파이더맨으로써 활동한다. 콘텐츠의 많고 적음을 떠나, 군중과 상호작용 요소가 대부분 삭제되었기에 일반적인 오픈월드 게임과는 다소 다른 부분이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점에서 본다면 마블의 스파이더맨은 일반적인 오픈월드 게임보다는 아캄 시리즈, 특히 아캄 나이트의 고담 시와 상당히 유사한 측면이 있다:아캄 나이트에서 고담 시에는 군중이 존재하지 않으며, 도시는 거대하고 할 것들은 많지만 개발자들이 기획 해놓은 방식으로만 플레이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다소 정형적인 부분들이 있다. 스파이더맨 역시도 마찬가지다. 기본적으로는 오픈월드의 구조를 취하고 있지만, 콘텐츠의 배분이나 소비 구조는 기획자가 설정해놓은대로만 즐길 수 있다는 측면에서 아캄 나이트를 연상케하는 구석들이 많다.


그러나 스파이더맨은 아캄 나이트, 아니 여타 오픈월드 게임이나 케릭터 게임 등을 넘어서는 매력적인 장점을 갖고 있다. 그것은 바로 스파이더맨의 전매 특허인 거미줄을 활용한 파쿠르 요소다. 원작 만화에서 스파이더맨은 마천루 사이로 거미줄을 쏘면서 자유롭게 이동한다:스파이더맨은 때로는 투석하듯이 웹슬링을 하거나, 짧게 거미줄을 쏴서 자신을 끌어당기거나, 양 손과 거미줄을 이용해서 자신의 몸을 급격하게 끌어당기는 등의 자유로운 움직임을 보여준다. 이러한 스파이더맨의 움직임은 마천루라는 도회적인 풍경과 맞물려 오랜 시간동안 수많은 사람들을 매료시켰지만, 게임으로 구현하기 어려웠다는 문제가 있었다. 인섬니악은 바로 이 부분에서 트리플 A 급 게임 다운 발상으로 문제를 해결하였다:마블의 스파이더맨 2018은 모든 도시의 빌딩에 상호작용할 수 있는 난간 등의 디테일을 집어넣고 플레이어가 자유롭게 행동할 수 있게끔 만들었다. 하지만 인썸니악 게임즈는 스파이더맨을 통해 단순히 난잡하게 디테일으로만 채워넣은 것이 아닌, 직관적인 조작으로도 다양한 동작을 수행할 수 있게끔 만들어서 단순히 움직임만으로도 즐거운 게임을 만들어내었다.


스파이더맨의 파쿠르 요소의 핵심은 '가속도를 유지하는 것'이다. 그리고 파쿠르는 이러한 요소를 감안하여 설계되어 있으며, 사용하는 버튼에 따라서 크게 3가지 범주로 구성되어 있다. 우선 스파이더맨은 오른쪽 트리거 버튼을 이용해서 기본적인 파쿠르와 웹슬링 상태로 이행할 수 있다. 이 상태에서는 플레이어가 공중에서 거미줄을 쏘아 진자 운동을 하며, 가속을 얻으면 얻을수록 더 멀리 더 빠르게 이동할 수 있는데 이것이 기본적인 이동의 핵심이다. 또한 이 상태에서 벽을 타고 오를 수도 있다. 하지만 웹슬링은 주변 지형에 영향을 강하게 받고, 주변에 높은 건물이 없거나 웹슬링을 사용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할 때가 있다. 본 게임에서 가속은 고도와 밀접한 연관이 있기 때문에, 최대가속을 유지하기 위해서 고도를 유지하는 것은 중요하다. 이 때 사용하는 것이 점프(X) 버튼을 이용한 웹 집이다. 웹 집은 주변의 높은 지형지물이 없어서 웹슬링 상태로 이행하지 않더라도,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최대 고도를 유지하는데 도움을 준다. 또한 빌딩을 타고 달릴 때, 맨 끝 난간에서 X버튼을 타이밍 좋게 누르면 달리던 속도를 유지하면서 옥상 층을 빠르게 빠져나갈 수 있다. 


마지막은 난간이나 돌출부를 오른쪽+왼쪽 트리거를 눌러서 끌어당겨서 수평하게 먼거리를 이동하는 방법이다. 이 방법은 속도를 빠르게 얻을 수 있지만, 최고 속도를 얻는데 상당한 조작을 필요로 하며(타이밍 좋게 X를 눌러야 한다던가), 고도를 유지하지 못한다는 문제가 있기 때문에 웹슬링이나 벽타기를 통해 고도를 끌어올리거나 웹집으로 고도를 유지해줄 필요가 있다. 종합하자면 플레이어는 최고 속력을 유지하기 위해서 모든 파쿠르 요소들을 종합적으로 사용해야 하며, 게임은 이를 직관적으로 구성하였다. 특히 어크의 원버튼 파쿠르와 비교해보자면 스파이더맨의 파쿠르 시스템은 상당히 흥미롭다 할 수 있다:버튼 하나로 파쿠르 모드로 나뉘어지는 어크는 벽타기 등의 파쿠르가 상당히 단순화되었다. 무언가 자유롭게 할 수 있는것처럼 보이더라도, 어크는 플레이어가 잡을 수 있는 난간이나 뛰어넘을 수 있는 플랫폼이 정형화되어 있다. 그러나 스파이더맨은 파쿠르 요소를 3 버튼으로 쪼게서 플레이어가 조작하는 요소를 늘리는 동시에, 직관적으로 접근한 덕분에 조작이 난잡하지 않으면서 다양한 것을 시도할 수 있게끔 만들었다. 그리고 스파이더맨은 이러한 시스템을 통해 더이상 정해져있는 난간이나 플랫폼에 얽메일 필요 없이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게 되었다. 이 덕분에 스파이더맨은 그저 빌딩 사이를 움직이는 것만으로 즐겁다. 


스파이더맨의 전투 시스템은 아캄 시리즈의 프리플로우 시스템을 따르고 있다. 플레이어는 주먹 버튼을 누르는 것만으로 전투 중 물흐르듯이 매우 간단하게 적을 공격할 수 있다. 하지만 스파이더맨은 아캄 시리즈를 그대로 이식하지 않고, 전투에 3차원 공간 개념을 도입함으로써 아캄 시리즈와 차별화된 모습을 보여준다. 우선 플레이어는 에어 런치로 적을 공중에 띄워넣고 공격을 가할 수 있는데, 이는 아캄 시리즈보다는 데빌 메이 크라이 등에서 찾아볼 수 있는 스타일리쉬 액션 개념에 가깝다. 물론 별도의 조작없이 버튼을 길게 누르는 것만으로 적을 띄울 수 있고, 살짝 텀을 두고 공격을 누르는 것만으로 공콤이 이어지게끔 설계되어 있기 때문에 게임의 일부로써 훌륭하게 작동하고 있다.


스파이더맨에서 공중전은 단순히 스타일리쉬한 게임 플레이를 넘어서 시스템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우선, 게임은 아캄 시리즈와 달리 총을 든 적들이 많이 나오기 때문에 총의 사선에서 벗어나야하는 순간이 많다. 또한 위협적인 적들을 피하고, 한 명을 집중공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일종의 CC의 역할을 하기도 한다. 처음에 아캄 시리즈를 하듯이 플레이를 하면(회피 위주의 지상전 플레이), 게임은 다소 어렵게 느껴질 구석이 많다. 피하기 어려운 공격들이 많이 들어오기 때문이다. 하지만 적을 공중으로 끌어올려서 한 명씩 격파하고, 공중 회피를 자주 사용한다면 난이도가 그럭저럭 할만한 수준까지 떨어지게 된다. 기본적으로 스파이더맨은 3차원의 공간에서 전투를 할 것을 요구하며, 그 배경으로 거대한 필드나 입체적인 공간들(빌딩 옥상이나 이런 곳)을 제공하며 자유로운 움직임을 구사하기 때문에 전투는 아캄이나 여타 게임들과 비교하여 자유롭고 상쾌한 느낌이다.


스파이더맨은 또한 웹슈터 이외에도 다양한 도구들을 이용해서 전투를 풀어나갈 수 있으며, 이는 상당히 중요하다:적의 체력과 상관없이 적을 바닥이나 벽에 거미줄로 고정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도구 하나 하나의 성능은 매우 뛰어나며, 쓰는 재미가 있지만 다양한 도구를 조합해서 사용하는 것은 상당히 불편하게 구성되어 있다. 우선 도구 휠을 띄워서 도구를 일일이 지정해줘야 하는 부분이 있고, 웹슈터를 제외하면 도구들은 무작위로 보충되기 때문이다. 자주 쓰는 도구 몇개라도 단축키로 지정해놓고 빠르게 불러낼 수 있었다면, 다양한 방법으로 전투를 이끌어나갈 수 있었을 건데 아쉬운 부분이 있다.


스토리 부분에서 마블의 스파이더맨은 아캄을 훌륭하게 벤치마킹하였다. 아캄 시리즈의 근본적인 테마는 배트맨이 누구인가?이다. 이 테마를 위해서 배트맨의 대적자들인 빌런을 배치하고, 배트맨에게 개인적인 재난과 시련을 주고 그것을 극복하는 과정을 통해 확고한 케릭터를 정립한다. 스파이더맨도 유사하다. 게임은 존경했던 멘토 옥타비아누스가 어떻게 망가지게 되는지, 실제 악이라 할 수 있는 오스본은 처벌받지 않고, 스파이더맨의 소중한 사람들이 위협받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소시민 피터 파커와 스파이더맨의 고뇌를 동시에 다뤄내고 있다. 게임이 전반적으로 빌런을 아껴서 아쉽다는 느낌은 있지만, 큰 틀에서의 스토리는 스파이더맨이란 영웅이 어떤 존재인지를 잘 설명하고 있다.


이렇게만 본다면 스파이더맨은 훌륭한 트리플 A 게임의 모범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스파이더맨에는 게임 외적으로 치명적인 문제가 있다:그것은 바로 아캄 시리즈를 너무 의식하고 벤치마킹한 나머지 몇몇 부분에서는 카피켓이라 할 수 있을 정도고 게임을 배낀 것이다. 트리플 A 게임은 자본이 많이 들어가기에 실패하지 않기 위해서 성공한 작품의 공식을 이식하는 것은 상당히 흔한 일이다. 하지만 유비소프트의 게임 프랜차이즈들이 서로를 모방하고 배끼더라도, 어느정도는 프랜차이즈의 성격에 맞게 시스템을 개수하는 것처럼 그대로 모방하는 경우는 드물다. 하지만 스파이더맨의 몇몇 미션들이나 장면들은 '그대로 배낀 것이 아닌가'라는 의구심이 들 때가 있다. 예를 들어 스파이더맨이 스콜피온의 독에 당해서 해독제를 만들고 도시를 활보하는 미션 같은 경우가 있다:이 장면은 분명히 아캄 시티에서도 비슷한 시퀸스가 있었으며, 심지어 연출도 비슷하다. 그외에도 라디오 타워 개방을 위해 주파수를 맞추는 부분 등의 자잘한 부분에서도 아캄 시리즈의 요소를 그대로 들고온 경우를 볼 수 있다.


또다른 예는 잠입 미션이다:전반적으로 스파이더맨의 잠입 요소는 본편의 파쿠르나 전투에 비교하여 보았을 때, 깊이가 얕고 사족에 가깝다. 아캄 시리즈에서 잠입 파트가 배트맨이란 케릭터가 공포로 적을 지배한다는 컨셉을 구현하는 주요한 연출과 게임 플레이였다면, 스파이더맨에서 잠입은 뭔가 그 컨셉이나 당위성이 부족하다. 심지어 몇몇 서브 미션의 경우, 잠입 플레이와 전투 플레이가 상충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예를 들어 창고 제압 미션의 경우, 첫번째 웨이브의 적들을 잠입으로 모두 처리할 시 두번째 웨이브가 시작되면서 곧바로 적들이 스파이더맨의 존재를 인지하고 공격을 가한다. 보통의 잠입 및 제압 플레이의 경우, 웨이브가 가산되더라도 잠입상태를 유지한채로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스파이더맨의 잠입 플레이는 뭔가 전체 게임 플레이에서 겉돈다는 느낌을 지우기 힘들다. 차라리 이런 부분에서 과감하게 잠입을 쳐냈다면 게임은 좀더 깔끔하고 괜찮아졌으리라 본다.


결론을 내리자면, 스파이더맨은 아캄 시리즈의 좋은 점을 최대한 받아들이려고 노력하면서 재밌는 게임을 만들어낸 경우라 할 수 있다. 오픈월드 게임치고 클리어 후의 콘텐츠가 부족하다는 평가도 간혹 존재하지만, 그렇다고 스파이더맨이라는 게임의 분량이 부족하거나 재미를 퇴색시키지는 않는다. 다만 아캄 시리즈를 이전에 플레이했던 사람들에게 스파이더맨은 즐거우면서도 동시에 묘한 기시감이 들어서 당혹스러움이 느껴지는 게임이기도 하다. 지금은 큰 문제가 되진 않겠지만, 추후에도 이런식으로 후속작을 만들면 어떤식으로든 스파이더맨의 개성과 배트맨의 개성 사이에서 충돌하여 완성도가 떨어질수도 있다는 걱정이 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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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이야기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스위치 버전 기반의 리뷰입니다.


1987년 첫 작품이 발매된 이후, 팔콤의 이스 시리즈는 30년 동안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고 장수한 게임 프랜차이즈였다. 하지만 흥미롭게도 30년 동안 존속했음에도 불구하고 확장을 꾀한 다양한 게임 프랜차이즈들과 다르게 이스라는 프랜차이즈의 규모는 커지지 않았다. 일본을 대표하는 RPG인 파이널 판타지를 이스 시리즈와 비교해보면 이는 명확해진다. 파이널 판타지 시리즈는 7편의 기록적인 성공 이후, 작품마다 전 세계를 대상으로 무엇이 일본 RPG인지를 다루는 비전을 갖고 게임을 만들었다. 파이널 판타지의 비전이 항상 좋은 결과로 이어지진 않았지만, 이 프랜차이즈가 가지는 시사점은 뜻깊다:다른 JRPG 프랜차이즈들의 비전도 점차 원대해지고 담대해지고 있으며, 더는 JRPG 장르 문법과 일본이라는 지역적 한계에 자신을 가둬두지 않으려 하였다.


하지만 이스 프랜차이즈와 팔콤이라는 회사는 달랐다. 오랜 시간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지향점은 항상 같은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스 8 라크리모사 오브 다나 역시 그러한 팔콤의 지향점을 잘 드러내는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이스 시리즈 넘버링 최신작인 이스 8의 첫인상은 경악스럽다:PS3 수준의 그래픽과 허접한 동작은 10년 전의 JRPG를 연상케 하였다. (물론 비타판이 처음으로 나왔고, 비타판이 베이스가 되었다는 점은 고려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이스 8는 10년 전, 20년 전의 게임을 '그대로' 지금 재현하는 것이 목표였던 게임이다. 즉, 이스 8은 여전히 JRPG라는 경계에 갇혀있기를 선택한 것이다. 그러나 그 대신 팔콤은 이스 8을 통해 과거의 미덕을 정직하게 구현하였고, 이 덕분에 이스 8은 과거의 JRPG를 기억하는 사람들에게는 매우 성공적인 작품이 되었다.


이스 8에서 눈여겨 봐야 하는 부분은 게임 서사와 게임 진행의 유기적인 결합이다. 그리고 이 결합의 형태는 여타 트리플 A 게임이나 다른 게임에서 찾아보기 힘든 절제와 가지치기의 형태로 구현되었다. 이스 8은 모험가 아돌 크리스틴이 세이렌 섬에 표류하고 탈출하는 과정을 다루며 이러한 일련의 과정들이 이벤트와 시스템으로 연동이 되면서 게임 플레이를 구성한다. 그렇기 때문에 게임 콘텐츠는 무인도에 표류하여 생기는 거대한 문제(표류촌을 습격하는 마물들 토벌, 탈출하는 배를 만드는 것 등)에서 생존자들 간의 소소한 문제까지 다양하고 방대하게 구성되었다.


만약, 일반적인 트리플 A게임이었다면 이러한 과정을 디테일으로 가득 찬 거대한 규모의 형태로 구현하였을 것이다:웅장한 자연과 배경음, 화려한 괴물들이나 복잡한 시스템 등등…. 트리플 A 게임들이 갖는 주된 특징은 바로 사소한 부분까지 사로잡는 디테일이다. 설령 이러한 작은 디테일이 실제 게임 플레이에 큰 영향이 없다 하더라도, 플레이어가 게임이 세상의 축소판처럼 느껴지게 만드는 주된 요인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스 8은 이러한 명제를 정면으로 부정한다. 이 게임에는 사소한 디테일이나 화려한 그래픽도, 복잡한 시스템도 없다. 이스 8에는 모든 것들이 단순하고 직관적이다. 거대한 오픈 월드처럼 보이는 필드는 사실 가야 할 곳이 정해져 있는 일종의 통로 형태의 스테이지이며, 몬스터 레벨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플레이어가 접근할 수 있는 곳과 접근하지 못하는 곳이 정해져 있다. 메인이나 서브 퀘스트는 친절하게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알려주며, 그 길이와 분량은 짧다. 겉보기에는 거대한 것처럼 보이지만, 이스 8은 실제로는 상당히 소소한 규모를 가진 게임이다.


하지만 이스 8의 중요한 점은 '모든 것이 단순하게 대충 들어간 게임'이 아니라 '그런데도 모든 것들이 적절하고 알맞게 들어갔다'라는 점일 것이다. 각각의 서브퀘스트들은 분량이 짧지만 질리지 않을 만큼의 적당한 양을 갖고 있으며, 탐색을 통한 지도 제작은 단순히 일직선 진행만으로 100%를 채울수 없기에 구석구석 꼼꼼하게 찾아보게 만든다. 이스 8의 모든 콘텐츠는 모두 단순하지만 반복적이지 않되 질릴만하면 완결되는 상당히 적절한 분량 및 난이도 조절을 거친다. 이 덕분에 이스 8은 단순한 콘텐츠에 사소하지만 중요한 변주를 가하여 플레이어가 게임에 계속 집중하고 흥미를 잃지 않게 만든다. 이런 점에서 팔콤은 이스 8에서 자신들이 할 수 없는 것, 자신들이 할 수 있는 것에 대해 분명하게 인지하고 있었다.


이는 이스 8의 이야기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이스 8의 이야기는 기본적인 모티브는 영웅전설 3 하얀 마녀에 둔 생존자들의 군상 극이라 할 수 있다. 어떻게 한 인물이 자신의 모든 것을 희생하면서까지 세상에 헌신할 수 있는가라는 이야기를 이스 8은 다뤄내고 있다. 흥미롭게도 이스 8에는 여타 게임 서사에서 찾아볼 수 있는 대적자의 존재가 희미하다:이스 8의 궁극적인 적은 캐릭터가 아닌 불합리하고도 무정한 자연의 섭리(진화와 도태)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대신 이스 8은 그 불합리하고도 무정한 자연의 섭리에 대항하는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과 그 구심점인 아돌, 그리고 다나에게 초점을 맞춘다.


흥미롭게도 이런 점에서 이스 8은 게임의 규모를 적절하게 압축한다:일반적인 JRPG나 게임이었다면, 플레이어가 맞서고 있는 거대한 위협에 맞서서 많은 수의 인물들에 대한 이야기로 다뤄냈을 것이다. 그렇게 되었다면 몇몇 중요한 인물들을 제외하면 대부분은 비중과 존재감이 0에 수렴되었을 것이다. 마치 제노블레이드 크로스가 그랬었던 것처럼 말이다.:플레이어는 정말로 수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이는 거대한 키즈나 그램으로 드러난다. 하지만 그중에서 정말로 기억에 남고, 메인 스토리에 영향을 미치는 인물의 수는 더더욱 적은 편이다. 그러나 이스 8에는 군상의 규모를 20명 내외로 압축시키고 모든 인물에게 스토리에 적절한 비중을 부여하고, 플레이어의 손에 닿는 범위 내에서 상호작용할 수 있게끔 했다. 일본 아니메적인 캐릭터 설정과 구성이 사람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부분이긴 하지만, 이스 8에서 플레이어는 이 작은 규모의 공동체에 영향력을 행사하며 그 과정 중에 세상의 불합리한 이치에 맞서 세상을 구하는 모티브를 얻게 된다.


게임의 콘텐츠 구성은 이러한 이스 8의 서사에 강한 영향 아래 놓여있다. 각각의 콘텐츠들은 캐릭터와 밀접한 연관 관계를 맺고 있다:예를 들어서 거래소의 역할을 하는 디나의 경우, 플레이어가 필드에서 주어온 자원들을 상위나 하위의 소재로 바꿔주는 역할을 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디나라는 인물이 쾌활하면서 무인도까지 와서 장사하는 캐릭터라는 것을 자연스럽게 알 수 있다. 또한 각종 캐릭터와의 관계를 개선하는 데 쓰이는 사치품을 플레이어에게 판매함으로써 여타 캐릭터와의 관계를 진전시키는 데 도움을 주기도 한다. 이런 식으로 이스 8은 복잡한 시스템이나 디테일 없이 단순하고 직관적인 요소들을 이용해서 게임 플레이를 구축하고 서사를 구성하는 캐릭터를 묘사한다. 그 규모가 작고, 일본 아니메 같은 부분이나 유사가족의 분위기는 사람에 따라서 호불호가 갈릴 요소이긴 하지만, 팔콤은 정확하게 자신들이 무엇을 하는지를 알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들어간 예산과 디테일이 부족하지만, 이스 8은 자신이 하고 싶고 묘사하고 싶은 부분을 효율적으로 전달한다.




이스 8의 전투 역시도 작품의 전체적인 기조를 따라간다:디테일이나 복잡한 시스템은 없지만, 이스 8의 전투는 빠르고 부드럽게 잘 작동한다.  일단, 유념해야 하는 점은 이스 8에서 화려한 이펙트나 피격 모션을 기대하면 안 된다는 점이다. 소위 이야기하는 타격감이 이스 8에는 없기 때문에, 때로는 플레이어가 적을 제대로 공격하는지 헷갈리는 일이 왕왕 발생하기도 한다. 트리플 A 게임 다운 풍성한 모션이나 편의성 등은 이스 8의 전투에서 찾아보기 힘든 미덕이긴 하다.


그러나 전투의 전반적인 개념이나 흐름은 잘 짜여 있으며, 잘 작동하는 편이다. 우선 이스 8은 기존 시리즈의 플래시 무브(정확한 타이밍에 회피 시 플레이어의 속도가 증가하고 적이 느려지는 시스템)와 플레시 가드 시스템(적의 공격을 정확한 타이밍에 가드 할 시, 공격력이 향상하는 시스템)를 탑재하였으며, 얼마나 정확한 타이밍에 적의 공격을 받아내고 회피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동료별로 베기/찌르기/타격 속성의 공격이 나누어져 있으며, 플레이어가 적의 약점에 따라서 운용하는 캐릭터를 바꾸어서 게임을 풀어나가게끔 했다.


또한 플래시 가드/무브, 약점 공격 이외에도 중요한 전투 시스템은 전투 스킬이다:플레이어는 최대 4개의 스킬을 단축키로 지정할 수 있으며, 각각의 스킬들은 발동에 SP가 소모된다. 전투 스킬은 일반 공격보다도 훨씬 더 많은 데미지를 주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사용하게 되지만, SP는 일반공격과 플래시 가드/무브로만 차오른다. 즉, 플레이어가 얼마나 정확한 타이밍에 공격을 피하거나 받아내느냐가 이스 8 전투의 핵심이라 할 수 있다.


이스 8은 전반적으로 리소스를 크게 잡아먹지 않는 게임이기에, PS4에서는 안정적으로 60프레임을 유지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PS4 버전을 기준으로 이식된 스위치 버전에서는 퍼포먼스 측면에서 불안정한 모습을 보여주는 때가 가끔 있다. 스위치 판 이스 8는 대부분 30프레임으로 구동되지만, 지하 성당에서는 15~20프레임 수준으로 심각한 퍼포먼스 이슈를 보여준다. 심지어 이 구간에서는 제노블레이드 2의 동적 해상도보다 더 심각한 수준으로까지 떨어져 PSP를 연상시키는 수준의 그래픽임에도 프레임이 아주 낮아지는 문제가 발생한다. 다행히도 이 구간만 벗어나면 나머지 구간에서는 큰 퍼포먼스 이슈는 없지만, 가뜩이나 그래픽이 뛰어난 게임이 아닌데도 퍼포먼스 이슈를 보여주는 부분은 다소 실망스럽다.


결론적으로 이스 8은 과거 JRPG가 갖고 있던 미덕을 제작사가 관리하고 통제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훌륭하게 구현한 게임이라 할 수 있다. 스위치 버전으로 플레이하였을 때,  몇몇 구간에서의 퍼포먼스 이슈가 심히 눈에 거슬리기는 하지만 클리어할 수 없는 정도가 아니었고, 또한 시간을 많이 투자해야 하는 JRPG 특성과 궁합이 잘 맞아떨어진다는 점은 스위치 버전 역시 구매할 가치가 있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이스 8의 미덕과 장점은 전적으로 과거의 JRPG에 대한 향수를 기억하고 있는 한정적인 부분도 있다. 그러나, 선택과 집중이라는 측면에서 의외로 많은 사람에게 어필할 가능성을 가진 것이 이스 8이라고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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