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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이야기/게임 리뷰



우주, 인류 최후의 미개척지. 수많은 사람들은 별을 바라다 보면서 상상을 한다. 저너머에 어떤 신비가 숨어있을까. 때로는 그것이 절망과 공포가 될 수 있고, 또는 희망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그것이 절망이든 공포든 사람들은 우주라는 저 넓은 세계와 다른 존재들의 가능성에 끌리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수많은 게임들이 제각기 다른 방식으로 우주를 표현해왔던 역사를 생각해보면 말이다.


스텔라리스는 우주를 테마로 하는 4X게임 이다:4X(eXplore 탐험, eXpand 확장, eXploit 활용, eXterminate섬멸) 게임 장르는 마스터 오브 오리온에서부터 문명까지 유구한 전통과 두터운 팬층을 자랑했었다. 거대한 국가와 제국을 지배하는 지도자가 되어서 세계를 탐험하고, 제국을 운영하며, 상대와 싸우고, 우주를 재패한다. 이러한 장르가 플레이 하기 무거운 게임임에도 불구하고 두터운 팬층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은 이러한 스케일이 주는 포만감이 있기 때문이다. 패러독스 사의 스텔라리스는 그런 점에서 잘 만들어진 4X 게임의 표본이라 할 수 있다. 플레이어는 다른 은하로 진출하는 능력을 지닌 시기에서부터 게임을 시작해서, 전 은하를 재패하는 제국을 만들어야 한다. 뒤에서 좀 더 자세하게 다루긴 하겠지만, 결론만 놓고 본다면 스텔라리스는 게이머가 수십, 수백시간을 쏟아부을 수 있는 매력을 지닌 게임이긴 하지만 외교가 단순한 점과 통일성 없는 UI와 게임 편의성 때문에 아쉬운 부분이 있다.


스텔라리스의 강력한 강점은 4X 장르의 기본에 충실하면서, 같은 장르의 게임들과 다르게 플레이어를 잡아당기는 '서사'가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이 스토리는 삼국지의 그것과 같은 '선형적'인 스토리가 아니다. 스텔라리스는 절차적으로 은하를 생성한 후, 거기에 각종 이상현상이라는 이벤트를 배치한다. SF 소설 등에서 찾아볼 수 있는 다양한 클리셰들을 게임에 영향을 미치는 이벤트의 형태로 만든 스텔라리스는 초기 확장 단계에서 미지의 세계를 탐험한다는 느낌을 플레이어에게 심어주는데 성공한다. 보통의 4X 게임들은 운영이라는 부분에 집중한다:플레이어는 세계를 탐험하지만 거기에는 분명한 서사나 이를 구성하는 요소는 찾아보기 힘들다. 하지만 스텔라리스는 보이지 않는 세계, 미지의 세계를 탐험하면서 모르는 것들을 발견하는 기쁨을 게이머에게 선사한다. 


특히 스텔라리스에서 눈여겨 볼만한 시스템은 바로 '몰락제국'과 후반부 위기의 존재이다. 게이머들보다 먼저 우주를 재패했지만, 일련의 이유 때문에 몰락하여 적은 영토만 갖고 있는 이 몰락제국들은 플레이어보다 더 강력한 군세와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이들은 갑자기 각성해서 신생 제국들과 싸우기도 하고, 때로는 신생 제국들에게 도움을 주거나 위협이 되는 엄청난 변수라 할 수 있다. 후반부 위기는 힘의 균형이 팽팽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게임의 판세를 순식간에 뒤집어버리기도 한다. 문명과 같은 4X 게임들이 일방향적인 기술 발전을 거치다가 어느 순간 정체기를 맞이하는 것을 스텔라리스는 게임에 서사와 이벤트를 부여하고 게임 플레이 측면에서도 긴장할 수 밖에 없는 요소를 만들어내었다.


하지만 스텔라리스에는 몇몇 무시할 수 없는 단점들이 있다:우선, 게임에서 외교 선택지가 다소 부실하다는 문제가 있다. 내정이나 내치의 경우, 다양한 선택지(인종 시민권 문제, 정치 체제 등)가 있고 그 선택지들과 정책들이 맞물리면서 외교에 많은 영향을 미치게끔 만들어놓은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문제는 외교는 그러한 내치의 결과물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뒷단에 놓일 수 밖에 없고, 그러한 복합적인 내정 선택지들이 맞물려서 내놓는 결과물들은 상대 제국과 사이가 좋은지, 나쁜지 정도만 판가름 한다는 것이다. 스텔라리스의 정치는 수면 아래서 이루어지는 정치 외교적인 암투보다 전쟁 또는 화평이라는 단순한 흐름으로 진행된다. 게임 내에 그만큼 다양한 요소가 있는데, 정작 플레이어가 외교를 통해서 조작할 수 있는 선택지가 적은 것은 마이너스 포인트라 할 수 있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도 치명적인 부분은 스텔라리스의 게임 UI와 관리 컨트롤이 통일성이 없다는 것이다:게이머의 제국이 커지면 커질수록 미세하게 관리해야하는 범위가 늘어나기 때문에 플레이어로써는 큰 부담을 느낄 수 밖에 없다. 그래서 게임은 자치령이라는 시스템을 도입하여, 플레이어가 큰 방향성만 설정하고 나머지는 자치령에서 알아서 해당 방향성에 맞춰 자원을 생산한다. 언뜻보면 과거의 4X 게임이 빠지기 쉬웠던 마이크로 컨트롤의 문제를 스텔라리스가 빗겨나간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전혀 그렇지 않다. 자치령은 큰 틀에서의 자원 생산은 관리할 수 있지만, 정작 함대와 군대를 뽑아내는 것과 함대 가용수를 늘리기 위한 우주항의 건설은 전적으로 플레이어에게 맡긴다. 또한 자치령 내의 정책 시행 등도 플레이어의 몫이다. 즉, '플레이어는 자신이 모은 자원의 범위 내에서 직접 모든걸 관리해야 한다'인데, 자치령의 존재(플레이어가 손대지 않더라도 알아서 커서 플레이어의 부담을 덜어주는)와 함대의 수동 생산 사이의 괴리는 상당히 치명적으로 느껴진다. 또한 거주 가능 행성의 개발의 경우, 초창기 플레이어가 관리를 해주지 않으면 상당한 비효율을 보여주기도 한다. 물론 플레이어가 행성을 키운뒤, 자치구에서 유지 보수를 담당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렇게까지 불편한 부분은 아니지만, 자치령 내의 행성 개발의 경우 이로 인해 상당한 비효율이 생기기도 한다.


결론적으로 스텔라리스는 4X 게임을 즐기는 사람이라면 충분히 재밌게 즐길 수 있는 게임이다. 다만 스텔라리스에는 무시할 수 없는 치명적인 결함들이 있고, 이것이 때로는 게임을 길고 지루하게 만든다는 점은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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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이야기/게임 리뷰



게임에 있어서 새로운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콜옵으로 대변되는 밀리터리 FPS와 콜옵을 뒤쫒는 추격자들의 쫒고 쫒기는 추격전의 구도는 무너지기 시작하였고, 새로운 게임들과 실험들의 결과물들은 제각기의 길을 개척하였다. 이볼브 같은 매력적인 컨셉과 엉망인 게임플레이가 결합된 실패작에서부터 스플래툰과 레인보우 식스 시즈 같은 지속적인 콘텐츠 관리 및 마케팅을 통해 롱런하는 성공작들까지 게임의 수요와 공급, 성공 모델들이 점점 다양해지는 것은 이러한 개척의 결과물이다. 분명한 건 이전까지는 쉽게 시도하지 못했던 게임들이 등장하고, 그것이 팔리는 시대, 더 나아가 세일즈/콘텐츠 공급 모델마저도 기존의 모델과 완벽하게 다른 흥미로운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UBI 소프트는 이런 점들에서 실험작들을 '양산'하는 회사라 할 수 있는데, 일련의 게임들에 1)실험적 요소의 투입, 2)성공한 요소들을 자사 다른 게임/후속작들에 이식, 3)이후 운영을 통해 성공적인 비즈니스 모델로 안착시킴, 이라는 확고한 패턴이 있기 때문이다. 수많은 게이머들이 입버릇처럼 이야기하는 UBI 소프트 게임들의 1편 징크스는 이러한 부분에 기인하며, 게이머들 사이에서 악명 높은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하지만 사람들이 흔히 간과하는 부분들은 1편 징크스가 심한 UBI 소프트 게임들의 '1편' 역시도 적어도 본전치기 수준으로는 게임을 팔린다는 것이다. 이는 UBI 소프트 게임들의 개발 및 발매 패턴에 숨어있는 전제 0이 존재하기 때문이다:전제 0)기본적으로 UBI 소프트가 만드는 게임들에는 확고하고 분명한 수요가 있다는 것. 디비전은 이미 데스티니 같은 MMO 슈터류의 수요층을 흡수하였기에 가능했고, 레인보우 식스 시즈는 비대칭 협력/경쟁 게임들의 수요(이볼브 같은)를 간파하였기에 가능한 게임이었다. 즉, UBI 소프트는 논란의 여지가 있겠지만 시장에 깔려있지만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는 수요를 읽어내고 선점하는 능력이 충분히 있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포아너는 참으로 기묘한 게임이라 할 수 있다:우리는 이미 다크소울의 성공 및 독특한 PVP를 통해 총이 아닌 검과 검, 냉병기들이 부딪히는 게임에 대한 대체할 수 없는 매니악한 수요가 있다는 것을 확인하였다. 또한 근 20년간 액션 게임의 계보에서 플레이어와 플레이어가 검을 맞대고 대결하는 로망을 구현하고자 했던 게임들(제다이 아웃캐스트 2, 제다이 아카데미, 블레이드 앤 다크니스, 룬 같은)을 찾아볼 수 있었다. 포아너는 이들을 더 세련되게 다듬은 게임이며, 게임 자체의 완성도는 높은 편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포 아너라는 '게임 자체의 완결성'만을 놓고 보았을 때의 평가이다. 결론을 두고 본다면 포아너는 운영의 실패, 게임 자체가 인용하는 격투 게임의 문법과 이를 받아들이는 게이머들의 불협화음 등이 복합적으로 결합되어 게임 경험에 크나큰 악영향을 미쳤다. 그렇기에 어떤 점에서는 포아너는 여지껏 UBI 소프트가 만들어낸 작품 중 가장 문제작이자 실패작이라 꼽을 수 있을 정도다.


일단 분명하게 해두자:포아너가 기반하고 인용하는 게임 장르는 철저하게 대전액션이다. 대전 액션 장르는 대결이라는 진검승부의 경험, 더 나아가 짧은 순간에 이루어지는 복잡한 수싸움과 공방에서 오는 재미에 기반한다. 상단, 중단, 하단의 공방의 문법은 대전 게임 장르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문법이며, 화려한 콤보를 이용해 상대를 농락한다는 매력은 여타 게임에서 찾기 힘든 부분이라 할 수 있다. 포 아너는 이러한 대전 액션 게임의 문법을 3인칭 액션 게임의 형태로 옮겼다. 하지만 포아너는 기존 격투 게임들의 공방의 문법들을 직관적인 UI(공격-방어 방향의 시각화/패리 및 방어 타이밍의 구체화 등)로 재구성하고, 게임에 있어서 공격이나 콤보보다 방어에 방점을 찍고 느린 형태의 공방을 구현함으로써 게임을 좀 더 '캐주얼'하게 바꾼다. 기존의 격투 게임들의 격투게임 특유의 전통에 얽메여서 시스템을 점점 깊게 파고드는 형태로 발전하였고, 화려한 콤보에 얽메여서 조작이 점점 비직관적이고 복잡하게 변함으로써 매니아층을 위한 게임이 되었다(스트리트 파이터 5가 콤보보다 공방의 운영에 초점을 맞춘 게임이라는 점이라는 점은 눈여겨 볼만하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포아너는 대전 액션 게임 특유의 심리전과 공방을 끌고 오면서도 대전액션의 허들을 최대한 낮추려고 시도했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시도는 성공적이며 게임의 방어 중심으로 돌아가는 게임의 기본 시스템은 탄탄하다 평할 수 있다.


포아너는 격투 게임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방어 중심으로 게임을 재편하고 이를 편리한 UI로 포장함으로써 대전 액션 장르의 허들을 낮추고자 하였다. 여기에 UBI는 좀 더 대담한 시도를 가한다. 기존의 격투 게임들이 1대1의 대결에 집중하여 게임을 구성하였다면, 포아너는 3인칭 액션 게임의 문법을 대전 액션 게임에 뒤섞고 게임의 확장성을 넓히는데 성공한다. 기존의 공정한 대결을 위한 스테이지는 이제 다양한 고저차와 낙사 구간, 장애물들로 가득한 위험한 공간이 된다. 플레이어들은 이러한 환경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싸워야 한다. 오히려 이러한 경험은 다크소울 시리즈의 PVP를 연상시키는 구석이 있다:플레이어는 절대로 공정한 싸움을 하지 않는다. 암령들은 몬스터들의 공격을 받지 않는 점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서 침입하는 사람의 뒤통수를 치며, 다양한 속임수와 꼼수를 활용해서 허를 찌르는 플레이를 한다. 상당수의 다크소울 영상 유튜브 업로더들이 다크소울을 플레이하듯이 포아너 영상을 올린 것들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포아너는 환경과 스테이지의 다양성을 대전 액션 게임의 중요한 변수로 배치하고 플레이어가 이를 의식하면서 싸우도록 권장한 것이다. 


또한 3인칭 액션의 문법을 도입한 변화로 포 아너는 대전액션 게임의 1대1의 문법에서 1 대 多, 심지어는 多 대 多도 가능하게 만들었다:이제 플레이어는 환경과 스테이지 뿐만 아니라 적을 도우러 오는 우군과도 싸우게 된다. 그렇기에 플레이어는 항상 자신이 유리한 싸움을 하고 있는지를 재면서 게임을 해야하며, 적에게 등을 돌려 도망가는 것도 유효한 선택지 중 하나가 된다. 하지만 게임은 분노 모드(여럿의 공격을 연속적으로 받아서 쌓이는 분노 게이지를 소비하여 임시 체력과 공격력/방어력을 확보하는 것)를 도입하여 게이머가 1대2까지는 어떻게든 운영해서 역전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둔다. 이와 같이 포아너는 1대1의 정진정명한 대결에서 낙사시키고 여럿이서 다굴을 치는 등의 이전투구식 싸움까지, 다양한 상황에서 싸우는 변화무쌍한 게임이 되고자 한 것이다.








이러한 포아너의 변화무쌍함을 대표하는 부분이 바로 정복전이다:AOS 식의 라인전을 3인칭 액션 게임에 접목시킨 이 모드는 포아너를 대표하는 모드이자 포아너의 모든 것이 집약되었다 할 수 있다. 정복전은 3개의 거점을 정복하는 형태로 진행이 되는데, 가운데 거점의 경우 미니언들을 밀어서 라인을 밀거나 당기는 등의 AOS에서 볼 수 있는 라인 관리가 이루어진다. 미니언들은 공격 한번으로 죽는 허약한 존재지만, 상대 플레이어와의 전투에서 슈퍼 아머 판정 없는 공격을 짤짤이로 끊어버려 전투를 유리하게 만들기도 하고, 몇몇 케릭터들은 능력을 통해 미니언을 죽이고 체력을 회복하여 방심한 상대 플레이어를 반격하여 제압하기도 한다. 이 미니언들의 존재는 게임의 규모감을 느끼게 만드는 연출이기도 하지만, 플레이어가 통제해야 하는 환경의 중요한 변수로 작용하기도 한다. 포아너는 상대적으로 느린 공방에 환경 통제라는 요인을 섞어넣음으로써 격투 게임 역사에서 유래를 찾기 힘든 독특한 플레이를 구현한 것이다.


이렇게만 본다면, 포아너는 정말로 훌륭한 게임처럼 보인다. 실제로도 그러하다:포아너는 기존의 실험작들이 갖지 못했었던 컨텐츠의 풍부함과 대전 이외의 세력전 개념의 땅따먹기, 아이템 파밍 및 육성, 코옵이 지원되는 싱글플레이(스토리는 의미없는 수준이긴 하지만) 등등까지 컨텐츠를 질과 양을 모두 확보하고 있다. 하지만 포아너에는 게임 내적인 완결성이 문제가 아닌 몇몇 치명적인 문제가 있다:이중 몇몇은 게임이 발매되기전에 마케팅 등을 통해서 생겼으며, 몇몇은 운영과 관리적은 측면에서 벌어진 오판에서 비롯되었다. 먼저 마케팅 등을 통해서 발생된 포아너의 결함이다:포아너의 마케팅의 문제는 절대로 포아너 게임플레이가 결코 공정하지 않고 명예 따위는 엿바꿔 먹은 것이 핵심이라는 것을 철저하게 숨겼다는데 있다. 


하지만 그것은 결점이 아니며, 오히려 크나큰 장점이다:마케팅 포장과 게임 구성에 따라서 플레이어는 다각도로 이 게임을 즐길 수 있었을 것이다. 마치 대난투가 아이템 등을 사용해서 상대를 장외로 밀어내서 KO 시키는 졸렬한 게임처럼 보임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게임 플레이 스타일을 보장하고, 심지어는 1대1에서도 게임이 정상적으로 동작해서 폭넓은 게이머(케주얼에서 프로 게이머까지)들을 모두 흡수했었던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포아너의 마케팅은 지나치게 1대1과 명예를 중시하는 공정한 게임처럼 보이게끔 만들었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포아너의 실상은 다크소울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사람들을 엿먹이는데 특화된 스트리머들의 게임이었고, 이러한 마케팅과 실상의 미스매칭은 플레이를 하는 게이머들과 커뮤니티를 혼란스럽게 만들었으며 이 과정에서 발생한 소모적인 논쟁이나 플레이어의 피로감(실제 게임과 기대한 게임 사이의 괴리에서 오는)은 플레이어들이 빠르게 이탈하게 만드는 주요한 원인이 되었다.


더 심각했었던 것은 벨런스나 서버 문제에 대처하는 개발진들의 안일한 자세였다:실제 몇몇 케릭터들(워로드, 피스키퍼 같은)의 성능이 심각하게 좋고, 체감 플레이에 심각한 영향을 끼친 점이나 소위 '분노 셋'이라 불리는 장비 세팅이 정복전과 데스매치를 파괴하는 동안 개발진들이 취한 액션은 소극적이었다. 심지어 매칭의 경우, P2P 방식을 채용해서 게임을 하는 중에 한명이 튕기면 같이 2~3명 이상이 튕기는 일이 빈번하였다. 물론 개발진이 벨런스 이슈에 대해서 조심스러운 자세를 취한 것은 그들이 만든 게임이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게임이기 때문이라고도 볼 수 있다. 하지만 본질적으로 포아너는 격투 게임이고 격투 게임에 있어서 벨런스 문제와 서버 문제는 그 어떤 사안들보다도 더 중요한 문제고 초기에 이런 이슈에 늦게 대처한 점은 심각한 문제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부분들이 게임이 훌륭함에도 불구하고 포아너를 플레이하는 플레이어들을 게임에 더 쉽게 지치게 만든 주요한 원인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차라리 포아너는 UBI 특유의 1편 징크스를 겪고 시간을 들여 오류를 잡아가는 과정이 있었다면 더 나은 게임이 되었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포아너는 한번에 성공을 거두고자 많은 것을 한 게임에 집약하였고, 이 집약이 역으로 게임에 독이된 케이스라 할 수 있다. 또한 UBI 소프트 발매 게임 답게 엄청나게 화려한 마케팅을 하였음에도 정작 게임과는 동떨어진 마케팅을 한 점도 치명적인 실패 요인으로 꼽아야 한다. 혼자서 플레이하는 싱글플레이 게임이었다면 재발견이나 입소문을 통해서 재발굴될 여지가 있지만 수많은 사람들이 함께 플레이하는 멀티플레이 게임에서 마케팅의 실패는 유저풀에 큰 타격을 입힐 수 있는 부분이었고, 유감스럽게도 포아너의 경우에는 큰 악재로 작용하였다.


물론 이제 게임이란 매체는 장기적인 운영을 통해서 스테디셀러로 팔리는 것이 중요한 매체가 되었고, 디비전이나 시즈의 사례처럼 장기적인 붐업을 통해서 시작이 삐끗해도 장기적으로 팔리는 게임이 가능하다는 것을 이미 UBI는 증명하였다. 하지만 문제는 포아너는 나름대로 자기 완결적인 게임이긴 하지만 너무나 독특하며, 초기 마케팅의 실패로 게임에 대한 안좋은 이미지가 너무 굳어진 케이스다. 그렇기에 포아너의 장기적인 성공은 앞선 게임들과 비교하자면 매우 불투명한 상황이며, 이는 게임의 완성도에 비추어 보았을 때 대단히 안타까운 부분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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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나 지금이나 블리자드라는 제작사의 위치는 혁신가라기 보다는 기회주의자에 가까웠다:워크래프트나 스타크래프트는 그 당시 나왔던 RTS들을 플레이하기 편하게 다듬었으며, 디아블로 시리즈는 로그라이크 식의 던전 생성 시스템에 액션 RPG라는 검증된 기믹을 조합한 게임이었다. 에버퀘스트나 다크 에이지 오브 카멜롯 이후에 나온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도 이전 게임들이 겪었던 시행착오를 교묘하게 피해가는 동시에 성공한 요소들을 결합하는데 집중한 게임이었다. 워크래프트와 스타크래프트 이후 블리자드의 게임들은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게임으로 상상못할 성공을 거두었다. 물론 이러한 블리자드의 기회주의적인 모습이 얄미운 것과 별개로 블리자드는 게임을 그 어떤 게임들이라도 깔끔하게 다듬는 재주가 있으며, 무엇보다 대중을 열광하게 만들고 수많은 게이머가 게임을 즐기게 만들어 게임의 수명을 비약적으로 늘리게 만드는 재주(또는 행운?)가 있다. 그렇기에 블리자드는 지금까지 그 밑천이 떨어지지 않고 달려올 수 있었으며, 오버워치도 그런 블리자드의 기회주의적 속성과 행운에 많이 기댄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오버워치는 현재 게임을 즐기고 있는 대중들이 좋아할만한 요소를 모두 다 갖추고 그것을 새롭게 느껴지게 만들도록 교묘하게 다듬은 작품이다. 하지만 본질적으로 오버워치는 새로운 작품이 아니라 훌륭했던 많은 작품들을 짜집기한 작품에 가깝다. 아니 좀더 극단적으로 이야기하자면 이 게임에서 새로운 것이나 혁신은 하나도 없다:게임의 기반은 이미 10년 전에 완벽하게 완성되었던 팀 포트리스 2에 기반하고 있으며, 궁극기와 스킬 기반의 전투, 그리고 플레이 단위로써의 케릭터는 이미 AOS 장르의 게임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것들이었다. 오버워치는 이것들을 FPS라는 장르에 결합시켜서 자신들만의 '팀 포트리스 3'를 만들었다. 하지만 이러한 결합은 자신이 카피했던 원본에서 찾아볼 수 없었던 심각한 동시에 사소한 결함을 만들어버렸다. 그러나 오버워치의 그러한 결함은 이내 시간이 지나면 잊혀지고 게이머들의 행동은 교정되어 극복되어 마치 처음부터 완벽한 게임인것처럼 사람들 사이에 자리잡게 될 것이다.


오버워치의 기본 게임 방식은 팀 포트리스 2 그 자체이다:카트를 끄는 페이로드 방식과 지역 거점 점령 방식은 팀포트리스 2 이후로 수많은 FPS에서 검증된 멀티플레이 방식이었다. 그리고 플레이 스타일을 공격-방어-지원의 3 클레스로 나눠서 각자 자신의 맡은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 팀으로서 협동하고, 그리고 상대팀과 갈등하는 구조는 팀 포트리스 클래식에서부터 시작된 근 20년 가까이 검증된 게임 플레이였으며, 팀 포트리스 2는 이를 더 직관적이고도 캐주얼한 방식으로 다듬고 클래스 간의 극단적인 상성을 상정하여 '어느 한 클래스만으로는 게임을 이끌어나갈 수 없는 구도'를 만들었다. 오버워치의 기본틀 역시도 그러하다. 누군가 오버워치가 어떤 게임 플레이를 보여주나요? 라고 물으면 고개를 들어서 팀 포트리스 2를 보아라, 라고 이야기해주는 것만으로 이미 게임의 60% 정도는 이야기하였다고 할 수 있을 정도다.


오버워치가 팀 포트리스 2와 차별되는 점은 게임을 플레이하는 단위가 클레스가 아닌 케릭터라는 점이다:최근 AOS 장르 게임에서 찾아볼 수 있듯이, 각각의 케릭터들은 같은 직군(공격-방어-돌격-지원)으로 나뉘어지면서도 직군 내에서도 각기 다른 플레이 스타일을 지니고 있다. 예를 들어서 돌격 직군의 라인하르트는 방패를 들고 다른 플레이어를 보호하는 모범적인 탱커지만, 같은 직군인 로드호그는 무식한 체력과 갈고리를 바탕으로 적들을 한명 한명 끊어먹는 암살자에 가깝다. 이와 같이 각각의 케릭터들은 자신만의 플레이스타일을 정의하는 공격과 스킬, 그리고 궁극기를 갖고 있으며, 이들의 조합에 따라서 게임은 천차만별의 형태로 변화한다. 오히려 그렇기에 오버워치의 게임 플레이스타일은 롤이나 도타 2 같은 AOS 장르의 영향을 강하게 받은것처럼 보인다:보통의 FPS가 한 명의 슈퍼플레이로 팀을 캐리하는 것이 가능하다면, 오버워치에서는 팀의 조합과 상대의 조합을 신경쓰면서 플레이를 해야하며 한 명이 전황을 뒤집기 보다는 여러명의 협동을 통해서 게임을 풀어나가는 것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재밌는 점은 오버워치의 게임 플레이가 팀포 2에 비해서 더 '업템포'에 가깝다는 사실이다:게임에서 모든 무기는 보급의 필요 없이 계속해서 사용할 수 있고, 스킬들의 쿨은 10초 전후로 그렇게 길지 않으며 소모하는 자원은 없는데다가 전황을 뒤집을 정도로 강력하며, 심지어 리스폰 타임은 여타 게임들에 비해서 체감상 짧은 편이다(물론 버튼 누르면 리스폰되는 콜옵류에 비교할 바는 아니지만) 한번 전투가 일어날 때 마다 상대편이나 우리편이나 있는 모든 화력을 쏟아붓는 형식이 되기에 게임은 매우 격렬한 형국으로 이어지게 된다. 또한 여타 협동형 FPS와 다르게 궁극기의 존재로 전황을 뒤집을 수 있기 때문에 게임은 매순간에서 긴장감이 느껴진다. 하지만 그렇다고 게임이 초단위의 섬세한 판단을 요구하는 육체적 능력 위주의 게임은 아니다. 기존의 AOS 장르의 게임들이 기본적인 게임의 흐름에서부터 육체적인 섬세함을 요구하였다면(에이밍 뿐만 아니라 미니언 파밍/디나이 같은), 오버워치는 섬세함보다는 게임을 전체적으로 이해하는 판단능력이 중요하다고 평할 수 있다. 어떻게 보면 블리자드의 강점(있는 것들을 끌고 와서 섬세하게 다듬는다)이 그대로 드러나는 게임 플레이이며, 오버워치는 이런 점들에서 매우 훌륭한 게임이라 평할 수 있다.


하지만 오버워치는 완벽한 게임이 아니며, 게임에는 치명적인 결함이 숨어 있다. 오버워치는 게임 내의 상성의 단위가 클레스가 아닌 케릭터이다. 팀포 2가 각각의 클레스가 맡은 역할이 정해져있고, 그 역할에 따라서 플레이스타일이 고정되어 있기에 클레스에 따른 상성이 분명했었다. 그렇기에 팀포 2는 게임 플레이 중 클레스를 바꾸는 것만으로 불리한 전황을 타개할 수 있는 여지가 충분히 있었다(물론 이 때도 스씨들이라 불렸던 도움 안되는 직군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오버워치는 클레스 케릭터의 조합에 따라서 게임 플레이가 극단적으로 달라지는 만큼, 게임에는 분명 '망한 조합'이라 불릴 수 있는 조합들이 수두룩 빽빽하다. 영웅 선택 창에서 이미 공격 영웅 부족, 돌격 영웅 부족/너무 많음 이런식으로 게이머에게 이 조합에는 문제가 있다는 것을 분명하게 어필하지만, 게임은 복수 영웅을 선택할 수 있게 하는 등 이러한 구멍 뚫린 조합에 대해서 시스템적으로 강제하지 않는다. 물론 랭크 게임이 활성화되면 상황이 달라질지 모르겠지만, 게임 내에서 상황에 따라서 픽이 유동적으로 바뀌어야 하는 부분 역시도 게임에 대해 어느정도 이해를 요구하기 때문에 초심자에게는 쉽지 않은 부분이라 할 수 있으며, 게임을 플레이하는 문화가 정착되기 전까지는 게임 플레이의 재미를 크게 훼손시킬 수 있는 가능성도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심지어 지금의 초기 오버워치 플레이 상황을 보면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할 수 있다:겐트위한(물론 여기서 위도우메이커와 한조는 빠져도 된다고 생각하지만)으로 지칭되는 통칭 '충' 영웅들은 전적으로 '팀에 기여하는 것은 적지만 나만 재밌는' 플레이를 보장한다. 그리고 따로 팀을 꾸리지 않는 한, 공개 매칭에서 이 챔프가 6명 중 2명 이상을 차지할 확률은 매우 높다고 할 수 있으며, 이들이 게임 끝까지 상황에 따라서 픽을 바꾸지 않는 일 역시 비일비재 하다. 이러한 문제는 이전까지 이러한 '새로운'(엄밀하게 이야기하자면 전혀 새로운게 아니지만, 대중의 입장에서는) 게임에 대해서 대중의 이해도가 떨어지는 것을 표상하고 있으며, 블리자드는 이 부분에 대해서 중복 영웅 선택 등과 같은 순진한 접근을 보여주고 있다. 


그렇기에 오버워치는 이전 게임들이 지니고 있는 잠재력을 십분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구조를 갖고 있다:하지만 게임은 시간이 지나면 이러한 문제가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 그것은 제작사인 블리자드의 인풋을 통해서가 아닌 게이머들이 자체적으로 픽과 조합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게임의 단점을 매꿔나갈 것이기 때문이다. 롤의 EU 메타 자체가 라이엇이 처음부터 의도한 전술이 아니었듯이, 오버워치의 문제도 그러한 게임 외부적인 문화를 통해서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이다. 그렇기에 많은 사람들은 본인이 지적한 이러한 단점에 대해서 동의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오버워치가 그런 문제점을 갖고 있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는 점이며, 더 나아가 이런 비슷한 단점을 갖고 있어도 더 끔찍하게 저평가된 게임들이 한 트럭으로 쌓여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발매 일주일도 안되서 수백만장이 팔린 게임의 '특권'이라 할 수 있다:이전부터 게임들은 수많은 시도와 실험을 통해서 새로운 것을 만들어왔고 쌓아왔다. 하지만 이 모든 것들이 정당한 평가를 받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킹덤 오브 아말러는 자신만의 독특한 스토리와 분위기를 잘 만들어놓고 주정부의 지원 철회로 후속작이 안나온 비운의 작품이 되었으며, 스플래툰은 위유라는 플랫폼에 갇혀서 대중들의 인지도가 낮은 케이스라 할 수 있다. 레인보우 식스 시즈는 완성형에 가까운 멀티플레이를 보여주었음에도 판매실적이 뛰어나지 않고 메타에 대한 연구가 잘 이루어지지 않았다. 톰 클랜시의 스플린터 셀에 들어있는 용병 대 스파이는 독특한 멀티플레이를 선보였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게임 스타일이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한 채 그 맥이 끊겨버렸다. 단지 팔리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수많은 게임들은 오버워치 같이 자신이 갖고 있는 한계를 게이머의 문화에 의해서 외부적으로 보완받을 기회를 잃어버렸다. 물론, 글쓴이가 게임에 대해서 최저 판매량 같은 게임 개발사적 복지를 이야기 하고 싶은 것은 아니다:게임은 오로지 게임 플레이 그 자체로 평가 받아야 한다. 하지만 판매량과 게임의 완성도 및 포부와 비전은 일치하지 않는다는 것, 더 나아가서 단지 수백만이 구매하고 블리자드이기 때문에 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게임이 마치 이 시대를 대표하는 것 마냥 과대평가 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오버워치는 재밌는 게임이다:그것이 갖고 있는 단점이 없는 것은 아니나, 수백만명의 플레이어들이 지속적으로 플레이하면서 게이머 풀을 유지한다면 이러한 문제는 자연스럽게 해결되고 마치 '완벽한 게임'이 등장한 것처럼 보이게 될 것이다. 그리고 블리자드의 사후관리 경험과 능력은 이미 수많은 게임들을 통해서 검증된 부분이며, 세계 최고라고 할 수 있을 정도기에 앞으로도 오버워치는 재밌을 것이다. 그러나 게임을 사랑하는 게이머들이 분명하게 기억을 해야하는 것은 오버워치는 정말로 대단한 아이디어를 처음으로 보여준 게임이 아니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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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이야기/게임 리뷰




2차 세계대전이나 현대전을 다루던 FPS가 등장하기 전에도 FPS 게임들은 흥하고 있었다. 언리얼 토너먼트나 퀘이크 3 같은 부류의 게임들은 경쾌한 움직임을 토대로 보기만해도 무지막지한 화력들(로켓런처나 클레이모어 샷건 같은)로 상대방과 경쟁하는 형태를 보여주었으며 소위 '하이퍼 FPS'라는 독특한 게임 문법을 구축하였고 밀리터리 FPS 장르가 대세를 잡은 이후에도 근근히 그 명맥을 유지하였었다. 하지만 한번 역으로 생각해보자:과연 하이퍼 FPS는 원래부터 존재하는 장르였을까? 하이퍼 FPS라는 장르는 애시당초에 그 당시에는 일반적인 장르 구분이 아니었다. 그 당시 FPS의 거의 대부분이 하이퍼 FPS였던 것이다. 경쾌한 움직임과 함께 무지막지한 화력, 적을 압도적으로 박살내버리는 쾌감 등의 기초적인 요소들을 그 당시의 FPS들은 공유하고 있었을 뿐이었다. 오히려 하이퍼 FPS라는 정의는 '재발견'된 개념에 가깝다. 밀리터리 FPS로 넘어오면서 움직임은 이들에 비해서 느리게 변하였으며(소위 사실적인), 모던 워페어의 멀티와 함께 퍽 시스템과 악세사리, 장비 시스템이 일반화되고, 킬 체인을 쌓아서 전장을 지배하는 킬스트릭 시스템이 등장하면서 페러다임이 그쪽으로 움직인 것에 불과한 것이다. 게다가 하이퍼 FPS-밀리터리 FPS 장르 공식의 틀에 갇혀서 생각한다면 너무나 많은 것을 설명하지 못하게 된다:오리지널 레인보우 식스의 치명적인 멀티플래이 흐름이나, 피어의 근접전과 총격전의 유기적 결합, 제다이 아웃캐스트나 에너미 테리토리 같은 독특한 멀티플래이 등등까지. 또한 밀리터리 FPS, 특히 콜옵 멀티가 하나의 장르문법으로 고착된 이후에도 멀티 문법의 다양한 변종들은 꾸준하게 등장하고 있었다. 우리는 페러다임의 변화라고 보았지만, 오히려 일어난 현상은 페러다임의 변화라는 거대한 것이라기 보다는 장르 문법과 언어의 공유, 쪼개짐, 진화, 분절 등의 다양하고도 유기적이며 복잡한 무언가에 가깝다는 것이다.


겉보기에 타이탄폴은 콜옵 식의 멀티플래이를 대체하는 차세대 FPS로 분류되는 게임이었다. 하지만 4 대 1 비대칭 멀티플래이를 보여준 이볼브나, MMOFPS라는 불모지에 도전한 데스티니 같은 게임들과 다르게 타이탄폴의 게임 흐름은 전적으로 콜옵식 멀티플래이가 갖고 있는 문제를 극복하는데 주력하였다. 그렇기에 타이탄폴은 모던 워페어 멀티 시스템의 좋은 점을 끌고 오는 계승자적인 태도(실제로 리스폰 엔터테인먼트는 모던 워페어의 아버지인 인피니티 워드의 핵심 멤버가 만든 스튜디오다)와 함께 먼저 쌓았던 업적을 거부하고 다른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하는 반항아적인 태도를 보이는 상반된 모습을 띄고 있다. 이러한 모던 워페어식의 멀티를 향한 양가적인 태도 속에서 타이탄폴이 거둔 업적은 의미심장하다. 그것은 여지껏 콜옵식의 퍽과 킬스트릭 시스템과는 다른 형태로써 기존 모던 워페어의 리듬을 따르면서도 다른 형태의 리듬을 가진 훌륭한 변주곡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이전까지의 게임들이 콜옵이 만들어낸 시스템에 갇혀서 소소한 변화를 꾀하지 못했었다면 타이탄폴은 콜옵 시스템을 계승하면서도 시스템에 갇히지 않은 진정으로 '넘어섰다'라는 표현에 걸맞는 게임이다.


타이탄폴이 다른 게임들과 다른 시스템은 엄청나게 많다:하이퍼 FPS를 연상시키는 벽타기-파쿠르의 요소, 킬스트릭 개념인 타이탄의 존재, AOS를 연상케하는 미니언들의 존재, 기존의 악세사리와 퍽 시스템을 단순화 시키는 모습, 에필로그의 개념 등등까지 타이탄폴의 시스템들은 이전에 찾아볼 수 없는 새로운 것이 많다. 하지만 이러한 시스템들을 이해할 때 개별적인 시스템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각각의 시스템이 유기적으로 모여서 어떤 게임을 만들어내는가에 대해서 초점을 맞춰야 한다. 타이탄폴이 대대적인 시스템 변화로 극복하고 싶었던 모던 워페어의 단점은 바로 '킬스트릭'(연속된 사살에 대한 보상으로 특수한 능력을 해금하거나 공격을 하게 만들어주는 시스템) 시스템 그 자체였다. 기존의 모던 워페어 멀티플래이에서 킬스트릭은 연속된 사살에 대한 보상개념이자 더 많은 적을 쓸어담을 수 있는 기회라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모던 워페어 이후로 문제가 되었던 것은 킬스트릭의 '불평등함'일 것이다:모던 워페어 2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듯이, 고수들이 킬스트릭을 이용해서 한번에 20킬, 30킬을 쓸어담는 상황이 심심치 않게 벌어지거나 초보들은 게임에 들어가서 연속 3킬도 못따서 UAV조차 부르지 못하는 등의 불평등의 문제들이 많았었다. 그렇기에 모던 워페어 이후의 콜옵 멀티의 변천사는 킬스트릭 시스템에 대한 조정이 핵심이었다:블랙옵스 1에서는 킬스트릭으로 킬 체인을 잇지 못하도록 만들었으며, 모던 워페어 3에서는 죽어도 스트릭이 이어지는 서포트 패키지를 추가, 블랙옵스 2에서부터 어드밴스드 워페어, 3편까지는 아예 게임 기여도인 포인트로 킬스트릭을 잇는 포인트스트릭 시스템을 도입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타이탄폴이 킬스트릭을 접근하는 방식은 독특하다:타이탄폴은 킬스트릭인 타이탄을 킬이라는 고정된 숫자에 묶어두지 않고 '시간'이라는 유연한 개념에 묶어둔다. 타이탄폴은 한 라운드에 10분 정도 진행되며 게이머는 첫 타이탄을 4분 이내, 그리고 이후의 타이탄은 2~3분 이내에 보급받을 수 있다. 단순하게 접근하더라도 게이머는 한 매치에서 타이탄을 최소 2대 이상 지급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게임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게이머는 특정한 행위들을 통해서 타이탄의 건조시간을 가속시킬 수 있다. 미니언을 사살한다던가, 파일럿을 사살한다던가, 상대 타이탄을 공격한다던가 등의 다양한 행위들은 타이탄의 건조시간을 가속시키며, 결과적으로 타이탄을 더 빠르게 보급받도록 유도한다. 이러한 시간에 의한 킬스트릭의 지급은 언뜻 보면 게임을 루즈하게 만들 수 있다고 볼 수 있다:어떻게 되든 간에 게이머는 결과적으로 타이탄이라는 강력한 무기를 보급받을 수 있다. 그렇다면 어디선가 시간을 때우다가 타이탄을 타는 것이 전장으로 직접 나아가서 적을 사살하는 것보다 더 효율적이지 않을까? 하지만 이러한 문제를 게임은 미니언 시스템의 도입과 타이탄 플래이의 조절을 통해서 훌륭하게 극복하였다. 


타이탄폴에는 AOS에서 나오는 것처럼 미니언들이 존재한다. 일정한 시간을 두고 주기적으로 리스폰되는 미니언들은 죽이기도 쉽고 플래이어에게 직접적으로 위협이 되지 않는 모습을 보여준다. 하지만, 이 미니언의 존재는 게임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점한다. 게이머는 지속적으로 충원되는 상대 미니언을 처리하면서 자신의 타이탄 건조 시간을 가속할 수 있으며, 미니언들이 훌륭한 위장을 만들어주기도 한다. 무엇보다 미니언의 존재는 타이탄폴이 거대한 전투의 연속이라는 느낌을 주는 '연출'과 게임의 템포를 항시 유지하게 만드는 핵심이라 할 수 있다. 타이탄폴은 기본적으로 6:6의 대전을 기반으로 게임이 진행되는데, 기존의 멀티플래이 게임들이 8:8이나 12:12를 지원하는 것을 생각하면 턱없이 부족한 스케일이라 할 수 있다. 또한 후술한 타이탄의 존재로 인해서 게임의 맵은 기존의 게임 맵보다 더 크며, 이로 인해 파일럿과 파일럿 사이의 교전이 뜸하다는 문제가 있다. 하지만 미니언의 존재로 인해서 게임은 파일럿과 교전하지 않을 때도 타이탄 건조 시간을 단축시키며 지속적으로 전투를 유지시켜 템포가 항시 고양되어 있다. 또한 상대와의 전투에서 밀리더라도 만회할 수 있는 기회를 미니언을 통해서 주기도 한다.


이러한 미니언 시스템의 특징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무장이 바로 '스마트 피스톨'일 것이다. 범위 내의 적을 자동적으로 락온한 후에 트리거를 당기면 헤드샷이 되는 스마트 피스톨의 존재는 여타 게임을 생각해보았을 때, 너무 강력한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하지만 플레이어들의 움직임은 매우 빠르며 플레이어를 락온하면 약 3초간의 시간이 걸리기에 오히려 플레이어간의 전투에선 아주 유용하다고 할 수 없는 수준의 무장이다. 스마트 피스톨의 진수는 플레이어와의 전투와 별개로 미니언들을 빠르게 쓸어담을 수 있다는 것에 있는데, 한 웨이브(4~5명 정도)를 락온 한번으로 깔끔하고 편하게 처리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미니언 쓸이에 특화된 무장이다. 그렇기에 스마트 피스톨을 들면 상대 플레이어와의 직접적인 충돌보다는 미니언들을 쓸어담으면서 타이탄 건조시간을 단축시키고, 가랑비에 옷이 젖듯이 천천히 상대방의 포인트를 갉아먹는 포인트에 주력하여야 한다. 스마트 피스톨이야말로 타이탄폴이 어떤 게임인지(미니언 학살용 무기, 빠른 페이스로 치고 빠지는)를 잘 드러내는 무기라 할 수 있다.


타이탄폴에 있어서 타이탄이란 단순한 조종가능한 킬스트릭의 개념으로 접근할 수 없다. 조종할 수 있는 킬스트릭의 개념은 항상 있어왔지만, 타이탄폴과 같이 게임 템포가 인간-킬스트릭 타이탄으로 극단적으로 나뉘어지는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기 때문이다. 타이탄은 거대하고 강력한 화력을 갖고 있지만 본질적으로 체력이 회복이 안된다는 점에서 소모품이란 특징을 갖고 있다. 그리고 인간일 때 플레이어는 기동력을 살려서 건물로 들어가서 엄폐하거나 건물 옥상 등을 자유자재로 이동하며 다양한 무기를 이용해 상대 타이탄과 적들과 싸울 수 있다. 흥미로운 점은 게임의 맵구조가 인간일 때와 타이탄일 때로 크게 나뉘어진다는 점이며, 이 두 맵 사이의 간극은 상당하기 때문에 마치 다른 게임을 하는 것처럼 느껴진다는 것이다. 인간으로 게임을 플래이할 때는 맵이 매우 거대하고 복잡하게 느껴지지만, 타이탄으로 플래이할 때는 맵이 복도와 방으로 구성된 단순한 형태로 보여진다. 그리고 이 두 맵이 하나의 맵에 겹쳐져 있다는 점, 그리고 두 게임 플래이가 서로를 보완한다는 점에서(오래된 군대의 격언처럼, 전차는 보병을 보호하고, 보병은 전차를 보호하라!) 게임은 킬스트릭에 의한 학살이 아닌 서로 다른 두 게임 템포의 조화, 화음을 만들어낸다고 평가할 수 있다.


그렇기에 타이탄폴의 제트팩+파쿠르의 개념은 이 두 플래이를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중요한 매게다. 다잉 라이트 같은 하드코어한 형태의 파쿠르와 다르게, 타이탄폴은 더블점프와 함께 벽타고 달리기 같은 간단한 플랫포밍의 개념이 도입되어 있을 뿐이다. 물론 당시에는 매우 혁명적이라는 평가를 들었지만(이젠 콜옵 시리즈들도 이러한 더블 점프나 벽타기 같은 개념을 적극적으로 차용하고 있다), 사실 게임 내에서는 이러한 요소들이 크게 부각된다는 느낌은 아니다. 하지만 타이탄폴의 제트팩+파쿠르 플랫포밍의 중요성은 그 자체의 복잡함보다는 타이탄과 인간 플래이를 이어주는 가교로써 작용한다는데 있다. 키가 2층짜리 건물에 육박하는 타이탄에게 무기력하게 짓밟히는 것이 아닌 요리조리 달리면서 압도적인 기동력으로 상대할 수 있게 만드는 것, 높은 건물위에 오르거나 빠르게 뒤를 잡는 등의 기동력을 부여하는 개념으로써 타이탄폴은 파쿠르와 제트팩을 도입한 것이다. 이러한 제트팩과 파쿠르를 도입한 타이탄폴의 플랫포밍을 극단적으로 보여주는 시스템이 바로 로데오 공격이다:상대방의 타이탄 위에 올라타서 타이탄의 실드를 무시하고 체력에 직접적으로 공격을 가하는 로데오 공격은 상대방의 타이탄을 순식간에 무력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강력하고도 유효한 공격수단이다. 물론 그만큼의 위험부담도 상당하지만(상대 타이탄 위에 메달린 표적이 된다는 점에서), 제트팩과 벽타기 등의 요소를 적재적소에 사용하여 상대를 농락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매력적인 시스템이며 타이탄폴에서 타이탄-인간 플레이 사이를 잇는 가교가 바로 파쿠르와 플랫포밍이라는 것을 여지없이 드러내는 시스템이라 할 수 있다.


이런 것들이 맞물려 들어가면서, 타이탄폴은 상쾌한 게임플래이와 함께 초보나 고수 모두가 즐겁게 플레이할 수 있는 균형잡힌 게임플레이를 보여준다. 일례로 번카드 시스템을 보자:악세사리나 퍽 같은 장비 이외에 강력한 장비를 주는 대신 일회성으로 소모되는 개념으로 사용된 번카드는 일종의 와일드 카드이자 게임을 쉽게 풀어나갈 수 있는 시스템으로 작용한다. 게임은 이전의 콜옵 시리즈에서 겪었던 극단적인 부익부 빈익빈 현상(킬스트릭을 쓰는 자가 킬을 더 쓸어담고, 더 큰 킬스트릭을 불러내는)을 시간의 개념을 게임에 적극적으로 도입하는 등 혁신적인 시도를 하였으며, 서로 다른 인간-타이탄 플레이를 제트팩 등의 플랫포밍 요소를 도입하여 연결시키는 등의 세심한 게임 플래이를 보여주고 있다. 그렇기에 타이탄폴은 훌륭하게 만들어졌고, 많은 사람에게 추천할 수 있는 게임이라 할 수 있다.


결론을 놓고 본다면 타이탄폴은 놀라운 멀티플래이 게임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사람들이 이야기하듯이 과거의 하이퍼 FPS의 재래라고는 할 수 없다:타이탄폴은 하이퍼 FPS라고 불리던 게임들의 시대와 다른 맥락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타이탄폴은 모던 워페어 이후 이어져왔었던 멀티플래이 FPS의 규칙을 장점만 계승하면서 근원적으로 뒤틀어버린 게임이라 할 수 있다. 그와 별개로 타이탄폴의 단점 역시 존재한다:이는 타이탄폴의 멀티플래이에서 오는 것이 아닌 타이탄폴이라는 게임의 분량에서 오는 문제일 것이다. 성의가 없을 정도라고 평가할 수 있는 싱글플레이나(모던 워페어가 혁명적인 싱글플레이를 보여줬다는걸 고려하면...), 생각외로 부족한 타이탄의 숫자나 무기의 숫자, 퍽의 종류 등등은 충분히 아쉬움을 자아내는 부분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타이탄폴은 플레이할만한 가치가 있는 게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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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이야기/게임 리뷰




*격게 곰손이 플레이한 것이라 고수가 보았을 때 다소 차이가 나는 부분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양해를 미리 구합니다.



일전에 이런 일이 있었다고 한다:한 일본 격투 게임 제작자와의 인터뷰에서 격투 게임의 강점들은 오로지 일본 격투 게임의 전통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것이라고 인터뷰에서 이야기한 적이 있었다. 물론 일본 격투 게임은 블레이블루나 길티기어 같은 독특한 흐름에서부터 스트리트 파이터 같은 전통적인 흐름까지 커버하는 넓은 스펙트럼을 갖고있기는 하지만, 인터뷰이나 인터뷰어나 양측 모두 간과한 사실이 하나 있었다. 그것은 바로 모탈 컴벳의 존재였다. 실제로도 저 인터뷰 이후 모탈컴벳 2011이 나와서 모탈컴벳 시리즈가 여전히 살아있음을 과시하였고, 모탈컴벳이나 킬러 인스팅트로 대표되는 북미 격투 게임의 전통이 끊기지 않았음을 증명하였다. 그리고 2011년 이후 4년만의 모탈 컴벳 X는 기존 모탈컴벳 시리즈의 특징적인 시스템을 재해석 하여 게임에 접합시키고 새로운 시대에 걸맞는 멀티플레이를 게임에 접합시키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모탈컴벳 시리즈가 여타 격투 게임 시리즈와 차별되는 부분은 풍부한 피격모션과 선입력 시스템, 버튼 가드, 블록 형태의 콤보 조합 등의 조합으로 인해서 생기는 독특한 조작감일 것이다. 모탈컴벳 내에서 케릭터들의 움직임은 풍부하고 부드러우며, 그에 따라 케릭터의 피격 모션 역시도 다체롭다. 그리고 이 풍부한 타격 및 피격모션은 여타 격투 게임에서 찾아보기 힘든 독특한 흐름을 만들어낸다. 보통의 격투 게임에서는 피격 모션 자체가 움찔거리는 형태로 간소화되어있는데 비해서 모탈컴벳의 타격 모션과 피격 모션은 다체롭고 화려하며 그 결과 동작과 동작 사이에 일종의 '간극'을 만들어낸다. 게이머가 느끼는 모탈컴벳의 이 간극은 여타 격투 게임에서 찾아보기 힘든 약간의 입력 여유를 제공한다. 또한 '콤보Kombo'라는 기본기의 연속과 제한적인 캔슬 개념(게임 내에서 기본기에서 필살기로 캔슬 시킬 수 있는 타이밍은 상대적으로 제한되어 있다. 콤보는 필살기 캔슬의 주요한 루트이다)을 도입하면서, 게임은 큰 흐름의 콤보를 콤보Kombo와 필살기의 블록 단위로 구성한다. 


그리고 이 입력의 여유와 블록 형태로 구성된 콤보는 모탈컴벳 특유의 선입력 시스템과 결합하면서 더욱 두드러진다. 시리즈 전통의 메인 케릭터인 스콜피온을 예로 들어보자:플레이어가 가령 약손으로 이어지는 콤보(ㅁㅁ)에서 곧바로 스피어(←→+ㅁ)를 쓰려고 한다면 약손 콤보의 마지막(두번째 ㅁ)에서 스피어를 입력하는 것이 아니라, 약손콤보가 시작되는 그 시점(ㅁ)에서 곧바로 스피어를 입력하여야 한다.(옵션에서 끌 수도 있지만, 일반적인 경우 단축 커멘드가 적용되기에 ←→만 입력해도 된다) 하지만 동시에 입력된 스피어가 나갈 때 까지는 어느 정도 여유롭다:게이머는 입력된 스피어가 상대에게 히트하는 것까지를 지켜본 뒤에 다시 콤보를 이어나가면 된다. 이런식으로 게임은 선입력을 통해서 게이머에게 다음 블록을 입력할 수 있도록 준비하게 만드는 여유를 제공한다. 이런 특징들 덕분에 모탈컴벳은 여타 격투 게임보다 입문하는 난이도가 쉽다고 할 수 있다:콤보에 있어 선입력이라는 독특한 흐름에만 익숙해지면 게임은 콤보 루트가 블록 단위로 제한적이라는 점과 선입력과 피격/타격 모션 덕분에 게임이 어느정도 여유를 보장해준다는 점에서 초보자가 콤보를 자연스럽게 이어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모탈컴벳 X는 여기에 런캔슬과 바리에이션 시스템을 집어넣음으로 게임의 깊이를 깊게 만든다. 첫번째로 런캔슬 시스템은 캔슬 가능한 콤보Kombo나 기본기에서 필살기 대신에 달리기(→+R2)를 입력함으로서 공중에 뜨거나 거리가 벌려진 상대를 곧바로 추격하는 시스템이다. 이 런캔슬을 통해서 기존에는 이어나갈 수 없었던 콤보를 이어나가는 경우가 이번 모탈컴벳 X에서는 자주 찾아볼 수 있는데, 예를 들어 재키 브릭스의 경우는 모든 필살기가 상대방을 거의 스테이지 반대쪽으로 날려버리기 때문에 모든 콤보에 런캔슬이 필수적으로 들어간다고 할 수 있다. 이 런캔슬 자체는 콤보에 있어서 고난이도 테크닉이라 할 수 있는데, 다른 콤보의 블록들과 달리 런캔슬 이후 곧바로 콤보로 이어나가야 하기 때문에 초보에서 중수 이상으로 넘어가는 사람들이 사용하는 테크닉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런캔슬의 존재는 역으로 '이어나갈 수 없는 상황에서도 콤보를 이어나갈 수 있게 만든다'는 점에서 게임의 깊이를 더하는 시스템이기도 하며, 굳이 런캔슬을 쓰지 않고도 콤보를 이어나갈 수 있는 케릭터들의 존재나 런캔슬을 사용하지 않더라도 콤보 데미지 자체는 너그러운 편이기 때문에 런캔슬의 사용이 강제된다고는 할 수 없다.


두번째로 바리에이션 시스템은 구작 모탈컴벳에서 보여주었던 유파 시스템을 새로운 모탈컴벳에 맞게 재해석하여 보여준 시스템이다. 모탈컴벳 시리즈는 오랜 시간동안 케릭터들의 기술이나 특수기들이 시간에 따라 변하거나 삭제되거나 추가되는 모습을 보여주었고, 이러한 흐름을 존중하고자 한 모탈컴벳 X는 하나의 케릭터에 모든 기술을 넣어서 난잡하게 만들기보다는 하나의 케릭터를 3개의 바리에이션으로 쪼개서 한 케릭터가 오랜 시간 동안 가져왔었던 기술을 모두 사용할 수 있게 만들고자 절충하고자 하였다. 물론, 이러한 바리에이션 시스템을 시리즈 전체를 녹여낸 시스템이라고 호평하는 사람도 있지만 단지 하나의 케릭터가 갖고 있는 기술을 3개로 나누었다라고 평가를 하는 사람도 있으며, 이러한 바리에이션 시스템 덕분에 본작의 참전 케릭터 수는 전작에 비해서 많이 줄어든 것도 사실이다.


일단 바리에이션 시스템을 통해서 케릭터가 분화되는 모습을 살펴보았을 때, 제작자들이 바리에이션 시스템 자체가 노리는 것은 운영 자체의 변화라고 할 수 있다. 모든 케릭터들의 바리에이션을 일반화시킬 수는 없겠지만, 일반적으로 게임 내의 케릭터 바리에이션들은 기본기의 추가 및 변화를 통해서 콤보 자체의 운영이 달라지는 바리에이션, 필살기의 변화를 통해서 콤보 또는 운영에 변화가 생기는 바리에이션, 마지막으로 텔레포트나 이동기를 추가하여 트리키한 움직임을 유도하는 바리에이션으로 나뉘어진다. 각각의 바리에이션은 공통되는 콤보 루트를 공유하기도 하지만, 동시에 운영 측면에 있어서는 방점이 찍혀있는 부분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기본기나 필살기냐, 아니면 움직임이냐) 서로 다른 케릭터를 플래이하는 감각을 만들어낸다. 상대하는 입장에서도 각각의 바리에이션의 차이와 대처는 다른 케릭터를 상대하는 만큼은 아니지만 비교적 뚜렷한 차이가 존재한다고 할 수 있다. 다만, 몇몇 케릭터의 경우 원래 있었던 텔레포트가 바리에이션에 따라 삭제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기에, 텔레포트가 대단히 중요한 위치를 점하는 모탈컴벳 시리즈 특성상 몇몇 바리에이션을 강제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렇기에 이 부분은 게이머가 어디에 가치를 두느냐에(더 많은 케릭터? 아니면 운영의 차이?) 따라서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부분이라 할 수 있다.


모탈컴뱃 X는 전작인 모탈컴벳 2011에서 태그팀 매치가 삭제되기는 하였지만, 게임 콘텐츠의 부분에 있어서 네트워크와 연동하여 이전의 모탈컴벳이나 대전 게임에서 찾아보기 힘든 독특한 게임 플레이를 보여준다. 모탈컴벳 X의 콘텐츠는 크게 싱글플레이, 멀티플레이, 마지막으로 팩션 플레이로 나뉘어진다. 게이머는 게임을 시작할 때 다섯 가지 팩션 중 하나의 팩션을 선택할 수 있으며, 팩션에 소속된 이후 게이머의 모든 활동(싱글플레이, 멀티플레이, 팩션 콘텐츠 등등)들은 팩션의 평판에 영향을 주게 된다. 그리고 매주 각 팩션의 활동을 비교하여서 펙션간의 순위를 가리기도 한다. 모탈컴벳 X의 팩션 플레이는 싱글플레이와 멀티플레이를 혼재한 개념으로 볼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모탈컴벳 X의 콘텐츠 구성은 격투 게임이 빠지기 쉬운 함정을 교묘하게 피해간다. 격투 게임의 대부분은 싱글플레이와 멀티플레이로 이원화되어 있으며, 그렇기에 대부분의 격투 게임의 콘텐츠 소비 흐름은 다음과 같다고 할 수 있다:싱글플레이 콘텐츠를 소비하며 게임에 입문한 초보자가 싱글플레이 이후 상대적으로 입문장벽이 높을 수 밖에 없는 멀티플레이 대인전을 경험하면서 게임에 좌절하고 떨어져나가게 된다. 그 결과, 신규 유저들의 유입 및 유지가 어려워지며 숙련된 유저들의 폐쇄된 커뮤니티와 고인 물을 만들어서 잠재적 플레이어 및 소비자의 수를 줄이는 악순환을 반복하게 된다.


하지만 모탈컴벳 X는 팩션 플레이를 통해서 직접적으로 게이머가 다른 게이머와 실력을 경쟁하지 않더라도 게임 콘텐츠를 즐길 수 있게 만듬으로써, 직접적인 경쟁을 선호하지 않는 게이머라도 재밌게 즐길 수 있는 여지를 남겨놓는다. 또한 경쟁 모드에 있어서도 타워의 진행도에 따라 승패를 겨루는 모드를 집어넣는다던가 등의 직접적인 대전을 하지 않더라도 상대와 게임을 즐길 수 있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초보나 입문자를 배려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즉, 모탈컴벳 X는 싱글플레이와 멀티플레이의 중간에서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지점을 만들어 놓았으며, 이는 충분히 대인전에 잼병인 사람들이 매료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모탈컴벳 X는 전통적인 대인전 멀티 환경도 소홀히 하지 않는다:킹 오브 더 힐즈처럼 오락실의 대전환경과 유사한 분위기를 만들어낸다던가 채팅방을 만들고 그 내부에서 다른 사람들과 대전을 하거나 하는 등의 활동을 할 수 있게 만드는 등 게임은 다른 사람들과 게임을 하는 멀티플레이 부분의 방법론에서 많은 고민을 한 흔적이 엿보인다.


또다른 흥미로운 부분은 게임이 지속적으로 인터넷 환경을 통해서 콘텐츠를 업데이트 한다는 것이다:게임은 클래식 타워(스토리모드와는 다른 전통적인 아케이드 대전 격투 게임의 모드)와 함께 인터넷으로 업데이트되는 타워들을 지원한다. 일/주/프리미엄 타워에서는 게임 흐름에 큰 변화를 주는 모드들이 걸려있거나 케릭터가 제한되어 있거나 하는 등의 제한이 걸려있다. 특히 이 모드들의 존재는 게임을 어렵게도 만들기도 하지만(점점 체력이 닳아없어진다던가, 몇배속이 걸린다던가, 여기저기 함정이 깔린다던가) 유쾌하게 만들기도 한다.(게임 스테이지 자체가 시소 하듯이 이리저리 기울기도 한다) 흥미로운 점은 게이머가 로컬 플래이에서도 이러한 모드를 게임에 적용할 수 있다는 것인데, 다른 격투게임과 마찬가지로 갖고 있는 진중하고 정면승부와도 같은 모습을 제거하고 그 자리에 술마시면서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유쾌함을 집어넣었다. 이런 점들에서 보았을 때, 제작사는 모탈컴벳이나 격투 게임이 갖고 있는 전통적인 속성(오프라인 친구 집에서 가볍게 플레이하는)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다고 평할 수 있다.


그외에도 게임은 시리즈 전통의 크립트 모드 등을 통해서 콘텐츠의 분량면에서는 압도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그 외 이번 모탈컴벳 X에서 특기할만한 부분은 시나리오 전반에서의 변화일 것이다:전작이 일종의 리부트(예언을 통해서 더욱 꼬여가는 클래식 모탈컴벳의 타임라인)였다면, 이번작에서는 앞으로 이야기를 이끌어나갈 케릭터들이 등장하는 자리를 마련한다. 모탈컴벳 X는 새로운 영웅들과 빌런들, 기존의 케릭터들 관계의 변화 등을 훌륭하게 다뤄내고는 있지만, 문제는 전체의 프랜차이즈(게임 외의 코믹스 등) 차원에서 흥미롭고 중요한 이야기들이 정작 가장 중요한 본편에서 다뤄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전체 프랜차이즈를 놓고 보면 흥미로운 스토리가 게임 자체에서는 반 정도 밖에 표현을 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모탈컴벳 X의 시나리오는 반쪽짜리 성공이라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모탈컴벳 X는 초보자도 쉽게 입문할 수 있는 격투게임이며, 게임 콘텐츠의 균형있는 배분을 통해서 중, 고수 이상의 테크닉 없이도 오랫동안 게임을 플래이할 수 있게 만들었다. 다만 아쉬운 부분은 인터넷 대전 환경이라 할 수 있겠는데, 본작의 멀티플래이 환경이 북미-유럽 위주라서 상대적으로 아시아 지역에서의 멀티환경은 쾌적하지 않다는 문제가 있다. 물론 채팅방 등지에서 일본, 중국 중심의 채팅방에 끼어서 플래이하는 것이 대안이기는 하지만, 조금만 더 신경을 써주었으면 더 재밌는 게임이 되었을 텐데 라는 아쉬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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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이야기/게임 리뷰










영웅에게 진정한 결말은 죽음뿐이다.
영웅은 목숨이 위태로울지라도 죽음 앞에서 굽히지 않는다.

영웅은 자신도 위험을 피할 수 없다는 걸 알지만 
사람들을 두려움으로부터 해방시켜줄 수 있다.

남겨진 이들이 그의 희생에서 희망을 찾고 그를 알았던 이들이
그의 굽힐줄 모르는 충절과 확고한 신념, 
때가 왔을 때 모든 것을 바칠 수 있는 최후의 의지를 말하게 하라.

전설은 살아있다. 오직 인간만이 죽음을 맞이할 뿐.

이 일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배트맨은 그렇게 죽었다.
This is how it happened. This is how the Batman dies.





*치명적인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배트맨 아캄 시리즈를 리뷰하는 데 있어서 숙지해야 하는 부분이 있다. 그것은 바로 배트맨 아캄 시리즈는 기본적으로 이전에 있었던 훌륭한 게임들이나 대중문화를 모지아크한 게임들이라는 것이다. 기존의 잠입 액션 게임의 은신 기제나 프리 플로우의 배이스가 되었던 페르시아 왕자 시간의 모래 시리즈의 전투들, CSI의 연출을 받았다고 보여지는 탐정 모드 등등에서 아캄 시리즈는 무언가 새롭다기 보다는 검증된 기존의 것들을 끌고 오는데 집중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기존의 것들이 따로 겉돌면서 놀지 않고 하나의 게임으로 구성될 수 있었던 이유는 구성이나 게임 플래이 완급 조절 등의 락스테디의 완숙한 개발력 외에도 이들의 요소들을 하나로 묶는 구심점이 존재하였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배트맨 아캄 시리즈를 분석하는데 있어서, 그리고 특히 아캄 시리즈의 대미를 장식하는 아캄 나이트를 분석하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이 구심점인 배트맨이라는 케릭터와 그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스토리에 대한 고찰이다.


고찰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기에 앞서서 배트맨 아캄 나이트가 기본적으로 깔고 있는 전제에 대해서 논하여야 한다. 아캄 나이트는 전적으로 편의주의적인 설정들을 전제로 차용하고 있다:스케어크로우의 협박에 의해서 고담 시의 시민들이 하나도 빠짐없이 고담시를 대피하고 고담시에는 폭동과 파괴를 즐기는 악당들과 스케어크로우와 아캄나이트 일당들만 남아있을 뿐이다. 그렇기에 배트맨은 자유롭게 고담시를 배트모빌로 박살내면서 돌아다닐 수 있다. 또한 배트모빌로 사람을 치더라도, 치이기 전에 전기 충격으로 사람을 튕겨낸다는 다소 황당하고 편의적인 설정과 묘사를 꺼내기까지 한다. 하지만 한 도시가 모두 대피하는 소동에도 불구하고 초반 고든 청장의 전화를 통해 드러나듯 군대나 연방정부의 개입은 없다. 또한 사람을 자동차로 치고 돌아다녀도 죽는 사람 하나 없다. 뭔가 곰곰히 생각하면 이 설정들은 뭔가 이상한 부분이라 할 수 있다:왜 이 '국가적'인 사태에도 불구하고 배트맨과 고담 경찰 이외에는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사람이 없는 걸까? 어째서 배트맨이 배트모빌로 사람을 치고 돌아다니는데도 악당들은 하나도 죽지 않는 것일까?


이러한 편의적인 설정은 배트맨 프랜차이즈에서 자주 발견되는 부분이기도 하다:고담이 지진으로 붕괴된 노 맨스 랜드 이슈를 보자. 하나의 도시가 붕괴하였는데도 미국이라는 정부는 수수방관할 뿐이다. 오로지 배트맨과 경찰들, 그리고 빌런들이 고담의 통제권을 두고 서로 충돌한다. 또한 조커 등의 빌런들의 존재는 어떠한가? 그들이 벌이는 연쇄살인과 범죄의 규모는 고담의 바운더리를 벗어나지 않을 뿐, 사실상 악랄한 범죄이며 FBI나 다른 국가 기관의 이목을 끌만큼 화려하고 잔인하며 문제적이다. 왜 이들의 체포나 통제를 오로지 고담시 경찰과 배트맨에게만 맡기는가? 


배트맨 시리즈에서 이런 편의적인 설정들과 외부적 존재를 배제시키는 것은 전적으로 케릭터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시키고자 하기 위함이다. 배트맨 아캄 나이트는 배트맨이라는 케릭터가 어떤 존재인지를 이야기하기 위해서 모든 것을 배트맨을 중심으로 재편한다. 심지어 아캄 시리즈는 빌런들조차도 배트맨이라는 케릭터를 묘사하기 위한 도구로 사용한다. 배트모빌의 편의적인 설정도 이것의 연장선상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다소 선을 나가버리기는 했지만, 배트모빌로 사람을 쳐도 사람을 죽이지 않는다는 신조를 지킨다는 것 자체가 배트맨이라는 케릭터가 얼마나 불살을 중요시 여기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아캄 나이트는 이러한 전제를 기반으로 무엇을 보여주고자 하였을까? 아캄 나이트는 아캄 시리즈의 마지막으로서 배트맨이란 영웅의 '죽음'에 대해서 다루고자 한다. 그렇기에 영웅은 자신과 같이 싸우고자 하는 몇 안되는 친우들과 함께 몰려오는 아캄 나이트의 군대와 맞서 싸우며, 자신이 여지껏 맞이한 적 없는 최악의 상황을 맞이한다. 아캄 나이트에서 배트맨이 마주하는 빌런들은 배트맨이 마주하는 고난의 상징이라 할 수 있다:자신의 실패(아캄 나이트=제이슨 토드=레드 후드), 광기(조커의 피를 수혈받아 생긴 광기), 그리고 이 둘로 인해서 배트맨이 느끼는 공포(스케어크로우)까지. 배트맨을 둘러싼 빌런들의 삼각 편대는 이전의 아캄 시리즈에서 보지 못했었던 극적 긴장감을 선사한다.


첫번째로 살펴 볼 빌런은 조커이다:사실 아캄 나이트에서 가장 주목해야 하는 빌런은 조커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엄밀하게 그는 아캄 시티에서 죽었다. 그의 '육신'은 말이다. 하지만 아캄 시티에서 그는 타이탄 약물의 부작용으로 독극물이 되어버린 자신의 피를 배트맨과 몇몇 사람들에게 수혈하는데 성공하였고, 아캄 나이트에서는 조커의 피를 수혈받은 사람들은 조커 같은 인간으로 변하게 된다. 아캄 시티에서 죽음을 맞이한 조커가 아캄 나이트에 나올 수 있었던 것은 조커의 피를 수혈받은 배트맨이 게임 내내 조커의 환영을 보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기서 흥미로운 지점이 있다:정상적인 척을 하다가 조커화 된 사람들을 모조리 다 죽여버리고 배트맨에게 총을 겨눈 헨리는 배트맨을 보고 '가장 순혈의 조커만이 남아야 한다'라고 이야기하면서 자살을 한다. 왜 배트맨은 가장 조커에 가까운 존재로 변하게 된 것일까? 이는 조커라는 케릭터에 대한 분석을 통해서 이해하여야 한다.


배트맨 코믹스의 조커는 아마도 코믹스 역사상 가장 유명한 빌런 중 하나로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조커는 그의 광기 넘치는 행동과 무질서를 지향하는 행위들, 그리고 기원이 없다는 점에서 신비로움과 함께 두려움을 불러일으킨다. 하지만 동시에 이러한 케릭터는 이야기에서 붕뜨기 쉽다:케릭터는 인간의 모습으로 육화되어 있기 때문에 완벽한 광기와 무질서의 상징이나 은유, 비유가 될 수 없다. 그렇기에 배트맨 코믹스의 다른 빌런들은 그들 나름대로의 '기원'을 갖고 있다. 빌런들은 이 기원에서 시작하여 자신만의 생명력 있는 이야기를 갖게 되며, 독자들은 이들에 매료되게 된다. 하지만 조커는 이들과는 다른 이야기 전략을 취함으로써 이야기에 붕뜨지 않고 안착하며, 동시에 모든 사람들이 두려워하는 존재로 화한다. 조커의 광기는 타인과의 관계를 통해서 구체적으로 변화한다:투 페이스에겐 두명의 인격 중 한 명을 죽이겠다고 위협한다던가, 할리 퀸젤에게는 너는 그저 수많은 할리 퀸 중 한명에 불과하다고 한다던가, 고든 청장에게는 그를 붙잡아두고 발가벗겨진 채 피흘리며 죽어가는 딸의 모습을 보여주는 등 조커가 광기와 혼돈을 드러내는 방식은 각자의 인물에 따른 '최악의 형태'라고 할 수 있다. 그렇기에 조커는 타인과의 관계를 통해서 자신을 이야기에 안착시킨다는 점에서 일종의 '기생체적인' 케릭터다.


그렇기에 조커의 피를 수혈받은 사람들은 조커의 인격이 덧씌워진 것이 아니라, '각자의 방식으로 조커가 되어간 것'이었다. 크리스티나 벨은 배트맨을 향한 조커의 집착과 히스테리를, 조니 카리스마는 조커의 매력적인 부분을, 복서는 조커의 폭력적인 부분이 발현되었다. 그렇기에 아이러니 하게도 배트맨은 가장 최고의 조커가 될 가능성을 가진 인물이기도 하다. 이미 프랭크 밀러의 다크 나이트 리턴즈와 다양한 코믹스에서 케릭터가 재해석되었듯이, 배트맨이란 케릭터는 그 자신 내부에 부글부글 끓고 있는 광기와 분노를 갖고 있는 미치광이적인 이미지를 갖고 있기도 하다. 배트맨의 기원은 범죄에 의해서 부모를 잃었다는 트라우마에 기반하고 있으며, 그러한 트라우마와 함께 범죄에 대한 증오와 분노가 범죄자들이 마땅히 두려워 해야한다는 공포의 상징을 만들어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그를 움직이는 주요한 동력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조커는 배트맨의 광기를 깊숙하게 파고든다:각각의 로빈들에 대해서 필요 이상으로 자세하게 비평하며 배트맨의 신경을 긁기도 하며, 끊임없이 부모의 죽음과 탈리아 알 굴의 죽음을 건드려서 배트맨의 죄책감을 자극하기도 한다. 조커는 끊임없이 배트맨이 세운 자신만의 규칙과 원칙들, 고담시를 수호하며 아무도 죽이지 않고 범죄자들에게 대가를 치루게 하겠다는 스스로의 다짐을 그의 내면에서부터 뒤엎어버리고자 한다. 그리고 이는 동시에 배트맨이 갖고 있는 아슬아슬한 경계선의 문제이기도 하다:영웅은 사회를 구원하는 자인가, 아니면 법 밖에서 자신만의 철권을 휘두르는 자인가? 그의 규칙이 지켜지고 있다는 것은 대체 누가 보장을 한단 말인가? 자경단원 배트맨이 갖고 있는 트라우마와 아슬아슬한 한계들은 조커가 발현될 수 있는 최적의 양분이라 할 수 있다. 즉, 아캄 나이트의 조커는 조커 인격과 기억의 복사가 아닌 배트맨의 '일부'인 것이다. 


조커의 등장 이후, 배트맨은 그가 점점 조커의 피에 의해서 미쳐가고 있음을, 그리고 자신이 갖고 있었던 한계들에 뿌리를 박고 이를 양분삼아 점점 커져만 가는 조커가 자신을 각양각색의 패드립으로 피폐하게 만듬을 이해한다. 하지만 그는 여기에 강철같은 침묵의 부정으로 저항한다. 이는 '게임'이라는 매체에 정말로 어울리는 연출이라 할 수 있다:조커는 모든 이벤트에 머리를 들이밀며 배트맨의 신경을 긁지만, 배트맨은 여기에 답하지 않는다. 플레이어에게는 해야할 일이 있고 거기에 집중한다. 그리고 이는 배트맨이 했을 법한 행동이기도 하다. 그리고 플레이어는 동시에 배트맨이 갖고 있었던 가장 내밀한 광기와 비밀, 죄책감을 공유하면서 배트맨 역시 인간임을 이해하게 만든다. 배트맨은 강철같은 의지력으로 조커의 도발에 침묵하며 그가 강한 의지력을 가진 인물임을 드러내지만, 동시에 그가 내면에서부터 서서히 무너지고 있음을 드러내기도 한다. 그렇기에 배트맨 내면의 조커는 그야말로 천재적인 발상이자 배트맨과 조커의 케릭터 모두를 훌륭하게 이해하는 묘사이기도 하다.


두번째는 아캄 나이트다:아캄 나이트의 존재는 배트맨이 두려워 하는 '실패' 그 자체이다. 조커가 보여주는 환상에서 배트맨은 바바라가 조커의 손에 의해서 반신불수가 되는 모습을, 그리고 2대 로빈인 제이슨 토드가 고문 당하면서 망가지는 모습을 목격한다. 그것이 비롯 온전하게 그의 잘못이 아니더라 하더라도, 이러한 배트맨의 실패는 그에게 크나큰 상처를 남긴다. 그렇기에 배트맨은 주변 사람들이 말려들지 않게 하기 위해서 안간힘을 쓰며 자신이 모든 일을 감당하고자 한다:3대 로빈 팀 드레이크에게 바바라가 죽은 사실을 숨겨서 그가 날뛰는 것을 막고자 하였고, 1대 로빈이자 나이트윙인 딕 그레이슨을 잃을 것을 두려워 그에게 고담 시를 떠나있으라고 이야기하기 한다. 또한 바바라가 납치되었을 때, 사실 바바라의 납치는 자신의 잘못임을 고든에게 인정하는 배트맨의 모습은 자신의 실패에 대한 슬픔과 고뇌로 가득차 있었다. 그리고 이러한 배트맨의 실패가 낳은 뒤틀린 결과물이 바로 조커로부터 구하지 못한 2대 로빈인 제이슨 토드=아캄 나이트=레드 후드이다.


아캄 나이트가 흥미로운 것은 그가 하고 있는 복장과 행동들이다:아캄 나이트는 배트맨과 유사한 가면을 사용하면서 전반적으로 배트맨과 유사한 복장을 보여주지만, 배트맨과 차별되게 군대식의 디지털 카모와 총을 사용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배트맨이 특수부대들이 10년 뒤에나 쓸법한 기술들을 사용하면서도 검은 갑옷과 불살의 원칙, 총을 사용하지 않는 모습들을 통해서 자신을 원칙을 가진 하나의 상징으로 만드는 모습을 보인다면, 아캄 나이트는 군대의 문법을 차용하면서 자신의 목적을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으며 사람을 거침없이 죽이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리고 아캄 나이트의 가르침을 받은 용병들은 배트맨이 어떻게 싸우고 배트맨이 어떤 존재인지를 분명하게 이해하고 있지만, 배트맨을 죽이겠다는 단 하나의 목적만으로 배트맨이 지키고자 했던 고담을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파괴한다. 즉, 아캄 나이트의 방법론과 배트맨의 방법론은 어딘가 유사한듯 하지만 양립할 수 없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는 제이슨 토드는 배트맨의 실패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배트맨은 그를 구하는데 실패하였고, 망가져버린 제이슨 토드에게는 배트맨이 그에게 전수하였던 원칙과 신념이 존재하지 않게 만들어 버렸다. 그리고 제이슨 토드의 미성숙하고 불안정한 모습은 배트맨의 실패에서 비롯된 자신의 트라우마(조커에게 무려 1년동안 고문당하며 몸과 마음이 파괴되었지만 아무도 구해주지 않았다는 것)에 근거하고 있으며 이는 배트맨과 유사하다. 하지만 배트맨이 자신의 트라우마를 자신의 원칙과 신념 아래 묶어서 통제한 반면, 제이슨 토드는 자신을 구해내지 못한 배트맨을 향해 분노와 증오를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쏟아내고자 한다. 결국 신념과 원칙이 없는 방법론은 결국 방향을 잃고 파괴적인 형태로 드러나게 되며, 배트맨과의 싸움을 통해서 그를 죽이길 포기하였어도 제이슨 토드는 레드후드가 되어서 범죄자를 가차없이 죽이는, 그저 방향성만 달리한 안티 히어로가 된다. 아캄 나이트 제이슨 토드와의 싸움은 배트맨에게 있어서 자신의 모든 것을 가르쳐준 아들과도 같은 제자와의 싸움이자 자신의 실패가 만들어낸 그림자와의 싸움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세번째이자 마지막으로 스케어크로우다:스케어크로우는 배트맨의 실패와 광기에 대한 공포를 파고든다. 배트맨은 외계인도 아니며 초능력을 갖고 있지 않은 평범한 인간에 불과하다. 그리고 배트맨이란 영웅의 본질은 재산이나 최첨단 기술, 육체적 단련, 공포를 표상하는 상징이 아닌 자신의 규칙과 원칙을 지키며 공동체를 위해서 헌신하고 범죄자들에게 공포를 선사하는 '인간의 의지'이다. 스케어크로우는 고담 시를 파괴함으로써 공포를 이겨낼 수 있는 의지력의 표상인 배트맨이 고담을 구하는 것을 실패하고 절망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자 하였다. 그리고 이를 통해 인간에게 희망과 영감을 주는 영웅 배트맨은 그저 인간에 불과하며, 그의 의지를 꺾음으로 공포를 인간이 이겨낼 수 없다는 것을 전세계에 단순한 화학 작용인 공포 가스 이상의 공포와 절망을 안겨주고자 한 것이다. 


실제 스케어크로우는 거의 성공하였다:스케어크로우는 공포 가스를 흡입한 배트맨에게 머릿 속의 조커라는 끔찍한 광기를 발현하는데 성공하기도 하였으며, 아캄 나이트인 제이슨 토드는 배트맨의 가면 아래 숨겨진 정체의 비밀을 이용하여 배트맨에게 실패에 대한 고통을 안겨주는데 성공하였다. 이러한 압박 속에서 배트맨이 느끼는 최악의 공포는 자신이 지켜왔던 가치와 규칙을 스스로가 무너뜨리는 것이다. 실제 클라이맥스 직전에 배트맨은 스케어크로우에게 끌려가는 도중 자신이 가장 두려워 하는 환영을 보게 된다. 그는 무수히 덤벼오는 조커들과 싸우다 조커의 목을 꺾어 죽이는데, 비록 환상속이긴 하지만 배트맨은 그의 의지로 그의 원칙중 하나였던 불살의 원칙을 어기게 된다. 그리고 원칙의 붕괴는 필연적으로 혼돈(=조커)을 수반한다. 배트맨 자신이 갖고 있었던 광기의 잠재력이 이 원칙의 붕괴로 인해 가속화되며, 스케어크로우에 의해서 처음 공포 약물을 투약당했을 때 그의 내면 속에 있었던 조커가 배트맨의 육체를 지배하게 된다.


하지만 아무리 끔찍한 일을 당하더라도 절대 꺾이지 않는 인간의 의지력이 있다. 앨런 무어의 킬링 조크를 예로 들어 보자:한순간에 자신의 아내와 모든 것을 잃어버린 조커와 부모를 잃어버린 배트맨이 그들의 트라우마로 인해서 그 트라우마의 영향 아래 각자의 길을 걷게 되고, 조커와 배트맨의 기원을 통해서 서로의 동질감을 느끼게 만든 것이 킬링 조크의 훌륭한 점이다. 그러나 조커는 인간이라면 누구라도 최악의 하루를 경험하면 미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서 고든을 미치게 하려고 하였지만 실패하였다. 또한 배트맨은 그의 트라우마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원칙과 신념, 그리고 이를 이루고자 하는 의지를 통해서 망가지지 않았다. 역설적이게도 아무리 끔찍한 일을 당하더라도 꺾이지 않는 신념과 의지가 존재한다는 것을 킬링 조크는 반증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조커의 인격이 나온 배트맨을 보며 당황한 스케어크로우가 배트맨에게 두번째 약물을 투여할 때, 배트맨은 망각이라는 조커의 최악의 공포(조커가 기생체적인 케릭터라면, 역으로 그는 사람들이 망각하는 것, 혼돈과 광기를 아무도 두려워 하지 않는다는 것 자체를 진정으로 두려워 할 것이다)로부터 되돌아 온다. 나는 복수다, 나는 밤이다, 나는 배트맨이다I am the Vengeance, I am the Night, I am the Batman이라는 배트맨의 선언은 악인이라면 마땅히 두려워 해야하는 공포이며 선인에게는 어둠 속에서 가야할 길을 보여주는 영감과 희망을 주는 배트맨이란 영웅의 본질을 드러내는 장면이라 할 수 있다.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는 존재로써 배트맨이란 케릭터를 락스테디는 분명하게 이해하고 있다. 게임의 마케팅을 위해서 만들어진 배트맨이 되어라Be the Batman라는 트레일러가 있다:여기서 평범한 사람들이 공포와 불의, 위험으로부터 자신을 잊고 옳은 일을 하는 모습을 게임 속 배트맨의 모습과 연결시킴으로서 배트맨과 플레이어를 등치시키려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트레일러나 마케팅을 통해서 락스테디는 배트맨이 이야기한 대사에서 주어인 나 'I'(=배트맨)를 제외하고 복수가 되어라, 밤이 되어라, 배트맨이 되어라Be Vengeance, Be the Night, Be the Batman이라는 구호를 씀으로써, 누구나 배트맨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락스테디는 아캄 나이트를 통해서 배트맨의 본질이 재산도, 단련된 육체도, 공포의 상징인 그의 가면이 아닌 바로 자신의 원칙과 신념, 공동체를 위해서 헌신하는 의지력임을 분명하게 이해하고 플레이어들에게 경험하게 하고자 만든 것이다.


하지만 동시에 배트맨은 원칙이자 신념이며 상징이지만 인간이 될 수는 없다:그의 가면이 벗겨짐으로써 그가 범죄자들이 마땅히 두려워 해야하는 인간 이상의 상징이 아닌 인간임이 증명되었을 때, 그는 인간의 법과 원칙에 얽메이게 된다. 배트맨의 가면은 그의 진짜 신분을 숨김으로써 주변 사람들을 보호하고 더 나아가 자신이 인간임을 부정함으로써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고 법 바깥에서 법을 수호할 수 있는 존재로 만들어 주었다. 그러나 그의 가면이 더이상 그를 보호해주지 못했을 때, 그의 인간으로서의 정체성은 필연적으로 그를 법과 도덕의 심판대에 놓이게 만들었다. 하지만 영웅은 스스로 법과 도덕을 지키기 위해서 헌신하였고, 그러한 심판을 비겁하게 피하지 않고자 한다. 문제는 인간으로서의 그의 정체성이 그의 전설을 무너뜨린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전설은 살아있다, 오직 인간만이 죽음을 맞이할 뿐Legends live on. Only Man comes to an end라는 표현처럼, 영웅의 최후의 임무는 자기 자신을 배제하고 상징만을 남겨놓음으로써 사람들에게 영감을 제공하는 것이다. 배트맨은 나이트폴 프로토콜을 통해서 이 세상에서 배트맨 가면 밑의 브루스 웨인이라는 인물을 지워버린다. 그의 지위, 재산, 친구 등의 모든 것을 포기하는 궁극의 희생을 통해서 그는 배트맨이라는 상징을, 사람들이 우러러 보고 영감을 얻고 나아갈 수 있는 힘을 얻게 만든다.


결론적으로 스토리 측면에서 아캄 나이트는 배트맨 코믹스에 대한 훌륭한 해석과 케릭터에 대한 존중을 통해서 만들어진 걸작이라고 생각한다. 락스테디는 배트맨이 마주하는 최악의 상황을 마주하고 그것을 이겨내는 과정을 배트맨을 중심으로 훌륭하게 묘사함으로써, 영웅이란 단순하게 문제를 해결하는 존재가 아닌 끊임없이 영감을 주는 존재라는 것을 다시 한 번 증명하였다. 그렇기에 배트맨 아캄 나이트는 트릴로지에 있어서 최고의 마무리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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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이야기/게임 리뷰




락스테디의 배트맨:아캄 시리즈는 케릭터 프랜차이즈 게임에 있어서 새로운 기준과 지평을 제시한 프랜차이즈였다:이전까지의 케릭터 게임들은 기존의 프랜차이즈의 인기에 힘입어서 행해지는 부가적인 사업 아이템에 불과하였다면, 아캄 시리즈는 기존의 프랜차이즈를 집대성하여서 프랜차이즈의 후광을 등에 입는 것이 아닌 프랜차이즈에 걸맞는 케릭터 게임이라는 비전을 제시하였다. 아캄 시리즈에서 플레이어는 배트맨이 되어서 게임 내의 빌런들과 싸우고, 사건들을 수사하며, 악당들에게 공포를 심어주는 등의 다양한 경험을 하게 된다. 아캄 시리즈의 플레이 시스템들은 기존의 게임 시스템들을 보기 좋게 정리한 것을 뛰어넘어서 배트맨이라는 케릭터를 구심점으로 응집력이 높은 게임을 만드는 데 성공하였으며, 특히 프리플로우로 알려져 있는 전투 시스템(정확하게는 페르시아의 왕자:시간의 모래에서부터 영향을 받은)은 다양한 게임의 전투 시스템의 근간을 성립하는데 도움을 주기도 하였다.


아캄 나이트는 락스테디의 아캄 프랜차이즈의 대미를 장식하는 작품이며, 그렇기에 락스테디의 야심이 여기저기 보이는 작품이다. 맵은 아캄 시티에 비해서 몇배로 커졌으며, 새로운 이동수단인 배트모빌의 등장과 함께 배트모빌을 사용한 전투와 도전이 추가되었다. 또한 전투와 사냥꾼 플레이 시스템에 소소한 변화가 생겼으며, 배트맨 아캄 프랜차이즈의 대미를 장식할 게임 답게 스토리 측면에서도 신경을 많이 쓴 작품이기도 하다. 다만 아캄 나이트는 다소 어딘가 미묘하게 껄끄러운 부분이 남아있는 아쉬운 작품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스토리의 측면에서 아캄 나이트는 여지껏 나왔던 아캄 프랜차이즈를 정리한다는 의미에서 최고의 작품에 올라섰다고 할 수 있다.


배트맨:아캄 나이트를 정확하게 리뷰하기 위해서는 먼저 '배트맨'이라는 케릭터를 이해하여야 한다:부모가 범죄자의 손에 죽은 브루스 웨인은 범죄와 싸우기로 결심한다. 그는 자신의 정체를 철저하게 숨기고, 범죄자들을 이해하여 그들에게 공포를 주는 상징이 되는 전략을 사용한다. 또한 배트맨은 보통의 미국 코믹스의 영웅들과 다르게 초능력 없이 오로지 자신의 기술력과 재력을 바탕으로 하여 철저한 분석과 냉철한 지능을 사용하여 싸우는 전법을 구사하거나, 최첨단 장비를 이용한 분석을 통해서 범죄 수사를 하기도 한다. 아캄 시리즈는 이러한 배트맨이라는 케릭터의 특징에 기반하여 몇가지 게임 플레이 파트로 분류한다:맨손 격투를 하는 전투 파트와 무장한 적들을 공포로 동요하게 만들고 조용하게 하나씩 처리하는 사냥꾼 파트, 일종의 과학수사 퍼즐이라 할 수 있는 탐정 파트, 다양한 빌런들과 맞붙는 사이드 퀘스트 등으로 말이다.


아캄 프랜차이즈의 전투는 기본적으로 파쿠르와 전투를 혼합한 페르시아의 왕자:시간의 모래의 변용이다. 플레이어는 전투중에 방향키와 공격버튼을 혼합해서 자유롭게 이동하면서 비무장한 적들을 공격하거나 상대에게 반격을 가하고, 공격을 끊지 않고 최대한 쌓아서 테이크다운 등의 특수 기술로 변용할 수도 있다. 프리 플로우라 불리는 아캄 프랜차이즈의 전투 시스템은 단순한 버튼 조합으로도 화려한 콤보를 이어나갈 수 있다는 점과 함께 적의 조합 등에서 전투의 깊이를 더한다는 점에서 입문과 깊이 모두를 만족시키는 전투 시스템으로 호평받고 있다. 


그리고 아캄 나이트의 전투 파트는 전적으로 아캄 프랜차이즈 및 아캄 시티의 확장 변용이라 할 수 있다. 다만 아캄 시티가 다양한 테이크다운 기술과 도구 사용 간소화 등의 대대적 시스템 변화를 보였다면 아캄 나이트의 변화점은 소소하다고 할 수 있다:무기를 집어서 쓸 수 있다던가, 타이밍 좋게 카운터를 쓰면 던지기가 나간다던가, 소생을 시키는 적이 생겼다던가, 배트모빌을 사용하거나 몇몇 이벤트 전투에서 동료와 함께 테이크다운을 하는 등의 소소한 변경점들이 추가되었을 뿐이다. 


무장한 적들을 상대하는 사냥꾼 플레이는 어떤 점에서는 잠입 액션 게임의 흐름과 유사하다:플레이어는 무장한 적들의 화력 앞에서는 빠르게 죽기 때문에 최대한 적과의 교전을 피하고 높은 고지를 점하면서 무장한 적들을 한 명씩 끊어먹는 전략을 구사하여야 한다. 게이머는 탐정 모드를 이용해서 적을 제압하는데 도움이 되는 지형지물을 찾고 전략적으로 움직여야 한다. 한 명 한 명 쓰러질 때마다 공포에 물들어가면서 당황하는 적들을 제압하는 긴장감과 쾌감이 살아있는 사냥꾼 플레이는 악당을 사냥하는 배트맨의 시점을 훌륭하게 묘사한 시스템이라 할 수 있다. 


아캄 나이트는 아캄 시티에서 여러 변칙적인 요소들을 도입(배트맨의 탐정 모드를 막는 도구를 든 적이라던가)한 것을 그대로 따르지만, 동시에 아주 중요한 시스템 변화를 부여한다. 아캄 나이트에서 플레이어는 연속 테이크다운을 통해 3명에서 5명까지를 단 번에 제압할 수 있다. 이러한 제압은 적의 숫자를 단 번에 줄여버릴 뿐만 아니라, 전작들에서 다루기 까다로웠던 '서로의 시야를 보완하면서 움직이는 적들'을 쉽게 처리하는 기제로 작동한다. 이 연속 테이크다운의 등장으로 인해서 사냥꾼 플레이는 전작들에 비해서 비약적으로 쉬워진다. 물론 제작진들도 이 점을 인지하였는지 무음 기습 테이크다운으로 연속 테이크다운을 재충전하는 기믹과 함께 테이크다운으로 처리할 수 없는 떡대 덩치나 무인기 드론, 탐정 모드 역탐지 적 등을 도입하기도 했지만 그에 못지 않게 배트맨의 가제트도 강화되어서(음성 변조를 통한 명령, 원격 무장 해제, 드론 해킹 등) 사냥꾼 플레이의 균형이 완전히 배트맨 쪽으로 기울었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렇기에 아캄 나이트와 비교하여 배트맨이 강해지긴 했지만 동시에 상대의 전술도 만만치 않게 변화한 아캄 시티가 사냥꾼 플레이에 있어서 벨런스 포인트를 잘 잡았다고 평가할 수 있다.


여기까지는 아캄 나이트가 전작들로부터 계승한 시스템이다. 이제부터는 아캄 나이트만의 시스템인 '배트모빌'에 대해서 다루고자 한다. 배트맨이 세계 최고의 거부이기에 가질 수 있는 기술의 집합체라 할 수 있는 배트모빌은 게임 내에서도 자동차라 불리기 보다는 '탱크'라고 불리는 중후한 모습을 보여준다. 이는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다크 나이트 시리즈에 강한 영향을 받은 디자인이다. 배트모빌은 주행 모드와 전투 모드로 나뉘어지며 주행모드에서는 이동과 추격을, 전투모드에서는 드론들을 상대하는 플레이 양상을 보여주며 본작 아캄 나이트에서 락스테디는 배트모빌을 이용해서 할 수 있는 다양한 할 거리들을 집어넣었다. 일단 게임 개별 시스템으로만 본다면 주행 모드와 전투 모드 양측 모두 합격선에 든다고 평가하고 싶다:배트모빌의 중후하고 단단한 특성이 주행 시의 장애물을 거침없이 돌파하는 상쾌한 플레이를 가능케 하며(물론 ㅁ버튼이 후진/브레이크 인건 여전히 적응이 안된다), 전투 모드의 경우에는 적의 사선을 보고 공격을 피하면서 상대를 격파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엄밀하게 본다면 각각의 게임 플레이는 나름대로 준수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배트모빌과 관련된 시스템의 문제는 플레이 자체보다는 전체 게임과의 조화, 분량과 난이도 배분에 있다. 배트맨 아캄 어사일럼과 시티에서 전투와 사냥꾼 플레이 모두는 배트맨을 직접 조작하는데 많은 비중을 할애하였다. 그리고 아캄 나이트에서는 기존의 전투와 사냥꾼 플래이에 배트모빌 운용을 덧붙이면서 게임 플레이를 다체롭게 만들려는 시도를 하였다. 문제는 아캄 나이트에서 배트모빌은 여타 게임에서의 이동수단의 개념이 아닌 '필수적으로 플레이 해야 하는' 강제적인 성격이라는 것이며, 그리고 새로운 시스템의 강조는 필연적으로 사람을 지치게 만드는 난이도와 분량으로 이어지게 된다. 아캄 나이트의 문제는 배트모빌 플레이가 재미가 없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지치게 만든다는 점에 있다. 차라리 배트모빌의 분량을 줄이고 다른 콘텐츠를 보강하는 것이 더 좋았을 것이라 생각한다. 


탐정 파트와 사이드 퀘스트에 있어서 아캄 나이트는 전작들의 강점을 계승하고 있다. 다만 아쉬운 점은 사이드 퀘스트에 등장하는 빌런의 수가 전작들에 비하면 다소 부족하다는 인상이 강하다. 사실, 별도의 글에서 서술하겠지만 아캄 나이트에서 주요한 이야기는 3명의 빌런이 배트맨을 각자가 맡은 파트에서 압박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와 별개로 리들러 첼린지의 경우 배트모빌을 사용하는 기믹이 추가되서 전작들 보다 더욱 짜증나는 물건이 되어서 돌아왔다.


아캄 나이트의 스토리는 분석하는 순간 스포일러 덩어리가 되기 때문에 다른 글로 분리해서 접근하고자 한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아캄 나이트의 스토리가 배트맨이라는 케릭터의 끝을 다뤄내는데 있어서 훌륭했다는 것이다. 물론 아캄 프랜차이즈 특유의 문제점인 배트맨을 둘러 싸고 있는 다양한 빌런들의 개성을 모두 살리지 못했다는 아쉬움은 여전히 있다. 하지만 배트맨의 마지막을 다루기 위해서 배트맨을 압박하는 빌런들의 협공과 이를 묘사하는 락스테디의 능숙한 연출은 훌륭하였으며, 클라이맥스를 향해서 질주하는 이야기의 전개는 게이머가 자연스럽게 몰입하게 만든다.


결론적으로 배트맨 아캄 나이트는 다소간의 아쉬움은 있지만, 마무리를 잘 지었기에 그러한 아쉬움을 충분하게 커버하고도 남는 훌륭한 작품이다. 락스테디가 배트맨 코믹스와 프랜차이즈에 대해서 보여준 애정과 존경심은 경이로우며, 더이상 프랜차이즈를 무리하게 늘리려 하지않고 적절한 선에서 끝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을만 하다. 


이후의 스토리 분석은 다음 글로 넘기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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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이야기/게임 리뷰



완전히 새로운 게임이라는 것은 만들어지기 힘들다:모든 것에는 원형이 있고, 원형에서 변형이 가해질수록 게임은 점점 더 발전한 형태로 변화한다. 하지만, 가끔씩 무엇에서부터 시작되었는지 알 수 없거나 이전에는 미처 상상할 수 없었던 형태의 장르 결합이 이루어지는 게임들이 발견되기도 한다. 스플래툰을 예로 들어보자. 스플래툰은 물총으로 벽과 바닥을 색칠하는 게임이다. 하지만 블롭이나 마리오 선샤인 같은 스플래툰이 영향을 받았을 법만한 게임들은 찾아볼 수 있겠지만, 정작 스플래툰 자체의 원형이라고 여겨지는 작품은 찾기 힘들다. 이런 신선한 작품을 만날 때의 쾌감은 게이머에게 있어서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즐거움이라 할 수 있다. 미들어스:쉐도우 오브 모르도르 역시 그러한 범주에 포함된다. 


유념해야 하는 점은 쉐도우 오브 모르도르는 전적으로 액션 게임이라는 것이다:게임은 배트맨 아캄 시리즈의 프리 플로우 형태의 전투 시스템을 기반으로 하고 있으며, 오픈월드라고 하기에는 좁고 아니라고 하기에는 미묘한 스테이지에서 게임을 진행한다. 또한 어크2 표절 시비로 문제가 되었던 파쿠르 시스템이나, 흔히 찾아볼 수 있는 잠입 시스템, 넓은 필드에서 다양한 할 거리를 제공하는 오픈월드-샌드박스식 게임 플래이 등등이 쉐도우 오브 모르도르의 기본적인 시스템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기본적인 시스템들은 이미 과거에도 수없이 봐왔었던 것들이다. 쉐도우 오브 모르도르의 핵심은 게임의 전투가 아니라 게임 내의 세계가 움직이는 방식에 있다.


게임은 이를 '네메시스 시스템'이라 부른다:쉐도우 오브 모르도르에는 게이머의 행동에 의해 영향을 받는 독립된 오크 사회가 존재한다. 게임 내의 첨탑에서 시간을 보내거나 게이머가 전투중 오크에 의해서 사망한 경우에는 이 오크 사회는 일정한 규칙에 따라서 움직인다. 게임 내에서 오크들은 잡병-캡틴-워치프로 계급화되어 있으며, 캡틴 급에서는 자기들끼리 결투를 하거나 세력 확장을 위해 신병을 끌어들이거나 연회를 벌이고 진급을 하는 등의 다양한 활동을 한다. 또한 게이머를 죽임으로서 캡틴이 영향력을 확대하거나 잡병 오크가 캡틴으로 승진하는 등의 다양한 일들이 일어난다. 이러한 활동들을 통해서 오크 사회는 일정한 규칙성을 갖고 움직이게 되며 게이머가 예측할 수 없는 형태로 변화하게 된다.


그리고 게임은 오크 캡틴들에게 독특한 개성을 부여한다. 기본적으로 오크 캡틴들은 같은 특성을 공유하는 것이 아니라 랜덤으로 짜여진 강점과 약점, 분노 요인, 전투 특성 등을 지닌다. 가령 어떤 오크 캡틴은 암살로 한 방에 죽일 수도 있지만 원거리 공격 자체에 면역되어 있고, 또 다른 오크 캡틴은 암살 및 근접 공격에 면역이지만 원거리 공격에 취약할 수 있다. 하지만 게임은 이러한 특성들을 친절하게 가르쳐주지 않는다:게이머는 오크 캡틴을 공략하기 이전에 그 캡틴의 이름도, 특성도, 심지어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는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무작정 보이는 캡틴에게 덤비는 것은 자살 행위라 할 수 있다. 그렇기에 게이머는 캡틴을 공략하기 전에 먼저 캡틴의 특성을 파악해야 한다. 이는 돌아다니는 오크를 심문하거나 등장하는 문서를 통해 획득해야 한다. 하지만 이러한 과정을 통해서도 얻을 수 없는 정보들이 있다:이러한 정보들은 오로지 밀정이나 캡틴들을 통해서만 획득 가능하다. 그렇기에 게이머는 자신의 적을 알기 위해서 맵 여기저기 랜덤으로 생성되는 밀정을 심문하는 과정을 통해 정보를 수집하는 사전 준비 활동을 지속적으로 하게 된다.


이렇게 캡틴의 특성과 위치를 파악하였다면, 이제 오크 캡틴을 사냥할 차례가 온다. 게이머는 일정 지역을 순찰하는 오크 캡틴을 제거할 수 도 있지만, 오크 캡틴들의 활동에 난입하여서 암살을 시도할 수도 있다:게임 상에서 오크들은 지속적으로 활동을 하기 때문에 이 활동 이벤트들이 맵상에 미션의 형태로 드러난다. 이런 이벤트의 경우, 특정한 연출과 법칙에 따라서 진행되기에 플래이어는 다른 상황에 비해서 수월하게 오크 캡틴을 암살할 기회를 얻기도 한다. 가령, 연회 이벤트의 경우 오크 캡틴이 홀로 돌아다니는 모습을 자주 보여주는데, 오크 캡틴이 만약 잠입 살해에 약한 경우에는 단번에 오크 캡틴을 살해할 수 있기도 하다. 하지만 반대로, 몇몇 이벤트는 특정 오크 캡틴을 강하게 만들기도 한다:카라고르 등의 몬스터를 싫어하는 캡틴의 경우, 증오 버프를 받아서 처리하기 더 껄끄러워지기도 한다. 즉, 여러가지 속성이 결합하여 만들어지는 오크 캡틴의 존재가 스크립트로 자여진 이벤트를 더욱 풍성하게 만든다.


이런 식으로 캡틴을 제거하면 게이머는 무기에 장착할 수 있는 룬을 획득하게 된다. 이 룬은 일종의 패시브 스킬로써 게임 플래이를 유리하게 만드는 효과를 갖고 있다. 특히 몇몇 전설급 룬들은 게임 플래이 자체를 변화시킬 정도로 강력한 능력을 갖고있기도 하다. 룬의 성능은 캡틴의 파워 레벨에 비례하는데, 파워 레벨의 경우 캡틴의 활동에 따라서 상승하기도 한다. 이러한 네메시스 시스템 덕분에 게임은 이전에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부드럽고 유연하고 나름대로의 재미를 갖게 된다. 특히 일정 수의 오크 캡틴 및 워치프 암살을 목표로 하는 첼린지 모드의 경우, 매번 할때마다 다른 상황을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오래 플래이할만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 할 수 있다.


하지만 네메시스 시스템의 화룡정점은 이러한 오크들의 사회 및 생태계에 게이머의 '대리인'을 세울 수 있다는 점에 있다. 게임의 중반 이후 게이머는 오크를 세뇌할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되고, 이 능력을 토대로 밑바닥의 캡틴을 세뇌해서 최고 계급인 워치프까지 육성하는 것도 가능하다. 또한 이렇게 세뇌한 오크의 경우도 이벤트 미션이 등장하며, 게이머는 이를 진행할 수도 있다. 재밌는 점은 이 이벤트 미션에 있어서 게이머의 위치다:게이머는 자신의 오크 캡틴을 암살할 수도 있고, 아무것도 안하고 지켜볼 수도 있으며, 심지어는 오크 캡틴이 문제를 해결하도록 도움을 줄 수도 있다. 플래이어는 생태계의 최고의 포식자이자,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는 관찰자의 위치를 점한다. 그리고 이러한 이벤트 미션의 구조와 오크 캡틴의 육성 등은 게이머에게 할 수 있는 거리의 증가와 함께 독특한 재미를 부여한다. 


게임은 완벽하게 게임 내의 생태계인 네메시스 시스템과 함께 검증된 게임 시스템들(프리플로우, 파쿠르, 잠입 등등)을 훌륭하게 섞어낸다. 그 결과, 게임을 플래이하는 게이머는 쉽게 게임을 익혀나가면서 동시에 네메시스 시스템이라는 게임 내의 생태계를 차근차근 익혀나갈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아쉬운 점은 이 게임이 굳이 '반지의 제왕' 프랜차이즈를 사용할 필요가 없었다는 점, 그리고 스토리가 뜬금없고 불친절하다는 점에서 아쉽다는 인상을 준다. 또한 오크 육성에 있어서 워 치프 이후에는 더이상 할 거리가 부족하며, 더 나아가 보스전 부분이 네메시스 시스템으로 만들어진 오크 캡틴들과의 싸움과 비교하여 보았을 때 매우 아쉽다는 인상을 준다. 스토리 부분에서 프랜차이즈를 좀 더 유기적으로 사용하고 뒷 마무리를 좀 더 깔끔하게 하였다면 게임은 더 훌륭해졌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단점들이 미들어스:쉐도우 오브 모르도르를 깎아먹지 않는다. 오히려 그러한 단점에도 불구하고 쉐도우 오브 모르도르는 게임 재미와 함께 게임 역사에 하나의 족적을 남긴 게임이라 할 수 있다:게임 내의 자립적인 생태계와 게이머의 행위를 유기적으로 결합시켜서 여지껏 보지 못한 새로운 재미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쉐도우 오브 모르도르는 앞으로도 계속 플래이 될 작품이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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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이야기/게임 리뷰





액션 게임은 쇠퇴했다.


이는 자명한 명제다. 데빌 메이 크라이나 갓 오브 워 같은 스타일리쉬 액션 게임들은 이제 밀리터리 FPS들에게 판매량으로 밀려서 프랜차이즈 존속 자체가 어려워지고 있는 상황이다. 그나마 최근 반쪽짜리 성공을 거둔 DmC가 200만장 전후의 판매고를 올렸으며 THQ의 다크사이더스 시리즈는 1편은 100만장을, 2편은 150만장 정도의 판매량을 거두었을 뿐이다. 하지만 비슷한 시기에 나온 콜옵 시리즈들은 1000만장 단위를 가볍게 뛰어넘었으며, GTA5는 1000만장을 아득하게 뛰어넘어 최단 기간 판매량에서 기네스 신기록을 세우는 등 수많은 게임들이 새로운 기록과 문화를 만들어내며 기염을 토했었다. 판매량으로 스타일리쉬 액션 장르와 유행하고 있는 장르들을 비교하는 것은 부당할수도 있으나, '적은 판매량=적은 수요'로 인해서 스타일리쉬 액션 게임 장르에게 힘든 시장 생태계가 구축되고 있다는 것도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그렇기에 상업적인 성공 여부를 제쳐두더라도 이러한 척박한 시장환경에서 등장한 베요네타 2의 존재감은 무시할 수 없다.


베요네타 2가 닌텐도 Wii U로 나오게 된 데에는 기나긴 우여곡절이 있었다:전세계적으로 130만장이 팔린 것으로 추산된 베요네타 1편은 세가가 2편 제작을 캔슬함으로써 속편 제작이 사실상 백지화 직전의 상황이었다. 하지만 기적적으로 닌텐도 자본이 베요네타 2에 투입됨으로서 베요네타 2는 위유 전용 독점작으로 발매되었고 어떻게든 살아남는데 성공하였다. 그러한 과정에서 엄청난 잡음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나, 베요네타 2는 발매 이후 팬들과 평단 양측 모두에게서 엄청난 호평을 들으며 승승장구 하고 있는 중이다. 물론, 그러한 호평들이 판매량으로 직결되지 않는 안타까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지만 말이다.


베요네타 2를 리뷰하기 앞서서 먼저 언급해야 하는 점은 바로 베요네타 라는 작품이 스타일리쉬 액션 장르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가를 다루어야 할 것이다:베요네타 1편이 스타일리쉬 액션 장르. 아니 게임 장르 전반에 끼친 영향은 하나의 콘셉트으로부터의 '수직-수평계열화'였다. 먼저 게임 베요네타의 주인공인 베요네타는 데빌 메이 크라이의 단테의 안티테제다. 단테의 남성적인 강함과 정면을 돌파하는 직선미에 대비되는 여성의 유연함과 화려함으로부터 시작된 베요네타란 케릭터의 콘셉트로부터 플래티넘 게임즈와 카미야 히데키는 게임의 시스템을 쌓아나가는 전략을 취한다. 그리고 그 중심축에 자리잡고 있는 개념이 바로 '회피'이다.


베요네타의 회피는 여타 스타일리쉬 액션 게임의 회피와는 다르다. 데메크나 갓 오브 워에서의 구르기 회피는 게임 전체의 '일부분'으로서 공격과 콤보, 공중 띄우기 등의 요소와 함께 게임 전체를 구성한다. 그러나 베요네타에서의 회피는 게임의 핵심 그 자체이며 모든 테크닉으로 파생되는 알파이자 오메가다:회피는 무적 시간이 길게 붙어있을 뿐만 아니라 회피 성공시에 발생하는 슬로모션인 위치타임, 그리고 콤보를 캔슬하는 닷지 오프 셋과 악세사리에 따라서는 반격기로 쓰이는 등의 다양한 용도와 특성들을 갖고 있다. 게이머는 게임의 기본 기제인 회피를 배우면서 자연스럽게 공격과 방어, 콤보와 콤보 캔슬, 캔슬 윅키드 위브 등의 다양한 테크닉에 접근할 수 있게 된다. 이는 다른 스타일리쉬 액션 게임들과는 차별되는 부분이라 할 수 있는데, 일례로 데빌 메이 크라이 4에서 단테의 4가지 액션 스타일들은 각기 다른 메카니즘과 타이밍, 콤보 루트 등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는 초심자 또는 중급 게이머가 이 요소들을 자유롭게 다루기 어렵다는 문제를 갖고 있다. 하지만 베요네타는 회피라는 기제로부터 다양한 동작으로 파생시킴으로서, 게이머가 자연스럽게 모든 시스템에 접근하고 응용하며 놀 수 있게 만들었다. 이런 점에서 베요네타 1편의 역발상(각각의 시스템이 하나의 시스템을 구성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시스템으로부터 전체 시스템이 파생된다)은 액션 장르를 넘어서 다양한 게임에 적용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한다.


베요네타 2는 이러한 천재적 역발상을 세심하게 가다듬는 쪽으로 초점을 맞춘다. 사실, 베요네타 1편이 워낙 걸물이었기 때문에 이를 능가하는 작품을 속편으로 낸다는 발상 자체는 생각하기 힘들다. 그러나 베요네타 2의 최고의 미덕은 1편의 강점과 혁신을 '정확하게' 이해하는데 있다. 그리고 그 정확한 이해를 바탕으로 몇몇 부분에 약간씩의 템포를 수정함으로서, 1편이 갖고 있었던 가능성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린다. 일단 2편의 기본적인 기제(회피로부터 모든 것이 시작되고 끝난다)는 1편과 동일하지만 여기에 몇몇 선택지를 추가함으로서 차별점을 더한다. 예를 들어 2편은 메탈기어 라이징 리벤전스의 패링 테크닉을 2편은 게임 시스템의 일부로서 포섭을 하고 있다. 물론 1편에 있어서도 튕겨내기 스킬 자체는 존재하였으나, 2편의 경우에는 그 튕겨내기의 타이밍을 '회피 타이밍'과 완벽하게 일체화시킴으로서 게이머가 공격을 받을 때 회피를 할 것인지 아니면 패링을 할 것인지를 결정할 수 있게 하는 선택권을 부여한다. 이는 일장일단이 있다:패링의 경우에는 하나의 적을 대상으로 경직을 유발시킬 수 있지만, 연속적인 공격(알라우네의 연속 햘퀴기 같은)이나 다수의 공격은 모두 패링할 수 없다는 문제가 있다. 게이머는 끊임없는 이지선다(여기서 회피해서 위치타임을 노리느냐, 아니면 패링해서 적의 경직을 유도하느냐)의 행복한 고민속에서 게임을 진행하게 된다.


재밌는 점은 기존의 '회피' 판정을 아주 약간이지만, 중요하고도 새로운 방법으로 재해석한 부분이 있다는 것이다:베요네타는 피격판정이 나오는 그 순간에 회피를 누르면 박쥐의 형태로 자신의 모습을 변화시켜서 회피하는 기술이 있다. 이 때 게임은 바로 피격 판정이 나오는 그 부분을 '꽃이 피어나는 듯한' 모습으로 보여주는데, 2편에서는 특정 악세사리를 장착하면 이 꽃이 피어나는 타이밍에 정확하게 패링을 할 시 자동으로 위치타임이 발동되게 할 수 있다. 즉, 회피와 위치타임의 발동은 게임 시스템에 있어서 중요한 기제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다른 시스템의 발동과 적용에 있어서도 중요한 '기준'으로 작용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기준을 게이머는 자연스럽게 회피와 위치타임 발동으로 익히게 된다. 실제 본인이 게임을 진행하면서 경험했었던 재밌는 현상은 고난이도로 진행될수록 본인이 '의식적으로 사용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자연스럽게 패링과 회피를 섞어서 쓰면서 게임을 진행했었다는 점이다. 베요네타 2편은 새로운 타이밍을 몸에 익힐 필요없이 새로운 테크닉을 부지불식간에 자연스럽게 익히고 자신의 플래이에 접목시키게 만들고 있다는 점에서 정말이지 훌륭하다고 할 수 있다. 


또한 2편은 1편의 논스톱 클라이맥스 액션을 더욱 발전하여 계승한다:전작도 온갖 황당한 연출과 큼지막하면서도 빠른 적들의 공격 등을 통해서 매순간 순간 패드를 놓칠 수 없는 긴장감과 액션의 쾌감을 부여하였다. 2편은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간다. 게임 템포는 더욱 빨라졌고 게임은 전작에 비해서 더 큰 공격 모션과 강렬한 연출로 가득차 있다. 하지만 그러한 온갖 황당한 연출과 빨라진 게임 템포에도 불구하고 게임은 '내가 그러한 흐름에 뒤쳐진다, 더이상 따라잡을 수 없다'는 좌절감이 주기 보다는 '조금만, 조금만 더!' 짜릿한 스릴감과 아슬아슬함을 제공하고 있다. 심지어는 게임은 가끔씩 '주변에 폭풍이 휘몰아쳐도 나홀로 고요한 폭풍의 눈 한가운데를 걷는듯한' 평온함을 제공하기도 한다. 이러한 경험들은 전적으로 2편의 연출에 기반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모션들은 매우 크고 화려하지만, 동시에 게이머는 모션이 크기 때문에 이를 예측할 수 있다. 즉, 모션을 보고 회피하는 것이 아닌 모션이 나오기 전에 등장하는 큰 준비동작을 보고 거기에 한발짝 빠르게 대응함으로서 공격들을 여유롭게 회피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연출의 측면에서 베요네타 2는 다른 게임들, 심지어는 서양의 트리플 A 게임들도 쉽게 성취하지 못한 경지에 도달한다. 게임은 시종일관 거대한 보스와 적들 혹은 연출들로 가득차 있지만, 카메라와 게임 내의 미장센, 구도 등은 전혀 산만하지 않다. 플랫포밍은 여전히 게이머에게 나아가야할 방향을 분명하게 제시하고 있으며, 게임의 연출은 아주 작은 디테일과 거대한 스케일 양측면을 분명하게 포괄하고 있다. 예를 들어보자:물속에서 벌이는 거대한 보스와의 일전에서 보스가 칼을 뽑아들고는 내리칠 때, 게이머는 모세의 기적마냥 물이 '좌우로 갈려서 공간을 만들어내는' 모습을 분명하게 목격하게 된다.(더 교활한 것은 대부분의 게이머는 이 공격을 회피하고 위치타임을 발동시킨다는 점이며, 이 구간은 이 보스전의 딜링 타임이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즉 제작사는 이러한 연출을 게이머가 자연스럽게 '목격하게끔' 집어넣었다) 이와 같이, 큰 스케일에서의 변화와 그 내부에서의 세밀한 디테일들의 결합, 그러면서도 양측 모두를 놓치지 않고 모두를 잡아내는 카메라와 스테이지 구성은 영화적인 카메라 움직임 일변도로 흐르고 있는 대다수의 TPS류 게임들과는 색다르고 개성있는 무언가라 할 수 있다.


또한 2편은 전작의 무기들 대부분을 쳐내고 새로운 무기들을 게임에 도입한다. 그리고 평타와 차지 샷으로 분리되는 각각의 무기 메커니즘을 2편은 각기 다른 색다른 방식의 메커니즘을 도입한다:가령 전기톱 샐러멘더의 같은 경우, 다른 무기에는 존재하는 차지샷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 대신에 공격이 적중하고 버튼을 누른 상태에서 특정 타이밍에 버튼을 때면, 강력한 추가 공격이 가해진다. 즉 조금 데미지가 쎈 P-P-P-P 공격이 P-(추가공격)-P-(추가공격)-P-(추가공격)-P-(추가공격) 이라는 총 8연타의 무지막지한 데미지를 입히는 공격이 된다는 것이다. 이처럼 각각의 무기들은 각자 다른 메카니즘과 특성을 갖고 있으며 전작처럼 팔과 다리에 세팅하고 자유롭게 콤보를 구성하는 재미가 2편에서는 두배 이상이 되었다는 것이다.


멀티플래이의 추가는 보통은 잘 다루어지지 않는 부분이지만, 주목할만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베요네타 2는 스테이지에 적들을 풀어넣고 적들을 전멸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하되 누가 더 적을 스타일리쉬하게 많이 죽이나를 겨루는 경쟁-코옵 모드를 게임에 삽입하였는데, 사실 이러한 액션 게임에 경쟁-코옵 멀티플래이가 들어갈 줄은 그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다고 할 수 있다.그러나 놀랍게도, 이 경쟁-코옵은 원래부터 이런 게임이 있었던 것처럼 자연스럽고 직관적이며 동시에 재미를 보장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물론 아나키 레인 같은 괴작 멀티플래이나 다양한 액션 게임을 만들면서 쌓아온 플래티넘 게임즈의 내공이 빛을 발했다고 할 수 있겠지만, 중요한 것은 베요네타 2의 경쟁-코옵 모드는 베요네타 2의 본질을 고스란이 멀티플래이 경험에 접합시켰다는데 있으며, 싱글플래이 및 위치 트라이얼(엑스트라 스테이지) 이외에도 오랫동안 게임을 붙잡고 플래이할 수 있는 요소를 삽입하였다고도 할 수 있다.


그래픽적인 측면에서 베요네타 2는 위유의 한계를 그대로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게임은 베요네타 1편보다 나아지긴 했지만, 텍스처나 광원 같은 디테일적인 측면에서 플4나 엑원 게임에 비교할 바는 못된다. 하지만 그래픽이 눈속임이라고 생각했을 때, 베요네타 2는 그러한 차세대 게임들의 디테일들을 아득하게 뛰어넘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래픽의 기술적인 측면에서는 뒤떨어지지만 게임은 그러한 디테일의 부족함 보다는 플래이 내내 화사하고 상쾌하며 유쾌한 느낌의 연속이다. 심지어는 때때로 소위 차세대 게임들보다 더 나은 그래픽을 가진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엄밀하게 이야기하자면, 이는 게임을 만들 때의 '철학'이나 '방향성 설정'의 문제(무엇에 어떤 역량을 집중하고 사람에게 무엇을 보게 할 것인가)라고 생각된다. 가령 라스트 오브 어스가 카메라를 거대한 이야기가 아닌 작은 드라마들과 인물의 내밀한 이야기로 돌렸을 때 초점을 기존의 게임들과는 다른 방식으로 잡았던 것처럼, 베요네타 2 역시도 자신의 방향성을 분명하게 설정하고 그래픽의 역량을 집중하였기에 '아름답다'라는 감정을 게이머에게 심어줄 수 있었던 것이다.


결론적으로 베요네타 2는 전작의 장점이 무엇인지를 분명하게 파악한 작품이며, 그것을 발전 개수하기 위해서 다양한 측면에서 변화를 준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사실 베요네타 2는 게임 내적으로는 '문제가 없다'라고 조심스럽게 이야기할 수도 있다. 하지만 베요네타 2의 가장 큰 단점은 플랫폼이 위 유다 라는 것과 아무도 요즘 액션 게임을 하지 않는다 라는 두 명제가 베요네타 2의 가장 큰 걸림돌이며 발목을 잡는 부분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미적지근한 게임들이 판을 치는 요즘의 세태에서 베요네타 2가 보여주는 미덕을 일본 게임 뿐만 아니라 서구 게임들 모두가 다시 생각해봐야하지 않을까라고 본인은 본다. 


개인적으로 어느 한 게임만으로 콘솔을 사는 시대는 이제 완전히 끝났다: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베요네타 2는 위 유라는 플랫폼만 보고 넘기기에는 아까운 그런 물건이라 본인은 생각한다. 사실 그것이 닌텐도 위유가 갖고 있는 가장 큰 한계점이기도 하면서 동시에 강점이기도 하지만, 닌텐도 퍼스트 파티 게임들까지 고려해서 본다면 베요네타 2와 위유를 다 같이 질러서 플래이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 생각해본다.



덧.위유판 베요네타 2는 1편을 동봉해주는데, 2편을 플래이해보면 왜 동봉해줬는지를 알 수 있다. 스토리 측면에서도 뒤통수를 치는 동시에 어느정도 만족스러운(당혹스럽지만) 작품이었다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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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이야기/게임 리뷰





*스포일러 있습니다.


*PS4 버전을 기준으로 작성된 리뷰입니다.



올드 게이머라면 1991년에 나온 울펜슈타인 3D를 기억하시는 분들이 많으리라 믿는다:울펜슈타인 3D는 id가 둠을 만들기 전, 본격적으로 FPS라는 장르의 공식을 세우면서 히트치게 만들었다는 데 의의가 있는 작품이며, 수많은 사람들에게 id라는 제작사의 이름을 기억하게 만들었던 작품이었다. 그리고 울펜슈타인 3D가 나온지 20년이 지났다. 그 사이에 FPS 게임계에 무슨일들이 있었는가? 퀘이크와 언리얼 토너먼트가 소위 하이퍼 FPS의 왕좌 자리를 놓고 자웅을 겨루었고, 콜옵과 메달 오브 아너가 2차세계대전 밀리터리 FPS를 정립하는 것처럼 보이더니, 콜옵 시리즈가 모던 워페어를 통해서 영화적인 연출과 현대적인 밀리터리 FPS라는 개념을 확립하였다. 그리고 이젠 콜옵과 배틀필드가 현대 밀리터리 FPS의 왕좌를 놓고 싸우는것처럼 보이다가, 블랙옵스 2와 어드벤스드 워페어 등으로 전장을 현대가 아닌 미래로 이행하려는 것처럼 보이며, 메인스트림 바깥에서는 바이오쇼크나 디스아너드, 데이어스 엑스:휴먼 레볼루션 같은 실험작들이 FPS의 경계를 부수려고 시도했고 성공을 거두기도 했었다. 


하지만, 그 동안 울펜슈타인은 무엇을 했는가? 물론 울펜슈타인 프랜차이즈는 2001년 리턴 투 캐슬 울펜슈타인 이후로 계속 존속하였으며, 잊을만한 시간이 되면 울펜슈타인은 돌아왔다(2001 리턴 투 케슬 울펜슈타인, 2003 에너미 테러토리, 2009 울펜슈타인, 2014 뉴 오더) 하지만 이 프랜차이즈가 거둔 성공이란 시리즈의 연명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울펜슈타인 3D가 둠 이전의 FPS의 문법을 세웠다면, 이제 울펜슈타인 시리즈가 FPS 계에 미쳤던 영향은 미미한 수준에 불과하였으며 게임 플래이나 스토리 등에서 구태의연한 모습을 보여주었다(물론 에너미 테러토리의 경우, 수많은 사람들의 뇌리에 강렬한 인상을 심어주는데 성공하였다. 하지만 문제는 이 계보를 이어나갈 게임이 퀘이크 워즈에서 끊김으로 인해서 유의미한 움직임이 되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그렇기에, 새로운 질서New Order가 지배하는 FPS 세계에서 이 장르 최초의 히트작이었던 울펜슈타인이란 프랜차이즈가 적응하지 못하고 점점 도태된다는 느낌을 받는 것은 과한 것이 아니다. 하지만, FPS의 새로운 질서가 지배하는 새로운 시대에도 불구하고 울펜슈타인은 구태의연한 게임 구조와 이야기를 들고 뉴 오더로 다시 돌아왔다. 이 닳고 닳아버린 프랜차이즈가 과연 무엇을 더 보여줄 수 있을것인가?


울펜슈타인 뉴 오더는 리턴 투 캐슬 울펜슈타인과 울펜슈타인으로부터 이야기가 이어지는 작품이다:주인공인 B.J 블라스코윅즈는 임무도중에 심각한 부상을 얻고, 14년 동안 혼수상태에 빠져버린다. 그리고 그가 다시 깨어났을 때, 세계는 나치가 지배하고 있었으며 블라스코윅즈는 다시 한번 나치와 싸우기 위해서 총을 빼든다. 사실, 이제 나치를 죽이는 것은 장르적인 특성도 아니고 모든 서브컬처 작품에서 일어나고 있는 하나의 흐름이자 경향이다. 그리고 나치를 죽이는 것이 하나의 경향이라는 명제를 놓고 뉴 오더를 본다면, 뉴 오더는 또다시 구태의연한 이야기를 들고와서 구태의연한 플래이와 함께 버무리는 이도저도 아닌 평범한 게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뉴 오더가 그런 구태의연함을 작품 전반에 도배를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재밌는 게임이 될 수 있었던 것은 각각의 요소들이 시너지를 이뤄내고 있기 때문이다. 


뉴 오더가 보여주는 게임플래이는 전적으로 과거지향적이다. 요즘 FPS들이 일반적으로 취하는 콜옵식의 일자진행의 레일로드 액션을 지향하지 않고, 과거의 액션 어드벤처식의 맵 탐색과 수집 요소들과 탄약을 곳곳에 숨겨놓는 스테이지 구조를 만들어낸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뉴 오더의 게임 흐름은 '일직선'적이다. 거대한 맵을 두고 다양한 방식의 플래이 방식을 보장하는 방식이 아니며, 기존의 복도식의 맵에서 중간 단계들을 좀더 키운 뒤에 그 내부를 다양한 디테일로 채워넣은 형식에 가깝기 때문이다. 또한 게임은 기본적으로 '잠입'이라는 요소를 시스템의 일부로서 그럴듯하게 구현하는듯 하지만, 기본적으로 잠입 게임으로 보기에는 잠입의 요소가 대단히 단순하며 정형화되었다:앉아 있는 상태에서 적들이 주인공을 인지하는 범위는 관대할 정도로 짧으며, 소음기 권총과 나이프 투척이 너무 강력해서 잠입액션 게임을 조금이라도 즐겨봤던 사람들에게는 발각되기 전에 모든 적들을 처리하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다(노말 난이도 기준)


뉴 오더 내에서 잠입이라는 요소는 대단히 거친 방식으로 재현되기는 하였지만, 그것은 게임 내에서 크게 겉돌지는 않는다:잠입을 강제하는 스테이지가 몇몇 있기는 하지만(교도소와 강제 수용소 스테이지 같은), 기본적으로 잠입이 가능한 스테이지와 불가능한 스테이지가 비율면에서 서로 조화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일단, 게임을 진행하는 대부분의 시간은 극단적인 파괴로 가득차 있으며, 모든 무기를 두자루씩 드는 아킴보 슈팅은 아드레날린과 남성 호르몬의 과다분비라 할 수 있을 정도로 정신없고 과격한 플래이를 게이머에게 보장한다. 기본적으로 달리고-쏘는 것 말고는 다른 게임에 비해 특출난 시스템이 없는 울펜슈타인 뉴 오더가 그나마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지점이 기본적인 총 쏘는 맛과 총을 맞는 적들의 반응에 대한 표현 자체가 훌륭하였으며 이 점에서는 다른 트리플 A급 게임들을 능가한다. 하지만, 계속 쏘고 달리고를 반복하며 사람을 지치게 만드는 콜옵식의 레일로드 스테이지와 다르게, 뉴 오더는 일직선이긴 하지만 여기저기 돌아볼 수 있는 거대한 스테이지 구조와 거칠고 단순하지만 나름대로의 긴장감을 선사하는 잠입 기제를 집어넣어서 과격한 액션 사이에 '쉬어가는' 스테이지를 집어넣었고, 그 결과 게임은 파괴와 혼돈의 액션과 그 사이를 쉬어가는 휴식 시간으로서의 잠입(거칠고 투박하지만)과 돌아볼 수 있는 스테이지 구조가 서로 균형을 이루게 되었다.


그리고 게임이 취하는 구시대적인 체력회복 시스템과 난이도는 게이머에게 끊임없이 넓은 스테이지를 탐색하게 만드는 동력을 제공한다. 울펜슈타인 뉴 오더의 체력-체력회복 시스템은 구시대적인 체력회복 아이템을 이용한 회복과 요즘 대부분 게임들이 취하고 있는 콜옵 시리즈의 자동회복을 일부분을 차용한 구조인데, 20단위로는 자동으로 회복하지만 그 이상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체력회복아이템을 섭취해야 회복을 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또한 적들의 숫자나 화력, 내구력 역시 체감상 상당하기 때문에, 게이머는 끊임없이 체력과 총알을 쏟아붓고 이것을 보급하기 위해서 맵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면서 탐색을 해야한다. 그리고 다양한 루트를 제공하는 것은 아니지만, 게임은 적을 우회해서 공격할 수 있는 대체루트를 제공하기 때문에 게이머는 한 곳에 머무르면서 적을 깨작깨작 처리하기 보다는 적극적으로 돌아다니면서 측면을 효과적으로 기습하는 쪽으로 게임을 플래이하게 된다. 그렇기에, 이 넓은 스테이지를 탐색하는 것은 무의미하게 맵을 디테일하게 구성한 것이 아닌, 맵의 구조를 게이머의 필요에 따라 탐색하며 자연스럽게 아이템과 숨겨진 요소를 수집하게 되는 구조를 보여준다.(동시에 버튼 눌러서 그 많은 아이템을 먹어야하는 것이 그렇게 괴로울 수 없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게임은 여전히 단순 그 자체로 보인다:화끈한 액션과 그 사이를 쉬어가는 탐색과 잠입이 균형을 맞추더라도, 기본적인 액션은 단순하게 엄폐하고-쏘고-달린다 라는 구세대적인 지점에 기반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는 시대에 철저하게 뒤떨어져있다:예를 들어 바이오쇼크의 경우에는 한손으로는 초능력을, 한손으로는 총을 쏘며 주변 지형 지물과 초능력을 결합하여 다양한 방식으로 게임을 풀어나갈 수 있게 만들었고, 디스아너드는 FPS에 도입이 불가능할거라 본 파쿠르를 게임에 도입하여 스테이지를 다층적으로 사용하기도 하였다. 심지어 콜옵이나 배틀필드의 경우도, 단순한 싱글플래이를 지향하지만 중간 중간에 다양한 최첨단 현대무기를 다루는 미니게임을 집어넣음으로서 단순하게 쏘고 달린다라는 감각만으로 싱글이 가득차 있다는 것을 부정하려 애쓴다. 뉴 오더는 그런 점에서 본다면 구태의연 그 자체이다.(물론 중간중간 쏘고 달리는 것 외에 미니 게임도 있긴 있다.) 그것이 어떤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것도 사실이지만, 단지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것만으로는 게임의 요소들이 시너지를 불러일으킨다고 볼 수 없다.


울펜슈타인 뉴 오더를 높게 평가할만한 지점인 동시에 게임이 이 구태의연한 게임플래이들을 모두 끌어모아서 시너지 효과를 일으키는 숨겨진 고리는 바로 게임의 이야기다. 혹자는 뉴 오더의 이야기를 쿠엔틴 타란티노의 '바스타드:거친 녀석들'에 비유하면서 "불랫스톰 같은 게임에서 어떤 도덕적인 불쾌함을 느끼게 만드는 것은 상당히 부끄러운 지점이다"라고 평가하기도 했다.(엣지의 프리뷰 기사) 하지만 유념해야하는 것은 바스타드라는 영화 자체도 도덕적이고 멜로드라마적인 복수극에 기초하고 있다는 사실이다:히틀러는 유대인 특공대 손에 죽어서 시체에 총질을 당하고, 나치에게 가족을 잃은 유대인 소녀는 흑인 조수의 도움을 받아 극장에 불을 질러서 나치 고관대작들을 모두 태워죽임으로서 자신의 복수를 달성한다. 울펜슈타인 뉴 오더가 서사전략으로 취하고 있는 것도 이러한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전략이며, 게이머는 뉴 오더의 이야기를 따라올라가면서 나치의 악행에 대해서 분노하게 되고 그 분노를 동력으로 게임 내의 텍스처 덩어리인 나치들에게 분노를 쏟아내게 된다.


재밌는 점은 나치의 악행이 '육체'라는 매게를 통해서 드러난다는 점이며, 나치에 저항하는 레지스탕스는 육체에 상처나 결함 또는 낙인이 있거나 정신적인 문제를 겪는 등의 '비정상'적인 모습을 보여준다는 것이다:뇌에 파편이 박혀있는 블라스코윅즈, 나치의 아이를 배었다가 유산한 아냐(레모나의 일기로 자신을 드러내긴 하지만), 하반신 마비인 케롤라인, 유대인인 셋 로스, 흑인에 큰 화상자국이 있는 J, 신경증적인 모습을 보이는 테클라, 뇌절개를 당한 맥스 하스, 나치였지만 자신의 자식을 나치의 손에 잃고 나치에게 복수할 때까지 자신의 나치 문신을 남겨놓겠다는 클라우스 등등. 이들 모두 나치에 의해서 육체적-정신적인 고통을 겪으며, 나치에게 복수해야하는 도덕적인 정당성을 부여받는다. 그리고 비정상적이며 다양한 모습의 레지스탕스 반대편에는 나치의 웅장한 정상세계가 자리하고 있다:아이젠발트 수용소 스테이지에서 보여주는 비정상적인 크기의 판테온이나, 데스헤드의 시설, 런던 노티카의 모습 등등까지, 게임은 나치의 신화적 이미지에 대한 집착과 그에 대한 미학을 디젤펑크 식으로 포장하고 말도안되는 크기로 뻥튀기 한다. 그리고 이 웅장한 새로운 질서New Order(히틀러가 전쟁중인 1941년, Neuordnung이라고 공개적으로 선포한 유럽 전반에 대한 정치적 계획)에는 그들의 기준에서 벗어난 비정상인들을 위한 자리는 없다. 데스헤드가 마지막 스테이지에서 플레이어를 '네놈을 위한 자리는 이 세계에 더이상 없으니 포기해라'식으로 비꼬았던것처럼, 이미 새로운 질서가 들어섰고 지켜야할 것이 없어진 레지스탕스가 복수에 연연하는 것인 무의미한 것으로 보일 수도 있다. 아냐가 나치에게 계속해서 복수하지만, 결국은 새로운 질서가 들어서자 자신의 친구였던 사람들이 나치가 되거나 나치인척 했던것처럼 말이다.


여기서 블라스코윅즈의 케릭터의 재해석이 빛을 발한다:여태까지 금발벽안의 정진정명한 마초 이미지에 머물러있었던 이 무색무취한 케릭터는 뉴 오더를 통해서 '전쟁에 신물이 난 전쟁영웅'로 탈바꿈하며 이 변화는 나치의 정상세계와 비정상적인 레지스탕스의 경계에 있다:프라우 엥겔이 블라스코윅즈를 아리아인의 표상으로 칭찬하거나, 데스해드가 블라스코윅즈와 자신에게는 윌리엄('William' B.J Blazkowikz)이라는 같은 공통점이 있다고 지적하거나, 월면기지 스테이지 도입부에서 나치 장교가 블라스코윅즈의 머리에 박힌 파편을 X레이 검사대로 투시하고는 대전쟁 때 참전한 전쟁영웅으로 그를 대우하는 지점 등등에서 블라스코윅즈는 은근슬쩍 나치라는 악역과의 경계에 발을 담는다. 어찌보면, 서로의 적을 무참하게 도륙을 낸다는 지점에서, 그리고 그것이 상대방의 육체를 통해서 그로테스크하게 표지된다는 점에서 블라스코윅즈는 나치와 접점이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런 은연중의 접점을 블라스코윅즈는 죽어간 사람들에 대한 기억과 도덕적인 죄책감, 그리고 아냐와의 로맨스로 철저하게 부정한다.


블라스코윅즈와 아냐의 정사장면에 대해서 폴리곤의 극찬에는 본인 역시 동의하는 편이다.(링크는 여기) 아냐와의 정사장면은 훌륭하게 잘 만들어졌으며, 그것이 단순하게 성적자극을 위해 삽입된 것이 아닌 스토리 내에서 중요한 기능을 한다는 것이다. 더이상 지켜야할 것이 없는 블라스코윅즈에게 지켜야할 일상(아냐)을 부여하며, 동시에 '어떤 때는 크리스마스고 어떤 때는 생일이었던 것처럼' 좋았던 옛날을 환기시키는 육체적 경험으로서 섹스가 들어선다. 이는, 뉴 오더라는 게임 자체에서 나치의 육체에 가해지는 무지막지한 폭력과 복수라는 부정적인 육체와의 관계의 대척점에 있는 것으로도 볼 수 있는데, 상처받은 두 영혼(블라스코윅즈는 자신이 알던 세계가 무너졌으며, 아냐는 자신의 부모를 잃어버렸다)이 서로를 치유할 수 있는 행위로서 섹스가 그 자리에 들어선다. 그리고 처음 오프닝 시퀸스의 평화로운 일상의 환상을 블라스코윅즈가 '전사로서 이런 일상은 현실이 아니다'라고 부정하지만 마지막엔 그 환상에 아냐가 들어옴으로써 '지켜야하는 세계가 있다는 것'이라는 감각으로 변화하는 것이 자연스럽게 느껴지도록 아냐와 블라스코윅즈 사이의 관계를 설정하고, 섹스는 그러한 변화에 있어서 중요한 화학적 촉매로 작용하며 그들이 도덕적인 복수를 넘어서 나치의 새로운 질서와는 다른 인간들임을, 그리고 희망이 있음을 은연중에 암시하게 된다. 그렇기에 울펜슈타인 뉴 오더의 이야기는 나치에 대한 도덕적인 복수와 고발이 게임을 움직이는 주된 추동력으로서 작용하였으며, 그것이 더나아가서 '내가 나치를 쳐죽이는 것과 나치들이 레지스탕스를 쳐죽이는것과 뭐가 다른가'라는 찝찝함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닌 놀랍게도 잔잔한 이야기와 여운이 남는 카타르시스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을만 하다.


(물론 스토리에 대해서, 여전히 도덕적인 복수의 한계에 사로잡혀 있다라고 지적할 수 있다:한나 아렌트의 예루살렘의 아이히만 처럼, 나치즘은 그 잔학한 행위와 함께 이를 지지하는 수많은 일반대중의 생각없음과 침묵, 즉 평범한 악의 개념에 근거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 둘을 한꺼번에 다루는 것, 무지막지한 악으로서의 나치와 평범한 악으로서의 나치즘의 지지자들이 동시에 등장하는 것은 이야기의 초점을 흐릴 수 있을 뿐더러, 무엇보다도 행동하는 매체로서의 게임의 특징이 복잡한 서사와 잘못 결합하면 나치를 죽여야하는데 나치를 죽이라는건지 말라는건지 햇갈리게 만들 소지가 다분하게 있기 때문에 적절치 않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언젠가는 그런 복잡미묘한 감정과 관계를 게임이 게임 서사를 통해서 전달할 수 있으리라 믿어본다.)


울펜슈타인의 그래픽 엔진은 id의 id tech 5에 기반을 두고 있으며, 레이지에서 보여주었던 특유의 메가텍스처와 질감을 보여준다. 하지만, 60프레임으로 구동되는 것과 근거리에서의 디테일이 세밀한 것을 제외하면, 사실 차세대 전용이라는 메리트는 전혀 없어보이는 그래픽이라고 할 수 있다. 차세대의 표준적인 그래픽의 기준을 세컨드 선에 놓는다면 말이다. 하지만, 음악과 효과음에 있어서 완성도는 훌륭하다 평할 수 있는데, 총기 발사음과 타격음이라던가, 혹은 모두 독일어로 더빙되어 녹음된 나치 적들의 음성이라던가(파크라이 3의 샘 배커의 대사를 인용하자면, '뭐든지 독일어로 발음하면 나쁜놈 같이 보이지!), 심지어는 그 당시의 팝송들을 새로운 질서 하에서 재해석해서 편곡-삽입하였다던가 등의 세밀한 지점까지 신경을 썼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울펜슈타인:뉴 오더는 FPS에 새로운 질서가 들어선 시대에 구시대적인 발상과 구시대적인 이야기로서 맞대응하는 게임이라 볼 수 있다. 물론, 구세대적인 감성에 입각한 게임이기에, 게임은 여전히 구세대적인 한계에 사로잡혀 있다. 하지만, 훌륭한 스토리가 평균은 보장하는 게임 플래이를 엮어서 시너지를 이루고 있으며, 멀티가 없다는 점, 1-2회차 이상은 반복하기 힘들다는 점 등의 요즘 게임 답지 않은 한계에도 불구하고 충분히 사람들이 매료될만한 게임이라는 사실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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