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이야기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스위치 버전 기반의 리뷰입니다.


1987년 첫 작품이 발매된 이후, 팔콤의 이스 시리즈는 30년 동안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고 장수한 게임 프랜차이즈였다. 하지만 흥미롭게도 30년 동안 존속했음에도 불구하고 확장을 꾀한 다양한 게임 프랜차이즈들과 다르게 이스라는 프랜차이즈의 규모는 커지지 않았다. 일본을 대표하는 RPG인 파이널 판타지를 이스 시리즈와 비교해보면 이는 명확해진다. 파이널 판타지 시리즈는 7편의 기록적인 성공 이후, 작품마다 전 세계를 대상으로 무엇이 일본 RPG인지를 다루는 비전을 갖고 게임을 만들었다. 파이널 판타지의 비전이 항상 좋은 결과로 이어지진 않았지만, 이 프랜차이즈가 가지는 시사점은 뜻깊다:다른 JRPG 프랜차이즈들의 비전도 점차 원대해지고 담대해지고 있으며, 더는 JRPG 장르 문법과 일본이라는 지역적 한계에 자신을 가둬두지 않으려 하였다.


하지만 이스 프랜차이즈와 팔콤이라는 회사는 달랐다. 오랜 시간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지향점은 항상 같은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스 8 라크리모사 오브 다나 역시 그러한 팔콤의 지향점을 잘 드러내는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이스 시리즈 넘버링 최신작인 이스 8의 첫인상은 경악스럽다:PS3 수준의 그래픽과 허접한 동작은 10년 전의 JRPG를 연상케 하였다. (물론 비타판이 처음으로 나왔고, 비타판이 베이스가 되었다는 점은 고려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이스 8는 10년 전, 20년 전의 게임을 '그대로' 지금 재현하는 것이 목표였던 게임이다. 즉, 이스 8은 여전히 JRPG라는 경계에 갇혀있기를 선택한 것이다. 그러나 그 대신 팔콤은 이스 8을 통해 과거의 미덕을 정직하게 구현하였고, 이 덕분에 이스 8은 과거의 JRPG를 기억하는 사람들에게는 매우 성공적인 작품이 되었다.


이스 8에서 눈여겨 봐야 하는 부분은 게임 서사와 게임 진행의 유기적인 결합이다. 그리고 이 결합의 형태는 여타 트리플 A 게임이나 다른 게임에서 찾아보기 힘든 절제와 가지치기의 형태로 구현되었다. 이스 8은 모험가 아돌 크리스틴이 세이렌 섬에 표류하고 탈출하는 과정을 다루며 이러한 일련의 과정들이 이벤트와 시스템으로 연동이 되면서 게임 플레이를 구성한다. 그렇기 때문에 게임 콘텐츠는 무인도에 표류하여 생기는 거대한 문제(표류촌을 습격하는 마물들 토벌, 탈출하는 배를 만드는 것 등)에서 생존자들 간의 소소한 문제까지 다양하고 방대하게 구성되었다.


만약, 일반적인 트리플 A게임이었다면 이러한 과정을 디테일으로 가득 찬 거대한 규모의 형태로 구현하였을 것이다:웅장한 자연과 배경음, 화려한 괴물들이나 복잡한 시스템 등등…. 트리플 A 게임들이 갖는 주된 특징은 바로 사소한 부분까지 사로잡는 디테일이다. 설령 이러한 작은 디테일이 실제 게임 플레이에 큰 영향이 없다 하더라도, 플레이어가 게임이 세상의 축소판처럼 느껴지게 만드는 주된 요인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스 8은 이러한 명제를 정면으로 부정한다. 이 게임에는 사소한 디테일이나 화려한 그래픽도, 복잡한 시스템도 없다. 이스 8에는 모든 것들이 단순하고 직관적이다. 거대한 오픈 월드처럼 보이는 필드는 사실 가야 할 곳이 정해져 있는 일종의 통로 형태의 스테이지이며, 몬스터 레벨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플레이어가 접근할 수 있는 곳과 접근하지 못하는 곳이 정해져 있다. 메인이나 서브 퀘스트는 친절하게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알려주며, 그 길이와 분량은 짧다. 겉보기에는 거대한 것처럼 보이지만, 이스 8은 실제로는 상당히 소소한 규모를 가진 게임이다.


하지만 이스 8의 중요한 점은 '모든 것이 단순하게 대충 들어간 게임'이 아니라 '그런데도 모든 것들이 적절하고 알맞게 들어갔다'라는 점일 것이다. 각각의 서브퀘스트들은 분량이 짧지만 질리지 않을 만큼의 적당한 양을 갖고 있으며, 탐색을 통한 지도 제작은 단순히 일직선 진행만으로 100%를 채울수 없기에 구석구석 꼼꼼하게 찾아보게 만든다. 이스 8의 모든 콘텐츠는 모두 단순하지만 반복적이지 않되 질릴만하면 완결되는 상당히 적절한 분량 및 난이도 조절을 거친다. 이 덕분에 이스 8은 단순한 콘텐츠에 사소하지만 중요한 변주를 가하여 플레이어가 게임에 계속 집중하고 흥미를 잃지 않게 만든다. 이런 점에서 팔콤은 이스 8에서 자신들이 할 수 없는 것, 자신들이 할 수 있는 것에 대해 분명하게 인지하고 있었다.


이는 이스 8의 이야기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이스 8의 이야기는 기본적인 모티브는 영웅전설 3 하얀 마녀에 둔 생존자들의 군상 극이라 할 수 있다. 어떻게 한 인물이 자신의 모든 것을 희생하면서까지 세상에 헌신할 수 있는가라는 이야기를 이스 8은 다뤄내고 있다. 흥미롭게도 이스 8에는 여타 게임 서사에서 찾아볼 수 있는 대적자의 존재가 희미하다:이스 8의 궁극적인 적은 캐릭터가 아닌 불합리하고도 무정한 자연의 섭리(진화와 도태)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대신 이스 8은 그 불합리하고도 무정한 자연의 섭리에 대항하는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과 그 구심점인 아돌, 그리고 다나에게 초점을 맞춘다.


흥미롭게도 이런 점에서 이스 8은 게임의 규모를 적절하게 압축한다:일반적인 JRPG나 게임이었다면, 플레이어가 맞서고 있는 거대한 위협에 맞서서 많은 수의 인물들에 대한 이야기로 다뤄냈을 것이다. 그렇게 되었다면 몇몇 중요한 인물들을 제외하면 대부분은 비중과 존재감이 0에 수렴되었을 것이다. 마치 제노블레이드 크로스가 그랬었던 것처럼 말이다.:플레이어는 정말로 수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이는 거대한 키즈나 그램으로 드러난다. 하지만 그중에서 정말로 기억에 남고, 메인 스토리에 영향을 미치는 인물의 수는 더더욱 적은 편이다. 그러나 이스 8에는 군상의 규모를 20명 내외로 압축시키고 모든 인물에게 스토리에 적절한 비중을 부여하고, 플레이어의 손에 닿는 범위 내에서 상호작용할 수 있게끔 했다. 일본 아니메적인 캐릭터 설정과 구성이 사람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부분이긴 하지만, 이스 8에서 플레이어는 이 작은 규모의 공동체에 영향력을 행사하며 그 과정 중에 세상의 불합리한 이치에 맞서 세상을 구하는 모티브를 얻게 된다.


게임의 콘텐츠 구성은 이러한 이스 8의 서사에 강한 영향 아래 놓여있다. 각각의 콘텐츠들은 캐릭터와 밀접한 연관 관계를 맺고 있다:예를 들어서 거래소의 역할을 하는 디나의 경우, 플레이어가 필드에서 주어온 자원들을 상위나 하위의 소재로 바꿔주는 역할을 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디나라는 인물이 쾌활하면서 무인도까지 와서 장사하는 캐릭터라는 것을 자연스럽게 알 수 있다. 또한 각종 캐릭터와의 관계를 개선하는 데 쓰이는 사치품을 플레이어에게 판매함으로써 여타 캐릭터와의 관계를 진전시키는 데 도움을 주기도 한다. 이런 식으로 이스 8은 복잡한 시스템이나 디테일 없이 단순하고 직관적인 요소들을 이용해서 게임 플레이를 구축하고 서사를 구성하는 캐릭터를 묘사한다. 그 규모가 작고, 일본 아니메 같은 부분이나 유사가족의 분위기는 사람에 따라서 호불호가 갈릴 요소이긴 하지만, 팔콤은 정확하게 자신들이 무엇을 하는지를 알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들어간 예산과 디테일이 부족하지만, 이스 8은 자신이 하고 싶고 묘사하고 싶은 부분을 효율적으로 전달한다.




이스 8의 전투 역시도 작품의 전체적인 기조를 따라간다:디테일이나 복잡한 시스템은 없지만, 이스 8의 전투는 빠르고 부드럽게 잘 작동한다.  일단, 유념해야 하는 점은 이스 8에서 화려한 이펙트나 피격 모션을 기대하면 안 된다는 점이다. 소위 이야기하는 타격감이 이스 8에는 없기 때문에, 때로는 플레이어가 적을 제대로 공격하는지 헷갈리는 일이 왕왕 발생하기도 한다. 트리플 A 게임 다운 풍성한 모션이나 편의성 등은 이스 8의 전투에서 찾아보기 힘든 미덕이긴 하다.


그러나 전투의 전반적인 개념이나 흐름은 잘 짜여 있으며, 잘 작동하는 편이다. 우선 이스 8은 기존 시리즈의 플래시 무브(정확한 타이밍에 회피 시 플레이어의 속도가 증가하고 적이 느려지는 시스템)와 플레시 가드 시스템(적의 공격을 정확한 타이밍에 가드 할 시, 공격력이 향상하는 시스템)를 탑재하였으며, 얼마나 정확한 타이밍에 적의 공격을 받아내고 회피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동료별로 베기/찌르기/타격 속성의 공격이 나누어져 있으며, 플레이어가 적의 약점에 따라서 운용하는 캐릭터를 바꾸어서 게임을 풀어나가게끔 했다.


또한 플래시 가드/무브, 약점 공격 이외에도 중요한 전투 시스템은 전투 스킬이다:플레이어는 최대 4개의 스킬을 단축키로 지정할 수 있으며, 각각의 스킬들은 발동에 SP가 소모된다. 전투 스킬은 일반 공격보다도 훨씬 더 많은 데미지를 주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사용하게 되지만, SP는 일반공격과 플래시 가드/무브로만 차오른다. 즉, 플레이어가 얼마나 정확한 타이밍에 공격을 피하거나 받아내느냐가 이스 8 전투의 핵심이라 할 수 있다.


이스 8은 전반적으로 리소스를 크게 잡아먹지 않는 게임이기에, PS4에서는 안정적으로 60프레임을 유지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PS4 버전을 기준으로 이식된 스위치 버전에서는 퍼포먼스 측면에서 불안정한 모습을 보여주는 때가 가끔 있다. 스위치 판 이스 8는 대부분 30프레임으로 구동되지만, 지하 성당에서는 15~20프레임 수준으로 심각한 퍼포먼스 이슈를 보여준다. 심지어 이 구간에서는 제노블레이드 2의 동적 해상도보다 더 심각한 수준으로까지 떨어져 PSP를 연상시키는 수준의 그래픽임에도 프레임이 아주 낮아지는 문제가 발생한다. 다행히도 이 구간만 벗어나면 나머지 구간에서는 큰 퍼포먼스 이슈는 없지만, 가뜩이나 그래픽이 뛰어난 게임이 아닌데도 퍼포먼스 이슈를 보여주는 부분은 다소 실망스럽다.


결론적으로 이스 8은 과거 JRPG가 갖고 있던 미덕을 제작사가 관리하고 통제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훌륭하게 구현한 게임이라 할 수 있다. 스위치 버전으로 플레이하였을 때,  몇몇 구간에서의 퍼포먼스 이슈가 심히 눈에 거슬리기는 하지만 클리어할 수 없는 정도가 아니었고, 또한 시간을 많이 투자해야 하는 JRPG 특성과 궁합이 잘 맞아떨어진다는 점은 스위치 버전 역시 구매할 가치가 있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이스 8의 미덕과 장점은 전적으로 과거의 JRPG에 대한 향수를 기억하고 있는 한정적인 부분도 있다. 그러나, 선택과 집중이라는 측면에서 의외로 많은 사람에게 어필할 가능성을 가진 것이 이스 8이라고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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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려줘...밀린 리뷰가 4개야...


(아직 다리 다 안나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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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말은 아무것도 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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