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이야기



제노블레이드 2에는 블레이드를 가챠로 뽑게끔 시스템이 구성되어 있다. 플레이어는 게임 중 코어 크리스탈을 모으고 동조를 통해서 다양한 블레이드들을 모은다. 동조 전까지는 어떤 블레이드를 얻을 지 알 수 없기 때문에, 게임을 플레이할 때 큰 걸림돌이 된다. 고전적인 JRPG의 부활을 지향하였던 제노블레이드 2에서 이 가챠라는 존재는 다소 이질적이다. 가챠 시스템 자체는 2010년대 전후로 애플/안드로이드 앱 마켓 게임들이 급부상하기 시작하면서 게임 회사들이 내세운 '수익 모델'이기 때문이다. 제노블레이드 2는 많은 장점을 가진 게임이긴 하지만, 동시에 많은 문제를 가진 게임이기도 하며 가챠는 이러한 문제의 핵심에 놓여있는 요소다.


어떻게 가챠는 제노블레이드 2를 망가뜨리는가? 엄밀하게 이야기하자면 이미 시중에는 수많은 가챠게임들이 존재하고, 이들 모두가 망가졌다고 표현하는 것은 문제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가챠 시스템의 문제는 게임에 필요한 요소를 '확률'로 제공한다는 데 있다. 강력한 요소일수록 확률적으로 얻기 희귀하며, 평범한 것들은 흔하게 구할 수 있다. 하지만 게임의 모든 것들이 확률에 의해서 움직인다면, 플레이어는 어떻게 자신의 행동을 통제하고 목표를 향한 계획을 세울 수 있을까? 물론 많은 게임들이 불확정적인 요소로써 확률을 게임 내에 삽입하기도 한다. 멀리 가자면 TRPG에서 주사위가, 가까이 보자면 수많은 수학적 공식과 난수 발생기 위에 정교하게 세워진 게임 시스템들을 찾아볼 수 있다. 게임에 있어서 통제불가능한 난수 발생기이자 확률의 개념은 그렇게 놀라운게 아니었다.


하지만 가챠의 본질은 확률에 기반한 시스템 자체보다도 모 아니면 도 방식의 컨텐츠 소비 구조와도 밀접하게 맞닿아있다고 할 수 있다. 희귀하고 강력한 카드/요소들은 게임 플레이를 수월하게 만들어주며, 평범한 요소들은 게임 운신의 폭을 좁힌다. 문제는 이 사이의 간극을 매울 수 있는 수단이 존재하는가이다. 많은 게임들은 확률 그 자체를 통제하며, 동시에 게임 플레이 스타일에 따라서 그 불확실한 요소를 극복할 수 있는 수단을 제공하기도 한다. 포켓몬스터의 교배 요소를 예로 들어보자:플레이어는 부모세대로부터 어떤 특성과 성격을 물려받은 포켓몬이 자식으로 나올지 모른다. 그러나 오랜 기간 동안 포켓몬 시리즈는 다양한 보완수단(붉은실, 메타몽, 프랜드 사파리 등등)을 게임에 추가함으로써, 게임을 이해하고 시스템을 십분 활용하면 누구나 자신이 필요한 포켓몬을 손에 넣을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였다. 포켓몬에서 확률은 통제가능한 변수이며, 극복할 수 있는 난관이다. 


그러나 가챠 시스템에서는 이러한 것이 전무하다:플레이어가 좋은 카드를 뽑지 않는 한, 게임은 풀리기 어렵다. 또한 좋은 카드일수록 일러스트레이션이나 게임 내에서 대우가 좋아진다. 즉, 게임 내에서 모든 요소들은 게임 시스템과 즐기는 플레이어 사이의 문화 양측에서 엄격한 카스트 문화를 구축한다. 수많은 가챠 게임에서 흔히들 이야기하는 '리세 마라'(게임에서 원하는 카드를 얻을때까지 계속 초기화하는 행위)는 이러한 가챠 시스템의 본질을 드러내는 문화라 할 수 있다.


대신 그 반대급부로 많은 모바일 가챠 게임들은 비디오 게임들과 다르게 공략을 최대한 단순화 시키고, 게임 내의 모든 재화가 '시간' 또는 '돈'을 통해서 얻도록 조절한다:게이머는 시간을 오래 투자하여 게임 내의 재원들을 얻어 좋은 카드를 뽑을 수 있도록 하거나, 시간 대신 돈을 투자하여 원하는 것을 더 빠르게 얻게끔 한다. 물론, 초창기 가챠게임이었던 확산성 밀리언 아서가 보여주었던 그 노골적인 가챠 게임의 시스템은 이제 소녀전선이나 여타 다른 게임들의 계보로 이어져내려오면서 가챠에만 게임을 의존하지 않고 실제 게이머가 생각하고 능동적으로 행동할 수 있는 여지를 넓히는 쪽으로 나아가고 있다.


문제는 제노블레이드 2의 가챠 시스템은 과거 가챠 시스템의 모 아니면 도식의 시스템과 문화를 따르고 있다는 것이다. 필드 스킬을 뚫기 위한 몇몇 키스킬들은 레어 블레이드만이 갖고 있지만, 플레이어는 자신이 어떤 레어 블레이드를 얻게 될지 알 수 없는 구조다. 또한 양산형 블레이드(커먼)의 경우, 스킬이 랜덤으로 붙어서 어떤 경우는 레어블레이드를 능가하는 절륜한 블레이드가 되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에는 만나자 마자 야생에 방생(?)해버리게 된다. 또한 커먼 블레이드의 개성과 자신만의 이야기가 전무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개성과 자신만의 케릭터가 충만한 레어 블레이드보다 쉽게 버려지기 마련이다. 그렇기에 대부분의 커먼 블레이드들은 이런 블레이드들만 활용하기 위해 어거지로 만들어진 용병단 쪽으로 보내진다. 결국 이들은 돌리다 S랭크를 찍고 아이템만 회수한 뒤 버려진다. 블레이드와 드라이버 사이의 인연을 중요시 여긴다는 게임이, 레어 블레이드를 제외하면 모두 내다버리는 것이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어떻게 보면 시스템과 게임 서사 사이의 지독한 모순이라고 할 수 있다.


제노블레이드 2의 가챠 시스템은 전반적으로 '통제할 수 없기에 게임의 흐름을 방해하는 쪽'에 가깝다. 제노블레이드 2의 가챠 시스템과 용병단 시스템을 제외하면 대부분 그럭저럭 작동한다. 제노블레이드 2 자체는 MMO의 양식을 빌어 오랫동안 플레이할 수 있는 JRPG을 지향하고 있으며, 대부분 단순하고 반복적인 소일거리지만 뛰어난 전투와 아름다운 풍경들, 평화로운 분위기 등이 맞물리면서 계속해서 게임을 플레이하게 만든다. 그러나 가챠 시스템과 용병단 시스템은 게임 플레이를 목적없이 길게 만들며, 전체 시스템과 조화를 이루지 못하는 모습을 보인다. 물론 그 외에도 구세대적이라는 표현을 넘어서 적페라고 불릴 수 있는 서사나 일본 게임 특유의 UI가 게임의 발목을 잡지만, 제노블레이드 2가 가장 아쉬운 부분은 게임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가챠 시스템과 그걸 어떻게든 활용해보려 한 용병단 시스템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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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이야기


*스위치 버전 플레이 기준입니다.


오프라인 코옵이란 하나의 스크린을 두명 이상의 플레이어가 함께 보면서 공동의 목표(스테이지 클리어 등)를 향해 노력하는 게임들을 일컫는다. 이러한 장르는 일찍이 TV가 거실의 핵심이었던 주거와 가족 문화에 기반한다: 80년대~90년대 생들은 어린 시절 친구가 놀러올 때, 거실에서 게임기를 두고 함께 게임을 해본 경험이 적지 않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핵가족과 거실 TV 중심의 주거문화가 붕괴되고, 각자가 개개인의 스크린(스마트폰 같은 휴대용 기기에서 개인 공간의 컴퓨터 라던가)들을 가지기 시작하고, 인터넷이 보급되면서 이 장르는 급격하게 쇠퇴하기 시작한다. 사람들이 같이 게임을 하는데 더이상 한 공간을 점유할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하지만 오버쿡드나 갱 비스트 같은 오프라인 코옵 게임들은 메인스트림은 아닐지라도 사람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는 점은 여전히 한 스크린을 보면서 게임을 같이하는 것이 완벽하게 대체될 수 없는 경험임을 암시한다.


스위치로 나온 크로울은 오프라인 경쟁/코옵 게임이다. 컨셉은 단순하다:최대 4명의 플레이어 중 한 명은 무작위로 생성된 던전을 탐험하는 용사가 되고, 나머지 3명은 몬스터가 되어서 용사가 탈출하는 것을 방해해야 한다. 모든 플레이어의 목표는 동일하다. 용사가 되어서 레벨 10에 도달하여 던전을 탈출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용사가 되기 위해서는 용사 플레이어를 다른 3명이 협력하여 죽여야 한다. 크로울의 묘미는 바로 유동적인 협동과 경쟁, 그리고 그 둘 사이의 긴장관계에 존재한다:몬스터들이 협력해야 용사를 죽일 수 있다. 하지만 용사에게 최후의 일격을 가한 몬스터만이 용사로 부활한다. 


그렇기에 크로울은 기본적으로 플레이어가 공격적인 플레이를 하도록 강제한다. 기본적으로 용사가 던전을 탐험하는 것이 게임을 진행하는 트리거가 되기 때문에, 몬스터 역을 맡은 플레이어들은 망령 상태에서 플레이어를 따라다닐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용사가 한 구역에서 오랜 시간을 끌 경우, 망령 플레이어들이 슬라임을 소환할 수 있는 게이지가 차오르게 된다. 슬라임은 플레이어가 빙의하는 몬스터보다는 약하지만 상당히 귀찮은 적이며, 무엇보다도 망령 플레이어가 여러 채의 슬라임을 소환하고 자신이 직접 슬라임에 빙의해서 용사 플레이어의 체력을 깍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용사 플레이어의 입장에서는 체력 회복은 제한적이기 때문에 자신이 필요한 것들만 빠르게 챙기고 몬스터 플레이어에게 주도권을 주지 않도록 해야 피해를 최소화시킬 수 있다.


크로울의 케릭터 강화 곡선의 변곡점은 빙의된 몬스터와의 싸움이다. 용사가 레벨업하고 장비를 살 돈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은 몬스터 플레이어를 죽이는 것 뿐인데, 몬스터 플레이어측에서도 용사 플레이어에게 입힌 데미지를 기준으로 더 강한 몬스터로 진화하는 분노 포인트를 얻기 때문에 양측 모두에게 전투 파트는 매우 중요하다. 기본적으로 용사 플레이어는 화력이나 유연성 측면에서 몬스터 플레이어 개개인에 비교하였을 때 압도적인 우위를 점한다. 그러나 몬스터 플레이어들의 경우에는 각자의 개성이 있고, 서로 협동할 때 용사 플레이어를 압도할 수 있다:거미 몬스터를 맡은 플레이어는 거미줄을 뿌리면서 용사 플레이어의 움직임을 막고, 궁수 해골은 원거리에서 용사 플레이어를 견제한다. 그렇기에 오프라인에서 플레이하는 크로울은 상당히 시끌벅적한 게임이다. 서로 계속 지시와 의견을 주고 받으며, 용사를 쓰러뜨리고자 협업하며, 동시에 서로의 플레이에 대한 도발과 야유, 탄식, 함성 등의 다양한 감정과 반응들이 교차하기 때문이다.


크로울의 보스전은 게임의 화룡점정이다:몬스터 플레이어들은 하나의 보스를 3명이서 동시에 조작한다. 예를 들어 거대한 조각상 보스의 경우, 몬스터 플레이어들은 각자 발, 다리, 머리 등의 특정 부위를 조작해서 용사 플레이어를 공격하고 보스 몬스터의 약점(여기서는 제사장)을 방어해야 한다. 레벨 10에 충분한 장비를 갖춘 용사는 매우 강력하다. 하지만 화면 한가득을 공격으로 가득 채우는 몬스터 플레이어들의 협공은 더더욱 강하다. 몬스터 플레이어들 입장에서는 용사 플레이어를 세번 패퇴 시키면(이전 플레이어들의 실패도 누적해서 카운트한다) 몬스터 플레이어들의 승리로 간주되며, 전반적으로 몬스터 플레이어들의 성장이 실패하였더라도 보스 몬스터의 패턴이 매우 강력하기 때문에 역전을 노릴 수 있는 여지가 있다. 크로울은 이런 점에서 게임 전체 흐름이 긴장감 있게 잘 구성되어 있는 편이다.


스위치 기준에서 크로울은 큰 화면이나 작은 화면이나 모두 잘 작동하는 편이다:기본적으로 큰 화면을 필요로 하는 게임이 아니기 때문이다. 다만, 몇몇 몬스터의 투사체의 경우 스프라이트 자체가 작기 때문에 휴대용 테이블탑 플레이의 경우에는 다소간 모호하게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크로울은 정밀한 조작을 요하는 게임이 아니다. 전투를 할 때 크로울은 그야말로 개판이고, 그 개판을 4명의 플레이어가 즐기는 것이 핵심인 게임이다. 게임은 한개 조이콘으로도 완벽하게 조작할 수 있기 때문에, 4인 플레이를 감안할 시에는 조이콘 한쌍만 추가 구매해도 충분하다. 물론 기본 셋으로도 2인 플레이가 가능하고, 2인 플레이 시 CPU가 다른 플레이어의 역할을 완벽하게 대체하기 때문에 게임은 무리없이 돌아가는 편이다.


결론적으로 크로울은 훌륭한 4인 오프라인 코옵/경쟁 게임이다. 전반적으로 지루하지 않게끔 게임의 흐름을 구성해두었고, 게임이 쉴세없이 몰아치기 때문이다. 한 게임을 진행하는데 30분 정도 소요되지만, 그 30분 동안 정말 수많은 만감이 교차하는 게임이 바로 크로울이다. 물론 게임 자체가 하드코어한 B급 문화를 지향하며, 동시에 도트이긴 하지만 상당히 고어하기 때문에 오버쿡드 같은 아기자기한 게임에 비해서는 수요층이 좁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성향이 맞는 사람들끼리 모여서 플레이한다면 크로울은 모임의 스타가 될 수 있는 게임이다. 그런 점에서 크로울은 언제 어디서나 플레이할 수 있는 스위치 같은 콘솔을 위해 태어난 게임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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