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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이야기



다크소울의 성공은 게임업계 많은 분야에 영향을 주었다. 비동기화된 멀티플레이나 싱글과 멀티플레이의 결합, 가혹한 게임 분위기 등등 다크소울 시리즈는 게이머와 제작자 모두에게 큰 영향을 주었다. 하지만 직접적으로 다크소울 시리즈에 대한 '모방'은 그렇게까지 성공적이지 못했다:로드 오브 폴른이 나름대로 선방하기는 했지만, 소울 시리즈는 여전히 프롬 소프트와 그 변두리에 국한되었다. 하나의 게임 시리즈가 같은 장르 문법을 공유하는 계보를 만드는 것은 그 게임의 위대함을 증명하는 일을 넘어서 그 장르 문법을 토대로 새로운 게임들이 만들어질 수 있는 토양이 마련되었다는 의미다. 그렇기에 소울 시리즈를 하나의 장르적 계보로 안착시키려는(다르게 이야기하자면 소울 시리즈의 수요층을 기반으로 게임을 만드는) 시도들은 소울 시리즈를 둘러싼 일련의 실험과 게이머 문화, 산업 구조 등이 성숙과 안정기에 들어섰다는 것을 의미한다. 


인왕은 코에이 테크모의 오래된 프로젝트 중 하나였다. 플3 런칭작으로 알려졌던 게임은 플3를 넘어서 플4가 런칭되고 한참이 지나서야 팀닌자 주도로 게임이 개발되고 있다는 것이 드러났다. 하지만 그 어느 누구도 인왕이 좋은 게임이 될 것이라고 쉽게 이야기할 수 없었다:게임은 개발을 발표한지 10년이 넘었고, 심지어 개발을 주도한 팀닌자는 위대한 액션 게임 시리즈였던 닌자 가이덴 시리즈를 거하게 말아먹고 여타 게임 개발사들의 어시스트만 하던 상태였기 때문이었다. 개발 후 10년이 지나 완성된 게임과 한물 간 제작사, 이 둘의 결합은 우려를 불러일으키기 충분했다. 하지만 결론만 놓고 본다면 인왕은 정말로 망할 것 같은 징크스 조합을 훌륭하게 극복한 게임이었다.


인왕은 20%의 소울 시리즈, 40%의 닌자 가이덴 시리즈, 20%의 무쌍 시리즈로 구성되어 있다. 먼저 인왕에 깔려있는 소울 시리즈에 대해서 이야기해보자:소울 시리즈가 없었다면 인왕은 존재할 수 없었다. 소울 시리즈는 어렵지만 극복할 가치가 있는 게임의 수요를 증명하였을 뿐만 아니라, 특유의 스테미너 자원 기반의 게임 시스템을 확립하기도 하였다. 소울 시리즈는 스태미너라는 자원을 통해 게이머의 행동 하나 하나가 스테미너를 소모하고, 소모된 스테미너가 게임에 큰 영향을 끼치게 만들었다. 스테미너 기반의 게임은 게이머의 행동을 제약하지만(스테미너를 관리하지 않으면 죽음으로 이어지기에), 동시에 게이머가 계속해서 이를 관리하면서 전략적으로 행동하도록 만든다. 


또한 죽음을 다루는 방식도 인왕과 다크소울은 유사하다. 다크소울에서 죽음이란 단순히 실패가 아니라 스테이지와 적을 이해하기 위한 학습의 도구로 사용되기도 한다. 게이머는 죽고, 죽고, 또 죽어서 게임의 스테이지과 적을 학습하며, 플레이어들의 죽음은 다른 플레이어들에게 어떤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지를 경고한다. 이러한 과정이 처음에는 매우 어렵고 반복적으로 느껴저 좌절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소울 시리즈는 절묘하게 스테이지를 분할한다:처음에는 멀게만 느껴졌던 길들은 실패를 거듭하여 파훼법을 찾아내면 이 과정 자체가 매우 간명하게 느껴지도록 구성되어 있다. 인왕의 스테이지 구성 방식은 역시 다크소울의 영향을 크게 받았으며 죽음을 표지하는 칼무덤들은 사인을 분명하게 명시함으로써 플레이어에게 어떤 위험이 알려주는 역할을 한다. 이렇게만 본다면 인왕은 정진정명한 소울 시리즈의 모방작처럼 보여진다.


하지만 인왕이 독특하고 뛰어난 이유는 게임에 섞여 있는 40%의 닌자 가이덴 시리즈 유전자에 기반하고 있다:팀닌자는 이미 닌자 가이덴 시리즈라는 불세출의 액션 게임을 만든 적이 있으며, 이미 9년전에 극복할 가치가 있는 어려운 게임의 수요를 충분히 증명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닌자 가이덴 3의 실패와 방황은 이들의 존재를 잊어버리게 만들기 충분했다. 인왕은 닌자 가이덴 시리즈가 갖고 있었던 훌륭한 모습들을 갖추고 있다:기본적으로 인왕의 게임 플레이 속도는 소울 시리즈와 비교를 불허할 정도로 엄청나게 빠르며(소울 시리즈의 가장 뒤틀린 변종인 블러드본 조차도 따라잡지 못하는 속도다), 무기와 자세마다 각기 다른 체계로 작동하는 기술이나 다양한 효과에 기반하고 있다. 소울 시리즈가 스테미너의 관리라는 측면을 강조하고 액션 자체를 단순화 시켰다면, 인왕은 소울 시리즈보다 더 복잡하고 정교한데다가 빠르게 움직이는 플레이를 구축한 것이다. 


이러한 인왕의 극단적으로 빠른 전투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시스템이 바로 잔심이다:전투 중 자세 변경 키나 회피를 눌러서 소모한 스테미너의 일정량을 회복하는 잔심 시스템은 소울 시리즈에 익숙한 사람들이면 다소 이해가 안되는 시스템일 것이다. 이미 게임은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스테미너를 소비하며 회복하고 있다. 그렇다면 어째서 사용한 스테미너를 회복하기 위해서 일부러 번거롭게 키를 눌러야 하는가? 하지만 게임을 조금만 심도있게 플레이해보면, 이 잔심을 얼마나 잘 사용하느냐가 게임의 핵심이라는 것을 노련한 게이머들은 눈치 챌 것이다. 게임 내에 잔심을 이용한 스테미너 회복을 느리게 만드는 영계 정화(스테미너 회복량이 최대가 되는 시점에서 잔심을 써서 영계를 지우는 것)나 잔심을 통해 얻는 각종 부가효과들이 있지만, 사람들이 잔심을 필수적으로 사용하는 이유는 스테미너 소비량이 회복량을 넘어섰기 때문이다.. 심지어 스테미너가 떨어진 상태에서 데미지를 받은 경우, 자세가 무너지면서 큰 추가타 데미지를 받을 수 있는 위험에 처하기 때문에 소비되는 스테미너를 최대한 보전하는 것은 게임에서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잔심의 존재는 단순하게 스테미너를 보존하는 것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플레이어가 익숙해지면 공격 - 잔심 - 회복한 스테미너로 다시 공격 - 잔심 - 이하 계속 반복 으로 플레이를 이어나갈 수 있으며, 이런 게임 시스템 덕분에 인왕은 적을 폭풍과도 같이 몰아붙이는 재미가 있다. 하지만 적도 마냥 당하지만은 않는다. 플레이어가 재빠른 만큼 적도 재빠르다. 그렇기에 플레이어는 순수하게 실력으로 적을 압도해야 한다. 게임에 익숙해질수록 게임은 소울 시리즈의 묵직하고 날카로운 플레이보다는 닌자가이덴의 빠르고 치명적인 게임 플레이에 가까워 진다. 초창기 베타 때에 플레이어들이 소울 시리즈 보다 더 어려운 게임이라 평한 것도 이 때문이라 할 수 있다:인왕은 플레이어에게 실수할 여지를 많이 제공하지 않으며 약간의 컨트롤 실수도 플레이어에게 치명상을 선사한다. 하지만 게이머가 능숙해질수록 인왕은 여타 게임에서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재미를 선사한다. 그리고 이는 소울 시리즈에 영향을 받았지만 원본과는 다른 새로운 게임이 나올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는 것과 어려운 난관에 적극적으로 도전하는 게이머 수요층이 고정적으로 존재한다는 것을 인왕은 증명하였다.


흥미로운 점은 인왕에는 팀닌자의 닌자 가이덴 시리즈나 소울 시리즈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함이 숨어있다. 바로 코에이 테크모의 전매특허인 무쌍식 컨텐츠 소비 구조이다. 인왕은 소울 시리즈와 다르게 거대한 스테이지를 상정하는 것이 아닌 분절되어있는 미션 형태의 스테이지(물론 스테이지 개별 구성은 숏컷 단위로 연결된 소울 시리즈와 유사하지만)를 제공하는데, 각각의 스테이지는 공략 방법만 알면 혼자서 10분 이내에 주파 가능할 정도로 짧은 길이를 보여준다. 또한 소울 시리즈가 특정 맵에 고정된 아이템을 드랍하는 구조였다면, 인왕은 어디서 어떤 아이템이 떨어지는지 고정되어 있지 않고, 아이템이 무작위의 희귀도와 능력을 갖게끔 설계되어 있다. 즉, 인왕은 짧은 스테이지의 반복을 통해서 아이템을 파밍하고 플레이어가 더 강해지는 형태의 구조를 띄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구조는 1회차 이후 2회차에서부터 두드러진다. 최상급 명물 이상의 신기 등급의 아이템이 등장하고, 신기 등급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다른 신기를 합쳐서 강화를 해야 한다. 그리고 신기를 합치는데는 정상적인 플레이로는 충당되지 않는 많은 비용이 들어간다. 인왕은 이런식으로 반복 플레이와 강화를 통해서 게이머가 수십 수백시간을 게임에 투자해도 게임이 끝나지 않게끔 설계되었다. 그리고 이는 무쌍 시리즈 특유의 노가다 컨텐츠 구조와도 많은 유사점을 보여주는 부분이다. 무쌍 시리즈 역시 탄탄하게 잡혀 있는 기본 게임 플레이 위에 오랫동안 반복해서 플레이해도 지겹지 않은 컨텐츠 소비 구조와 목표를 제공하고 있으며, 이러한 부분은 인왕이 소울 시리즈 보다는 코에이 테크모의 영향을 더 강하게 받았다 할 수 있다.


전반적으로 인왕은 훌륭할 정도로 재밌는 게임이지만, 눈에 띄는 단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우선 적의 숫자가 너무 적어 전투 자체가 반복되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는 점이 있으며, 그리고 게임의 맵 구조가 소울 시리즈의 가장 자극적인 점만 옮기려는 나머지 깊이가 없어졌다는 점이 있다. 특히 맵 구조의 경우, 문제가 심각하다 할 수 있는 편인데 소울 시리즈가 다양한 함정과 위험 요소로 맵을 구성하였음에도 플레이어가 나아가야할 방향과 목표를 분명하게 설정한데 비해, 인왕은 소울 시리즈의 스테이지를 인스턴트 식품처럼 자극적으로 재현하려고만 했지 넓은 안목에서의 방향성을 제시하지 못해 맵 하나 하나가 미로처럼 짜증나게 꼬여있다는 인상을 준다. 물론 코옵 등을 통해 우격다짐으로 플레이할 수 있는 부분이 있지만, 맵 디자인이나 몬스터의 숫자 측면에서는 많은 아쉬움이 남는다고 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인왕은 정말로 재밌는 게임이며, 소울 시리즈에선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하고 매력적인 재미, 닌자 가이덴 시리즈의 새로운 재해석과 팀닌자의 부활 등을 알린 성공적인 작품이라 할 수 있다. 물론, 인왕은 올해 나온 최고의 게임이라 할 수 없고 또 단점이 전혀 없다 할 수 없다. 하지만 인왕은 오랫동안 플레이할만하고 스스로 도전적인 게임을 찾는 게이머에게 추천할만한 게임의 하나로 손 꼽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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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들어스:쉐도우 오브 모르도르는 참으로 기이한 물건이었다. 게임이 나오기 전, 어크 시리즈의 모션을 그대로 가져다 썼다는 이야기를 듣기도 했지만, 정작 게임이 발매되었을 때는 네메시스 시스템으로 인해서 여지껏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독특한 게임이 되었었다. 쉐도우 오브 모르도르는 각각의 약점-강점을 조합해 게임 내에 단 하나만 존재하는 적을 만들어내는 네메시스 시스템로 세력권 다툼, 암살 등의 다양한 이벤트를 만들어냈고, 그 속에서 게이머는 마치 하늘 위에서 모든 것을 관찰하는 포식자 같이 이들이 무엇을 하는지 관찰을 하고 더 나아가 개입을 하는 등의 다양한 활동을 하였다. 다소 심심했던 2014년 한해 중에서 쉐도우 오브 모르도르는 눈부실 정도로 놀라운 게임이었다.

사실 후속작인 쉐도우 오브 워의 2년만에 개발되어 등장한 점은 놀랍지 않지만(보통 속편이 2년 내에 나오는걸 고려하면 더더욱 그러하다), 흥미로운 부분은 기존의 네메시스 시스템을 거의 몇배 규모의 스케일로 뻥튀기시켰다는 점이다:이제 레인저는 자신만의 오크 군단을 갖고 요새를 공략할 수 있게 되었으며, 기존의 작품이 암살과 은신, 관찰 등의 다소 조용한(?) 플레이에 방점을 찍었다면 이제 플레이어는 자신만의 전쟁을 일으킬 수 있게 되었다. 2편의 네메시스 시스템이 게이머와 오크 캡틴 사이의 우정, 배신, 충성에 대해서 다룬다고 한 점은 네메시스 시스템의 질적인 부분을 향상시키겠다는 개발자들의 포부가 느껴지는 부분이다. 

전작이 매우 재밌었기 때문에 2편은 매우 기대하고 있지만, 다소 걱정되는 점은 게임의 정체성을 너무 급격하게 튼 것이 아닌가 라는 부분이다. 1편이 게임 자체는 어크와 배트맨의 전투 시스템 등등 기존에 있었던 검증된 시스템을 바탕으로 하여 그 위에 네메시스 시스템을 덧댄 부분이 있었다. 하지만 2편의 스케일은 1편의 게임 플레이를 너무나 멀리 확장한 느낌이 있다. 과연 플레이어는 어디부터 어디까지 할 수 있는 것일까? 2편의 게임플레이 트레일러 만으로 게임은 많은 것을 약속하고 있지만, 1편도 네메시스 시스템이 제대로 굴러가기 위해서 플레이어가 다양한 물밑 작업을 했었다는 것을 고려한다면 2편의 게임 플레이 트레일러는 너무 '클라이맥스'만 보여준 게 아닌가 라는 걱정도 든다. 하지만 그러한 걱정을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면 미들어스:쉐도우 오브 워는 전작을 뛰어넘는 훌륭한 게임이 될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미들어스:쉐도우 오브 워는 8월 발매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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