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이야기

http://leviathan.tistory.com/2020 1편 리뷰를 참조하면서 봐주세요.

리스폰 스튜디오와 타이탄폴 1편의 야심은 엄청난 것이다. 인피닛 워드 그 자체였던 그들은 콜옵이라는 걸출한 작품을 통해서, 현대적인 멀티플레이 게임의 근간을 만들었다:빠른 페이스의 전투, 킬스트릭으로 이어지는 하이 리스크-하이 리턴의 보상체제, 킬캠, 퍼크와 로드아웃 등등. 하지만 인피닛 워드가 리스폰 스튜디오로 탈바꿈하고 타이탄폴을 만들었을 때, 그들은 그들이 만들었던 것의 그 이상을 만들려 하였다. 단순히 빠른 페이스의 전투와 킬스트릭의 체제를 넘어서고 게임 내에 두개의 템포(파일럿-타이탄)를 섞어서 여지껏 보지 못한 새로운 것, 그것이 바로 타이탄폴 1편이었다. 그리고 타이탄폴 1은 데스티니와 이볼브 같은 게임들과 함께 새로운 FPS의 조류로 분류되며 게임 역사에 새로운 시대가 올 것을 예고하였다. 물론, 타이탄폴 1의 등장은 새로운 시대의 도래를 곧바로 의미하지 않았다. 여전히 배필이나 콜옵으로 대표되는 프랜차이즈들은 굳건하게 자신의 스타일을 고수하고 있었고, 타이탄폴이 만들어낸 조류가 큰 반향을 불러오기까지는 좀 더 시간이 걸렸어야 했었다.

타이탄폴 2는 정석적이고 모범적인 속편이다. 이미 큰 흐름의 게임 플레이는 전작에서 완성되었기 때문에 2편의 경우 의례 많은 프랜차이즈들이 보여준 1편에서의 장르/개념 정립 - 2편에서의 콘텐츠 양을 늘리는 종적 확장에 착수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콘텐츠의 종적 확장도 마냥 쉬운 것은 아니다. 타이탄폴 2가 훌륭한 이유는 게임의 종적 확장을 넘어서서, 몇몇 게임 요소들에 '양념'을 침으로써 전작에서 찾아보기 힘들었던 고양감을 느끼게 만들었다는 점이다. 리뷰는 기본적으로 전작 리뷰에 근거하고 있기에, 위 링크에 걸려있는 1편 리뷰를 먼저 읽고 2편 리뷰를 읽기를 추천드린다.

타이탄폴 2 리뷰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이야기는 바로 타이탄폴 2의 공개 베타가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는 점이다:게이머들은 타이탄 건조 시간이 매우 느리다는 점, 타이탄이 너무 쉽게 부서진다는 점 등을 꼽으며 게임 자체가 타이탄이 중심이 아니라 '파일럿' 중심이 되었다는 평을 남겼다. 그 이후로 출시되는 게임에 많은 변경이 가해졌고, 결과물이 흡족스러웠기 때문에 수많은 사람들은 악평 일색이었던 베타를 금새 잊어버렸지만 이러한 해프닝은 타이탄폴 2의 지향점을 분명하게 드러내는 부분이라 할 수 있다.

실제로 타이탄폴 2의 타이탄 건조 시간은 체감상 전작에 비해서 길어졌다는 인상을 준다(리뷰어는 베타를 하지 않고 곧바로 2편을 진행하였다) 하지만 이것은 단순히 타이탄 건조 시간이 늘어났다는 것을 의미하진 않는다. 게임이 진행되면 될수록 타이탄 건조 속도는 점점 빨라지며, 심지어 탈출 시퀸스에 들어갈 때 쯤이면 1분도 안되는 시간에 타이탄 하나를 뚝딱 뽑아내는 것도 예사로 생긴다. 타이탄폴 2의 가장 큰 특징은 전작의 시간에 '완급'을 부여하였다는 점이다:이제 게임은 모두 똑같은 리듬으로 진행되지 않는다. 게임이 진행되면 진행될수록 위기감도 고조되고 스폰되는 NPC들(어트리션, 바운티 헌트 기준)의 종류도 달라지고 타이탄의 건조 속도도 빨라진다. 많은 사람들이 초기 베타 때 악평을 했었던 이유도 2편의 템포가 기존의 게임 템포와 이질적으로 느껴지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또한 타이탄폴 2에서 타이탄은 '강력하지만 결국은 소모되서 사라질 수 밖에 없는 존재'로 변화하였다. 전작에서는 타이탄에 기본적으로 재생되는 쉴드가 달려있었지만, 2편에서 타이탄은 쉴드 등의 체력회복 수단은 국한되며 약점이 생기는 등 전반적으로 약해졌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는 게임이 파일럿 중심의 게임으로 탈바꿈하려는 것을 의미하진 않는다. 1편의 타이탄은 힘이 대등한 플레이어들 사이에서는 쉽게 먹잇감으로 전락하는 존재였지만, 힘이 대등하지 못한 플레이어들 사이에서는 체력 회복 등을 이용해 진득하게 전장에 붙어있으면서 일방적으로 상대방을 압살하는 도구였었다. 2편은 이러한 불평등함을 바로잡고, 게이머들에게 타이탄은 게임 플레이의 정점이 아닌 게임 플레이에 있어서 지나가는 변곡점으로 변화시켰다.

이러한 템포의 조절은 게임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는 '소소한' 변화점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 소소한 변화로 인해서 게임은 전작과 완벽하게 다른 형태로 변모하게 되었다. 전작의 게임 플레이가 완만한 흐름을 보이다가 타이탄을 불러낼 때 급격한 변화를 보여주었다면, 2편의 플레이는 클라이맥스를 향해 부침(타이탄의 건조-파괴)을 거듭하며 고조되는 형태를 띈다. 처음에는 파일럿이 파일럿을 잡고, 미니언들은 크게 적수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게임이 진행될수록 타이탄들이 빠르게 건조되고 파괴되며, 스토커와 리퍼 미니언들이 나오면서 게임은 겉잡을 수 없을 정도로 규모가 커지기 시작한다. 게이머는 이 커지는 전장을 휘젓는 영웅이자 주인공이며, 전황을 뒤집는 존재다. 기본적으로 팀 데스매치를 기반에 두고 있지만, 타이탄폴 2가 계속해도 물리지 않는 이유는 바로 이 고양감 덕분이라 할 수 있다.

바운티 헌트 모드는 타이탄폴 2의 게임 디자인을 짧은 시간에 응축해낸 정수라 할 수 있다:플레이어들은 두 팀으로 나뉘어서 맵 상에 스폰되는 미니언들을 사냥한다. 가장 많은 미니언을 사냥하여 상금을 많이 획득한 팀이 게임에서 승리하는데, 중요한 점은 상대 파일럿을 죽일 때 상대 파일럿이 갖고 있는 현상금의 절반을 가로챌 수 있다는 것이다. 플레이어들은 미니언들을 사냥하되 상대 파일럿들을 견제하거나 죽여서 상금을 강탈해야 한다. 이러한 긴장감이 고조되는 가장 정점은 바로 현상금을 더이상 뺏기지 않도록 ATM에 입금하는 페이즈일 것이다:플레이어들은 자신이 갖고 있는 많은 것들을 단순간에 잃어버릴 수 있다. 하지만 돈이 입금될 때의 성취감/상대가 입금하는 동안 뒤치기로 현상금을 강탈할 때의 쾌감은 이루어 말할 수 없다. 또한 게임은 진행될수록 점점 생성되는 미니언들의 난이도가 높아지며, 현상금을 입금하는 순간의 위험도, 전투도 점점 더 격렬해진다. 이처럼 타이탄폴 2는 게임에 리듬을 부여함으로써 플레이어들이 중간에 이탈되지 않고 게임에 집중할 수 있게끔 만든다.

타이탄폴 2의 싱글플레이는 많은 사람들이 극찬을 한 부분이지만, 본 리뷰어 관점에서는 그렇게까지 색다를 것이 없는 게임이었다:타이탄폴 2의 싱글은 모던 워페어 1이나 2의 충격보다는 어디선가 본듯한 소품들의 향연에 가깝다. 그것이 분명 재밌기도 하고, BT와 잭 쿠퍼 사이의 유대감에 초점을 맞춰서 본다면 드라마도 나쁘지 않은 편이라 할 수 있지만 타이탄폴 2의 싱글플레이는 전반적으로 의무적으로 포함된 콘텐츠라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작에 있었는지 없었는지도 몰랐던 싱글플레이에 비교한다면 타이탄폴 2의 싱글플레이는 정석적이고도 소품적이지만 재밌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타이탄폴 2는 1편의 훌륭한 확장이자 변주를 더한 작품이다. 그리고 이것은 새로운 시작을 의미한다:이제 더이상 타이탄폴 1이나 이볼브 같은 작품들이 나와서 '무엇이 이후의 FPS인가'를 두고 실험을 하는 시대는 끝났다. 배틀필드 1, 둠 2016, 타이탄폴 2 등등의 등장은 실험은 끝났으며 이제 실험을 통해 얻은 결과물들을 바탕으로 새로운 시대가 도래하였음을 증명한다. 이제 우리가 앞으로 볼 FPS들은 진정 이전과 동일하지 않을 것이다. 왜냐면 타이탄폴 2의 등장은 좋든 싫든 이젠 모든 것이 바뀌어야 할 때를 알렸기 때문이다.

덧. 물론 게임과 별개로 EA의 이해할 수 없는 발매정책으로 타이탄폴 2는 정말이지 엄청난 피박을 뒤집어쓰긴 했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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땜빵~ 땜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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