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이야기/게임 리뷰




*격게 곰손이 플레이한 것이라 고수가 보았을 때 다소 차이가 나는 부분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양해를 미리 구합니다.



일전에 이런 일이 있었다고 한다:한 일본 격투 게임 제작자와의 인터뷰에서 격투 게임의 강점들은 오로지 일본 격투 게임의 전통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것이라고 인터뷰에서 이야기한 적이 있었다. 물론 일본 격투 게임은 블레이블루나 길티기어 같은 독특한 흐름에서부터 스트리트 파이터 같은 전통적인 흐름까지 커버하는 넓은 스펙트럼을 갖고있기는 하지만, 인터뷰이나 인터뷰어나 양측 모두 간과한 사실이 하나 있었다. 그것은 바로 모탈 컴벳의 존재였다. 실제로도 저 인터뷰 이후 모탈컴벳 2011이 나와서 모탈컴벳 시리즈가 여전히 살아있음을 과시하였고, 모탈컴벳이나 킬러 인스팅트로 대표되는 북미 격투 게임의 전통이 끊기지 않았음을 증명하였다. 그리고 2011년 이후 4년만의 모탈 컴벳 X는 기존 모탈컴벳 시리즈의 특징적인 시스템을 재해석 하여 게임에 접합시키고 새로운 시대에 걸맞는 멀티플레이를 게임에 접합시키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모탈컴벳 시리즈가 여타 격투 게임 시리즈와 차별되는 부분은 풍부한 피격모션과 선입력 시스템, 버튼 가드, 블록 형태의 콤보 조합 등의 조합으로 인해서 생기는 독특한 조작감일 것이다. 모탈컴벳 내에서 케릭터들의 움직임은 풍부하고 부드러우며, 그에 따라 케릭터의 피격 모션 역시도 다체롭다. 그리고 이 풍부한 타격 및 피격모션은 여타 격투 게임에서 찾아보기 힘든 독특한 흐름을 만들어낸다. 보통의 격투 게임에서는 피격 모션 자체가 움찔거리는 형태로 간소화되어있는데 비해서 모탈컴벳의 타격 모션과 피격 모션은 다체롭고 화려하며 그 결과 동작과 동작 사이에 일종의 '간극'을 만들어낸다. 게이머가 느끼는 모탈컴벳의 이 간극은 여타 격투 게임에서 찾아보기 힘든 약간의 입력 여유를 제공한다. 또한 '콤보Kombo'라는 기본기의 연속과 제한적인 캔슬 개념(게임 내에서 기본기에서 필살기로 캔슬 시킬 수 있는 타이밍은 상대적으로 제한되어 있다. 콤보는 필살기 캔슬의 주요한 루트이다)을 도입하면서, 게임은 큰 흐름의 콤보를 콤보Kombo와 필살기의 블록 단위로 구성한다. 


그리고 이 입력의 여유와 블록 형태로 구성된 콤보는 모탈컴벳 특유의 선입력 시스템과 결합하면서 더욱 두드러진다. 시리즈 전통의 메인 케릭터인 스콜피온을 예로 들어보자:플레이어가 가령 약손으로 이어지는 콤보(ㅁㅁ)에서 곧바로 스피어(←→+ㅁ)를 쓰려고 한다면 약손 콤보의 마지막(두번째 ㅁ)에서 스피어를 입력하는 것이 아니라, 약손콤보가 시작되는 그 시점(ㅁ)에서 곧바로 스피어를 입력하여야 한다.(옵션에서 끌 수도 있지만, 일반적인 경우 단축 커멘드가 적용되기에 ←→만 입력해도 된다) 하지만 동시에 입력된 스피어가 나갈 때 까지는 어느 정도 여유롭다:게이머는 입력된 스피어가 상대에게 히트하는 것까지를 지켜본 뒤에 다시 콤보를 이어나가면 된다. 이런식으로 게임은 선입력을 통해서 게이머에게 다음 블록을 입력할 수 있도록 준비하게 만드는 여유를 제공한다. 이런 특징들 덕분에 모탈컴벳은 여타 격투 게임보다 입문하는 난이도가 쉽다고 할 수 있다:콤보에 있어 선입력이라는 독특한 흐름에만 익숙해지면 게임은 콤보 루트가 블록 단위로 제한적이라는 점과 선입력과 피격/타격 모션 덕분에 게임이 어느정도 여유를 보장해준다는 점에서 초보자가 콤보를 자연스럽게 이어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모탈컴벳 X는 여기에 런캔슬과 바리에이션 시스템을 집어넣음으로 게임의 깊이를 깊게 만든다. 첫번째로 런캔슬 시스템은 캔슬 가능한 콤보Kombo나 기본기에서 필살기 대신에 달리기(→+R2)를 입력함으로서 공중에 뜨거나 거리가 벌려진 상대를 곧바로 추격하는 시스템이다. 이 런캔슬을 통해서 기존에는 이어나갈 수 없었던 콤보를 이어나가는 경우가 이번 모탈컴벳 X에서는 자주 찾아볼 수 있는데, 예를 들어 재키 브릭스의 경우는 모든 필살기가 상대방을 거의 스테이지 반대쪽으로 날려버리기 때문에 모든 콤보에 런캔슬이 필수적으로 들어간다고 할 수 있다. 이 런캔슬 자체는 콤보에 있어서 고난이도 테크닉이라 할 수 있는데, 다른 콤보의 블록들과 달리 런캔슬 이후 곧바로 콤보로 이어나가야 하기 때문에 초보에서 중수 이상으로 넘어가는 사람들이 사용하는 테크닉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런캔슬의 존재는 역으로 '이어나갈 수 없는 상황에서도 콤보를 이어나갈 수 있게 만든다'는 점에서 게임의 깊이를 더하는 시스템이기도 하며, 굳이 런캔슬을 쓰지 않고도 콤보를 이어나갈 수 있는 케릭터들의 존재나 런캔슬을 사용하지 않더라도 콤보 데미지 자체는 너그러운 편이기 때문에 런캔슬의 사용이 강제된다고는 할 수 없다.


두번째로 바리에이션 시스템은 구작 모탈컴벳에서 보여주었던 유파 시스템을 새로운 모탈컴벳에 맞게 재해석하여 보여준 시스템이다. 모탈컴벳 시리즈는 오랜 시간동안 케릭터들의 기술이나 특수기들이 시간에 따라 변하거나 삭제되거나 추가되는 모습을 보여주었고, 이러한 흐름을 존중하고자 한 모탈컴벳 X는 하나의 케릭터에 모든 기술을 넣어서 난잡하게 만들기보다는 하나의 케릭터를 3개의 바리에이션으로 쪼개서 한 케릭터가 오랜 시간 동안 가져왔었던 기술을 모두 사용할 수 있게 만들고자 절충하고자 하였다. 물론, 이러한 바리에이션 시스템을 시리즈 전체를 녹여낸 시스템이라고 호평하는 사람도 있지만 단지 하나의 케릭터가 갖고 있는 기술을 3개로 나누었다라고 평가를 하는 사람도 있으며, 이러한 바리에이션 시스템 덕분에 본작의 참전 케릭터 수는 전작에 비해서 많이 줄어든 것도 사실이다.


일단 바리에이션 시스템을 통해서 케릭터가 분화되는 모습을 살펴보았을 때, 제작자들이 바리에이션 시스템 자체가 노리는 것은 운영 자체의 변화라고 할 수 있다. 모든 케릭터들의 바리에이션을 일반화시킬 수는 없겠지만, 일반적으로 게임 내의 케릭터 바리에이션들은 기본기의 추가 및 변화를 통해서 콤보 자체의 운영이 달라지는 바리에이션, 필살기의 변화를 통해서 콤보 또는 운영에 변화가 생기는 바리에이션, 마지막으로 텔레포트나 이동기를 추가하여 트리키한 움직임을 유도하는 바리에이션으로 나뉘어진다. 각각의 바리에이션은 공통되는 콤보 루트를 공유하기도 하지만, 동시에 운영 측면에 있어서는 방점이 찍혀있는 부분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기본기나 필살기냐, 아니면 움직임이냐) 서로 다른 케릭터를 플래이하는 감각을 만들어낸다. 상대하는 입장에서도 각각의 바리에이션의 차이와 대처는 다른 케릭터를 상대하는 만큼은 아니지만 비교적 뚜렷한 차이가 존재한다고 할 수 있다. 다만, 몇몇 케릭터의 경우 원래 있었던 텔레포트가 바리에이션에 따라 삭제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기에, 텔레포트가 대단히 중요한 위치를 점하는 모탈컴벳 시리즈 특성상 몇몇 바리에이션을 강제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렇기에 이 부분은 게이머가 어디에 가치를 두느냐에(더 많은 케릭터? 아니면 운영의 차이?) 따라서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부분이라 할 수 있다.


모탈컴뱃 X는 전작인 모탈컴벳 2011에서 태그팀 매치가 삭제되기는 하였지만, 게임 콘텐츠의 부분에 있어서 네트워크와 연동하여 이전의 모탈컴벳이나 대전 게임에서 찾아보기 힘든 독특한 게임 플레이를 보여준다. 모탈컴벳 X의 콘텐츠는 크게 싱글플레이, 멀티플레이, 마지막으로 팩션 플레이로 나뉘어진다. 게이머는 게임을 시작할 때 다섯 가지 팩션 중 하나의 팩션을 선택할 수 있으며, 팩션에 소속된 이후 게이머의 모든 활동(싱글플레이, 멀티플레이, 팩션 콘텐츠 등등)들은 팩션의 평판에 영향을 주게 된다. 그리고 매주 각 팩션의 활동을 비교하여서 펙션간의 순위를 가리기도 한다. 모탈컴벳 X의 팩션 플레이는 싱글플레이와 멀티플레이를 혼재한 개념으로 볼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모탈컴벳 X의 콘텐츠 구성은 격투 게임이 빠지기 쉬운 함정을 교묘하게 피해간다. 격투 게임의 대부분은 싱글플레이와 멀티플레이로 이원화되어 있으며, 그렇기에 대부분의 격투 게임의 콘텐츠 소비 흐름은 다음과 같다고 할 수 있다:싱글플레이 콘텐츠를 소비하며 게임에 입문한 초보자가 싱글플레이 이후 상대적으로 입문장벽이 높을 수 밖에 없는 멀티플레이 대인전을 경험하면서 게임에 좌절하고 떨어져나가게 된다. 그 결과, 신규 유저들의 유입 및 유지가 어려워지며 숙련된 유저들의 폐쇄된 커뮤니티와 고인 물을 만들어서 잠재적 플레이어 및 소비자의 수를 줄이는 악순환을 반복하게 된다.


하지만 모탈컴벳 X는 팩션 플레이를 통해서 직접적으로 게이머가 다른 게이머와 실력을 경쟁하지 않더라도 게임 콘텐츠를 즐길 수 있게 만듬으로써, 직접적인 경쟁을 선호하지 않는 게이머라도 재밌게 즐길 수 있는 여지를 남겨놓는다. 또한 경쟁 모드에 있어서도 타워의 진행도에 따라 승패를 겨루는 모드를 집어넣는다던가 등의 직접적인 대전을 하지 않더라도 상대와 게임을 즐길 수 있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초보나 입문자를 배려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즉, 모탈컴벳 X는 싱글플레이와 멀티플레이의 중간에서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지점을 만들어 놓았으며, 이는 충분히 대인전에 잼병인 사람들이 매료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모탈컴벳 X는 전통적인 대인전 멀티 환경도 소홀히 하지 않는다:킹 오브 더 힐즈처럼 오락실의 대전환경과 유사한 분위기를 만들어낸다던가 채팅방을 만들고 그 내부에서 다른 사람들과 대전을 하거나 하는 등의 활동을 할 수 있게 만드는 등 게임은 다른 사람들과 게임을 하는 멀티플레이 부분의 방법론에서 많은 고민을 한 흔적이 엿보인다.


또다른 흥미로운 부분은 게임이 지속적으로 인터넷 환경을 통해서 콘텐츠를 업데이트 한다는 것이다:게임은 클래식 타워(스토리모드와는 다른 전통적인 아케이드 대전 격투 게임의 모드)와 함께 인터넷으로 업데이트되는 타워들을 지원한다. 일/주/프리미엄 타워에서는 게임 흐름에 큰 변화를 주는 모드들이 걸려있거나 케릭터가 제한되어 있거나 하는 등의 제한이 걸려있다. 특히 이 모드들의 존재는 게임을 어렵게도 만들기도 하지만(점점 체력이 닳아없어진다던가, 몇배속이 걸린다던가, 여기저기 함정이 깔린다던가) 유쾌하게 만들기도 한다.(게임 스테이지 자체가 시소 하듯이 이리저리 기울기도 한다) 흥미로운 점은 게이머가 로컬 플래이에서도 이러한 모드를 게임에 적용할 수 있다는 것인데, 다른 격투게임과 마찬가지로 갖고 있는 진중하고 정면승부와도 같은 모습을 제거하고 그 자리에 술마시면서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유쾌함을 집어넣었다. 이런 점들에서 보았을 때, 제작사는 모탈컴벳이나 격투 게임이 갖고 있는 전통적인 속성(오프라인 친구 집에서 가볍게 플레이하는)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다고 평할 수 있다.


그외에도 게임은 시리즈 전통의 크립트 모드 등을 통해서 콘텐츠의 분량면에서는 압도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그 외 이번 모탈컴벳 X에서 특기할만한 부분은 시나리오 전반에서의 변화일 것이다:전작이 일종의 리부트(예언을 통해서 더욱 꼬여가는 클래식 모탈컴벳의 타임라인)였다면, 이번작에서는 앞으로 이야기를 이끌어나갈 케릭터들이 등장하는 자리를 마련한다. 모탈컴벳 X는 새로운 영웅들과 빌런들, 기존의 케릭터들 관계의 변화 등을 훌륭하게 다뤄내고는 있지만, 문제는 전체의 프랜차이즈(게임 외의 코믹스 등) 차원에서 흥미롭고 중요한 이야기들이 정작 가장 중요한 본편에서 다뤄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전체 프랜차이즈를 놓고 보면 흥미로운 스토리가 게임 자체에서는 반 정도 밖에 표현을 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모탈컴벳 X의 시나리오는 반쪽짜리 성공이라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모탈컴벳 X는 초보자도 쉽게 입문할 수 있는 격투게임이며, 게임 콘텐츠의 균형있는 배분을 통해서 중, 고수 이상의 테크닉 없이도 오랫동안 게임을 플래이할 수 있게 만들었다. 다만 아쉬운 부분은 인터넷 대전 환경이라 할 수 있겠는데, 본작의 멀티플래이 환경이 북미-유럽 위주라서 상대적으로 아시아 지역에서의 멀티환경은 쾌적하지 않다는 문제가 있다. 물론 채팅방 등지에서 일본, 중국 중심의 채팅방에 끼어서 플래이하는 것이 대안이기는 하지만, 조금만 더 신경을 써주었으면 더 재밌는 게임이 되었을 텐데 라는 아쉬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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