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이야기




본인의 닌텐도 팬심을 제외하고 객관적으로 보자면, 현세대 게임기(PS4, Xbox One) 중에서 가장 밀리는 포지션을 보여주는 것이 Wii U라고 할 수 있다:이질적인 컨셉과 뒤떨어지는 성능, 스마트 기기와의 융합 노선을 걷는 타콘솔에 비해서 불친절한 접근 환경 등등. 하지만 그렇다고 위유가 완벽하게 뒤쳐진 것은 아니다. 슈퍼 버니홉의 표현을 빌리자면 '그렇게 뛰어난 콘솔은 아니고 좋은 콘솔도 아니지만, 이상하게도 끌리는 콘솔'이 바로 위유다. 어찌보면 이것이 바로 닌텐도의 저력이라 할 수 있는데, 20-30년 동안 게이머와 함께한 역사와 그 역사를 통해서 구축된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닌텐도만의 독특한 철학이 이 객관적으로 후달린다고 할 수 밖에 없는 콘솔로 게이머를 끌어들이고 있다.


사실, Wii U라는 콘솔은 독약이 든 성배를 마실 수 밖에 없었던 콘솔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Wii U가 끊임없이 비교당하고 있는 Wii는 PS2의 성공 이래로 기록적인 성공을 거둔 게임 콘솔이었다. 하지만, Wii의 성공은 닌텐도에 있어서는 놀라운 성공과 함께 치명적인 상흔을 남기고 말았다. 그것은 바로 기존의 게이밍 콘솔과의 '단절'이자 서드파티와의 단절이었다. Wii가 혁신적이었던 부분은 게이머의 동작을 메인으로 삼아서 이를 게임의 주된 조작 방식으로 삼았던 것이었고, 이는 게임을 깊게 파지 않는 일반적인 대중에게 있어서는 신기한 장난감으로써는 훌륭한 세일즈 포인트라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역으로는 Wii라는 모션 인식 기반의 인터페이스는 기존 패드 기반의 게임 인터페이스의 개발 환경과 유리를 불러일으켰다. 또한 넓은 대중에게 다가갈 수 있었지만 정작 수요층 자체는 '폭이 좁게 된 점'(코어, 캐주얼, 미디코어 등등의 다양한 계층을 Wii는 모두 포섭하지 못했었다)과  'Wii 게임만을 개발하던가, 아니면 포기하던가'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서드파티에게 암묵적으로 강요한 닌텐도의 정책 등등과 맞물리면서 Wii는 점점 주류 콘솔로부터 이질적으로 고립되기 시작했었다.


Wii U는 결국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콘솔이다. Wii보다 성능을 강화하면서도 닌텐도 특유 하위호환 정책으로 Wii의 수요를 흡수하고 게이밍 테블릿이라는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고자 했었던 Wii U는 엄밀하게 이야기하자면 시작부터 뭘해도 '망했다는 소리를 들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비교대상은 위에서도 언급했었지만 전무후무한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동시에 기존의 시장으로부터 단절될 수 밖에 없었던 Wii였고, Wii에서 Wii U로 넘어오면서 닌텐도가 서드파티들을 강력하게 끌어들일 수 있었던 유인이 Wii U에는 없었다. 닌텐도 하드에서는 닌텐도만 잘 나간다는 암묵적인 공식이 있었기도 했지만, 무엇보다도 Wii U가 나오는 시기 자체가 갖는 문제가 컸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PS3와 PS4의 세대교체가 일어나기 바로 직전에 Wii U는 나왔었다. 어떻게보면 엑원과 플4와의 정면충돌을 피하면서 1년 정도 차세대기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각오였으나, 문Wii U가 게이밍 테블릿이라는 기믹에만 충실한 나머지 사양을 낮게 잡았다는 비판이 게이머들 사이에서 강하게 일어났었다. 그리고 결과적으로도 Wii U 역시도 닌텐도 콘솔 특유의 닌텐도만의 잔치가 된 것처럼 보였다. 


(성능에 대해서 몇마디 첨언을 하자면, 본인의 견해로는 Wii U의 성능은 전혀 말도 안되는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지극히 이성적인 판단이 있었기에 가능한 성능이었다. 게임 그래픽과 관련된 막대한 개발비는 게임 회사로 하여금 엄청난 위험부담과 기회를 동시에 안겨주었다. GTA5가 몇억 달러 규모의 예산과 노력을 필요로 했었지만, 동시에 GTA5는 그 예산과 노력, 마케팅 비용을 불과 며칠만에 회수할 수 있었다. 문제는 모든 게임들이 GTA5 같은 완성도와 행운을 갖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게이머들이 학을 때는 DLC나 한국 MMO 식의 라이브 업데이트 등등은 그러한 예산을 벌충하기 위한 위험 분산이자 '보험'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과연 그래픽이나 규모는 게임의 재미는 정비례하는가? 사실 본인은 게임 산업이 현재 트리플 A 급 게임 개발에 있어서 대단히 아슬아슬한 길을 걷고 있다고 생각한다. 더 나은 그래픽으로 게이머를 유인하는 것이 언제까지 효과가 있을 것인가? 라는 질문은 아무도 쉽게 대답할 수 없는 문제다. 하지만 그래픽과 마케팅 비용의 비약적인 상승에 비교하자면 산업화된 게임의 재미란 결과적으로 지나치게 평준화되어있다는 문제가 있다. 그러므로 이는 일종의 시한폭탄이라 할 수 있다:만약 대중이 겉만 번지르르하고 마케팅만 요란한 게임에 싫증을 낸다면 재미가 평준화된 트리플 A 게임들의 대부분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 물론, 그래픽과 재미를 둘다 잡으면서 어떻게든 살아남는 극소수의 트리플 A 게임들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거의 대부분의 트리플 A 게임들은 추풍낙엽과도 같이 쓸려나갈 위험이 있다. 예를 들어, 배틀필드 하드라인 처럼 근본적으로 게임 플래이 자체가 바뀌지 않았음에도 그래픽과 스킨만 바꿔서 프랜차이즈를 확장하려 했었던 EA의 시도는 베타 오픈과 함께 발매연기로 무참하게 짓밟혔다. 그리고 트리플 A 게임 프랜차이즈의 태반정도는 배틀필드 하드라인과도 같은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


Wii U가 제시하는 성능이란 게임 산업에 있어서 일종의 브레이크 역할을 하고 있다:우리가 돌아봐야하는 것은 있는 기술을 최대한 최적화 시켜서 구현하는 것이며, 그 최적화로 비용을 줄이고 남은 여유를 게임의 재미 등의 아주 '기초적인' 부분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Wii U는 '합리적인' 성능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문제는 여전히 수많은 트리플 A 게임 제작에는 적용되지 않은 문제며, 닌텐도의 폐쇄적인 성격으로 인해서 Wii U의 브레이크 역할이 제대로 수행되고 있지 않고 유효한 흐름이 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렇기에 앞으로도 당분간은 트리플 A 게임들의 치킨 레이스는 계속 될 것으로 보여진다.)


하지만, 본인이 Wii U를 잡고 플래이해본 느낌은 살짝 달랐다:Wii U는 단순히 Wii의 간극을 때우기 위해서 만들어진 저주받은 성배가 아니었다. 오히려 닌텐도는 Wii U라는 시행착오를 통해서 스마트폰의 환경이나 소위 거실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콘솔들의 '거실 전쟁'에서 끝까지 살아남을 방법을 모색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것이 다만 최근 스마트 기기들의 특성인 '열려있는 네트워크'와는 반대방향으로 나아가는 '폐쇄적인 네트워크'의 구축이라는 점이지만 말이다. Wii U가 최근의 스마트 기기들과 비교하여 보았을 때는 도저히 납득불가능할 정도의 불편함을 갖고 있지만, 동시에 그 납득불가능한 불편함과 성능 차이만 개선이 된다면 앞으로 닌텐도가 만들고자 하는 콘솔의 비전이 기대가 되는 물건이라고 할 수 있었다.


Wii U는 Wii U 패드라 불리는 테블릿과 게임 본체로 구성이 되어 있으며, Wii에서는 지원하지 않았던 HDMI를 지원하여 더욱 선명한 화상을 보여주고는 있다. 하지만, 뭔가 화려해보이는 Wii U 패드는 실제로는 오프 스크린 용도 이외에는 크게 쓸만하다는 느낌은 주지 않는데(물론 가벼워서 손목에는 부담이 거의 없다), 이는 듀얼 스크린이라는 기믹을 지향했던 DS 시리즈와 비교해보았을 때 더욱 더 명확해진다. DS는 두개의 스크린이 이루는 각도가 180도에 가깝기에 게이머의 눈에 한눈에 들어오는 모습을 보여준다. 하지만, Wii U 패드와 TV 스크린이 이루는 각도는 보통 90도에 가깝다. 게이머는 Wii U 패드를 직각으로 세워서 게임을 플래이하는 것이 아닌 무릎이나 책상 등에 올려놓고 게임을 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한눈에 두 스크린의 정보를 받아들이는 DS와 다르게 위유의 두 스크린은 사실상 완전하게 '분절'되어 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Wii U 패드의 듀얼 스크린 기믹이 완전하게 무의미한 것은 아니다. 젤다의 전설 바람의 택트 HD 같은 경우에는 Wii U 패드를 이용해서 지도를 보거나 인벤토리를 정리하는 등의 간단한 잡무는 쉽게 처리할 수 있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러나, 과연 그러한 간단한 잡무를 처리하기 위해서 Wii U 패드가 절대적으로 필요했었냐고 물어본다면 본인은 아니라고 대답할 것이다. 편한 것은 편한 것이지만, 그것이 게이머에게 어필할 수 있는 정도는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프스크린을 지원하는 게임의 경우에는 사정이 조금 달라지는데, TV 스크린을 키지 않더라도 패드만으로 게임을 할 수 있다는 점은 크게 매력적으로 다가올 수 있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마리오카트 8이나 젤다무쌍을 기준으로 플래이 해본 결과, TV와 패드 스크린 사이의 차이가 거의 없다고 느껴질 정도로 부드러운 모습을 보여주었으며 게이머가 처한 환경에 따라서(보통은 가족이 TV를 같이 쓰는 경우 같은) 충분하게 활용될 수 있는 부분이라고 본인은 생각한다. 


그러나 본인이 Wii U에 대해서 매력적으로 느낀 부분은 Wii U 패드가 아니라 NNID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Miiverse라는 게이밍 커뮤니티와 콘솔 내에 구현해놓은 풍경이었다. Miiverse는 단적으로 이야기하자면 게이머 소셜 네트워크 이며, 게이머는 Wii U로 게임을 플래이하는 도중 언제라도 Miiverse에 접속해서 자신의 게임 스크린샷과 간단한 코멘트, 혹은 '그림'을 그려서 올리고 공유할 수 있다. Miiverse는 각각 게임 별로 소규모 커뮤니티로 나뉘어지며, 각 지역별로 게이머들을 구분하고 게임을 하는 사람들끼리 의사소통할 수 있도록 편리한 환경을 구축하고 있다. 특히 게임 내에서 모을 수 있는 게임의 '도장'을 이용해서 쉽게 그림을 찍어내고 Miiverse에 올릴 수 있는 기능은 Wii U만의 참신한 게이밍 커뮤니티 구축법이자 간편하고 인상적이며 재밌는 의사소통 방식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콘솔을 처음 켰을 때의 모습을 일종의 '광장'과 'Mii로 대변되는 사람들'의 형태로 묘사를 하여, Wii U를 같이 즐기고 있는 사람들과의 유대를 형성할 수 있는 '풍경'을 조성하는데 일조하기도 한다.


재밌는 점은 이러한 Wii U의 풍경이란 다른 소셜 네트워크와의 연결을 전적으로 차단하는 '폐쇄적인' 공간이라는 것이다:본인의 경우 NNID를 만들고 Miiverse에 자기 소개를 작성할 때 트위터와 블로그 주소를 적었다는 이유로 계정이 '일시정지' 당한 적이 있었다. 물론 이런 경우가 흔했었던지 자기소개 부분에서 그 부분을 지워내자 곧바로 정지를 풀어주기는 했었지만, 다른 게이밍 소셜 네트워크나 SNS와 비교해보면 도저히 납득이 안되는 부분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SNS의 강점이란, 바로 다른 서비스와 쉽게 유기적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점에서 온다. 하지만, 왜 닌텐도는 Miiverse를 고립시키려 하는 것일까?


본인은 이렇게 생각해본다:모든 것이 연결된 세계에서는 연결은 더이상 강점이 아니라 '필요충분조건'이 된다. 하지만, 모든 것이 연결된 세계에서 폐쇄되고 통제되는 세계는 역으로 하나의 '매력'으로 다가올 수도 있다. Miiverse는 본인이 느끼기에는 강력한 관리자들에 의해서 검열되고 통제되는 공간으로 느껴졌으며, 그렇기에 SNS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악의적이거나 스크린 뒤에 앉아있는 현실의 인간을 향한 적의가 배제되고 거세된 '안전한 공간'으로 느껴졌다. 이렇게 본다면 'Mii라는 아이콘들이 모여서 옹기종기 모여서 노는 평화로운 게이밍 커뮤니티'를 Miiverse가 구현하고자 했고, 그것을 여타 SNS의 개방성과는 다른 폐쇄적이고 통제적인 커뮤니티에 근거해서 실현하고자 한 것이다. 


어찌보면 Wii U가 다른 콘솔들과 비교하였을 때 포지셔닝을 하려는 지점도 바로 여기라고 볼 수 있다:즉, Wii U만이 할 수 있는, 닌텐도만이 할 수 있는 무언가를 통해서 거실 전쟁의 승자는 아니지만 끝까지 살아남는 '생존자'의 위치를 점하려는 것이다. 실제로 닌텐도는 소니와 마소와는 다르게 오로지 순수하게 게임으로만 승부를 보는 기업이라 할 수 있다. 소니는 TV, 영화, 엔터테인먼트 산업 등을 PS4라는 하나의 기기에 통합시키려 하고, 마소는 막강한 자본력과 윈도우라는 운영체제 등을 이용해서 엑원을 거실의 중심으로 만들고자 노력한다. 하지만 닌텐도는 이들 마소, 소니와 다르게 갖고 있는 콘텐츠나 솔루션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만약 닌텐도가 마소와 소니 같은 길을 걷는다면, 닌텐도가 망하는 것은 명약관화라 할 수 있다. 따라서, 닌텐도가 취하는 전략은 그들이 약한 분야에서는 싸우지 않되 그들의 전장을 그들이 강점을 갖고 있는 곳에서 구축하고 싸우려는 준비를 하는 것이라 볼 수 있다. 그렇게 본다면 Wii U는 Wii라는 독약이 든 성배를 마시되 동시에 자신만의 홈그라운드 이점을 최대한 살리려고 하는 모색의 장이라 볼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Wii U가 갖고 있는 한계는 역으로 닌텐도가 갖고 있는 한계이기도 하다:닌텐도는 그들이라는 폐쇄적인 집단 내에서 아이디어를 공유하는 일종의 철학 집단이라 볼 수 있다. 그렇기에 생각을 공유하지 않는 사람들 끼리의 의사소통의 문제, 더 나아가서는 '배척당하는 듯한' 이미지를 심어주는 문제가 존재한다. 소프트웨어의 경우에는 그것이 닌텐도의 강점으로 다가올 수 있지만, 하드웨어의 경우에는 이는 매우 치명적인 문제를 야기한다:도대체 요즘 시대 어떤 콘솔이 랜선 포트도 없고 하드 디스크도  없을 수 있단 말인가? 결국 이 문제는 서드파티를 자신쪽으로 끌어들이지 못하며 심지어 인디조차 끌어들이는 것도 미적지근해지는 것으로 귀결되고 있다. 과거와 다르게 서드파티의 역량이 강화되고 있기에, 닌텐도가 자사의 타이틀 뿐만 아니라 서드파티라는 중간 계층을 공고히 하지 않는다면 닌텐도의 이상은 이루어지지 어렵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다른 글에서도 다루겠지만, 닌텐도가 Wii U 들어서 취하고 있는 서드파티 전략들, 예를 들어 베요네타 2나 젤다무쌍, 데빌즈 서드, 령 제로 신작 등등은 참으로 '기묘'하기 그지없다:분명히 그것이 나쁜 것은 아니고,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것은 일본이라는 자국의 바운더리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점에서 명백한 한계를 갖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