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이야기




미카미 신지가 제작하고 있는 이블 위딘은 데드 스페이스 이후 오랫동안 게이머들이 잊어왔던 '악의'의 날카로운 감각을 일깨워준 물건이라 할 수 있다. 악의란 호러 게임을 이루는 가장 근본 요소이다:하지만, 데드 스페이스가 1편에서 2편, 3편을 거쳐온 과정을 통해 볼 수 있듯이, 호러 게임 프랜차이즈에서 악의는 본질적인 요소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손쉽게 무뎌져버리는 감각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블 위딘의 강점은 악몽과 쏘우의 어느 중간 지점에서 탈출구 없는 세계를 만들어내고 있다는 것이다:적들은 당신을 죽이려고 발악하며, 끔찍한 연출의 컷씬과 고어 장면들, 쉴세 없이 몰아붙이는 스토리의 형태(내가 너한테 무슨짓을 할 지를 알고도 살아있을 수 있을까?)로 살아남는 순간의 안도는 무화된다.

이러한 악의는 호러 게임이기에 가능한 특권이며, 오래 유통된 악의는 쉽게 무뎌진다는 점에서 호러 게임 장르는 다른 게임 장르와는 비교 불가능할 정도로 경량화되고 기민하며 재빠른 움직임을 보여준다. 데드 스페이스가 이벤트 호라이즌의 고딕 SF 호러를 끌고 들어오고 대략 3편이 나올때까지 5년 동안 승승장구했었지만, 데슾 3의 재빠른 몰락과 동시에 PT나 이블 위딘 같은 새로운 형태의 호러가 고딕 SF 호러를 쳐내고 새로운 트랜드를 주도하기 시작했다. 이와 비교해서 모던 워페어류의 밀리터리 슈터류는 모던 워페어 이후 여태까지 약 7년 동안 그 본질적인 감각은 변화하지 않고 있으며 오히려 더욱 더 공고해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MTV적이고 빠르고 화려한 편집의 모던 워페어와 끈적거리고 불쾌한 연출의 트라이아크 콜옵의 사이에서, 밀리터리 게임은 마치 진자처럼 이리갔다 저리갔다를 반복할 뿐이다.

이블 위딘에서 특기할만한 지점은 바로 마치 뇌를 후벼파는 듯한 게임 연출이다:혹자는 악몽을 연상시킨다고 하지만, 본인은 지각 마취 상태에서 뇌수술을 하는 것과 유사하다고 생각한다. 이블 위딘의 연출들은 끈적거리고 들러붙는 기분을 유발하는 것들이 아니라 마치 눈과 뇌를 후벼파듯이 순간적으로 큰 자극을 가하고 충격을 가하는 쪽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이는 '이해할 수 있는' 악몽이라는 측면에서 사람을 기분나쁘게 만들고 악의적이라 할 수 있는데, 먼저 탈출할 수 없다는 감각(내가 이 세계를 만들었다, 너는 나를 가둘 수 없어)을 전제하고 이를 기분 나쁜 암시와 불길한 이미지들(왜 루빅은 세바스찬을 알까? 이 모든 것들이 세바스찬이 불운하게 휘말려 들어서 생긴 문제일까, 아니면 본질적으로 세바스찬이 우리가 모르는 '무언가'이기에 생긴 문제일까?)로 구체화함으로서 게이머의 전두엽을 뚫고 가장 깊숙한 곳에 적과 세계, 그리고 더 나아가서 주인공에 대한 불신과 기분나쁨을 심어버린다. 

이러한 악의는, 어떤 의미에서는 굉장한 모험이라 할 수 있다:소위 트리플 A급 게임들은 절대다수의 대중이 구매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인디 게임처럼 소수타겟을 노리거나 자신들이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는 재량은 트리플 A급 게임 제작자들에게는 거의 없다. 절대다수의 대중이 게임을 구매해야 트리플 A 게임이 존속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운이 좋은 소수의 제작자나, 혹은 더욱 능력이 좋은 극소수의 제작자 만이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만들면서 대중을 만족시킬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미카미 신지는 천재적인 개발자거나 아니면 극단적으로 운이 좋은 개발자라 할 수 있을 것이다:그는 이미 바이오하자드로 호러 게임 장르에 한번 새로운 시대를 열었으며, 운이 좋다면 이블 위딘과 함께 새로운 시대를 열 수 있을 것이다. 어찌되었든 악의의 재정의가 이루어지고 있는 지금 이 시대에 이블 위딘의 성패는 단순하게 한 게임의 성패를 가르는 것이 아닌 호러 게임 전체의 방향성의 변화와 성패를 놓고 벌이는 거대한 도박판이며, 이러한 변화의 흐름은 주의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본인은 생각한다. 


이블 위딘은 한글화가 확정되었으며, 10/29 발매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