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 만화, 영화 이야기


-한줄 감상:전 진지하게 이 작품이 마음에 듭니다.

-사실, 건담이란 작품에 대해서는 처음에는 거부감이 많이 들었습니다. 그도 그럴것이, 현재까지 상당히 많은 건담 작품들의 존재와 극렬한 팬덤 문화 등으로 애니메이션 감상 초기부터 상당한 거부감을 갖고 있었죠. 그렇기에 상대적으로 팬덤문화가 적은 마크로스 시리즈를 먼저 보거나, 건담에서 외도(?)라 할 수 있는 턴에이 건담이나 G건담을 먼저 본걸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분명한건 원래부터 퍼스트에서부터 역습의 샤아까지의 우주세기 건담은 볼 생각이었고, 전설이 진실인지 아니면 단순한 허황된 사실인지를 확인하고자 하는 차원에서 순서대로 감상하기 시작했습니다.

-일단 분명한 것은 극장판 1편, 2편, 3편 중에서 1편 정도는 좀 엉성하다는 느낌입니다. 물론 긴 장편 애니메이션을 3편에 축약해서 담으려니 그러한 문제점도 생겼겠지만, 1편 자체는 전개가 급박스러운데다가 동기 부여 같은 것이 상당히 부족합니다. 애시당초 아무로가 건담을 탄 것도 우연이었고, 건담에 타는 동기 자체도 상당히 모호한 부분이 많으며, 행동에 따라서 타고 싶은 건지 안타고 싶은건지 진짜 햇갈리게 만들기도 합니다. 하지만, 2편, 3편으로 지나가면서 상당한 성장(?)을 거치는데, 마지막 3편 같은 경우에는 나름대로 납득할만한 케릭터가 되더군요.

-건담의 제작 동기는 로봇 판매 용으로 만들어졌지만, 분명한 것은 작품 안에 들어있는 내용 자체는 더럽게 암울한 작품이라는 겁니다. 애시당초 19살 사관후보생 대위가 이끄는 민간인+소년병 집단이 전쟁에 있어서 정규 전력이라는 것도 하나의 부조리입니다. 또한 소년병들을 뉴타입 부대라고 얼렁뚱땅 이름만 붙여서 양동 전용 함대, 풀이해서 미끼로 써먹는 연방군 수뇌부도 정상은 아니죠. 게다가 대놓고 제국주의를 표방하는 지온, 그러한 지온보다도 군기강은 흐트러졌으며 무능한 연방군, 유능하고 개념찬 인간들은 전선에서 죄다 죽어 나가는 등등 70년대 아이들은 이런걸 보면서 꿈과 희망을 키웠구나 라는 생각을 하니 눈물이 날 지경입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퍼스트 건담은 로봇 애니메이션에 있어서 수많은 주옥같은 클리셰와 구조를 남겼다는 것입니다. 일전에 저는 본즈의 에우레카 세븐을 나우시카에서 영향을 받았다고 보았으나, 퍼스트 건담을 본 이후에는 오히려 형식적인 측면에서는 건담의 영향을 더 받은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우주세기 건담을 관통하는 주제는 흔히들 뉴타입 론 이라고 합니다. 즉, 새로운 인류, 뉴타입이라는 존재에 대한 이야기죠. 애니메이션 내에서는 극명하게 뉴타입에 대한 의미가 나뉩니다. 뛰어난 예지 감각을 이용한 전투용 살상 병기와 인류 사이의 새로운 소통의 장을 열 수 있는 인류의 혁신이냐, 사실상 이 두가지 담론이 충돌하는 것이 우주세기 건담을 관통하는 담론입니다. 물론 처음에는 1, 2편에서는 뉴타입의 존재가 상당히 애매한 개념으로 나오지만, 라라아가 나오는 3편에서는 분명하게 뉴타입이 갖는 능력과 가능성을 동시에 보여주는 에피소드가 나옵니다. 그때 나름대로 충격적이었던 것이, 전장에서 라라아와 아무로가 뉴타입의 감응 능력으로 서로 이해하는 모습을 통해서 뉴타입이 파괴적인 능력을 가진 것이 아니라 소통의 능력을 지닌것을 보여주었다는 사실입니다. 일전에는 이 주제론에 대해서 '과대해석이 아닐까'라고 생각했는데, 끝까지 보고나서 납득하고 말았습니다.

물론 그 장면에서 연출은 정말 70년대 스러웠지만요(.....)

재밌는건 라라아의 죽음 이후, 샤아는 라라아에게 더욱 집착하고 아무로는 라라아에게 죄책감을 느낍니다. 이건 역습의 샤아까지 봐야 알겠군요.

-샤아 아즈나블이 어떤 의미에서는 퍼스트 건담의 진정한 주인공입니다. 물론 역습의 샤아에서는 올백한 바보 총수지만(.....)

-이것도 기획리뷰, 아마 마크로스 리뷰보다 더 큰 기획 리뷰가 될거 같은데, 이건 좀 조심해서 써야 합니다. 왜냐하면 아는 동아리 선배 중에 건담계의 뉴타입과 같은 존재가 있어서 만에 하나 제가 틀린 정보로 글을 썼는데 그 선배가 그 글을 보았다, 이러면 아마 제가 죽을 때 까지 그 선배한테 까일 겁니다(.....)

-이미 건담 제타는 보고 있고, 더블제타, 역습의 샤아까지 정주행, 그리고 턴에이 마저 감상, 이런식으로 갈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