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 만화, 영화 이야기



(지옥도)


-별기대 안하고 보기 시작한 작품이긴 한데 이게 생각외로 재밌습니다. 뭐랄까, 일전에 muhootsaver님 한테서 식령 제로 추천받아서 봤을때랑 비슷한 느낌이네요. 한마디로 전혀 기대하지 않고 있는 상태에서 봤다가 의외로 잘만든 작품을 찾았다는 느낌입니다.

-사실 까놓고 이야기해서, 샤프트 제작에 신보 아키유키 감독, 그리고 우로부치 켄 각본이라는 조합은 제가 죽을때까지 절대 보지 않을 애니/영화 리스트에 올려놓아도 무방합니다. 하지만, 그런 조합은 별개로 하고, 편견없이(?) 보자면 상당히 의미있는 작품인듯 합니다. 마법소녀 물이라는 장르를 빌어서 거의 코스믹 호러 급으로 스케일 업을 시킨 제작진의 악의섞인 발상이 정말 대단하더군요.

-현재 마법소녀 장르는 제가 알기로는 크게 두 타입으로 나눠집니다. 진짜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마법소녀물과 어른이들(.....)을 대상으로하는 마법소녀물. 특히 후자는 프리큐어 시리즈가 가장 유명하죠. 하지만, 기본적으로 어린이가 봐야 한다는 설정(?) 문제상, 마법소녀물의 스토리 자체가 이렇게 악의 섞인 경우는 드물었습니다. 제가 기억하기로는 마마마가 독보적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이 작품이 악의적인 것은 바로 쓸데 없는 부분에서 대단한 디테일과 세세함을 자랑한다는 점입니다. 소울젬에 대한 설정이나, 제작자들이 정의 내린 마법소녀의 '정의', 마법소녀의 에너지 원천과 그 음모 등등에서 말이죠. 기존의 마법소녀 장르에서는 사랑과 용기, 그리고 열혈(이건 비교적 최근이지만)로 다 얼렁뚱땅 때워버리는 부분들에 대해서 우로부치 켄은 거의 크툴루 신화 급의 설정을 구축함으로서 장르를 완벽하게 비틀어버립니다. 그렇기에 처음 보는 사람들은 장르에서 너무 막나가 버리는게 아니냐 라고 비판을 했죠. 하지만, 제가 보기에는 그건 상당히 '잘못된' 비판인거 같습니다. 애시당초부터, 이 작품은 마법소녀물이 아니었어요. 오히려, 마법소녀물의 탈을 쓴 코스믹 호러였죠. 마법소녀 장르에서 극단적으로 벗어났다고 해서, 이 작품이 비난받을만한 이유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 작품과 비슷한 성향이 있는 작품을 고르자면, 아마가와 감독의 작품들입니다. 마징가 Z 충격편, G건담, 자이언트 로보 등등 모두 정말 쓸데 없는, 아무도 신경쓰지 않는 부분의 설정이 과도하게 증폭되고 중요해지는 모습을 보였죠. 특히 충격편 같이,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부분에서 뻥 터트리는 점은 마마마와 상당히 유사합니다. 혹은, 막장 드라마의 최고봉인 엘리어스와도 비교할 수 있겠네요.(매화 매화 막장이란 의미에서)

-케릭터 성은...전 일반적인 사람들과 반대로 보고 있습니다. 저는 마도카의 케릭터 성이 괜찮게 설정되었다고 봅니다. 까놓고 이야기해서 일반적인 사람들은, 특히 그 나이 또래의 소녀들이 보일수 있는 반응 그 자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상당히 유약하다고도 볼 수 있지만, 뒤집어서 그만큼 마지막에서의 카타르시스는 대단한 것이니까요. 그에 반해서 호무라의 케릭터성은 신비주의적인 케릭터의 전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과거를 숨기고, 목적을 알 수없고, 텅빈 눈동자에 긴 생머리... 뭐 다 그렇고 그런 이야기들이죠. 하지만 제가 호무라를 마음에 안들어 하는 이유는 다른데 있습니다. 그건 바로 뭔가 쓸데없는 포즈들이나 과장된 포즈를 취하는게 많다는 점이죠. 딴 케릭터들은 그 상황에 맞는 포즈나 자세를 취하는데, 호무라는 항상 거기에 '플러스 알파'를 합니다. 굳이 그래야 하나-_-;

-큐베는...솔직히 인간의 감정을 이해하지 못하고 대의를 위해 헌신하는 호러블한 존재들의 이야기는 이제 그 신선도가 많이 떨어졌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큐베가 갖고 있는 최강의, 그리고 최악의 특징은 그 모습과 존재의 불일치입니다. 사람들에게 엄청난 트라우마를, 심지어 큐베를 제외한 다른 성우들 마저도 공포감을 느끼게 만드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죠. 만약에, 큐베에게 그 존재에 걸맞는 적절한 모습을 주었다면, 이정도로 큰 호응을 얻지는 못했을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적절한 동영상 한편.






큐베 자체는 신선한 케릭터는 아니지만,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거 같네요. 그 미스매치의 오묘함 때문에.

-감독하고 제작사하고 각본가하고 죄다 제가 싫어하는 인간들이기는 합니다만, 이건 분석할만한 가치가 있는 작품입니다. 물론 관점을 어떻게 잡느냐에 따라서 다르겠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