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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 만화, 영화 이야기/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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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하하하하)

드디어 이 길고 긴 글도 막바지에 다달았습니다. 이번에는 원작 이후 제로까지의 마크로스의 역사를 다루고, 그후 마크로스 F-프론티어-에 대해서 간략하게 언급하도록 하겠습니다.

유명한 애니나 만화 시리즈는 자기 세계관과 역사를 설정해놓고, 그 세계관과 역사 안에서 이야기를 전개하는 것들이 많습니다. TVA로 대표적인 작품에는 건담, 마크로스, 성계의 전기 시리즈가 있고, 만화책으로는 대표적인 작품에 Five Star Stories-조금 예외적이긴 하지만-가 있습니다. 이와 같은 설정들은 작품 간의 통일된 분위기를 가지게 하면서 동시에 전작의 팬층을 불러 모으게 하는 등의 효과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마크로스 시리즈에서 세계관이나 설정은 다른 시리즈들의 통일된 세계관과는 달리, 이상하게 설정들이 바뀌었다던가, 혹은 아예 과거로 날아가서 원작의 설정을 다 파괴한다던가 등의 과격한 설정 파괴나 변형이 많습니다. 앞으로 전개되는 글은 마크로스 원작~제로(제가 보았을 때는 제로의 이야기가 포함이 안된 듯 하지만)까지의 세계관 내의 역사를 서술한 공식 연대표를 기준으로 각 작품들에서 공식 연대표에서 어떤 모순점을 가지고 있는가를 지적하고, 이러한 모순점에 대한 나름대로의 이유를 분석하도록 하겠습니다.

마크로스 연표

마크로스 극장판:사랑, 기억하고 있습니까?(1984)

공식적으로는 연대표 내에서는 젠트라디 인과 인간 간의 갈등이 심화되자, 이를 무마하기 위해서 원작 마크로스의 영웅이자 히로인인 린 민메이와 히카루의 전설적인 이야기를 다룬 영화로 알려져 있고, 수많은 팬들이 '원작 마크로스가 사실이며 정설, 극장판은 원작 내에서의 허구'라고 알고 있습니다. 근데, 사실 원작의 사건을 다룬 허구라 해도 거의 '역사 왜곡 아닌가?'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원작의 내용과 차이나는 것이 많고, 기본적 설정이나 사건마저 다른 것으로 교채를 해버렸더군요.

-일단 감찰군이 안 나옴. 원작에서는 마크로스가 감찰군의 전함으로, 인간들이 이를 개조해서 만든 것이지만, 극장판에서는 그 부분이 미묘하게 처리. 그 대신에, 젠트라디가 남자인 젠트란과 여자인 멜트란으로 나뉘어서 싸우고 있는 중이지만, 원작에서는 젠트라디가 남녀혼성으로 이루어져있음.(물론 양쪽의 소통은 거의 없지만)

-젠트라디 컨셉도 엄청 바뀜. 원래는 피부 색만 좀 칙칙한 인간이라는 느낌이었는데, 극장판에서는 주요 간부급 이상의 젠트란은 거의 헐크, 혹은 거대한 포자 덩어리(특히 엑세돌 참모와 보들저;;)라는 느낌으로 변형. 멜트란 고위층은 그에 비해서 완전히 기계 덩어리-특히 라프라미즈;-로 묘사되어 젠트란과 멜트란의 차이를 부각시키려 함.

-젠트라디인들이 원작과 다르게 기본으로 젠트라디 어를 씀. 뭐, 원작도 '인간과는 서로 말이 안통해서 통역기를 써야 했다' 라는 설정이었지만, 극장판에서는 대놓고 젠트라디나 멜트란디가 전 은하 공통어 일본어(......)가 아닌 젠트라디어를 기본으로 씀. 마크로스의 유명한 어구중 하나인 '데 칼챠!'(매우 놀랐다는 젠트라디어)가 여기서 나왔음.

-원작에서의 주요 사건들이 다 다름. 일일이 다 늘어놓기에는 너무 많으니까 간략하게 몇가지만 집어서 이야기한다면,

1.원작에서는 마크로스 시티 방어전에서 마크로스가 박살. 하지만, 극장판에서는 주포만 박살나고, 무사히 착륙. 물론 마크로스 시티 방어전이 성간전투 이후의 사건이지만, 그 이후의 작품에서도 마크로스 시티에 있는 마크로스는 극장판 마크로스임.

2.원작에서 포커는 과다출혈(......)로 죽는데, 극장판에서는 자폭.

3.히카루와 하야세가 프로토 컬쳐 유적을 발견하는 부분은 원작에서 아예 없는 부분이었음.

4.원작 최종 자코(......)인 캄진이, 극장판에서는 10초 나오는 자코로 전락(......)

5.원작에서 민메이 어택이 문화가 없는 젠트라디에게 문화를 처음 접하는 쇼크를 이용한 빈틈 노리기 작전이었다면, 극장판에서는 젠트란과 멜트란에게 엄청난 감동을 주어서 인간들 편에 들러붙게 하는 거의 전설적이면서 동시에 실현가능성 0%의 작전으로 묘사.

6.처음에 마크로스가 명왕성으로 디폴드-워프-하는 계기가 다름. 원작에서는 실수(?)로 명왕성까지 디폴드했지만, 극장판에서는 보들저 기간 함대의 총 공세에서 빠져나오기 위해서 디폴드한 것이었음.

-메카닉 설정이 엄청나게 바뀜.

1.원작 마크로스에서는 마크로스의 무장용 전함이었던 암드 1, 2가 박살나는 바람에 진우식때 있었던 항공모함 두척-다이달로스, 프로메테우스-을 갔다붙여서 땜방했으나, 극장판에서는 암드 1, 2가 멀쩡하게 붙어서 나옴. 덕분에 원작의 명장면이었던 다이달로스 어텍은 나오지도 않음(그 대신 슈로대에서는 암드 어텍이 나왔다지....)

2.극장판 발키리의 정식 명칭은 VF-S, 즉 베리어블 파이터 스트라이크. 원작은 그냥 VF-1이었음.

3.원작에서 젠트라디 여군, 즉 극장판 내에서 멜트란이 타고 나온 메카를 젠트란이나 멜트란이 모두 다 타고 나옴. 원작에서 젠트라디 남군은 포드가 주력 기체였음.

그냥 까놓고 이야기해서 기존의 원작 컨셉을 빼놓고 다 다르다고 보시는 것이 좋습니다. 공통점이라고는 거의 찾아보기가 힘드니까요.

마크로스 7(1994)

원작이 마크로스 사가의 정설이고, 극장판은 영화이라는 통설이 마크로스 7부터 이미 흔들리고 있었습니다. 물론 설정은 마크로스 사가 내에서 사실을 기초로 한 엄청나게 잘나간 만화라고는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하더라도 만화가 역사적 사실이 아니라 영화에 그 설정적 기초를 두고 만들어졌다고 하면(.......), 그것이 역사왜곡이지 뭐가 되겠습니까?

-기존의 젠트란 VS 멜트란의 구도가 이어짐. 물론 주요 갈등은 인간 VS 프로토 데빌이지만, TVA 미방영편인 마크로스 7 앙코르 중 '최강녀의 함대'라는 에피소드에서 밀리어의 라이벌이었다고 주장하는 멜트란이 나옴. 고로 멜트란이 마크로스 7 설정에서도 등장하는 것을 확인 할 수 있음. 그 외에도 다수 이를 뒷받침하는 증거들이 있음.

-원작의 엑세돌 기록 참모가 나오는데, 극장판 버전(버섯;;)으로 나옴.

-중간에 밀리어와 맥스의 최초의 성간 결혼 이야기가 나오면서 나오는 영상은 극장판에서의 미공개 영상이었음.

-재밌는 점은 밀리어의 이름이 원작 그대로의 밀리어 파리어로 나온다는 점. 극장판에서는 성(姓)의 개념이 없어지고 뒤에 코드네임, 즉 제조번호-밀리어639, 와레라 25258 등-가 붙었는데, 마크로스 7에서는 이에 대한 이야기가 전혀 없었음. 감독이 까먹었나;;

마크로스 플러스(1994)

오리지널 스토리 위주로, 원작과의 연관성은 컨셉 정도 밖에 없다고 봐도 무방한 작품입니다만, 한가지 걸리는 점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이사무가 무인 전투기 고스트와 싸우기 위해서 폴드 부스터 타고 마크로스 시티에 도착을 한 뒤에, 샤론 애플이 점거한 마크로스가 원작의 다이달로스+프로메테우스 장착 마크로스가 아니라, 암드1+암드2 장착 마크로스입니다. 그리고 원작의 설정을 따른다면 마크로스는 마크로스 시티 방어전에서 박살이 났어야 하는데, 아주 멀쩡하게 기동하는 것으로 나오더군요. 물론 F를 보면, SDF(Super Dimmension Fortress)-1 버전의 마크로스가 대량 생산 되었고, 그것을 마크로스 글로벌(원작의 글로벌 함장의 이름을 따서)이라고 부르기는 하지만, 미묘하게 갔다 붙였다는 느낌이 강합니다.

마크로스 제로(2002)

작품 자체는 그럭저럭이었지만, 과거의 설정들과 비교해서 본다면 거의 재앙급의 끔직함을 보여주는 마크로스입니다. 과거로 돌아가서 통합전쟁의 이야기를 다루고, 통합 전쟁 때의 전설, 즉 마크로스 사가 내에서의 전설을 다루겠다는 취지였지만, 결과적으로 인류는 옛날에도 그랬고 앞으로도 영원한 프로토 컬쳐 딱갈이다(.......)는 결론을 내버린 작품입니다. 연대표 상에는 제로에 대한 언급이 없지만, 일단은 연대표 상의 이야기와 비교해서 정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인류가 프로토 컬쳐의 존재를 이미 알고 있었음. 게다가 프로토 컬쳐 가설이 소수설이 아니라, 통합군 상위 사령부나 반통합군도 가설 때문에 움직일 만큼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음. 이거 때문에 원작 마크로스가 전혀 앞뒤가 맞지 않는 이야기가 되버렸는데, 원작이나 극장판에서는 프로토 컬쳐의 존재를 하야세 미사 중위가 대충 분위기 봐서 알아채었다는 조금 황당한 설정이었으나, 제로의 설정으로 통합군에서 꽤 높은 자리에 있다고 할 수 있는 하야세 중위가 그렇게 중요한 프로토 컬쳐 가설도 몰랐다는 전혀 앞뒤가 전혀 맞아 떨어지지 않는 모순점을 가지게 되었음.

또한 하마터면 프로토 컬쳐의 유산에 의해서 인류가 절멸할 위기에 쳐할 뻔했는데, 이에 대해서 원작의 마크로스 관계자들은 하나도 몰랐다는 것이 모순점으로 작용.

-통합전쟁 때, VF-0기가 나옴. 원작 설정은 통합전쟁 이후에 VFX(시험기)를 만들고, 이를 포커가 탔었다는 이야기였지만, 통합전쟁 때 VF-0가 나옴으로서 이야기가 완전히 꼬여버림. 이 점은 연대표 상에 있어서도 완벽한 모순. 게다가 반통합군의 가변형 전투기 SV-51을 설명할 수 없다는 문제점도 있음.(VF-0는 F-14를, SV-51은 Mig-29를 컨셉으로 했다는데, 믿거나 말거나...)

더불어서 아머드 팩까지도 나온다(......)

-포커의 과거 시절이 나옴. 클로디아와의 연애 전에 아리에스와 연애를 했다고는 하는데, 아리에스가 그렇게 죽고도 클로디아하고 잘만 연애하는 모습을 보면 포커가 얼마나 나쁜놈인지를 깨닫게 됨(...그 정도되면 트라우마로 남을만도 한데, 포커는 그거하고 상관 없이 연애 잘한다;)

-VF-0와 더불어 쾨니히니 몬스터와 반응탄도 나온다. 이 부분은 정말 뭐라 할 수 밖에 없는 것이, 반응탄은 원작 마크로스에서는 대 젠트란 결전 병기로 제작된 무기이고, 마크로스 내에서 급조 한 것으로 나와있는데(근데 이걸 수십년이 지난 뒤인 F에서도 잘만 써먹는다, 도대체 뭘로 만든거야...), 제로에서는 반응탄을 이미 통합전쟁에서도 쓰고 있었다고 주장하는 것...완전히 역사 왜곡이다(......) 더불어서 쾨니히니 몬스터는 원래 마크로스 방어용으로 쓰기 위해서 만들어진 대형 요격 메카. 이런게 논리적으로 통합전쟁에 나왔을 리가 없다고 보는 편이 정신건강에 좋다.

※몇몇 자막 제작자분들께서 반응탄을 핵탄두로 바꿔서 표기를 하는데 물론 반응탄의 컨셉이 핵탄두에서 온 것이지만, 발음 등을 보아 엄밀히 따지면 반응탄이라 표기하는 것이 맞습니다. 뭐, 핵탄두든 반응탄이든 사실 별 상관 없지만요(.......)

이를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가?

여태까지 마크로스 작품들 간의 설정 모순을 자세하게 살펴 보았습니다. 솔직히, 이 정도가 되면 원작의 이야기와 설정이 뒤에 나온 작품들과 거의 들어맞지 않는-특히 제로- 모순점이 많은 것을 확인할 수 있고, 이러한 모순점들이 가지고 있는 문제가 심각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모순점들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 것일까요?

이는 마크로스의 아버지라 할 수 있는 카와모리 쇼지가 자신이 감독하고 원작을 맡은 극장판 마크로스를 중심으로 마크로스 사가를 재편하고 있다, 혹은 자신이 생각하고 있는 마크로스 사가를 중심으로 마크로스를 만들고 있다는 것이 좋습니다. 그렇게 본다면 대충 이야기는 이렇게 진행됩니다. 원작 82년도 마크로스에서도 역시 카와모리 쇼지가 원작자로 참여를 했지만, 원작을 담당한 카와모리 쇼지는 메카닉 디자인과 몇몇 설정 작업에 참여를 하게 됩니다. 82년도 마크로스는 열악한 제작 환경 등으로 인해서 생각한 만큼의 퀄리티와 스토리가 나와주지 않았지만, 선풍적인 인기를 끌게 되었고 스튜디오 누에 측은 많은 측면에서 아쉬웠던 원작 마크로스를 재정리 하기로 마음을 먹습니다.

카와모리 쇼지가 원작자와 메카닉 디자이너라는 위치에서 곧바로 감독이라는 자리에 올라갈 수 있었던 것은 아마도 그가 원작 마크로스에서 이것 저것 많은 부분에 관여를 했기 때문이라 보여집니다. 그렇게 감독 자리에 앉은 카와모리 쇼지는 생각을 합니다. '어떤 식으로 하면 내가 생각하는 마크로스라는 작품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 라구요. 그 결과 젠트란과 멜트란의 대립구도와 여러 가지 스토리적 요소의 보완 및 수정을 통해서 극장판 마크로스를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워낙이 원작 설정과의 차이점이 많았기 때문에, 카와모리 쇼지는 이렇게 바뀐 원작 설정에 대해서 변명을 했어야 했고, 그것이 바로 '원작의 역사 내에서의 엄청난 히트를 친 영화'라는 것입니다. 사실, 마크로스라는 시리즈 각 작품이 대중문화의 컨셉에서 따온 것들이 많기도 하고, 원작 마크로스가 드라마를 표방하였다는 점과 극장판이 영화를 표방하였다는 점은 이러한 변명을 뒷받침 했습니다.

그 후로 카와모리 쇼지는 마크로스 라는 작품에 대해서 흥미를 잃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반다이 측에서 마크로스 후속작을 만들자고 제의를 했을 때, 그는 거절을 했습니다. 하지만 반다이가 전작의 스텝과는 전혀 관계가 없는 스텝들을 모아서 만들어낸 재앙, 마크로스 2가 완전히 과거의 마크로스의 명성에 먹칠을 하는 것까지 모자라서, 마크로스라는 시리즈 자체를 역사의 뒤안길로 보내려는 조짐이 보이자, 어쩔수 없이 카와모리 쇼지는 원작자 겸 감독으로 복귀를 하게 됩니다.

그 후, 카와모리는 자신의 마크로스 작품들을 극장판의 연장선상에 두고 제작을 하게 되었고, 그것들이 바로 마크로스 7, 플러스, 제로, F인 것입니다. 사실, 설정 자체도 카와모리 쇼지 감독의 1984년 극장판 마크로스 '사랑, 기억하고 있습니까?'에 맞추어서 본다면, 큰 설정적 모순이 없다고 할 수 있습니다.(제로의 설정도 어느 정도 눈감아 줄 수 있는 범위로 들어갑니다.) 현재 마크로스 F가 나온 기념으로 마크로스의 세계관을 정리하는 공식 설정집이 나오고 있는데, 아마도 이를 통해서 마크로스 시리즈 간의 이야기적 모순을 해결하려는 시도를 할 것으로 보입니다.

마크로스 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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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로스 F는 원작 마크로스 방영 22주년 기념으로 현재 방영중인 TVA입니다. 마크로스 시리즈가 그 명성에 비해서 TV 시리즈가 적다는 점에 놀라시는 분들이 많은데, 마크로스 F는 마크로스 시리즈의 3번째 TVA입니다. 카와모리 쇼지는 이번 F를 청춘 학원물에 비유하고 있고, 실제로도 기존의 드라마, 영화, 외화, 만화 등의 컨셉을 가진 마크로스 시리즈들에 비해서 현재의 컨셉에 잘 맞아들어간다는 느낌입니다.

현재까지의 마크로스 F는 마크로스 팬인 제 입장에서 평가하자면, 구 시리즈의 좋은 점은 그대로 가져오면서, 동시에 새로운 팬층을 끌어모으겠다는 취지를 가진 마크로스입니다. 일단 마크로스 시리즈의 유명한 대사나 설정 등의 오마주-쉐릴이 바사라 전용 대사인 '내 노래를 들어!'를 외친다던가, 란카가 미스 마크로스 선발전에서 '그이는 파일럿'을 부른다던가(마크로스 원작 오마주), 오즈마의 차 오디오에서 파이어 봄버의 '돌격 러브하트'가 나온다던가, 마크로스 7의 민메이 비디오의 오마주가 나오는 등등-를 통해서 구작 팬들이 알아볼 수 있는 요소와 기존의 마크로스 시리즈가 가지고 있는 음악, 삼각관계, 화려한 전투씬 이라는 3요소를 모두 갖추고 있습니다. 동시에 그러한 요소들을 모르는 새로운 팬층을 위해서 거의 시리즈 최초라고 할 수 있는, 치밀한 복선과 떡밥 던지기로 과거의 마크로스와 차별성을 보이는 등 마크로스 시리즈 중에서 플러스 이후 가장 획기적인 변화를 시도한 작품이 되겠습니다. 또한 미묘하게 어두운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는 점-프론티어 선단 내의 권력투쟁이나, 아이돌 산업에 대한 부정적인 면모를 보여주는 부분-도 있다는 것이 특징이 되겠군요.

앞으로 어떤 식으로 전개가 될지는 제가 분석한 것이 있습니다만(http://leviathan.tistory.com/622), 이는 그냥 참고용으로 보시고, 이에 대한 자세한 리뷰는 마크로스 F가 완결되고 난 뒤에 자세히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끝으로

이로써 길고긴 마크로스 5부작 기획 기사가 끝났습니다. 여기까지 읽어주신 여러분 길고 긴 잡설을 읽어주신 점에 대해서 깊은 감사를 드리면서, 마크로스 특집기사 이로서 완결 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完-


이 글에 쓰인 여러 정보들의 출처:

한국 위키 마크로스, 마크로스 극장판, 마크로스 2012-FLASH BACK
일본 위키 마크로스 7, 마크로스 플러스, 마크로스 제로
영문판 imdb 사이트, 엔디스크 문서 파일-마크로스연표.txt,
수많은 네이버, 이글루 블로그 등(일일이 적지못한 점 죄송합니다;)

※이 글을 퍼 가실때는 꼭 출처를 밝혀주시고, 댓글로 어디로 퍼가는지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이 글에 설정이나 잘못된 점, 혹은 문제가 있을 경우에 댓글로 지적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애니, 만화, 영화 이야기/리뷰

배트맨 비긴즈(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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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모든 것은 다시 시작으로)

배트맨 비긴즈는 1989년 배트맨이 다루지 않았던, '배트맨은 어떻게, 어떤 식으로 시작을 하게 되었는가?'라는 질문에서 출발합니다. 원래 만화에서는 브루스의 부모가 범죄자의 총을 맞아서 죽은 뒤, 브루스 웨인이 독학으로 범죄학, 심리학, 무도 등의 치밀한 준비 과정을 거쳐서 배트맨으로 데뷔하였다, 이것이 바로 배트맨의 기원입니다. 하지만 크리스토퍼 놀란은 거기에다 새로운 의미를 부여합니다. '악과 싸우는데, 그들과 효율적으로 싸울 수 있는 방식은 무엇인가? 그것은 바로 공포를 이용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방황하는 브루스를 히말라야 산맥까지 보내서 악을 처단하는 닌자들의 비밀 결사단(히말라야에는 닌자가 삽니다...도대체 닌자가 살지 않는 동네는 어디야!)에 들어서 그들의 방식, 악에 대해 공포를 심어주는 것을 배우게 되는 것이지요. 그 후, 브루스는 다시 악과 부패의 고향인 고담으로 돌아갑니다. 거기서 악과 싸우기 위해 배트맨으로 등장하게 되는 것이지요.

기존의 슈퍼 히어로 물에서는 히어로가 악과 싸우는 것을 하나의 쇼로 그려내고 있습니다. 그것은 기본적으로 기존 대중문화에서 전투 장면은 슈퍼 히어로의 막강한 힘과 능력을 보여주기 위한 일종의 무대며, 동시에 대중들에게 시각적 즐거움을 주기위한 일종의 흥행요소입니다. 그러나 기존의 배트맨 코믹스는 좀 다릅니다. 일단, 브루스 웨인은 돈만 썩어나게 넘치는 억만장자지만, 그 외에는 어렸을 적 부모가 범죄자 손에 죽은 평범한 인간입니다. 그렇다면, 그가 악과 싸우기 위해서 사용해야 할 힘은 무엇일까요? 그것은 바로 정보와 두뇌, 그리고 상징과 적을 속이고 두려움에 떨게 하기위한 쇼 등을 이용하는 것입니다. 실제, 배트맨 비긴즈에서 배트맨은 거의 괴물 영화에 나오는 괴물처럼 움직입니다. 검은 그림자가 휙하고 지나가고, 적들을 엄청난 화력으로 제압하기 보다는 하나 하나 조용히 처리합니다. 그것은 적들에게 일종의 자신을 괴물처럼 보이게 하여, 공포심을 심게 하는 일종의 전략입니다.

그러면 왜 박쥐를 자신의 심볼로 사용하게 된 걸까요? 그것은 브루스의 어린 시절 공포에 대한 경험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어린 시절, 박쥐 동굴에 빠졌을 때, 어린시절의 개인적인 공포가 악을 공포로 몰아 넣게 되는 하나의 상징으로 작용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와 같이 자신의 어렸을 적 공포에 대한 기억과 부모의 죽음에 대한 트라우마, 그리고 정의에 대한 갈망 등이 어우러져서 어둠의 기사, 배트맨이라는 복합적인 존재가 됩니다.

배트맨 비긴즈는 과거 89년작 배트맨과는 다르게 현대의 분위기를 내고 있습니다. 과거 89년 작이 경제 대공황기의 음울한 분위기를 냈다면, 비긴즈는 현대의 뉴욕과 같은 분위기를 내면서, 동시에 주인공의 케릭터와 악역 케릭터를 동시에 현실적인 모습으로 재해석하고 있습니다. 원작에서는 잘 나오지 않는 마피아나 갱단이 초반에 배트맨이 싸우는 주요 대상으로 나오고, 영화속의 악역 허수아비는 원작의 허수아비의 광기에 찬 모습 보다는 뭔가 현실적인 모습의 악역으로 등장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 이전의 만화적인 배트맨과는 많이 다른 현실적인 배트맨이 나오게 되었고, 현실적이면서 현대적인 크리스토퍼 놀란의 배트맨은 이전의 배트맨 영화들과는 다른 아우라를 풍기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배트맨의 상대역의 설정과 배트맨의에 있어서 크리스토퍼 놀란은 적당한 악역을 설정하지 못하고, 그러한 비긴즈의 컨셉은 영화 후반의 죽었던 것으로 알았던 자신의 스승, 라스 알 굴의 등장으로 너무 쉽게 무너집니다. 이것은 배트맨의 시작이라는 출발점으로 돌아가게 되면서 생기는 필연적인 문제입니다. 영화는 2시간 안에 모든 스토리와 플롯을 해결해야합니다. 브루스의 부모의 죽음을 영화에서 중요한 요소로 다룬 비긴즈는 이와 관련된 갈등을 영화 내에서 끝내야 한다는 문제점을 가지게 된 것입니다. 여기서부터 영화는 무너지게 되는데, 브루스의 부모의 죽음을 브루스의 스승인 라스 알 굴과 연관을 지어버리므로서 다원적이라 할 수 있는 배트맨의 창조와 부모의 죽음, 이 두가지 문제점을 동시에 해결하려고 합니다. 그러나 이는 복합적인 이미지의 배트맨을 단순한 사적인 복수자로 깎아내리게 되었으며, 동시에 악역인 라스 알 굴에 대한 관객들의 이미지도 같이 깍아 내리게 된 것이며, 영화의 결말이 너무나 맥없어 진다는 느낌을 주게 됩니다.

사실 라스 알 굴이라는 악역 자체가 현실적인 컨셉을 추구하는 비긴즈에서 뭔가 핀트가 잔뜩 어긋난 케릭터입니다. 고대서부터 세계가 타락하면, 세계를 멸함으로서 세계의 정화를 한다는 비밀결사단 자체가 이미 현실적이지 않을뿐더러, 마지막 대결에서 '너희 아버지는 죽어도 싼 인물이다.'라는 식의 대사를 내뱉는 등, 너무나도 찌질한 모습을 보여주어서 맥빠지게 하는 악역이었습니다. 원래 코믹스에서는 불사자로 다른 악역들과 차원을 달리하는 포스를 보여주는 악역인데, 이를 다빈치 코드에서도 나오지 않을 거 같은 비밀 결사단에다가 찌질한 모습까지 보여주는 3류 악역으로 만들었다는 시점부터가 이미 핀트가 어긋났지요. 그 이후, 크리스토퍼 놀란식 배트맨은 다크 나이트에 와서 비로소 그 진가를 발휘하게 됩니다.

배트맨:다크 나이트(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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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역작)

현재 개봉한 배트맨:다크 나이트는 거의 모든 영화 사이트와 평론가, 관객들에게서 잘 만들어진 영화 중 하나로 뽑히고 있습니다. 그것은 배트맨:다크 나이트가 여태까지의 배트맨 영화화 중 배트맨에 대한 훌륭한 재해석을 했을 뿐만 아니라, 여타 블록버스터에 비해서 액션장면이 적음에도 불구하고 영화 내내 긴장감을 유지해서 관객들을 쥐락 펴락하고, 또한 배트맨-조커라는 갈등과 이야기 구조 또한 매우 훌륭해서 마지막 엔딩에야 뜨는 제목 'Batman: Dark Knight'를 보면서 전체적인 영화의 의미를 한번에 꿰뚫게 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심지어 이 장면을 보면서 'There Will Be Blood'의 마지막 장면과 겹쳐보이더군요.) 저는 현재까지 나온 헐리우드 블록버스터 중 구조적으로 가장 완벽한 영화 중 하나로 보고 있습니다.

놀란 감독의 전작 비긴즈는 영화의 현실적이며 현대적인 컨셉과 배트맨에 대한 재해석을 훌륭히 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현실적이면서 매력적인, 또한 파괴적인 악역의 부재로 영화의 갈등을 너무 느슨하게 만들었고, 더불어서 배트맨이라는 케릭터 자체도 같이 느슨하게 표현 되었다는 문제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는 결과적으로 다크 나이트에서 지난 70년간 배트맨의 최대 숙적인 조커를 영화로 끌어오게 된 것이죠. 그러나 이미 1989년의 배트맨에서 유쾌한 살인 광대인 조커의 이미지가 관객들과 사람들의 뇌리에 너무 강하게 박혀 있었기 때문에, 놀란 감독은 기존의 유쾌한 살인광대의 이미지를 섣불리 차용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또한 그것은 현대적이면서 현실적인 분위기를 추구하는 놀란 감독의 배트맨에는 어울리지 않았고, 결과적으로 놀란 감독은 89년작의 조커와 다른 조커를 만들었어야 했었습니다.

혹자는 다크 나이트의 조커를 '89년작의 조커가 너무 행복한 조커였으면, 이번 조커는 너무 음울한 조커이다.'라고 평가합니다. 다크 나이트의 조커는 영화 내에서 케릭터로 등장하기 보다는 인간의 파괴욕와 광기, 귀기가 확대 재생산 된 존재입니다. 그는 그 기원을 아무도 모르며ㅡ그가 자신의 입에 흉터가 왜 생겼는가를 설명하는데, 그 이유가 매번 달라지는 점ㅡ, 고담시 시민들을 가지고 놀았으며, 하비 덴트를 파멸 시켜서 투페이스로 만들어 버리는 등 영화 내내 그의 존재는 일종의 재앙으로 남아있습니다. 이는 킬링조크 이후 현재까지의 배트맨 코믹스에서 조커가 자신의 정체와 기원을 계속 바꾸어 나가다가, 결국은 그 기원을 알 수 없는 모호한 존재, 그러나 동시에 위험한 광기를 지닌 존재로 탈바꿈한데에서 유래하였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코믹스에서도 배트맨이 어떤 짓을 할 지 모르는 조커에 대해서 두려워 하는 것이고, 영화 속에서도 조커는 배트맨에게 재앙이자 시련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원래 영화라는 매채의 특성상, 아주 독창적이고 개성적인 주인공이나 케릭터가 왜 그렇게 되었는가에 대한 설명이나 이유가 없으면, 그 케릭터는 영화 내내 영화와 겉돌게 되기 쉽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문제점을 다크 나이트는 히스 레저라는 배우의 열연으로 극복하고 있습니다. 이번 영화를 찍고 약물 과다 복용으로 세상을 뜬 故 히스 레저는 '내가 너를 사랑하면 안되는 10가지 이유', '몬스터 볼' 등에서 조연으로 출연, 그리고 재작년 이안 감독의 '브로큰백 마운틴'에서 놀라운 연기력을 선보이면서 이번 다크 나이트에서 조커로 케스팅 됩니다. 개봉 전까지는 히스 레저의 잘 생긴 외모나 유약한 이미지 때문에 이번 작의 조커는 배트맨에게 압도되는 거 아닌가 라는 많은 불안을 야기 하였으나, 실제 영화가 개봉하자 역으로 조커가 배트맨을 압도하는 연기력을 보여주어 많은 사람들에게 큰 인상을 남겨주었습니다. 영화 속에서 히스 레저는 조커를 연기하면서, 아니 좀 더 정확히 하자면 영화 내에서 조커 그 자체로 화하면서 배트맨과 고담시, 그리고 관객들까지 압도합니다. 그렇게 나온 조커는 입맛을 쩝쩝 다시면서 태연하게 'Why So Serious?'라는 대사를 이야기하며 고담시, 배트맨, 자기 자신까지 포함해서 '이 모든 걸 심각하게 받아 들이지마, 이 모든 건 단지 놀이이자 혼돈이잖아?'라는 이야기를 하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였으며, 그의 치밀하면서 동시에 파괴적인 계획과 악마적인 카리스마를 연기한 히스 레저는 '브로큰벡 마운틴에서 나왔던 그 배우였나?'라는 의문이 들 정도로 완벽한 연기변신에 성공하였습니다. 그리하여 관객들 또한 조커의 과거, 조커의 기원 같은 문제는 자연스럽게 넘어가고 현재의 조커에게 집중하게 되며, 동시에 그의 악마적인 광기와 파괴력에 매료되는 것이지요.

이와 같은 최대의 강적을 만난 배트맨은 어떨까요? 많은 사람들은 이번 작에서 배트맨이 조커의 카리스마에 눌렸다고 평을 하고 있고, 저 또한 그렇게 생각합니다. 이는 이미 비긴즈 때부터 예상이 된 것이었습니다. 비긴즈에서 이미 브루스의 부모에 대한 복수의 문제가 해결 되었습니다. 여전히 그가 고담시에서 배트맨임을 자청하는 것은 부패와 어둠이 만연한 고담시의 악을 막는 마지막 보루, 마지노선이라는 일종의 의무감과 사명감으로 인해서이구요. 그러나 하비 덴트라는 유능한 검사의 등장으로 고담시의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는 희망이 생기고, 자신의 정체성과 문제점-사적인 힘이 사회가 정한 질서보다 더 위에 있을수는 없다는 것-을 이미 잘 알고 있던 브루스는 결국 배트맨을 그만 두는 것이 좋겠다는 결론에 이릅니다.

전작 비긴즈서부터 배트맨을 연기한 크리스쳔 베일은 이번 작에서 배트맨 연기의 정점에 달하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돈이 많으면서, 동시에 남들에게 이목을 끌지 않기 위해서 역으로 개념없는 억만장자인 척하고, 동시에 자신의 배트맨이라는 또다른 정체성이 가지고 있는 문제점에 대해서 갈등하는 매우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는 89년도의 마이클 키튼이 연기한 히키코모리 편집광 배트맨 보다는 관객들에게 더 크게 어필할 수 있습니다. 마이클 키트의 배트맨이 배트맨의 편집광적인 부분을 확대 재생산한 팀버튼 식의 배트맨이라면, 크리스쳔 베일의 배트맨은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고 갈등하는 현실적이면서, 놀란 감독의 컨셉에 너무나 잘 어울리는,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혹자는 '크리스쳔 베일이 배트맨이 아닌 배트맨은 더 이상 상상 할 수없다.'라는 이야기를 할 정도로 그의 배트맨은 관객들에게 조커 못지 않게 큰 감명을 주었습니다.

이렇게 조커와 배트맨, 그리고 하비 덴트라는 정의감 넘치는 검사의 삼각 구도를 이루어서 영화는 전개됩니다. 영화가 진행되면 진행될수록 조커라는 엄청난 재앙을 만난 고담시는 패닉상태로 몰리게 되고, 브루스의 옛 애인인 레이첼은 조커의 계략에 걸려 죽게 되고, 설상가상으로 배트맨의 대안이며 고담시의 백 기사-White Knight-이자 희망으로 추앙 받는 하비 덴트마저 조커가 타락시켜서 투페이스로 만들게 됩니다. 영화는 이렇게 배트맨에게 시련을 계속 안겨줍니다. 과연 브루스가 고담시의 구원자로, 정의의 수호자로 남을 수 있는가를 시험해보기라도 하듯이 말이죠. 그 과정에서 배트맨은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이 과연 옳은 일인가, 자신은 계속 이렇게 살아도 되는가? 라는 딜레마에 빠지게 되고, 한 때는 자신의 정체를 공개하고 사람들을 살리겠다고 결심까지 하게 됩니다.

하지만 조커가 잡히고, 투페이스가 자신의 약혼녀와 자신의 얼굴과 모든 것을 빼앗아 간 자들에 대한 복수를 위해서 그 원흉인 부패 경찰들을 쏴죽인 뒤에, 약혼녀를 구하는데 실패한 고든 경찰청장을 죽이려는 것 배트맨이 막게 되고, 그 후 배트맨은 선택에 기로에 놓이게 됩니다. 과연 온갖 누명과 오명을 뒤집어 써가면서까지 자신이 계속 고담의 구원자로 남아 고담을 구원 할 것인지, 아니면 그 짐에서 해방되어서 평범한 삶을 살 것인지 라는 기로 말입니다. 결국 배트맨은 하비를 투페이스가 아닌 고담의 백기사, 고담시의 희망으로 남게 하고, 자신이 투페이스가 저지른 범죄를 모두 뒤집어 쓰게 됩니다. 그리고 배트맨은 경찰의 추격을 받으면서 도주하게 됩니다. 원래는 모든 찬사와 명예를 받아야 하는 그가 범죄를 저지른 악당처럼 도주하고 있는 장면은 너무나 쓸쓸합니다. 하지만 영화의 마지막, 그가 어두운 밤 한줄기 빛을 향해서 바이크를 몰고 달려가면서 사라지는 동시에 나타나는 영화의 제목, Batman: Dark Knight는 그가 고담을 지키는 어둠의 기사, 다크 나이트며, 그의 선택은 고결한 것임을 보여줍니다.

이와 같이 다크 나이트는 '어떻게 배트맨이 시작되었는가?'라는 비긴즈의 질문을 이어서, '그럼 그 후에 왜 계속 배트맨을 자처하게 되었는가?'라는 질문의 답을 내놓은 작품입니다. 조커의 농간에 온 고담시가 좌지우지 되고, 고담시의 희망이라 할 수 있는 하비 검사가 타락하는 가운데, 배트맨이 내린 결정은 자신을 희생해서 고담을 지킨다는 것이었습니다. 결국, 다크 나이트는 전작에서의 사적 복수자에서 진정으로 고담을 지키는 수호자로 거듭나는 일련의 재탄생의 과정이며, 그 과정을 음울하지만 장엄하게 제대로 표현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영화의 구조와 케릭터 등 모든 요소는 적재적소에 제대로 쓰였으며, 그 완성도는 엄청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다크 나이트는 블록 버스터 영화들 중에서는 놀라운 완성도를 보여주고 있으며, 배트맨이라는 케릭터가 어떻게 고담의 수호자가 되었는가에 대한 멋진 답변입니다. 앞으로 헐리우드에서 이런 영화를 다시 찾아보기 힘들거라는 평도 전혀 무색하지 않을 정도니까요.

애니, 만화, 영화 이야기/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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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y So Serious?

배트맨은 1930년대에 처음 등장한 DC 코믹스의 슈퍼 히어로 중 한명입니다. 1930년 처음 나온 이후, 지금까지 배트맨은 수많은 파생작과 재해석을 통해서 독특한 오오라를 지닌 작품으로 자리매김하였고, 개성있고 매력적인 케릭터들과 악역들을 가지고 있는 작품입니다. 이러한 특징들을 토대로, 최근 배트맨: 다크 나이트(2008)는 배트맨이라는 케릭터와 작품에 대한 재해석을 통해서, 헐리우드 오락 영화사에 커다란 한획을 긋게되었습니다. 이 글은 팀버튼의 배트맨, 배트맨 리턴즈,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배트맨 비긴즈, 그리고 최근작 다크 나이트를 비교 정리하는 글입니다.

베트맨(19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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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밤에 악마와 춤춰 본적이 있나?)

배트맨의 첫 영화화는 그 당시의 최고의 흥행영화 감독이 아닌, 희대의 괴감독 팀 버튼이 감독을 맡았습니다. 물론 그 당시의 미국 영화계의 크기나 규모, 흥행 성적들을 고려하였을 때, 지금과 같은 개념의 블록버스터 감독은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팀 버튼이라는 자기 색깔이 매우 뚜렷하면서 액션 영화 보다는 판타지나 기괴한 이미지의 영화에 특화된 감독을 배트맨이라는 유명 코믹스의 영화 감독으로 기용한 것은 이례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배트맨에 대해서 팀 버튼이 그 나름대로의 애정과 관심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그가 감독을 맡은 것이 가능했지만 그 당시에 조커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시도하였던 알란 무어의 ‘킬링 조크’나 1930~40년대의 편집광적인 배트맨에 대한 재해석과 재발견이 그의 배트맨을 뒷받침하고 지지하게 된 것입니다. 배트맨 첫 영화가 개봉 하였을 때, 기존의 배트맨의 팬들은 분노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건 자신들이 알고 있는 배트맨이라기 보단, 팀 버튼의 영화라고 이야기를 많이 했었지요. 하지만, 지금 입장에서 본다면 1989년도의 배트맨은 그 당시 불고 있었던 배트맨과 그 세계관, 케릭터들의 재해석을 팀버튼 식으로 옮겨놓았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팀 버튼이 발견한 배트맨은 편집광적이고 사회 부적응자적인 성격을 지닌 인물입니다. 백만장자이면서 고담시의 안전을 지키는 배트맨인 브루스 웨인은 거대한 자신의 저택에서 알프래드와 단 둘이 살고 친구는 없고, 자신의 저택에 감시 카메라를 잔뜩 설치해서 전 저택을 감시하고, 아무도 없는 그의 은신처에서 혼자 앉아서 밥을 먹고, 그를 사랑하는 여인에게 어디 출장간다고 거짓말을 하는 등, 주변 환경과 사회에 동화되지 못하고 겉도는 존재입니다. 그런 그가 배트맨이 되는 이유는 어렸을 때, 자신의 부모가 길거리에서 잭 네피어, 즉 조커에게 총을 맞아 죽은 것이 어린 브루스에게 트라우마로 작용해서 그는 의무감이 아닌 편집증적으로 사회의 안전과 보안, 기성의 가치를 중요시 여기게 됩니다.

물론 그런 그가 그의 재력과 능력을 이용해서 가면을 쓴 어둠의 수호자가 아닌, 다른 방식으로도 고담시의 안정을 지킬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는 그의 어릴적 트라우마로 인해서 그러한 방법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 즉 스스로, 그만의 방식으로 고담의 정의를 세우려 합니다. 그 과정에서, 그의 가치에 동조되지 못하는 자들-마피아, 건달, 악당 등-을 자신만의 방법-공포와 두려움-으로 처단합니다. 하지만, 영화 내에서 제가 봤을 때, 그의 악에 대한 처단은 그의 어렸을 적 경험과 트라우마에서 나온 보복심리로 인한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배트맨은 고담이라는 사회의 한 사회의 질서에 대한 욕망과 비극이 낳은 기괴한 영웅이며, 자신의 트라우마와 보복심리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광기어린 편집증 환자-이는 그가 조커를 두들겨 패면서, ‘네가 우리 부모를 죽였어!’라고 외친 부분에서 보여 집니다.-인 것입니다.

그에 비해서 조커는 독특합니다. 그는 스스로가 조커가 된 것이 아니라 배트맨에 의해서 만들어진 기괴한 존재입니다. 조커의 전신인 잭 네피어가 브루스의 부모를 죽여서 배트맨을 만들어낸 것을 생각하면, 이는 정말 멋진 역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질서에 대한 편집증이 역으로 질서를 붕괴시키는 또 다른 광기와 위협을 만들어낸 것이니까요. 이것은 조커의 기원을 다루었다는 의미에서 ‘평범한 사람이 어떻게 조커가 되었는가?’라는 이야기를 다룬 작품인 알란 무어의 ‘킬링 조크’에서 그 조커의 기원에 대한 모티브를 차용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팀 버튼의 조커는 배트맨에 의해서 만들어진, 질서에 대한 편집증적 욕구가 만들어낸 질서와 가치에 대한 안티 테제(반대 명제)로서의 의미를 가집니다.

일단 그는 배트맨과 다르게 유쾌합니다. 킴 베이싱어가 있는 박물관에 쳐들어가서 독가스를 뿌려 사람들을 모두 죽이고, 프린스의 노래를 틀면서 박물관의 모든 미술품을 작살 내는 장면은 무섭다거나 괴기스럽다기 보다는 유쾌하다는 느낌입니다. 그의 센스는 전체적으로 대공황기의 분위기를 지향하는 영화의 대척점에 놓여있습니다. 자신을 세계 최초의 살인 예술가로 표현하거나, 자신에게 반대하는 마피아 두목을 전기 통구이로 만들고 나서는 시체와 노는 장면, 고담 시민들을 모두 웃음 가스에 중독 시켜서 죽이려는 장면-‘외과의사가 그러듯, 가려거든 웃으면서 가라고.’- 등 영화내내 칙칙한 고담시에 활력을 불어넣는(?) 역할을 하게 됩니다. 마치 가부장적인 집안에서 제멋대로 뛰어 노는 막내같은 느낌으로요. 그의 앞에서는 고담의 질서, 가치, 그 모든 것들이 가지고 놀 소재이며 동시에 파괴해야할 대상입니다.

그렇다면, 집(질서)나간 천방지축 막내(조커)를 다시 집으로 끌고 들어가기 위해서, 엄격하고 편집증 걸린 아버지(배트맨)가 나서게 됩니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가부장적이고 보수적이며 편집증 걸린 배트맨이 조커를 이기고, 그를 파멸 시킵니다. 하지만, 마지막 장면 조커의 시체가 계속 웃는 장면은 배트맨이 이긴 것이 아님을 암시하고 있습니다. 솔직히, 배트맨은 살아남은 승자가 아니라, 계속 그 편집증과 질서에 얽메여서 살 수 밖에 없는 패자에 불과하니까요. 이러한 해석은 후에 배트맨 리턴즈에서도 계속 되게 됩니다.

베트맨 리턴즈(1993, a.k.a 베트맨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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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팽귄, 박쥐, 그리고 고양이)

베트맨 리턴즈는 전편과 다른 구도를 보여준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전편에서는 질서와 그 질서가 만들어낸 광기, 그 둘 사이의 대결과 파국을 그려내었다면, 리턴즈에서는 출생은 서로 다르지만 맥락적으로 같은 괴물-배트맨, 팽귄, 켓우먼-들이, 고담시라는 거대한 서커스 무대에서 벌이는 하나의 프릭쇼(기형아들을 모아놓고 벌이는 쇼)를 그려낸 작품입니다. 여기서 팀 버튼은 배트맨과 팽귄, 켓우먼이라는 세 명의 동물 인간들의 케릭터들과 함께 기존 질서의 기득권, 보수 세력들의 추악한 점-막스 슈렉이라던가-까지 물려들어가면서, 기존 질서와 그 기괴한 산물들의 이야기가 되었습니다.

먼저 이 작품의 주인공들, 배트맨, 팽귄, 켓우먼들은 기존 질서의 추악함과 괴기함이 만들어낸 괴물들입니다. 팽귄은 선천적인 기형으로 인해서 부모에게 버림 받아서 만들어진 괴물이고, 켓우먼은 막스 슈렉이라는 악덕 자본주의 음모를 알게되었다는 이유로 창문밖으로 던져진 어벙한 비서의 뒤틀린 분신이며, 배트맨은 위에서 언급하였듯이 자신의 편집증으로 인해서 만들어진 기괴한 질서의 산물입니다. 그러한 그들은 막스 슈렉이라는 전형적인 선량한 척하는 악덕 자본주에 의해서 모이고 싸우게 됩니다.

고담시민들은 이러한 프릭쇼의 관중입니다. 처음 팽귄이 세상으로 나왔을 때, 팽귄은 고담 시민들의 자의에 의해 해석된 광대가 됩니다. 그러나 후로 가면 갈수록 고담 시민들은 그러한 팽귄의 이미지-불쌍하고 가련한 괴물-에 속아서 그를 시장으로 밀게 됩니다.(물론 여기에는 막스 슈렉이라는 악덕 자본주도 한 몫하지만)즉, 시민들이 광대를 보고 웃다가 광대가 시민들을 엿먹이는 그러한 케이스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팽귄의 본질을 가장 잘 파악하고 있는 것은 아이러니컬하게도 그의 적인 배트맨입니다. 처음 세상으로 나온 팽귄을 보면서, 경계를 하는 브루스에게 알프래드가 '그건 주인님의 감인가요, 아니면 같은 동지로서 그런 느낌을 받으신건가요?"라고 비꼬는 부분은 배트맨과 팽귄의 동질성을 드러내는 부분입니다.

그에 비해서 켓우먼은 동물이면서 동시에 그들과 다른 아우라를 풍기는 존재입니다. 일각에서 켓우먼을 패미니즘적인 시각으로 해석하는 관점도 있습니다만, 제가 보기에는 켓우먼은 그저 고양이입니다. 자기 내키는데로 살아가는 고양이와 같은 느낌이지요. 그녀의 행동은 파괴적이고 동시에 충동적입니다. 그녀는 배트맨과 팽귄 사이를 오가면서 미묘한 줄다리기를 하였으며, 이를 통해서 본작 배트맨 리턴즈에서의 긴장감을 더 높이는 역할이지요.

결과적으로 리턴즈는 고담시라는 도시가 만들어낸 기형아들의 쇼이고, 이는 고담시가 끝나지 않는 한 끝날 수 없는 무간지옥과 다름 없습니다. 마지막에 동물원에서의 일전에서 배트맨이 팽귄을 제거하고 고담시를 지켜내지만, 정작 그 자신은 마음의 평안이나 구원을 받지 못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같은 처지에 있는 셀리나에게 자신의 정체를 밝히고 구원을 얻으려하지만, 그마저도 실패하게 됩니다. 결국 배트맨은 고담을 구원했지만, 고담에 예속된 기형아로 남게 됩니다. 엔딩 크레딧 전에 켓우먼이 '고양이는 목숨이 9개 있지.'라는 대사를 이야기 하는 것도 결국은 리턴즈에서의 갈등 관계가 정상적으로 끝나지 않고, 계속 반복 될 것임을 암시하는 대목입니다.

소결론

배트맨과 배트맨 리턴즈는 결과적으로 그 당시 새롭게 제기된 배트맨에 대한 이해와 해석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작품입니다.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졌다거나, 팀버튼이 아예 처음부터 배트맨에 대한 해석을 새롭게 재기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지요. 하지만, 이 두 작품은 배트맨이라는 히어로를 편집광적으로 몰고 갔다는 느낌이 듭니다. 어렸을 적 트라우마가 행동의 동기가 충분히 될 수 있고, 그러한 트라우마가 케릭터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어떤 결의를 하게 하였는지 등의 과정을 다루지 않고, 원인-결과의 구조만 보여줌으로써 배트맨이라는 케릭터를 편집증에 걸린 것같은 느낌을 심어주고 있다는 것은 사실입니다. 이는 팀버튼이라는 감독의 성향이 뚜렷하게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라고 저는 보는데, 이성적인 구조보다는 환상과 몽환, 광기, 뒤틀림의 이미지를 이용해서 광기의 아름다움과 이성의 추함을 강조하는 그런 성향이 강한 감독이 바로 팀버튼 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배트맨과 리턴즈는 그 당시 액션 영화면서 액션은 적고, 정신병동 같은 분위기를 풀풀 풍긴다는 평을 받은 것입니다.

물론 팀 버튼식의 배트맨의 해석도 어느 정도 일리는 있는 해석이고, 영화 자체도 팀 버튼의 영화라는 점을 염두에 두면서 본다면 훌륭한 영화입니다. 다만, 배트맨의 영화화로 보기에는 아쉬운 점들이 많았지요.(특히 너무 팀버튼 식으로 재해석한 점) 후에 조엘 슈마허 감독의 포에버나 배트맨 엔 로빈은 그러한 부족한 점을 매꾸고자, 블록버스터 영화를 지향했지만 결과적으로 평이나 팬들에게서는 엄청나게 냉대받게 됩니다. 포에버나 배트맨 엔 로빈의 문제점은 바로 배트맨의 매력적인 부분을 제대로 살려내지 못하고, 새로운 해석은 없었으며, 그저 만화적으로 꾸미기에 급급한 구석이 너무 많았다라는 것이지요. 역설적이게도, 비록 그 두 작품이 흥행에서 배트맨(1989)을 능가했을지는 몰라도, 팀 버튼식의 어두운 우화 같은 배트맨이 대중들이 보기에도 완성도가 더 높았고, 더 배트맨 해석에 있어서 뛰어나다는 인정을 받은 것이지요.

결국, 배트맨에 대한 새로운 해석과 정의는 후에 메멘토, 인섬니악을 감독한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배트맨 비긴즈로 넘어오면서 새로운 해석을 시도하게 됩니다.

(글이 너무 길어서 끊습니다;)

애니, 만화, 영화 이야기/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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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하고 있냐!)

마크로스 OVA 시리즈

이제 이 긴 글도 거의 막바지에 다다랐습니다. 마크로스 시리즈는 OVA가 크게 2작품이 있습니다. 하나는 마크로스 2-LOVERS AGAIN의 대 참패를 만회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마크로스 플러스, 다른 하나는 마크로스 탄생 20주년을 기념해서 원작 마크로스 이전의 통합 전쟁을 다룬 마크로스 제로입니다. OVA(마크로스 7 다이나마이트 제외)로 나온 마크로스 시리즈는 OVA간의 서로 공통된 특징이 있다기 보다는 각각의 독특한 아우라를 풍기고 있기 때문에, 개별의 작품을 각각 따로 감상하고 이해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덧. 2편은...묻지 마세요; 이건 거의 재앙입니다; 나중에 마크로스 사가 다루고 난 다음에 여러분의 열렬한 호응이 있으면(?) 같이 다루도록 하지요.


마크로스 플러스(19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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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로스 플러스는 마크로스 2의 처참한 참패로 자신의 작품과 세계관이 영원히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지 않기 위해서 카와모리 쇼지와 그 제작진들이 마크로스 시리즈로 복귀한 작품입니다. 마크로스 플러스가 나오고 난 다음에 마크로스 7이 나오고, 마크로스 7 방영 중에 OVA 버전을 수정, 편집, 약간의 내용적인 추가를 한 마크로스 플러스 극장판이 나왔습니다. 마크로스 플러스(이하 플러스)는 현재까지(마크로스 F 제외) 나온 마크로스 시리즈 중에서 가장 완성도가 높은 작품이며, 원작 마크로스의 훌륭한 재해석과 변용을 보여준 작품으로 평가 받습니다. 저 또한 플러스가 마크로스 시리즈의 코드인 드라마적인 요소(삼각관계), 음악, 화려한 전투 장면과 메카닉을 독특하게 변용하여서, 원작의 코드를 성인취향의 느낌으로 재정립하였다고 생각합니다.

드라마적인 요소에서 가장 독특한 점은 바로 주인공들의 삼각관계가 현재형이 아니라 과거형으로 진행이 된다는 점입니다. 주인공들인 이사무, 뮨, 갈드의 삼각관계는 오래전 그들이 고등학교를 다녔을 때, 이미 그 결론이 난 상태였습니다. 즉, 플러스에서는 그 때 결론이 나지 않은 과거를 현재에서 풀어낸다는 느낌으로 진행을 하고, 그 과거를 묘한 노스텔지어와 쓸쓸함으로 보여줍니다. 이는 과거의 순수했던 자신들의 모습과는 전혀 다른 주인공들의 모습, 청소년을 지나서 어느덧 장년이 되어버린 자신들에 대한 씁쓸한 심정을 덤덤하게 같이 그려내어 플러스의 분위기를 확실하게 만들었습니다. 또한 과거의 갈등을 토대로 서로 치고 받고 싸우는 갈드와 이사무의 모습은 작품 내의 미묘한 긴장감을 불러 일으키는데 큰 영향을 주더군요. 이는 카우보이 비밥, 사무라이 참프루를 감독한 와타나베 신이치로가 카와모리 쇼지와 함께 공동 감독을 맡았기 때문이라고 저는 봅니다. 어떤 의미에서는 일면 카우보이 비밥의 아우라가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니까요.

음악적인 측면이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는 점에서는 플러스도 기존의 마크로스 시리즈와 비슷합니다. 다만, 그것이 더 어둡고 성인취향으로 묘사되었다는 것이 큰 특징입니다. 일단, 플러스에서의 여주인공인 뮨은 당연히(?) 가수입니다. 형식적으로는 우주 최초의 인공지능 아이돌 샤론 애플의 매니저 겸 프로듀서로 나옵니다. 그러나 실상은 아직 인공지능이 완성되지 않은 샤론의 대역으로 뮨이 노래를 부르고 동작을 하여서 샤론이 움직이고 노래부를 수 있었다는 것이죠. 또한 OVA에서는 모호하게 표현이 되었지만, 샤론의 노래는 사람을 홀리게 하는 힘이 있습니다. 일종의 집단 최면과 같은 것인데, 이사무가 처음 갔던 샤론의 콘서트에서 보여준 관객들의 반응을 보면 느낄수 있습니다. 결국 마지막에는 샤론이 SDF-1 (원작에 나왔던 마크로스)을 점거하고 마크로스 시티의 시민들을 모두 집단 최면에 빠뜨리게 됩니다. 이와 같이 기존의 마크로스 시리즈에서 아이돌이나 가수에 대해 많은 부분 긍정적인 측면을 강조한데 비해서, 플러스는 강하게 아이돌의 어두운 측면과 그에 속아 넘어가는 대중들을 부정적으로 묘사합니다. 결국, 마지막에 이사무가 샤론을 파괴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것이 뮨이 고등학교 때 불렀던 노래였던 것은 세상과 사람을 구하는 것은 어른의 상술이 아니라 어릴 때의 순수라고 주장하는 카와모리 쇼지와 와타나베 신이치로 감독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 합니다.

플러스의 또다른 특이점은 바로 주인공과 스토리의 주요한 갈등이 VF-11 선더볼트의 후속 기종 경쟁을 두고 일어난다는 점입니다.(그리고 최초로 프로토 컬쳐 뒤치닥 거리를 하지 않은 마크로스 시리즈입니다.) 이사무는 YF-19, 갈드는 YF-21의 전속 테스트 파일럿으로 배속되면서, 서로가 자기 편이 이기기 위해서 노력하면서 동시에 뮨에 대한 미묘하게 찌질한 신경전을 펼치는 점, 그리고 파일럿의 하늘을 동경하는 순수한 갈망(이사무 쪽이 이 경향을 강하게 보여줍니다.)등, 후속 기종 선발을 위한 경합이라는 소재를 이용해서 동시에 여러 가지 갈등이나 이야기를 풀어내는 모습을 괜찮았습니다. 또한 마지막에 인공지능을 이용한 고스트가 갑자기 선더볼트의 후속기종으로 발탁되는 것도 위에서 이야기한 플러스라는 작품의 분위기-인간의 순수에 대한 갈망, 혹은 갈등과 감정이 기업의 장삿속 앞에서 너무나도 쉽게 무너지는 허무함-를 형성하는데 큰 도움을 주었습니다.

플러스는 원작 마크로스에 대한 훌륭한 변용입니다. 마크로스의 코드를 좀 더 성인 취향으로 바꾼 점, 지금까지의 마크로스와는 다른 독특한 분위기와 설정으로 원작 마크로스를 뛰어 넘을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 작품입니다. 다만 문제는 이게 너무 짧았다는 점이었습니다. 어떻게 보면 풀어낼 건덕지가 많은 이야기를 단 4화에 소화해내기 위해서 몇몇 세부적인 설정을 잘라내서 이야기가 뚝뚝 끊긴다는 느낌을 받았고, 동시에 삼각관계를 일방적인 한명의 잘못으로 몰고 가는 식으로 대충 마무리 지어버려서 많은 아쉬움을 주었습니다. 그러나 플러스는 지금까지 나온 마크로스 시리즈 중에서 가장 훌륭한 변용이며, 동시에 가장 독특한 마크로스입니다.

덧.갈드 지못미 ㅠㅠ

마크로스 제로(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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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 마크로스 방영 20주년으로 만들어진 OVA입니다. 마크로스 시리즈의 원작자이자 감독인 카와모리 쇼지가 스스로 이번 작의 컨셉은 '전설'로 정하고, 원작 마크로스 전의 통합전쟁 당시 평화로운 섬에 있는 고대 유물을 둘러싼 통합군과 반통합군의 치열한 싸움과 원주민 무녀와 파일럿 간의 연애를 그려내는 작품입니다. 일단 OVA 자체의 완성도는 그럭저럭 괜찮았으나, 원작 설정 파괴 등으로 마크로스 팬들 사이에서는 미묘한 평가를 받는 작품입니다. 그리고 제가 보기에도 마크로스 시리즈 중에서 가장 이질적인 작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마크로스 제로는 마크로스 시리즈의 공통 특징인 연애, 음악, 화려한 비행기 전투라는 3요소가 다 나오지만, 이상하게 변형이 되거나 축소되어서 나오는 것이 이번 작 마크로스 제로입니다.

제로에서 연애나 삼각관계는 거의 비중이 없다시피 합니다. 4화에 미묘한 감정 표현까지 담아낸 플러스에 비해서, 제로는 삼각관계가 형성되려다가 마는 듯한 미묘한 광경을 보여줍니다. 처음 제가 보았을 때, 저는 신을 두고 자매인 사라와 마오가 삼각 관계를 펼칠 것이다라는 추측을 했었는데, 초반 1~2화에서는 마오가 관계를 주도하고, 사라는 전혀 관심 없는거 처럼 굴더니, 3화에서 마오를 그냥 병원으로 관광 보내서 갑자기 사라와 신을 맺어지게 만드는 건 미묘하더군요. 이야기를 더 전개할 수도 있었지만, 귀찮아서랄까, 아니면 이야기를 5화에 다 구겨넣기 위해서 였을까, 어느쪽이든 간에 플러스나 옛 마크로스와 비교해보았을때 아쉬운 전개를 보여주었습니다.

그리고 제로에서는 다른 마크로스와 다르게 음악이라는 요소가 매우 적게 나옵니다. 물론 카와모리 쇼지는 과거 원시의 무녀나 무당들은 노래와 춤으로 사람들을 즐겁게 하거나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일종의 아이돌과 같은 역할을 하였을 것이라고 보고, 마을의 무녀인 사라의 노래를 중요한 소재로 쓰려합니다. 그러나 제로에서는 노래 자체가 이야기 전개에 중요한 요소가 아닌, 사라의 힘, 노래가 가지고 있는 힘에 초점을 맞추고 이야기를 진행을 하기 때문에, 기존의 '노래를 부르고자 하는 진실된 마음이 결국은 외계인에게 닿게 된다'라는 컨셉에서 '그냥 히로인이 부르는 노래가 힘을 가지고 있으니까, 걍 만사형통인거다.'라는 컨셉으로 바뀌니까 노래의 비중은 점점 줄어들게 됩니다. 마크로스 7도 '주인공 바사라의 사기적인 능력이 노래에 적용이 되기 때문에 노래가 이야기 전개에 중요한 요소이다'라고 할 수 있지만, 그러한 컨셉을 넘어서 바사라의 노래에 대한 진실성(중간에 바사라가 자신의 노래가 가지는 힘 때문에 갈등하는 장면)과 그러한 노래의 힘 보다 주인공 묘사에 힘을 쓴 덕분에 노래와 주인공의 묘사가 조화를 이루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제로에서는 사라의 비중이 갑자기 3화 이후 마오의 갑작스런 퇴장으로 올라가더니, 정식 히로인으로 등극해버리고, 히로인으로서 무언가를 하기도 전에 새인간 각성과 함께 그냥 우주로 날아가버립니다. 그렇게 됨으로서, 사라와 노래라는 소재보다는 사라의 능력이 강조된 듯한 느낌입니다.

제로는 결과적으로 카와모리 쇼지의 개인적 취향이 묻어나오는 작품입니다. 어찌보면 원 마크로스 시리즈보다 지구소녀 아르주나의 계보를 이어가는 듯한 느낌이 강하게 드는 작품인데, 마얀 섬으로 대표되는 반문명 사회와 물질문명의 문제, 그리고 그 속에 있는 분쟁과 갈등의 씨앗이 결국 인류를 멸망으로 몰고 갈 것이라는 이야기는 기존 마크로스 시리즈 보다는 아르주나 쪽에 가까운 이야기입니다. 특히 초반 마오-신과 사라 사이의 물질 문명의 이기 vs 전통의 삶이나 마얀 섬이 전쟁터가 되는 부분, 이 모든 갈등의 단초가 사라의 과거였다라는 점 등에서는 이런 감독의 성향이 강하게 드러나더군요. 저는 이러한 이야기의 비중이 적어도 애니 내에서 반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고 느꼈기 때문에, 그래서 마크로스 팬으로서 참 미묘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제로는 카와모리 쇼지 감독의 개인적 취향으로 마크로스 시리즈에서 벗어난 작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뭐, 이런 작품이 있어서 마크로스의 명성에 큰 흠이 되었다 까지는 아니지만, 원작 팬으로서는 조금 실망 할 수도 있는 작품입니다. 또한 원작 이전의 과거로 회귀하여, 설정을 제멋대로 바꾸어서 원작의 설정과 큰 차이가 있다는 것도 하나의 문제로 작용합니다.(이를 설명하는 적당한 이론이 있지만, 다음회에서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그러나 이번작 F에서는 제로를 정식 사가로 끌어오는데다가 중요한 모티브로 쓰려는 모습도 보여주고 있어서 미묘해지고 있습니다. 결론은, 작화나 이야기의 완성도에 있어서는 평작 이상의 애니이긴 하지만, 마크로스 시리즈라는 전체적 맥락에서는 이단에 가깝다 정도군요.

덧.5화 마지막에 쾨니히니 몬스터가 반응탄을 쏜 장면에서 마시던 맥주를 뿜을뻔 했습니다;
덧2.참고로 플러스, 제로 한국에 나온 DVD는 다 불법 복제판입니다. 사는 것이 다운 받아보는거랑 비슷하다는...



이로써 여태까지 나온 마크로스 OVA까지 다루었고, 다음 회에서는 설정 및 마크로스 F에 대한 리뷰를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2편 리뷰는 여러분의 호응을 보아서(.......)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애니, 만화, 영화 이야기/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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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로스 7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 F의 크랑크랑)

1987년, 마크로스 2012 FLASH BACK 이후로 마크로스 시리즈는 한동안 제작이 되지 않았습니다. 같은 시리즈물이라 할 수 있는 건담이 거의 1~2년 주기로 극장판이나 TVA, OVA 식으로 꾸준히 애니메이션이 나온 걸 생각해보면, 그만한 인기를 끈 작품이 왜 주기적으로 작품이 꾸준하게 나오지 않았는가라는 의문이 듭니다. 일단 92년까지 마크로스 시리즈의 신작은 나오지 않았고, 그리고 92년에 마크로스 2가 나오게 됩니다. 이 때 2편을 찍을 당시의 스탭 중에서 원작 마크로스 TVA나 극장판에 관련된 인물은 케릭터 디자이너였던 미키모토 하루히코와 스게히로 토미타 밖에 없었으며, 카와모리 쇼지는 그 때 당시 마크로스 자체에 관심이 없었던 상태였고, 스튜디오 누에도 참여하지 않은 마크로스라 할 수 없는 작품이었습니다. 실제 애니메이션 자체도 완전 병맛이었기 때문에 전설은 완전히 파묻혀 버릴 뻔 했고, 카와모리 쇼지가 94년 마크로스 7과 마크로스 플러스의 원작을 맡기 전까지는 마크로스는 영원히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었습니다.

마크로스 7과 마크로스 플러스는 결정적으로 마크로스 시리즈의 부활을 알리는 신호탄이었습니다. 원작 마크로스를 만들었던 스튜디오 누에나 카와모리 쇼지 등의 오리지널 제작진들이 원작 마크로스 시리즈의 명성을 재현하기 위해서 제작에 참여하였고, 실제 마크로스 플러스는 원작 팬들에게 큰 호평을 들었으며, 마크로스 7은 상업적으로 성공해서 새로운 마크로스 팬층을 만들어냈다는데 의미가 있습니다. 카와모리 쇼지가 이 두 작품을 만들 때, 마크로스 플러스는 외화를, 마크로스 7은 만화를 모티브로 잡고 만들었다고 하였습니다. 재밌는 점은 완성도 자체로 마크로스 7이 마크로스 플러스 보다 한참 뒤떨어짐에도 불구하고, 마크로스 7은 OVA, 만화 등으로 마크로스 시리즈 중에서 가장 많은 작품을 가지게 되었고, 마크로스 시리즈 중에서 가장 대중적인 마크로스가 되었습니다.

94년도 출시 기준으로 본다면 플러스가 좀 일찍 나왔지만, 플러스는 제로와 함께 OVA 편에서 한꺼번에 다루기로 하고, 여기서는 마크로스 7 시리즈인 마크로스 7과 마크로스 7:다이나마이트, 플러스, 앙코르와 만화책 트래쉬를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마크로스 7 T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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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다발 소녀, 1화부터 52화-앙코르, 극장판 포함-까지 초근성을 보여준 소녀. 자세한건 직접 보시길)

마크로스 7은 위에서 말씀드린 것과 같이 마크로스 시리즈 중에서 가장 대중적인 작품이면서, 동시에 나왔을 당시에 원작 마크로스 팬층에게 많은 욕을 들어먹은 작품입니다. 그 이유는 크게 두가지인데, 첫째는 원작 마크로스의 공식과는 다르게 음악이라는 태마에 이야기를 맞추고, 나머지 연애나 전투 같은 요소는 최대한 배제하면서 모든 이야기를 전개해 나갔다는 점, 그리고 두 번째는 너무나 만화적인 설정이나 이야기 전개를 보여주었기 때문에 같은 해에 나왔던 플러스와 원작 마크로스와 너무 크게 차이가 났다는 점을 들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마크로스 7은 같이 나온 플러스와 비교를 해보았을 때, 원작 마크로스의 공식을 벗어난 모습을 보여주고 있고 이 때문에 기존 마크로스 팬들에게 크게 비판을 받게 되었습니다.(마치 G건담이 처음 나왔을 때, 많은 건담 팬들이 경악 했던 것처럼) 그러나 어떠한 의미에서는 마크로스이기 때문에 가능한 이야기로, 제가 보기에는 원작에서 음악이라는 부분을 강조, 확대 재생산을 한다면 마크로스 7이 나오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마크로스 7의 스토리는 단순합니다. 인간의 정기를 빨아먹는 외계인들이 초장거리 이주 선단 마크로스 7 선단을 공격합니다. 그리고 우리의 주인공 넥키 바사라(熱氣 BASARA)은 항상 전쟁터에 나가서 노래를 부르고 싶어 합니다. 그래서 외계인들이 침략을 해오자 발키리를 몰고 나가서 노래를 부릅니다. 이걸 매주 매주 반복합니다. 그리고 이게 끝입니다(........)

49화 내내 이러한 내용으로 애니메이션을 진행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 의문을 제기하실 분도 많으리라 생각합니다. 물론 49화 내내 주인공 바사라가 갈등하는 부분이나, 혹은 바사라 이외의 케릭터들이 서로 충돌하는 갈등 장면도 있고, 스토리적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고 보이는 면도 있지만, 마크로스 7의 거의 대부분은 바사라가 노래 부르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즉, 이러한 점에서 마크로스 7이 원작 마크로스에서 연애, 드라마적 요소 등을 제외하고 음악에 포커스를 맞추어서 확대 재생산했다고 보는 것이 좋습니다. 실제로 마크로스 시리즈 중에서 가장 많은 노래를 가지고 있으며, 그리고 애니 내의 파이어 봄버라는 카핑 밴드(라고 하기에는 다르지만)가 나와서 콘서트를 여는 등, 음악적으로 보았을 때는 마크로스 시리즈 중에서는 당연 발군이라 할 수 있습니다.

마크로스 7은 마크로스 시리즈라고 보다는 음악적 요소를 주로 한 케릭터 물이라고 보는게 적당합니다. 그만큼 주인공 바사라의 음악에 대한 열정, 그리고 자신이 음악을 하는 이유, 자기 음악에 대한 정체성 고민이 음악과 더불어서 애니를 구성하는 주요 요소라고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애니 내에서의 갈등이나 문제가 바사라 중심으로 너무 잘 풀리는 거 같아 보이기도 하지만, 바사라의 내적 갈등을 중심으로 하는 케릭터 물이라고 보면 애니메이션의 완성도가 꽤 높은 편입니다. 즉, 바사라라는 케릭터에게 얼마나 끌리느냐 자체에 따라 마크로스 7의 완성도가 크게 올라가느냐, 떨어지느냐가 결정됩니다.

솔직히 바사라라는 케릭터 자체가 애니사 전체적인 관점에서 보았을 때, 매우 독특한 케릭터입니다. 배경 설명도 거의 전무한 상태에서 시도 때도 없이 '내 노래를 들어!'를 외치는 민폐 케릭터의 성격을 띄면서 동시에 어딘가 멋있어 보이는 독특한 아우라를 풍기는 케릭터입니다. 저 같은 경우, 처음 1화에서는 '뭐 이딴 놈이 다있어?'에서 13화쯤 가니까 '이놈 도대체 왜이러는데?'에서 30화 이상 넘어가면서 '바사라! 바사라!'를 외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해서 매우 놀랐던 기억이 있습니다.(심지어 애니 초반에 라이벌이었던 감린 마저도 마지막에는 바사라의 최대 광팬이 되니 말 다했;) 그러므로 바사라라는 케릭터와 자신이 상성이 맞는다면, 49화 내내 즐거운 애니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만 전투 작화라는 측면에서는 마크로스로서 많이 아쉬운 작품인데, 거짓말 하나도 안보태고 완전히 DDR입니다. 49화까지 계속 보면 전투패턴을 다 외웁니다(.......) '위, 아래, 좌, 우, 거기서 한 번 총쏘고, 그다음에 상, 하, 좌, 우, 다시 한번 더 총 쏘고....' 계속 이런 식입니다;; 솔직히 액션이라는 것은 아슬아슬해야 재미인데, 마크로스 7은 그런 맛이 거의 없어요; VF-11 선더볼트는 나오면 항상 15초도 안되서 다 발리거나, 스피릿치아 빼앗겨서 정줄 놓아버리고, 바사라나 감린은 항상 똑같은 패턴으로 적을 피하고...마크로스 시리즈 전체적으로 본다면 액션 연출이 가장 나쁜 작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마크로스 7 TVA는 생각보다 잘 만들어진 작품입니다. 다만 기존의 마크로스 라는 시리즈의 전체적 일관성, 법칙에 비추어 보았을 때는 너무 벗어나는 작품이며, 이로 인해 취향을 극도로 가리는 애니이기도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기존의 마크로스 시리즈의 관점에서 본다면 이상한 작품 취급 받을 수 있지만, 음악과 바사라라는 케릭터에 초점을 맞추고 본다면 매우 재밌게 볼 수 있는 작품입니다.

마크로스 7:다이나마이트

어떤 의미로 마크로스 7이 지향하고자 했던 컨셉을 잘 보여주는 애니메이션입니다. 솔직히 원작 TVA처럼 프로토 컬쳐가 만들어 놓은 병기들을 처리하는 우주 최고의 캐사기 케릭터 바사라(슈로대 3차 알파 최종 보스마저도 인정한 그 사기성;;)가 악마들에게 음악을 전파해서 우주를 구했다 라는 스토리는 아무리 좋게 평가해도 스토리 측면에서는 썩 좋지 않습니다. 좀 나쁘게 이야기 하면 유치하다고 할 정도니까요. 그리고 모든 갈등이 한 인물에게 집중 되다 보니까, 전체적 흐름 측면에서도 좋다고 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마크로스 7:다이나마이트(이하 OVA)는 그러한 문제점을 뛰어넘어 전체적으로 납득할 수 있는 작품을 만들어 내었습니다.

OVA에서는 외계 악마가 아니라, 우주 고래라는 생물이 나옵니다. 그리고 우주 고래 밀렵꾼과 우주 고래에게 아내를 잃고 우주 고래를 뒤쫒는 젠트라디인 등 우주고래라는 소재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어찌보면, 고래라는 소재는 모비 딕 이후에 계속 꾸준히 쓰이고 있는 소재로 사람들에게 신비감을 주는 소재입니다(물속에서 숨쉬는 거대한 포유류라는 의미 이외에도 말입니다;) 이렇게 OVA는 바사라라는 케릭터와 우주고래와 바사라 사이의 소통을 보여줍니다. 솔직히 OVA는 갈등이나 이야기 전개랄 것이 거의 없습니다. 그 둘사이의 소통에 초점을 맞추고 그 과정을 보여주는 것이 전부이니까요. 그러나 이러한 소통 과정을 신비롭게 포장한 것과, 아무도 바사라의 소통과 음악을 이해하려고 하지 못하다가 결국은 이를 이해하게 된다는 스토리는 본편 TVA 보다 더 좋다고 할 수 있습니다.

다만, 1쿨 정도의 길이가 되면 충분할 내용을 4화 안에 무리하게 압축시켜버리는 바람에, 우주고래를 둘러싼 소통과 갈등에 대한 이유나 근거가 많이 부족한 편이며, 바사라라는 캐릭터에 대한 사전지식이 없으면 도저히 이해 불가능한 바사라의 캐릭터성 때문에 TV판을 보지 않은 이들에게는 다소 작품을 감정이입하기 힘들다는 단점도 있습니다.

그러나 OVA는 TVA를 재밌게 본 사람들에게는 매우 좋은 작품입니다. 일단 바사라라는 케릭터에게 어울리는 소재이면서, 동시에 TVA에서 부족했던 액션신을 화려하게 처리해서 높은 질의 작화수준을 보여줍니다. 여전히 몇몇 단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마크로스 7: 다이너마이트는 마크로스 7의 작품군 중에서는 가장 마크로스 7을 대표하는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마크로스7 플러스 & 앙코르 & 극장판 '은하가 나를 부른다!'

플러스나 앙코르는 솔직히 둘다 마크로스 7의 독자적 작품이라 하기에는 좀 미묘한 작품입니다. 플러스 같은 경우에는 마크로스 7 TVA에 관련된 짧은 영상-편당 1~2분 정도?-들을 보아둔 작품이고, 앙코르는 마크로스 7 TVA 중 DVD에만 수록된 미방영분 3화(마크로스 7 TVA 총 49화+미방영분 3화=정확하게 4쿨)를 지칭, 그리고 극장판은 마크로스 플러스 극장판과 함께 상영한 작품으로 길이도 한화 정도의 길이에 내용도 TVA내용 중 스핀 오프 형식으로 낸 것이라서 독자적인 작품이라 할 수 없습니다.

딱히 이 작품들(?)에 대해서 이야기 할 거리는 없습니다. 다만, 플러스와 앙코르는 TVA 설정을 보충한다는 느낌이 강한데, 앙코르 같은 경우에는 밀레느와의 만남과 파이어 봄버 맴버들이 만나는 과정을 보여주는 내용이고(거기에 '최강녀의 함대'), 플러스 같은 경우에는 게페르니치와 기길 등의 프로토 데빌이 깨어나는 모습 등을 담고 있는 영상도 있기 때문입니다. 결과적으로 마크로스 7의 팬들이 본다면 좋아할 만한 클립들이나 뒷이야기들이지만, 마크로스 7을 이해하는데 있어서 꼭 필요한 작품은 아니라고 봅니다.

마크로스 7 트래쉬(만화)

한 마디로 말하자면, 괴작(.......) 가끔가다가 이런 작품이 왜 나오는지 이해가 안됩니다. 마크로스 7이라는 칭호를 쓰면서 바사라도 안 나오고, 주인공은 무려 맥스 함장의 숨겨놓은 자식이라는 초유의 괴이한 설정을 바탕으로, 마크로스 7 TVA나 OVA에는 나오지도 않은 이상한 스포츠를 하는 것이 주요 내용입니다(.......) 솔직히 만화 자체 보다는 맥스의 숨겨진 아들이 주인공이라는 시점부터 힘 빠져서 끝까지 보지 못한 작품입니다;

결론

마크로스 7은 한마디로 바사라의, 바사라를 위한, 바사라에 의한 마크로스입니다. 물론 한 캐릭터에 집중해서 작품을 진행한다는 것은 그만큼 많은 부담을 지게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바사라는 전 애니메이션 사를 통틀어서 독특한 페르소나를 가지고 있는 캐릭터이기 때문에 작품 시리즈 자체가 충분히 매력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음회에는 마크로스 OVA인 플러스와 제로를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덧. 이거 쓰는데 근 한달가까이 걸렸군요;;
덧2.생각보다 쓰기 힘든 글이었습니다;

애니, 만화, 영화 이야기/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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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화의 명장면, 초급 패왕 전영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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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담 머리만 납두고 몸만 돌아가는게 가능하냐고 물으면 지는거다!
도몬, 간다! - 네, 스승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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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오오오오오!)


요즘 생활의 활력소인 기동무투전 G 건담. 이거 처음 방영했을때 건담 팬들이 '이건 건담도 아니야'라고 했는데, 이거 진짜 건담 아닙니다(.....) 건담의 탈을 뒤집어 쓴 무언가죠. G건담 방영당시에는 수많은 우주세기 팬들이 '이건 건담도 아니야!'라고 했는데, 워낙이 독특한 건담이 되다보니(.......) 후에는 우주세기 펜들마저도 인정한 놀라운 건담이 되버리고 말았습니다. 현재는 원 우주세기 팬들을 비롯, 시드 데스티니 팬들 마저도 인정하는 놀라운 건담이 되버리고 말았습니다.

G 건담의 스토리는 정말 별 거 없습니다. 그냥 우주의 패권을 두고 각국의 건담들 끼리 치고 받는다는 내용의 건담파이트, 그리고 건담 파이터 들간에 피어나는 우정을 다루는, 그야 말로 열혈 무협물 이라는 느낌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바로 이런 걸 '건담'이라는 소재를 가지고 이런 황당한 열혈 무협물을 만들어냈다는 것이 깬다는 것입니다. 그 당시 우주세기로 비롯되는 건담 시리즈는 거의 대부분이 무거운 분위기와 슈퍼 로봇에 비교되는 리얼 로봇물-솔직히 슈로대로 인해서 생기게 된 구분이지만, 저는 이 구분이 마음에 안들더군요;;- 의 시작점이자 대가로서 수많은 사람들을 아직까지도 열광하게 만드는 시리즈입니다.(정작 토미노옹은 싫어하지만;;) 하지만 G 건담은 애시당초부터 그런거 없습니다. 리얼? 그거 뭔가요? 이미 동방불패가 MS를 맨손으로 때려잡기 전에 리얼이라는 단어는 제 머릿속에서 사라져 버렸습니다. 무거운 분위기? 이미 1화에서 샤이닝 핑거로 발차기 건담(원래는 이탈리아의 네로스 건담이지만, 그냥 발차기 건담)과 함께 우주 저멀리 날아가버렸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G 건담은 재밌습니다. 아니, 유쾌하달까요? 매화 매화 괴악한 센스를 보여주면서, 애니를 진행시켜 나갑니다. 25화의 명장면인 링반동(.......)이나, 맨손으로 MS를 때려잡는 동방불패, 등장 2화 만에 죽어버린 전 셔플 동맹 등 요즘으로 보더라도 매우 신선한 느낌(?)의 센스를 보여줍니다. 어쩌면 건담의 기존 이미지를 조롱하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괴악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특히 건담의 모습은 주로 각국의 명물이나 상징을 표현하는 것들로 나옵니다. 즉, 옛날 건담들은 '전투병기로서의 이미지->멋을 내야겠다.'라는 느낌의 디자인이었는데, G 건담의 건담들은 '각국을 상징하는 건담을 만들어야겠다.->멋 같은건 어찌되든 상관없어!'라는 느낌의 디자인을 보여줍니다. 예를 들어, 네오 그리스의 제우스 건담은 마차를 타고 나옵니다(아니, 건담이 왜 마차를 타고 나와! 라고 하는 순간 여러분은 진 것입니다. 나중에 레인이 풍운재기라는 말 모양의 건담을 타고 나와서 도몬과 함께 러브러브 석파천경권 쓰고 다닙니다.) 그리고 네오 프랑스의 건담 로즈는 장미(모양의 빔판넬)로 공격하고, 네오 아메리카의 건담 멕스터는 무려 권투 글러브를 끼고 파이트에 임합니다. 그외에 온갖 깨는 건담들이 있으니, 이를 확인하고 싶으시면 직접 보시면 됩니다.

하지만 디자인으로만 따진다면 이 2가지 건담을 꼽을수 있겠지요.



뭐, 하여간 제가 보기에는 G 건담은 유쾌한 애니입니다. 이 작품만 따로 때어놓고 본다면 괴악한 센스의 슈퍼 열혈 용자물이라 할 수 있겠지만, 건담 시리즈의 연장선상에서 본다면 건담을 뛰어넘는 특이한 위치의 작품이라 볼 수 있군요. 게다가 애니 자체도 유쾌하게 진행이 되기 때문에, 가볍게 감상하신다면 크게 부담없이 즐기실수 있으리라 봅니다.  
애니, 만화, 영화 이야기/리뷰

전 1부:[기획]마크로스 시리즈-1부:시리즈 전체적인 감상 포인트

980년대의 마크로스 시리즈가 처음 시작했을 때, 옛 70년대 80년대 로봇 애니들과는 다른 매력 요소들을 중심으로 많은 팬층을 확보하였습니다. 이 시기의 마크로스 시리즈-...라 해봤자, 원작 마크로스 TVA를 기초로 한 시리즈들이지만-는 이 시리즈의 전형적인 특징들을 확립하는 시기였고, 후대의 마크로스 시리즈들은 이 원작의 특징을 토대로 변화를 꽤하는 형식으로 애니들이 제작되었습니다. 이 시기만의 특징을 이야기 한다면, 애니메이션의 표현 기법을 벗어나서 드라마나 영화, 뮤직 비디오 등의 대중 매체적 표현 방식을 많이 사용했다는 점입니다. 일단은 각각의 80년대 마크로스 시리즈를 리뷰하면서 특징을 보도록 하겠습니다.

초시공 요새 마크로스(19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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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신화에는 그 시작이 있습니다. 그러나 마크로스 시리즈의 첫 작품인 1982년 작, TV 애니메이션(총 36화)은 정확히 이야기 하자면 신화의 시작이라 할 수 없습니다. 물론 마크로스 시리즈의 전형적인 특징을 다 지니고 있지만, 그러한 요소들이 정돈이 되지 않아서 겉도는 듯한 느낌을 어느 정도 주는 것은 사실입니다. 즉, 마크로스 시리즈의 거의 중요한 요소들을 다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고, 나름의 독특한 매력 포인트들-삼각 관계, 대중 음악, 화려한 전투 등-을 가지고 있던 것은 사실이지만, 원작만 본다면 마크로스 시리즈가 왜 그렇게 성공하였는지 이해 할 수 없습니다.

물론 원작 TVA는 애니메이션 자체의 완성도는 나름 즐길 만한 수준이지만, 원작 TVA의 극장판, '사랑, 기억하고 있습니까'에서 이러한 원작 TVA의 매력 요소들을 다시 재구축하여서 마크로스 세계관에 있어서 정체성을 확립하는데 성공하였고, 이 덕분에 마크로스 시리즈가 근 30년 정도를 많은 팬들에게 사랑 받을수 있게 되었다고 보는 것이 가장 타당할 것입니다. 원작 TVA에 대해서 간단하게 평을 하자면, 시리즈의 정체성 구축을 위한 토대를 마련하였다 정도로 평할 수 있겠습니다.

마크로스 시리즈 중에서 원작이 가지는 독특함은 바로 특유의 드라마성입니다. 카와모리 쇼지는 원작 마크로스에 대해서 '마크로스 사가에 있어서 TV드라마'라고 하였고, 실제로도 그런 특징이 강하게 드러나는 작품입니다. 재밌는 점은 이러한 TV 드라마 성이 주요 3인물-민메이, 히카루, 미사-에게서만 나오는 것이 아니라, 거의 대부분의 인물들에게 나타난다는 점입니다. 클로디아와 포커의 연애, 글로벌 함장의 고뇌, 미리아와 막스의 갈등과 결혼(다만 그 과정이 좀 그랬지만), 시트콤에서 자주 볼 법한 오퍼레이터 3인방 등 주변인물들의 갈등과 사랑을 거의 드라마처럼 만들어버렸다는 것이 매우 독특한 점입니다.

마크로스 원작은 만들어지기까지 많은 사연이 있는 애니메이션입니다. 처음에는 스튜디오 누에 측에서 원작 기획을 낼 때 단독으로 제작에 착수하지 못하자, 타츠노코 프로덕션의 제작, 빅웨스트의 지원을 받아서 만들기 시작하였습니다.(이것이 후에 저작권 분쟁의 시발점이 됩니다.) 엄밀히 이야기해서, 처음에 마크로스는 그저 '거대한 전함이 있고 그 안은 사람이 살 정도로 크다.'라는 컨셉으로 출발하였고, 우리가 생각하는 마크로스의 전형적인 요소들은 전혀 가지고 있지 않았습니다. 처음에는 좀 진지한 로봇 메카물을 생각하고 만들려고 했는데, 우여곡절을 거친 끝에 연애드라마의 성격을 띈 메카물로 전향을 하게 되었습니다. 원래 타츠노코 측에서는 페러디 개그 만화 측의 시나리오를 지지하고 나섰지만, 누에 측에서는 초기의 진지한 메카물을 지향하다 보니까, 일종의 타협책으로 연애드라마라는 노선을 선택한 것입니다.

또한 하청을 준 제작사(한국의 스타프로)와 원 스튜디오 누에 측의 작화의 현저한 질의 차이, 원 기획 단계에서 존재했던 감찰군이 예산으로 인해서 애니 내내 언급만 되고 나오지 않는 등의 스토리의 결함 등이 있었습니다. 시리즈의 구성 또한 객관적으로 보았을 때, 매우 허술하여서 원 27화 완결인 애니메이션의 스토리를 완성시키기 위해서 초반 27화와는 이질적인 9화를 집어넣게 되어서 시리즈 전체적 완성도를 떨어뜨리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러한 문제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원작 마크로스는 과거 애니메이션과 다른 매력 포인트들로 애니메이션 팬들에게서 많은 사랑을 받았고, 후에 마크로스 시리즈의 집대성인 극장판 '사랑, 기억하고 있습니까?'를 제작하게 됩니다.

결과적으로 원작 마크로스는 80년대 초반, 메카 애니메이션에 있어서 결정적인 전환점이 되었습니다. 과거 70년대 애니메이션까지 하더라도, 애니메이션은 애니메이션, 드라마는 드라마, 영화는 영화 라는 일종의 연출 기법이나 스토리 구성 등에 있어서 장르의 경계선이 분명하게 있었습니다. 물론 애니메이션의 스토리 구조나 내용들을 드라마나 일반적인 TV 대중 장르에서 따오는 경우도 있었지만, 이를 애니메이션의 컨셉 자체로 삼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었기 때문입니다. 원작 마크로스는 이러한 경계를 뛰어넘어서 드라마의 연출과 아이돌이라는 대중 음악적 소재를 적극적으로 기용함으로서 그 전의 애니메이션과 차별성을 부여하고, 또 나아가서 애니메이션이라는 장르가 가지는 한계를 뛰어넘게 하는 하나의 기점을 만들어내었습니다.

그러나 서론에서 말씀 드렸듯이 전설적인 시리즈의 시작으로 보기에는 그 완성도는 떨어지며, 위에서 지적한 문제들이 있기 때문에, 완성도 자체는 떨어집니다. 실제로도 제작진들이 마크로스와 함께 여러 애니메이션의 제작을 병행하고, 또 중간에 만들다가 나가는 제작진도 있고, 새로 들어오는 제작진이 있는 등 매우 열악한 상황에서 마크로스를 제작하였기 때문에, 이를 아쉬워 한 많은 제작진들이 다시 모여서 지금까지의 마크로스 시리즈(일단은 F는 제외)를 통틀어서 가장 훌륭했던 마크로스인, 극장판 '사랑, 기억하고 있습니까?'로 이어지게 됩니다.

덧.

또한 마크로스의 의의는 70년대 이후 애니메이션 계를 이끌 새로운 젊은 피들의 등장이라는 점도 있습니다. 제작진들은 지난 70년대 애니메이션을 이끌었던 주역들과 다른 신예들로 구성이 되었고, 가장 유명한 예로 카와모리 쇼지(메카닉, 콘티 담당), 안노 히데야키(작화 담당), 이타노 이치로(작화 담당) 등이 있습니다.

마크로스-사랑, 기억하고 있습니까?(19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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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로스의 전설은 여기서 시작하였다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완성도가 높은 작품입니다. 일본 거품 경제의 절정에 이르렀을 당시의 작화, 짜임새 있는 연출, 감동적인 노래 등 84년도 처음 나왔을 당시에도 엄청난 작품이었고 지금 다시 봐도 훌륭한 작품으로, 또한 마크로스 시리즈의 정체성을 확실하게 확립한 작품입니다. '사랑, 기억하고 있습니까?'의 엄청난 완성도를 토대로 마크로스 시리즈는 고정 팬층을 확보 할 수 있었고, 시리즈를 계속 제작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사랑, 기억하고 있습니까?'의 가장 독특한 점은 바로 마크로스 사가 내부에 존재하는 영화라는 점입니다. 극장판이 제작된 배경은 서기 2031년 젠트라디 2차 봉기로 인해서 악화된 젠트라디 인과 인류와의 관계를 돌리기 위한 영화로써 제작 된 것입니다. 즉, 애니메이션 세계관 내부의 대중문화의 한 형태인 영화의 형식을 취하는 것인데, 이는 후에 카와모리 쇼지가 계속 주장하고 있는 마크로스 시리즈의 정체성, 즉 '마크로스 사가 내부에서 소비하기 위한 대중매체가 바로 마크로스 시리즈의 작품들이다'라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가 됩니다. 특히 극장판은 마크로스 시리즈의 아버지라 할 수 있는 원작자 카와모리 쇼지가 직접 감독을 맡은 첫 마크로스 시리즈로-원작에서 카와모리는 콘티 담당이었습니다. 원작자로 참여한 것은 이 시점부터입니다-, '이것이 내가 이야기 하고 싶은 마크로스다.'라는 것을 여지 없이 드러내고 있습니다.

극장판은 애시당초부터 마크로스 사가 내에서 영화를 생각하고 만들어진 작품이기 때문에, 실제 영화적인 연출이나 표현 방식을 많이 쓰고 있습니다. 연출이나 대사, 스토리 자체가 120분이라는 한도 내에서 짜임새있게 구성되어있습니다. 그러나 원작 마크로스 자체가 36화나 되는 긴 원작이었고, 또한 이미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마크로스 사가 내부에서 소비하기 위한 물건으로 설정이 된 만큼, 설정이나 스토리, 관계 등에 대해서 친절하게 설명을 할 수 없다는 큰 문제점을 가지고 있고, 이러한 제한된 상황에서는 짜임새 있는 표현이 불가능하다는 문제를 제작 당시부터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극장판은 엄청난 모험을 하고 있는데, 그것은 바로 원작에 나왔던 설정을 120분짜리 영화를 위해서 거의 뜯어 고쳐버린 것입니다. 원작 마크로스에서 나왔던 젠트라디의 적대 세력 감찰군을 젠트란디의 여성군인 멜트란디로 바꾸고, 젠트라디와 멜트란디의 컨셉을 원작과 완벽하게 다르게 설정, 그리고 마크로스 디자인부터 내부 풍경을 싸그리 교채, 심지어 케릭터의 만남과 배경 또한 완전히 뜯어 고치는 등, 영화판을 위해서 원작 마크로스를 뜯어 고쳐버린 것입니다.

물론 '현재까지' 나온 마크로스 사가에 의하면, 원작 마크로스가 사가의 정설이고, 극장판은 마크로스 사가 내에서는 영화를 위해서 역사적 사실을 재해석 했다고 봅니다. (솔직히 이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고, 여러 근거에 비추어 보았을 때 이는 타당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이는 추후에 설정을 다루는 파트에서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극장판은 드라마 적인 측면에서 히카루, 민메이, 미사의 삼각구도를 중심으로 모든 인물의 갈등관계와 애정 관계를 정리하였기-정확한 표현으로는 '없애버렸기'- 때문에, 매우 간결하다는 인상을 받게 됩니다. 심지어는 미사와 히카루가 폐허가 된 지구에 폴드한 장면, 처음 히카루와 민메이가 만나는 부분, 데이트 하는 부분 등 거의 연극적이라 봐도 좋을 만큼 세명의 연애와 갈등에 대해서 포커스를 맞추었기 때문에,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그만큼 그 세명의 갈등, 심리묘사, 그리고 갈등의 해소를 표현하는데 심혈을 기울였습니다. 예를 들어 민메이가 뒤에서 히카루를 껴안았을 때, 커피 포트에서 넘치는 커피라던가-흘러 넘치는 감정-, 미사의 울던 뒷모습 등 전형적인 영화적 연출이지만 보는 사람에게 그감정이 전달 될 정도로 엄청난 연출력을 보여줍니다. 이러한 연출력을 토대로 극장판은 마지막 민메이 어택까지 이어지게 되는 것이고, 그 과정이 전혀 어색하지 않게 이어지게 되는 것입니다. 결과적으로 이렇게 3인의 이야기에 초점을 맞춘 것이 드라마적인 측면에서 극장판의 완성도를 높이면서, 매우 마크로스적인, 또한 마크로스 자체의 정체성을 확립하는데 기여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다만, 무리하게 마크로스 원작의 설정을 뜯어고쳤기 때문에, 극장판과 원작사이에 생기는 괴리감의 부담은 심합니다. 특히 원작에 대해서 전혀 설명이 없기 때문에, 처음 보는 사람에게 잘못했다가는 이해불가능의 스토리를 보여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기본적인 설정과 이야기 구조를 알고 본다면 마크로스 '사랑, 기억하고 있습니까?'은 놀라운 완성도를 보여주는 작품이며, 현존하는 마크로스 시리즈 최고의 작품이자, 애니메이션 사에 한획을 그은 작품이라 감히 이야기 할 수 있을 정도로 훌륭한 작품입니다.

마크로스 FLASH BACK 2012(19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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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식 마크로스 사가에는 들어가지는 않지만, 민메이의 노래- 천사의 그림물감 Part1(天使の絵の具 part1), SUNSET BEACH, 0-G LOVE 샤아파이롱(小白竜)(메들리풍), 실버문 레드문(シルバームーン レッドムーン), 사랑은 흐른다 part2(愛は流れる part2), 신데렐라(シンデレラ), 사랑.기억하나요(愛・おぼえていますか), 천사의 그림물감 part2(天使の絵の具 part2), 런너(ランナー)(후지와라 마코토/이이지마 마리 듀엣 버전), 이런 순서대로-를 토대로 만들어진 뮤직비디오입니다. 마크로스 원작과 극장판의 노래가 둘다 나오기 때문에, 영상원을 두가지 섞어쓰고 있는데, 이거 덕분에 좀 미묘한 분위기를 내지만-특히 원작 작화가 안좋은 부분과 극장판이 같이 나와서 미묘합니다;;-, 원작과 극장판 둘다 보신 분이라면 보셔도 후회는 안하는 작품입니다.

재밌는 점은 이게 2012년 대형 이주선단 메가로드 1호 출발시, 민메이 고별 콘서트를 하면서 민메이가 과거를 회상하는 형식으로 만들어진 작품이라는 점입니다. 잘보면 히카루하고 미사도 다 나옵니다. 그것도 극장판으로. 그런데, 나오는 영상은 극장판+원작이라는 점은 사람들을 충분히 햇갈리게 하는데, 아직 마크로스 사가에 있어서 스토리와 설정이 잔뜩 꼬이지 않았으므로 이정도 햇갈리는 것은 일도 아닙니다.

다음회에는 마크로스 7 시리즈를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애니, 만화, 영화 이야기/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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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뭐, 워낙이 말이 많고 유명한(물론 여러가지 의미에서) 나스 키노코의 소설, 공의 경계의 애니메이션 판입니다. 7부까지 나올 예정이며, 현재 일본에서 3부까지, 그리고 DVD로는 1부가 나온 상태입니다. 나스 키노코는 동인계의 전설이라 할 수 있는 Type-Moon의 작가로, Fate/Stay Night와 월희와 소설 공의 경계, 그리고 최근 마법사의 밤의 시나리오를 쓰고 있는 중입니다. 원작의 게임이나 소설은 한번도 읽지 않았습니다만, 주변 동기나 친구들에게 그의 문체에 대해서 많은 이야기를 들어서 어느 정도 알고 있었습니다. 뭐랄까, 은근히 꼬아 쓰는 문체라던가, 미묘한 느낌의 분위기 등 여러가지 특색을 가지고 있는 작가입니다. 뭐, 개인적인 취향과는 잘 맞지는 않지만, 요즘 잘나가고 있는 작가중에 하나더군요.

 이번작 1부 부감풍경은 나름 분위기를 잘 잡은 느낌의 작품입니다. 공의 경계 원작을 보지는 않았지만, 도시의 황량함이나 오컬트적인 분위기, 가라앉은 분위기를 훌륭하게 표현했습니다. 작화의 완성도도 훌륭한 느낌. 코요테 레그 타임쇼와 후타코이 얼터너티브를 만든 ufotable입니다. 공의 경계의 작화가 나름 봐줄만 하지만, 엄밀히 이야기하면 극장판의 퀄리티는 아닙니다.  뭐, 혹자는 이야기 하길 '교토 애니메이션의 FMP 3기 작화 보다 못하다.'라고 합니다만, 솔직히 교토 애니메이션은 현존하는 고퀄리티 작화진을 갖춘 몇 안되는 회사이고, FMP 3기는 지금까지 나온 왠만한 극장판 애니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작화이라고 저는 생각하니 공의 경계의 작화와 FMP 3기의 작화를 비교하는 것 자체가 무리라고 생각합니다. 솔직히 공의 경계의 작화는 극장판의 작화라기 보다는 OVA 작화에 가깝습니다. 눈 돌아갈 정도의 퀄리티를 전체적으로 유지하는 것이 아니라, 몇몇 전투작화에서 동화를 화끈하게 표현을 하고, 반대로 정적인 분위기의 장면에서는 매우 정적인 분위기를 유지, 동화를 최소한으로 씁니다. 전형적인 OVA적인 작화이더군요. 그리고 애니의 길이 자체 또한 애매해서-50분 정도?- 극장판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많습니다.

 솔직히 공의 경계-부감풍경의 내용은 단순합니다. 보통 인간이 볼 수 없는 것을 보는 소녀, 시키. 그리고 도시의 폐허에 존재하는 이질적인 존재들. 그리고 마법사. 엄밀히 이야기해서 제가 느낀 감상으로는 도시 전설을 이리저리 끌어다 붙여서 설정의 바탕을 구성하는 시나리오를 보는 듯한 느낌입니다.(이런걸 나스 식이라고 하나요? 나스식의 게임이나 소설은 하나도 읽지 않아서;;) 어찌 본다면, 매우 평범한 느낌의 시나리오입니다만, 이걸 커버하는 것은 소위 나스체로 불리는 어투입니다.

토우코: "뭐랄까, 거긴 시간이 뒤엉켜 있어. 순서가 반대로라고 하면 되나? 인간의 기억, 아니, 기록인가? 그 빌딩은 그런 기록만의 시간 경과가 느려. 그 애들의 생전 기록이 아직 원래 애들의 시간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어. 결과, 회상만이 살아있지. 인간이 죽어도 기억하는 자가 있는 한은 갑자기 무가 되진 않아. 불을 꺼도 연기가 갑자기 소실되진 않는 것처럼."

토우코: "높은 곳에서 보는 풍경은 뭘 연상시킨다고 생각해? 자신이 사는 세계를 한눈에 담았을 때 느끼는 충동. 설령 본인이 그걸 거부하더라도. 불시에 찾아드는 폭력과도 같은 인식. 부감의 시계가 가져오는 감정. 그건 '멀다'야.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는 풍경은 장관이야. 아무것도 아닌 경치조차 굉장하다고 느껴버려. 그래도, 너무 넓은 시계는 오히려 세계와의 격차를 만드는 법이야. 자신이 체감할 수 있는 좁은 공간보다, 자기가 보는 넓은 풍경을 사는 세계로 인식하는 건 원래는 옳아. 하지만, 아무래도 이 넓은 세계에 자신이 존재한다는 실감을 가지지 못해. 여기서 지식으로서의 이성과 경험으로서의 실감이 마찰해 이윽고 어느 한 쪽이 닳아 의식이 혼란스럽기 시작해 그리고… 시계란 건 안구가 잡은 영상이 아니라 뇌가 이해하는 영상이야. 우리 시계는 우리상식의 보호를 받고 있어. 인간은 자신의 상자를 이탈해서는 살 수 없다고. 원래라면."   

솔직히 나스체는 접해보지 않았지만, 이런게 나스체라고 생각해도 되는 거라면 이건 미묘하군요. 솔직히, 애니메이션이 점점 발전하면 발전하면 할 수록, 인상을 강하게 만들기 위해서 화면의 구도나 카메라의 위치, 미장센을 짜임세 있게 짜거나 혹은 그것이 힘들 때는 인물의 대사를 통해서 애니메이션에서 이야기 하고자 하는 것을 직접, 간접적으로 표출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전자의 대표적인 경우로는 충사가 있고, 후자의 경우에는 강철의 연금술사 같은 미즈시마 세이지로식 연출 법이 있습니다. 나스의 대사 같은 경우에는 후자입니다. 다만 문제는 뭐랄까, 내용의 진부함의 공백을 체우기 위해서 대사를 꼬아서 이야기 하고 있는 듯한 느낌입니다. 평소 혹은 학술적인 자리에도 쓰지 않을 법한 이 기묘한 어투는, 처음 보는 사람을 매료 시킬 수도 있지만 점점 짜증나게 만드는 듯한 연출입니다. 솔직히 대사에 치중하기 보다는 연출 등으로 분위기를 잡는 것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실제로도 애니메이션 내에서도 연출은 괜찮지만(좀 진부하긴 하지만;;), 대사 덕분에 분위기에 몰입이 잘 안되더군요;; 뭐, 혹자는 나스의 미덕은 연출로 보면서, 애니메이션의 연출을 좋지않다고 하지만, 이정도면 그냥 봐줄만 한 수준입니다. 솔직히 원작을 보지 않은 저로서는 이정도의 연출도 봐줄만 하군요.

결과적으로 공의 경계-부감풍경은 OVA 시리즈의 시작으로 보기에는 딱 적절한 느낌의 작품입니다. 그런데, 나스식의 대사는 좋지는 않군요. 연출은 뭐 그렇다고 치더라도, 결과적으로 원작과 비교하기 위해서는 소설을 읽어봐야 하는데...여기저기서 들리는 평에 의하면, 이세상에서 가장 두꺼운 냄비받침(......)이라는 평을 소설이 듣더군요. 이걸 계속 봐야 하는지는 결과적으로 원작을 봐야 알게 될 거 같습니다.


ps.지난 이틀동안 위염+감기 크리먹고 뻗었습니다. 그거 덕분에 어제 일본어 단어 시험을 말았다는;;;
애니, 만화, 영화 이야기/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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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코스프레 한 인간 좀 짱인듯?)

 시기적으로는 스피드 레이서보다 더 먼저 보기는 했지만, 리뷰는 나중에 올라오는 군요;; 아이언멘은 마블의 유명 코믹스의 슈퍼 히어로로, 기존의 슈퍼 히어로들이 초능력이라는 초 과학적인 능력(뭐, 나름의 설명은 있기는 하지만;;)을 토대로 활약을 하는 반면에, 아이언 멘은 초능력도 없이 오로지 자신의 노력으로 슈퍼 히어로가 된 케이스라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초기 아이언 멘이 구소련을 대상으로 공산주의자와 싸우다가, 후에 소비에트 연방이 무너지자 다른 슈퍼 히어로와 달리 '미국'을 지키는 히어로라는 특이한 이미지로 변신을 시도합니다. 영화 아이언 맨은 그러한 아이언 맨의 두가지 특징-노력과 미국의 수호-을 기반으로 하면서, 거기서 또 변용을 합니다.

 아이언 맨은 생각외로 액션신이 없는 블록 버스터라고 볼 수 있는데, 이는 영화의 거의 대부분을 초기 아이언 맨, 마크 1, 마크 2로 넘어가는 업그레이드와 개조의 과정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토니 스타크라는 괴짜 히어로에 초점을 맞추고, 이를 통해서 스파이더멘, 판타스틱 4 이후로 슈퍼 히어로 개인의 이야기를 중점적으로 다루는 경향을 계승하고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이러한 조합은 좋게 이야기하면 영화의 흥행 공식과 같은 안전성을 따르는 것이고, 나쁘게 이야기하면 도식을 그냥 따르는 것에 불과하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뭐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언맨이 다른 히어로물들과 아주 큰 차이가 나는 게 있다고 본다면, 그것은 바로 토니 스타크라는 주인공의 케릭터성입니다. 이미 판타스틱 4에서 고뇌하는 히어로에 대한 공식을 박살 내었지만, 아이언맨에서는 아예 고뇌를 하지 않습니다. 토니 스타크라는 인물 자체가 워낙이 대인배라서 자신이 틀린 것을 보면, 그걸 그대로 인정을 하고 쿨하게 가는 것 때문입니다. 그래서 영화의 거의 대부분은 토니 스타크의 먼치킨 성과 그의 기예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다른 영화에 비해서 갈등이나 드라마의 전개는 거의 없다고 볼 수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아이언 맨은 아이언 맨의 탄생과정을 다루기 위한 영화입니다. 그렇다면 이는 무엇을 위한 탄생과정인가? 라는 문제가 남게 됩니다. 이는 마블이 독자적인 영화 스튜디오를 설립하면서, 이를 토대로 자사의 코믹스를 영화화하기 위한 박차를 가하는 일종의 토대로서의 시발점인 영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즉, 아이언 맨은 제작 당시에 그 후속작이 이미 예정되어 있었으며, 다른 마블 코믹스 원작의 영화에 나오기 위한 일종의 포석이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실제 아이언 맨 2편은 2010년 개봉을 목표로 제작중이며, 올해 개봉하는 인크레더블 헐크에서는 아이언 맨이 카메오로 나옵니다. 게다가 아시는 분은 다 아시는 아이언 맨의 숨겨진 요소들-S.H.E.I.L.D라던가, 워머신의 등장을 예고 하는 장면이나, 마지막에 쉴드 국장이 나와서 스타크 넌 쪼랩에 불과해! 라고 이야기 하는 장면이라던가-은 이러한 가능성을 높여주고 있습니다.

 뭐, 솔직히 2편을 노리고 만든 작품이고, 토니 스타크가 워낙이 대인배이니, 드라마도 액션도 없이 갑옷만 만들다가 끝났다 라고 평할 수 있습니다. 뭐, 만드는 과정이 또 나름 재밌으니 즐길만 하지만, 모두에게 재미를 선사하리라고는 생각할 수는 없군요. 2편에는 뭔가 화끈한 액션을 기대해 보겠습니다.      

애니, 만화, 영화 이야기/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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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로스 시리즈는 1982년 마이니치 방송에서 10월 3일부터 83년 6월까지 한 원작 TVA를 시작으로 극장판 '사랑, 기억하고 있습니까?', 새로운 TVA 시리즈인 '마크로스 7', '마크로스 F', OVA인 '마크로스 플러스', '마크로스 제로', '마크로스 7 다이너마이트', '마크로스 2:LOVERS AGAIN'와 각종 만화, 게임으로도 나오고, 슈로대에 참전하는 등 26년이 지난 지금에도 많은 팬들에게서 사랑을 받고 있는 애니메이션 시리즈입니다.

마크로스 시리즈는 분위기와 이야기 구조가 각 편마다 천차만별로 다릅니다. 그렇기 때문에 각각의 마크로스 시리즈가 과연 마크로스라는 하나의 이름 아래 통합이 될까라는 의구심이 들 정도로 각각의 개성은 매우 뚜렷합니다만, 마크로스 시리즈를 꿰뚫는 공통점은 존재합니다. 저는 이러한 공통점을 크게 3가지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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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 초시공요새 마크로스는 이치조 히카루, 하야세 미사, 린 민메이라는 삼각구도를 이루고 있다.) 

드라마적 요소(삼각관계)

마크로스 시리즈의 가장 큰 특징은 바로 주인공을 축으로 하는 히로인-히로인 라이벌-주인공이라는 삼각관계입니다.(물론 마크로스 7과 플러스에서는 히로인-라이벌-주인공으로 변용이 되기는 했지만) 이는 마크로스 시리즈의 거의 대부분에서 나오는 공식이며, 애니 스토리에 있어서 중요한 축을 차지합니다. 원작 마크로스서부터 최근작 F까지 주인공은 외적인 측면-외계인, 전쟁 등-와 삼각관계 사이에서 겪는 내적 갈등이라는 두 축의 갈등을 겪게 됩니다. 물론 마크로스 사가에 있어서 이단아로 뽑히는 마크로스 7 같은 경우에는 바사라가 워낙이 대인배인지라(........) 그런 묘사가 나오지는 않지만, 마크로스 시리즈라면 공통적으로 들어 있는 요소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마크로스 사가에서는 무거운 주제의식을 다루지 않고, 주인공이나 주변 인물들의 심리 묘사에 초점을 맞춥니다. 이로 인해서 마크로스 사가는 애니메이션이라기 보다는 오히려 일일 드라마와 비슷한 느낌을 강하게 주며(카와모리 쇼지가 만화를 생각하며 만들었다는 마크로스 7 시리즈는 논외), 다른 장수한 애니메이션 시리즈(ex.건담)와는 다르게 접근하기 쉽다는 매력 포인트를 가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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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 마크로스 F에서의 히로인 쉐릴 놈.
쉐릴은 F에서 마크로스 전 함대에서 가장 인기가 있는 아이돌로 나온다.)


음악

원작 마크로스에서 주인공이나 정 히로인 보다 더 유명한, 아니 어쩌면 마크로스 사가를 통틀어서 가장 유명한 캐릭터를 하나 뽑자면 그건 바로 린 민메이입니다. 원작 마크로스의 가장 큰 특징이기도 한 '히로인의 라이벌의 직업이 아이돌'이라는 것은 그 이후의 마크로스 시리즈에 있어서 큰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습니다. 마크로스 7에서는 바사라가 록 밴드 리더로 나오고, 마크로스 플러스에서는 히로인이 AI 아이돌의 프로듀서로 등장, 제로에서는, F에서는 히로인과 그 라이벌이 각각 아이돌 지망생과 유명 아이돌로 나온다는 점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마크로스는 그 아이돌이나 벤드의 음악을 앨범으로 묶어서 파는 마케팅 전략을 선보였는데, 애니메이션에 나오는 삽입곡을 캐릭터의 앨범 형식으로 파는 것의 시초를 원작 마크로스의 린 민메이로 보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이야기입니다. - 마크로스 시리즈는 음악적으로도 많은 신경을 쓴 작품이 되었는데, 마크로스 7 때는 보컬 바사라의 목소리 부분을 JAM 프로젝트의 -가 맡았고, 마크로스 플러스와 F 같은 경우에는 음악을 칸노 요코(카우보이 비밥, 에스카플로네, 울프스 레인 등의 음악)가 맡는 등 음악 부분에 대해서 많이 신경을 쓰고 있다는 걸 볼 수 있습니다. 그 만큼 마크로스는 듣는 재미가 있는 애니메이션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재밌는 점은 마크로스 시리즈에 있어서 음악은 마크로스 시리즈를 즐기게 하는 중요한 요소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이야기와 갈등을 풀어나가는 중요한 요소이라는 것 입니다. 이는 원작 마크로스에서 문화가 없는 전투민족인 젠트라디를 감화하는 요소로서 음악을 쓰고 있다는 점이 계승되어서 애니메이션 내내 노래와 음악이 갈등을 해결하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게 됩니다. 가장 극명한 사례인 마크로스 7에서는 바사라의 노래가 거의 신급의 능력(.....)으로 갈등을 풀어내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음악이 스토리 전개에 있어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호불호가 심하게 갈릴 수 있다고 봅니다만(즉, 이러한 이야기 전개가 도대체 말이 되는가 등의 물음), 그러한 것을 인지하고 일종의 스토리 전개를 위한 장치로 생각하시고 보신다면 애니를 감상하시는 데에는 큰 지장이 없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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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로스 플러스에서 나왔던 YF-21와 YF-19. 이 둘은 VF-11 선더볼트를 대체할
차세대 기를 선정하는 슈퍼노바 프로젝트에서 서로 경쟁하고,
경쟁에서 이긴 YF-19는 후에 VF-19 엑스칼리버로 마크로스 7에서 실전배치 된다.)

메카닉과 전투 장면

마크로스를 상징하는 물건을 뽑으라면 그것은 바로 3단 가변형 전투기 VF(Variable Fighter, 말그대로 가변형 전투기) 시리즈입니다. 정확히 이야기 하자면 VF는 공식적인 이름으로, 마크로스 세계관에서는 발키리라는 애칭으로 불립니다. 처음 나왔던 VF-1은 80년대 당시의 F-14 톰켓 전투기를 모델로 해서, 대공 전투에 적합한 전투기의 모습, 완전히 전투를 위한 인간형태의 강공형, 좁은 시가지 같은 곳에서 빠르게 움직이기 위한 가워크(강공형과 전투기 형태를 반반 섞은 듯한 느낌)의 3가지 모습으로 자연스럽게 변형하는 모습은 그 당시로서는 엄청난 충격이었습니다. 그런 모습은 후에 많은 애니메이션에서 전투기 형태에서 인간의 형태로 변하는 메카닉들을 등장시켰고(ex. 성전사 단바인에서 빌바인이 전투기 형태로 변형, Z건담에서 Z건담이 전투기 형태로 변형, 건담 W에서 윙건담이 전투기형태로 변형, 더블오에서는 건담 큐리오스가 전투기 형태로 변형 등), 마크로스를 상징하는 물건으로 자리잡게 된 것입니다.


마크로스는 전투기들의 화려한 전투장면 연출로도 유명합니다. 특히 원작같은 경우 이타노 이치세의 현란한 카메라 워크와 작화 그 이후의 전투 장면에 많은 영향을 주었고, 이러한 원작 마크로스의 전투 장면은 이타노 서커스라는 스타일의 시발점이 됩니다. 그 이후의 마크로스 시리즈에서도 그렇게 현란한 카메라 워크와 역동적인 전투장면을 보여주고 있으며(뱅크 샷 뺑뺑이만 돌린 마크로스 7 TV버전은 제외;;), 마크로스 시리즈에 있어서 일종의 전통으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이렇게 마크로스 시리즈를 감상하는데 있어서, 제가 생각하는 3가지 포인트-드라마적 요소와 음악, 메카닉과 전투-를 알고 보신다면, 마크로스를 재밌게 감상하실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마크로스의 매력은 바로 가볍게 즐길 수 있는 대중성이 강하다는 것이고, 보면서 너무 심각하게 대하지만 않으시면 마크로스 시리즈는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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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로스 F에서 나오는 마크로스함. 완전히 노리고 로봇 형태로 만든 마크로스 7과는 달리 SDF-1,
즉 원 마크로스 함에 가까운 형태를 취하고 있다.)

다음 회에는 1980년대의 마크로스 시리즈의 시작인 초시공 요새 마크로스(1982)와 초시공 요새 마크로스:사랑, 기억하고 있습니까?, 마크로스:FLASH BACK 2012(1987)에 대해서 리뷰를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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