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이야기/게임 리뷰




1.

카미야 히데키의 DMC는 여러모로 놀라운 작품이었습니다. 화려한 게임 스타일, 극악한 난이도, 아무리 강한 적을 만나더라도 피식하고 비웃어주는 단테의 케릭터성까지 당대의 게이머에게 엄청난 쇼크와 신드롬을 일으키면서 동시에 후대의 게임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쳤죠. 갓 오브 워 시리즈, 헤븐리 소드, 인슬레이브드, 닌자 가이덴 시리즈, 그리고 지금 개발 중인 아수라의 분노 까지 DMC가 게임 분야에 미친 영향은 세계적으로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DMC의 시리즈 역시 상당한 판매고를 자랑하고 있구요.

하지만, 근래에 들어서 4편의 부진(스테이지 울궈먹기 등...)과 충격과 공포의 5편(닌자 시어리 디렉터=단테) 덕분에 시리즈 자체가 부진하다는 인상을 주고 있죠. 하지만, 카미야 히데키가 캡콤을 퇴사한 이후에 들어간 플래티넘 게임즈에서 만든 작품 '배요네타'가 그간 DMC의 부진을 한방에 뒤집어 버리고 '이것이야 말로 진정한 DMC의 후계작이다'라는 찬사까지 받았죠. 시원시원스런 게임 플래이와 아스트랄의 극치를 달리는 설정과 이야기, 케릭터 등은 어떤 의미로는 DMC의 정통 후계자라 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2.

베요네타의 게임을 언급하기 전에 먼저 짚어야 하는 부분이 바로 베요네타라는 케릭터 그 자체입니다. 트레일러나 일러스트 등을 봤을 때, 과장되다 못해 괴이하다는 인상을 심어줄 정도로 과장된 신체 비례와 묘사는 게이머들 사이에서도 유명한 부분이었죠. 실제 게임 내에서는 그 괴이한 신체 비례를 뛰어넘은 기행들(......)로 게이머에게 깊은 인상을 줍니다. 주로 DMC의 단테가 3편 이후로 개그하는 순정마초의 기믹으로 나가고 있다면 베요네타는 대놓고 대사의 거의 대부분을 섹드립으로 채워버리는(.....) 색녀, 치녀 기믹입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온갖 유치찬란한 개드립들은 리뷰에 일일히 예시를 들기 힘들 정도입니다.

사실 이런 기믹을 활용한다는 것 자체가 게임의 분위기 구성에 상당히 악영향을 미칠수도 있습니다만(그냥 유치해진다던가 등의), 베요네타는 그런 문제를 훌륭하게 극복했습니다. 실제로도 유치찬란해서 웃기기까지 한데 묘하게 멋있는, 한마디로 병신같지만 멋있어! 라는 느낌을 게임 하는 내내 받았습니다. 이런 느낌을 저는 DMC 4의 단테편에서 단테가 장미꽃 물고 개드립 치는거나, 혹은 보스하고 연극의 한장면을 연출하는 장면 등에서 느꼈습니다. 그러나 섹드립을 스타일리쉬와 접목시켜서 개드립으로 승화시켰다는 점에서는 베요네타 쪽이 한 수 위라고 할 수 있습니다.

3.

게임 플래이 자체는 DMC를 기본적으로 따르고 있습니다만, 플래이하는 입장에서 보았을 때는 DMC보다 베요네타 쪽이 훨씬 쉽다는 느낌입니다. DMC 4 기준으로는 네로는 상당히 평이하게 쉽지만(물론 익시드나 차지 샷 들어가면 빡세지지만..), 단테의 조작이 워낙이 괴랄해서 십자패드로 스타일 바꾸면서 동시에 공격을 넣는 상당히 빡빡한 조작감입니다. 하지만, 베요네타는 다른 DMC 계통의 게임들 치고는 상당히 널럴한 조작감을 보여줍니다. 콤보도 공격 버튼을 어떤 타이밍에 집어넣느냐에 따라서 달라지고, 회피도 버튼 하나로 간단하게 해결되니까요. 그렇다고 베요네타 자체가 쉽다고 할 수 없는 것이, 노말 이상의 난이도에서는 회피를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서 난이도가 천차만별로 달라집니다.

베요네타 게임의 가장 큰 특징은 바로 '회피' 그 자체입니다. 여타 게임들에서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사상 최강의 성능을 자랑하는 회피기를 보여주니까요. 기본적으로 무적판정도 길고(심지어 기술 구입을 통해 회피성능을 더 강화시킬수 있습니다) 회피에서 파생되는 기술도 많고, 적공격을 회피하면 위치타임이라는 시간을 느리게 하는 메리트도 있을 뿐더러, 공격중에 공격을 캔슬하면서 회피할 수 있고, 또 닷지 오프 셋이라는 테크닉을 쓰면 캔슬된 콤보를 이어서(!) 할 수 있는 등, 한마디로 더이상 좋을 수 없는 회피기술을 보여줍니다. 여기에 콤보 마지막에 나오는 큰 공격 위키드 위브, 회피로 마력을 쌓아서 쓰는 토치어택까지 결합하면 베요네타의 특이한 게임성이 완성됩니다. 

이렇게 사상 최강의 회피기와 회피중에 끊긴 공격을 이어서 넣을 수 있는 닷지 오프 셋을 통해서 베요네타는 다른 게임들이 보여주지 못하는 독특한 게임성을 자랑합니다. 적의 공격을 회피하면서 콤보를 이어나가거나 중간의 작은 공격은 모두 캔슬하고 콤보 마지막의 위키드 위브만 난사, 혹은 회피를 통해 마력게이지를 쌓아서 토치 어택으로 적에게 큰 데미지를 입히는 등 게임 내내 멈추지 않고 적들을 농락하는, 광고 문구 그대로의 논스톱 클라이맥스 액션을 베요네타는 훌륭하게 재현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경험은 게임 사상 유래를 찾아보기 힘든, 놀라운 경지입니다.

4.

그래픽적인 측면에서는 썩 뛰어나다고 할 수 없는게, 몇몇 부분은 그냥 넘어갈 정도지만, 몇몇 부분은 '이거 좀 심한데' 싶을 정도로 그래픽 수준이 저하됩니다. 갓 오브 워 3와 베요네타를 거의 비슷한 시기에 한 만큼, 그래픽 퀄리티 차이를 심하게 느끼기도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객관적인 판단기준으로도 그래픽적 부분은 떨어집니다. 그 대신 OST나 성우의 연기, 타격음 등의 음향적인 측면에서는 훌륭합니다. 특히 OST의 묘하게 가볍고 밝은 분위기의 음악들은 훌륭한 완성도를 보여줍니다.

5.

결론적으로 콘솔을 가진 사람이라면 꼭 해봐야 하는 추천작입니다. 게임성에서부터 케릭터, 음향 등 거의 대부분의 것들이 엄청난 완성도를 보여주며, DMC의 계보를 잇는 게임들 중에서 가장 훌륭한 게임이라 단언코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