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이야기



베데즈다는 닌텐도 스위치 발표 컨퍼런스에서 스카이림의 이식을 깜짝 발표하였다. 그러고는 올해 9월, 베데즈다는 예고치도 않게 둠 2016과 울펜슈타인 뉴 오더의 이식을 발표한다. 베데즈다가 스위치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는 부분은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었다:그들은 과거 닌텐도와 아무런 접점이 없었던 회사였고, 저스트 댄스 등으로 끝까지 의리를 지켰던 UBI나 돈되면 뭐든지 다하는 EA와 비교하여 보았을 때 스위치라는 모험에 뛰어들 이유도 적은 회사였다. 하지만 베데즈다는 개발사(스카이림)뿐만 아니라 유통사(둠 2016)로써도 스위치를 선택했다. 어디서부터 베데즈다가 닌텐도와 신형 콘솔에 관심을 가졌는지는 모르겠지만, 분명한 것은 베데즈다의 노림수가 그저 단순한 변덕으로 치부하기에는 어렵다. 또한 이식의 수준도 단순히 시류에 편승하는 것 이상으로 훌륭하며 이것이 의미심장한 부분을 만들기도 한다.


먼저 둠 2016의 이식 버전을 보자:스카이림이 PS3와 엑스박스 360 시절의 게임을 옮긴 것이기 때문에 그렇게 놀랍지 않지만, 둠 2016은 충격적이다. 우선, 둠 2016은 작년에 나온 게임으로 id 테크 엔진으로 만들어진 id 소프트의 소위 플래그십 타이틀이었다. PS4와 엑스박스 원으로 60프레임을 뽑아내고 부드러운 애니메이션과 사지를 찍어 죽이는 시각적 쾌감이 뛰어난 게임을 어떻게 성능이 떨어지는 스위치로 이식할 수 있단 말인가. 심지어 스카이림이 스위치 런칭 초기부터 꾸준히 개발하고 준비해왔던 것과 비교해본다면 둠의 이식은 다소 성급하고 뜬금없는 도박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게임을 플레이 하기 전'의 인상이다. 실제 둠 스위치 버전의 놀라운 점은 그래픽적인 열화와 프레임 저하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둠'과 같은 플레이 느낌을 준다는 것이다. 물론, 싱글플레이 초반 30분 인상이 그러하다는 것과 후반에 악마들이 대량으로 몰리는 구간에서는 프레임이 가끔씩 떨어진다는 증언도 간간이 존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프레임을 30프레임에 고정시키고 디테일을 죽이기도 했지만, PC로 한번 클리어한 사람(i7, 램 16기가, GTX970 사양의 피씨로 클리어)도 타협가능한 그래픽을 스위치에서 구현해내고 게임 플레이 감각도 많은 부분 비슷했다는 점은 높게 평가할만 하다. 그리고 이러한 둠의 성공적인 이식은 스위치 게임의 저변을 넓힐 수 있는 초석을 마련하였다:둠 2016이 비록 2016년 최고의 그래픽을 보여준 게임은 아니지만, PS4나 엑스박스 원 수준에서는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의 준수한 그래픽을 자랑한다. 게임의 용량과 장르에 따라 다르겠지만(최신 오픈월드 게임을 그대로 이식하는 것은 무리일 것이다), 그래픽적인 타협을 거친다면 충분히 스위치로 현세대 게임을 이식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흥미로운 점은 둠 2016의 이식이 스위치의 성능을 극한으로 사용하고 있지 않다는 가설이 돌아다닌다는 점이다:스플래툰 2나 슈퍼마리오 오디세이가 발열로 인해서 쿨링팬이 격렬하게 돌아가는 동안, 둠 2016은 플레이타임 내내 정숙한 쿨링을 보여준다. 이걸로 스위치 성능을 100% 활용하지 못한다라고 단정지을 수는 없지만, 버그나 몇몇 이슈들(특히 사운드 씹힘 버그 같이 상당히 성가신 버그들)을 감안하여 보았을 때 둠 2016 자체는 포팅의 완성도 자체가 낮다고 보여진다. 그렇기에 이식이나 제작 초기부터 스위치를 고려한다면 지금보다도 둠 2016 스위치 버전보다 뛰어난 그래픽의 게임도 충분히 나올 가능성이 높다. 오히려 둠 2016 스위치 버전에서 가장 아쉬운 부분은 휴대용 상태에서 섬세한 조작이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둠 2016은 여타 게임들보다 달리고 쏘고 정신없이 움직이는 부분이 많다. 하지만 프로콘이나 별도의 그립을 사용하지 않는다면 휴대 상태의 조이콘은 상당히 불편하게 느껴진다. 


스카이림의 이식은 둠 2016보다도 더 높은 완성도를 보여준다. 물론 스카이림 자체가 엑박 360이나 플삼의 전성기 시절에 나왔다는 점을 감안하고, 스위치의 스펙이 이들을 상회한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별로 놀라운 이식은 아니다. 하지만 근 6년전에 보았던 그래픽을 휴대용 모드에서 그대로 재현하는 점은 충격적인 부분이다. 물리적으로 액박 최고 해상도인 1080P와 스위치 휴대 해상도 720P는 차이가 나지만, 화면 역시도 물리적으로 줄어든 부분이 있기에 상대적으로 휴대용 상태에서 그래픽 열화는 체감되지 않는다. 물론 수풀 등의 디테일을 줄이고, 다소간의 팝인을 겪고는 있지만 스카이림 스위치 버전은 휴대용에서도 엑박 360 수준의 그래픽과 프레임을 안정적으로 유지해준다.


스카이림 스위치 버전의 가장 고무적인 부분은 기존 RPG가 갖고 있었던 기나긴 플레이타임을 분할시켜준다는 데 있다:이제 게임은 대중교통에서도 플레이 가능하고, 집에 와서는 모니터로도 플레이 가능하고, 침대에 누워서 뒹굴거리면서도 플레이할 수 있다. 이 모든 순간에 경험 자체를 이어나갈 수 있다는 점에서 긴 플레이타임을 자랑하는 게임들의 플레이 부담을 상대적으로 낮춰준다:본인의 경우, 직장을 다니면서 게임하는 시간이 대폭 줄었음에도 불구하고 구매 후 4일도 채 안되서 스카이림 플레이 시간은 이미 8시간을 돌파하였다. 여타 스위치 게임들도 이와 비슷한 플레이 패턴을 보여주며, 이는 점점 짧아지는 싱글 게임 플레이 타임을 정면으로 거스를 수 있는 게이밍 환경을 구축하리라 본다.


스카이림과 둠 2016의 포팅은 분명 완벽한 것만은 아니고, 스위치의 성능에 한계가 있다는 문제가 있다. 그러나, 스위치의 성능은 어떻게 보면 최소 조건을 만족시켰다. 현재 게임들도 충분히 옮길 수 있고, 전세대 게임이긴 하지만 오픈월드 RPG도 충분히 옮길 수 있다. 베데즈다가 스카이림 이식에서 주목한 부분은 성능적인 부분(둠 2016)도 있겠지만, 과연 자사의 긴 플레이타임을 가진 게임을 소비자에게 어필할 수 있는가에 대한 고민도 한몫 했으리라 본다. NBA2K18이나 FIFA 2018 같은 게임들도 나오고 있는 만큼, 스위치가 이번에는 과거와 달리 좀 더 넓은 저변의 서드파티를 가졌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잡담/개인적인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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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이야기


게임이 기술의 발전과 밀접한 관련을 가진 산업으로 인식된 데에는 1995년부터 시작된 E3의 공이 혁혁하다 할 수 있다:전세계 모든 콘솔 게임 회사들이 한 곳에서 모여서 기술력과 컨텐츠로 그 해의 게임 패러다임을 결정한다. 게임을 위한 인터넷이나 대중매체가 발전되지 않았던 시기의 E3의 위상은 엄청났으며, 6월에 시작하여 10월 ~ 12월 연말 대목까지 이어지는 마케팅의 흐름을 시작하는 포문이자 더 나아가 수년간의 패러다임을 좌우하는 장이라 할 수 있었다. 역사성과 시기적인 특수성은 훗날 게임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매체와 언론이 등장하고 파리 게임 쇼나 도쿄 게임 쇼, 게임스컴 같은 이벤트들이 생겨났음에도 E3가 범접할 수 없는 권위를 지니게 하는데 기여하였다.


E3의 권위를 볼 수 있는 단적인 예는 바로 콘솔 세대의 교체와 비전이 E3에서 이루어졌다는 것이다:PS4도 그러하고, 엑스박스 원도 그러했으며, 닌텐도 Wii U도 E3를 거쳐서, 연말 대목으로 이어지는 마케팅 일정을 형성하였다. 모든 콘솔이 E3를 거쳐간 것은 아니었지만, E3를 통해서 게임회사들이 하반기와 연말, 더 나아가 몇년간의 비전을 보여주는 중요한 국면 전환의 장으로 사용되었다. 그리고 이러한 흐름의 핵심에는 화려한 테크 데모들과 게임 트레일러들이 있었다. 한 게임 회사에게 주어진 컨퍼런스 시간은 짧고, 대중들에게 인상을 심어주기 위해서는 최대한 인상적이고 많은 컨텐츠들을 보여줄 필요가 있었다. 그런 점에서 1분에서 2분 남짓한 게임 트레일러들나 현장에서 10~15분 정도 시연가능한 테크 데모는 즉효가 있었다. 그렇기에 E3에 참가한 많은 게임 회사들은 무리해서라도 완성되지 않은 게임의 테크 데모와 컨셉 트레일러로 소비자들과 투자자들에게 어필하였고, 이런 노력들은 게이머들의 게임과 기술력에 대한 이미지를 형성하는데 많은 영향을 주었다. 


하지만 이변이 생기고 있다:한때 마소와 소니와 함께 E3를 장식하였던 닌텐도는 E3와 비슷한 시기에 독자적인 프리젠테이션을 진행하는 독자노선을 걷기 시작했다. 베데즈다는 E3에서 장기적 마케팅을 포기하고 3~4개월 되는 기간 내에 발매되는 게임 마케팅에 집중하였다. 소니와 마소의 경우, E3는 큰 행사이기는 했지만 자체적인 컨퍼런스와 여타 게임쇼에서 분산하여 마케팅을 하기 시작했다. 이제 E3에 목메는 게임 회사는 없다. 그 뿐만이 아니다. PS4와 엑스박스 원의 런칭 후, E3에서는 기술을 선도하는 이슈를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올해까지 포함하여 지난 2년간 소니와 마소는 4K 게이밍과 VR 등을 새로운 기술 혁신으로 내세웠다. 하지만 근 2년간의 성적은 참혹했다:PS4 PRO나 엑스박스 원 엑스는 4K 모니터도 제대로 보급되지 않은 시장에서 몇몇 호사가들을 위한 물건이 되어버렸고, VR은 그보다도 더 소수의 모험심 강한 얼리 어뎁터를 위한 물건이 되었다. 한국 언론들이 좋아하는 '혁신은 없었다'라는 표현을 넘어서 '혁신은 실패했다'라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지난 2년간의 E3의 기술 비전은 맥을 못추었다.


물론 4K와 VR 기술이 무의미한 것은 아니다. 이들은 분명, 미래의 어느 시점에서는 게이밍의 저변을 확대시켜줄 혁신이 될 가능성이 있고, 잠재적인 수요 역시 충분했다. 하지만 문제는 이들이 너무 성급했다는데 있다. 4K 해상도쪽을 보자:FHD(1080) 해상도가 널리 보급될 수 있었던 데에는 영화나 TV 등의 영상 매체에 대한 수요가 함께 맞물려 들어갔기에 가능한 부분이었다. 하지만 현재 4K의 컨텐츠는 대부분 게임에 집중되어 있고, TV나 영화 등의 컨텐츠에서는 아직 시기상조 또는 필요성이 없다라는 이야기들이 돌고 있다. VR의 경우, 양쪽에 동일한 해상도의 영상을 두번 쏴줘야 한다는 문제로 인해, 상대적으로 보급기라 할 수 있는 기기가 없다는 난점이 있다. 비디오 게임 산업이 PC와 다르게 대중을 상대로 하는 산업이라는 것을 감안하자면 최근 E3의 기술 동향은 적어도 5년, 10년은 앞질러서 먼저 테제를 던졌다는 느낌이 강했다.


어째서 이런 일이 일어난 것일까. 이는 게임 회사들이 브랜드 전략의 핵심을 압도적인 기술력이라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상대보다 더 뛰어난 기술력으로 브랜드와 인지도를 압도하고 마케팅에서 승리한다는 오랫동안 E3와 게임 업계를 지배해왔던 명제였다. VR과 4K는 그런 명제 아래서 자명한 결론이었다. 하지만 게임 회사들(주로 마소와 소니)은 정작 그걸로 즐길 수 있는 컨텐츠와 대중이 기반하는 인프라 부분을 간과하였기 때문에 대중들에게 시큰둥한 반응을 불러일으키는 결과를 만들었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이러한 참사 속에서 E3로 대변되는 기술력 중심의 패러다임이 삐걱거리는 전조가 드러났다는 것이다:E3에서 이탈하는 게임회사들이 늘어나고, 연 단위의 대작 마케팅에서 손 때고 공개에서 발매까지 짧은 기간동안 단기간 마케팅을 하거나(베데즈다) 데모와 오픈 베타 등 체감형 마케팅을 하는 등(캡콤의 몬스터 헌터 시리즈) 게임 업계의 흐름은 급격하게 변하고 있다.


이러한 동향에는 게임=기술이라는 명제에 대한 게임 제작사의 피로가 있다. 게임 소매가는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크게 변화하지 않았지만, 게임 제작 단가는 기하 급수적으로 늘어났다. 초창기 게임이 거의 제로 코스트에서 시작하여 말도안되는 수익을 만드는 황금알은 낳는 거위였다면, 이제는 까다로워진 고객과 고 기술 관여 산업으로 높아진 개발 단가로 발생된 재무 리스크 관리, 멀티플레이 중심의 게임 환경으로 인한 서비스화 된 게임 산업 트랜드 등등으로 쉽지 않은 상황에 직면하였다. 시즌패스나 DLC, 소액 결제 같은 것들은 이러한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발악으로 시작되었지만(물론 과거와 비슷하게 미니멈 코스트 - 멕시멈 프로핏으로 이어지는 모바일 게임의 성공에 현혹된 부분도 있지만), 본질적인 문제인 고기술 관여 산업이라는 게임의 산업 특성이 만들어낸 함정이 가장 문제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이 함정의 끝에는 두가지 비극적 결론이 존재한다:하나는 CD 프로젝트와 같이 노동자의 열정을 착취하여 저임금으로 우수한 결과물을 뽑아내거나, 아니면 코나미 같이 첨단 기술 중심의 게임을 만드는 것 자체를 포기하는 것이다.


물론 게임 자체가 갖는 기술 관여적인 부분은 제거할 수는 없다. 하나의 게임이 완성되기 위해서 거의 모든 컴퓨터 프로그래밍 기술(그래픽, 연산, 서버 등등)이 집약되기 때문에, 이것을 무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경쟁에 따른 기술 개발 과열은 늦춰질 수 있다. E3와 같은 대형 컨퍼런스에서 테크 데모와 트레일러로 대표되는 기술 마케팅으로 상대와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고객이 있는 곳, 고객이 볼만한 곳으로 눈높이를 맞추고 거기에 맞춰 게임 개발과 마케팅을 하는 것이다. 일례로 바이오하자드 7을 보자. 바이오하자드 7은 6보다 덜 팔렸음에도 내부적으로 만족할만한 수익을 냈다. 6은 거대하고 화려하게 게임을 만드는데 집착해서 쓸데없을 정도로 거대한 게임 컨텐츠와 화려한 그래픽을 만드는 바람에 제작비나 게이머의 재미 양측면에서 재앙을 만들어냈다. 반면 7은 기술적으로는 코스트를 줄이는 방향으로 혁신을 유도하였다. 그리고 컨텐츠 측면에서는 기존 바하와 이질적이긴 하지만 인디 서바이벌 호러의 전통과 바이오하자드 1편의 전통을 결합하는데 성공하였다. 그 결과, 게이머라는 고객의 눈높이에 맞추면서도 회사 비용적인 측면에서도 성공할 수 있었다.


이러한 게임 회사들의 변화는 E3를 중심으로 하는 최첨단 기술 중심의 게임 업계 패러다임의 근간을 흔들고 있다. 니어 오토마타나 인왕 같은 트리플 A급 게임이 아닌 게임들이 강세를 보이거나, 헬블레이드 같은 독특한 게임을 제작사가 직접 유통하고, 바이오하자드 7의 성공이나 베데즈다의 새로운 E3 정책 등등은 그저 우연의 연속이 아니다. E3를 중심으로 하는 첨단 기술 중심의 게임 업계 패러다임은 4K와 VR의 실패로 조금씩 붕괴되고 있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과연 어떤 페러다임이 콘솔 게임 업계을 지배할 것인지는 앞으로 기대되는 부분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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