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이야기




옛날부터 게임을 하시던 분들은 기억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메리칸 멕기의 앨리스라고. 한국에 정발 박스로 나왔었죠. 이제는 그 정발 박스가 몇만원의 프리미엄이 더 붙어서 거래가 되지만요(.....) 사실 멕기의 앨리스 엄밀한 의미에서 잘만든 작품은 아닙니다. 불친절한 스테이지 구성과 난이도, 은근히 많은 버그 등등은 게임을 좀 했던 사람이라도 해매게 만드는 게임이었죠. 아무리 잘쳐줘도 '게임'으로서는 범작 수준에 못미칠 겁니다. 하지만, 아메리칸 멕기의 앨리스는 그걸 뛰어넘는 무언가가 있는 작품이었습니다. 마치 우리 머릿속에 있는 앨리스라는 문학 작품이 갖고 있는 무언가를 끄집어 내서 뒤틀어 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게임 자체의 명성보다는 그 게임이 갖고 있는 이미지와 분위기로 멕기의 앨리스는 오랫동안 인구에 회자되었습니다.

사실, 창작을 하는 사람들에게 있어서 어린이 동화를 특이한 관점에서 접근 하는 것은 꽤 근래의 일인 거 같습니다. 옛날에는 동화는 동화였으니까요. 하지만 몇몇 서브컬처에서부터 동화를 동화가 아닌, 어른의 관점에서 재해석한 특이한 작품들이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개인적으로 그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기예모르 델 토로의 판의 미로, 이미지로만 따진다면 헬보이 2:골든 아미 등등이 있었죠. 맥기의 앨리스는 확실히 이미지 자체로는 기억에 남는 멋진 작품이기는 했습니다만, 뭔가 조금 핀트가 어긋난 작품이었습니다. 뭐랄까, 인상적이긴 하지만 단지 그것뿐인, 단순하게 이미지만 나열하고, 그와 동시에 소설에서 파낼 수 있는 이야기를 반밖에 파내지 못한 설익은 느낌이었습니다. 그때문인지는 몰라도, 맥기가 동화 비꼬기 2탄이라 할 수 있는 '그림'(Grimm)은 완전히 개 쪽박을 차버렸죠.

사실 이런 작품들, 즉 고정관념을 바탕에 두고 이를 비트는 작품들은 자신이 비틀어야 할 포인트를 잘 집어내야 한다는게 중요한 것 같습니다. 맥기의 앨리스 같은 경우, 좀더 파낼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포탠셜이 완벽하게 터지지 못했죠. 사실 완벽하게 포탠셜을 터트리는데는 게임의 스토리 및 이미지 뿐만 아니라 연출이나 구성도 크게 중요하게 작용하는데, 그것이 부족했으니까요. 저는 이런 분야에서 성공한 작품을 대표적으로 판의 미로로 꼽는데, 판의 미로 자체는 어린아이의 동화를 현실과 크로스 시키면서 동화와 현실의 불행, 뒤틀림이 동시에 드러난다는 점에서 동화 비틀기에 훌륭하게 성공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점에서는 맥기의 앨리스가 아쉬운 부분이 많죠. 너무 내부로만 파고든다는 느낌입니다.

오랜만에 추억에 남은 작품이 돌아온다 해서 기분이 좋습니다만, 글쌔요...이번에도 살짝 불안한 느낌이 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