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이야기/게임 리뷰




 작년 이맘때 쯔음해서 L4D:The Suvival Pack DLC가 나온거 같았는데, 이제는 2편 DLC가 나오는 군요. 이런 경험을 앞으로 하기 정말 드물 거 같습니다; 뭐, 그런 부차적인 점을 제외하면 전반적으로 만족스러운 DLC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일단 DLC 내용물 자체는 저번과 비슷합니다. 캠패인 맵 하나와 모드 하나로 구성이 되어 있으며, 캠패인 분량은 여전히 정식 캠패인에 비해서 상당히 짧다고 할 수 있습니다. 사실, The Passing 자체가 L4D 크로스 L4D2에 초점을 맞추었기 때문에 캠패인 내용 자체가 없습니다. 피날레 이벤트 역시 다른 캠패인에서 차용하였기 때문에(Dead Center의 피날레 강화 버전?) 썩 마음에 안 들었습니다. 또한 L4D 생존자들과 크로싱 되기는 했지만, 스토리 상으로 여전히 궁금점이 많기 때문에(언제부터 L4D 시리즈가 스토리를 따지기 시작했냐고 물으면 할 말이 없지만) 아쉽다고 할 수 있습니다.

사실, 이번 DLC를 높이 평가하는 기준이 된 것은 캠페인이 아니라, 추가된 뮤테이션 모드입니다. 기존의 게임 모드를 변형시킨 모드인데, 처음에 이름만 들었을 때는 UT 시절의 뮤테이션 시스템이 생각나더군요. UT 때의 뮤테이션 시스템은 기존의 게임 방식에 조건을 추가하는 방식으로 게임의 진행을 무궁무진하게 바꿀 수 있는 시스템으로, 간단한 데스메치를 경공술을 쓰면서 날아다니는 무협 활극에서 세기말 핵전쟁(....)까지 바꿀 수 있는 시스템이었죠. 사실, 모드의 이름 자체도 그랬었고, 처음에 공개된 도전과제 '6개의 뮤테이션을 플래이 하시오'라는 점도 UT 때를 많이 연상시켰으니까요. 뭐, 결과적으로 나온 것은 매주 목요일을 기준으로 일주일 동안 20개의 게임 모드를 로테이션 하는 독특한 시스템이었습니다.

 물론 어떤 의미에서는 상당히 짜증나는 시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번주에 정말 재밌게 했었던 것이 다음주가 되면 사라지게 되고, 그 모드를 무려 4달 가까이(!) 기다려야 한다는 말이니까요. 뭐, 일단 그런 문제가 있다는 걸 재끼면, 뮤테이션 모드는 상당히 훌륭한 시도입니다. 전작이 서바이벌 모드 하나만 던져주고는 L4D 2로 넘어간 덕분에 게임 자체가 상당히 뭐랄까, 사후 서비스가 성의가 없었다면 이번에는 매주 모드를 로테이션 할 뿐만 아니라 게임 내에서 서베이 시스템 및 블로그 포스트 시스템을 도입하여서 게이머의 반응을 지속적으로 살피겠다는 벨브의 의지를 엿볼 수 있습니다. 현재 2년 동안 멀티 게임의 본좌를 자처하고 있는 TF2가 성공한 이유가 벨브의 꾸준한 업데이트 및 패치, 그리고 게이머에 대한 피드백(잘 알려진대로, 몇몇 아이템은 포럼에서 나온 의견을 토대로 만들어진 것입니다)때문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L4D2에서도 이를 기대할 수 있다는 말도 되니까요.

 일단 지금까지 나온 모드는 리얼리즘 대전 모드와 블리드 아웃. 먼저 리얼리즘 대전 모드는 '역시 생각했던 대로'라는 느낌으입니다. 일단 특수 좀비들은 나를 볼 수 있지만, 나는 내 주위의 아이템도 못보는 장님 상태에서 게임을 진행하게 되는데 한마디로 이야기하자면 생존자들에 대한 엄청난 핸디켑 매치 정도가 되겠군요. 친구와 함께 몇판 뛰어 보았지만, 생존자 입장에서는 게임 자체가 대단히 호러입니다. 또한 생존자가 순살당하는 일이 많은 모드이기도 한데, 저는 The Dead Center 두번째 챕터 에서 거짓말 안하고 10m도 못가서 전 팀이 순살당하는 일을 겪기도 했습니다. 그만큼 생존자 측의 수비적 플래이와 리얼리즘 경험이 빛을 발하는 대전 모드입니다. 

 두번째 모드는 블리드 아웃. 캠패인 모드의 변형으로서 생존자의 체력이 모두 임시 체력이며, 게이머를 향해서 좀비측이 쉴세 없는 러쉬를 가하는 모드입니다. 개인적으로 친구와 함께 즐거운 비명(?)을 지르면서 한 모드로, 노말 난이도라도 고급 난이도 이상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특히 블리드 아웃 같은 경우에는 살아남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심장 제세동기, 특수탄, 파이프 폭탄, 화염병, 진통제, 아드레날린 주사를 남발할 수 밖에 없는 모드로써, 전반적으로 만성적인 아이템 부족에 허덕이는 모드입니다. 물론 헬스펙 대신에 진통제가 나오고, 진통제 자리에 진통제가 나와서 괜찮기는 하지만, 원최 블리드 아웃 모드에서는 진통제를 무슨 목사탕 마냥 잔뜩 처먹을 수 밖에 없기에 긴장감을 두배가 됩니다. 또한 온갖 테크닉이 등장하는 모드이기도 한데, 죽을거 같으면 죽었다가 제세동기로 부활한다등가, 체력이 얼마안남은 상태라면 차라리 쓰러졌다 일어나서 진통제를 빤다든가 등의 일반적인 켐패인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전략을 사용할 수 밖에 없습니다. 사실, 블리드 아웃도 꼼수가 있는게 좀비가 나오는 속도보다 내가 더 빨리 안전가옥에 도착하면 되기에 뒤에서 같은 편이 쓰러지더라도 달리는 마라톤 전략이 있습니다만 사실 마지막 수비전이 압권인 말라리아 같은 캠패인에서는 잘 안 통하더군요.

 하여간 이번 DLC는 대만족입니다. 20개의 뮤테이션 모드가 모두 이런식이면 매주 모드 기다리는 재미가 쏠쏠하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또한 매주 투표를 통해서 모드를 지속시킬 것인지 말 것인지를 결정할 수도 있다고 하니, 향후 벨브의 게임 운영에 많은 관심이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