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알려진 대중문화 감상에 대한 편견 중 '대중문화에는 예술작품이 아니기 때문에 예술성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고로 대중문화를 어떠한 형식으로든 간에 해석하고 의미를 덧붙이는 것은 의미없는 짓거리다. 따라서 리뷰나 평론은 의미가 없는 행위이며, 자신의 지식을 뽐내는 스노비즘에 불과하다' 라는 것이 있습니다. 물론 이런 극단적인 형식은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대중문화 감상에서 다양한 외부적 감상 기준을 끌고 들어오면 '그깟 대중문화가 무슨 예술 작품이라고 분석을 하는데' 식의 핀잔을 듣는 등 이러한 편견은 어느 정도 만연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명백히 잘못된 것입니다. 실상, 흔히 이런 이야기에서 주로 등장하는 '예술성'이라는 것의 정의와 한계는 이미 20세기 초반 마르셀 뒤샹이 소변기로 만든 '샘'이라는 작품에서부터 무너지기 시작했습니다. 도대체 예술이 뭐고, 의미가 뭐냐? 어떤 것이 평론이 대상이고, 어떤 것이 싸구려 쓰레기냐? 라는 기준은 이미 모호해졌죠. 사실상, 뒤샹 이후 예술은 그 어떤 것이 될 수 있고, 그 어떤 것으로도 표현이 가능 하고 의미를 부여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렇기에, 대중문화 창작자들도 자신의 작품에 예술성을 부여하고, 그에 대한 정당한 주장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실제로 자신의 작품에 메시지나 의미를 부여하고 이를 훌륭하게 표현한 창작자들도 많이 존재하죠. 그렇다면 감상자 입장에서 이러한 의미를 해석하는 한도는 어디까지 일까요? 창작자가 의도한 범위 내? 아니면 그 이상?
이에 대해서 극단적인 예가 두가지 있습니다. 첫 번째는 작년 대입 수학능력평가에 출제된 시문학 관련 문제를 시인이 직접 푼 적이 있습니다. 그때 당시 자신의 시가 수능에 출재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시인은 '나도 모르는 내 시의 의미가 있는 줄 몰랐다.'라고 혀를 내둘렀죠. 두 번째는 사드 후작이 쓴 악명 높은 '소돔 120일'입니다. 어떠한 줄거리도 존재하지 않고 근 천페이지 가까이를 강간, 수간, 스캇톨로지, 네크로필리아, 카니발리즘 등 인류의 극악한 성벽을 표현한 이 역겨운 작품에 대해 어떤 사람은 '인간의 욕망의 한계와 파멸을 극명하게 잘 보여준 인류 역사에 길이 남을 위대한 작품'이라고 칭하였습니다.
이 두가지 극단적인 사례가 시사하는 의미는 '이미 존재하는 작품을 어떤 식으로 해석하든, 그것은 해석하는 사람의 자유'라는 것입니다. 어떻게 창작자의 의도와 별개로 작품이 해석되어질 수 있는가라는 의문점이 존재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스티븐 킹은 작품을 창조하는 것을 마치 프랑켄슈타인 박사의 괴물에게 생명을 불어넣는 것으로 비유하였습니다. 사실, 어떠한 작품이든 창작자의 손을 벗어나면 그것은 창작자의 '작품'이 아닌, '작품' 그 자체로서의 생명력을 지니고 살아움직이게 됩니다.
이는 작품 자체가 세상에 나오게 되면서 다양한 사회적 문화적 맥락과 결부되어 작가의 의도와 다른 하나의 의미(Context)를 형성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감상자는 대중문학을 감상할 때, 자신이 갖고 있는 사회적 맥락과 지식에 근거하여 자신이 받아들이는 의미, 자신이 느낀 감정에 대해서 자유롭게 서술하고, 의미를 부여할 수 있습니다. 즉, 대중문화 해석은 자신이 아는 배경지식 내에서 자유롭게 서술할 수 있습니다. 극단적으로 창작자의 의사에 반하는 극단적인 작품 해석 또한 가능한 것이죠.
하지만, 이러한 해석의 자유는 무한정적인 작품의 해석을 의미하는 것이 아닙니다. 아무리 그래도 기본적인 텍스트인 작품의 요소를 왜곡하거나 자의적으로 합당한 근거없이 해석하는 것은 올바른 작품 해석이라 보기에 무리가 있습니다. 즉, 최소 전제로서 창작된 작품의 텍스트가 전제가 되어야 합니다. 그렇다면 여기서 어떤 것이 작품의 텍스트를 해석하는 '합당한 근거'가 되는지가 문제가 됩니다.
사실, 이는 대단히 어려운 문제입니다. 무엇이 해석에 있어 합당한 기준인지를 가려내는 것은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이런 경우에는 자신의 해석에 대한 적절한 피드벡이 필요합니다. 즉, 자신의 해석을 끊임없이 커뮤니티에 공개한다든가, 공개적인 토론 댓글들을 보고 반응을 하여 자신의 해석을 보완하고 넓히는 작업을 지속적으로 행해야 합니다.
상당히 원론적인 이야기가 되었지만, 예전부터 한번 이야기하고 싶었던 부분이었네요.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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