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상 존댓말은 생략하겠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좆됐다.)
혹시 트로이카 게임즈를 아는가? 왠만한 코어 게이머가 아니라면 트로이카 게임즈가 뭐하는 회사인지 감도 안 올것이다. 솔직히 필자도 그렇다. 원래 필자도 그런 회사가 있다는 걸 몰랐으니까. 처음에는 폴아웃 2를 하다가 몇몇 사람들이 아케넘을 언급하면서, 트로이카 게임즈의 존재와 이 아케넘이라는 희대의 괴작의 존재를 알게 되었다. 솔직히 본인도 해보기 전까지는 이 괴작을 평가 절하 했다. 왜냐? 솔직히.
....솔직히, 위 게임(아케넘)과 아래 게임(폴아웃 2)의 제작 기간의 차이가 3년이 난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고, 뭔가 스샷만으로 보기에는 폴아웃 2와 별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제 게임을 해보고 나서, 본인은 이 게임이 폴아웃 2만한, 아니 어쩌면 더한 게임성을 가지고 있고, 트로이카 게임즈라는 인간들은 완전히 맛이 간 놈들이라고 단정을 하게 되었다.
일단 트로이카 게임즈는 어떤 회사인가? 원래 트로이카 게임즈는 폴아웃을 만들었던(주의:폴아웃 2를 만든 팀이 아니다.) 3명의 개발자-팀 케인, 레오나드 보야스키, 제이슨 엔더슨-가 인터 플레이에서 빠져나와서 98년 경에 만든 회사이다. 그리고 2001년 처녀작인 아케넘을 릴리즈, 이어서 2003년에 템플 오브 엘레멘탈 이블, 2004년에는 벰파이어:블러드라인을 냈다. 솔직히, 트로이카 게임즈가 낸 위의 3개의 게임은 그 코어성이나 불친절함, 극악의 최적화, 많은 버그 등으로 악명이 높다. 본인은 3개 다 해보았고, 각 게임을 할 때마다 그들의 불친절 성과 극악함에 놀랐다. 그 후에 2005년, 재정적 적자에 시달리던 트로이카 게임즈는 파산을 하였고, 전 멤버들은 옵시디언 소프트등으로 뿔뿔이 흩어지게 되었다. 솔직히 트로이카의 모든 게임을 해본 본인으로서는 트로이카의 비극적인 결말이 너무나 잘 이해가 된다. 이 친구들 게임을 해보면, 망하지 않으면 안되는 그러한 포스가 묻어나오기 때문이다.
아케넘의 컨셉은 '마법과 기술이 동시에 공존하는 산업시대'라는 컨셉이다. 뭐, 흔히 하는 이야기로 스팀 펑크라는 컨셉이고, 큰 거대한 스토리 틀도 그 때 당시의 RPG 치고는 너무 평범한 감이 적지 않아 있었다. 그러나 아케넘의 무서움은 그런 곳에서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게임 내에서 플레이어는 두가지 타입의 케릭터를 키울 수 있다. 활과 칼 등의 중세 무기를 쓰며 마법을 쓰는 마법형과 총과 기계 장비를 쓰는 기술형이 있다. 그러나 스팀 펑크 분위기를 내는 게임은 거의 대부분이 한쪽 테크를 타게 하는 경향이 있는데, 아케넘은 플레이어의 선택에 따라서 양쪽을 혼합해서 키울 수 있다. 즉, 총을 만들면서, 파이어 볼을 쓰는 그런 케릭터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덕분에 게이머는 케릭터 육성의 폭이 엄청 넓어지는 동시에 신경써야 할 부분이 많아지면서 사람의 골빡을 아프게 만든다.
물론 그런 식으로 케릭터 육성의 폭이 무한정 넓어진다고도 볼 수 있지만, 이는 동시에 기술/마법 게이지에 의해서 제약을 받게 된다. 케릭터를 어떤 방향으로 육성하느냐에 따라, 혹은 특정 퀘스트나 행동을 통해서 그 행동에 걸맞게 게이지가 차게 되는데, 이에 따라서 주변 NPC와의 관계, 특정 스킬이 케릭터에게 미치는 영향등이 달라지게 됩니다. 간단한 예로, 주인공 파트너가 마법쪽이고 주인공이 기술쪽이면, 파트너가 죽어라고 힐을 쓰더라도 힐이 안 먹힌다. 그리고 주인공이 기술쪽인데 마법상점이나 마법 장비 상점에 들어가면, '너 이 ㅅㅂ ㅎㄹ 시키야 여기는 왜와'라는 투로 주인공을 갈군다. 거기서 말 한번 잘못하면 곧바로 주위사람들이 주인공을 다굴치기도 하기 때문에, 그런데는 절대 안들어가는 게 좋다. 반대로 주인공이 마법 계열이면, 기차를 탈 수가 없다.(그러나 주인공은 텔포 타고 다른데 가면 된다, 고로 필요 없다...왠지 기술쪽으로 키운 본인이 병신 같이 느껴진다;;) 이런식으로 주변 세계, 케릭터, 퀘스트가 주인공의 육성, 행동 방식에 따라 유기적으로 변하기 때문에, 할 때마다 다른 게임을 하는 느낌을 받지만, 뒤집어서 이야기하면 정형화된 게임 플레이 방식이 잘 안먹힌다는 문제가 있다. 여기에다가 폴아웃 시리즈가 가지고 있는 자유도와 선악 개념이 거기에 포함이 되면서...상황은 복잡해지기 시작한다.
여기까지는 아케넘의 장점(...이라고 보기에는 미묘한;;)을 살펴 보았으니, 이제는 단점을 살피도록 하겠다. 아케넘의 가장 큰 문제는 바로 그래픽이라고 할 수있는데, 좀 심한말 보태서 폴아웃 2에서 어떠한 발전을 하지 않은 것 같다. 마법 효과로 보여주는 그래픽은 거의...뭐...좀 그렇다. 뭐, 그냥 그렇다고만 해 두겠다. 그리고 전체적인 케릭터나 몬스터의 움직임이...움직임이...차마 내입으로는 말 못하겠다. 아케넘은 2001년 게임으로 보기에는 너무나 심각한 부분들이 많다. 본인은 이에 대해서 이런 가설을 세우고 있는데, 트로이카는 이 게임을 99년 정도에 발매할 계획이었는데, 달력을 안보고 게임을 만들다가 2001년이 되어버렸고(.....), '아 ㅅㅂ 될대로 되라.'는 식으로 게임을 발매한게 아닌가 싶다.
그리고 이 게임의 최적화는 거의...엉망의 수준을 뛰어넘었다. 솔직히 과거 본인의 컴퓨터 였던 펜3-500, 512램에서는 그냥 저냥 돌렸다. 그러나 나왔을 당시에는 최적화에 관해서는 거의 C&C:타이베리움 선 정도의 욕을 처먹었는데, 로딩 시간이 너무 길어서 게임 하는게 힘들다는 이야기와, 도대체 그래픽이 이 모양이면서(.....) 게임에 뭔짓을 했길래 게임이 이렇게 느리냐 라는 평을 동시에 들은 게임이다. 솔직히 본인도 게임에 뭔짓을 했길래, 게임 돌아가는게 이 모양이지? 라는 의문을 품어본게 한 두번이 아니다. 특히 적이 무한으로 기어나오는 퀘스트에서는 권장사양 정도였던 본인의 옛 컴으로도 게임이 엄청나게 끊길 정도였으니, 최적화 문제는 말 다한 것이다.
그외 엄청나게 많았던 자잘한 버그와 인터페이스 문제 등, 아케넘은 결과적으로 엄청난 괴작이 되고 말았다. 물론 RPG에 있어서 정해진 스토리를 따라가는 것보다 게이머의 자유도를 중시하는 몇몇 코어 게이머들에게 매우 멋진 게임이다. 자신이 원하는 대로 케릭터를 커스터마이징을 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자신이 어떤 식으로 반응하느냐에 따라서 주변 세계가 반응 하는 것이 달라지는 놀라운 자유도를 보여준다. 이 정도만으로 아케넘이 가지는 '자잘한 문제들'은 극복할만한 대상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반대로 이런거에 잼병이거나 전혀 하드 코어 하지 않은 게이머는 아케넘은 게임이 아니라 하나의 지옥이다. 즐기자고 하는 게임이 게임에 대한 머리 아픈 연구와 버그와 최적화 문제등으로 게이머의 머리를 아프게 하니, 할 말은 다 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이는 많은 게이머들에게 어필하지 못했으며, 판매고는 부실하였다.
아케넘은 트로이카 게임즈의 성향과 사상이 집약된 게임이었고, 그들의 비극적인 최후를 암시하는 일종의 복선이었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코어에, 코어에 의한, 코어를 위한'이라는 모토 아래 그들의 모든 게임을 설명할 수 있으며, 후에 나오는 벰파이어:블러드라인은 그들의 사상이 극도로 집약되어 나타난 걸작이었으나, 극악의 최적화 문제 덕분에 트로이카 게임즈에게 치명타를 입히게 되었다.(이는 후에 다루게 될 것이다.)
덧 1. 아케넘은 무려 멀티플레이가 된다(......)이게 어떤 방식으로 하는지는 본인으로서는 도저히 알 수 없다.
덧 2. 한국에 정발되었다....어떤 용자가 이걸 수입할 생각을 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