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이야기


워프레임 스위치 버전이 11월 21일 기준으로 스위치 서비스를 시작했다. 처음 패닉버튼이 알려지지 않은 트리플 A 게임을 스위치로 포팅한다고 공개하였을 때(대략 E3가 끝나고 난 7월쯤), 사람들이 기대한 것은 적어도 워프레임은 아니었다. 모탈컴뱃, 폴아웃 뉴베가스 등등 다양한 게임들이 후보로 거론되었지만, 워프레임이 거론되지 않은 것은 스위치 트리플 A 게임에 대한 수요도 있었겠지만, 5년간 수많은 업데이트를 통해서 콘텐츠가 쌓인 온라인 코옵 게임을 스위치가 감당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생각해보면 워프레임 자체는 이미 5년전 게임으로 처음 등장할 때의 베이스 게임은 현재 시점에서는 그렇게 무겁지는 않은 편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와서 결과론으로 이야기하자면, '불가능하지 않았던' 것이다.


스위치 버전 워프레임의 핵심은 엄청난 업데이트와 분량을 가진 게임도 스위치로 이식될 수 있다라는 것을 증명했다는 부분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패닉버튼이 있다. 패닉버튼은 일찍이 둠의 포팅과 로켓리그의 포팅을 담당하였고, 최근에는 울펜슈타인 2를 스위치로 포팅하였다. 분명 이들의 초창기 이식은 '그럭저럭 납득할만하지만 여전히 부족하였던' 이식이었다. 그러나 둠과 로켓리그의 퍼포먼스 개선으로 스위치라는 기기의 한계에 도전하는 회사로 발돋움하게 되었다. 최근에는 스위치버전 울펜슈타인 2의 퍼포먼스를 상당수 개선하여서 괄목할만한 성과를 보여주었다.


흥미로운 점은 패닉버튼의 포팅들은 절대 스위치에서 불가능한 수준의 그래픽을 뽑아내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디지털 파운드리에서 분석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패닉버튼은 말도 안되는 가변해상도에 갖가지 속임수를 사용한 것으로 보여진다(디지털 파운드리 분석) 그리고 분명 포팅되기전 엑스박스나 플스에서 돌아가던 수준을 생각한다면 스위치 버전의 울펜슈타인 2나 둠은 열화된 부분이 눈에 띌수 밖에 없다. 그러나 패닉버튼의 포팅이 여타 게임들의 포팅과 다르게 놀라운 점은 분명 열화된 부분들이 눈에 띄지만, 게임 플레이 자체는 기존 원본 게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특히 둠의 사례를 보면 이는 뚜렷하다:둠 신작은 60프레임 기반으로 부드러운 애니메이션과 빠른 폭력, 전투가 난무하는 강렬한 게임이었다. 게임 플레이에 있어서 둠 특유의 강렬한 고어 연출은 게임 플레이를 구성하는 주요한 요인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스위치 버전에서 패닉 버튼은 이를 30프레임으로 반토막 내고, 그래픽을 열화시키기까지 하였다. 이런 점에서 본다면 분명 스위치 버전의 둠은 무언가 빠져있는 결격품처럼 느껴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중요한 점은 스위치 버전 둠은 이러한 다운그레이드된 그래픽에도 불구하고 연출이나 게임 플레이에 있어서 거치적 거리는 부분이 없다는 것이다. 즉, 열화되기는 하였지만 스위치 버전 둠은 여전히 둠의 연장선상에서 보고 플레이할 수 있는 것이다.


패닉버튼이 스위치로 트리플 A 게임들을 이식하면서 우리에게 증명한 것은 게임에서 그래픽의 본질이란 눈속임이라는 점이다. 분명 게임에 있어서 그래픽과 안정된 프레임은 게임 플레이와 경험을 구성하는 주요한 요소들이다. 하지만 최근 트리플 A 게임들은 이러한 눈속임을 더욱 많은 예산과 더욱 많은 기술력을 투입하여 저변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나아갔고, 그 결과 예산은 더 많이 들어가고 작품의 실패 리스크는 점점 더 커지는 양태로 바뀌었다. 패닉버튼의 포팅은 오히려 다양한 눈속임을 통해서 디테일을 죽이고, 게임 플레이에 중요한 안정적인 프레임과 애니메이션을 사양에 맞게 잘라내면서 기존 트리플 A 게임들이 나가던 방향성과 정 반대의 방향으로 나아갔다. 그리고 패닉버튼은 포팅을 통해 상당히 만족스러운 결과를 보여주었다.


패닉버튼의 성공적인 포팅은 워프레임에서도 이어졌다:이 게임은 이미 놀라운 최적화로도 유명했고, 5년전에 나올 당시 플포와 엑스박스 원의 초창기 부분유료화 게임이었다. 하지만 패닉버튼은 휴대모드에서도 안정적인 30프레임과 그래픽 디테일을 보여주면서 마치 처음부터 워프레임이 스위치로 나온 게임인것 같이 게임을 구성하였다. 또한 상당수의 디테일을 처냈지만(뭉게지는 텍스처라던가) 게임이 진행되는 중에는 큰 차이를 못느끼게끔 그래픽 수준을 조정한 점은 높은 평가를 받을 만하다. 물론 워프레임이 실제 스위치로 나왔을 때 얼마나 안정적으로 수익을 창출하고 꾸준히 유지가 될지는 미지수인 부분들이 있지만, 워프레임의 존재와 패닉버튼의 포팅은 스위치라는 게임기의 저변을 확대하고 더 나아가 그래픽이라는 눈속임을 구성하는 방법에 대해서 생각해볼만한 여지를 던져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