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이야기


모탈컴벳 11이 TGA 쇼에서 최초로 공개되었고, 닌텐도 스위치를 포함한 전 플랫폼이 동시에 발매된다. 공개되었을 당시 많은 사람들이 '온가족의 닌텐도'로 사람을 찌르고 썰고 박살내는 게임이 나온다는 사실에 당혹했지만, 사실 모탈컴벳 시리즈는 SNES에서부터 닌텐도 64, 게임큐브까지 오랜 기간 동안 닌텐도(를 포함한 콘솔들과)와 함께 해온 프랜차이즈였다. 물론 실질적인 9편인 모탈컴벳과 X는 Wii와 Wii U 닌텐도 라인을 넘기기도 했지만, 이는 닌텐도의 정책과 상충하였기에 발매를 포기하였다기 보다는 성능 이슈가 더욱 컸으리라 판단된다. 애시당초에 게임 큐브로 이터널 다크니스와 바이오하자드 4가 나왔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닌텐도가 성인 지향 콘텐츠에 민감하게 반응한다고 이야기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모탈컴벳 11은 전작들과 동일하게 과격한 폭력과 고어 묘사를 동반한다는 것을 시네마틱 트레일러를 통해서 보여주었다. 처음 보는 사람들은 당혹스러울 정도의 고어 연출이지만, 이 시리즈를 오랫동안 알았던 사람들에게는 크게 낮설지 않은 모습이었다:패자를 완전히 박살내서 죽여버린다는 페이탈리티 시스템과 과격한 고어 연출은 지난 20년 넘게 모탈컴벳을 상징하는 요소였고 게임 내외적으로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이 덕분에 지난 20년 동안 게임에서 폭력 묘사나 심의/등급과 관련한 논의에서 모탈컴벳 프랜차이즈는 단골 소재가 되었다. 그리고 한 때는 모탈컴벳의 아성에 도전하겠답시고 수많은 격투 게임들이(주로 서구에서 만들어진) 무의미하게 과격한 폭력 묘사와 연출을 보여주기도 하였다. 어떤 의미에서 모탈 컴벳은 게임에서의 고어 묘사에 있어서 태풍의 핵 같은 위치를 차지했었고, 게임 역사에 길이 남을 족적(또는 오명?)을 남겼다

하지만 20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 모탈컴벳의 폭력 묘사는 아주 그렇게까지 충격적이진 않다. 물론 전면에 대고 사람의 목을 잘라서 표창으로 구멍을 뚫는 짓거리를 시네마틱 트레일러 전면에 공개하는 게임은 여전히 모탈컴벳이 유일할 것이다. 그러나 모탈컴벳의 고어 연출은 80년대 전성기를 맞이한 B급 고어영화의 그것과 동일하다. B급 고어영화는 인간을 피와 고깃덩어리로 나누어 쓰레기 취급하는데서 자극적이고 모욕적인 미학을 구축하였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B급 고어 영화는 신체를 훼손하는 것에 방점이 찍혀있었기 때문에, 90년대 이후 고어영화의 문법을 모든 폭력 영화들이 흡수하기 시작하자 갈곳을 잃어버렸다. 훼손 외에는 미학을 구성할만한 뚜렷한 구심점이 없었던 것이 문제였던 것이다.

영화 장르의 영향을 강하게 받은 게임들도 폭력과 고어묘사를 통해서 연출에 '방향성'을 부여하기 시작하였다. 예를 들어 헤비레인에서 나오는 손가락 절단 씬이나 다크니스의 그 장면이나 바이오쇼크의 엔드류 라이언을 죽이는 장면 등에서 게임은 고어 효과와 스토리 연출을 효과적으로 결합하였고, 단순히 인간을 피와 고깃덩어리로 분해하는 것 이상의 효과를 거두기도 하였다. 하지만 모탈컴벳의 경우, 게임 내 고어 연출의 대부분은 '상대방의 신체를 분해하여 힘을 과시하는 것'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직관적이고 원초적이며 효과적이지만, 단순하기 때문에 그 안에는 깊이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모탈컴벳의 고어 연출은 때로는 '유치'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모탈컴벳의 고어 연출은 잔인하다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분명 등급상으로 성인 이상만이 즐겨야하겠지만, 일반적인 성인이라면 이 부분에 대해 다소 불쾌하게 느낄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점에서 본다면 모탈컴벳이 여지껏 한국에 수입이 되지 않은 것은 참으로 기이한 일이라 할 수 있다:앞서 이야기한 헤비레인이나 다크니스 2나(사람을 찢어서 세로로 반토막을 낸다던가) 갓 오브 워 시리즈 같은 게임들도 한국에 정식으로 심의를 받고 정식으로 수입되었다. 그러나 모탈컴벳의 경우, 9편과 X 모두 심의를 신청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등급 판정을 거부당했다. 심지어 비슷한 시기에 심의에 통과한 갓오브워 3 같은 경우에는 맨손으로 사람의 목을 뽑고 눈알을 터뜨리는 연출을 넣었음에도 말이다. 모탈컴벳은 분명 20년 전에는 게임의 고어연출에 있어서 신기원을 열었고, 수많은 카피켓을 만들 정도로 충격을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지금에 와서 모탈컴벳은 그저 수많은 폭력 게임들 중 하나일 뿐이다. 

하지만 '아버지된 자의 권위'라는 것은 무시할 수 없다:모탈컴벳은 20년전부터 게임 내의 폭력 논쟁을 이끌어온 기수 같은 존재였고, 20년 동안 프랜차이즈를 이끌어오면서 수많은 사람들의 뇌리에 모탈컴벳이라는 이름을 세겨놓았다. 심의 위원들이 모탈컴벳에 대해서 거부감을 갖고 등급 분류를 거부하는 것도 이런 점에서 크게 놀랍지는 않다. 그리고 심의위원들이 동시에 모탈컴벳이 다른 게임에 영향을 미쳤던 고어 묘사 등의 요소를 간과하는 점도 크게 놀랍지만은 않다:예를 들어 기어즈 오브 워 시리즈의 경우, 멀티플레이에서 빈사 상태에 놓여있는 상대 플레이어를 과격한 폭력으로 마무리 짓는 처형을 가할 수 있다. 이것이 모탈컴벳의 페이탈리티와 폭력묘사와 본질적으로 어떤 차이가 있을까? 심의를 담당하는 사람들의 머릿속에서 모탈컴벳과 기어즈 오브 워를 서로 구분짓는 기준은 그저 모탈컴벳이 이 모든 논쟁과 연출을 만들어낸 기원이라는 점 단 하나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모탈컴벳은 다소 억울하게도 한국 내에서 심의를 공정하게 받지못하고는 있으며, 11도 비슷하게 심의 거부를 당할 가능성이 높다:물론 이 게임이 폭력과 고어 묘사'만'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기 때문에, 여타 폭력 게임들보다 더 과도하게 십자포화를 받는 경향성이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하지만 금번 11의 발매에는 적어도 그러한 편견에서 벗어나 공정한 심의를 받고 정식으로 국내 출시가 되었으면 한다. 다른 폭력 게임들은 다 들어오는데 모탈컴벳만 들어오지 못하는 것은 다소 모순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