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이야기



좀비는 언제부터 뛰기 시작했을까? 사실 좀 이상한 질문이기는 하다:나이가 든 영화팬들은 썩어빠진 좀비가 뛰어다닌다는 발상 자체가 좀비에 대한 개념에 대한 이단적인 무언가라고 평하기도 한다. 하지만 잘 생각해보면 좀비는 그 첫등장에서부터 '뛰어다녔었다' 전설적인 좀비 영화 붐의 시작인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에서 보면 좀비는 분명하게 달리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바탈리온 같은 경우에는 뛰어다니는 것도 모자라 무전기를 붙들고는 '우리는 (뇌가) 더 많이 필요하다'라고 유인 무전을 때려서 도와주러온 인간들의 뇌를 뜯어먹기도 하였다. 엄밀하게 본다면, 고전적인 호러 영화에서 느릿느릿한 좀비가 절대 다수를 차지하지만 안 뛰어다녔다고 이야기하지는 못할 것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여기서 질문을 달리할 필요가 있다:좀비는 언제부터 지금의 형태같은 역동적인 존재가 되었나? 이전부터 그러한 기미는 항상 존재했었다. 하지만 이것이 구체화된 것은 '28일 후'부터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서 데니 보일 감독은 아마추어 달리기 선수를 좀비로 기용하였고, 잭 스나이더 감독의 새벽의 저주 등에서도 이런 유사한 이미지가 적용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 이전까지 좀비는 감염으로 자신의 세를 불리며 숫자로 인간을 압박하는 이름 없는 대중이었다면, 이제는 적극적으로 인간을 사냥하는 포식자의 이미지로서 거듭나기 시작한 것이다.

다잉 라이트가 재밌는 점은 바로 하나의 게임 안에 두가지의 좀비가 공존한다는 것이다:하나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느린 좀비일테고, 두번째는 파쿠르를 하면서 호전적으로 플래이어를 사냥하는 좀비일 것이다. 그리고 게임은 이러한 두가지 좀비의 콘셉트를 '시간의 변화'를 통해서 구현한다. 낮이되면 빛에 약한 좀비들은 느릿느릿하게 기어다닐 뿐이다. 하지만 밤이 된다면? 좀비들은 게이머를 호전적으로 쫒아다니고, 좀비의 압박 역시 더욱 심해진다. 

다잉 라이트가 좀비를 구현하는 방식은 똑똑하다고 평가할 수 있다. 두가지 게임을 하나에 구현하기 위해서 시간의 흐름이라는 템포를 삽입한 것이다. 자칫 지루하기 십상일 수 있는 느릿한 좀비의 사냥이 시간이 지나면 위치가 역전되는 형식으로, 그리고 쫒기다가 지치게 되는 좀비와의 숨바꼭질이 시간이 지나면 해소되는 걸로서 양쪽의 벨런스를 맞추고자 노력한 것이다. 문제는 이 '시간이 변한다'라는 콘셉트 보다는 '두 개의 게임 탬포가 각각 완성도가 있는가?'라는 문제가 될 것이다. 어떻게 보면 다잉 라이트는 극단적인 두 컨셉의 게임 템포를 시간의 흐름에 따라 '강제적으로 변화시키는' 독특한 구조를 보여주고 있고, 둘 사이에 벨런스가 맞지 않는다면 실패할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 하지만 어찌되었든 간에 새로운 시도인 점과 데드 아일랜드로부터 이어져 내려온 근접전 콘셉트의 1인칭 좀비 액션 게임이라는 점은 높게 평가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잉라이트는 1/27 발매이며, 한국은 아직까지 발매가 결정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