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프트 4 데드로 4인 협동 코옵 게임의 붐을 일으킨 터틀락 스튜디오의 신작 이볼브가 완전 한글화되어 2월 10일 발매될 예정이다. 이볼브의 게임 규칙은 간단하다:4명의 플래이어는 팀을 짜서 몬스터 역할을 맡은 플래이어를 사냥하며, 사냥꾼들은 사냥꾼들끼리 협동하며 몬스터의 플래이어와 경쟁한다. 하지만 이 간단한 이볼브의 게임 컨셉은 코옵 게임의 대체적인 흐름에 비추어 보았을 때 참신하다고 할 수 있으며, 몇몇 게임들(다잉라이트의 멀티라던가, 페이블:레전드의 멀티라던가 등)에서 발견되는 모습을 보여준다:이볼브는 이러한 경쟁-협동 형태의 멀티 붐의 선두에 서 있는 상징적인 작품인 것이다. 이전까지 보통의 협동 게임에 있어서 협동을 하는 '팀'이외에는 다른 플래이어는 존재하지 않았었다. 대부분의 코옵 게임들은 레프트 4 데드 시리즈처럼 플래이어들은 AI가 조종하는 특수 좀비들과 수많은 좀비들을 해쳐나가면서 게임을 진행해 나갔고, 이는 대부분의 코옵 게임의 정석적인 진행으로 받아들여졌다.
물론 레프트 4 데드 식의 코옵 방식이 전부라고는 말할 수는 없다. 이미 이볼브 이전에도 경쟁 협동 방식의 멀티는 찾아볼 수 있었다. 예를 들어 레프트 4 데드에는 경쟁 협동 방식이 들어가 있는데, 4명의 생존자와 4명의 특수좀비로 팀을 나누고 생존자는 탈출을, 특수 좀비는 생존자의 절멸을 노리며 라운드를 진행하게 된다. 재밌는 점은 레프트 4 데드의 경쟁 협동은 경쟁에 방점이 찍힌 것이 아니라 '협동'에 방점이 찍혀있다는 점이다:나 혼자 잘하면 다른 팀원들도 이끌어줄 수 있는 콜옵 또는 퀘이크 류의 멀티와 다르게, 레프트 4 데드에서 특수좀비들은 '완벽한 습격'을 계획하여야 한다. 각자 장단점이 뚜렷하며, 생존자를 완벽하게 무력화시키기 위해서는 단 한명의 활약보다는 팀 단위에서 잘 짜여진 협동이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생존자 입장에서는 뭉쳐다녀야지만 개별로 무력화되는 상황을 막을 수 있기에 항상 서로를 시야에 두면서 경계하는 자세를 취해야 한다.
잘 찾아보면 이러한 사례들은 흔하지는 않지만 종종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렇다면 왜 4인 코옵 이외에도 레포데의 경쟁 협동 멀티 같은 방식이 흔하지 않고, 지금에 외서 이볼브와 기타 다른 게임들을 통해서 발견되는 것일까? 이는 게임에 있어서 AI가 갖고 있는 근원적인 한계에 기반한다:AI는 그 패턴이 단순하기 때문에 게이머에게 있어서 큰 장애물이 될 수 없으며, 게이머는 AI를 이해하고 공략하며 그 끝에는 AI를 가지고 놀게 된다. 하지만 인간은 다르다. 인간은 AI와 다르게 멍청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지만, 항상 신선하고 재밌으며 대결하는 상대방과의 심리전적인 요소를 내포하고 있다. 그렇기에 AI 대신에 인간과 경쟁하는 것은 게이머에게 있어서 매력적이면서 흥미로운 부분이다. 또한 같은 인간과 대결하여 정복한다는 원초적인 쾌감 역시 게이머를 매료시킬만한 부분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면 어째서 협동의 붐이 일어나던 시점에서 이볼브 같은 경쟁 협동 멀티는 흔하지 않았을까? 이유는 간단하다:경쟁 협동 멀티는 필연적으로 비대칭적인 게임 규칙 구조를 수반한다. 레포데의 경쟁 협동 멀티에서 볼 수 있듯이, 게이머는 두 개의 완벽하게 다른 경험을 체험한다. 한 쪽은 협동 모드의 일반적인 생존자의 경험이고, 다른 한쪽은 기존의 생존자의 플래이와는 다른 특수좀비들의 플래이 방식이다. 게임은 그렇기에 하나의 공간과 시간을 두고 서로 다른 두 경험이 공존하게 되며, 이로 인해서 게임은 다채로워지지만 동시에 복잡해지게 된다.
그렇다면 이렇게도 접근해볼 수 있을 것이다:그러면 협동 요소를 강조하면서 대칭적인 게임 플래이를 만들어낼 수 있지 않을까? 실제로도 그러한 시도가 바이오하자드:오퍼레이션 라쿤 시티에서 행해졌던 것으로 본인은 기억한다. 스펙옵스와 엄브렐라 용병들이 좀비가 돌아다니는 맵을 가운데 끼고 서로 경쟁한다. 상당히 흥미로운 멀티플래이 방식이지만, 문제는 게임 자체가 망해서 빛을 보지도 못하고 사장되어버린 감이 없지 않아 있다. 하지만 대칭적인 경쟁 협동 게임 구조를 상상한다 하더라도, 대부분 게임의 멀티들이 그런 상대팀과 우리팀 사이의 '대칭적인 구조'를 갖고 있다는 것을 상기한다면 대칭적 구조에서의 협동은 크게 부각되지 않는다고도 볼 수 있다:협동이란 승리를 위해서 서로 각기 다른 역활을 맡으며 이 과정에서의 긴밀한 상호작용이 필요로 하는데, 대칭적인 대결 구조에서는 서로가 동등한 능력과 위치에 서있어야 하므로 팀의 구분의 의미가 다소 퇴색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물론 이볼브의 컨셉은 태생적으로 위험을 안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비대칭적인 구조는 두 경쟁 상대 사이의 힘의 균형을 조절해야하며, 동시에 게이머는 양쪽의 게임 템포를 모두 익혀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레프트 포 데드에 있어서 특수 좀비에 익숙하지 않은 게이머들이 협동미션을 거치면서 게임에 능숙해진 상대에게 휩쓸리는 일이 비일비재 했으며, 이는 '인간에게 걸맞는 상대'라는 개념을 오히려 인간이 만족시켜주지 못하는 실패상태라고도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기에 이볼브는 게임의 템포를 3페이즈로 나누고(몬스터의 진화 단계에 따라, 몬스터<헌터인 1단계, 몬스터=헌터인 2단계, 몬스터>헌터인 3단계), 데미지나 다운 상태를 누적시켜서 체력 관리를 중요하게 만들며, 동시에 시간 제한 등의 다양한 제약을 걸어서 싸움을 유도하기도 한다.
사실 엄밀하게 이야기하자면, 이볼브의 성공 가능성은 손에 직접 쥐고 직접 판단해보기 전까지는 감이 안선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이볼브는 경쟁 협동 멀티플래이가 대중에게 호응을 얻을 수 있는 중요한 기회라는 것, 콜옵이나 퀘이크 식의 대칭적인 결투가 아닌 게이머와 게이머 사이의 유기적인 상호작용을 하는 멀티가 큰 흐름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이라는 것이다. 그렇기에 이볼브의 완성도와 흥행을 둘러싼 상황의 추이는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게임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다잉 라이트 "우리에겐 다 있다" 트레일러+좀비는 언제부터 뛰기 시작했나? (0) | 2015.01.25 |
---|---|
보더랜드:핸섬 잭 에디션 트레일러 (0) | 2015.01.21 |
[칼럼]게임과 숫자 (0) | 2015.01.11 |
브레이블리 세컨드 트레일러 (0) | 2015.01.10 |
[칼럼]왜 젤다의 전설은 젤다의 전설인가? (0) | 2015.01.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