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이야기




마리오 카트 8은 단순하면서 심오한 게임이다:레이싱 장르 특성상, 모든 주행에는 답(고스트)이 있다. 하지만 그 답에 가장 근접하기 위한 고스트와의 싸움은 게이머에게 결과적으로 기계와도 같은 주행을 요구할 수 밖에 없다는 문제가 있으며, 이는 트랙이라는 환경이 현실에 가까워질수록 게임은 게이머에게 더욱 완벽한 주행을 요구하게 된다. 물론, 수많은 게임들은 이러한 레이싱 장르가 갖고 있는 태생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니드 포 스피드 라이벌에서는 다양한 추적 테크/도주 테크를 통해서 게임을 대결의 구도에 집중하도록 만들었다. 스플릿 세컨드는 레이싱 트랙을 폭파시켰다. 릿지 레이싱에서는 니트로를 도입하기도 하였으며, 번아웃에서는 충돌을 장려하기도 하였다. 시뮬레이션 레이싱이 아닌 레이싱 장르 게임들은 나름대로 이러한 레이싱 장르의 딜레마를 깰 수 있는 파훼법을 탐구해왔었다.


사실, 어떻게 보면 마리오카트 시리즈는 이 문제의식에 대한 근원적인 해결방법을 제시하는 게임이라 할 수 있다:트랙위에 떨어져 있는 아이템을 먹고 상대에게 써서 상대를 방해하고, 나는 앞으로 치고나간다. 마리오 카트의 이 단순한 논리와 게임시스템은 지금까지 수많은 레이싱 장르가 골머리를 썩히고 있는 문제에 명쾌한 답을 제시한 사례이며, 심지어 이는 20년전의 게임인데도 여전히 통용된다는 점에서 놀랍다고 할 수 있다. 물론, 마리오 카트 시리즈가 레이싱 게임이 가질 수 밖에 없었던 근원적인 문제에 대해서 미래를 내다본 심오한 통찰을 하였기에 그러한 게임을 만들었다고는 절대 말 할 수 없을 것이다. 오히려 마리오 카트의 해결책이 20년이 지난 지금에도 통용될 수 있었던 것은 처음부터 레이싱이 갖고 있는 또다른 속성인 타인과의 '경쟁'에 초점을 맞추었기 때문이라고 본인은 생각해본다.


마리오 카트 8은 그렇기에 단순하면서 심오하다. 하지만 마리오 카트 시리즈는 아이템을 사용한 경쟁이라는 측면에서 완벽한 주행의 개념을 깨뜨리고 있다고 해도 주행 자체를 무시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마리오카트 8의 경우 반중력 기믹을 게임에 적극적으로 도입하여 게임의 트랙을 복잡하고 화려하게 꾸미는데 성공한다. 게이머는 주행 도중에 벽면을 타고 달리거나 거꾸로 메달려서 달리는 등의 상황을 종종 경험하며, 상당히 재밌는 경험이다. 하지만 일반적인 중력에서의 시점과 다른 시점들, 즉 벽을 타고 달리거나 혹은 거꾸로 매달려서 달리거나 하는 등의 시점들을 경험할 때 사람들은 공간지각능력의 한계를 느끼기 십상이다. 특히 그것이 레이싱 같이 코스를 보고 어떻게 주행을 할 것인가 라는 판단과 경쟁자의 움직임에 대한 시뮬레이션이 머릿속에서 동시에 이루어져야 한다면 말이다. 이렇게 놓고 본다면 마리오 카트 8은 대단히 어려운 게임이 될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중요한 점은 마리오 카트 8은 그러한 함정에 빠지지 않았다는 것이다:마리오 카트 8은 트랙이 뒤집히든 말든 간에 자신이 가야할 길을 빠르게 예측하고 달릴 수 있도록 트랙을 디자인 했기에 게이머의 공간지각능력을 테스트하기 보다는 '중력을 거스르며 달린다'. '오 이거 신기하네/재밌네'라는 감각을 게이머에게 심어준다. 또한, 재밌는 점은 이러한 기믹들이 단순한 연출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트랙에 변화하는 기믹을 집어넣거나 다양한 루트를 선택하게 만들어 놓음으로서 게이머가 트렉에 대해 전략적인 사고를 할 여지를 제공한다. 


예를 들어서, 화산 맵의 경우에는 트렉이 계속 무너지며 변화하기에 게이머는 무너지는 패턴을 보고 숙지하면서 자신의 진로를 결정해야 한다. 또한 이 트렉의 경우 곳곳에 대안 경로가 존재하기 때문에, 최대한 후발주자들의 아이템을 피하면서도 선발주자를 재빠르게 따라잡을 수 있는 루트를 찾아내거나 혹은 선발 주자에게 아이템을 한 세트 먹여줄 수 있는 탁트인 트렉을 선택하여 기회를 엿봐야한다. 대부분의 트렉들은 이러한 전략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포인트들이 있으며, 심지어는 트렉 자체가 하나의 플랫포밍 스테이지적인 성격을 띄는 지점도 있다:악명높은 레인보우 로드의 경우 가드레일이 없기에 주행을 조심스럽게 진행해야 하며, 헤이호 광산(이름이 기억이 잘 안나서 죄송...) 같은 경우에는 강물을 따라 내려오는 땟목 발판에 가속 부스터가 달려있어서 이를 밟고 강물을 거슬러 올라와야 한다. 이렇게 트랙들의 다양한 기믹들을 통해 마리오 카트 8의 트렉은 완벽한 주행을 위한 공간이 아니며 상대방을 고려할 수 밖에 없는 전략적 주행의 공간이 된다. 


그리고 마리오 카트 8의 트렉의 구조는 아이템으로 상대방을 방해하며 나는 앞으로 나아간다 라는 게임 시스템과 결합하면서 치열한 각축의 장으로 변한다. 하지만 그것이 격투 게임이나 다른 게임들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프레임 단위의 조작이나 정교한 스킬을 요구하는 경쟁이 아니다. 마리오 카트 8의 아이템들은 강력하지만 단순하며, 대안 루트들은 다채롭지만 복잡하지 않다(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진행할 수 있다) 그렇기에 마리오 카트 8은 진입장벽도 낮으며, 즐기기도 편하지만, 밑바닥이 일천하여 금방 끝나버리는 것이 아닌 오래 즐길 수 있는 경쟁 시스템을 갖추었다고 할 수 있다.


그 외에도 마리오 카트 8에서 다룰만한 재밌는 지점들은 바로 게임 리플래이의 공유가 일어나는 마리오 카트 TV일 것이다. 게이머가 싱글이든 멀티든 플래이를 진행하면 그 플래이는 리플래이의 형태로 기록이 되며, 게이머는 전체 플래이를 보거나 마리오카트 TV에서 골라준 하이라이트를 볼 수 있다. 그런데 이 하이라이트를 선정하는 마리오카트 TV의 성능이 너무나 대단해서, 그냥 평범한 게임에서조차도 훌륭한 리플래이를 뽑아내기도 한다는 것이다. 이를 마리오카트 TV 통해서 전세계인들과 공유하거나 유튜브로 곧바로 전송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물론 유튜브 전송은 상당히 느려터진 기능이긴 하다) 마리오카트 TV는 간단하고 편하게 게임 플래이를 다른 사람과 공유할 수 있는 게임 내의 커뮤니케이션 및 문화 공유 수단이라 할 수 있다. 그것이 별다른 SNS를 거치지 않고 마리오 카트 TV라는 시스템 내에서 통용된다는 것을 생각하면 폐쇄적이지만, 이는 어찌보면 닌텐도가 노리는 노림수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마리오 카트 8은 닌텐도가 Wii U로 보여줄 수 있는 명작이며, 여전히 닌텐도가 퍼스트 파티 게임에 있어서는 타의추종을 불허한다는 것을 보여준 작품이다. 물론, 혹자는 마리오 카트 8 조차 Wii U라는 하드를 견인하지 못했다고 평가한다. 닌텐도는 망했으며, PS4의 세대가 왔다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닌텐도가 마리오 카트 8처럼 자신이 무엇을 해야하는지 분명하게 알고 있다면, 끝까지 이 치열한 경쟁의 장에서 붙어서 살아남고 다시 되돌아 올 수 있는 기회를 움켜질 수 있을 것이다. 누군가 이야기했듯이 '오래된 친구' 같은 게임을 만드는 것이 닌텐도이며, 버니홉의 표현대로 '객관적으로 끌릴만한 요인은 없지만 이상하게도 관심이 가는 콘솔'이 바로 닌텐도 콘솔이기 때문이다. 


물론 닌텐도가 마리오 카트 8에서조차 위유 패드를 강제하겠답시고 순위표를 패드 액정에 박아넣는 짓을 하기도 했으며, 타블렛 패드라는 것을 놓고 자신들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난항을 겪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것 역시 사실이다. 또한 2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슬슬 달릴 준비를 하고 있으며, 경쟁자인 PS4와 엑원이 자신을 제치고 추월하는 이 시점에서조차 버벅거리거나 변화에 뒤떨어진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아슬아슬하다고 평가할 수 있겠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닌텐도가 보기보다는 그렇게 멍청하지는 않다는 것이다:발매 1년이 다되어 가는 PS4와 엑원이 그 하드로 할 수 있는 독점 게임에 있어서 난항을 겪고 있다는 것은 이미 익히 알려진 이야기며, 닌텐도는 여전히 그 독점 소프트에 있어서는 타의추종을 불허하는 강점을 가진 회사이기 때문이다. 이는 기술집단의 성격으로서 닌텐도라기 보다는, 게임에 대한 '철학'을 공유하는 집단으로서의 닌텐도가 갖는 강점이다. 마리오 카트 8은 닌텐도의 감각이 아직 녹슬지 않았다는 것을 훌륭하게 입증한 게임이며, 앞으로의 닌텐도의 행보에 주목할만한 가치가 있다는 것을 충분히 입증해낸 게임이다. Wii U를 사시는 분이라면, 첫 타이틀로 꼭 추천하고 싶은 게임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