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쁘고 힘들어...
*베요네타 2편 리뷰(http://leviathan.tistory.com/1907)와 1편 리뷰(http://leviathan.tistory.com/1426)
베요네타 1과 2가 닌텐도 스위치로 발매되었다. 완성도에 비해 많이 팔리지 못한 작품으로 명성(?)이 높은 베요네타 시리즈는 닌텐도가 판권을 인수한 이후로 완전히 닌텐도 진영으로 넘어온 게임이 되었다. 심지어 2편의 그럭저럭이었던 판매량에도 불구하고, 베요네타는 스위치로 3편이 나올 예정이며 닌텐도 라인업에서 부족한 하드코어 액션 게임의 빈 자리를 매꿔주는 역할을 자처한다. 그런 점에서 스위치로 나온 베요네타 1&2도 현재 스위치에 부족한 액션 게임의 빈자리를 매꾸기 위한 일환으로 볼 수 있으며, 이식 수준도 위유 판을 그대로 옮긴편이기에 준수하다. 양쪽 다 테이블/독 모드 모두 720P에 가변 60프레임으로 작동하며, 자잘한 부분에서 퍼포먼스가 개선되기는 하였지만 위유 판으로 클리어 한 사람 기준에서는 크게 느껴지진 않는다.
흥미로운 점은 베요네타 1편을 클리어(노말 모드 8시간)한 후, 곧바로 베요네타 2편을 진행했을 때 느껴진 차이였다. 1편과 2편의 리뷰를 각각 썼을 때는 이 두 게임의 차이에 대해서 크게 신경쓰지 않았었고, 이는 1편과 2편 모두 게임의 핵심적인 구조(회피에 기반한 게임 시스템)는 공유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2편을 클리어한 이후, 다시 1편을 꺼내서 클리어 한 후에 2편을 다시 플레이하니, 과거 리뷰를 쓸때 느끼지 못했던 부분들이 크게 체감이 되었다. 베요네타 2편은 1편의 컨셉을 이어오면서 몇몇 부분을 튜닝하였고, 그것이 실제 플레이하는 입장에서는 크게 차이점을 느낄 수 있다.
기존 1편의 경우, 2편에 비해 위치타임의 발동이 상당히 까다로운 편이었다. 적들이 무기를 휘두르는 순간에 무기와 케릭터 회피 판정 부분이 닿아야지만 발동이 가능했고, 그나마 몇몇은 위치 타임의 발동을 씹는(그레이스&글로리 같은 친구들) 특성을 지녔기에 회피는 그야말로 '피한다'라는 느낌이 더 강했다. 그렇기 때문에 1편의 경우, 회피가 닷지 오프 셋을 사용하여 위키드 위브를 이어주는 콤보 연결 고리 역할을 톡톡히 해내는 쪽에 가까웠다. 하지만 2편에서는 적이 공격할 때의 반짝거리는 UI의 인지성을 높이고(1편 보다도 확실하게 적이 공격하는 것을 인지할 수 있게끔 구성되었다), 적의 공격 범위를 늘려준 덕분에 위치 타임을 발동하는 것이 한결 쉬워진 편이다.
위치타임이 차지하는 비중이 낮았던 1편의 난이도는 뭔가 데메크 1편이나 PS2 시절의 과거 게임을 연상시키는 구석이 많다. 적들은 빠르고 강하게 공격을 해오는데, 모션을 곧바로 확인하지 못하니 게임이 매우 어렵다. 적의 구성에서도 플레이어의 스킬을 극한으로 테스트하는 듯한 적 패턴들도 자주 나온다. 그렇기에 베요네타 1의 노말 난이도는 이런 점들에서 요즘 나오는 게임들 체감 난이도의 1.5배 이상으로 어렵다는 느낌이다. 하지만 베요네타 2는 흥미롭게도 1편의 난이도나 적들 패턴을 유지하면서, 위치 타임 발동이 쉬워진 덕분에 체감 난이도는 낮아진 편이라 할 수 있다. 물론 적들의 공격을 제대로 회피하지 못하면 그야말로 억 소리가 절로 나오는 콤보 공격을 해오지만 말이다.
연출 측면에서도 1편은 과하다 싶을 정도의 B급 테이스트를 자랑하는데, 그 유명한 댄스 배틀 씬이나 아슬라 데 솔에서의 스테이지 구성들(날아다니는 미사일과 미사일 위에서의 혈투 같은)은 지금봐도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연출 흐름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2편의 경우, 연출의 규모와 크기는 전작에 비해서 세련되고 발전되었긴 하지만, 1편의 섹스 어필 같은 B급 테이스트는 많이 죽은 편이라 볼 수 있다. 감독인 카미야 히데키가 2선으로 빠지고, 새로운 사람들이 만들었기 때문이라는 설도 있지만 1편의 과격한 테이스트에 닌텐도의 입김이 들어가면서 어느정도 줄어든 것이 아닐까 추측해본다.
그래도 QTE이나 연출 부분에 있어서 1편과 2편 모두 지금 트리플 A 게임이 범접할 수 없는 매력을 보유하고 있다. 베요네타 1&2에서 플래티넘 게임즈는 메탈기어 리벤전스나 니어 오토마타, 맥스 아나키, 벵퀴시 등의 원형이라 불릴 수 있는 연출을 보여준다. 이러한 연출들은 일종의 바카게(연출이 바보스럽지만, 뭔가 열혈스러워서 덩달아 끓어오르는 느낌의 게임을 지칭하는 일본쪽 게임 용어)스러운 감성에 기반하고 있다. 하지만 콜옵식의 롤러코스터 연출과 다르게, 베요네타 시리즈는 플레이어가 계속 게임의 주도권을 쥐게 하여 게임에 집중하게 만든다. 더 나아가서 일반 게임 플레이와 QTE, 컷씬 등에서 이루어지는 연출이 통일되게 구성하여 컷씬과 연출이 게임의 일부처럼 느껴지게끔 구성하였다. 지금 플레이해도 시리즈 특유의 QTE의 파괴적인 연출이나, 1편 QTE를 씹고 여유를 부리는 최종 보스, 2편 프롤로그에서 빌딩을 타고 올라가는 고모라와 싸우는 연출 등은 전혀 질리지 않는다.
물론, 1편과 2편 모두 클리어한 사람의 관점에서 보았을 때, 1편보다도 2편이 더 완성도 있는 게임이라는 점은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1편은 가능성이었다면, 2편은 그 가능성을 한계까지 끌어올린 작품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꼭 하나의 게임만 구매해야 한다면, 2편만을 구매하는 것이 방법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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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휴가 끝나가...
*슈퍼마리오 오딧세이 리뷰를 참조해서 봐주세요.
임의의 점과 다른 한 점을 연결하는 직선은 단 하나뿐이다.
-유클리드 기하학
외고 입시 수학문제로 유명한 논센스 문제가 있었다:한 사냥꾼이 자신의 집에서 출발하여 동쪽으로 향해 1km, 남쪽으로 향해 1km, 북쪽으로 향해 1km씩 이동하여 자신의 집으로 돌아왔다고 한다. 그렇다면 이 사냥꾼 집의 위치는 어디있는가? 이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먼저 평면을 전제로 하는 유클리드 기하학과 3차원을 전제로 하는 비유클리드 기하학의 차이를 알아야 한다. 유클리드 기하학에서 세 각이 90도인 삼각형은 존재할 수 없다. 왜냐하면 세 선분이 서로 직교하게 되면, 분명 두개의 선분은 서로 평행하여 만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3차원의 공간을 다루는 비유클리드 기하학에서는 이것이 가능하다. 문제에서 묻고자 했었던 것은 그 차이를 인지하고 있느냐다:방위를 기준으로 90도의 직각을 그리며 이동하였더니, 원위치로 돌아오는 공간은 지구상에서 단 한 곳 북극점이다.(물론 북극점에 사람이 살고 있는지 여부는 따지지 말자) 이와 같이 평면의 공간과 입체적 공간에서 생각하는 것은 완벽하게 달라진다.
그런 점에서 플랫포밍 게임의 역사는 유클리드 기하학 공리의 연장선상에 있었다:입구가 있고, 출구가 있으면 그 곳까지 도달하는 최단 경로는 단 하나뿐이다. 그리고 모든 플랫포밍은 입구에서 출구로 향하는 정답을 찾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슈퍼마리오의 경우,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스크린이 이동하면서 다양한 장애물을 피해 움직여서 목표에 도달하는 경로를 찾아야 한다. 매트로이드 구작이나 악마성 같은 작품들은 슈퍼마리오와 같이 스크린 이동에 방향성을 부여하지 않지만, 스테이지 내에 다른 스테이지로 이어지는 출구를 배치함으로서 그 출구로 향하는 경로를 찾아서 움직여야 한다.
하지만 단순히 최단 경로를 따라서 움직이는 것은 게임을 지루하고 단조롭게 만들기 때문에, 플랫포밍 게임은 다양한 함정과 플레이어의 기술을 시험하는 요소를 부여한다. 예를 들어 셀레스트의 경우, 정교한 조작과 스테이지 내 다양한 기믹을 이용하여 게임에 긴장감을 부여한다. 셀레스트에서 플레이어는 출발하기 전 최적의 경로를 계산하고 어떻게 행동할지에 대해 계획을 세운 뒤, 그에 맞춰서 자신의 움직임을 최적화한다. 그 과정 속에서 플레이어는 수많은 실패을 거치고, 자신의 기술을 갈고 닦은 뒤 결국 스테이지를 정복한다. 셀레스트는 경로를 찾는 것을 넘어, 플레이어가 정답에 도달하기 위한 기술을 갈고 닦고 게임을 정복하는 구조를 갖는다. 그런 점에서 셀레스트는 플랫포밍 게임 장르의 두가지 특징 1)최단 경로를 향해 이동하는 것, 2)그 사이의 장애물을 넘어서기 위해 기술을 연마하는 것을 모두 충족하는 게임이다.
흥미로운 점은 3D 기술이 발달하면서 3차원으로 구성된 플랫포밍을 즐기는 소위 '파쿠르' 게임이 늘어났지만, 본질적인 부분에서는 이들 역시도 여전히 전통적인 2차원 플랫포밍 게임의 연장에 놓여있다는 점이다. 언차티드 같은 3인칭 액션 게임의 경우, 스테이지 내의 경로가 다채로운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하나의 경로만이 정답이며, 또한 플랫폼에서 플랫폼으로 건너 뛰는 것도 기술이 요구되기 보다는 마법의 자석 손바닥과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는 카메라로 귀결되는 안전장치 등을 통해서 평면적으로 구성하였다. 물론 언차티드 시리즈의 성공은 소위 파쿠르 게임에 있어서 대중적인 가능성을 열었으며, 2편까지의 성공은 3편과 4편에서는 파쿠르로 움직이는 대규모 아레나를 구성하는 자신감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여전히 언차티드는 이동 경로를 다루는 방식에 있어서 여전히 선형적인 구조에 기반하기에 3차원과 플랫포밍이 결합하여 낼 수 있는 시너지를 충분히 발휘하지 못하였다.
물론 그런 언차티드의 얕은 부분들이 대중을 사로잡는 저력을 발휘하기도 하였다. 언차티드 이전 있었던 수많은 3D 플랫포밍 실패작들은 불합리한 낙사와 스테이지 구성 실패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심지어 1인칭 파쿠르 게임은 더 찾아보기 힘들다!) 이는 3차원 공간 인지의 경우, 2차원의 평면에 비교하여 보았을 때 최단 최적 경로를 계산하는데 있어서 고려해야하는 사항들, 원근감이나 거리 측정 등이 더 복잡하고 정교한 판단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언차티드는 콜옵이 그랬었던 것처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문제 자체를 단순화(3차원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안전장치를 통해 구성된 2차원 스테이지) 시키는 작업을 거쳤다.
슈퍼마리오 오딧세이는 그런 점에서 플랫포밍 게임의 전통을 계승하는 동시에, 3D로 플랫포밍 게임 장르를 만든다면 어떻게 해야하는가를 보여준 혁명적 작품이었다. 오딧세이는 언차티드 같은 안전장치가 전무하고, 점프와 같은 단순한 동작만으로 게임을 진행하게끔 만들었다. 싱글 스토리 클리어까지 슈퍼 마리오 오딧세이는 일직선 진행을 보여주며, 플레이어가 어디까지 도약하여 발판에 착지할 수 있는지, 어떻게 하면 스테이지를 이해하고 공략할 수 있는지 기본적인 사항들을 교육한다. 각각 스테이지들은 섬세하게 다듬어졌기 때문에, 플레이어는 자연스럽게 슈퍼마리오 오딧세이의 구조에 맞춰 생각하고 반응할 수 있게끔 기술을 훈련받는다.
그러나 슈퍼 마리오 오딧세이의 최대 매력은 스토리를 클리어하는 시점 이후부터 발현된다. 게임은 이후 직선으로 진행되던 스테이지의 방향성을 삭제하고, 플레이어가 파워문을 찾아서 스테이지를 구석구석 뒤지게끔 유도한다. 슈퍼 마리오 오딧세이가 위대한 점은 바로 이 파워문을 찾는 과정 자체를 3차원이라는 공간을 인지하게끔 만든다는 것이다.전통적인 플랫포밍이 2차원의 공간에서 점(출발과 시작)과 선(최단 경로)으로 이어진 직선의 경로를 찾는 것이었다면, 오딧세이에서 플레이어는 3차원 공간을 인지하고 카메라를 돌려서 적극적으로 경로를 찾는다. 이 능동적인 탐색 과정을 통해서 플레이어는 목표(파워문)까지 도달하기 위한 경로를 스스로 개척한다.
물론 파워문에 도달하기까지의 경로가 무한히 자유로운 것은 아니다. 이런 점에서 오딧세이는 오픈월드-샌드박스라 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핵심은 카메라의 설정과 목표의 인지, 실패와 성공의 반복, 마지막으로 기술력을 갈고 닦는 부분까지 슈퍼 마리오 오딧세이는 3차원이라는 공간의 특수성(보는 각도와 시점에 따라서 보이는 것이 달라지는)을 활용해 플레이어에게 재량을 부여하고, 생각하고, 자신이 생각한 것을 따라 움직이게끔 유도한다. 여기서 오딧세이는 2차원 평면 기하학의 한계를 벗어나서 3차원 공간에서만 가능한 플랫포밍의 개념을 실현한 것이다. 그렇기에 안전장치의 틀에 사로잡혀서 고만 고만한 흐름을 보여주는 소위 트리플 A급 게임보다도 슈퍼 마리오 오딧세이는 장르의 본질을 정확하게 꿰뚫고 있으며, 3차원 플랫포밍이 가질 수 있는 실패의 가능성을 스토리 플레이를 통한 학습 곡선으로 커버한다. 그런 의미에서 슈퍼마리오 오딧세이는 전통적인 플랫포밍 장르를 혁신하는 동시에, 플랫포밍 장르의 전통을 가장 고수하는 독특한 이중성을 지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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