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이야기

 

기어스 5는 2019년에 나온 기어스 오브 워 프랜차이즈의 최신작이다. 하지만, 기어스 5는 발매 당시에는 크게 리뷰를 할 필요가 없는 게임이었다:기어스 오브 워 4가 성공적인 3부작을 '그럭저럭' 이어나갈 수 있을 정도로 게임을 만들었고, 기어스 5도 큰 틀에서 별 차이가 없는 작품이기 때문이다. 물론 새로운 게임인만큼 새로운 요소들도 추가되었다. 싱글플레이에서 오픈월드에 비슷한 스테이지를 선보였고, 호드 모드는 변화하였고, 새로운 멀티플레이 모드인 탈출이 추가되었다. 하지만 본질적으로 게임이 변한 것은 아니었다. 여전히 게임은 기어즈 오브 워에 근거하고 있는 게임이다:엄폐 위주의 TPS 슈팅, 과격한 폭력 묘사와 공격적인 게임 플레이, 이에 기반한 PvP, PvE 모드까지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게임에 대해서 뭔가 새로운 포인트를 짚어내기는 힘들었다. 

하지만 게임패스와 엑스박스 시리즈 엑스의 발매와 함께, 기어스 5를 재발굴할 기회를 갖게 되었다. 엑스박스 시리즈 엑스가 발매하면서 기어스 5는 대형 업데이트인 오퍼레이션 할로우 스톰와 그래픽 업그레이드를 했다. 물론 기본적인 게임 플레이는 여전히 처음 나왔던 기어스 5지만, 몇몇 요소들은 발매 당시보다 강화된 부분이 있다.

일단 호드 모드에 집중해서 보자:호드 모드는 기어즈 오브 워 2편에 처음 등장한 PvE 모드로, 매 라운드마다 몰려드는 적들을 격파하고 살아남는 것이 목표다. 호드 모드는 나오고 나서 상당한 유행을 불려일으켰는데, 호드 모드 자체가 싱글플레이보다 기어즈 오브 워 시리즈의 본질을 잘 담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기어즈 오브 워 시리즈의 싱글플레이는 기본적으로 적의 등장 - 엄폐 - 전투 - 다음 스테이지로 넘어감의 형태를 띈다. 하지만 싱글플레이에서 엄폐-전투는 일방향적인 경향성을 가질 수 밖에 없는데, 기본적으로 싱글플레이 스테이지는 선형적인 방향으로 나아가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물론 스테이지 구성에 따라서 측면을 공격당하거나 뒤에서 적이 등장하거나 한 곳에 엄폐하면 불리하게 만드는 적들(붐샷 사이언 같은)이 있지만, 대부분 기어즈 오브 워의 싱글플레이 게임 경험은 한 곳에 잘 박혀 있으면서 적들을 죽이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는 기어스 5에서도 그대로 이어지는데, 오픈월드를 어느정도 구축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도, 안에서 일어나는 스테이지들 역시 기본적으로 선형적이다.

하지만 호드 모드는 다르다:기어스의 싱글플레이가 선형적인 엄폐-진격의 구조라면, 호드 모드는 공성전이다. 적들은 플레이어들을 포위 섬멸하기 위해서 플레이어를 전 방향으로 압박한다. 싱글플레이에서 선형적으로 밀고 들어오는 적들을 상대하는 것과 다르게, 어느 방향에서 어떤 적들이 밀려들지 모르고, 싱글플레이에서 플레이어가 하나의 엄폐물에서 모든 적들을 상대하는게 가능한 것과 달리 호드 모드에서는 플레이어가 넓은 범위의 스테이지를 커버하지 못한다면 측면을 잡혀 전멸당하기 십상이기 때문에 항상 긴장감이 넘친다.

그리고 공성전에는 방어용 시설들이 필요하기 마련이다:기어즈 오브 워 3에서 추가된 방어용 시설들은 적들이 몰려오는 것을 느리게 만들거나, 적들에게 압도적인 화력을 선사하는 포탑 등등을 설치하는 요소를 추가했다. 하지만 3편의 방어용 시설들은 지정된 위치에만 설치가 가능했다는 한계가 있었다. 4편은 제조기라는 요소를 도입하고, 건설과 방어 시설들을 자유롭게 배치할 수 있게 했다. 방어물의 건설과 유지 등은 4편 이후로 매우 중요해졌는데, 이 때부터 퍽 시스템이라 할 수 있는 카드와 RPG 형태의 게임 플레이(역할의 구분, 강해지는 성장 요소 등)의 기반을 다졌다고 할 수 있다.

기어스 5의 호드 모드는 오퍼레이션 할로우 스톰(시리즈 엑스 발매 당시의 업데이트) 이전과 이후를 구분해서 봐야한다:할로우 스톰 이전의 호드 모드는 '케릭터=직업'의 등식을 세우고, 케릭터 마다 다양한 카드를 활용해서 게임을 풀어나가야 했다. 하지만 할로우 스톰은 케릭터=직업 이라는 등식을 무너뜨리고, 직업 구분을 나누었다. 그리고 카드들도 발매 당시의 호드와 비교해보면 선택지가 늘어나서 카드 조합을 다양하게 할 수 있다.

종합하자면, 기어스 5의 호드 모드는 일종의 공성전 간이 RPG가 되었다고 할 수 있다. 게임은 분명 이전의 게임보다 더 쉬워진 부분이 있는데, 시설물들의 적절한 배치와 각 직업 간의 협업으로 게임을 쉽게 풀어나갈 수 있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하지만 게임이 마냥 쉬워지진 않았는데, 난이도 옵션에서 게임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디버프들이 나오고 난이도가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직업간 협업, 디버프 파해법 숙지 뿐만 아니라 카드 업그레이드를 통한 레벨업도 중요해지기 때문이다. 그래도 게임을 익히는 구간이라 할 수 있는 직업 1렙 ~ 9렙까지는 레벨링이 쉬운 편이고 다른 고레벨 직군에게서 캐리를 받아서 카드 세팅을 빠르게 할 수 있다는 점도 입문 난이도를 많이 낮아진 편이며, 입문 ~ 파고들기 까지 모두 재밌는 구성을 보인다.

탈출 모드는 상당히 흥미로운 도전다:빠른 시간에 조합된 스테이지들을 클리어하는 탈출 모드는 기존의 기어즈 시리즈 멀티플레이 중에서도 호드 모드와 같이 싱글플레이 및 게임 메카니즘을 잘 살려낸 케이스라 할 수 있다. 시작할 때, 권총 하나만으로 시작해서 각 직업간의 능력과 패시브 조합을 통해서 스테이지를 클리어하고 무기를 빠르게 챙긴 뒤 도망쳐야 한다. 빠른 진행, 엄폐와 임기응변, 무기 확보, 협동 등의 요소들은 확실한 재미를 보장한다.

기본적으로 탈출 모드의 베이스는 스피드런 문화에 기반하고 있다:스피드런에서 플레이어들은 더 빨리 게임을 클리어하기 위해서 맵을 숙지하고, 공략을 외우고, 문제가 될 부분들을 사전에 차단하는 흐름을 보여준다. 즉, 공략대로 게임 플레이를 풀어나가고, 더 빨리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과정 자체를 익히는 과정이 재밌는 부분이라 할 수 있다.

기어스 5의 가장 문제점은 매칭이 쉽게 잡히는 게임이 아니란 것이다:본인도 이번 게임을 정확하게 평가하기 위해서 충분한 탈출과 호드 모드를 플레이했었어야 했는데, 공개 매칭으로는 게임을 제대로 잡을 수 없기 때문에 싱글 플레이 중심으로 플레이 해서 '별로 새로울 것이 없는 게임'이라는 인상이 강하게 박힌 상황이었다. 그러나 파티를 맺고 공개방 설정을 한 후에 매칭을 하기 시작하면서 게임 경험이 훨씬 더 달라진 부분이 있다. 게임 패스에 기본적으로 포함이 되어있는 게임인 만큼, 사람을 모으기는 쉬워서 기어즈 5를 하려 한다면 게임을 하기를 권장한다.

결론적으로 기어스 5는 그럭저럭 잘만들어진 싱글 플레이 게임에 계속해서 업데이트 하여 재밌어진 멀티플레이가 합쳐진 게임이라 할 수 있다. 게임 패스를 구독하면 기본적으로 딸려오는 게임이고 피씨-엑박 크로스 플레이를 기본적으로 지원하는 만큼, 게임 입문 허들도 이전보다 낮아졌다. 친구를 모아서 게임을 한다고 하면 꼭 추천하는 게임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