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이야기

 

콜옵이란 무엇인가? 어떤 게임을 하나의 문장으로 축약하는 것은 힘든 일이지만 모던 워페어 이후 지난 13년 간 콜옵은 소비자들 사이에서 확고한 자기 이미지를 구축하였다:좋은 의미로나, 나쁜 의미로나, 트리플 A 게임의 가장 밑바닥. 달라지는 건 없고, 싱글은 레일로드 슈터를 넘어서 아방가르드 수준에 이를 정도로 단순해지고 QTE, 이벤트 성 스테이지에 의지하고 있으며, 재작년에 했었던 것을 전년에 하지 않은 것이 변화고, 작년에 했었던 것을 올해 바꾸는 것이 변화고 혁신이라 불리는 게임. 하지만 이를 기분 나쁘게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 콜옵은 원래 그랬던 게임이고, 그런 보수성과 얄팍함에도 13년 동안 살아남아서 수많은 게임 프랜차이즈들을 재껴버렸으니까 말이다.

 

그런 점에서 모던 19의 등장은 '위대했던 모던 워페어 시절의 콜옵을 다시 한번'이었다. 모던 워페어 2007은 당시로는 대단히 충격적인 게임이었다:밀리터리 판타지와 영화적 연출의 결합, 독특한 미니 게임들, 지금의 FPS 장르 전형을 만들어낸 멀티플레이들, 킬스트릭 시스템 등등. 지금은 아니지만, 모던 워페어 2007은 그야말로 트리플 A 게임의 시조였다. 거기서 변화가 없었기 때문에, 점점 오르는 트리플 A 게임의 기준의 밑바닥을 차지한 게 콜옵이지만 말이다. 그렇기에 '모던 워페어의 영광을 다시 한번'이라는 캐치프레이즈는 겉보기에는 야심차 보였다:위대한 시절로의 회귀.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새로운 길을 찾기보다 '그 시절'에 집착하는 모습이야 말로, 모던 19의 모양새는 콜옵이라는 프랜차이즈에 얽메일 수 밖에 없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결과는 크게 다르지 않았다:여전히 콜옵다운 싱글플레이, 대체 왜 넣은지 모르는 그라운드 워페어, 낮아진 TTK(Time to Kill, 죽이는데 들어간 시간)와 무의미하게 넓어지고 복잡해진 맵들 등등. 모던 19는 모던 워페어 1이 보여주었던 충격과 신선함이 아닌, 망가진 밸런스의 모던 워페어 2와 최악의 콜옵 타이틀을 보유중인 고스트가 만들어낸 잡종에 가까웠다. 

 

하지만 워존은 달랐다:최근 유행하고 있는 배틀로얄 장르에 콜옵식 킬-포인트 스트릭 개념을 어떻게든 탑재해보려는 노력, 에이펙스 레전드 이후로 이어지는 공격적인 배틀로얄 흐름, 무료 플레이를 통해서 게임 플레이 폭을 어떻게든 늘려보려는 노력까지. 배틀로얄 장르가 PUBG나 포트나이트 이후로 이들을 배끼려는 시도를 해왔다면, 에이펙스 레전드나 워존은 독자적인 자신만의 흐름을 개척하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했고, 소기의 성공을 거둔 케이스였다. 

 

콜드 워는 모던 19가 거둔 성공(워존)과 실패(그라운드 워페어 등등)를 이어받아서 자신만의 무언가를 만들려 한 게임이다. 흥미로운 점은 보조 제작사였던 레이븐이 슬렛지해머를 재끼고 트레이아크와 함께 최초의 콜옵 신작을 공동제작한 것이 이번 콜드 워라는 점이다:레이븐은 이미 최근에는 싱귤레리티, 아주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면 헥센 같은 게임을 만들었던 베테랑 게임 제작자들이었다. 그런 그들이 트레이아크와 함께 블랙옵스 프랜차이즈의 신작을 만든 것은 놀라운 부분이긴 하였지만, 예견된 수순이었다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콜드 워는 기본적으로 콜옵이다. 이 뜻은 반복적이긴 하지만, 나름의 의미가 있다:모던 19는 콜옵이 되고 싶어하지 않았던 콜옵이었다. 맵 내의 상호작용 요소나, 그라운드 워페어나, 현실에서 차용한 싱글 플레이와 이미지들은 충분히 논쟁적이었다. 모던 19는 모던 07을 부활시켜서, 콜옵이 아닌 새로운 무언가가 되고자 하는 시도였다. 하지만 그 시도는 놀랍지도 않고 그렇게 썩 재밌지도 않았다. 물론 최악의 콜옵(고스트)이라 부를 수 없지만, 최악의 콜옵이 되기에도 미적지근한 것이 모던 19였다. 블랙 옵스 1~4편이 각자 자신만의 포인트를 가지고(1편:냉전과 음모론의 재발견, 2편:미래 전쟁의 시작, 분기가 있는 싱글 등등, 3편:날아다니는 게임 플레이와 맵구성 등, 4편:멀티플레이 전용, 배틀로얄 장르의 인수) 있었고, 그것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였던 것을 생각한다면 더더욱 그럴 것이다. 콜드 워는 블랙옵스 시리즈 같은 시도는 하지 않았지만, 적어도 모던 19처럼 이것도 저것도 아닌 미적지근한 게임이 되진 않았다.

 

 

싱글플레이는 블랙 옵스 1편의 거울상 같은 게임이다. 스포일러가 되기 때문에 자세하게 언급할 수는 없겠지만, 기존 콜옵의 미국과 반공 위주의 분위기를 뒤집는 묘한 반전이 있는 게임이다. 그것이 블랙옵스 1편이나 2편 정도 수준의 무게감을 가지는 서사는 아니지만, 짧고 즐겁게 즐기기에는 충분한 작품이다. 

 

멀티플레이 측면에서 눈여겨 봐야하는 점은 콜드 워가 모던 19의 많은 부분을 차용하고 있다는 점, 그러면서도 큰 틀에서는 블랙옵스 시리즈의 느낌을 따른다는 점이다. 모던 19가 이전 콜옵과 다른 점들, 혹은 모던 2와 고스트로부터 차용한 점은 넓어진 맵과 낮아진 TTK, 니가와 전술의 유리함 등등일 것이다. 기본적으로 이 둘이 모던 2와 고스트를 상당히 공정하지 못한 게임으로 만든 경향이 큰데, 1)맵이 넓어져서 적을 찾기 어렵다, 2)TTK가 낮아서 스나이퍼 라이플 같이 한 발 데미지가 큰 무기들은 먼 거리에서도 한 방에 상대를 죽일 수 있고, 3)소음기 낀 무기들도 충분히 먼 거리에서 적들을 잡을 수 있다, 라는 요소들이 문제였다. 모던 2 FFA 게임에서 모든 사람들이 길리수트 입고 꼼짝도 하지 않고 상대가 움직이길 먼저 기다렸다던가, 모던 2-고스트-모던19 모두 킬캠 보기전까지는 왜 죽었는지도 모르는 소위 의문사가 횡횡 했다는 점은 이러한 문제를 정확하게 드러내는 부분이었다.

 

하지만 콜드 워에서는 모던 19 방식의 넓은 맵(맵의 복잡도와 넓이를 늘리는)을 고수하면서도 이러한 경향성이 상당수 줄어든 모습을 보여주는데, 이는 두 가지 요소 때문이다. 첫번째는 전반적으로 소요되는 TTK를 올린 점이다. 덕분에 적을 상대하거나 공격을 받을 때, 확실하게 적을 잡지 못하면 역습을 당해 죽을 수 있다. 또한 TTK가 올라가면서 저격총+소음기로 헤드샷을 노리는 패턴도 사실상 봉쇄되었는데, 맵이 넓어짐과 동시에 소음기 거리별 데미지 감소가 겹치면서 '헤드를 맞춰도 한번에 죽이지 못하는' 문제가 종종 발생하기 때문이다. 물론 현재 근거리 원거리 모두 커버하는 OP총(2020년 12월 기준)들인 AUG나 M16가 있긴 하지만, 맵 리딩만 잘하면 손도 써보지 못할 정도로 당할 수준도 아니고 너프될 가능성도 높기 때문에 마냥 총기 벨런스가 무너졌다고 이야기하기에는 애매하다.

 

두번째는 맵의 구성이다. 기본적으로 콜드 워의 맵 구성은 모던 19의 영향을 받아 커지고 복잡해졌지만, 흥미로운 점은 생각보다 스나이핑을 하거나 캠핑을 하거나 등의 게임 흐름을 느리게 만드는 요소들은 많이 없다는 점이다. 보통 콜옵에서 게임 흐름을 방해하는 요소는 한 곳에 오랫동안 머무르면서 스나이퍼 라이플 같은 한 발 고화력 무장으로 킬을 확보하고 킬스트릭을 뽑는 캠핑 플레이라 할 수 있는데, 모던19는 캠핑이나 이런 요소에서 다소 감점을 받을 수 밖에 없는 구조였다. 맵의 시인성, 적의 인지 등의 측면에서 모던 19의 맵은 너무나 복잡했고, 스나이핑과 같은 장거리 공격을 당할 때 '어디에 숨으면 되는가'라는 부분이 다소 모호한 부분들이 많았다.

 

모던 19의 논쟁적 맵 디자인의 대표적 예는 피카딜리일 것이다:맵은 거대하지만, 큰 흐름이나 전개가 보이지 않고, 플레이어가 전방을 주시할 때, 체크해야하는 공간들이 너무 많아서(2창의 창문, 버스 사이, 지하철 출입구 등등) 출입구를 주시하다가 어디서 날아왔는지 모르는 총알을 맞고 죽는 경우가 허다했다. 그리고 심지어 몇몇 스팟들(상점 2층 같은) 같은 경우에는 클레이모어를 설치하고 2층 스나이핑 포인트에서 농성하면 역 스나이핑이나 한계까지 쿠킹한 수류탄 말고는 도저히 상대를 제압할 방법이 없는 공간들도 각 맵마다 곳곳에 존재했다.

 

콜드 워의 경우, 이전 콜옵들에 비해서 스나이핑이나 장거리 싸움 비중이 늘어나기는 했지만, 모던 19나 모던 2, 고스트 같은 수준까지는 떨어지지 않는다. 기본적으로 맵은 넓지만, 플레이어가 신경써야하는 것은 전방, 후방, 그리고 좌우 방향이다. 보통 콜옵에서 중요한 능력은 적이 어느 방향에 존재하고 어느 방향으로 진격할 것인지에 대한 맵 리딩 능력이다. 콜드 워의 경우, 플레이어가 움직이는 경로에 자잘한 엄폐물들을 배치해두고, 탁 트인 복도나 거리에서 상대가 장거리 교전을 시도하면 빠르게 은엄폐를 할 수 있는 구조로 짜여있다. 그렇기 때문에 맵 리딩과 플레이어들끼리 뭉쳐 다니는 기본적인 것들만 잘 지킨다면 갑자기 날아오는 총알에 목숨을 잃는 일은 없다고 봐도 된다. 

 

이러한 맵 구성의 대표적인 예가 앙골라라 할 수 있다:한쪽은 위성이 추락한 잔해로 되어있고, 다른 한쪽은 얕은 사구들과 탁트인 전경으로 구성되어 있다. 큰 맵의 구조로 보았을 때는 사구 쪽에서 사구 쪽으로 접근하는 플레이어와 잔해쪽 양쪽다 견제할 수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잔해쪽에서 사구쪽의 저격이나 견제를 효과적으로 피할 수 있게끔 엄폐물이 산재하여 있어 저격이 말처럼 쉽지는 않은 상황이다. 또한 플레이어가 마음 먹으면 잔해쪽에서 사구쪽에서 저격하는 플레이어를 우회 공격하는 것도 가능할 수 있다. 이런 식으로 게임은 맵을 큰 흐름으로 쪼게서 흐름을 파악하게 만들고, 그 사이에서 은엄폐물을 배치해서 플레이어가 마냥 쉽게 당하지 않게 보호한다. 

 

포인트스트릭의 경우도 상당히 이전의 포인트 스트릭보다 과격한 형태로 발전하였다:이제는 내가 죽어도 쌓아올린 포인트는 그대로 유지되기 때문에, 킬스트릭을 불러내는 것은 이전 콜옵들보다 장벽이 많이 내려갔다. 대신, 스트릭의 요구 점수가 이전 콜옵들에 대비해서 엄청나게 증가하였는데, UAV 역할을 하는 첩보기 같은 경우에는 1000포인트를 요구하고 있고, 보통 킬이 주는 포인트가 기본 50 정도인 것을 감안한다면 기본 첩보기만 불러내는데 무려 20킬(!)을 요구한다. 일반적인 콜옵에서 5킬 전후에서 첩보기를 불러냈던것을 감안한다면 이는 어마무지하게 높은 수치다. 

 

하지만 콜드 워의 포인트스트릭은 스트릭의 기반이 되는 포인트를 더 세부적인 행동으로 쪼갠다:기절 수류탄으로 적을 기절 시켰을 때 15점, 장비를 이용해서 적의 위치를 잡거나 적을 방해하였을 때 10점 등등. 여기에 '포인트'스트릭 답게 목표저향적인 추가점수도 부여하고 있다. 또한 기본적으로 연속 사살을 할 시에 추가적인 점수를 부여하여 기존의 콜옵과 템포가 비슷하게 만드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콜옵 콜드 워 멀티플레이의 게임 플레이는 위와 같은 변화점으로 인하여 모던 19보다 훨씬 더 콜옵스럽고, 공정한 형태의 게임 플레이를 보여준다. 눈 먼 총알에 맞아죽지 않고, 니가와 플레이하겠다고 문 닫아놓고 그 뒤에 클레이모어를 설치 하지 않으며, 게임 모드 별로 목표 지향적인 게임 플레이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당연히 이것은 10년 넘게 콜옵스러움을 유지하고 있는 프랜차이즈라는 한계에 잡혀있기 때문에, 무언가 혁신적인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여전히 재밌고, 아무 생각없이 즐길만하다.

 

결론적으로 콜옵 콜드 워는 매년 죽지도 않고 돌아오는 각설이 같은 게임이다. 게임의 완성도와 신선함으로 따지면 이미 이걸 능가하는 게임은 수도없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신선한 게임들 사이에서 계속해서 사람들에게 어필하고 게임을 구매하게끔 만드는 어필하는 매력을 콜옵 콜드 워는 보여주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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