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이야기




누군가 2016년도 둠 멀티플레이 트레일러를 보고 '헤일로가 떠오른다'라고 평하였다:엄밀하게 이야기하자면 둠과 퀘이크의 게임 흐름이 헤일로보다 선행하기는 하지만 이와 같은 반응은 무척이나 흥미로운 현상이라 할 수 있다. 헤일로:컴뱃 이볼브드의 출시 이후로, 둠의 유전자를 가장 잘 이어받고 있었던 게임은 아이러니하게도 헤일로 그 자체였기 때문이다. 콜 오브 듀티 시리즈와 배틀필드 시리즈가 밀리터리 FPS에 대한 근 10년간의 확고한 유행을 구축하면서 많은 FPS의 트렌드들이 조용히 어둠속으로 사라졌다. 물론 그들이 완전히 사라졌다고 표현하는 것은 힘들다.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사람들의 눈밖으로 나갔다고 해야할까. 분명한 점은 헤일로 같은 경우, 엑스박스 콘솔의 상징으로써 그 자신의 정체성을 유지하기 쉬웠던 반면, 다른 게임들은 매출이나 트렌드에 대한 압박으로 인해서 노선을 갈아타는 모습을 보였다. 본인은 여기에 콘솔중심의 게이밍 환경도 한몫했으리라 생각한다:콜옵은 어떻게 보면 게임과 영화의 결합이라는 점과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점에서 게어미가 아닌 대중들을 매료시킨 작품이기 때문이다. 이 덕분에 둠과 같은 게임, 게이머들은 열광하지만 동시에 그 과격함(표현에서부터 빠른 움직임까지)으로 게이머들보다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을 매료시키지 못할 게 분명한 게임들은 일선에서 밀려나버린 것이다.

하지만 콜옵이 더이상 콜옵이기를 거부하면서부터 이야기는 달라진다. 블랙옵스 2는 이야기와 분위기를, 블랙옵스 3와 어드벤스드 워페어는 이전 콜옵에서 찾아볼 수 없는 빠르고 트릭키한 움직임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왜 이렇게 변화하는가에 대해서는 우리는 좀 더 두고볼 필요는 있다고 보지만, 현재까지 본인이 조심스럽게 내놓을 수 있는 가설은 다음과 같다:지난 몇년 동안, 콜옵이 주도했었던 트렌드 속에서 콜옵이 끌어들인 새로운 세대의 게이머들은 분명하게도 '성장'하고 있었다. 게이밍 커뮤니티든 게임 실력이든 유튜브 유저든 그 무엇이든 간에, 콜옵이 헤게모니를 계속 유지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것을 보여줄 필요가 있었다. 그것이 흥미롭게도 '과거로부터 도래한 새로움'이라는 것은 인상적이지만 말이다.

둠의 움직임이 헤일로와 유사하다는 것은 다소 둠 멀티플레이에 실례가 되는 부분이라 할 수 있다:헤일로 멀티플레이 자체가 점프를 통한 수직-수평의 변칙적인 움직임보다는 평면 상에서의 스텝을 통해서 헤드샷을 따내는, 다소 정형화되어있고 양식화된 스포츠에 가깝다. 둠 멀티플레이의 움직임은 과거 퀘이크 3의 움직임에 기반하고 있다는 느낌을 주고 있다. 둠 멀티플레이에서 보여주는 다소 많은 점프들은 퀘이크 3의 유산에 가깝다고 보여지나, 본인이 보기에 흥미로운 점은 이것이 고전적인 둠이나 퀘이크 멀티플레이와는 조금 다른 형태를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고전적인 둠은 수십~수백의 몬스터를 무지막지한 무기를 이용해서 쓸어버리는데 초점을 맞춘 게임이고, 그렇기에 엄청난 스피드에 기반한 게임이었고, 그것을 통해서 파괴적으로 풀어내느 쾌감이 상당한 게임이기도 하였다. 그러나 그것이 지금의 퀘이크 3의 문화, 도저히 사람의 머리로써는 이해할 수 없는 엄청난 속도전의 게임을 만들어버리고 말았다. 

둠의 핵심은 이것을 게이머가 따라잡을 수 있게 풀어내면서, 동시에 그것을 '옛날처럼 과격하고 빠르다는 느낌을 줄 수 있는' 형태로 만들어내는 것이다:다소 모순되지만 이러한 2016년 둠의 흐름은 재해석되는 고전 트렌드의 핵심을 정확하게 짚는다. 그것은 과거의 회귀가 아니라 과거로부터 영감을 얻어 그것을 새로운 형태로 옮기는 작업인 것이다. 그렇기에 둠은 구작들에서 찾아볼 수 없었던 인스턴트 킬 시스템을 도입하거나, 데몬 룬을 이용해서 적을 학살하거나, 헤일로로부터 영향을 받은 듯한 몇몇 도구들을 도입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과거를 그대로 옮기는 것이 아니라, 과거의 재미를 재현하기 위해서 현재를 끌어들이는 것이다. 그렇기에 2016년 버전 둠은 상당히 흥미로운 작품이 될 것이라 생각된다:스냅맵을 통해서 유저 크리에이티드 콘텐츠를 적극적으로 지원하거나, 멀티플레이나 게임플레이 트레일러를 통해서 과거와 현재를 끊임없이 결합하려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한 때 게임의 헤게모니를 좌우했었던 이드 소프트의 저력일지도 모른다.

둠 2016년 버전은 5월 발매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