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 만화, 영화 이야기



영화 신들의 도시는 브라질 도시 리우 데 자네이루의 빈민가인 파벨라와 그곳의 갱들에 대한 느와르 영화입니다. 한 사진작가의 실화를 바탕으로 하여 만들어진 작품으로, 빈민가의 성장과 동시에 어떻게 빈민가가 무법천지가 되었는지, 그리고 어린아이들이 마약, 총질까지 하게 되었는지를 간단명료하게 보여줍니다. 영화는 전반적으로 화려하고 빠른 카메라 워크를 보여주고 있으며, 스토리나 내용 측면에 있어서도 간단 명료합니다. 실화를 베이스로 하고 있다 보니, 영화에 있어서 어떤 상징성, 구조 등의 특이함을 많이 발견할 수 없죠. 하지만 영화는 몇몇 부분에서 재밌는 관점을 보여주고 있죠.

영화는 러닝타임 내내 시시때때로 범죄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재밌는 점은 영화의 러닝타임 동안 경찰이 그 모습을 드러내는 것은 몇번 안되며, 그 몇번 역시 신들의 도시, 빈민가 바깥의 이해관계가 연루되었을 때만 등장하죠. 또한 교육이나 빈민들을 위한 각종 복지제도, 국가의 보조 시스탬 등은 영화 내내 코빼기도 보이지 않습니다. 오히려 신들의 도시는 브라질이나 리우 데 자네이루의 일부가 아닌, 하나의 독립된 국가 또는 생물체로 묘사되고 있죠. 하지만, 그러한 파벨라의 독립성 혹은 무질서함은 아나키즘적인 것이 아니라 하나의 재앙과도 같은 것으로 묘사됩니다. 힘을 가진 갱스터의 변덕에 의해서 모든 것이 파괴되었다가 생성되고(제 페퀘노와 베네의 상반된 역할과 모습), 죽음과 삶이 불규칙적인 패턴을 보여주는 파벨라라는 공간은 지옥과도 같은 공간입니다.

하지만, 파벨라가 외부와 전혀 무관한 지옥으로 묘사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파벨라는 의도적으로 고립되어있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영화에서 경찰이 언제 등장하는지 살펴보면 알 수 있죠. 처음 경찰이 등장했을 때, 그 때는 파벨라를 거쳐서 연료수송을 하던 트럭을 털때 경찰이 처음 등장하죠. 그리고 모텔에서 외부인들을 죽였을 때, 제 페퀘노가 무기 암거래상인을 엿먹였을 때, 마지막으로 제 페퀘노가 경찰과 거래를 하고 풀려났을 때까지, 경찰은 철저하게 질서 유지가 아닌 자신의 이해관계를 위해서 파벨라에 개입합니다. 아이들이 총을 들고, 마약을 하고, 사람을 죽여도 전혀 상관을 하지 않던 사람들이 자신들의 이해관계에 파벨라가 벗어나기 시작하자 곧바로 총을 들고 깡패들을 두드려 패기 시작하죠.

이런 의미에서 파벨라, 신들의 도시는 철저하게 외부 종속적인 공간입니다. 파벨라는 외부세력의 필요에 의해 의도적으로 고립되었고, 외면당한 공간이지만, 재밌는 점은 영화에서 그것이 겉으로 드러나지는 않습니다. 파벨라의 주민들은 그 속에서 생존하는 거 자체도 힘들기 때문에 그들의 정치적 방향성은 드러나지 않습니다. 아니, 그들은 엄밀하게 이야기해서 철저하게 정치적으로 배제당한 존재입니다. 그들은 마약과 살인을 일상적으로 접하지만, 어느 누구도 외부의 누구에게 손을 빌리지 않죠. 

과장해석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만, 실제로 이러한 정치적 무관심 또는 의도된 고립을 통한 사회 중하류 계층의 통제는 여기저기서 찾아볼 수 있는 이야기입니다. 영화 신들의 도시는 느와르 영화로서도 훌륭하지만, 저는 이런 점에서 대단히 소름끼쳤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덧.살짝 무리하게 주제를 잡았더니 글이 시망이군요 OT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