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담/개인적인 이야기




-르네상스 시기에서 바로크 시기로 넘어가는 역사적인 시점에 과도기적 단계로 마니에리스모라는 사조가 유행하였다. 당시 이성에 의한 법칙 발견을 통해서 인간은 점점 단순 명료한 신의 영역으로 들어설 수 있다고 믿은 르네상스 인들은 코페르니쿠스의 발견, 케플러의 법칙 등을 통해서 점점 다변화되고 불안정한 세계를 보게 된다. 결국 이성과 불안정한 세계 사이에서 갈등하는 르네상스 인들이 자신을 표현하기 위해 채택한 사조가 바로 마니에리스모, 메너리즘이라는 것이다. 메너리즘 자체가 형식주의라는 의미를 갖는 것과 달리 마니에리스모는 형태와 원근법의 왜곡을 통해 당시 전환기의 사람들의 우울을 우아한 형식으로 표출하는데 성공한다. 그리고 마니에리스모는 바로크 양식이라는 새로운 양식으로 발전하게 된다.

뭐, 그렇다는 것이다.

-인생에 있어 전환기가 찾아오는 순간, 누구나 고뇌하고 우울에 빠질 수 밖에 없다. 만약, 그런 순간 마저도 고뇌나 우울함을 느끼지 않는 사람이라면 그건 성인군자이거나 단순한 바보일 것이다. 일반적인 사람은 자신의 그런 '선택'에 있어서 책임감과 중압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전환기'는 누구에게나 있어서 고통스럽다. 하지만, 전환기의 순간에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다면, 그 사람은 엄청난 발전을 할 수 있게 된다.

- 내가 여기에 쓰고 싶은 것은 내가 인생의 전환기를 맞고 있다는 둥의 신변잡기적인 이야기가 아니다(물론 인생의 전환기이기는 하지만) 나는 내 글쓰기(어떤 의미에서는 이것도 신변 잡기 이지만)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싶다. 물론 지금까지는 어디서나 글이 생각난다면 어디에서나 그 장소를 가리지 않고 글을 쳤고, 엄청나게 긴 분량을 뽑아내는데 열중하였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지날 수록 여러가지 여건이나 환경이 바쳐주지 않기 시작했고, 일천한 시각이 좀 더 넓어지기 시작하면서 빠르고 많은 글쓰기를 경계하기 시작하였다. 물론 지금까지 쓴 글들을 후회하지는 않는다. 몇몇 글을 제외하고는(상당히 격정적으로 쓴 글들이 있다. 블로그를 자주 들어오신 분들이면 아시리라) 나는 내 글에 대한 어느 정도의 자부심을 갖고 있다. 하지만, 언제까지나 똑같은 방식으로 글을 쓸 수는 없다.

 일단 과거의 글쓰기는 요약하자면 상당히 방대하고 정보를 늘어뜨려서 분석하는 경향이 강하였다. 하지만, 나는 여기서 더 나아가고 싶다. 과거의 글쓰기의 특징과 장점을 받아들이면서도 동시에 압축적으로 에센스를 뽑아내는 그런 글쓰기를 하고 싶다는 것이다. 이런 글쓰기에 대한 유혹은 예전부터 있어 왔다. 사실 본인도 어느정도 리뷰어를 자처하고 있는 만큼, 리뷰를 보면 이 사람이 쓸데없이 기교를 부리는 구나, 혹은 이 사람은 글을 쓸줄 아는 구나 라는 느낌이 드는 글들이 있다. 예를 들자면 김시광 님의 호러 영화 리뷰라든가, 김영하의 영화 리뷰 모음집(굴비 낚시, 이우일-김영하의 영화이야기 등) 등이 있다. 이 두 분의 특징은 자신이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을 압축적으로(어떤 의미에서는 문학적인 수준까지) 표현한다는 점이다. 본인과도 같은 너저분한 3류 설명문 형식의 리뷰글과는 차원이 다르다고 할 수 있다.

 물론, 나같은 아마추어 3류가 감히 범접할 수 없는 선천적인 영역 또는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심오한 영역의 글쓰기를 내가 지향하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포기하기 앞서 노력할 수 있는 만큼 최선을 다하는 것, 또한 도달할 수 있는 것과 별개로 내가 원하기에 해볼 수 있는데까지 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이다. 그리고 혹시 신께서 내게 허락하신다면, 그런 영역에 조금이라도 발을 담글 수 있게 해주실지도 모르니까 말이다.

 하여간 중요한 것은 전환기를 맞이하여 새로운 글쓰기 방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현재 하고 있는 것이 바로 트위터-텀블러-블로그 3단 구조의 구축이다. 먼저 단문 형식의 문장력을 트위터에서 연습하고(물론 단상이나 이야기 거리, 잡설 같은 것도 포함해서), 텀블러를 통해 구조를 구축, 그리고 마지막으로 완성된 결과물을 블로그에 게제하는 방식으로 가려 한다. 지금 현재 이러한 형태의 글쓰기로 거의 완성된 것이 패트레이버 2기 극장판이다. 물론 처음 결과물에서 무언가 도출하기를 바라지는 않지만, 앞으로 점차 에센스를 뽑아내는 글쓰기를 지향하려고 한다.

-뭐, 인생의 전환기이기도 하지만, 어찌보면 내 글쓰기의 전환기이기도 하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게임이나 애니는 못 보더라도 글쓰기는 멈추지 않을거 같으니까. 가끔가다가 자신이 어디로 가는지, 멈춰서 돌아보고 방향설정을 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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